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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의 계보학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만든 서사들
실라 미요시 야거 (지은이), 조고은 (옮긴이), 정희진 (기획) 나무연필 2023-10-27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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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일반 주간 21위
원제 Narratives of Nation-Building in Korea: A Genealogy of Patriotism296쪽
140*210mm
책소개
메두사의 시선 4권.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는 한국 사회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회자되어온 레토릭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인가? 이는 곧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최근 불거진 ‘국가 정통성’ 논란은 이 질문에 대한 익숙한 변주일 터. 반일 대 친일, 진보 대 보수와 같은 통상적 관점에 일말의 의구심을 품었던 이라면, 실라 미요시 야거가 펼쳐 보이는 애국의 계보도는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야거는 개화기부터 현대까지의 특정 텍스트를 골라낸 뒤 그것이 어떤 서사로 구축되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새롭게 한국 근현대사의 내적 논리를 읽어낸다. 그녀는 이 작업을 위한 방법론으로 발터 벤야민의 이론을 채택한다. “수수께끼 같은 형식을 활용하여 충격을 주고 이를 통해 생각을 움직이게 만드는 그림 퍼즐”이라 할 수 있는 몽타주처럼, 여러 텍스트들을 찾아내 그것들을 병치함으로써 그들 간의 연관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작은 개별적 순간의 분석 속에서 전체 사건의 결정체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통 역사학과는 사뭇 다른 방법론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강렬한 통찰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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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민족주의와 젠더의 시선으로 본 한국사
1부 근대 정체성
· 1장 남성성의 회복: 신채호
· 2장 감정의 탐구: 이광수
2부 여성
· 3장 국가에 대한 사랑의 기호
· 4장 현모양처, 애국부인
3부 남성
· 5장 박정희와 농업의 역군들
· 6장 학생들, 그리고 역사의 구원
· 7장 기념비적 역사
에필로그 김대중의 승리
감사의 말│옮긴이의 말│참고 문헌│사진 출처│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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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23
이 책은 한국의 역사, 젠더, 민족주의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근대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부상하고 그와 연동하여 국가가 등장하면서, 한국인이 자신을 젠더적 존재로 인식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명한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국가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 더불어 탄생했고, 민족주의의 창조적이고 변혁적인 힘이 곧 새로운 젠더 주체성을 생산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P.37
신채호는 박은식, 장지연과 같은 민족주의 학자와 더불어 한국사에서 전쟁 영웅이 담당했던 역할을 ‘재발견’하기 시작했다. 군사 영웅을 한국사의 핵심 행위자로 재평가하면서, 조선 시대 문신과 무신의 전통적 관계도 새롭게 해석되었다. 조선 사회에서는 줄곧 문신과 무신 사이에 긴장이 감돌았지만, 신채호는 다른 그 어떤 민족주의 작가보다도 이 긴장을 한층 더 깊이 활용하여 양반을 통렬하게 공격했다. 그에 따르면 양반은 “국혼이 결여된” 존재였다. 다시 말해 영웅 재발견 기획은, 한국의 “노예적 문화 사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군사 국가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작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그는 호전적이고 충성스럽고 용맹한 군사 영웅의 이름으로 약해진 국가를 강건하게 키워, 생존경쟁에서 확실히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고자 했다.
P.90~91
근대 초기의 한국 작가들이 정치적 담론에서 여성의 새로운 범주를 활용하는 방식은 대부분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한 전통적 서사 구성을 따르는 경향을 보였다. 전통적 여주인공은 남편에 대한 고결한 절개로 존경받았지만, 이제 그 절개는 식민지가 된 국가와 민족을 향한 것으로 옮겨갔다. 한국에서 국가라는 개념이 제기될 때, 한국의 가부장적 친족 내에서 여성이 담당하던 전통적 역할을 포함한 공동체적 상상은 거의 배제되지 않았다. 새로운 문명을 수용하고 과거와 투쟁하는 과정에서도 결코 전통적 절개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절개를 새로운 애정의 대상(국가)을 향해 고스란히 전환하여 적용했다.
P.125
서구의 사랑 이야기에서 결혼은 대개 어떤 난관을 극복한 데 대한 보상이다. 이때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여자에게 합당한 존재임을 증명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덜 고귀한 여자를 제치고 부유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선함과 변치 않는 신실함의 미덕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사랑 이야기에서는 사랑의 난관(이렇게 불러도 된다면)이 결혼만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난관은 혼인 서약이 이루어진 후에 시작된다.
