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최진석 (지은이)북루덴스2021-05-03
전자책
12,800원
책소개
철학자 최진석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에 대한 정치사회 평론서다. 저자는 철학자의 궁극적 시선은 국가이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향해 가는 진입로에서 함정에 빠졌다고 밝힌다. 이유는 과거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그러한 사고방식의 산물이자 장본인이다.
최진석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후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35년을 보내고 독립한 대한민국은 지난 76년 동안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시대적 관제를 완수하고 이제 새로운 길에 나서야 할 지점에 섰다. 최진석은 한 단계 상승하고 혁신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종속성을 벗어나 ‘각성’해야 한다. 정치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진보를 위해 어떻게 각성해야 하는지, 철학자 최진석은 냉철하면서도 높은 시선으로 굽어본다.
목차
머리말_이제는 건너가자
1부 국가란 무엇인가
하얼빈의 추억 : 본 것과 믿는 것 사이에서
‘독립’을 생각한다
국가는 국가다
대통령은 국가의 경영자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의 무지, ‘타다’의 경우
친일과 대한민국, 경술국치 110주년
2부 위험한 정치
나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섰다
대통령의 고유함
몽환적 통치,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말한다, 좌파와 우파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의 등장
우리는 왜 과거에 갇히는가
나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한다
용기, 진영을 넘어
프레임을 넘어
정치의 상승을 바라다
촛불은 정말 혁명인가
역사의 진보는 필부들의 몫이다
3부 민주화 다음, 새 말 새 몸짓으로
우리 시대의 문제는 민주화인가
지금 우리의 혁신은
‘다음’으로 건너가기
민주화 다음을 꿈꾸다
한계를 넘어
새말 새몸짓으로
4부 내 안의 ‘아큐’를 넘어
독립의 주체로
독립으로
부끄러움을 아는 것
내 안의 ‘아큐’
시선의 차이
시선의 높이가 중요한 이유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1990년 8월 23일 어느 시간, 만 서른한 살이 조금 넘은 나는 홍콩행 비행기를 탔다.
P. 20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하얼빈 공항에 내리니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고, 대륙 북방의 서늘한 기운이 벌써 깊은 가을처럼 느껴졌다. 공항은 한국의 지방 소도시 버스 터미널 같았다. 지방 소도시 버스 터미널처럼 보이는 공항을 보고 중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낙후한 나라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공항을 떠나 헤이룽장 대학교까지 가는 동안 본 풍경은 아직도 내게 깊이 새겨져 있다. 이것이 중국의 첫 인상이다. 사람들은 어깨에 별 이득도 없는 무거운 짐을 진 채 그저 걷기만 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사람들처럼 맥이 없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공항이 남루한 것은 공항 자체의 탓도 있지만, 공항을 채운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걸이가 그렇게 보이도록 한 탓이 더 큰 것 같았다. 삶의 생기가 돋아나지 못할 어떤 덫에 갇힌 것 같았다. 정비되지 않은 길 양 옆으로는 군인인지 민간 경비원인지가 애매한 사람들이 긴 총을 메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성거렸다. 감시할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자세였다. 공항을 멀리 떠나 시내에 가까워지면서도 공항에서 발견했던 무기력과 가난과 감시와 통제라는 음산한 기운은 내 인식의 언저리를 떠나지 않았다. 첫인상은 상당히 오래갔다. 강렬해서 오래가기도 했지만, 하얼빈에서 사는 내내 그런 것들을 매일매일 경험했기 때문이다.” 접기
P. 24 “나는 지성을 성장시키는 분위기가 아니라 지성을 마비시키는 분위기에 압도당했었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지성이었다면, 자본주의를 비판하다 사회주의로 바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박정희를 비판하다가 바로 김일성에게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을 비판하다가 중국이나 소련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하얼빈에서 크게 앓으면서 현실 속에서 내 눈으로 직접 경험한 것을 가지고 나를 교정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비판은 사회주의로의 전향이 아니라 자본주의 수정으로 귀결되어야 하고, 박정희 비판은 김일성 추종이 아니라 박정희 수정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렇지 않았다면, 동구권 사회주의 몰락을 보고, 소련이 해체되는 것을 보고,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성큼성큼 발전하는 것을 보고, 사회주의 정책을 고집하다가 몰락한 베네수엘라를 보고도 다른 사람들이 한 말들로 채워진 믿음을 계속 믿으려 고집을 피우다가,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을 외면하는 우를 범했을 것이다.” 접기
P. 41~42 “민주화 다음은 선진화라 할 수 있다. 선진화는 전술적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따라 하기에서 선도력 추구로, 자리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사회과학적 시선에서 인문적 시선으로, 일반성에서 고유함으로, 명분과 이념에서 실리와 실용으로, 프로젝트 수행에서 어젠다 설정으로, 구체적 감각의 단계에서 추상적 사유의 단계로, 종속적 단계에서 능동적 단계로, 예능의 차원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선례 찾기에서 선례 만들기로, 안전 추구에서 과감한 모험으로, 대답하기에서 질문하기로, 정답 찾기에서 문제 찾기로, 지식 수입에서 지식 생산으로, 취업 기풍에서 창업 기풍으로 사회 전체를 혁신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단계로의 상승만이 남았고, 바로 이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 의식이다.” 접기
P. 239 “새로워져야 할 때 새로워지지 않으면 현재 가지고 있는 새로움 정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급속하게 더 낡아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 도약하지 못하면 지금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급속히 하강하게 되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다. 우리는 지금 답답한 처지에 있다. 중진국의 함정이라고도 한다.”
