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3

알라딘: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알라딘: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 북한의 페미니즘 소설부터 반체제 지하문학까지, 최신 소설 36편으로 본 2020 북한 인민의 초상   
오창은 (지은이)서해문집2020-09-10

288쪽

책소개

김정은 시대의 북한 문학을 통해 본 북한 사회와 사람들의 삶. 아름다운 것(문학예술)과 정치적인 것(프로파간다) 사이에서, 그들은 어떤 소설들을 읽고 썼을까? 책은 북한 문학에 대한 비평 작업을 꾸준히 해온 오창은 문학평론가의 첫 북한 문학 소개서로, 남한에서 최초로 출간되는 ‘동시대 북한 문학 평론집’이기도 하다.

북한의 페미니즘 소설부터 반체제 지하문학까지, 36편의 최신 소설을 통해 2020 북한 인민의 초상이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생동감 넘치게 다가온다. 최신의 북한 문학을 거의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몇 안 되는 연구자의 내공이 빛을 발한다.
목차
프롤로그 : 거울 밖으로 나온 북한 문학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의 추억 / 체제를 넘어서-민중의 삶, 사랑 그리고 문학 / 불온한 연구, 불편한 도전

제1부 아름다운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에서

01 김정은 시대의 북한 문학 읽기 ― 북한에도 ‘좋은’ 소설이 있을까
《문학신문》에서 ‘카프’를 만나다!
북한 문단에서 최고로 꼽는 작품은?
북한의 문학제도는 작가를 삼킨다 :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작가, 서청송의 <유봉동의 열여섯 집>
북한 문학에는 비극이 없다? : 낭만적 사랑이 노동으로 승화한 빼어난 성취, 김해룡의 <서른두 송이의 해당화>
북한의 하층 노동자의 일상을 발견하다 : 북한의 문학 관습에 저항한 문제작, 리준호의 <나의 소대원들>
남북 문학의 장벽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까

02 북한 민중의 삶, 사랑, 공동체와 개인 ―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서는 어떤 소설들을 읽고 썼을까
세계의 변두리, 주변부의 중심
세대 전승과 주체적 개인 사이 : 성격 창조와 내면의 묘사가 돋보이는 김혜인의 <가보>와 <아이 적 목소리>
과학과 사랑이 만나는 자리 : 청년 과학자들의 사랑 이야기, 김철순의 <인연>과 <꽃은 열매를 남긴다>
체제 속에서, 체제 너머를 상상하다 : 젊은 시대감각과 개성의 발견, 서청송의 <나의 영원할 수업>과 <무지개>
보편성의 공유, 민중문학의 비체제적 상상력 읽기

03 ‘세계’와의 경쟁, ‘나’의 자기 혁신 ― 2020 북한 인민의 초상
고난의 행군부터 하노이 회담까지, 자력갱생 담론의 부상
두 욕망의 충돌, 생활의 윤리와 공민적 의무 : 빈곤의 현실을 폭로하는 누설의 서사, 김옥순의 <동창생>
세계 제일을 향한 자기 혁신 : ‘세계와의 경쟁’이라는 강박, 렴예성의 <사랑하노라>
인민대중의 자기 통치, 국가주의의 호명과 인민 삶의 갈등

제2부 인민의 목소리를 찾아서

04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생태소설 읽기 ― 생태주의와 생산력주의의 충돌 현장
경성림업시험장의 기적
자연과의 싸움, ‘산림복구전투’ : 황철현의 <푸른 숲>, 김창림의 <생활의 선율>
생산력 중심주의에 대한 성찰 : 김향순의 <두 번째 작별>, 박성호의 <출발의 아침>
사람과 자연의 순환적 생태환경 담론을 위하여

