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5

[매일종교신문] 서평●변찬린의 『성경의 원리(상)·(중)·(하)』와 『요한계시록 신해』를 읽고



[매일종교신문] 서평●변찬린의 『성경의 원리(상)·(중)·(하)』와 『요한계시록 신해』를 읽고

서평●변찬린의 『성경의 원리(상)·(중)·(하)』와 『요한계시록 신해』를 읽고

김탁 2019-07-03


ᄒᆞᆫᄇᆞᆰ 변찬린(1934 – 1985, 이하 ‘ᄒᆞᆫᄇᆞᆰ선생’이라 함)의 유작인 『성경의 원리(상)·(중)·(하)』와 『요한계시록 신해』가 최근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재발간되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발행된 책들이 다시 독자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신종교연구가인 필자에게 한국의 풍류사상과 그리스도교의 성경이라는 문서가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문서로 입증한 종교연구가가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저자는 호를 ‘ᄒᆞᆫᄇᆞᆰ선생’이라고 할 정도로 동이족의 바탕사상에 조예가 깊었다. 심지어 「聖書와 易의 邂逅」( 『증산사상연구』 4집, 1978)에서는 “正易이 나온 艮方인 韓國人의 智惠가 아니면 聖書도 正解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선언까지 하고 있다.







▲ (변찬린, 『성경의 원리(상)·(중)·(하)』와 『요한계시록 신해』 한국신학연구소, 2019)




ᄒᆞᆫᄇᆞᆰ사상과 풍류사상의 관점으로 해체주의적 성경읽기



ᄒᆞᆫᄇᆞᆰ선생은 성경 속에 선맥(僊脈)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독창한 시각 아래 성경은 선(僊)을 은장(隱藏)한 문서라고 규정한다. 에녹과 멜기세덱과 엘리야와 모세와 예수로 이어지는 도맥(道脈)을 밝히려는 그의 시도와 연구는 동방의 지혜에 기초하여 성경을 해석한 『성경의 원리(상)·(중)·(하)』 와 『요한계시록 신해』, 일명 『성경의 원리』 4부작으로 결실을 맺었다. 나아가 에녹, 멜기세덱, 엘리야, 모세, 예수 등은 죽지 않고 승천했으며,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변화체가 되어 우화등선(羽化登仙)하여 산 자의 맥을 계승했다고 주장한다. 바로 여기서 동양적 선(僊)의 맥락에서 성경을 해석하려는 독창적인 그의 해석과 시각이 엿보인다.



성경은 ‘상징과 비유’가 반짝거리는 종교텍스트로 규정한 ᄒᆞᆫᄇᆞᆰ선생은 죽지 않고 승천하는 엘리야적 선맥과 죽었다 시해선(屍解仙)하는 모세의 선맥(仙脈)이 있다고 주장하며, 원래 인간은 영육(靈肉)이 아울러 죽지 않는 신령한 변화체가 되어 영(靈)으로 선화(僊化)되어 승천하게 되어 있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그는 인간이 타락하지 않았다면 예수는 죽지 않고 수렴되는 ‘변화의 통로’ 즉 엘리야와 에녹의 승천에서 보여준 선화(僊化)의 길로 인간들을 인도했을 것이며, 예수는 죽었다 살아나는 ‘부활의 통로’를 개척한 인물이라고 강조한다. 즉 바람과 같은 존재 즉 풍류체(風流體)를 이룬 존재는 선화되고 영화(靈化)된 존재이며, 이는 모든 인류가 지향해야 할 창조적 진화의 목표이자 이상이라고 주장하였다. 예수의 몸이 풍류체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요한복음에서 찾아낸 저자는 ‘거듭난 사람’은 풍류체가 되는데,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은 바람과 같은 절대 자유한 존재로서 율법과 죽음에서 해방받은 자로 규정한다. 따라서 진리로 자유하게 된 존재는 풍류체가 되어 무애 자유한 거듭난 사람으로, 즉 ‘닫힌 문을 열지않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제자와 생선도 먹는’는 영과 육이 쌍전한 생명의 신실재인 영(靈)으로 다시 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풍류체의 속성을 성경적 맥락에서 해석한다.



한편 ᄒᆞᆫᄇᆞᆰ선생은 신약에는 야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야웨는 구약의 종들에게 하나님의 구약적 섭리를 위하여 천사에게 방편으로 붙여준 이름으로서 이스라엘 민족신의 이름이며 군신(軍神)의 이름이었다고 갈파하였다. 구약에 나타난 야웨는 잔인하고 두려운 질투의 신인 이스라엘의 지방신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예수는 하나님을 ‘야웨’라고 부르지 않고 아버지라고 부르며, 신 이름의 정체성을 각인하는 서구신학의 신관을 비판하며, ‘이름없는 신관’을 주장한다. 이는 유영모가 말하는 ‘없이 계신 하나님‘, 김경재의 ’이름없는 하나님’‘과 어떤 면에서는 상응한 해석을 하고 있다.





