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8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 손원평 | 알라딘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지은이)창비2026-03-27





책소개
인물의 복잡한 내면과 관계의 미세한 결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손원평이 신작 소설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를 펴냈다. 첫 소설집 『타인의 집』(창비 2021) 이후 선보이는 두번째 소설집으로 응축된 서사 속에서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이 한층 또렷하게 빛을 발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이번 책은 문화센터, 호텔, 공부방, 명품 매장, SNS, 사무실, 그리고 재난 이후의 도시까지 동시대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열편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가 설계한 계급의 톱니바퀴 위에서 끊임없이 마모되어가는 현대인의 다채로운 표정을 그려낸다. 돈이 관계와 선택, 나아가 꿈의 크기까지 결정짓는 세계에서 인물들은 생존과 존엄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해치려 한 것은 아니었으나 끝내는 누군가를 밀어내고 상처 입히게 되는 세계, 악인은 없지만 누구도 온전히 결백할 수 없는 세계가 선연히 펼쳐진다.

표제인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는 이번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서늘한 문장이다. 그것은 온전한 사과도 미숙한 변명도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의 낙오와 상처에 가담했으면서도 시스템의 탓으로 그 책임을 교묘히 떠넘기는 태도가 만연해진 시대를 상징하는 말에 가깝다. 작가는 이 문장을 정면에 내세워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어떤 말로 설득하며 살아가는지를, 그 말들이 서로의 하루에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목차


당신의 손끝
태양 아래 반짝이는
피아노
그 아이
익명의 마왕으로부터
유령의 집
모자이크
조망
통행증은 마스크
딸과 깍 사이

해설|선우은실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책속에서


P. 34~35 울다시피 소리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효원은 아득해졌다.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의 미래를 빼앗아버린 현실이 참혹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연결돼 있는 걸까.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건 허약하디허약한 계약관계일 뿐이었다.
(「당신의 손끝」)
P. 62~63 갈망하는 것에 도달할 수 없다는 자각에 빠진 채 세상을 조롱한다는 점에서, 아니 조롱했다고 착각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았다. 우리가 찾던 아슬아슬한 재미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무사하게, 그리고 허망하게 조각났다.
(「태양 아래 반짝이는」 )
P. 90 —어쩔 수 없으면요?
준용이 발끝으로 바닥을 비볐다.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하냐구요.
(…)
—지금부터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삶이 함몰돼.
—함몰.
준용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무슨 뜻인... 더보기
P. 104 정민은 한 계절 전보다 조금 더 굽은 목을 모니터 가까이 들이밀어 그 아이를 빤히 바라봤다. 딱 한번 품에 안았던 그 아이. 시간을 견디고 추위에 몸을 닳아가며 데려온 그 아이. 날이 갈수록 몸값이 높아져만 가는 그 아이. 모든 면에서 자신과 반대 지점에 서 있는, 다시는 만져보지 못 할 그 아이를.
(「그 아이」)
P. 108 저는 악당이 아니라 악인이 돼야 했습니다. 등장만으로 사람들이 열광하고, 어떻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사연을 풀어내는 빌런, 악을 행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페이소스를 지닌 진정한 안타고니스트 말입니다.
(「익명의 마왕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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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2026년 4월 3일자 문학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손원평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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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의 집』, 장편소설 『아몬드』 『서른의 반격』 『프리즘』 『튜브』 『젊음의 나라』, 어린이책 『위풍당당 여우 꼬리』 시리즈를 썼으며, 장편영화 「침입자」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제주4·3평화문학상, 일본서점대상, 씨네21영화평론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22년 일본 서점대상, 2017년 제주4.3평화문학상,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
최근작 :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젊음의 나라>,<젊음의 나라 (청소년판)> … 총 62종 (모두보기)
손원평(지은이)의 말
이 소설집에는 타협하거나 스스로를 정당화하거나 미쳐버리거나 그럼에도 삶이 살아볼 만하다고 느끼는 사람 들이 등장한다. 여러해에 걸쳐 쓰인 이야기들을 묶으며 새삼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타인에게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들, 혹은 그 말을 듣고 계속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표정 말이다.
이토록 빠르게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이 이야기들을 읽는 동안 잠시 걸음을 늦출 사람이 있을까. 혹은 고개를 들어 보이지 않는 어떤 곳을 잠시나마 응시할 사람이 있을지. 독자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의 표정 역시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 믿어본다.
우리는 어떤 말들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 말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어떻게 건드리는지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면, 만약 이 이야기들이 그런 시간을 잠깐이라도 만들어낸다면, 이 책은 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낸 셈이 될 것이다.