05 북한에도 페미니즘 소설이 있을까 ― 선군시대, 북한 여성의 열망과 강박
선군시대 북한 농촌 여성의 위치
‘고난의 행군’에 대한 기억들 : 사회적 사건은 어떻게 여성의 일상에 개입하는가, 조인영의 <한 녀인에 대한 추억>
공포와 강박 그리고 사로잡힌 여성들 : 국민 총동원 체제에 복속되는 젠더, 윤경찬의 <넓어지는 땅>
혁신의 열망과 이념의 압박 :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이상적 여성상, 김영선의 <불길>
위기 담론과 ‘자발적 동원’ 사이에서

06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진실 찾기, 북한의 실화문학 읽기 ― ‘가족국가’ 북한의 내밀한 이야기
‘실화’와 ‘문학’, ‘사실’과 ‘허구’의 긴장
영웅 탄생의 서사화와 실화문학의 실재성 : 목숨을 바쳐 동료를 구한 노동자의 희생정신, 한철순의 <보석은 땅속 깊이>
현실 세계의 암묵적 분출 : ‘그는 필요한 사람인가’, 네 명의 시점으로 재구성된 리성식의 <필요한 사람>
‘공민의 도리’, 정치윤리적 긴장들 : 공공성의 과잉 확대, 리룡운의 <초석>
극한 노동의 세계와 가족윤리의 동원 : ‘보이지 않는 노동’과 가족 총동원 체제, 전충일의 <재부>
내밀한 목소리, 이데올로기 양식의 탄생

07 애도의 문학, 기억의 정치 ― 김정일 사후 재현된 ‘통치와 안전’의 작동
마모된 혁명, 인민의 안전
극비, ‘중대 보도’의 긴박성 : 그날 명태잡이 원양어선의 마지막 임무, 김하늘의 <영원한 품>
‘현지지도’라는 독특한 통치술, 애도와 치유를 통한 ‘당과 인민의 자기 통치’ : 최종하의 <깊은 뿌리>, 김금옥의 <꽃향기>, 석남진의 <사진에 깃든 이야기>
‘정치 부재’ 시대의 통치성

제3부 분단의 공포와 불안

08 북에서 온 탄원서, 북한의 지하문학 읽기 ― 익명의 작가 ‘반디’의 체제 비판적 소설집 《고발》
제3의 문학적 사건, 지하문학
검열 없이 발표된 북한 소설
반인권적 신분 차별과 혈통주의
절대 금기에 대한 도전, 비공식 서사가 보여주는 진실
성실한 삶을 배반당한 북한 민중의 분노
민중의 입장에 선 증언의 서사

09 북한 문학은 왜 전쟁을 미화하는가 ― 전쟁 서사를 통해 본 민중의 고통
폭격의 공포, 전쟁의 기억
‘북침과 남침’, 끝나지 않은 역사 대결 : 전쟁을 낭만화한 서사의 전형, 오광천의 <대렬 선창자>
전쟁을 위한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 : 백상균의 <로병 동지>, 김기성의 <금반지>
국가주의에 포섭되지 않는 삶의 윤리, 문학의 윤리

