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미국은 북한과 현실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
비핵화라는 목표를 당장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단계적으로 핵의 위협을 줄여갈 수는 있을 것열린광장 세계의 시각 2021.04.12 0 COMMENTS
편집자주:
보수성향의 미외교전문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연구센타)조차도 이제는 북한의 핵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비핵화에 앞서 핵무장력의 동결 내지는 감축을 위하여 단계적 협상을 통한 제재의 완화내지 양보를 제안하고 나서는 모양새이다. 다만 이들은 여전히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미국의 일방적 오만함과 대북위협이 아니라,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불량국가 또는 악의 축으로 행동하였다는 견강부회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핵무장의 모든 책임은 일차적으로 미패권주의에게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김정은이 매우 다루기 힘든 외교정책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바이든의 전임자들은 전쟁만 빼고 북한에 대한 모든 접근을 시도해왔다. 수십 년 동안, 전임 대통령들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포함하여 다양한 제재를 점차로 강화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외교의 문을 열어 두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재와 분노fire & fury’라는 수사를 통해 군사행동의 위협을 증폭시킨 이후, 2018년과 2019년에 세 차례의 정상 회담을 열어 김정은을 설득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시도하였으나, 이에 실패했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빠른 속도로 핵무기의 생산을 지속하여 왔다. 이에 대한 추정치라는 견해들은 다양하지만, 북한은 연간 12개의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하며, 현재 총 6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일본과 한국을 타격할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외에도 미국본토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다. 북한이 혹시 완성된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미국인들은 더 이상 북한의 핵공격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북한의 핵능력은 신속히 발사할 수 있고, 탐지하기 어렵고, 미사일 방어체계로 멈추기 어려운 운반체의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가 2017년에 계획했던 것으로,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끔찍한 구상이다. 그러한 타격으로 북한의 전체 무기고를 제거할 가능성도 낮지만, 동아시아에 지역전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며, 잠재적으로는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의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강수의 모험적 외교는 커다란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지만 2018년과 2019년에 진행된 트럼프의 시도보다 성공적일 것 같지는 않다.
이달 초 바이든 행정부가 비공식 접근을 시도하였지만 북한은 이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평양은 공식적인 포용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제재를 계속 시행하는 고립전략은 전쟁이나 외교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겠지만,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더욱 확장하는 것을 방치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접근할 수 있는 제3의 다른 방법이 있다. 제한적 선택이라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김정은에게 완전히 핵의 무장을 해제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추가적인 핵무기의 개발을 늦추며 전쟁의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김정은의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보다 북한의 핵능력을 동결하거나 부분적으로 철회시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미국은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되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현실적인 협상을 시도하면서 위협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워싱턴은 제한된 핵무기의 통제라는 접근이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전략은 무조건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낡은 방식이긴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달성하고자 기대하는 바를 분명히 한다면, 현재의 시점에서 다른 선택보다 현실적이다.
일본이나 한국의 안보를 해치지 않으면서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명백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면, 북한에 새로운 양보를 하지 않는 핵무기 통제협정은 현재의 교착상태에 비해 상황을 호전시킨다. 다만, 혹시나 잘못된 합의에 이르면 지금의 현상유지보다 나쁠 수도 있다.
‘주고받기’ 협상 GIVE AND TAKE
미국이 추구하는 핵무기통제의 범위는 북한의 영변 핵연구소 폐쇄부터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생산 중단까지 다양한 규제를 설정할 수 있다. 미국은 또한 북한과 전략적 대화를 통하여 부주의로 인한 전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아마도 일방적이겠지만) 조치를 추구할 수도 있다.
워싱턴 당국은 미국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북한의 핵능력을 제한하고 북한이 아직 실현하지 못한 기술의 습득을 포기하는 것에 초기의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핵탄두 자체보다는 주로 운반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장거리 고체연료 미사일, 다중 재진입의 수단 및 ICBM탄두의 개발, 테스트, 생산 및 배치에 대한 제한 또는 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상기에 언급한 능력에 도달하면, 북한은 짧은 시간의 경고로 신속하게 미사일을 발사하여 미국 본토를 성공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잠재적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이 쉽게 “사용가능”하다 간주하고 따라서 미래의 위기에 매우 큰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는 전술적 핵무기의 개발을 금지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핵분열성 물질의 생산을 동결시켜 북한이 핵무기의 규모를 늘리는 것을 막는 것도 매우 가치있는 검토대상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평양의 핵무기 규모만이 아니라 무기의 성능 즉 품질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바이든 행정부는 실질적인 양보에 대한 대가로서 북한의 핵무기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과 더불어 핵탄두 운반시스템의 개선을 멈추는 합의에 이르도록 체결의 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한의 역량을 제한하는 실제적이며 검증이 가능한 합의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일방적 제재의 해제 또는 북한의 수출 또는 석유수입에 대한 유엔 제재의 일부 철폐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협상조항을 남용한 탓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속이는 경우를 대비하여 2015년 이란핵협정 조항에 포함된 것과 유사한 “스냅-백 메커니즘(위반시 원천무효)”조항을 고집해야 한다.
