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1

나는 조국이 아니다 - 오마이뉴스



나는 조국이 아니다 - 오마이뉴스



나는 조국이 아니다
박정훈(pa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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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크게보기 인쇄10,000등록 2019.10.01 07:47 수정 2019.10.01 08:07

날카로운 통찰과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가득차 있는 2030 칼럼 '해시태그 #청년'이 매주 화요일 <오마이뉴스> 독자를 찾아갑니다.[편집자말]
할머니들 4~5명이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쇼핑백에 든 기념품을 들이밀었다.

"저기 있는 모델하우스 좀 들렀다 가줘요."

처음에 정중하게 거절하던 사람도 할머니가 끈질기게 쫓아오니 눈빛이 변했다. 혐오와 경멸의 눈빛에도 할머니는 끄떡 없었다. 할머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상대방이 등을 돌려 반대쪽으로 향하자 화단에 숨겨놓았던 물통을 찾아 한 모금 들이켰다.

그것도 잠시,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올라오자 주변의 할머니들은 사람들을 붙잡으러 재빨리 흩어졌다. 마음의 상처를 느끼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숨 가빴지만, 주름진 손과 얼굴은 지금껏 받아온 상처의 흔적이리라. 쇼핑백에는 신도시에 세워진 오피스텔에 투자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확률은 낮아보이지만 이 노인들의 노력으로 건설사는 1억이 넘는 오피스텔을 팔고, 누군가는 투자를 통해 임대수익을 얻을 것이다. 반면 최선을 다한 노인들이 받을 임금은 8350원 최저임금이다. 감상에 젖을 새는 없었다. 내 손에는 배달해야 할 햄버거가 들려있었다. 넋 놓고 있은 만큼 음식이 식을 터였다.



▲ 나는 조국이 아니다 ⓒ pxhere 배달을 마치고 다른 집으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동정과 짜증의 표정을 함께 짓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리어카를 묵묵히 끌었다. 길가에 쌓여있는 박스라도 발견하면 과감히 멈췄는데,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종이만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이든 야밤이든, 도시에서 만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튀어나온 핏줄에는 근면함과 성실함이 흐르고 있다.

문득 몇 년 전 화제가 된 국민연금공단의 광고문구가 떠올랐다.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 문구 위에는 폐지가 담긴 리어카, 밑에는 여행 갈 때 사용하는 캐리어가 있었다. 폐지 줍는 노인을 실패한 인생으로 박아버린 그 포스터에서 나는 다른 걸 뽑아내고 싶었다. 노력과 고통의 불평등.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노동자들은 달을 보고 출근했다 달을 보고 퇴근했으며, 월 2회 정도 쉬었다. 단속반과 철거 깡패에 맞서 악착 같이 삶을 이어갔던 장사꾼들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젊을 때 놀면 늙어서 고생한다 생각하는데, 현실은 젊어서 고생한 사람은 늙어서도 고생한다. 물론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노력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감당해야 할 현실의 고통과 할 수 있는 노력에도 차이가 있다.

고시원에서 공부를 하는 고통과 해외 유학을 가서 겪는 고생은 개인에게 비슷하게 괴롭지만, 그 결과는 다른 법이다. 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해외유학의 고통을 바라겠지만. 누가 누가 더 힘들게 살았느냐를 경쟁하자는 게 아니다. 각자가 감수한 고통과 수행한 노력은 절대적이기에 비교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쟁취할 수 있는 과실은 천지 차이다. 누군가는 몸이 부서져라 노력해서 비정규직을 쟁취하지만 누군가는 정규직을, 누군가는 공무원을, 누군가는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지금까지 우리는 출발선이 다른 것에 주목해왔고 기회의 평등을 이야기했다.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면 공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함께 뛸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심지어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줄만 알았던 선수들이, 사실은 경기가 끝난 후 서로의 땀을 닦아주며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이 흘린 학력, 문화, 인맥, 자녀교육의 땀방울들은 그렇게 서로를 이어준다. 최근 조국사태에 분노해 촛불을 든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세종캠퍼스 학생들과 시위를 같이 하는 것에 반발했다고 한다.

이런 예는 많다. 최근 정부는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려 하고, 노동계도 이를 환영한다.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노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정년이라는 결승선을 끊을 수 없는 사람들, 정규직이라는 트랙 위에서 달릴 수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다. 비정규직은 길어야 2년이고, 최근에는 근로자의 지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정년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닿을 수 없는 목표다.