에필로그 : ‘북한’ 연구에서 ‘북한 문화’ 연구로
평양의 모니카, 서울의 모니카 / 한 장의 사진, 북한 이미지의 이면 읽기 / 비판적 북한 문화 연구, ‘마魔의 관문’ 통과하기 / “확인하는 것만큼 강렬한 충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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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25 북한 사회에서 문학은 특별한 위치에 있다. 사회주의 체제는 언어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중시하기에 ‘문학과 미디어’를 국가기구에서 통제한다. 또한 문자언어의 공식성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 사회에서 출판된 문학 작품은 공식 문학, 당의 문학이다. (…) 북한에서는 작가가 자유롭게 창작해 발표하는 개성적인 문학이 아니라, 활자화되기 전까지 검토와 토의를 거친 집체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 출간된다. 견고한 검열 체계가 작동하는 셈이다.
북한 사회에는 두 부류의 작가가 있는데, ‘현업 작가’와 ‘현직 작가’다. 현업 작가는 북한의 대표 전문 창작 기관인 ‘4·15문학창작단’에 소속돼 활동하며, 특별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현업 작가에 대한 검열은 좀 더 엄격하다. 현직 작가는 별도의 직업을 지니면서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를 일컫는다. 현업 작가는 모두 조선작가동맹 소속이다. 현직 작가는 교원·노동자·군인·농장원 등으로 직업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  접기
P. 67~68 2014년 독특한 개성을 장착한 작가가 등장해 북한 문학의 상상적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남한 연구자에게는 북한 문학의 신성新星처럼 보인다. 북한에서도 그의 문학에 대한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그의 이름은 서청송이다.
서청송은 <영원할 나의 수업>과 <무지개>를 연거푸 발표했다. 특히 <무지개>는 북한 사회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하다. (…) 무엇보다 서청송의 소설은 젊은 감각이 넘쳐난다. ‘손전화 통보문’(문자 메시지)이나 ‘휴대용 콤퓨터’(노트북) 그리고 ‘다매체화’(멀티미디어화)라는 용어도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 있다. 그의 소설은 북한 젊은이들의 일상과 언어를 발랄하게 재현한다.2014년 독특한 개성을 장착한 작가가 등장해 북한 문학의 상상적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남한 연구자에게는 북한 문학의 신성新星처럼 보인다. 북한에서도 그의 문학에 대한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그의 이름은 서청송이다.
서청송은 <영원할 나의 수업>과 <무지개>를 연거푸 발표했다. 특히 <무지개>는 북한 사회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하다. (…) 무엇보다 서청송의 소설은 젊은 감각이 넘쳐난다. ‘손전화 통보문’(문자 메시지)이나 ‘휴대용 콤퓨터’(노트북) 그리고 ‘다매체화’(멀티미디어화)라는 용어도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 있다. 그의 소설은 북한 젊은이들의 일상과 언어를 발랄하게 재현한다.  접기
P. 94~95 어느덧 분원 구내도 벗어나고 미용원이란 간판의 대형 유리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몸을 떨었다. 왜 여기로 왔던가? 그래, 난 여기서 그의 말을 부정해버리려고 하지.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 우리 파마 약이 새로 나왔다지요? 그걸루 머리를 할 수 없을가요?”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의자에 앉으며 미용사에게 말을 건넸다.
몸이 좋은 미용사는 거울에 비낀 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은근히 말했다.
“나야 손님들의 요구대로 해주면 그만이지요. 하지만 딸같이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다른 걸로 하라요.”
“그건 왜요?”
“아, 머리 모양이 아름다움의 80프로를 좌우지한다니까. 우리 파마 약은 냄새두 좀 센데다 머리 파장이 곱지 않아요. 괜히 머리만 망친다니까. 아니, 왜 그래요?”
나는 그만 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눈물이, 아픔의 눈물이 왈칵 솟구쳐 나왔다.
[렴예성의 <사랑하노라> 중에서]  접기
P. 181~182 그날 밤 나는 한잠도 자지 못하였다. 가족들을 위해 내여준 숙소가 있었지만 교대 운전수가 없어 낮에 밤을 이어 그냥 일하고 있는 남편의 운전칸에 함께 앉아 있었다. 골재를 다 실은 자동차가 떠나가고 다음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잠간잠간씩 눈을 붙이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느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남편이 바로 거기에 나가 있어요!” 하고 자랑하고 싶어 하던 나 자신이 너무도 저주스러워 가슴이 찢기는 듯하였다. (중략) 교대 운전수가 없는 남편은 여전히 밤낮으로 일했다. 잠, 잠이 모자랐다. 남편에게는 밥보다도 물보다도 잠이 귀했다. 안해(아내)가 곁에 있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있자니 죄를 짓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잠이야 대신해줄 수 없지 않는가.
[전충일의 <재부(財富)> 중에서]  접기
