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명의 전략적 함의
[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기자명 곽태환 입력 2025.06.29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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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은 필자가 평소에 존경하는 정동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으로 다시 임명한 것과 함께 이종석 국정원장을 임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 너무나 잘한 전략적 결단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간 직접 대화와 교류 확대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정 통일부 장관이 20년 만에 같은 자리에 선 것은 퍽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임명은 단순한 인사 이상이다. 남북 간의 불신이 극에 치닫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가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책임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동영 장관은 북한과 직접 소통해온 몇 안 되는 남측 정치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단독 면담, 개성공단 실현, 9·19 공동성명 체결 등 실질적인 성과는 물론, 대북특사로서 평양을 직접 방문해 신뢰를 쌓은 이력은 그를 ‘북한과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돌파구로 기능할 수 있는 살아있는 수단일 것이다.
그가 일관되게 강조해온 “평화는 철학이다”라는 신념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넘어, 남북관계를 지속 가능한 상호 인식과 신뢰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포석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에 기반한 남북관계 구상을 강조해왔다. 강경 일변도가 아닌, 조건 없는 대화와 상호 신뢰 복원을 우선시하는 기조는, 정동영 장관의 임명과 정확히 맞물린다. 두 사람의 오랜 정치적 인연은 물론, 정책적 기조도 분명하다. 이번 인사는 ‘정무적 신뢰’와 ‘정책적 경험’을 동시에 반영한 인선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정체를 넘어 단절 상태에 있는 지금, 북한을 직접 만나 대화해본 남측 인사는 손에 꼽힌다. 특히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전력이 있는 유일한 현직 장관이라는 점에서, 정동영 장관은 단순한 정책 담당자가 아닌 상징적 대화 창구다. 북한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기존 경험이 이번에도 작용할 수 있으며, 그 존재만으로도 대화를 시사하는 정치적 신호 효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대만큼이나 경계의 시선도 존재한다. 과거 '퍼주기 논란'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은 여전하며, 국제사회 역시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 없는 대북 우호적 정책에 회의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창구가 닫힌 상황에서는 누가 실질적으로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가, 현실적 대안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정동영 장관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모두 지닌 만큼,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해법을 갖고 남북 대화를 설계할 수 있는 적임자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동영 장관의 귀환은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대화의 시간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문이 너무 오래 닫혀 있으면, 열쇠조차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 문을 다시 맞추고 돌려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점일 수 있다.
그가 대북특사로서 축적한 신뢰, 이재명 새 정부의 의지, 그리고 변화된 국제 환경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릴 때, 단순한 ‘귀환’은 대화와 협력이라는 현실적 전환의 첫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정책제언: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단기 정책방향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단기 정책 과제를 중심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 접근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1) 남북 직접 소통 채널의 복원, (2) 초당적 대북정책 조정 기구의 구성 및 투명성 강화, (3) 해외동포와의 연계 및 공공외교 확대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단기 정책 제언은 남북 간 신뢰 재건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3개 단기적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남북관계의 핵심은 대화와 소통이다. 현재 남북 간 직접 연락 수단이 모두 단절된 상황에서는 단순한 오해조차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조치가 요구된다: (1)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재가동: 공식 소통 창구의 복원은 상징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갖는다. (2) 군사 핫라인 복원: 군사적 우발 상황에 대한 즉각적 대응 시스템을 재구축함으로써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3) 신뢰 구축 조치(CBMs): 합동 군사연습 조정, 정보 공유 확대, 군사 통보 제도 복원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초당적 정책 조정과 국민적 합의도출이 필요하다. 대북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정책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건의한다. (1) 국회내 여야가 참여하는 대북정책 조정협의체 설치를 통해 정책 방향을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국내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2) 투명한 정보공개: 대북지원 내역을 분기별로 국회 및 대국민에게 보고함으로써 '퍼주기' 논란을 해소하고,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인다. (3) 언론과의 협력 확대: 정책 내용과 추진 결과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로 국민에게 설명함으로써 정책의 정당성을 강화한다.
셋째. 해외동포와의 연계 및 공공외교를 확대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 특히 한민족 정체성을 공유하는 해외동포들과의 소통을 통해 보다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업을 촉구한다. (1) 정기 학술세미나 및 포럼 개최: 정부 주도의 행사뿐 아니라 민간 연구기관과 협력한 평화 포럼 등을 통해 정책 방향성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특히 미주 동포와의 연계 강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외교를 강화함으로써 국제적 연대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2) 문화·정책 복합형 외교 모델: 대북정책에 대한 단순 설명을 넘어서, 문화 콘텐츠와 연계된 창의적 접근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필자는 남북관계의 단절 국면에서 즉각적으로 추진 가능한 정책 과제를 중심으로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첫째, 직접 소통 채널 복원을 통한 긴장 완화와 신뢰 재건, 둘째, 초당적 협의체 구성과 정보공개의 제도화를 통한 정책 지속성 확보, 셋째, 해외동포 연계를 통한 공공외교 확대이다.
이러한 단기 전략들은 단순한 관계 개선을 넘어서 향후 장기적인 평화·통일 전략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통일부의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장관급 부처로 머물 것이 아니라, 통일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중장기적인 한반도 비핵화·평화·통일정책 연구와 집행을 선도하는 전략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권교체 때마다 흔들리는 남북 정책의 일관성을 보완하고, 한반도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이보다 중요한 구조적 개편은 없을 것이다.
정동영 장관의 귀환이 단순한 인사 발표에 머물지 않고, 대북정책의 새로운 접근으로 남북관계의 대화 복원과 새로운 통일전략 체계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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