2026년 3월
손원평



출판사 소개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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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차원 이동 가능>,<달걀의 온기>,<로스트 플레이스>등 총 4,189종
대표분야 : 청소년 인문/사회 1위 (브랜드 지수 295,688점), 국내창작동화 1위 (브랜드 지수 3,248,567점), 청소년 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516,599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선명하게 담아낸 동시대의 감각
단숨에 읽히되 오래 남는 질문을 던지는 열편의 이야기

소설집의 문을 여는 「당신의 손끝」은 문화센터에서 일하는 미술 강사 ‘효원’과 부유한 수강생 ‘주영’의 관계를 그린다. 효원은 자신을 열렬히 신뢰하고 응원하는 주영 덕분에 폐강 직전의 강좌를 지키고, ‘자신만의 화실’이라는 꿈에 다시 손을 뻗는다. 그러나 친밀하다고 믿었던 둘의 관계는 계약과 소비의 논리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효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라 생각한 것이 실은 허약한 이해관계였음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태양 아래 반짝이는」과 「모자이크」는 남루한 현실을 지워버리고 다른 삶의 표면에 스스로를 덧대어보려는 인물들의 위태로운 몸짓을 따라간다. 「태양 아래 반짝이는」의 ‘나’는 최고급 호텔 수영장에서 일하며 자신의 가난과 실패, 빚과 곰팡이 슨 옥탑방의 기억까지도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 새하얗게 표백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투숙객의 삶을 흉내 내고 그 세계에 잠시 발을 들인 듯한 착각에 빠질수록 그가 맞닥뜨리는 것은 계급의 경계가 만들어내는 더 깊은 상처와 모욕뿐이다.
「모자이크」의 인물 또한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편집된 아름다움만을 SNS에 올리며 ‘선택받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가지각색의 파편을 서툴게 이어 붙인 ‘모자이크’된 정체성으로 귀결될 뿐이다. 작가는 이 허상의 실체를 냉정하게 고발하는 동시에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해 본연의 가치를 잃어가는 이들의 시린 민낯을 또렷하게 조망한다.

“그러므로 내가 무너뜨렸다고 생각한 것,
내가 넘었다고 생각한 경계도 모두 허울이었다”

