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8

강성현 ‘램지어 사태’에서 언론은... -- SBS 김수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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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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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사태’에서 언론은...

1.
지난 2주간 SBS 김수형 특파원이 부지런히 취재하며 ‘램지어 사태’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고, 미국 학술계 인사들의 보고와 인터뷰를 소스로 삼아 제대로 된 타이밍에 읽을만한 기사들을 내준 것에 대해 수고했다는 말을 진심으로 전한다.
다른 방송사의 특파원들도 경쟁하듯 이 사태를 취재해 보도했지만, S사 기사들의 논조가 팩트체크를 위주로 비교적 차분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2.
김수형 특파원의 칼럼 글(피렌체의 식탁) 말미에 다음의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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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우리 학계가 이런 역사왜곡 시도에 대해서 가장 정교한 데이터와 사례를 가지고 반박문을 가장 빨리 내놨어야 했다는 점이다, 학자들도 반박문을 내면서 이전에 낸 교수들이 내놓은 것을 참고하며 사안을 더 크게 굴려갔는데, 적절한 참고 문헌 가운데 피해 당사국인 국내 연구소나 교수진이 만든 것은 거의 없었다. 교수직 자체가 일본 기업의 후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램지어의 논문 내용은 볼 필요도 없다면서, 과도하게 흥분하고 분노한 나머지 논문의 문제적 내용에 대해서는 정작 관심을 안 뒀던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지난 2주를 넘어서 그 오랜 시간 동안, 하다 못해 작년 ‘반일 종족주의’ 현상 이래 주전장인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거세져 갔던 역사부정론과 혐오에 대해 최전선에서 싸워왔던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 교육자, 지원단체 활동가들의 노고, 그간 축적한 자료와 연구 성과들에 대해 존중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 성과들을 대중화 해왔던 활동을 주목해주길 바란다.
3.
김수형 특파원의 저 지적은 언론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부정 이슈에 대한 취재 방식과 보도 태도에 대해 자성이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기자는 2주간 자신이 만나고 겪은 또다른 하버드 교수들과 미국 학술장의 저명한 교수들의 식견과 반박 내용과 태도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탄한 나머지 한국 연구자 등도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이렇게 하라고 조언까지 해준다.

오히려 그간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이 기자들에게 했던 말이 그거였다. 이 문제에 대해 선정적인 기사보다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해주는 기사를 바라니, 그에 맞게 질문해주고 답변도 차분하게 내용을 담아 보도해달라고. 그러나 대부분 그런 요구가 좌절되는 기사들이었다. 삼일절, 광복절, 한국과 일본에서의 망언이 터져나올 때 찾아오는 기자들의 기사는 반일 감정을 겨냥한 것이었고, 그럴만한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연구자들에게 확인할 뿐이었다. 그러다가도 어떨 땐 무슨 바람이 부는지 풍향이 바뀌어 반일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연구자와 국민을 퉁치듯 언급하며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나 논조로 기사들이 나오기도 한다.
4.
팩트 체크에 기반한 내용 당연히 중요하다. 뼈때리는 프레임과 구도도 중요하겠지만 내용이 뒷받침되어 하지 않겠나?
하버드의 에커트와 고든, 석지영 교수, 스탠리 교수 등 일본사 연구자 5인방... 반박 글과 인터뷰 내용들을 충분히 존중한다. 적시타 수준이 아니라 한방 때린 것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팩트체크한 내용과 반박 자료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이미 더 충실하게 보고되고 축적된 것이다. 부정과 비뚤어진 혐오로 가득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만 해도 지난 2년간 ‘반일 종족주의’ 현상으로 지긋지긋하게 반복된 것이다. 그 전으로 박유하 교수의 책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더 긴 시간이다.
 
역사수정주의, 더 노골적으로 역사부정과 혐오에 맞서 나온 성과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책으로만 해도 꽤 된다. 에커트, 고든, 스탠리 교수 등이 적시한 반박 내용들이 새로운게 아니라는 말이다.
애초 하버드라 문제가 점화되었고, 또 하버드 내지 그 버금가는 명망으로 그 문제를 진압해가는 구도다.

램지어 교수는 산케이 영문판인 재팬 포워드의 단골이었고 해당 논문 뿐 아니라 여러 사안에 대해 부정과 혐오로 일관한 글과 인터뷰를 해왔다.

램지어의 논문을 요약한 산케이신문의 기사를 비판 없이 소개한 기사를 초반에 한국에 내보낸 게 조중동이었다. 나로선 기가 차지도 않은 일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작년 정의연을 공격할 때 그 신문 기자들이 받아썼던 이영훈, 이우연 류의 부정론과 혐오에 입각한 주장들이 다 그런거였다. 새삼스럽지 않았다. 다른 게 있다면 램지어가 투고한 저널은 하버드에 sci급 간판이 있다는 것.

역사부정의 세력에게도 램지어는 sci급 저널에 쓰레기 수준의 논문을 제출해도 ‘피어 리뷰’(논문심사)를 문제없이 통과하고 공식 학술장에 역사부정과 혐오의 주장을 학계의 주장으로 포장해 낼 수 있는 희소하고 소중한 ‘파이프’라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학술장과 명성치 대한 이상한 선망이 이 문제를 증폭시키고 또 진압하고 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여러 역사부정과 혐오 현안에 대해 다양한 전공을 배경으로 한 글로벌 지식인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분들은 이 사안이 연구윤리 문제에 중대한 위협이라 생각해서 더욱 그럴 것이다.
 
한국에선 3월 12일 정의연과 일본군’위안부’연구회가, 일본에선 14일 파이트 포 저스티스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램지어 사태’를 다루는 학술회의를 갖는다.

올해만 놓고 봐도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연구자 및 활동가들은 지난 2주 램지어 사태뿐 아니라 지난 한국법원의 판결과 그 의미를 심화시켜 의미화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램지어 사태’의 학술적/대중적 체크도 그 연장에서 계속 해오던 일이고, 무엇보다 일회성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할 일이다.
 
언론도 이슈 메이킹하고 단타로 빠지는 방식으로 다루지 말고, 꾸준히 이슈 키핑하고, 글로벌 역사부정과 혐오 사태를 꾸준히 종합적으로 심도 있게 다뤄주길 바란다. 단순히 제2의 램지어 교수 없나 혈안이 되어 찾지 말고 부정과 혐오의 백래시 구조를 드러내는 취재와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그간 축적해온 노고와 성과도 존중하고 참조해가길 바랄 뿐이다.
서의동 and 267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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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읽었습니다. 공유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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