P. 212~213 《고발》이 남한에 소개되어 출간되기까지의 사연도 극적이다. 북한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지식인 작가가 1990년대 초중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그는 북한의 사회 현실을 외부 세계에 알림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 작가의 선택은 너무나 위험해서 목숨을 담보로 한 도전과도 같았다. 그는 친척이 중국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털어놓자 ‘자신의 원고 뭉치’를 건넸다. (…) 2014년 ‘조갑제닷컴’에서 첫 출간된 《고발》은 일부 독자의 제한된 호기심만 불러일으켰다. 반디의 단편소설 일곱 편에 대한 관심은 반딧불이의 불빛처럼 미약했다. 그러던 것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라 스미스로 인해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확 타오르기 시작했다. 데버라 스미스는 《고발》을 영어로 번역해 ‘영국 펜’English PEN의 2016년 하반기 번역상 수상자가 됐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들떠 있던 남한 독자들의 눈길이 반디의 불타는 책에 머물기 시작했다. (…) 《고발》에는 정치적 탄압을 각오하면서까지 자신의 작품을 바깥 세계로 내보내야 했던 작가 반디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남한 독자들도 진지한 태도로 작품에 반응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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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오창은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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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교수.
1997년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 재학 시절에 교환연구생으로 중국 연변대학교에 체류하면서 북한 문학 연구에 발을 깊숙이 내딛었다. 북한 대표 작가 이기영과 한설야 연구로 석사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연변에서 희귀 자료를 수집했다. 연구 자료들을 갖고 인천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 사건에 휘말릴 뻔했다. ‘이적 표현물’인 북한 서적이 문제가 되어 인천 세관·검찰로부터 큰 조직사건의 당사자인 것처럼 험하게 취조를 당했다. 학술 목적임이 확인되어 구속되는 불상사는 면했지만 북한 서적은 모두 몰수당하고 말았다. 결국 석사 학위 논문의 연구 주제를 바꿔야 하는 아픈 경험을 했다.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11월 ‘남북문학예술연구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며 북한 문학·예술 연구자들과 지금까지 세미나를 이어오고 있다. 북한 문학 연구는 학문의 영역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천의 영역이기도 하다. 2006년 10월에는 금강산에서 개최된 ‘6·15민족문학인협회’ 출범식에서, 작품으로만 읽었던 북한 작가들과 직접 만나 대화했고, 2009년 1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3·1절 90주년 기념 남북 학술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하여 직접적인 학문적 소통을 했다.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남북 및 국제교류 소위원회’ 위원으로서 남북 문화예술인의 교류를 위해 활동했다.
문학평론집 《비평의 모험》(2005), 《모욕당한 자들을 위한 사유》(2011), 《나눔의 그늘에 스며들다》(2017)와 인문비평서 《절망의 인문학》(2013)을 썼다. 접기
수상 :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최근작 :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나눔의 그늘에 스며들다> … 총 23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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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책이 사는 세계>,<중학생이 알아야 할 뉴스의 모든 것>,<말을 캐는 시간>등 총 460종
대표분야 : 역사 8위 (브랜드 지수 316,833점), 고전 14위 (브랜드 지수 221,367점), 청소년 인문/사회 14위 (브랜드 지수 45,576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남한 최초로 출간된, 동시대 북한 문학 평론집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작가 서청송부터
관습에 저항하는 문제적 작가 리준호까지
오늘의 북한 소설들을 만나러 갑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문학을 통해 본 북한 사회와 사람들의 삶. 아름다운 것(문학예술)과 정치적인 것(프로파간다) 사이에서, 그들은 어떤 소설들을 읽고 썼을까? 이 책은 북한 문학에 대한 비평 작업을 꾸준히 해온 오창은 문학평론가의 첫 북한 문학 소개서로, 남한에서 최초로 출간되는 ‘동시대 북한 문학 평론집’이기도 하다. 북한의 페미니즘 소설부터 반체제 지하문학까지, 36편의 최신 소설을 통해 2020 북한 인민의 초상이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생동감 넘치게 다가온다. 최신의 북한 문학을 거의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몇 안 되는 연구자의 내공이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에서, 북한에서는 어떤 소설들을 읽고 썼을까