생존의 압박 앞에서 인간의 윤리와 존엄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는 「통행증은 마스크」와 「그 아이」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통행증은 마스크」는 팬데믹이라는 비상한 시기를 배경으로, 타인을 잠재적 위협으로 취급하며 손쉽게 심판하는 사회를 경멸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수습기자의 하루를 그린다. 이어 「그 아이」는 영하의 새벽, 명품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에 나선 인물의 사투를 통해 사치품의 가치 앞에서 무력하게 압도되는 인간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피아노」와 「조망」은 비정한 현실의 한복판에서 소란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감정을 차분히 응시한다. 「피아노」에서 ‘혜심’은 공부방을 정리하며 한때 낭만과 희망의 상징이었던 피아노를 처분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제자 ‘준용’과 실랑이를 벌이며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마음의 가치를 다시 돌아본다. 「조망」은 높은 곳에 올라선 ‘수하’가 폭우 끝에 침몰하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을 통해 파국의 풍경 앞에서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서늘한 해방감이 스미는 역설을 그려낸다. 앞선 작품들이 생존과 위선, 자본의 논리 속에서 거침없이 타인을 밀어내는 현실을 드러냈다면, 이 두 작품은 일상이 무너지고 해체되는 자리에서도 끝내 인간다움의 흔적과 살아갈 이유를 붙드는 장면들을 비춘다.
「익명의 마왕으로부터」와 「유령의 집」은 이 비정한 세계를 다소 비껴 선 자리에서 응시한다. 「익명의 마왕으로부터」가 늘 패배하도록 예정된 ‘마왕’의 목소리를 빌려 정해진 역할과 운명에 저항하려는 욕망을 기묘한 유머와 함께 펼쳐 보인다면, 「유령의 집」은 창업의 꿈이 폐허가 된 자리에서 두 형제의 비극을 그린다. 결이 다른 두 작품은 예정된 패배와 이미 도래한 붕괴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며 세계가 인물에게 남기는 상처를 환기한다. 한편 「딸과 깍 사이」는 사무실의 기계적이고 무심한 일상 속에서 사소한 균열이 불러오는 파문을 그리며, 효율의 논리 아래 가려져 있던 인간적 감각이 되살아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럼에도 삶은 이어지므로, 끝에서 내딛는 한걸음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오늘의 삶을 지배하는 냉혹한 질서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한편, “다양하게 슬퍼하고 다양하게 무지했으며 다양하게 간사하고 다양하게 절망”(해설, 선우은실)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열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상처와 욕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끝내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과연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이 작품들은 그 물음 앞에서 섣불리 판단하거나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비루하고 위태로운 삶의 한가운데서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을,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미세한 떨림을 응시할 따름이다.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의 모순된 장면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나아가 삶은 지속되리라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표정을 모색해가는 인물들의 작지만 단단한 희망을 마주하게 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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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소설이네요.
영화처럼 한편한편 이미지 그려지고.. 몰입감이 장난 아닌데.. 사유와 질문을 남기네요.
간만에 그래 문학이 이런거지 하며 봤습니다.
초코몽 2026-04-07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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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공감가는면서도 뭔가 허전하네요
재는재로 2026-04-0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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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넷플릭스가 다른 점



"효원은 오늘도 그녀를 기다린다." [당신의 손끝] 첫 문장이다. 나는 이 관계의 끝이 어떤 파국으로 마무리 될지 이 짧은 단편의 마지막까지 읽지 않더라고 시작부터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단편 뿐만 아니라 이 소설집 전체가 마치 넷플릭스의 선정적이고 잔인한 영화를 보는 듯했다. 관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려내는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소설집을 읽고 있는 것일까? 몰입과 긴장을 원한다면 넷플릭스 보면 될 일 아닌가!




[태양 아래 반짝이는]에서 등장인물의 인간관계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재미와 몰입 면에서 넷플릭스를 능가한다.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을 모티브로 한 [유령의 집]을 비롯한 이 소설집의 단편소설은 그야 말로 공포스러워 '식인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를 실감하게 해 준다. 이 소설집은 일상에서의 비정한 관계 너머 이상적인 관계에 대한 희망을 통해 어떤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주는 것도 아니다. 반려견과의 관계까지 포함해서 우리들의 관계가 그렇게 나의 나쁜 의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이 책을 읽고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허구적인 위로와 위안이 줄 수 있는 면피가 이 소설집에는 없다.



그럼 왜 무엇때문에 나는 손원평의 작품을 읽는 것일까?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재미와 몰입을 위해서라면 넷플릭스 보면 될 일이고, 일상의 불안에 내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라 우왕좌왕 할 때 내 마음을 마음 '밖' 어딘가에 두어 잠시나마 불안을 잊게 해 주는 매체나 대상을 통해 그 불안을 잠재우면 될 일 아닐까? 자본주의체제에서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고 싶으면 [세습중산층사회]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과 같은 좋은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면 될 일이다.




