Kim Ke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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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양키들아>라는 책을 연상시킨 자칭 '좌파 전직 외교관'의 열변에 취하다/"대한민국엔 외교가 없다"며 '崇美외교'와의 절연을 주장하는 용기 돋보여/트럼프 탄핵된다는 예언 내놓기도]
2026.04.03.
1)
<들어라 양키들아>는 미국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Charles Wright Mills)가 1960년에 쓴 책이다. 원제는 <Listen, Yankee: The Revolution in Cuba>로, 한국에서는 녹두출판사 번역본 등으로 출간되었다. 밀스는 마르크스와 베버 영향을 받은 진보적 학자로, <파워 엘리트와 사회학적 상상력> 같은 저서로 유명하다. 1916년 텍사스 출신으로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다 1962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들어라 양키들아>는 쿠바 혁명(1959)을 다룬 책으로, 밀스가 쿠바 방문 중 피델 카스트로와 혁명가 및 농민 등과의 인터뷰를 서한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미국의 반혁명 정책을 비판하며 쿠바 혁명의 자립 경제, 사회 개혁, 공산주의 도입 과정을 옹호했다.
한국에서는 1960~80년대 반미, 혁명 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김수영 시인 등 지식인과 운동권 학생들이 '분노와 희열'을 느끼며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 문화공간에서 열린 '전민동(全民同, 전북민주동우회)' 462차 월례 모임에서 발제(發題)를 맡은 이경렬(李京烈) 전 주앙골라 대사의 강연과 질의응답 두 시간을 듣고 나서 처음 떠오른 것이 <들어라 양키들아>라는 책이었다. 그만큼 언사(言辭)가 강렬했다. 분명히 외무고시를 거쳤고(19회) 33년 씩이나 대한민국 외무부에서 근무한 직업외교관인데, 저 정도의 진보적(좌파적) 생각을 가진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외무부 출입기자도 해봤고, 수많은 직업외교관들과 교유(交遊)하고 지냈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별종(別種)이었다.
2)
지금껏 외무부와 관련해 내게 전설로 남아있는 이는 황태연(黃台淵) 동국대 명예교수(71)다. 그는 외무고시에 세 번 합격하고 세 차례 낙방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그는 외무고시에 2차까지 합격하고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이 "외교관은 어느 때나 이유 불문코 국가에 충성하고, 명령에 따라야 한다"며 "그렇게 하겠느냐"고 묻자 "외교관도 인격체인데, 자신의 판단도 고려해야지 무조건 따르는 건 아니라고 본다"는 요지로 답변해 면접에서 탈락했다.
그 1년 후 황태연은 다시 외시(外試)에 2차까지 합격했고 똑같은 면접을 거쳤으나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또 낙방했다. 그가 세번 째로 외시에 합격해 면접을 치르게 되자 오히려 면접관들이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황태연은 또 뭔가를 주장했고, 세 번째로 낙방했다. 그는 그 후 독일에 유학해 프랑크푸르트대 괴테대학교에서 마르크스 철학 관련한 '지배와 노동 연구'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국대 정외과에서 30년간 교수로 일했다. 작년 10월에 그는 <정의국가에서 인의(仁義)국가로> 상, 하 각 800쪽의 돌배개 같은 대작을 출간했다. 그의 87 번째 저서였다. 황태연 교수가 외무고시에 세 번씩 붙고도 다 때려치웠던 '사건'이 준 통쾌함 이후 필자는 이경렬 전 대사의 1일 강연에서 생생핫 '날것'의 맛이랄까, 하여튼 순치(馴致)되지 않은 야생동물을 만나는 또다른 희열에 젖을 수 있었다.
3)
필자는 최근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 외교>라는 책(사진 1)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창천(李蒼天) 이라는 33년 경력의 외교관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 외교, 외교관 집단, 한미동맹 구조를 날카롭게 비판한 평론서이다. '명품외교'라는 이름을 빌려, "현실은 ‘명품’이 아니라 ‘사이비나 짝퉁 외교’에 가깝다"고 규정하며, 근본적 개혁을 촉구한다.
