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5

정철승 "제국의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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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승
irmtutS21gpSho Fecbrunsnaorgerydu ·



제대로 된 책이라면 한 문장으로 핵심 메시지가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그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핵심 메시지는 '정의는 쉽게 정의될 수 없고 계속 숙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존 롤즈의 "정의론"은 '사회적 정의는 제도를 만드는 자와 그것을 향유하는 자를 분리시킬 때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난해하기로 유명한 "주역"의 한 줄 메시지는 '인간의 운명을 비롯한 삼라만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에는 질서가 있다'는 것이고, 사마천 "사기"의 핵심 메시지는 '역사에도 옳고 그름의 영구불변한 척도가 있다'는 것이다.
 
수년전 큰 물의를 빚었던 박유하씨의 책 "제국의 위안부" 논란때, 박씨를 두둔하던 이들이 자주 하던 말이 '책부터 읽어보고 비판하라'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 말을 크게 히트친 광고카피처럼 어떤 교활한 자가 지어낸 사이비 논리라고 생각하여 무척 괴씸하게 여겼었다.
 
그 이전까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책의 저자를 두둔하는 사람들이 '책이나 읽고나서 비판하라'는 뻔뻔스러운 언사를 한 적은 없었다. 논란이 된 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도리어 그 책부터 읽으라고 말하는 파렴치함은 정상적인 양식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를 두둔하고 싶다면 그 책의 핵심 메시지를 한 마디로 설명해주면 될 일이다. 여지까지 나는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의 한 줄 핵심 메시지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이유가 뭘까? 핵심 메시지를 말하는 순간 더 이상 두둔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일 게다. 아니면 두둔하는 이 자신도 그 핵심 메시지를 모르던가..
 
내가 현재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만화가 윤서인을 두둔하는 사람들조차도 '윤 작가의 포스팅과 동영상을 제대로 본 후에 비판하라'고 말하는 이는 없었는데, 그러나 내가 지난 한 두 주 동안 쭈욱 읽어보니 윤의 발언 중 90% 가까이는 상식적이었다. 문제는 10% 남짓한 발언과 주장 중에 그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사회적 분열과 반목의 조장, 우리 역사와 사회에 대한 비하, 혐한, 일본과 미국에 대한 무비판적 추종 등..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것이다.
 
누가 "책부터 읽고 비판하라"고 말한다면, "그 책의 핵심 메시지를 말해달라. 듣고 나서 읽겠다"고 되물어 보라. 상대가 제대로 대답한다면 그 책은 비로소 한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 게다..

