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2

손민석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 그리고 <근대를 다시 읽는다>(이하 근대)에 대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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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16 July 2019  · Shared with Public
아, 날로 먹는 게 인생의 모토인데 결국 또 한달을 갈아넣어서 글을 쓰고 체계를 잡았다. 이게 무슨 개고생이람. 자료를 모으고 읽고 분석하고 뭐하고 하는데 힘들다. 오늘 대략적인 완성본을 들고 가서 숙제 검사를 맡았는데 다행히 평이 좋았다. 이론서보다 더 잘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 기쁘다. 날로 먹어야 하는데 이렇게 혹사 당하면서 살다니. 정말 괴롭다
.
 이번 글은으로 시작한다. 이 세 책은 모두 나름대로의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 시리즈를 비교하면서 그것들의 지향이 오늘날 어떤 점에서 부족한 점이 있는지 지적을 참 열심히 했다.
 예컨대 역사의 ‘주체’ 문제에 있어서 세 시리즈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조선후기 소농의 존재양태를 두고 인식은 농민 - 동학 - 반일독립운동 - 민족민주운동 - 현재의 민주당으로 이어지는 주체 설정을 하는데 반해 재인식은 지주, 중인 등의 중간자 집단 - 친일협력집단 - 건국•산업화 - 현재의 자한당으로 이어지는 주체를 설정한다. 이렇듯 역사의 주체를 설정하는 이 두 시리즈와 달리 근대는 역사의 주체라는 사고 자체를 부정한다.
 재인식과 근대는 인식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에서도 비교될 수 있다. 인식은 국민경제권 형성이라는 역사적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나왔다. 그 속에 근대성에 대한 강렬한 지향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인식이 품고 있는 이러한 세계는 짧게는 1991년, 길게는 1997년을 기점으로 파탄이 났다. 이러한 파탄에 직면해 재인식과 근대는 근대성을 보다 강화하여 나아가는 방향과 근대성 자체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며, 이 둘의 한계 또한 그 지점에서 나타난다.
 근대성의 핵심은 결국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통한 생산력의 발전이다. 민주주의, 근대국가, 인권 등의 다른 요소들의 발전도 결국에는 생산력의 발전으로 환원되고 만다. 재인식은 개인의 소유권 등의 강화를 통해 이 발전을 여전히 추동하려고 한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단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개인의 소유권과 어떠한 관계인지에 대한 해명이 없다. 개인의 소유권을 보장함으로써 발전하던 시대와 오늘날의 시대의 차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들의 인식은 발전도정기의 근대, 전기적 자본주의의 발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근대에는 놀랍게도 경제사 논문이 하나도 없다. 자본제 사회를 다시 해석하는데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 하나도 없다. 근대가 칼을 들이미는 대상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근대국가이다. 자본주의를 도외시하고 근대국가가 만들어내는 ‘타자화’의 지양만 지향하고 있다. 이들의 인식 속에서 근대국가는 그정도로 강력한 주체로 상정되어 있다. 인식과 재인식과 같이 연속성을 지닌 사회집단이라는 주체를 상정하는 게 아니라 근대국가 시스템이라는 구조가 주체가 되어 역사를 구성하고 있다. 그 속에서 경제생활이라는 일상적 생활의 영역은 사라져버리고 없다. 등등..
 이런 얘기를 계속했다. 인식과 재인식 등의 필자 개개인의 입론에 대한 비판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이영훈의 문명론은 엥겔스의 문명 개념과 상당히 이질적이다. 이영훈은 마치 근대문명만이 문명인 것처럼 말하지만 엥겔스에게 있어 문명이란 원시공동체 해체 이후에 나타나는 노예제, 농노제, 임금노동제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류 역사발전의 특정한 단계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단적으로 말해 엥겔스에게 문명이란 ‘사적 소유권’에 기반한 사회구성체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명의 ‘전환’이라는 이영훈의 담론은 엥겔스에게 기대서는 성립할 수가 없다. 등등.