저자는 개혁·개방기 33년간 외교부(외무부)에서 워싱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비슈케크(키르키스탄), 폴랜드, 앙골라 등을 오가며 한국 외교를 실무적으로 관찰한 전직 외교관이다. 마지막 주요 직책은 주앙골라 대사(2014-2016)였다. <좌파 외교관>이라는 부제(副題)처럼, 미국 일방의 종속, 한미동맹 절대화를 비판하면서 중국·러시아·아시아·유럽 등 다중 축을 견고히 하는 ‘독립적 주권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 외교는 '외교'라기보다는 외교 행위에 가까운 ‘사이비 외교’라며, 외교관의 인격·지식·주체성·언행의 품격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또 외교부(외무부)를 ‘미국 이익만 대변하는 조직’으로 규정하고, 보고서의 사실관계 조작, 승진·인사 중심의 조직문화 때문에 95% 이상의 외교관이 '함량 미달'이라고까지 비판한다.
그가 가장 힘주어 비판하는 '한미동맹'을 그는 ‘한미굴레’로 읽는다. '한미동맹'을 미국의 전략 수단에 포위된 구조로 보고, 미국과의 관계를 일방적·종속적·병적인 주종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관계를 한꺼번에 청산하라"는 극단적 주장은 아니지만, "미국의 전략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의 국가존립과 국민 행복을 위해 외교를 설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런 담론을 바탕으로 그는 명품외교를 위한 3대 과제를 제시한다. 먼저 정신적 측면에서 미국 중심의 종속적이고 병적인 한미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 주권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두번 째로 인식의 측면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가 진짜 ‘명품외교’라는 점을 내면화해야 한다. 세 번째로 개혁 측면에서 미국의 전략대행 조직으로 기능해 온 외교부를 혁명적으로 뜯어고쳐 인간·조직·제도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이와 함께 2대 목표로는 ① 종속적 한미관계를 점진적으로 청산해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전환하고, ② 중국·러시아와 아시아·유럽 주요국과의 독립적·다양한 외교를 전개하는 것을 강조한다. 책은 11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외교의 국제적 위상과 한미동맹, 한일관계, 중국이 보는 한국 외교부, 조직·인간상 등 주요 주제를 펼쳐 설명한다. 역사, 문화, 사회 현상에 대한 1장 한미동맹 굴레, 2장 한일관계, 3장 중국이 보는 한국 등이다.
한국외교의 복윈을 위해 그가 제시하는 '쥐 세 마리론'도 흥미롭다. 명품외교를 위해 우리에게는 노리쥐(knowledge, 지식) 커리쥐(courage, 용기) 랭귀쥐(language,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감이 큰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난 해 3월 진인진(進人珍) 출판사가 낸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지난 1일 '전민동(全民同)' 모임에 강사로 나와준 이경렬 전 주앙골라 대사였다(사진 2). '李蒼天'은 그의 필명이었다. 사전에 모르고 있어 깜짝 놀랐다.
4)
이경렬 전 주앙골라 대사는 1일 모임에서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의 발언도 던졌다. 몇몇 발언을 모아본다.
* 친미외교가 아니라 숭미(崇美)외교인 현재의 대미외교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국민주권과 국가주권 차원에서 외교를 해야 한다.
* 우리 외교부의 참사관 이상 정도가 되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포섭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CIA에 가장 먼저 포섭된 최고위직 공직자가 한덕수(韓悳洙) 전 총리였다.
* 외교관 33년 동안 가장 좌절했던 순간은 지난 2007년 6월에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주미대사관 참사관으로이 협정 체결과정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결국 국익에 가장 먼 협정체결이 되고 말았다. 이 협정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당시 협상대표였던 김현종(金鉉宗)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이를 지적하고, 체결 후 이태식 (李泰植) 당시 주미대사에게 사표까지 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 도널드 트럼프는 하지 말았어야 할 이란과의 전쟁 때문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그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대패하고 탄핵되리라고 본다.
* 중국, 러시아 외교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러시아가 지금 우리를 부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특별한 친분관계를 갖고 있는 송영길(宋永吉) 전 민주당 대표를 '러시아 특사'로 보낸다는 아이디어는 성사만 된다면 매우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 밉보일 께 두려워 보내지 못할 것이다.