P.163~164
식민주의의 담론적 실천과 새마을운동의 담론적 실천 사이에 일종의 모순이 엿보인다. 이 둘은 동일한 이데올로기적 기법과 전략을 상당수 공유하고 있으며, 양쪽 모두 발전과 근대성에 관해 동일한 원칙을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매우 다른 목적을 추구하고 있었다. 일본 식민지배자들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재현한 것은 아시아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의 일환인 반면, 동일한 재현이라도 박정희 정권이 소환한 한국의 모습은 주로 자기 정당화의 정치적 담론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박정희의 개념적 어휘는 신채호와 같은 민족주의 개혁가가 쓰던 어휘와도 비슷했다. 이들은 둘 다 개혁을 위한 민족주의적 자기비판의 수단으로 무능한 남성성의 표상을 사용했지만, 박정희가 묘사한 한국의 후진성은 주로 군부의 정권 장악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P.165
무능한 한국 남성성의 이미지는 현실을 반영하여 제시된 것이 아니다. 이는 군대 및 군사화된 대중이 이 사회의 새롭고 정당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수정한 한국사의 버전을 유지시키고, 민주화 세력의 정치 장악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대항 담론으로 제시되었다.
P.178~179
가족사의 순환과 연결되는 특정한 애국 전통의 ‘상속자’로서, (남)학생들은 조상에 대한 제례적 의무를 수행하면서 역사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형성했다. 이들의 유사성은 혈통과 계승,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연결을 강조하는 가족 내 세계의 관심사를 통해 매개된 시간과 사건이 문화적으로 구성되면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세계를 개혁하기 위한 각각의 새로운 투쟁은 과거와의 연결을 끊기는커녕 과거에 대한 극적 서사의 형태로 나타났고, 각각의 인물은 자발적으로 과거의 역할을 수정해 재연할 뿐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서사적 패러다임 속에서 각각의 ‘혁명’은 한국 가족 문화의 역사 속에서 하나의 운동으로 구성되어 (아버지, 아들, 손자 등 부계적) 세대를 거쳐 면면히 이어지는 지속적 재생의 애국 서사가 된다.
P.180~181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혁명’이란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신앙심과 애국심은 쉽게 동반된다. 열렬한 혁명가의 이상적 모델은 서구의 경우처럼 부친을 살해하는 아들이 아니라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급진적인 정치적 입장을 자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체론은 본질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다. 유교 관습에 충실한 효자들이 충실한 애국자가 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P.202
한국의 전쟁 영웅은 삼국시대부터 시작되는 ‘애국적’ (남성) 전사의 계보를 따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이 계보는 국가 기념물이자 국립 박물관으로서 전쟁기념관이 갖는 의의 중에서도 결정적인 핵심이다. 달리 말하면 전쟁기념관의 기념비적 의미는 이 계보의 잠재적 불안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한국의 영웅적 과거사를 단절되지 않은 전사의 전통으로 제시한다. 이때의 역사란 시기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단절된 국면들이 연결된 하나의 연속체이다.
P.241
21세기에 들어선 뒤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오직 이행의 개념으로만 이해하고자 했던 포괄적 역사 이론의 실패한 약속을 반성하면서, 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국민국가의 역사를 써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되었다. 그러한 전략의 결과가 차이와 저항의 행동을 통해서든 역사 서사 전체를 회피하는 것을 통해서든 그저 지배 문화를 다시 쓰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진보적 역사에 대한 이전의 비판 전통으로 돌아감으로써, 우리는 벤야민이 말했던 ‘변증법적 이미지’, 즉 그가 감춰지거나 잊혔을 과거와의 연결이 현재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며 밝혀지는 각성의 순간이라 부른 관점을 통해 국가를 개념화했던 방식을 비로소 재고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가의 과제는 텍스트, 사건, 이미지의 병치로 드러나는 여러 겹의 의미의 층위를 벗겨내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하고 예상치 못하거나 숨어 있는 연결을 (재)포착하는 것이다.
추천글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20세기 한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알고 싶다면, 단연 첫 번째 목록에 오를 책이다. 이 책은 신채호부터 김대중까지, 한국의 건국 원리로서 젠더화된 민족주의의 계보를 추적한다. 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를 이 책만큼 설득적으로 분석한 책은 드물 것이다. 글쓰기의 방법론과 관점은 매혹적이고, 내용은 지성과 흥미가 넘친다. 동시에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하는 통찰력이 힘차다.
박권일 (칼럼니스트, 《88만원 세대》저자): 이 책은 대한민국의 근대화 서사를 해부하는 것이 왜 남성성 비판이자 가족 로망스 분석일 수밖에 없는지를 예리한 직관으로 논증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 서사가 남성성 신화의 단순한 반복이기보다 창조적 변용이었음을 알게 된다. 오늘 한국 사회가 그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 책은 생생한 현재성을 지닌다.
