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종족주의 사태’와 한국사 연구의 탈식민 과제『Anti-Japanese Tribalism』 and the Postcolonial Tasks of Korean History
백산학보
2020, vol., no.116, pp. 233-256 (24 pages)
발행기관 : 백산학회
김헌주 /Kim Heonju 1
1연세대학교
초록
본 연구는 반일 종족주의 출간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 즉 ‘반일 종족주의 사태’를 분석하고, 그 식민주의적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대중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반일 민족주의 신화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사 연구의 탈식민 과제를 제언하고자 했다. 2019년 7월에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 는 비슷한 시점에 불거진 한일 무역갈등과 맞물려 큰화제를 몰고 왔다. 각계각층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져 나왔지만, 한국에서 10만 부 이상, 일본(일어판)에서 30만 부 이상이 판매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 현상을 ‘반일 종족주의 사태’라고명명하였다. 이 책은 학술서와 대중서, 정치적 선전물 사이에서 줄타기했다. 특히 정치적 선전물의 성격이 강한데, 이는 책의 핵심개념인 ‘종족주의’가 레토릭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아울러 한국사 연구 전반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연구 성과를 자의적으로 전유했고누락했다. 자가당착적인 서술도 많았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조선총독부 고서분서설, 만주 고토회복론에 입각한 대고조선론 등이 대중적으로 유포 소비되고 있다. 반일종족주의 와 같은 역사인식이 확산된 배경의 하나였다. 이제 일국사적 시각의 확장은 물론이고, 마이너리티 문제나 생태환경사와 같은 대안적 역사서술이 요청된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social impact caused by the publication of the book Anti-Japanese Tribalism , that is, the ‘Anti-Japanese Tribalism syndrome’, and to criticize the colonial historical awareness of this book. At the same time, I would like to propose the postcolonial task of Korean history research to overcome the popularly reproduced anti-Japanese nationalist myth. Chapter 1 deals with the development and influence of the Anti-Japanese Tribalism syndrome. Anti-Japanese Tribalism , published in July 2019, has caused a sensation in line with the trade conflict between Korea and Japan that erupted at a similar time. Although criticism has been poured out from all walks of life, more than 100,000 copies have been sold in Korea and more than 300,000 copies have been sold in Japan. This study names this phenomenon the ‘Anti-Japanese Tribalism syndrome’. Chapter 2 analyzes and criticizes the narrative strategy and political intention of the book. Specifically, this study analyzed that this book is walking a tightrope between academic books, popular books, and political propaganda, In particular, it is more of a political propaganda, which is also proven in that tribalism, the core concept of this book, functions as a rhetoric. In addition, while the overall study of Korean history of this book was criticized, this chapter also pointed out that there were many self-contradictory descriptions such as arbitrary exclusive use and omission of research results. Chapter 3 suggests overcoming anti-Japanese nationalist myth that is inherent in the narration of Korean history. It is necessary to realize that there are widely believed mythes regarding Korean history such as the belief that Japanese governor-general had burnt out Korean ancient books and the theory that Gochosun, the ancient Korea, used to be wide up to Manchuria and we have to recover the territory. This situation should not be ignored in understanding the spread of historical perception of Anti-Japanese Tribalism . This chapter suggests that alternative historical narrations such as expansion of the historical view of Korea as ‘one country’, research of minority issues, and ecological environment history are needed in order to overcome these probl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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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민족주의,
한국사 연구,
탈식민 과제
Anti-Japanese Tribalism, Colonial Historical Perception, Anti-Japanese Nationalism, Korean History, Postcolonial Tas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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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J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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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란 무엇인가? 뉴라이트 역사관의 결정판 {반일종족주의}(2019)를 통해 뉴라이트 역사관의 핵심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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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관장 인선 이후 다시 '역사전쟁'이 불붙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던진다. 대통령과 이 정부 주요 인사들은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역사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왜 식민지배를 찬양하고 민족해방운동을 부정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선 '뉴라이트'와 식민지근대화론의 본질에 다가갈 필요가 있다. 특히 뉴라이트 역사관의 결정판 {반일종족주의}(이영훈 외, 미래사, 2019)의 논리 구조를 이해해야만 한다. 마침 4년 전에 관련 논문(‘반일 종족주의 사태’와 한국사 연구의 탈식민 과제, {백산학보} 116, 2020)을 쓴 적이 있기에 그 글을 바탕으로 약간의 정리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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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란 과연 무엇인가? 원래 '뉴라이트'는 전향 주사파들이 주도한 보수세력의 돌격대 같은 단체(2005년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설)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후 뉴라이트는 여러 방향으로 자가발전하다가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사태, 2015년 국정교과서 사태로 자신들의 존재를 널리 알린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 이 때 뉴라이트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 운동'이 실패로 돌아가고 박근혜 탄핵과 연이은 선거에서 보수가 궤멸하고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는 국면에서 뉴라이트 그룹은 그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뉴라이트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표적 이론가로 볼 수 있는 이영훈(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경제사 전공, 식민지 근대화론의 대표적 이론가)은 새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사상적 진지전'을 전개한다. 이승만 학당이라는 이름을 걸고 자신의 학설을 영상강의를 통해 대중에게 전파한 것이다. 그 혼자만 한 것은 아니다. 이영훈을 필두로 주익종(전 대한민국 박물관장 직무대리), 김낙년(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우연(강제동원 부정론자), 정안기(최근작 {테러리스트 김구}의 저자) 등이 그와 함께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자 뉴라이트 사관의 결정판 {반일종족주의}를 세상에 내놓는다. {반일종족주의}는 한국에서 무려 10만 부, 일본에서는 30만 부 이상의 놀라운 판매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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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반일종족주의}는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가? 이 책은 학술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정치적 선전물에 가깝다. 그 점은 프롤로그와 목차에서도 드러난다.