제재완화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고, 쌍방의 연락사무소(트럼프가 하노이에서 열린 2019년 김정일과 정상회담에서 거론했던)를 설치하고 남북간의 공동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은 제재완화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건없이 핵무기통제의 거래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김정은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빠르고 정확하게 타격하는 능력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대해, 이를 즉각 거부하지 않는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매우 강경한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이다. 북한의 검증가능한 양보에 대하여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제안한 내용은 나쁜 거래였으며, 이는 작은 합의라도 도달하기에는 미국과 북한이 얼마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지 상기시키는 좋은 경험이다.
당시 북한은 2016년과 2017년에 통과된 5개항의 유엔결의안에 따른 북한의 수출에 대한 심각한 제재를 완화시키는 대가로 영변 핵연구시설 (핵무기 재료의 유일한 공급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오래된 단지)의 영구해체를 제안했다. 철과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 수입의 철폐, 김정은은 이것이“ 부분적인” 제재완화 라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제재의 철폐는 북한이 미국이 중단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에 다시 투입할 수 있는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할 것이다. 트럼프가 이러한 제안을 거부한 것이 옳았으며, 바이든도 이런 식의 일방적인 거래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동맹을 유지해야 KEEPING ALLIES ONSIDE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핵무기 통제협상을 추진하기로 결정한다면, 미국의 가장 중요한 지역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과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일부 관리들은 장거리 미사일에 초점을 맞춘 일단의 제한적 거래가 북한의 핵보유 상태를 영구적으로 용인하고, 양국에게 특히 위협적인 단거리 능력을 제자리에 남겨둘 것이라고 걱정한다.
김정일의 요구에 따라 한미연합군의 군사력과 태세를 축소 조정하고 북한의 취약성을 보완하여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공격에 노출되도록 허용한다면 지역안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Biden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에 대한 제한을 추구하면서, 김정은 이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한일 동맹국과 심지어 미국국토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미사일 방어의 축소를 요구할 수 있다.
핵공격 능력을 지닌 미군 폭격기와 미사일 및 항공모함의 지역 배치 제한 또는 한국의 급증하는 미사일 프로그램 또는 “킬 체인”전략에 대한 제한, 즉 임박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북한의 포병과 미사일에 대한 선제공격능력의 축소를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북한이 회담을 통해 국제적으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미국과 동맹국 간의 간격을 형성하려는 전략과 일치한다. 따라서 바이든은 협상과정에서 지역의 억지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하고, 동맹국에게 어떤 양보를 야기하는지 확인하고, 북한의 호혜적 행동이 과연 그에 상응하며 검증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조치가 중국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대의 경우도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이 지역에 배치하면 북한과 핵무기의 통제회담이 거의 확실하게 무산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합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동맹국의 우려가 아니라 검증에 대한 북한의 저항이다. 북한과 협상은 어렵지만, 지난 역사는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은 자의적 강제검증 조치, 특히 국제사찰단의 파견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군사공격을 위해 미리 핵시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북한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와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하기 위한 기본협정에 서명한 후 국제사찰단이 영변시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8년이 지난 후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는 사실(켈리 보고서)을 발견한 후 합의가 붕괴되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의회 특히 공화당의 동의를 얻으려면 검증이 강력해야 한다. 2015년 이란핵협정은 주요 핵시설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국제조사관에게 신고되지 않은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들과 심지어 소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협정이 불충분하게 투명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이란 수준의 검증에 한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핵연료의 제조에 관련된 특정 장소에 초점을 맞춘 협상인 경우, 검증에 대한 동의는 쉬울 것이다. 국제조사단이 해당 유형의 작업에 경험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두 또는 미사일 생산과 관련된 시설을 다루는 지역의 조사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정보역량이 미진한 내용을 채울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지조사는 불가피하다.
가치가 있는 시도 WORTH A SHOT
핵무기통제라는 접근법은 실패한 미국의 다른 대북 전략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그것이 작동가능한지 테스트해야 한다. 작년은 1990년대의 대기근 이후 북한이 가장 힘든 해였다. 김정은 정권이 중국과 국경을 폐쇄하는 등 코로나-19로부터 국가를 구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제재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혔다. 북한은 과거의 경제적 압력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현재의 핵 및 미사일 능력에 대해 충분히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해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일부 규제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접근의 전략은 핵무기통제가 비핵화에 비하여 사소한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위험이 없다거나 달성하기가 쉬울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먼 목표와는 달리, 제한된 핵무기 통제협정은 미국의 다른 정책목표들과 단기간에 긴요한 절충안을 강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접근법들이 실패한 것을 감안할 때, 핵무기통제라는 접근은 적어도 한번 시도할 가치가 있다. 바이든이 북한의 공허한(이행하지 않을) 약속에 대한 대가로 조기제재라는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최악의 경우라도 현재의 격리 체제라는 출발점의 상황으로 되돌아오는 것뿐이다.
출처 : Foreign Affairs(포린어페어) on 2021-03-25.
Eric Brewer & Sue Mi Terry
양인 모두 전략국제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으로 국가안보위원회와 국가정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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