북한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와 같은) ‘좋은’ 소설이 있을까? 북한에서 최고로 꼽는 소설 작품은 무엇일까? 북한의 문학제도는 어떨까? 북한의 작가들은 어떻게 양성되고, 어떻게 등단하는 것일까? 여전히 작품에 대한 검열이 존재할까? 북한 소설에는 비극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남한의 문학과 북한의 문학은 무엇이 같고 다를까?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오늘의 북한 문학을 개괄하면서, 대표적인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북한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살펴본다.

북한 문학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전통 아래 ‘노동과 일 중심의 서사, 비극이 없는 낙관주의, 개인주의에 대한 비판과 집단주의의 추구’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테면 2014년 혜성처럼 등장해 북한 문학의 신성新星이 된 젊은 작가, 서청송의 <유봉동의 열여섯 집>(2017, 홍수 피해의 고난 극복 과정을 낭만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통해 오늘날 북한 문학계의 미적 기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기존의 문학 관습에 저항하는 새로움의 물결도 있으니, 북한 문단에서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는 김해룡의 <서른두 송이의 해당화>(2016, 해안 간석지 건설장에서 벌어진 청년돌격대의 활약상과 사랑 이야기)에서는 ‘혁명적 낙관주의’를 깨뜨린 비극적 서사가 눈길을 끈다. 또한 북한 문단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지만 리준호의 <나의 소대원들>(2016, 탄광 설비소대원들의 일상과 내면세계를 그린 작품)의 경우, 개성 넘치는 성격 묘사로 비주류 하층 노동자의 세계를 섬세하게 형상화한 ‘모더니즘적 노동소설’로서, 북한 문학의 예외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위대한 수령님”과 같은 정치지도자에 대한 헌사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최근 10년 동안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북한 평론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주요 작가로는 김혜인, 김철순, 서청송 등을 꼽을 수 있다.
김혜인은 치밀한 성격 창조와 내면 묘사를 통해,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양심의 문제와 현재 직면한 선택의 문제를 대비시켜 갈등을 서사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를테면 쌍둥이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 <가보(家寶)>(2010)는 ‘누가 가보를 물려받아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혁명가의 핏줄’(앞 세대의 업적)이 중요한 북한 사회에서 부모의 업적에 의존적인(우리 식으로 말하면 ‘부모 찬스’를 쓰는) 젊은 세대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는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아이 적 목소리>(2012) 역시 탄광과 도시를 배경으로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양심의 문제를 다루는데, 북한 사회의 관료주의 비판으로도 손색이 없는 서사적 긴장을 담고 있다. 김혜인의 작품들은 북한 문학에서 드물게 가족적 요소와 사회적 양심의 문제를 다루기에 눈길을 끈다.
김철순은 청년 과학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과학적 성취와 연결함으로써 열정의 창조적 전환을 그리는 데 뛰어나다. 사랑은 문학이 탐구해온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소설 속 사랑에 대한 서사는 그 사회가 지향하는 ‘관계 맺기’의 심층을 드러낸다. 그의 소설 <인연>(2013)과 <꽃은 열매를 남긴다>(2012)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헌신과 청춘 남녀의 사랑을 엮어낸 작품들로, 자기 욕망에 충실한 사람과 냉정하고 현실적인 사람 간의 관계가 사랑의 서사를 끌고 나가기도 하고, 세련된 플롯과 극적인 반전으로 ‘애국주의적 사랑’을 낭만적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하기도 한다.
서청송의 작품들은 젊은 시대감각과 새로운 개성들로 넘쳐난다. ‘손전화 통보문’(문자 메시지)이나 ‘휴대용 콤퓨터’(노트북), ‘다매체화’(멀티미디어화) 같은 용어도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들어 북한 젊은이들의 일상과 언어를 발랄하게 재현한다. <영원할 나의 수업>(2014)은 컴퓨터 수재인 자신만만한 젊은 교사의 좌충우돌 일상을 경쾌한 어조로 그려낸 소설로, 12년 의무교육 시행이라는 정책 변화에 부응해 교사들의 재교육 문제와 과학기술 분야의 교육 현안을 서사화한 작품이다. <무지개>(2014)는 발표 당시 북한 사회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작품으로, 평양의 방직공장 노동자 합숙소 108호실을 배경으로 일곱 명의 개성 넘치는 여성 노동자를 통해 ‘(노동)영웅은 자신의 헌신적 노력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권력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문제의식과 관료주의 비판을 드러낸다. 미스터리 기법으로 극적 긴장감을 높이며, 단문을 활용해 읽는 속도감도 빠르다. 유머와 소소한 이야기를 잘 결합해 재미 요소도 겸비했다. 북한 문학에 나타나는 무거운 교양적 분위기를 가벼운 유희적 분위기로 바꾸어내려는 작가의 노력이 인상적이다.