손원평 소설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는 자본주의체제가 야기하고 있는 실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시중의 수많은 사회과학 관련 책들이 지구 위의 일체존재가 모두 상호의존적 연관관계를 통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체계이론'을 통해 전지구적 차원의 생태학적 위기를 진단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손원평은 자본주의체제에서 그런 이론이 제시하고 있는 위기 진단과 대안이 자본주의체제의 하수인의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내가 손원평의 작품을 읽는 것은 그의 작품이 너와 나의 관계가 너와 나의 경계를 통해서 형성되기 보다는 너와 나로 구분되기 이전 경계 너머의 '하나'의 경지에서 마치 밝은 거울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체제 안의 불평등으로 일그러진 일상을 면밀하게 비춰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조각조각 갈라졌어도 내가 나라는 건 내 마음"이라고 했을 때 갈라진 내 마음도 없지 않은 분명한 현실이지만 갈라진 조각 너머의 차원을 달리하는 작가의 '마음'이 있기에 문학은 그토록 현대사회의 서늘한 민낯을 '조망'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체제에서 그저 정신없이 살다가는 "이리저리 떠돌기만 반복하다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발짝씩 나아가기 시작"하면 '도달할 목적지'가 "전보다 근사한 곳", "어떤 상태에 도달하리라는 것", 이런 참된 희망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의 자비로운 '마음'이 있어 가능할 것 같다. 이것이 넷플릭스가 아닌 손원평의 소설을 읽게 하는 나의 이유인 것 같다.




*이 서평은 출판사 이벤트에 신청하여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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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ler2000 2026-03-29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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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그리는 현실판 돈의 얼굴










시장은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다.




경제공부를 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자산시장에서 그 기업이 깨끗한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중요할 뿐이다. 철저하게 '돈'이 중심이 되는 세계인 자본주의 시장이 인간 관계로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나에게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하다.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은 사람이든 자산이든 인정 받지 못한다.



소설 《아몬드》의 저자 손원평 작가의 신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인간 관계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돈'에 따라서 달라지는 인간 관계를 다룬 이야기를 10편의 단편에 담아넣는다.




먼저 첫 번째 단편 <당신의 손끝>에서 '돈'에 대한 정의를 보자.



세난동에 있는 프리미엄 컬처 센터에서 미술 강의를 하는 효원. 효원의 강의에서 VIP 수강생은 주영씨다.

주영씨가 모든 강의를 등록하며 효원의 주머니도 전보다 여유로워진다. 효원은 주영과 효원과의 신뢰 관계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영을 믿고 포기하고 있었던 화실의 꿈을 다시 키운다. 그 꿈을 키우게 해 주는 건 무엇일까?

수강생 주영씨와의 인간적인 관계일까?

그럴 수 없다. 주영씨로 인해 벌어들이는 여유, 즉 '돈'이다.



어딘가 메말라 있던 효원의 일상에도

빛을 반사해낼 무언가가 생긴 것이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윤기 있는 모든 것.

모두의 기분을 단번에 좋게 만들어버리는 것.

그것의 이름은 뭘까.

효원은 답을 알고 있었지만

일기장에조차 그 한 글자짜리 단어 대신

다른 말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했다.







일상을 반짝이는 윤기. 빛을 반사해낼 무언가. 기분 좋게 만드는 것.



이 단어에 동의하는가? 슬프게도 우리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수강생이 인간으로 안 보이고 '돈'으로 보이는 관계.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까? 철저한 '돈'과 '돈'의 관계는 인간 관계에서 해결될 수 있을까?




첫 번째 단편 <당신의 손끝>에서 '돈'을 일상에 빛을 반사해낼 무언가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런 '빛'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빛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은 바로 <유령의 집>이다.



마음씨 착하며 노숙자나 동물들에게도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꿈꾸며 야심차게 시작한 식당.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재료는 썩어가고 월세는 밀려간다. 식당이 안 되는 이유를 동업자인 동생은 '볕이 잘 안 들어서'라고 말한다.











<당신의 손끝>에서 '돈'이 빛을 나게 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면

<유령의 집>에서 '돈'이 없기 때문에 볕이 들지 않는다. 돈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논리에 돈이 없는 사업은 해도 행운도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행운도 허락되지 않는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분개하는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가? 아니다. '절망'에 익숙해진다.

<모자이크>에서는 해도 행운도 들지 않는 삶을 한 마디로 설명해준다.









절망하는 것도 일말의 희망이 있어야 가능하다.

행운도 들지 않는 상태는 '절망'도 허락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답이 없는 삶. 그 삶의 끝은 그저 살아가는 것 뿐이다. <유령의 집>과 같은 선택을 하거나 또는 그 상태로 살아가는 것 뿐이다.