△프롤로그 거짓말의 나라
△1부 종족주의의 기억
△2부 종족주의의 상징과 환상
△3부 종족주의의 아성, 위안부
△에필로그 반일 종족주의의 업보
위 목차를 보고 학술서의 향기를 느끼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거짓말, 종족주의, 상징, 환상, 업보.... 이런 난장판 용어들을 써가면서 그들은 마음껏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한다. 그럼 '반일 종족주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의외로 정밀한 개념이 없다. 프롤로그에 정의한 내용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요컨대 한국인들은 종족적 특성상 거짓말을 잘하고 정치, 학문, 사법 등에도 거짓말의 문화가 만연해 있는데, 이러한 문화의 저변에는 물질주의와 샤머니즘이 있고, 이런 구조 하에서는 민족주의가 발흥할 수 없고 종족주의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설마 이렇게 단순무식하게 개념을 정의한다고 의문을 품는 분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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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지막지한 개념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기존의 우리 역사의 상식을 뒤집는 것은 물론, 일본 극우들의 주장과 동일한 논리를 당당하게 활자화하고 있다. 그 주요 대목만 가져와보자.
"1970년대까지 위안부의 실상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있을 때에는 위안부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40년도 넘게 지나 이제 그런 사람들이 없어지고 그 기억이 희미해지자 가공의 새 기억이 만들어지면서 위안부 문제가 등장한 겁니다. 해방 이후 45년은 한국인 머릿속에 위안부에 관한 새 기억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기간이었습니다."(351쪽)
“독일 항복 직후 독일여성에 대한 연합군 측의 집단 강간이 당시 문제되지 않은 것처럼, 일본군 위안소도 당시에는 문제가 아니었는데, 20세기 말부터 새로 문제가 되었습니다.”(372쪽)
"박씨(위안소 관리인, 즉 일제와 결탁한 조선인 포주이자 업자)의 일기는 그렇게 전선 후방에서 돈과 섹스로 번성하는 조선인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위안부들 역시 전쟁 특수를 이용하여 한몫의 인생을 개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1944년 12월 박치근은 2년 4개월의 동남아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김해로 돌아옵니다. … 그는 원래 일본 천황의 만수무강과 일본 제국의 번성을 기원하는 충량한 ‘황국신민’이었습니다. 일기는 그러한 그의 내면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해방 후 그는 반공주의자로서 대한민국의 충실한 국민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보통사람의 평범한 인생살이가 아닌가 여기고 있습니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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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위안부 문제는 굳이 끄집어내지 않아야만 하는 기억이었고, 전시 강간은 필요악에 불과하며, 일본군과 결탁하여 여성들을 팔아먹고 부를 축적한 인간은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말들이 '학술서'의 이름을 달고 유포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응은 어땠을까? 당시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문재인 정부는 반일 종족주의에 빠져있는데, 그 이유는 반일 감성팔이로 대중을 선동해 영혼을 장악하려는 문화혁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이 책의 북콘서트에 참석하였고,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이 ‘우리 민족끼리, 반일 종족주의’에 빠져서 한일협정을 위반하고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심재철·정종섭 의원 역시 콘서트에 참석했다. 심재철은 “요즘 문재인 정권이 돌아가는 것은 기승전총선, 모든 게 총선으로 통한다. 반일 종족주의도 반일 총선주의로 연결시킨다”며 “책을 읽고 무장한 전사가 돼서 열심히 해보겠다. 몰랐던 부분을 일깨워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경향신문, 「책 ‘반일 종족주의’ 평가로 한국당 ‘갑론을박’」, 2019년 8월 13일) 이러한 가운데 한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반일종족주의에 대한 구매 인증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JTBC 뉴스, 「[비하인드 뉴스] ‘반일 종족주의’ 논란의 역설? … 일베는 ‘구매인증’」, 2019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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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극우적 사고와 친일적 역사관에 빠져있는 건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대통령이 저 논의들을 깊이있게 이해했다고 보지 않는다. 주변에 같이 술먹는 인간들이 저 책을 보고 떠드는 내용을 내면화했을 가능성이 높을 뿐.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보수세력 일반에 {반일종족주의}류의 역사관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첨언하자면, {반일종족주의}는 그 이전의 식민지 근대화론과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학문적인 범위 안에서 용인되는 주장을 펼쳤다면 {반일종족주의}는 그야말로 내면 안에 있는 극단적 주장들을 마구 배설했기 때문이다. 3에서 정치적 선전물이라고 전제한 것도 그 때문이다. 페북 게시글의 한계를 넘어서서 굳이 이토록 긴 글을 쓴 것은 상식적인 시민들이 싸워야할 대상이 어떤 논리적 기반 하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직업이 역사학자라서 이런 문제들에 더 예민하겠지만, 저런 생각들을 가진 이들이 현재 행정부 권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끔찍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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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논문 원문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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