한편 1990년대 고난의 행군부터 2019년 하노이 회담에 이르기까지, 고립과 제재 속에서 북한 사회의 ‘자력갱생’ 담론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의 분위기는 더욱 강고해졌다). 이를 통해 2020년 현재 북한 사회의 지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배경으로 민중의 빈곤했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김옥순의 <동창생>(2018), 외국산 제품에 맞서 ‘우리식 파마 약 개발’을 둘러싸고 세계 제일의 과학기술에 대한 염원을 형상화한 렴예성의 <사랑하노라>(2018)는 오늘날 북한 사회가 ‘자기 혁신’, ‘세계와의 경쟁’이라는 강박적 관념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울러 시대의 변화상과 함께 가부장적 질서에 대항하는 북한 여성의 욕망 표현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주체적인 양상을 띠는 점도 흥미롭다.

페미니즘 소설부터 지하문학까지, 겹겹의 목소리를 듣다

북한 소설에도 장르적 다양성이 있을까? 이 책의 제2부와 3부에서는 생태소설, 페미니즘 소설, 실화문학, 지하문학, 전쟁문학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작품들을 통해 북한 문학 특유의 다채로움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청년, 여성,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 가족과 지역공동체와 국가기구의 긴장 관계 등 북한 사회의 내밀한 이야기에도 좀 더 가까이 귀 기울여본다.

고난의 행군 이후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북한에서는 대대적인 ‘산림복구전투’ 운동이 펼쳐졌는데, 이를 형상화한 작품을 통해 북한 사회의 생태환경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산림 복구 사업을 둘러싼 지역공동체와 국가기구의 긴장 관계, 미래 세대의 윤리 문제, 무분별한 벌목과 개간을 둘러싼 공적/사적 욕망과 생태주의의 충돌, 반환경적인 생산력 중심주의에 대한 성찰 등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황철현의 <푸른 숲>(2016), 김창림의 <생활의 선율>(2017), 김향순의 <두 번째 작별>(2016), 박성호의 <출발의 아침>(2016)]

2000년대 북한의 문학 작품에서 여성은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을까? 그리고 고난의 행군이나 선군시대․선군정치 같은 사회적 사건은 어떤 방식으로 여성의 일상에 개입해왔을까? 고난의 행군 시절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과 공포, 생산력 증대를 위한 농촌 여성들의 힘겨운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 등을 통해, 당시 국가기구의 ‘국민 총동원 체제’(남성성의 이데올로기)에 포박된 북한 여성의 상황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조인영의 <한 녀인에 대한 추억>(2005), 윤경찬의 <넓어지는 땅>(2001), 김영선의 <불길>(2005)]