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상태를 유지하기 살아가기 힘든 삶.

돈이 없으면 바로 밑바닥으로 추락하기 만들어진 사회는 어떤 상태가 되는가?









내가 살기 위해서 타인을 밟거나 죽어야 하는 삶.

더 잔인하고 가혹하게 죽이기 쉽게 만들어진 구조를 보면 시스템이 나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악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누가 문학을 낭만이라 했던가.

이토록 처절하고 사실적인 소설이 과연 낭만이라 할 수 있는가?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를 읽으면 바로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고 타인의 얼굴이 겹쳐진다.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단지 이 시대가 어쩔 수 없으니까요...



돈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성은 이대로 사라지는 것인가?

저자 손원평 소설가는 그 답을 읽는 독자에게 남긴다. 그리고 그 답은 우리 각자가 만들어가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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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 2026-03-2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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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과 지적 경험을 동시에 주는 소설



단편모음집인데.. 매편 영화처럼 재미있고 영상본것처럼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짐.

하나도 빠지는 작품없이 몰입감이 장난 아님. 좀 다크한데 뭉클한 것도 있고 (피아노) 마지막 작품(딸깍)이 따뜻해서 만족하며 덮음. 제목 잘 지은 것 같다.

힐링, 위로, 위안 이런 계열 아니긴 한데..블랙코미디같은 엽편도 있고(마왕)

2개 정도 힐링 느낌나는 것도 있음(피아노, 딸깍 사이)

요약하면.. 지적인 소설.. 생각할 거리 남겨주는데 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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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몽 2026-04-0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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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이중성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원하지 않아도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는데 직장에서 사람과의관계 갑질일삼는 진상들 그런 관계를 통해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데서 푸는 인간들도 있고 직장에서 갑질일삼는 상사도 거래처에서는 을인관계를 맺기도한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국 행동하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이책은 제목대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라는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 행하는 행동을 통해 타인을 상처입히고 그 상처를 받은 인간역시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는 결국 현대사회의 한단면을 이야기하는데 첫 시작인 문화센터의 미술강사 효원과 부유한 수강생 주영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데요 월급도 적고 수강생이 없어지면 폐강되는 강사 하지만 경력을 위해 묵묵히 일하던 효원은 수강생 주영을 통해 조금씩 인기를 얻고 점차 자신의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꿈을 가지게 되지만 이내 친한관계라 생각한 주영과의 관계가 어긋나고 막상 운영하던 미술학원을 폐업하게되는데 주영과의 관계로 인한 상처 그리고 한편으로는 미술학원을 폐업하면서 건물주인 노인과의관계에 상처를 주게된 효원의 모습 결국 사람과의 관계라는게 일방적인 관계로 끝날수 있다는 현대의 쓸쓸함이네요 그리고 태양 아래 반짝이는 편은 수영장의 안전요원과 여성고객의 일탈 그리고 예정된 파탄으로 드러나는 민낯등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국 사람은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관계에 대한 현대사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지네요 재미있기는 한데 막상 불편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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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26-04-0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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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변명의 말...

#나쁜의도는없었습니다 #손원평 #창비 #서평 #책추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소설집. 창비. 2026.

