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주체사상, 천국과 낙원이 사라진 종교
이런 비슷한 논리를 가지고 주체사상을 종교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캐나다 교포로 북한을 수차례 방문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강연도 한 바 있는 신은희 경희대학교 교수도 종교인들이 예수를 믿고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북 인민들은 '민족의 구원자'인 수령을 믿고 따르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겉으로 보면 주체 사상과 종교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사람이 아니라 신의 경지에 있습니다. 그들은 모르는 것도 없고, 할 수 없는 일도 없습니다. 또 북한 언론은 이북 인민들이 수령만을 진심으로 믿고 수령과 의리를 지키면서 수령 앞에 다진 맹세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종교의식입니다.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주체사상은 종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사람들이 사는 지금의 세상보다 죽은 뒤의 세상, 천국을 강조합니다. 종교는 신자들에게 이 세상을 어렵게 산다고 해도 죽은 뒤엔 영원히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종교 세력이 통치하는 국가는 경제 문제를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죽음 뒤에 찾아올 낙원을 믿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체사상은 현세에서 훌륭한 사회를 건설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그 사회를 이룰 방법이 바로 주체 사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이북 언론이 북한을 ‘지상 낙원’, ‘지상 천국’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바로 이 부분이 주체 사상의 가장 큰 약점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주체사상으로 만들어진 북한은 경제적으로 빈궁한 나라입니다. 주민들은 주체사상이 약속하고 호언장담했던 ‘지상 낙원’에서 끼니를 거르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상 낙원’과 ‘지상 천국’의 이런 문제는 끝내 주체 사상을 파멸의 길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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