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1

G2(클린턴과 시진핑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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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sik Cheong
tsS4oupn gcogNnoosvnelmsber oi2frrue01Sd6  · Seoul, South Korea  · 
힐러리 클린턴과 시진핑의 대화를 미리 보시죠.^^ 
(연재) 말과 칼 14. G2(클린턴과 시진핑의 대화)
3월 들어 한반도에는 폭풍전야의 위기감이 계속 고조되고 있었다. 3월 초에 시작된 한미연합군의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정세는 시계 제로 상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시열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시사하고, 미국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려 한다는 뉴스까지 나오고 있었다.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했고, 이에 대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반발도 더욱 격렬해졌다. 급기야 북한은 개성공단에 6사단과 62포병연대를 재배치하면서 연일 강도 높은 위협 발언을 내놓고 있었다. 
직격탄을 맞은 건 한국경제였다. 한국 증시는 사드 배치 발표 보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고, 환율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1700원 선에 근접하고 있었다.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들었다. 외국의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기를 들어 국가신인도 하향 조정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무디스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2월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해 한국의 국가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었다. 
2018년 봄, 한국에서는 1997년 IMF 금융위기에 능가하는 경제위기설이 맹위를 떨쳤다. 한국전쟁 이래로 최악의 전쟁위기도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클린턴- 지금 북한을 자제시키지 않으면,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한국의 핵무장은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시 주석께서 북한을 자제시켜 주십시오.
시진핑- 북한 지도자가 제 말을 안 듣는다는 건 각하께서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관련국들의 냉정과 자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미군사훈련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핵무장은 우리 두 나라가 뜻을 모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는 각하께서 한국 핵무장 운운하는 게 우리에 대한 압박으로 들립니다.
클린턴- 우리도 한국에게 핵무장은 절대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보 보고에 따르면 한국이 NPT 탈퇴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핵위협을 계속 가하고 있고, 특히 개성공단에 전술핵까지 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시진핑- 북한을 설득하려면 명분이 필요합니다. 미국이 한국과 벌이고 있는 군사훈련을 중단해주십시오. 그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입니다. 그리고 6자회담이든 뭐든 빨리 열어야 합니다. 이 회담이 중단된 지 벌써 1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사이에 한반도 정세가 과연 귀국이 원하는 대로 전개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클린턴- 지금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한국인들은 미국의 안보공약을 의심하게 될 것이고, 이는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 의지를 과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이 과정에서 중국의 안보이익에 대한 우리의 고려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클린턴의 발언 취지는 북한의 위협적인 언행이 계속되면, 미국은 중국이 우려하는 사드와 항공모함 전단 파견 등 군사적 조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두 정상의 통화에 앞서 웬디 샤먼 미 국무장관은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샤먼은 중국이 북한에게 ‘핵이냐, 생존이냐’를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이 동의하면 한반도 통일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우려 사항을 놓고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갈 수 있고, 중국이 거부하면 미국은 중국의 안보 우려를 더 이상 고려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하지만 시진핑은 미국의 변함없는 태도에 실망감을 토로하면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면담을 끝내고 말았다. 
시진핑- 미국의 그런 행동이 과거에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악화시켰습니다. 미국이 또 다시 자제력을 잃는다면, 우리 중국도 합당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건 나만의 뜻이 아닙니다. 그저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나고 발표한 것처럼, 미국의 사드 배치를 비롯한 글로벌 MD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미국이 기어코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 양국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진핑과 푸틴은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MD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나라 정상이 MD를 특칭해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2000년 7월 장쩌민-푸틴 회담 이후 18년만이었다. 공동성명에서는 “양국은 사드를 비롯한 글로벌 MD에 단호히 반대”하며, “양국은 전략적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중국과 러시아 언론은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중러 양국은 “전략무기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클린턴- 나도 그 내용은 봤습니다. 하지만 사드는 북한 대응용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와는 무관합니다. 