P. 254 “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신화는 물건과 제도의 높이에서 이룬 발전이다. 후진국과 중진국 정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제 이런 성공 신화를 뒤로 물리치고 한 단계 더 높고 새로운 신화를 써야 한다. 산업화 세력이 건국 세력을 도태시키고 새로워졌듯이, 민주화 세력이 산업화 세력을 밀어내며 나라를 새롭게 했듯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세력이 민주화 세력을 도태시키는 도전이다.” 접기
최진석 (지은이)
1959년 음력 정월에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의 장병도에서 태어나고 함평에서 성장했다. 함평의 손불동국민학교, 향교국민학교, 광주의 월산국민학교, 사레지오중학교, 대동고등학교를 다닌 뒤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학사학위를 받고 동양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1990년 학교를 그만두고 무작정 미수교국이었던 중국에 가서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지 고민하며 2년 정도를 돌아다녔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지면서 다시 학업을 이어갈 기회가 생겨 헤이룽장대학을 거쳐 베이징대학에서, 당나라 초기의 장자 해석을 연구하여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모교인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5년에 건명원建明苑을 설립하여 초대원장을, 2017년엔 전라남도 순천의 섬진강인문학교 교장을 맡았고,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와 지역을 돌며 <노자와 베토벤>이라는 철학과 음악이 함께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정년퇴임을 7년 이상 앞둔 2018년 스스로 역사가 되기 위해 대학강단을 떠나 새로운 인생으로 들어섰다. 자기 자신과 대한민국이 헌 말 헌 몸짓을 벗고 새 말 새 몸짓으로 무장하기를 염원하며 2020년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을 설립하여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을 펼치고 ‘기본학교’를 열어 사명감 있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인간이 그리는 무늬』,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나는 누구인가』(공저), 『탁월한 사유의 시선』, 『경계에 흐르다』 등이 있고, 『노자의소』(공역), 『중국사상 명강의』, 『장자철학』, 『노장신론』 등의 책을 해설하고 우리말로 옮겼다. 접기
최근작 :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나 홀로 읽는 도덕경>,<탁월한 사유의 시선> … 총 2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슬프고 둔감한 우리여!
작은 이익이나 진영의 이념을 벗고 한 층만 더 올라 나라를 보자”
진영의 논리를 넘어 선진화의 길로 나아가자는 철학자의 통찰
“세계는 좌우만 따지면 높이를 갖지 못하고, 높낮이만 따지면 넓이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혁명, 진보, 개혁 등등은 같은 높이에서 처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처지와 입장만 바꾸는 것은 ‘개량’일 뿐이다. 이제는 높낮이를 살펴야 할 때가 아닐까?” _ 본문 중에서
철학자 최진석은 아직도 이념 논쟁 중인 대한민국의 좌파나 우파가 다 같이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좌파는 매력을 상실했고 우파는 원체 매력이 없는데, 두 세력의 매력 없는 충돌에 하릴없이 운명을 맡겨둔 게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런 대결 형국에서 두 진영은 자기 확신에 빠져 상대방을 공격하기에만 바쁘다. ‘종북 좌빨’이니 ‘토착 왜구’니 ‘친일파’니 ‘반일파’니 하는 비방은 케케묵은 프레임을 씌워 상대방에게 오명을 입히려는 오래된 수작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논쟁이 선악과 진위를 따지며 맴도는 것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다. 염치를 내던진 집권자들은 언어 질서 파괴, 신뢰 파괴에 앞장서고 사회는 집단적 광기와 우상 숭배에 휩쓸린다. 그런데 이것이 어제오늘 일인가? 조선 중기, 율곡 이이는 외세 침입의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 조선 사회를 경고하면서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종속성에 붙들려 사는 대한민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최진석은 서강대학교와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대학 강단에서 해박한 지식과 명징한 사유를 전달하는 교수로서 이름을 높였다. 교육방송이 진행한 에서는 대중이 원하는 인문적 통찰을 명쾌하게 제시해 일반 시청자의 이목을 모았다. 이후 대학 강단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 강연에 뛰어들어, 각성하고자 하는 교육생에게 사유의 기틀을 세워주는 혁신의 길에 선 사람이 최진석 철학자다. 흔히 철학이라 하면 고도로 추상화하여 일반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최진석은 이 모든 사유가 현실로부터 밀착해 출발한다고 말한다.