 이런 분석이 정치하면 할수록 뒤에서 쓸 내용도 정치해지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가 않다. 일단 다른 사람들한테도 검사를 맡아야 하는데 세 권을 다 읽은 사람이 많지가 않은 것 같다. 담론 분석을 찾아보아도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누군가 지성사 차원에서 분석한 게 없다. 내 이해가 정확한지 계속 검토해야 하는데 사실 별로 관심들이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실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재인식의 말처럼 한국의 자본주의는 성공한 게 아니며, 근대의 주장처럼 근대국가 또한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한국의 근대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했으며, 그럴 수밖에 없던 구조적 요인을 지니고 있었고 자본주의는 그러한 불안정한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는 확장될 수가 없을정도로 조악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에서 자본가 집단의 본성은 “경영 능력”에 있으며, 자본가는 “산업의 사령관”으로서 산업 전반을 조직하고 경영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한다고 주장하였지만 한국에서 ‘산업의 사령관’은 국가기구였던 경제기획원과 그것을 통제했던 대통령이었다. 가장 유능한 사령관이었던 박정희가 죽은지 거의 40년이 지난 현대에도 한국의 자본가 집단은 그 사령관의 딸이 통치하는 국가에 자신의 지위보장을 구걸하고 있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나는 다시 박정희와 마주했다. 어릴 때는 그를 동경하여 그와 같이 군인이 되어 쿠데타를 일으키고 싶었다. 비록 지금 나와 그의 길은 너무나도 달라졌지만 다시 마주했을 때 통하는 바도 많았다. 소농들의 사회 속에서 나고 자란 박정희는 소농과 그것의 정신세계를 혐오했다. 그는 소농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으며, 그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그것을 행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소농적 세계에 머물러 있고 심지어 그것으로 회귀하는 모양새까지 보이고 있다. 이 실패는 그의 개인적인 실패이기도 하지만, 아시아형 사회의 실패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마르크스가 오래 전에 지적했듯이 오늘날의 세계 자본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실패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의 실패로부터 새로운 방향을 얻고 싶었고 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었다. 
 10권정도로 정리하는 한국사, 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는데 벌써 부가적인 것들만 빼고 메인만 30권이다. 차라리 100권으로 정리하는 한국사라 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이론서를 쓰면서 할 말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정말 할 말이 많다. 써도써도 끝이 없고 가도가도 끝이 없다. 한두달이면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더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단순히 내 생각과 마르크스의 역사분석 방법론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서 한국사학계의 동향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정리용으로, 참고용으로도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되도록 알려지지 않은 좋은 연구들도 많이 소개하고 싶었다.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하고 싶은 말을 될 수 있으면 다 해보고 싶다. 그리고 성공해서 날로 먹고 싶다. 날로 먹고 싶다. 날로 먹으면서 살고 싶다. 생산력 발전을 위해 노동력과 자본가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지대로 날로 먹으며 살고 싶다. 이제 이런 고생은 더 이상 naver.
Comments
김장생
오 세미나도 이제 같이 하시는 건가요?
 · Reply · 48 w
Beom Chang Kang
생산력 발전을 위해 노동력과 자본가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지대로 날로 먹으며 살고 싶다. 이제 이런 고생은 더 이상 naver.
이게 된다면 '민석 실패' 인가요 '민석 성공' 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 성공? 농담 실패?ㅋㅋㅋㅋ
 · Reply · 48 w
손민석
실패를 하더라도 개인적인 삶은 윤택할테니 성공이 될 것이고, 성공을 한다면 제 뜻대로 되어 그것 자체로 족하니 어느모로 봐도 제가 승리할 것 같습니다ㅎㅎ 변증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란 이렇듯 하든 안 하든 도래할 수밖에 없도록 틀을 짜놓지요. 이것이 모순입니다..
 · Reply · 48 w
Beom Chang Kang
ㅋㅋㅋㅋㅋㅋ 농담은 성공한거 같군요 ㅎㅎ
 · Reply · 48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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