2KHun-Mo Yi, 孫永坤 and 2K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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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샌델: 정의를 말하면서 세상의 진짜 부정의, 제국주의와 계급사회의 모순, 인종청소와 학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숙고해봐야 합니다. 현실을 왜곡하거나 사실을 감추는것은 기만입니다. 샌델의 책을 흔히 어렵다고 하는데, 그것은 진실을 회피하고 근본을 기피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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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곡을 찌르는 말씀입니다. 스티브 호킹에게 우주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우주 얘기 하지 말란 말과 똑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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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자들이 잘 하는 것이
    10%의 악의를 담은 핵심주장을 90% 상식적 말장난으로 교묘하게 군중을 바보로 엮는 교활한 기술이에요.
    당연히 안넘어가는 똑똑한 사람들이 꽤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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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개 책의 핵심 메시지가 책 제목이라고 저는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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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 그러네요!
    90과 10의 디테일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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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그 카피에 넘어가서 돈주고 책을 사서 읽은 놈입니다. 아이고 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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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래 가짜뉴스도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
    저는 박유하 교수한테 쏟아지던 비난과 법적 제재가 너무 가혹하단 생각은 들지만, 그와 별개로 그 분이 말하고 싶은 게 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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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램지어 문제의 핵심은, 그의 전 인생이 걸린 한 줄 요약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전제가 틀렸다는데 있고, 박유하의 저것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서, 학문의 자유를 오염시켰다고 봅니다.
    램지어의 망령된 도발이 오히려 세계적 화제(!)가 되어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이 나온 91년부터 촉발된 위안부 문제의 정도를 바로잡는 한 계기가 되는 역설을 목도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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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년전 혼자 미치고 팔짝 뛰던 .. 읽고 나서 얘기해. 라던 그녀의 무리들. 읽고나서 지적하면 문해력이 딸린다고 말하던 박유하 사단들..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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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소...!!!! 한 줄로 요약 가능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그게 정상이고요. 국부론도 한 줄 요약하면 노력해서 번 돈이 최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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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참칭 내지 수꼴을 이해해주려할리는 없고 정제와 성찰이 상당히 결핍된 가운데 자기 도그마에 빠져 논리를 무리하게 펼치려는(과시하려는일수도 있겠군요) 지식인들을 이따금 보게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진보인양하는 그런이들과 진보는 별루 관계도 없음을 느끼면서 씁쓸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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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않고 일단 사서 사용해봐라.
    이런 상품은 대부분 불량품일 가능성이 많은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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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중요한 독서법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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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그래서 대표님의 번역작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 가'의 제목에 저서의 핵심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해 제목만 열씸히 읽었....아,아님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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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격적으로 내공이 나오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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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지어는 그녀의 말에도 핵심을 찾기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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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말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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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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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역시 말에 논리와 깊이가
    느껴집니다. 전 항상 변호사님의 글로 인해 사고하는 법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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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마우스라는 가짜유튜버 잡는 유튜브팀은 윤서인 공략,파훼의 핵심을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를 봐야 한다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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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분에 굴지의 책 여러권 방금 뗐습니다!! ㅎㅎ
    이 글의 메시지도 달달 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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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예를들어 수백명 카톡방에 음란물 동영상을 게시 한 인간을 고소하러 경찰서 갔더니만...음란물을 봤냐?고 조사관이 묻기에 어쩔 수 없이 보긴 했는데요.구역질 나서 죽는줄 알았네요.
    안봐야 되는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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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맘에만 맴돌던 갑갑함이
    다 풀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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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싸움이든 작은 싸움이든간에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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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문맹은 없지만 독맹은 많다고. 의심없이 논리없이 뇌에 넣는데만 익숙. 저자 머리속을 들여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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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아!!!!! 맞네
    인강을 듣는데 이영훈책을 욕하면서 읽었다고 그래서 정말 아니라며 그러더라구요. 정말 읽어봐야 댓글이라도 쓸수있나 했는데~~~ 그게 아니였네요. 더러운책 잡기도 싫으니 핵심을 알려주면 비로소 읽어보겠다. 완전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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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악마가 숨는 방법. 100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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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을 챙기기 위해 이런 파렴치한 매국노짓을 하는거죠 그들에게서 그 돈을 빼았으면 속상해서 스스로 죽습니다. 그게 최선의 정의 구현입니다. 돈만된다면 뭐든 한다는 뻔뻔한 생각인거죠. 20년동안 체계적으로 가진돈까지 다 빼앗기면 획 돌아버릴겁니다. 그들에게는 돈이 종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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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나 핵심 메시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변호사님 역시 멋진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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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읽어보려고 시도했는데 초반부부터 너무 거부반응이 일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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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문도 절대로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는... 아니 오히려 가치중립이라는 벽 뒤로 숨어서는 안된다는... 인간의 모든 사고와 활동은 긍정적 발전을 지향을 때 의미가 있는거니~ ^^ 요컨대 그분(?)의 연구(라고 할 수 있을지...)는 해서는 안되는 잘못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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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벨스였나요..
    90%진실에 10%거짓을 섞어라...
    누구나 90%는 상식적이고 젊잖다고 하네요. 전광훈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그렇게 젊잖은 분이라고 하던 분도 있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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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서인의 핵심 메시지는 ‘이승만 만세’ 아닌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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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위 진보라 자처하는 자들 중에서도 읽어보고 비판하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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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ries Stickers in Feed a heart with a hand snapping its finger in front of it st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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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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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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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전 읽었던 '상자밖의 사람 상자안의 사람'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납니다
    요약해서 그들에게 적용하면(^^) '나의 불합리한 논리를 합리적으로 만들려면 자기혼자 상대방의 수준을 끌어내려 자신보다 못한 사람처럼 생각하는 정신승리를 하면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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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핵심메시지가 잘 와닿네요! 격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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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그러네요....
    왜 똥을 내돈들여 먼저 찍어먹어봐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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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줄 메세지가 궁금합니다
    책을 읽어보거나 구글링하며 많은 시간 낭비할 생각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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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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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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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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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지당하신말씀~~~
    똑띠하신 울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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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옳으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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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썩어서 냄새나고 파리가 우글거리는 생선을 썩었다 하니..
    "먹어보고 나서 비판하라"는 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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