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금지법안 유감, 그러나 "논쟁"이 필요하다 #위안부관계법적쟁점 #위안부연구사 번외편 1. 양항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에서 “역사왜곡”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행위 결과’를 처벌하려 하는가? 제1조에서 확인된다. -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5.18민주화운동 및 4.16세월호 참사 등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 왜곡하는 행위” - “피해자 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 이 행위 결과의 처벌은 목적은 무엇인가? - “국민의 역사의식 제고” - “피해자들의 명예를 보호함” 제3조는 역사적 사실의 부인 또는 왜곡 행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 신문, 잡지, 라디오, TV, 그 밖의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또는 전시, 공연,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의 발언을 통해 위 사건의 역사적 사실 부인 또는 현저히 축소 왜곡하거나 허위 사실 유포 행위 - 일본의 “일제 식민통치 옹호 단체”의 역사 부정에 내응하는 행위(찬양, 고무, 선전, 동조) 또는 그 단체로부터 금전, 물품, 재산상 이익을 수수 약속 요구 목적 행위 - 위 행위로 기 처벌받거나 면제 받은 후 3년 이내 위 행위를 반복하는 행위 - 독립유공자 등 명예훼손과 모욕과 관련해서는 고소가 없더라도 공소제기 - 예외 사항으로, 학술 연구, 예술 활동, 보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 처벌하지 않음 2. 위 사건들에 대한 역사 사실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나? 양향자 법안은 기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를 근거로 내세웠지만(세월호 관련 법안은 근거로 두지 않았음. 아직 진실 규명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임), 이 법들이 완전히 역사적 사실 또는 진실 규명을 완료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문제들은 인도에 반하는 범죄, 넓은 의미의 전쟁범죄, 심지어 일부 제노사이드 범죄 등에 해당하는 조직적, 체계적 국가 폭력 및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적인 차원에서든, 역사적 차원에서든 진실 규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다시 말해 현재 규명된 진실의 내용을 근거로 해서(이른바 진실 논거),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법안에서 언급한 다양한 방식으로 부인, 현저히 축소, 왜곡, 허위 사실 유포, 일본의 부정론 단체를 따라 찬양 고무 선전 동조한다고 해서 이를 처벌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설령 진실 규명이 두텁게 이루어졌더라도, 그걸 근거로 삼아 역사 부정 또는 왜곡을 담론적으로 비판하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만들어야지, 부정과 왜곡을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적인 발상이라 본다. 예외 사항도 그 자체로 추상적이다. 위와 같은 행위를 학술 예술활동이나 보도, 공공의 이익에 따라 했다고 주장할 때 충분치 않은 진실 논거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게다가 “국민의 역사의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니, 이건 넌센스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보호”하는 것, 다시 말해 피해자 등에게 가해지는 명예훼손과 모욕 행위에 대해서 그 행위 결과에 대해(다시 말해 마음 속 사상과 생각이 아닌) 처벌한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다. 피해자의 명예훼손죄는 기존 형사사법 체계 안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양향자 법안은 “역사 왜곡”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부인과 왜곡 등 행위 결과를 넘어서 구체적으로 명예훼손하고 모욕하는 행위, 심지어 구체적으로 혐오 차별하는 행위로 지시할 필요가 있다. 즉 문제의 핵심은 ‘역사’라기보다 과거 국가 또는 가해자 집단이 조직적 체계적으로 저지른 ‘반인도 범죄’, 전쟁범죄, 제노사이드 범죄 행위 등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긍정, 동조하는 자들(또는 단체)이 피해자를 앞에 두고 혐오 발화하는 행위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다. 이런 혐오 폭력에 대해 모든 피해자 개인이 일일이 명예훼손죄 등을 걸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이중 삼중으로 고통이 가중된다. 지루한 법적 공방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간 존엄이 크게 침해받고,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들이 발생하는 일이 많았다. 나는 ‘혐오 표현’의 문제점과 규제의 필요성을 다룬 바 있던 홍성수 교수와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와 증오 범죄 문제에 대해 오랫 동안 천착해온 마에다 아키라 교수 등의 관련 논의를 검토해왔다. 그리고 진실 논거(역사적 진실의 추구), 피해자 논거(생존 피해자와 후손들의 명예 보호), 인간 존엄 논거(인간 존엄 침해), 차별 논거(소수자 차별로서의 혐오 발언)를 바탕으로 학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역사 부정(또는 부인)’ 행위 결과, 법적으로 한정하면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를 긍정, 동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직접 혐오 발화하는 행위 결과에 대해 담론적인 대응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누군가 나에게 국가보안법을 비판했던 자가 어떻게 ‘역사부정’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주장을 하는가 점잖게 힐난한 적 있다. 게다가 <반일 종족주의> 및 <… 투쟁> 저자 중 주익종은 유튜브 <이승만 TV>의 한 강의에서 나의 이런 주장을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내 논의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일방 비난한 적도 있다. 