시진핑- 각하께서는 한 입으로 다른 말씀을 하시는군요. 우리를 압박할 때에는 사드가 중국의 안보 우려를 자극할 것이라고 하고, 우리가 우려를 표명하면 사드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하시니 어떤 말씀을 믿어야 하는 겁니까? 
클린턴- 사드가 귀국을 위협할 정도의 기술적 제원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충분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한국과의 사드 배치 결정이 유보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비핵화 협상으로 나오게 해야 합니다.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끝장 제재에 돌입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말입니다. 
시진핑- 그래서 2년 전에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제안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제안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쪽이 어디입니까? 우리 중국은 귀국이 제안한 강력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도 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어요. 
클린턴- 그거야 한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귀국이 대북제재 이행에 보다 성의 있는 모습을 보였다면, 북한의 셈법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입니다. 
시진핑- 그렇게 말씀하실 게 아니라, 귀국이 회담 재개를 위해 한국을 얼마나 성의 있게 설득했는지 자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재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조선의 무고한 인민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게 목적입니까? 우리 왕이 외교부장이 2년 전에 미국에 갔을 때 분명히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북제재는 곤란하다고 말입니다. 
클린턴- 북한 주민이 고통 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그걸 제재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겁니다. 
시진핑- 허허, 그래 김정은이 잔악한 독재자라고 칩시다. 그런 사람이 제재를 가한다고 눈 하나 깜박하겠습니까? 2년 전에 유엔안보리 제재가 채택되었을 때, 귀국이 뭐라고 했습니까? 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게 되었고, 핵과 미사일을 만들 ‘돈줄’이 끊겼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결과가 뭡니까? 내가 누누이 강조해오지 않았습니까? 제재는 조선을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고,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평화협정 체결과 같이 조선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더 늦기 전에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귀국이 남한과 벌이는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나도 조선을 강력하게 설득해보겠습니다. 
클린턴- 그건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곤란합니다. 군사훈련 중단은 북한의 악행에 대한 보상입니다. 잘못된 행동에 보상이 없다는 우리 외교 원칙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시진핑- 미국의 입장이 현실과 갈수록 동떨어지는 것 같아 극히 유감입니다. 며칠 전 귀국의 국무장관이 나한테 와서 그러더군요. 김정은 정권이 붕괴나 쿠데타를 걱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혹독한 대북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그것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일찍 면담을 끝냈습니다. 말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서요. 각하께 한마디만 묻겠습니다. 설사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거나 쿠데타가 발생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클린턴- 그래서 우리 양국과 한국・일본이 긴밀한 협의를 하자는 겁니다. 포스트 김정은 시대에 대비해서요. 
시진핑- 포스트 김정은 시대의 조선이 우리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준답니까? 김정은 이후의 조선이 지금보다 나을 거라고 어떻게 보장합니까? 핵무기는 어떻게 할 겁니까? 한미연합군이 통일한다고 조선에 들어가면 핵전쟁이 일어날 거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한 겁니까? 왜 상식적인 의문조차 마다하면서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려는 겁니까?
클린턴- 그래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시진핑- 참으로 답답하군요. 우리가 김정은 이후를 협의할수록 그들은 더더욱 핵무기에 집착할 거라는 걸 왜 모르십니까? 오늘 우리의 대화가 각하의 현실 인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G2 두 정상의 전화통화 다음날인 3월 29일, 미국은 세 가지 추가적인 군사적 조치를 꺼내들었다. 하나는 사드를 4월 이내에 한국에 배치할 것이라는 발표였다. 또 하나는 미국의 핵전폭기 B-2와 B-52 각각 1기씩이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가로질러 군산 직도와 태백 훈련장에 모조 폭탄을 투하한 것이다. 그리고 핵 항모인 존 스테니스 함을 제주 해군기지를 향해 출항시켰다. 
그러자 제주 강정마을의 일부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해상시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항공모함의 입항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내는 한편, 인민해방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실탄 사격 훈련에 돌입했다. 특히 중국은 ‘항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D 탄도미사일을 동중국해 공해상으로 시험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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