북한 문학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실화문학’(우리 식으로는 ‘르포문학’)이 하나의 장르로서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이다. 작품 공모전에서도 ‘소설문학’ 부문을 ‘단편소설, 단편과학환상소설, 단편실화문학, 수필’ 등으로 구분할 만큼 실화문학은 별도의 영역으로 취급된다. 실화문학은 ‘사실’과 ‘문학’이 중첩된 장르이기에 그 어떤 장르보다 북한 사회의 생생한 현실이 담긴 ‘내밀한 이야기’다. 북한 민중이 공유하는 ‘진짜 이야기’, 민중의 생활사가 투영된 작은 역사의 구현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남한의 독자들에게는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철순의 <보석은 땅속 깊이>(2012), 리성식의 <필요한 사람>(2014), 리룡운의 <초석>(2014), 전충일의 <재부(財富)>(2012)]

이 외에도, 2011년 김정일 사망 직후 애도와 치유의 문학이 어떻게 ‘기억의 정치’를 구현했는지,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라는 독특한 통치술이 당과 인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등을 살펴보고[김하늘의 <영원한 품>(2012), 최종하의 <깊은 뿌리>(2012), 김금옥의 <꽃향기>(2012), 석남진의 <사진에 깃든 이야기>(2012)], 북한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름다운 비극’이 허락된 전쟁 서사를 통해 북한 사회가 안고 있는 분단의 공포와 불안의 심연을 들여다본다[오광천의 <대렬 선창자>(2016), 백상균의 <로병 동지>(2017), 김기성의 <금반지>(2016)].

한편, 2017년 남한에서는 제3의 문학적 사건이 일어났다(1980년대 후반 대학가의 북한 문학 읽기 붐과, 2002년 북한 역사소설 《황진이》의 합법적인 국내 출간에 이은). 북한의 한 익명의 지식인 작가, 필명 ‘반디’의 소설집 《고발》이 극적인 과정을 거쳐 국내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원래 2014년 ‘조갑제닷컴’에서 첫 출간되었으나 당시에는 일부 독자의 제한된 호기심만 불러일으켰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라 스미스가 이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영국 펜’English PEN의 2016년 하반기 번역상 수상자가 되자, 남한 독자들의 눈길이 반디의 불타는 책에 머물기 시작했다.) 《고발》은 북한 사회의 내밀한 이야기가 은밀하게 남한 독자에게 전해진 것으로, 무엇보다 북한에서 창작되어 검열을 거치지 않고 남한에서 출간된 유일한 작품집이기에, 향후 남북 통합 문학사에서 기념비적 작품집으로 기록될 것이다.
《고발》에는 1989년 12월에 창작한 <탈북기>에서 1995년 12월에 창작한 <복마전>까지, 6년여 동안 쓴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은 북한 문학이 따르는 서사적 관습이나 금기를 과감히 깨뜨리면서 다른 문학적 형상화로 나아가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의 권리, 개인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배어 있으며, 북한의 ‘공적 세계’에 대비되는 사생활, 가족, 개인의 가치를 그린다. 반디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당시 북한이 직면했던 경제위기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민중을 배제하는 억압적 신분 질서(혈통주의), 민중 생활을 억압하는 과도한 통제에 있었음을 증언한다. 그는 민중의 성실한 노력이 배반당하는 북한의 현실에 절망했고, 아래로부터의 세계관으로 북한 체제의 변화와 민주주의를 열망했다. 그러므로 《고발》은 북한에서 보내온 문학적 탄원서이자, 남한 민중에게 보내는 연대의 호소문이기도 하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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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평론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여전히 금기에의 도전과 저항을 실천하면서, 우리에게 손 내미는 평론가를 발견했다. 이 책은 동시대 북한 문학을 소개하는 보석같은 자료이자, 불꺼진 서고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해온 저자의 피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숙연한 결과물이다.  구매
오렌지피코 2020-09-03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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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하게 내면화된 체제의 시선이 아니라, ‘비체제‘의 마음으로 북한 문학을 읽어내려는 시도. ‘친애‘를 지도자가 아니라 인민에게 돌려주려는 야심차고 따뜻한 기획. ‘10위 안에 드는 전문가‘인 그의 해설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하루 빨리 해소되길! 
아도르노 2020-09-03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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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본 북한 사람들의 삶 새창으로 보기 구매
사실, 제목을 보고 북한 소설에서 어떻게 페미니즘 모습과 반체제 모습이 나타나는지 궁금해서 구입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페미니즘이나 반체제 모습은 아주 조금 나온다. 이 책을 이루는 주요 부분이라고 할 수 없다. 주요 부분은 1990년대 이후 북한 소설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그 전체적인 모습 속에서 페미니즘이나 반체제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소설이 등장하고, 그것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이 책을 아우르는 것은 북한 소설에 나타난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가다.