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도 그렇게 해서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현재를 톺아본다. 그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민족’과 ‘국가’ 개념도 뒤섞인 채로 혼란에 빠진 나라다. 외세에 시달리며 강대국들의 간섭을 받았던 지난 역사에서 비롯한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는 각자 프레임 씌우기로 상대방을 헐뜯고, 과거에 갇힌 사유와 종속적인 사고방식과 새로운 어젠다의 부재가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막고 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맞아 대응하느라 분주한데, 대한민국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며 선도적인 위치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줄기차게 대한민국의 다음을 꿈꾼다. 대한민국의 ‘다음’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1945년 광복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은 가난과 압제와 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길목에 섰다. 성공적으로 진입해 한 단계 더 높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려면 그에 걸맞은 시선의 높이와 상승이 필요하다고 최진석은 힘주어 말한다. 종속성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유를 하고, 기능만을 추구하는 얕은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거시적으로 목적을 생각하고, ‘민주화’라는 과거의 의제를 벗어나 ‘선진화’를 달성해야 한다. 물질을 넘어 문화적이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대한민국은 생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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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공개지지하면 소신이고, 진보를 공개비판하면 적폐인 세상에서. 용기 있는 지성인의 진심이 책 구석구석에 담겨있다. 이 책을 필두로 좀 더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담론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다. 한국에 이런 지성인이 있다는게 자랑스럽다. 구매
eclectic 2021-05-10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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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바라본 우리 정치의 현실 새창으로 보기
얼마나 됐을까. 5~6년 정도 된 것 같다. 인문고전 독서토론모임을 시작하면서 ‘인문학’이 대체 뭔지 궁금했다. ‘그냥 문.사.철’이에요,라고 말하는 지인이 있는가 하면 두 말 않고 ‘철학!’이라고 강조하는 이도 있었다. 종합해보면 ‘철학’은 기본적으로 포함된 것 같은데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져봤다. 그때 읽었던 책이 <인간이 그린 무늬/최진석>였다.
저자는 인문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골치 아프고 난해한 이론이나 고차원적인 학문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도구 같은 것이라면서 ‘인간이 그리는 무늬’ ‘인간의 동선’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명쾌한 설명이었다. 지인이 인문학을 ‘문.사.철’이라고 말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후로 저자의 책은 챙겨서 읽게 됐다. 노자와 [도덕경]을 바탕으로 인류가 철학을 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며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인 ‘자신’으로 돌아가려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던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인류 역사에 언제나 위기는 있었다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면 철학이 필요함을, 그러려면 먼저 철학을 고리타분한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며 일침을 가한 <탁월한 사유의 시선>까지. 저자의 글을 읽을 때면 느슨하게 늘어지는 마음을 다잡곤 했다.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출간 소식이 누구보다 반가웠다. 이번엔 어떤 걸 가르쳐주시려나 기대가 됐다. ‘이제는 건너가자. 철학자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라고 적힌 띠지를 벗기고 표지를 살펴보면서 깜짝 놀랐다. 왼쪽 아래 귀퉁이에 국회의사당이 뒤집혀 있었다. 비스듬히 그어진 ‘선’은 단순히 선이 아니라 예리한 칼로 베어버린 것 같았다. 띠지의 ‘건너가자’라는 것의 의미가 대체 뭘까 더욱 궁금해졌다.
대한민국에는 정치 공작이 대부분을 차지함으로써 지금은 정치가 사라졌습니다. 철학적으로는 사회 통합이 이상적인 일로 간주되지만, 권력을 잡고 유지하는 데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 차라리 분열을 하나의 방법으로 채택해버리는 것이죠. - 9~10쪽.