난 국가폭력(집단범죄)으로 가(족), 친지, 지역공동체가 죽고 다치고 박살난 환경에서 유족으로 자라왔다. 제주 4.3사건과 민간인학살 사건에 대해 석사 논문을 쓰고, 국가보안법/‘사상검찰’/‘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박사논문으로 썼으며, 오랫동안 국가보안법 등 행위’ 결과가 아닌 사상’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예단해서 처벌하는 법령들의 계보를 연구해왔으며, 반인도 범죄/전쟁범죄/제노사이드 범죄 같은 개인이나 집단에게 가한 중대 인권 침해 행위를 연구해왔다. 내 감각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나’와 반인도범죄 및 대량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혐오 행위 결과를 처벌하자고 주장하는 ‘나’ 사이에 갈등이 없다. 5. 이영훈 등 역사부정과 혐오를 쏟아내는 자들에 대해 피해자 등이 명예훼손 소송에 그치지 말고 저 혐오 발언을 적극 형사 처벌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존재한다. 이와 달리 표현의 자유와의 갈등 문제, 역사적 진실은 논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형사 처벌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강하게 존재한다. 무엇보다 역사부정이나 혐오발언을 처벌한다고 해서 그런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어쨌든 형사처벌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처벌하면, 부정과 혐오의 사상과 발화가 소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그들을 순교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법적 규제의 방향은 현실의 필요성과 연동되어 있다. 미국의 역사와 현실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졌기에 이를 제한하는 입법을 금지하고 있고,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독일에서는 민주주의의 방어라는 관점에서 극단주의의 발흥과 부정의 시도에 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법학자 이재승 교수는 어떤 대응이 좋은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말할 수 없고, 원칙을 택한 이후에 그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논의한 바 있다. 예전에 한 시민 강좌에서 내게 질문했던 한 시민의 분노가 이직도 생생하다. “표현의 자유가 혐오할 자유는 아니잖아요. 혐오발언(헤이트 스피치)이 어떻게 언론입니까? 혐오발언은 차별, 폭력, 배제이고, 그걸 선동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규제돼야 하는 것이 맞잖아요.”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답했다. 표현의 자유가 약자의 권리 보호가 아니라 강자의 자기 정당화, 약자에 대한 폭력의 알리바이로 활용당하는 걸 많이 보게 된다고. 여기서 말을 더 이어가지는 못했다. 그 때는 형모 발언을 동반한 역사 부정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므로 규제되어야 하고, 형사 처벌을 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역사부정론자들이 학문, 사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반인도 범죄 등 매우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진실을 부인하고 왜곡하는 것은 진실/피해자/인간존엄/차별의 논거를 바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하는 것을, 아주 엄격하고 제한적이어야겠지만,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문제의식과 제안을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공론장에서 “논의”를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아닐까? 국회에서의 입법안 발의는 사실 법적인 틀에서 “논의”하는 것이기도 하다. 몇몇 연구자들이, 활동가들이 학술 또는 운동의 장에서 논의하는 것과 또 차원이 다르다. 국회에서 제주 4.3사건과 광주 5.18 관련 법 개정안에 이와 관련한 조항이 들어갈 때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폭 넓고 깊이 있게 논의해왔을까? 6. 반일 종족주의의 내용과 주장은 당시 일제가 저질렀던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거나 심지어 미화하고 있다. 올해 수요시위 맞은 편에서, 심지어 바로 그 장소에서 그들이 내뱉는 말과 저지르는 행위 결과들을 보라. 그 대량 범죄에서 생존한 피해자들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사자를 욕되게 하고 여러 ‘당사자’(성)를 억압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역사 부정 행위는 페미니즘, 난민, 성소수자, 재일조선인 혐오와 만나 거대한 백래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2020년 ‘반일 종족주의’ 현상이라는 백래시는 2019년 우파 도서 베스트셀러 현상과 한일 우파 간 연대의 양질적 증대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정의연, ‘위안부’ 운동,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일부 주류 언론과 정치권 등의 집단 린치와 혐오 공격을 보면, ‘반일 종족주의’류의 인식과 방법, 논리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일각의 문법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 지난 6월 17일 발의된 일본군위안부 피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양기대 의원 대표발의), 6월 22일 발의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정춘숙 의원 대표발의, 일명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 법안)에 대해선 나중에 기회를 보고 논의해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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