북한은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마음으로는 가장 멀리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마음으로라고 이야기한 것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북한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화라고 하고, 정보화 시대라고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만은 예외다. 그래서 마음의 거리를 재보면 북한은 저 멀리에 있다. 여기에 몸의 거리도 역시 가장 멀다. 우리 몸이 자유롭게 그곳을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가 한정되어 있다. 한정되어 있으니 북한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역시 그 한정된 정보 속에서 숨어있는, 또는 숨겨진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무척 힘든 일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많은 북한 소설이 나오는데, 연구자는 운이 좋게도 (세상에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그 나라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운이 좋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모습도 역시 북한은 몸과 마음으로 참 멀리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때 '멀다면 안 되겠구나'라고 해서 그 말이 유행했었는데, 사실 멀다. 아주 멀다. 이것이 현실이다) 연변에서 북한 소설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1990년대 이후에 나온 소설들을 읽을 수 있었고, 그렇게 읽은 작품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러니 이 책에는 우리가 전혀 읽지 못했던 북한 소설들이 다수 등장한다. 물론 제목과 작가, 그리고 대략적인 내용만 우리는 알 수밖에 없지만.



북한 문학은 '노동과 일 중심의 서사, 비극이 없는 낙관주의, 개인주의에 대한 비판과 집단주의 의 추구' 등을 특징으로 한다. (23쪽)



아마도 이 말이 북한 소설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말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많은 작품들도 이런 내용을 주로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만 문학 작품을 창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학은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 쪽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고, 세상은 낙관으로만 일관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비극적인 결말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을 소설이 외면하면 과연 그 작품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북한 소설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 독자들이 북한 소설을 읽더라도 반발심을 지니게 되는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수령과 당에 대한 찬양은 북한 문학의 장르적 관습이다. (215쪽)



수령과 당에 대한 찬양이 소설 속에 나와야 한다면, 그 소설이 비극으로 갈 수가 없다. 낙관주의, 집단주의 특성을 지니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1990년대에 겪었던 고난은 그들로 하여금 노동과 일 중심의 서사를 소설 속에서 구현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생각이 든다.



이 점을 감안하고, 소설 속에 숨어 있는, 노동과 일 중심의 서사 속에 숨어 있는 장시간 노동, 굶주림, 여성보다는 남성 중심의 생활 등등을 찾아내고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재구성해내는 모습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반체제적인 작품이 전혀 없을까? 아마 공식적으로 출판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지만,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비밀리에 북한 내에서 유통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체제를 비판한 작품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한다.



반디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사람이 쓴 '고발'이라는 소설을 통해 체제 속의 소설과 체제 밖의 소설을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을 넘어 북한 사람들의 알려지지 않은 생활, 감정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으로 거리가 먼 북한 소설. 읽기도 힘들고, 이해하기도 힘든, 숨어 있는 의미, 즉 행간을 읽기도 힘든 소설들을 연구하는 사람이 최근에 나온 북한 소설들에 대해서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페미니즘이나 반체제 문학에 대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소설을 통해서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북한 소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이 아마도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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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21-02-15 공감(1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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