유교와 불교, 도교 등 다른 종교와 차연(差延 , différance)적 대화



기독교에서 터부시 하는 불교적 사유체계인 윤회론을 성서해석에 도입하여 대화를 시도하는 담대한 종교사상가의 면모를 보인다. 인간은 생명나무가 있는 참 하늘을 개명하기까지 무수히 윤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명의 윤회바퀴 속에 살지만, 예수의 복음을 신앙하는 성도들은 재림 예수가 도래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을 개명할 영의 시대에 육신을 쓰고 다시 한 번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마지막 단 한 번의 윤회를 성경은 부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리아의 전생이 입다의 딸이며, 세례 요한의 전생이 엘리야라고 주장하여, 윤회의 개념을 성경해석에 응용하는 독특한 시각을 펼쳐보인다. 더불어 유일신과 유일사상은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형성된 성경을 잘못 해석한 자들의 망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ᄒᆞᆫᄇᆞᆰ선생은 동방의 전통종교들인 유·불·선은 차자(次子)의 종교로서 ‘고등종교’이므로 이들 종교도 참 하나님을 찾아가기 위한 좋은 종교라고 강조한다. 물론 그는 생명나무인 예수의 진리는 장자(長子)의 종교라고 주장한다. 특히 ᄒᆞᆫᄇᆞᆰ선생은 예수가 일으킨 여러 기적들을 불교적 용어인 타심통, 천안통, 누진통의 차연적 해석을 통해 여섯 가지 도통(六神通)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동방박사 세 사람을 유, 불, 도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종교의 선한 사람들도 다 구원을 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물론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서 구원받은 자들은 둘째 부활을 통해 하늘나라에서 차자가 될 사람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이마에는 하나님과 예수의 인(印)이 찍히지 않으며, 첫째 부활에 참여할 14만 4천 명만이 장자들이 되어 머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차연적 대화와 해석을 통해 성경사건을 인류의 열린텍스트로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구약에 나타나는 만나경제를 하늘경제의 모형으로 보고, 예수가 행한 오병이어(五餠二魚)경제와 사도들이 행한 유무상통의 경제와 맥락이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병이어는 다섯 여인과 두 남자라는 일곱 부자의 상징이라고 해석한다. 다시 말하면 기존 전통신학의 예수의 일회적인 기적사건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저자는 오늘 날 우리가 재현되어야 할 사건으로 성경텍스트의 맥락안에서 논증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인간의 심령 속에 세워진 성전과 교회는 영원한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종교꾼들과 종교상인들이 세운 건물교회에서 하루빨리 탈출하는 자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종교개혁가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종교개혁가로서 성경해석의 새 지평을 열다



『성경의 원리』 4부작은 구약의 연장이 신약이 아니며, 신약은 구약을 단절하면서 높이 도약 비상하여 새 마당을 연 텍스트라고 평가한다. 이는 마치 인간이 육·혼·영으로 형성되었듯이 인간구원의 텍스트인 성경도 육적 차원의 구약성경, 혼적 차원의 신약성경, 영차원의 요한계시록으로 이루어져 하나님의 구원사업의 큰 꿈을 그린 문서라고 것이다. 따라서 성경은 기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텍스트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으로 성경을 주체적으로 해석한다. 교리적 편견과 교파적 아집을 극복하여 성경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경으로 성경을 해석한다”는 대전제 아래 성경의 각 구절들을 활용하여 독창적인 성서해석학의 전범을 제시하였다. 한국 신학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모색한 저자의 업적은 오늘날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의 ᄒᆞᆫᄇᆞᆰ성경해석학의 위상과 가치에 대해서는 후학들의 꾸준한 연구와 평가작업이 뒷받침되어야 하겠다.



총평하자면 ᄒᆞᆫᄇᆞᆰ선생은 성서 해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한국적 기독교 해석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그를 동방 전래의 ‘신선’사상을 풍류도로 규정하고 이를 선맥(仙脈)으로 자리매김하여 성경을 해석하려했던 풍류신학의 창시자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적 신학의 개척적 연구자요 서구신학의 토착화에 앞장섰던 선구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2백 여 년의 한국기독교의 역사에서 저자만큼 성경의 각 구절을 참구하여 하나의 조직적인 체계화를 시도한 저작이나 인물이 또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는 한국적 기독론의 모색을 통해 새로운 성서해석을 시도했다. 그러므로 그는 한국 신학의 독창성을 부각시켜 성경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아집과 독선과 오만으로 방대한 신학체계를 만들어 그 속에 하나님을 유폐시켜버린 신학의 지붕을 뜯어내는 길만이 예수를 만날 수 있는 길이라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 필자 김탁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증산 강일순의 공사사상』이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의 종교사상과 예언사상을 체계화하는 것이 관심분야이다. 주요 저서로는 『증산교學』(1992), 『한국종교사에서의 동학과 증산교의 만남』(2000), 『한국의 관제 신앙』(2004), 『정감록』(2005), 『증산 강일순』(2006), 『한국의 보물, 해인』(2009), 『조선의 예언사상(상, 하)』(2016), 『일제 강점기의 예언사상』(2019) 등이 있다. 주요논문으로는 「한국 신종교에서 보는 그리스도교」 등 40여편이 있다.





기사입력 :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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