제목이 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일까. 같은 제목의 작품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을 엮어 만들 때 지은 제목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제목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제일 먼저 <모자이크>가 떠올랐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말이 딱 어울리는 말이긴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신의 손끝>도 그랬고, <태양 아래 반짝이는>도, <피아노>도 어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책 안에 담긴 소설들에게 제목은 모두 다 딱 들어맞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더 생각하다보니, 어떤 경우라도 이 제목의 문장은 모두 적용되어 전달되기를 바라는, 변명의 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변명의 말. 그러고보니 우리가 살면서 이 말 하나면 어떤 행동이나 상황에 대해 때론 난처하거나 어이없는 일에 대해서도 충분히 변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각색하고 포장하고 거짓말을 보태 내가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꾸며 보여주어도, 이 말 한 마디면 어느 정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설명의 시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잠시 욕심이 생기고 나만의 공간에서 조금은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어본다 해도 이 또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에 대한 기대와 욕망으로 인해 만들어냈던 집착이나 과한 관심에 대해, 이후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으로서 사용하기 딱 적절한 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이런 변명이 필요한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많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열심히 나 자신을 위한 변명을 통해 남들의 이해를 구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내가 한 행동에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불손한 의도를 가지고 처음부터 그러려던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럴 줄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과정과 결과가 만들어진 것은 아쉽거나 혹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의도된 행동으로 오해받는 것은 또 억울하니, 이 점은 제대로 어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이후에는 이런 류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다만 또 다시 유사한 일이 생긴다면 그 또한 나쁜 의도로 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만은, 이 모든 것을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주요한 문장이 될 것 같았다.
그러니 어느 경우라도 이 문장이 필요하지 않은 때가 없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들도 그랬지만,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행동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욕망 가득한 마음을 감당하기 위해 했던 많은 행동들의 결과가 생각보다 나쁜 방향으로 치닫게 될 때가 생기면 여지없이 이 문장을 동원해 자신을 포장하고 변명하기 위해 꾸며야할 테니까 말이다. 결과가 어떤지와 상관없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을 전달만할 수 있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나서 이 책의 표지 그림을 보니, 손으로 만들어내는 그림자놀이다. 이 또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느낌이다. 거짓으로 만들어내는 가짜 그림자. 실제와 다른 가짜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 가짜를 진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은 가짜라는 걸 들키고 또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가짜였다고, 하지만 나쁜 의도는 없었다며, 그제서야 손가락을 풀로 거짓으로 만들어냈던 그림자를 사라지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그렇게 하면 모든 문제 또한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제목이 주요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는 것인가를 이 제목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었다. 또한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안겨주기도 했다. 진정, 나쁜 의도는 없었던 것이 맞을까, 나쁜 의도만 없으면 되는 걸까.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우리의 민낯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는 것 같아, 우리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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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 2026-03-2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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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순간들을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그 장면을 이해하게 된다. 그때는 이미 지나버린 뒤이고,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까지 함께 따라온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렇다. 그들은 선택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설령 알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을 끝까지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삶은 언제나 그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판단은 느리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말은, 그것이 사과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 말은 어떤 책임을 지기 위해 꺼내지는 것이기보다, 이미 벌어진 일을 감당하기 위해 쓰인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다만 그때의 선택이 불가피했다고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이 책 속 인물들은 어떤 면에서는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공감을 불러낸다. 더 나은 쪽을 향해, 덜 불안한 방향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능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불쑥불쑥 요동치는 씁쓸함 속에서도 익숙한 감정들이 그 사이에 끼어들고, 한 번쯤은 비슷한 방식으로 지나온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자리에 놓였을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혼자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우리는 수많은 인간사의 얽힘 속에서 살아가고, 나의 선택과 누군가의 선택이 겹쳐지는 순간, 다른 한쪽은 밀려나기도 한다. 그 밀려남의 대상은 내가 될 수도, 내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리게 다가오는 것은, 이 사회 안에서 누군가가 이토록 자연스럽게 배제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열편의 단편 속 타인들은 익숙한 자신이기도 혹은 가까운 누군가이기도 하다.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말은 타인을 향한 해명이지만 자신을 향한 설득이기도 하다. 이미 지나간 선택들을 조금 덜 무겁게 받아들이기 위해, 혹은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지 않기 위해 반복되는 외침.

그렇게 말하는 것이 우리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삶의 장면 앞에서 정확한 답을 내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고, 우리에게는 서둘러 넘어가야 할 다음 장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되지 않은 것들을 그대로 둔 채, 우리는 또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반복 자체가, 어쩌면 삶의 형태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해는 언제나 지금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손원평 #나쁜의도는없었습니다 #창비 #도서추천 #서평

*도서증정 @changbi_insta (가제본)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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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2026-03-28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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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의를 압니다,『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알아주세요

【Changbi 창비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가제본 서평단】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소설집|손원평
출판|창비(@changbi_insta )


〔알아주세요,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나쁜 의도.〕

"고의를 빙자한 실수이든 아니든, 삐끗해서 일어난 사고에 구차한 근거를 변명으로 들이밀 때 사용할 것 같은 제목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무슨 일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가 제목이 되는 스토리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신청합니다."로 읽게 된 책은 단편 소설집이었다.