삼십대 초반의 저자가 홍콩행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여건이 어떠한지, 중국과의 관계, 북한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강조한다. 친일 청산 문제에서 우리는 독일과 프랑스처럼 전쟁으로 주권을 빼앗긴 게 아니라 눈만 꿈뻑이다가 일본의 속국이 되었고 연합군의 도움으로 해방이 되었지만 우린 마치 스스로의 힘으로 해방이 된 줄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가의 일을 진영의 논리로 다루니, 국가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종속적이고 집단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으면, 어떤 문제를 독립적인 사고 능력으로 집요하게 다루지 못하고 바로 반대편을 선택해버리거나 논리를 임의대로 사용하는 특징을 보인다. -88쪽.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도 풀어놓았다. 대통령이 처음 내세웠던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가 어떤 나라이며 약속했던 인사 5대 원칙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대통령의 고유함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 말한다. 과거와 결별하려면 먼저 내 과거와 결별해야 하듯이 적폐 청산도 내 안의 적폐를 먼저 청산해야 한다고. 저자의 <나는 5.18을 왜곡한다>라는 글이 발표되고 나서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던 때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글이 오히려 왜곡 해석되는 현실에 분노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 모든 나라가 놀랄 정도로 눈부신 초고속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드리워진 어둠은 매우 짙다. 나라의 모든 정책과 노선이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의 재건과 ‘성장’에 맞춰져 있다 보니 인권이나 참된 민주화에 대한 의식은 그에 비해 성장하지 못했다. 이미 예전에 폐기했어야 할 낡은 프레임을 갖고 목청 높이는 정치세력이야말로 ‘자기 탈피를 못하는 사람’이라며 꼬집는다.
문제 없는 부부도 없고, 문제 없는 국가도 없다. 문제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미래적으로 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다. 모든 발전은 문제를 해결해가는 노력의 결과다. -175쪽.
목차에 상관없이 매일 조금씩 끌리는 대목부터 읽어나갔다. 뒤표지의 ‘철학자가 낱낱이 짚어낸 대한민국의 문제’라는 문구처럼 저자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이 잘 드러나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저자의 책을 꾸준히 읽어온 나로선 솔직히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다. 진정한 민주화를 쟁취하고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정쟁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 저자는 매우 답답했던 듯하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일개 전업주부인 나조차 지금의 우리 정치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왠지 고개를 젓게 된다. ‘어느 진영도 ‘미래를 말하는 능력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저자의 생각이 미래인가?
새로워져야 할 때 새로워지지 않으면 현재 가지고 있는 새로움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급속하게 더 낡아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 239쪽.
내겐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중학생 아들이 있다. 온라인 수업에 농땡이를 치고 시험을 곱게 말아먹는 아들을 보면 난 답답하기만 하다. 아들 인생이니 내비둬,하고 싶지만 아들의 미래가 어떨지 경험상 그려지기 때문에 자꾸만 다그치게 된다. 중학생을 거쳐온 선배로서 조언과 충고를 한다. 하지만 아들은 나의 모든 얘기가 그저 지겨운 잔소리에 불과하다.
난 저자의 글이 잔소리로 취급되지 않았으면 한다. 온라인에서 검색만 하면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정치논평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글에 가득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철학자의 냉철함으로 짧으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단 하나의 화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각각의 글마다 발표된 시점을 수록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 접기
몽당연필 2021-05-16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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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일류를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류의 정치, 일류의 교육, 일류의 국방, 일류의 기업이 무엇인지 아직 모릅니다.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일류의 삶으로 도약해야 하는데 ,그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죠(-6-)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것을 대한민국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그때 강대국들끼리 벌이는 국제 질서의 구조를 이겨낼 정도로 우리는 독립적이지 못했다. 북한은 친일파를 척결했는데, 우리만 척결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치상 어불성설이다. 북한의 초대 내각이 친일파로 가득 채워졌던 것을 우리는 다 알지 않은가? 북한 건국 세력 대부분이 항일 무장 단체 출신이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반면, 대한민국 이승만 정부 초기 내각은 임시정부나 광복군 출신의 독립운동가였다. (-79-)
"세계를 그냥 자기 속에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알기도 하느냐, 이게 큰 차이지. 그러나 이런 인식의 첫 불꽃이 희미하게 밝혀질 때 , 그때 그는 인정이 되지." 알려고 하는 태도는 머무르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향한 욕망이다. 그것이 지적인 태도다. (-133-)
정당도 그렇다. 새누리당이 망해간 과정을 보라. 아무리 헛발짓을 해도 든든히 지켜주던 지지층을 누가 빼앗아갔나? 민주당이 빼앗아 갔나? 국민의당이 빼앗아갔나? 아무도 빼앗아가지 않았다. 철저히 자멸하고 있다. 누가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을 비판해도 결사 호위하는 지지층은 마치 콘크리트처럼 견고했다. 그 지지자들이 지금 다 어디로 갔는가? 누군가 빼앗아갔는가? 아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지지자들을 몰아낸 것이다. 누가 밀지도 않았고 무너뜨리지도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온전히 혼자서 속절없이 무너져갔다. 혼자서 무너지다가 나라가 결딴나게 생겼다. (-169-)
우리는 기적을 이룬 나라고, 기적을 이룬 국민이다. 이런 기적을 이룬 나라는 사실상 인류 현대사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식민지 시절을 보내다 독립하여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룬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는 없다. 정치 발전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것도 우리가 유일하다. 자원과 기초적인 물적 토대 없이 이 정도의 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식민지를 착취해 발전의 토대를 갖췄지만, 우리는 외부를 착취하지 않고 우리의 힘으로만 이룬 것이니 내용 또한 다른 나라와 비교하자면 더 도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가 딱 여기까지라는 점이다. 끓는 냄비 속에 있으면서도 뜨거워지는 줄을 모르는 형국이다. (-241-)
한국은 참 묘한 나라이다. 한국인도 한국을 잘 모른다. 그래서 항상 한국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기보다 한국을 미워하고, 문제를 언급하고,지속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그리고 항상 선진국을 갈망하면서, 현실은 여전히 후진국으로 생각하는 이상한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인이 모르는 한국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 여기에 한국인이 추구하는 여러가지 상황과 조건, 문제들을 언급하고 있으며, 그 과정 하나하나 풀어 나가고 있었다.