한국 국제협력단(KOICA) 창설에도 참여했고, 보건복지부 국제국장으로도 파견되어 일했으며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다재다능한 실력에 비해 제대로 등용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고 직책이 주앙골라 대사였던 것이 이를 말해준다. 캐물으니 고향이 전북 정읍이었다. 담박에 짐작이 갔다. 외교부의 역대 42명 장관 중 호남 출신은 호남 차별이 별로 없던 이승만 정권 때의 변영태(卞榮泰)와 조정환(曺正煥) 둘 외에는 김대중 정권 때 기용된 이정빈(李廷彬) 전 러시아 대사와 최성홍(崔成泓) 전 영국 대사, 그 뒤로 노무현 정권 때의 윤영관(尹永寬) 전 서울대 교수와 현재의 조 현(趙 顯) 장관 정도이다. 영남 정권이었을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발탁한 윤영관 장관이 유일했다.
필자는 이경렬 전 대사의 비교적 강한 주장에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너무도 평온무사하기만 했던 우리나라의 외교 담론장에서 이렇게 태풍을 불러올 듯한 주장을 하는 외교관이 하나쯤 나오는 것은 환영하고 싶다. 그가 썼다는 <브라보 한미동맹>, <판타스틱 폴랜드> 같은 책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대한민국에는 제대로 된 진정한 '외교'를 하는 부처는 없었다"며 '대미 의존 외교'를 강력히 비판하는 이 '자칭 좌파 외교관'이 기존의 우리 외교가에 계속 충격을 좀 가했줬으면 좋겠다. 우리 외교관들이야말로 개혁과 가장 거리가 먼 가운데 출세지향주의, 권위주의적 풍토, 상명하복 시스템에 갇혀있는 집단이라는 평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입만 열면 주한 미군 '4만 5천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외교부에서 대변인이라도 나서 "28,500명"이라고 정확히 지적하고 항의하면 좋겠지만 그런 것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하나를 알면 백이 보인다고 했다. 외교부의 대오각성을 바란다.
김기만(정론실천연대 대표/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전 청와대 춘추관장)
이인형 ·
황태연 교수님의 “ 공자철학과 서구계몽주의의 기원 ” 상하권도 명저입니다. 천박한 숭미주의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서구 근대화의 뿌리가 동양임을 밝혀냈죠 ..
지금껏 외무부와 관련해 내게 전설로 남아있는 이는 황태연(黃台淵) 동국대 명예교수(71)다. 그는 외무고시에 세 번 합격하고 세 차례 낙방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그는 외무고시에 2차까지 합격하고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이 "외교관은 어느 때나 이유 불문코 국가에 충성하고, 명령에 따라야 한다"며 "그렇게 하겠느냐"고 묻자 "외교관도 인격체인데, 자신의 판단도 고려해야지 무조건 따르는 건 아니라고 본다"는 요지로 답변해 면접에서 탈락했다.
그 1년 후 황태연은 다시 외시(外試)에 2차까지 합격했고 똑같은 면접을 거쳤으나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또 낙방했다. 그가 세번 째로 외시에 합격해 면접을 치르게 되자 오히려 면접관들이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황태연은 또 뭔가를 주장했고, 세 번째로 낙방했다. 그는 그 후 독일에 유학해 프랑크푸르트대 괴테대학교에서 마르크스 철학 관련한 '지배와 노동 연구'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국대 정외과에서 30년간 교수로 일했다. 작년 10월에 그는 <정의국가에서 인의(仁義)국가로> 상, 하 각 800쪽의 돌배개 같은 대작을 출간했다. 그의 87 번째 저서였다. 황태연 교수가 외무고시에 세 번씩 붙고도 다 때려치웠던 '사건'이 준 통쾌함 이후 필자는 이경렬 전 대사의 1일 강연에서 생생핫 '날것'의 맛이랄까, 하여튼 순치(馴致)되지 않은 야생동물을 만나는 또다른 희열에 젖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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