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4

‘강제동원’ 핵심 과제는 그대로 남았다



‘강제동원’ 핵심 과제는 그대로 남았다

기사입력2019.11.22.
“한-일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의제 거론될 것”

일 그동안 수출규제와 연계
외교부 “이번에 고리 깨져”

‘강제동원’ 미해결 상태에서
일 수출규제 풀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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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하려고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는 것을 조건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연기되었지만, 양국 갈등의 핵심 쟁점인 ‘강제동원 해법’은 그대로 남았다.

정부의 22일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발표에는 강제동원과 관련된 내용은 아예 없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은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출규제 문제를 풀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는데, 이번에 두개의 고리가 깨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일 당국자들이 앞으로 만나는 과정에서 강제동원 의제는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소미아 카드’를 통해 ‘강제동원 해법 없이는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 간 대화도 할 수 없다’던 일본을 움직이기는 했지만,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완전히 풀지는 불투명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언제까지 수출규제 조처를 철회한다는 시한이 없어, 강제동원 배상에 대한 해법이 마련될 때까지 일본이 시간을 끌 우려도 있어 보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확보한 것은 맞는데 마냥 긴 시간이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 쪽이 앞으로 시작될 수출관리 당국 간 대화에 진지하게 임해서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원만한 결과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매듭을 풀려면 강제동원 배상 해법 찾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안보 사안인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종료를 연장하고 수출규제 문제를 협의하기로 ‘시간 연장’을 한 것이지만, 핵심은 강제동원 해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와 총리실, 외교부 등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해법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강제동원 문제는 피해자 중심으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해법을 놓고 입장 차이가 크고 아직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많아 의견 수렴이 어렵고, ‘피해자안’이 나온다고 해도 일본이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법원 손해배상 판결에 따라 압류한 일본기업 자산을 현금화(매각)하는 시한이 한-일 관계에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올해 5월부터 일본제철에 대해 현금화 명령 절차를 밟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금화가 이뤄지면 추가 보복 조처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한-일 관계가 회복하기 힘든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금화가 실행되기 전에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집중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도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문희상안’(한·일 기업 기금+국민성금+화해·치유재단 기금)은 일본의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안으로 성립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도 “정부가 현실을 고려해 적당히 타협을 한다면 ‘2015년 위안부 합의’처럼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피해자들과 폭넓게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한 역사적 진상 규명 등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도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박민희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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