한국은 건국->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나라이며, 이 세개의 집단이 대한민국 사회의 주축이 되고 있다. 누군가는 역동성이라 말하고, 누구는 분열된 대한민국이라 말하고 있다.이 원인은 한국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경제성장을 경험한 세대, 그리고 민주화를 태어나면서 느낀 세대로 대한민국사회가 나누어졌고, 그들만의 생활양식,문화,관습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여기서 한국인의 다양성이 약이 되는 것보다 세대간의 단절 더 나아가 각자도생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앞선 세대를 꼰대라 표현하면서, 멀리하고 있다.
반면 저자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가치를 언급하고 있었다. 바로 라인강의 기적을 넘어선 한강의 기적이다. 사실 한강의 기적은 상당히 친숙하면서, 그것의 의미조차 잘 모를 때가 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새삼스럽다 고 생각한다. 즉 '한강의 기적'은 우리는 실체를 느끼지 못하고, 외부의 국가나 민족은 부러워하는 무형의 실체이다. 미얀마가 군부 독재 시대를 청산하지 못하고, 2021년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한국이 보여주는 기적의 실체는 검증되었고, 무시할 수 없다.한국인의 저력이며, 자부심이다.
그리고 이 책은 과거 새누리당과 지금의 민주당을 비교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무너진 것은 그들의 내부 자멸 때문이다. 즉 자신들이 지지하는 그 콘크리트와 같았던 지지층이 한순간에 자멸의 길로 빠져들었고, 2020녀 4월 총선에 180석 가까운 국회의원을 획득하였다. 그동안 여소야대에 머물러 있었던 민주당이 정치판에서 기득권이 되어서,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역사란 오묘하여서, 새누리당이 거쳐왔던 길을 민주당이 걸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며,조금씩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즉 이념의 대결, 프레임의 대결 구도가 바로 우리의 문제점의 뿌리가 되고 있었으며,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만 미래가 밝은 세상, 건국 세대에서 민주화 세대로 넘어갈 수 있게 되며, 한국은 민주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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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21-05-07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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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저의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를 읽고 새창으로 보기
최진석 저의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를 읽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하며 지지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모습을 볼 때면 가끔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정치판의 모습이 국민의 이익이나 여야의 합치가 우선이라 기보다는 자기 당 우선이라는 면이 강하게 비칠 때는 국민의 대표들인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시해야 하는 민주주의원칙을 실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당연히 임기가 주어져 있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그에 부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 단언한다.
예전에는 거의 정치판에는 관심을 갖지 아니했다.
뉴스도 신문의 정치판도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저 흘러 듣는 게 일반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의 주인의 일원으로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는 생각이다.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알아야만 한다는 기본자세이기도 하다.
알아야만 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관심을 갖다 보니 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정치사회가 왜 이렇게 중요한지 말이다.
정말이지 정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 발전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자유 권리도 절대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임을 말이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고, 세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더 앞으로 위로 나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저자는 아쉽게도 멈춰있다고 진단한다.
아니 선진국으로 향해 가는 진입로에서 함정에 빠졌다고 밝힌다.
그 이유가 과거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철학자인 저자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에 대한 정치사회 평론서로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이유는 과거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그러한 사고방식의 산물이자 장본인이다.
저자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후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35년을 보내고 독립한 대한민국은 지난 76년 동안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시대적 관제를 완수하고, 이제 새로운 길에 나서야 할 지점에 섰다.
저자는 여기에서 바로 한 단계 상승하고 혁신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종속성을 벗어나‘각성’해야 한다.