▲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촛불집회를 알리는 포스터 ⓒ 인터넷 커뮤니티
더욱 씁쓸한 것은, 고통과 공감에도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전화 통화는 외압이 되어 공분을 사거나, 인륜이 돼서 공감을 살 수 있지만,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이 경찰에게 행하는 항의는 비웃음을 사거나, 촛불을 들 정도의 공감을 살 수는 없다. 5평의 청년 주택에 대한 불만은 배부른 소리지만 법무부 장관의 10억짜리 낡은 아파트는 청렴의 상징이다. 고공농성과 천막농성으로 자식 생일날 케이크 하나 함께 먹지 못하는 것은 뉴스에 나오지 않지만, 법무부 장관의 고통은 공분과 연대를 일으켜 거대한 촛불을 만들어낸다.

'나도 조국이다'라는 항간의 포스터에 위화감이 드는 이유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도 정작 운동장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라는 잔인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작금의 조국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일 것이다. 운동장의 주변에서 폐지를 줍고 전단지를 뿌리는 노인들을 무대 위에 올리는 것, 삼성을 상대로 하늘에 올라 있는 김용희를 땅으로 내리는 것, 하루에 6명씩 일하다 죽는 운동장바깥의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개혁의 과제다.

조국의 케이크가 아니라 김용균과 김군과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컵라면으로, 100만명이 촛불을 드는 날을 꿈꾼다. 나는 조국이 아니다.
#조국 #박정훈



알바노동자
이 기자의 최신기사 임금 아닌 용돈 준 사장님... 배달노동자 박재덕씨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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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beasyouare4)
2019-10-01 08:38:25

님이 지적하신 부분 공감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촛불을 드는 날이 꼭 오기를 바라고,
그리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미안합니다.
나는 지금은 `나도 조국이다`을 핑게(?)로,
사실상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을 계속 들겠습니다.
저 이기적인, 지들 이익에 따라 선택적 수사와
언론프레이를 해대는 저 미친 검찰이 개혁되면,
님과 우리의 걱정도 조금씩 해결돼 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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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약 36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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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지 조국이니 순실이니 뭐니하는건 참 듣기 거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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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약 38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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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와 약자에 대한 차별적 사회정의와 공감문제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조국사태를 그와 같은 잣대를 두고 볼 문제인지는 다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금수저출신에 어쨌든 지금의 내 상황에 비하면 엄청나게 운좋게 산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가 당하고 있는 현 상황이 상대적으로 그럴만 하다거나 그에 공감하고 동조하는 시민들을도 선택적 공감을 하고 있다는 논조는 현 시국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금수저가 개혁하려면 재산 다 기부하고 단칸방 사글세에 세들어 사는 퍼포먼스라도 해야 하는 건가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국가기관중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던 곳을 개혁하려는 험난한 과정에 있고 그 와중에 한 개인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 지를..우리는 그것에 분노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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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9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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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폐 척결이 먼저입니다. 조국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이루어져야하고 검찰은 국민모두가 법앞에 평등함을 보여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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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환
약 53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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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여! 단결하라!
남이 주는 떡고물 언제까지 먹을 건가?
언제까지 불만만 늘어놓을 참인가?

노인의 시급 8,350원...
최저임금 만원의 시대 만들자.

당신이 그 주역이다.
남 탓은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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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약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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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 가는 길은 님이 생각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시공을 뛰어 넘어 한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듯
지금도 우리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이죠
그 징검다리를 부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을 부인하면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느니까....
노무현을 딛고 가야 하고
문재인과 조국을 딛고 가야
님이 바라는 평등한 세상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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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hope4i)
약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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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이 강하네요.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죠.
그래도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 가겠습니다.
밟혀도 죽지 않는 조국이나 저 들풀처럼 강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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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약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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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밥벌어 먹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뭔 정치타령이냐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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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약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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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 작지 않은 고민에도 이를 들어줄 충분한 힘이 있어야 하기에 지금으로선 조국이라는 상징정과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비로서 이런 상식적인 문제에 사람들이 하나둘 귀를 기울이고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한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이 거대한 파도가 지나가면 주변에 분명 조국이 아니더라도 약자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얘기할 수 있는 더 살기좋은 민주사회로서의 기회가 반드시 올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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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약 36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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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그리고 이런 글이 본질을 묘하게 호도하고 자한당 패거리에 먹잇감이 되는 것 같아 아쉽고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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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tm
약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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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당연히 해야죠
그렇지만 조국으론 안됩니다.하자 투성이니까요
세상에 내로남불도 정권잡으면 그래도 되는 건가요?
대통령이 미운게 아니라 권력의 달콜함에 취한 좌파386이
문제지요
광화문으로 집회장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마음은 굴뚝같은 소시민들이 더 많다는 것을 더불당은
알아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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