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 일본에선 아무말 없었다"는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 - 오마이뉴스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 일본에선 아무말 없었다"는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일각에 비난 여론 분명히 존재... 왜곡까지 하며 KBS 기미가요 논란과 비교한 의도 무엇인가
24.08.24 19:05l최종 업데이트 24.08.24 19:05l
박성우(ahtcls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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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21년 고시엔 무대에 오른 지 불과 3년 만에 얻은 쾌거이자 106년의 고시엔 역사에서 최초로 외국계 학교가 우승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특히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에서 울러 펴지면서 재일동포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주었다"며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을 축하했다.
<조선>, "일본 사회,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에 비난 없었다" 주장
▲ 지난 21일, <조선일보>는 지면 2면에 "공영방송에 "동해바다~" 노래 나와도 日(일)선 아무말 없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교가에 나오는 '동해'는 한국 기준 동해를 뜻한다. 이 바다의 공식 일본 명칭은 '일본해'라며 "일본 공영방송이 자국 영해를 다른 나라 기준에 따라 부르는 장면을 방영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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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교토국제고의 이러한 선전과 관련해 왜곡 보도를 한 언론도 있었다. 바로 <조선일보>다.
지난 21일, <조선일보>는 지면 2면에 "공영방송에 "동해바다~" 노래 나와도 日(일)선 아무말 없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교가에 나오는 '동해'는 한국 기준 동해를 뜻한다. 이 바다의 공식 일본 명칭은 '일본해'라며 "일본 공영방송이 자국 영해를 다른 나라 기준에 따라 부르는 장면을 방영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사는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 비난이 일었다거나 NHK에 항의가 쇄도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 했다. 한국어를 못 알아들어서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NHK는 일본어 자막에 '동해'를 '동쪽의 바다'라고, 사실상 그대로 번역해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또한 기사는 최근 KBS가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인 <나비부인>을 편성해 논란이 된 점을 언급하며 "우리가 유럽 거장의 대표적 오페라에 기미가요가 잠시 나온다고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동쪽의 바다' 자막은 학교 측이 제공한 것... 비난 여론 의식한 조치로 봐야
▲ 하지만 해당 기사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먼저 NHK의 일본어 자막은 NHK가 번역한 것이 아니다. NHK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방송에 나갈 당시 '일본어 번역은 학교에서 제출했다'라는 자막 또한 가사 자막과 함께 화면에 띄웠다. '한국의 학원'이라는 가사 또한 '한일의 학원'으로 바뀌어 자막으로 나갔다.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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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기사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먼저 NHK의 일본어 자막은 NHK가 번역한 것이 아니다. NHK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방송에 나갈 당시 '일본어 번역은 학교에서 제출했다'라는 자막을 가사 자막과 함께 화면에 띄웠다. '한국의 학원'이라는 가사 또한 '한일의 학원'으로 바뀌어 자막으로 나갔다.
그렇다면 왜 교토국제고는 가사의 자막을 그렇게 바꾼 것일까. 바로 한국어 가사를 향한 혐한 세력의 비난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에 교토국제고가 4강에 진출했을 때 한국어 교가에 대한 비난이 아주 심했다"고 밝혔다.
박경수 전 교토국제고 교장 또한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내 임기 중에 교가를 (일본어로) 바꿀 생각이었다"라며 그 이유로 "한국어 교가에 거부감을 가진 일부 우익 일본인들의 항의로 학생 안전이 우려됐던 탓"이라고 꼽았다. 이어 박 전 교장은 교사와 학생들이 반대해 한국어 교가가 남게 되었다고 밝혔다.
즉, NHK의 일본어 자막은 한국어 교가는 유지하되,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교가를 비난하는 세력을 자극할 가사는 수정한 교토국제고 측의 고육지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기사는 이를 마치 NHK가 교가의 수정 없이 그대로 번역했다고 왜곡한 것이다.
교토국제고 교가에 비난 여론 없다? 일부 비난 여론 분명 존재해
▲ '야후 재팬'에 올라온 <산케이신문> 보도에는 1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중 상당수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9000개의 추천을 받은 한 댓글은 "NHK는 사실을 정확하게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일본해를 '동쪽 바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타국이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공영방송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방송하길 바란다"며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전파에 내보낸 NHK를 비판했다.
ⓒ 야후재팬 댓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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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 전 교장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나오듯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학생 안전이 우려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 일부 비난 여론이 분명히 존재했다. 백승환 교장 또한 이번에도 학교에 교가에 대한 항의 전화가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비난 여론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해당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일본 <산케이신문> 기사의 포털사이트 댓글이다.
21일 일본의 우익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를 인용하며 해당 기사가 "한국사회의 급진적인 반일 움직임을 의문시했다"라고 평했다. 일본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에 올라온 <산케이신문>의 해당 보도에는 1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중 상당수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9000개의 추천을 받은 한 댓글은 "NHK는 사실을 정확하게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일본해를 '동쪽 바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타국이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공영방송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방송하길 바란다"며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를 전파에 내보낸 NHK를 비판했다.
교토국제고의 교가에 비판적인 여론은 우승 후에도 존재했다. 교토국제고 주장인 후지모토 하루키 선수는 23일 일본 <데일리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다. 솔직히 나도 (한국어 교가가)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한국어 교가가)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교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해당 인터뷰 기사에 대한 야후 재팬 댓글은 어땠을까. 가장 많은 1만 6000여 개의 추천을 받은 댓글은 "교가에 정치적 메시지를 실어 전국 방송시키는 수법이 발견되었다"며 "학교 스포츠가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방치해 두어도 좋은 것인가"라면서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비난했다.
물론 한국의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리는 댓글이 그러하듯 포털사이트의 댓글이란 기본적으로 극단적 주장이 부각되며 당연하게도 일본 전체의 여론을 나타낸다고 보기 힘들다.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비난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여론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 비난이 일었다거나 NHK에 항의가 쇄도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 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 이처럼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면서 '기미가요에 비판적인 한국 사회와 달리 일본 사회는 한국어 교가에 관대했다'고 주장한 <조선일보>의 의도는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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