정치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진보를 위해 어떻게 각성해야 하는지, 철학자인 저자는 냉철하면서도 높은 시선으로 굽어본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문제는 어느 진영도 미래를 말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선진화’를 달성해야 한다.
물질을 넘어 문화적이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대한민국은 생존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력하게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민주화 다음은 선진화라 할 수 있다.
선진화는
전술적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따라 하기에서 선도력 추구로,
자리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사회과학적 시선에서 인문적 시선으로,
일반성에서 고유함으로,
명분과 이념에서 실리와 실용으로,
프로젝트 수행에서 어젠다 설정으로,
구체적 감각의 단계에서 추상적 사유의 단계로,
종속적 단계에서 능동적 단계로,
예능의 차원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선례 찾기에서 선례 만들기로,
안전 추구에서 과감한 모험으로,
대답하기에서 질문하기로,
정답 찾기에서 문제 찾기로,
지식 수입에서 지식 생산으로,
취업 기풍에서 창업 기풍으로
사회 전체를 혁신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단계로의 상승만이 남았고,
바로 이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 의식이다.”(41~42pp)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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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사 2021-05-14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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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새창으로 보기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는 철학자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을 다룬 책이에요.
저자는 2017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언급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한 단계 상승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도약할 수 있는 힘을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고 하면서, '시선의 높이'를 강조하고 있어요. 시선의 높이를 끌어올려야 전체를 넓게 보는 능력이 올라가며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분열된 상태를 내려다보는 높은 시선을 갖고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시선의 높이가 결국 실력이라는 뜻이에요.
철학과 정치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적 방식이라는 점에서 맥락은 같으나 정치보다 더 추상적이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현실 정치의 문제들을 짚어내고 있어요.
국가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과거에 갇히는가, 우리 시대의 문제는 민주화인가.
여기서 중요한 건 저자의 의견이나 주장이 아니라 '지적인 태도'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지적인 태도란 감각과 감성보다는 숙고와 사실에 기대는 태도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해요. 알려고 하는 태도는 머물지 않고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낡은 말과 태도를 극복하고 '새 말 새 몸짓'으로 무장하는 일을 서두르고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여기서 '새 말 새 몸짓'으로 무장한다는 말은 종속성을 극복하여 독립을 확보한다는 의미이며, 독립은 영토나 정치적인 의미에 한정되지 않고 근본적인 시선이나 사유의 독립을 뜻해요. 진영적 사고에서 벗어나라는 거예요. 각성 없는 지성은 자기 프레임에 갇혀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변화를 감행할 수 없어요. 우리는 지금 민주화 다음의 어젠다 설정에 실패하여 방향성을 잃고 헤매는 형국이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민주화 다음의 어젠다는 무엇일까요.
바로 선진화의 길이에요. 선진화를 향한 혁신다운 혁신을 도모할 차례예요.
우리가 할 일은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무장하여 지금 아는 것, 지금 멈춰 있는 곳에서 다음으로 이동하려는 욕망이 질문을 던져야 해요. 질문 자체가 혁신적 활동이기 때문이에요. 정치 진영과 프레임 씌우기에서 벗어나려면 시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독서예요. 프레임을 뛰어넘는 높이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는 일부터 시작하자는 거예요. 시선의 높이가 현재 레벨에 머문다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예요. 모든 생각은 근본적으로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개입되기 때문에 현실 너머나 다음을 도모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질문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자기 자신으로 독립할 수 있어요.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는 우리가 건너가야 할 다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를 제안하고 있어요. 개인이든 국가든 한 단계 더 높은 다음을 생각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시선의 높이가 중요해요. 세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주도권을 잡는 것이야말로 일류의 높이, 즉 선진국인 거예요. 우리는 지금 건너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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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2021-05-16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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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새창으로 보기
철학자인 최진석 교수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감명 깊게 읽었다. 어려운 분야를 이해하기 쉽게 또한 생각할 이야기를 가득 풀어내는 저자만의 필력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저자의 신작 『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를 접하며 사실 우려가 되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지극히 정치적인 색채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철학자가 정치를 논하는 것. 아니 정치라는 분야가 특정 정당 혹은 특정 계파에 대한 지지나 반대가 담길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 우려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듯이 저자는 과거 철학자들의 사례를 언급한다. 사실 철학자가 정치를 논하는 것은 과거부터 당연시되었던 것이라 한다. 플라톤, 칸트, 공자, 노자, 율곡, 다산 등 많은 철학자들이 국가의 문제를 철학적 높이에서 다루었으며, 정치 철학 중심으로 연구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사실 저자의 말대로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은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타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현대에 이르러 철학자를 비롯하여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고 때론 위험해 보인다. 어쩌면 우리나라이기에, 요 근래 들어 정치의 어떤 계파 건 불편함을 감출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서로를 향해 날이 서 있기에 더 그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막상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회초리가 부정 혹은 반대의 회초리라기보다는 애정의 회초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특정 정당에 대한 옹호를 바탕으로 한다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제점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는 생각 또한 든다. 저자의 논지의 바탕에는 다분히 철학의 관점이 작용한다. 그에 대한 예로 사기 속 한나라 고조 유방이나 고대 중국 철학자 노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한 실제 우리가 겪었던 얼마 전 우리나라의 사례들 또한 등장한다. 실제적이기에 오히려 피부로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기도 했다. 그저 과거의 철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의 이론에 가까운 사례만 등장했다면 수박 겉핥기 느낌이었겠지만, 우리의 현실과 겹쳐서 보게 되니 문제를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이라면 역시 훌륭한 리더는 그에 맞는 격과 예를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 역시 정치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었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묻어난다. 사람 사이에도 신뢰가 중요하듯 국가 간에도, 정치인과 국민 간에도 신뢰는 중요하다. 시선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결론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 있는 풀을 보면 그 땅이 어떤 땅인지를 알고,
쓰는 사람을 보면 그 지도자가 어떤 사람인 줄을 안다.
