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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할머니들께는 죄송할뿐”
△ 지난 3월31일 일본 인권 변호사 도츠카 에츠로와 출판사 소나무 직원 가족 40여명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을 찾아 할머니들과 함께 사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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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위안부'가 아니라 `성노예'”라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공식 용어를 바꿀 것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사람은 일본인이었다. 도츠카 에츠로(60·사진), 국제 인권변호사로 활약 중인 바로 그 일본인이 지난 3월31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이 살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의 `나눔의집'을 찾았다.
92년부터 군대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끌어내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뛰어온 그는 이 날 자신의 10년 유엔활동을 기록한 책 <`위안부'가 아니라 `성노예'이다>(소나무 펴냄)의 인세 200만원을 나눔의집과 정신대연구소에 기부했다.
군대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고, 관련 정부와 시민단체의 지원을 얻고자 필리핀·대만·북한 등지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도츠카가 한국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6년부터 2년 동안 서울대 법학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면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관련 입법을 연구했고, 정대협 수요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엔 인권위에 참여하기 전에는 할머니들과 미리 의견교류를 위해 평균 1년에 한번씩 꼭 한국에 들르는 그는 이 날도 나눔의집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들에게 유엔과 일본사회의 진전 상황부터 알렸다. 반갑게 손을 잡으며 고마워하는 할머니들 앞에서 오히려 그는 “할머니들의 격려가 없었더라면 나의 활동도 없었다”며 “난 단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국제 사회에 전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는 일본사회에서 역사학자 또는 여성학자가 아닌 법학자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유일한 지식인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국제회의에서는 `군대위안부 문제는 이미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종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논박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고, 현재도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엔 산하 한 비정부단체에서 동아시아 인권문제를 담당하던 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보고, 이제 이 문제를 유엔에 공식 제기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뛰어들었으나, 여전히 일본 정부와 보수세력을 설득하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고 거듭 용서를 구한 그는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살아계시는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정신대연구소 창립회원인 재일동포와 백년해로를 약속한 그는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으나, 여전히 혼인제도가 성차별적인 조항이 많아, 아내와 합의해 혼인신고 대신 동거를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대안적 결혼 형태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결혼관을 피력했다.
고베대학의 국제법 교수인 그는 70년대에는 환경 변호사로, 80년대에는 정신지체 장애인 인권 변호사로 살아왔다. 앞으로는 “국제노동기구(ILO) 안에서 `강제 노동'이라는 시각에서 군대위안부 문제를 본격 제기하고, 나아가 일반 여성의 권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방문에는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박원순 변호사와 출판사 소나무 직원 가족 40여명도 함께 했다.
경기 광주/글·사진 김아리 기자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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