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대북 맞대응 훈련’ 거절···“윤 당선인에게 보낸 메시지”[그렇군] - 경향신문
美 '대북 맞대응 훈련’ 거절···“윤 당선인에게 보낸 메시지”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2.03.28
북에 보낸 강력한 경고 메시지 반감
미, ‘윤 선제타격’ 안보정책에 선 긋기
북과 협상 여지 남겨 훈련 거절한 듯
육군 미사일사령부가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동해상에서 현무 2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미군이 한국군의 연합훈련 요청을 이례적으로 거부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발사에 대한 맞대응 실사격 훈련에서다.
합참 관계자는 28일 “한국 측이 주한미군 측에 당초 계획한대로 맞대응 실사격을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펜타곤(미 국방부) 지시를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24일 신형 ICBM ‘화성-17형’(한·미는 화성-15형으로 판단)을 발사하자 한국군은 지상·해상·공중 합동 타격훈련으로 맞대응했다. 이날 동원된 화력은 현무-II 지대지 미사일 1발, 에이태킴스(ATACMS·전술지대지유도탄) 1발, 해성-II 함대지미사일 1발, 공대지 합동정밀직격탄(JDAM) 2발 등이었다. 다음날인 25일에는 서욱 국방장관의 현장 지휘로 F-35A 28대를 동원한 ‘엘리펀트 워크’ 훈련으로 맞대응 수위를 높였다.
두 맞대응 훈련은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됐다. 5년 전인 2017년 9월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때 한·미가 연합타격훈련을 실시했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에는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에이태킴스를 발사했다. 당초 주한미군 에이태킴스 전력은 이번 맞대응 실사격훈련에도 5년 전처럼 참여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미측은 북한의 ICBM 발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를 취소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ICBM 발사 보름 전부터 한·미 연합전력이 맞대응 실사격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대기했는데, 막상 실제로 사격한 날에는 미측이 빠져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한미군사령부, 인도태평양사령부, 펜타곤 간에 조금씩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간에 이견이 있거나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흔들리거나 하는 건 아니다”라며 “아직 미국 내부에서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끼리 행진에 비유되는 ‘엘리펀트 워크’ 역시 마찬가지다. 엘리펀트 워크는 다수의 전투기가 짧은 간격의 밀집 대형으로 잇달아 이륙하기에 앞서 열을 지어 활주로를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공군은 미 공군이 참여하지 않아 비행장 활주로 위에서 단독으로 ‘코끼리 걸음’을 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도발에 한국군 홀로 맞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빛샐 틈 없다’던 동맹인 미측의 연합훈련 참여 거부는 실사격과 엘리펀트 워크 등 북한에 공개적으로 보낸 강력한 군사적 경고메시지의 효과를 크게 반감시켰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측 단독으로 하기로 정책 결정이 이뤄진 사안”이라고 말했다.
북한 ICBM 발사에 맞대응한 시간도 논란거리다. 북한의 ICBM이 발사대를 떠난 시각은 지난 20일 오후 2시 34분이었고, 한국군이 맞대응 미사일을 쏘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4시 25분으로, 북이 ICBM을 발사하고 111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는 5년 전 한·미가 6분 만에 대응 사격한 것과 견주면 시간적으로 크게 늦다. 이는 아마도 북한이 5년 전과는 달리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ICBM인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지를 구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북의 MRBM 발사일 경우 굳이 맞대응 실사격을 할 이유가 없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군 F-15K 전투기가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동해상에서 발사한 합동직격탄이 표적에 명중하고 있다. 국방부
미국의 맞대응 훈련 거절은 미측이 북한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보정책과 관련해 주장했던 것을 일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18일 내놓은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선출’ 제목 보고서에서 “(윤 당선인이) 여러 이슈에서 미국과 더 강하게 공조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윤 당선인이 말한) 한국의 선제타격 주장은 미국의 입장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보고서는 “미국은 과거 남북 군사 충돌이 있으면 종종 한국에 군사 대응은 자제하라고 압력을 가했는데 이는 윤 당선인 공약과 상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읽혀진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인터뷰에서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과 유엔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과 맞바꿀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고, 대북제재 완화도 준비해야 한다”면서 “긴장이 고조될수록 판단 착오가 발생해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서는 북한에 “포용성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를 모라토리엄 ‘파기’라고 말했으나, 미국 등 외국 언론은 모라토리엄 ‘종료’ 또는 ‘철회’라는 결이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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