- 중국 고전 《사기(史記)》 중
난세가 인물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난세 중의 난세인 것 같다. 아무쪼록 저자의 말대로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걸음 성장해야 할 때이다. 남의 허점을 찾는데 골몰하기보다는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아프더라도 썩고 곪은 것은 잘라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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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한 층만 더 올려 나라를 보자”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승인 2021.05.02
진영 논리 넘어 선진화의 길 제시한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정치의 구체성과 철학의 추상적 활동 능력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문제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해결되고, 사회는 건강성과 진보성을 보장받는다. 철학의 인도를 받지 못한 정치는 기능에 빠져 흔히 ‘정치 공작’ 차원의 정치를 넘지 못한다. 정치 공작은 정치 행위자들이 정치권력을 잡고 또 그것을 지키는 방법에만 관심을 두지, 삶의 문제를 해결해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행위다.”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이자 사단법인 ‘새말 새몸짓’ 이사장인 최진석 교수가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를 펴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정치 공작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지금은 정치가 사라졌다고 개탄한다. 아직도 이념 논쟁 중인 대한민국의 좌파나 우파에 다 같이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좌파는 매력을 상실했고 우파는 원체 매력이 없는데 두 세력의 매력 없는 충돌에 하릴없이 운명을 맡겨둔 게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일갈한다.
“선진국에 걸맞은 시선의 높이와 상승 필요해”
“세계는 좌우만 따지면 높이를 갖지 못하고, 높낮이만 따지면 넓이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혁명, 진보, 개혁 등등은 같은 높이에서 처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처지와 입장만 바꾸는 것은 ‘개량’일 뿐이다. 이제는 높낮이를 살펴야 할 때가 됐다.”
최 교수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후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35년을 보내고 독립한 대한민국은 지난 76년 동안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시대적 관제를 완수하고 이제 새로운 길에 나서야 할 지점에 선 만큼 한 단계 상승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화 다음은 선진화라 할 수 있다. 선진화는 전술적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따라 하기에서 선도력 추구로, 자리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사회과학적 시선에서 인문적 시선으로, 일반성에서 고유함으로, 명분과 이념에서 실리와 실용으로, 프로젝트 수행에서 어젠다 설정으로, 구체적 감각의 단계에서 추상적 사유의 단계로, 종속적 단계에서 능동적 단계로, 예능의 차원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선례 찾기에서 선례 만들기로, 안전 추구에서 과감한 모험으로, 대답하기에서 질문하기로, 정답 찾기에서 문제 찾기로, 지식 수입에서 지식 생산으로, 취업 기풍에서 창업 기풍으로 사회 전체를 혁신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단계로의 상승만이 남았고, 바로 이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 의식이다.”
최 교수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길목에 선 대한민국이 성공적으로 진화해 한 단계 더 높은 나라를 만들어가려면 그에 걸맞은 시선의 높이와 상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질을 넘어 문화적이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대한민국은 생존할 수 있다면서.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의 성공 신화는 물건과 제도의 높이에서 이룬 발전이다. 후진국과 중진국 정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제 이런 성공 신화를 뒤로 물리치고 한 단계 더 높고 새로운 신화를 써야 한다. 산업화 세력이 건국 세력을 도태시키고 새로워졌듯이, 민주화 세력이 산업화 세력을 밀어내며 나라를 새롭게 했듯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세력이 민주화 세력을 도태시키는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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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경기매일 승인 2021.04.28
“세계는 좌우만 따지면 높이를 갖지 못하고, 높낮이만 따지면 넓이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혁명, 진보, 개혁 등등은 같은 높이에서 처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처지와 입장만 바꾸는 것은 ‘개량’일 뿐이다. 이제는 높낮이를 살펴야 할 때가 아닐까?”