실수로 기분 나쁘게 스친 남과의 어깨 접촉사고 장면에서 할 대사처럼 "나쁜 의도는 없습니다"였다.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서 그 상황이라면. 의도 여부 무관하게, 상대방을 나쁜 사람이라고 여길지는 당시 기분이 판가름할 것 같다. 나쁜 사람이 될 일은 만무하다고 여기는 일상에 이런 종류 예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한 단편 모음이었다.

완독한 기분은 비가 와서 젖어버린 바람에 축축한 옷차림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탈력감이 드는 시간, 밤에. 하루를 복각하다가 씁쓸한 타이밍에 기분이 고정되어, 울적한 번아웃이 찾아올 것 같은 밤에, 읽었다. 난데없는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에피소드들이 마음의 어둠으로 독자를 소환시켰다.

"고통은 없을지도 몰라요. 범죄는 아니에요. 다만 사람이 있어요. 이런 어둠은 초면이시죠?"에 해당한다면 흥미로운 이끌림이 될 독서로 추천하는 책이다. 간간이 손원평 작가님의 표현에 자질구레한 현실 아픔과 걱정이 위트(wit)로 재미있게 읽혔다.

"p.59
—돈은 빛이에요. 조명이죠. 누군가의 머리 위에 달린 천사의 도넛이에요."


"p.95
꿈은 절망의 씨앗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어딘가 살고 있는 익명의 마왕으로부터】
완독 후기를 남기기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편은 「익명의 마왕으로부터」였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자리잡고 있는 마왕님께서, 누군가의 닉네임이 되어서 유머감각이 있을 것 같은 말투로 상상하게 만들었다. 어떤 모습의 마왕님일까. 본인을 낮추는 것 같지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p.104
안녕하십니까, 익명의 마왕입니다. 제게도 이름이 있지만 특정 캐릭터를 떠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왕이라고만 해두죠. 사실 전 대단한 마왕은 아닙니다. 악당 중에서는 꽤 하급에 속하는 저는, 어린이를 위한 시리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죠."


【기준은 '나'로 잡고, 나쁜 의도일지는 독자가 판단해보세요】
아니 불(不)로 시작하는 단어가 제목에서 출발해서 모조리 떠올랐다.
불행, 불운, 불온, 불편, 불명예, 불필요, 불만, 불평, 불구, 불멸…
그런 단어가 어울리는 주인공들이 사건을 겪고도 현실에 재기하고, 재귀하고 나아가듯. 나쁜 의도가 있었는지는 나뿐만 분명 알았다. 소설집 한 챕터가 끝나면 다음 새로운 단편이 있듯. 깨어나려면 오래 걸릴 것 같은 복잡함을 툭툭 머릿속에서 털고 일어나서 「딸과 깍 사이」의 소미처럼 오늘도 전진하자 다잡아보게 되었다.


"p.39
나는 내 모든 게 표백되길 바랐다."


"p.132
그리고 그거 아세요? 운이라는 놈이 한번 찾아오잖아요? 그럼 그때부터 삶이 의지랑 상관없이 급물살을 타요."


"p.224
하지만 그럼에도 소미는 시작해본다. 바늘이 바쁘게 실을 감아 한발짝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도달한 목적지는 전보다 근사한 곳이라는 걸, 엉키거나 후퇴하더라도 결국은 무사히 어딘가에, 어떤 상태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바늘의 작은 전진을 보며 소미는 확신했다."


【노래추천: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너드커넥션(Nerd Connection)】
안녕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오늘 날씨만큼 흐렸나요
화창하진 않았대도
자그만 행복이 깃들었길 바래요
나의 하루는 여느 밤과 같았어요
모든 게 미워지더니
그게 결국 다 후회가 되고
전부 다 내 탓이 돼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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