철학자 최진석은 아직도 이념 논쟁 중인 대한민국의 좌파나 우파가 다 같이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좌파는 매력을 상실했고 우파는 원체 매력이 없는데, 두 세력의 매력 없는 충돌에 하릴없이 운명을 맡겨둔 게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런 대결 형국에서 두 진영은 자기 확신에 빠져 상대방을 공격하기에만 바쁘다.
대학 강단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 강연에 뛰어들어, 각성하고자 하는 교육생에게 사유의 기틀을 세워주는 혁신의 길에 선 철학자 최진석이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현재를 톺아본다.
저자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민족과 국가 개념도 뒤섞인 채로 혼란에 빠진 나라다. 외세에 시달리며 강대국들의 간섭을 받았던 지난 역사에서 비롯한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는 각자 프레임 씌우기로 상대방을 헐뜯고, 과거에 갇힌 사유와 종속적인 사고방식과 새로운 어젠다의 부재가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막고 있다.
1945년 광복 후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은 가난과 압제와 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길목에 섰다. 성공적으로 진입해 한 단계 더 높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려면 그에 걸맞은 시선의 높이와 상승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종속성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유를 하고, 기능만을 추구하는 얕은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거시적으로 목적을 생각하고, ‘민주화’라는 과거의 의제를 벗어나 ‘선진화’를 달성해야 한다. 저자는 물질을 넘어 문화적이고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대한민국은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96쪽, 북루덴스, 1만7000원.
===
최진석 "국가가 민족을 살리지, 민족이 국가를 살리지 않는다"
송고시간2021-04-29
철학자가 쓴 정치사회 평론서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사회 전반의 문제를 과학적·철학적·인문학적 연구를 통해 발전시키는 활동을 벌이는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정치사회 평론서를 냈다.
최 교수는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북루덴스 펴냄)에서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이지만 "국가는 안전과 이익을 공유하는 배타적 집단"이라며 국가 중심의 정치가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문제는 국가를 국가의 높이에서 경영하지 않는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국가와 민족 사이에서 대통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분명한 것은 민족의 시각으로는 국가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저자는 "국가의 시각으로는 민족의 문제를 풀 수 있다. 국가가 민족을 살리지, 민족이 국가를 살리는 일이 없다"고 단언한다.
특히 "국가들과 다 등을 돌리고 민족이라고 상상하는 북한에만 목을 매고, 그 북한과 가까운 중국에만 굽실거리는 것으로는 국가의 높이에 있는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심지어 북한과 중국도 민족적 처신을 하고 있지 않고, 철저히 국가적 처신을 하고 있다며 "우리만 그것을 애써 알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만 환상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우려한다.
대통령은 민족의 지도자가 아닌 대한민국의 원수임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모든 일이 복잡해지고 해결이 어려워진다고도 경고한다.
저자는 국가 단계의 높이에서 통치력을 행사한 대통령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 마지막이라고 단언한다.
그 이후의 통치력은 감성적 민족주의에 매몰되거나, 권위주의 시대가 남긴 탐욕과 특권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과거의 운동권 이념을 넘어서지 못한 상태에서 반대쪽 진영을 부정하려는 기능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정도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지금은 민족정기를 살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정기와 정통성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도전에 나서야 하며 새로운 세력의 등장을 요구한다.
저자는 "건국 세력이 산업화 세력에 의해 도태되고, 산업화 세력이 민주화 세력에 밀려나는 과격한 운동을 통해 우리의 역사가 진보했듯이 이제는 민주화 세력도 도태되어야 한다"며 "민주화 세력도 이미 구세력이다. 민주화 세력을 도태시킬 새로운 세력의 형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따라 하기'로 갈 수 있는 최고점까지 왔으니 '따라 하기'가 아닌 방법으로만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책에는 '철학자가 왜 정치적 글을 쓰느냐'는 지적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실렸다.
"지적으로 높은 차원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문제 해결을 논하면 철학이고, 구체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식의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면 정치가 됩니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적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둘 다 똑같습니다. (중략) 철학의 인도를 받지 못한 정치는 기능에 빠져 흔히 '정치 공작' 차원의 정치를 넘지 못합니다. (중략) 대한민국에는 정치 공작이 대부분을 차지함으로써 지금은 정치가 사라졌습니다. 철학적으로는 사회 통합이 이상적인 일로 간주되지만, 권력을 잡고 유지하는 데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 차리리 분열을 하나의 방법으로 채택해버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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