한겨레: 한겨레 신문 2023년 11월 10일자 출판 새책
중앙SUNDAY: 중앙SUNDAY 2023년 11월 11일자 '책꽂이'
경향신문: 경향신문 2023년 11월 11일자 '책에서 건진 문단'
세계일보: 세계일보 2023년 11월 11일자
한국일보: 한국일보 2023년 11월 11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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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실라 미요시 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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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애국의 계보학> … 총 16종 (모두보기)
미국 오벌린 대학 동아시아학 교수. 시카고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샤머니즘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6월항쟁을 목도한 뒤 연구의 방향을 틀어 논문을 쓰고 『애국의 계보학』을 출간했다. 이를 계기로 인류학에서 역사학으로 전공을 바꾸었으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연구자로 자리매김했다. 역사, 젠더, 민족주의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건설하는 데 바탕이 된 서사들을 탐색한 이 책은 역사적 순간들을 엮어 해석해낸 독창적 몽타주로 주목받았고, 한국학 연구자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 지은 책으로는 해방기부터 현대까지의 한반도 역사를 다룬 『형제들의 전쟁: 남북한의 끝나지 않은 갈등』(2013), 급변하는 세계체제의 한가운데 놓인 한국의 여명기를 탐색한 『또 다른 위대한 게임: 한국의 개항과 현대 동아시아의 탄생』(2023)이 있다. 다큐멘터리 <장진호 전투>와 <코리아: 끝나지 않은 전쟁>의 자문을 맡았으며, 《뉴욕 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등에 칼럼과 서평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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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조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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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을 공부한 뒤 영어와 일본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주디스 버틀러』, 『도나 헤러웨이』,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여기부터 성희롱』 등이 있다.
기획: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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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큰글자도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총 100종 (모두보기)
여성학 연구자. 서평가. 월간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다학제적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전 5권), 《페미니즘의 도전》,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처럼 읽기》,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누구나 그렇듯 자기소개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안목 있는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군 ‘위안부’ 문제를 계속 공부하는 연구자,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자원으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를 희망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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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을 엮어
젠더화된 민족주의의 계보를 해부한 독창적 몽타주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는 한국 사회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회자되어온 레토릭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인가? 이는 곧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최근 불거진 ‘국가 정통성’ 논란은 이 질문에 대한 익숙한 변주일 터. 반일 대 친일, 진보 대 보수와 같은 통상적 관점에 일말의 의구심을 품었던 이라면, 실라 미요시 야거가 펼쳐 보이는 애국의 계보도는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야거는 개화기부터 현대까지의 특정 텍스트를 골라낸 뒤 그것이 어떤 서사로 구축되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새롭게 한국 근현대사의 내적 논리를 읽어낸다. 그녀는 이 작업을 위한 방법론으로 발터 벤야민의 이론을 채택한다. “수수께끼 같은 형식을 활용하여 충격을 주고 이를 통해 생각을 움직이게 만드는 그림 퍼즐”이라 할 수 있는 몽타주처럼, 여러 텍스트들을 찾아내 그것들을 병치함으로써 그들 간의 연관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작은 개별적 순간의 분석 속에서 전체 사건의 결정체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통 역사학과는 사뭇 다른 방법론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강렬한 통찰을 이끌어낸다.
야거는 흔히 적대적 이분법으로 나뉘었던 관점들의 내적 논리가 기실 얼마나 유사한지를 섬세하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젠더’라는 필터로 한국사를 바라볼 때 새로이 조명할 수 있는 지점을 보여준다. 가령 대표적인 항일 인사 중 한 사람인 신채호가 바라 마지않으며 구축하려 했던 것은 한껏 ‘무력’을 갖춘 국가였으며 그가 되살리려 했던 전통은 영웅들이 강하게 칼을 들던 과거였다. 일제강점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야거는 이순신을 강력하게 내세운 박정희가 바로 신채호의 계승자임을 넌지시 지적한 뒤 그의 서사를 되짚어본다. 사상적으로는 대척된 듯 보이지만 이들의 서사가 닮은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은 여성 또한 빗겨가지 않는다. 야거는 이광수의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열녀’와 ‘효녀’가 근대로 넘어오면서 ‘애국부인’으로 창조적으로 대체되었음을 논증한다. 과거와 견주어보면 마음을 바치는 대상이 바뀌었을 뿐 신여성조차 다시 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되곤 했던 것이다. 저자의 시선은 1980년대의 운동권,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 그리고 김대중에게까지 가닿으면서, 대한민국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주창하며 만들어낸 서사의 논리들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이 독특한 저작은 야거가 샤머니즘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6월항쟁을 목도한 뒤 자신의 연구 방향을 틀면서 태동되었다. ‘외부자’이자 ‘연구자’로서 한국 근현대사를 바라볼 때 불거져 나온 질문들을 해명할 기원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녀는 이 저작을 기점으로 인류학에서 역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한국 전문가로 자리매김한다. 한국에서는 야거가 젊은 시절 버락 오바마의 연인이었던 점이 기사화되면서 처음 알려졌지만, 한국사에 대한 명민한 통찰력을 선보이는 저자로서 다시금 그녀를 소개한다.
신채호부터 김대중까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관한 서사를 낱낱이 해부하다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한국사 가운데서 저자가 골라낸 두 인물은 신채호와 이광수다. 당대의 지식인들은 ‘조선’을 딛고 넘어서야만 하는 과제로 인식했다. 조선에 문제가 있었기에 중국과 사대관계를 맺었고 이 땅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근대 국가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에 신채호가 선택한 길은, 조선 시대의 양반을 문약함의 상징으로 규정한 뒤 이들의 존재를 지우면서 한국사 가운데서 강한 무력의 시대와 인물을 조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역사 인식의 일환으로 그는 을지문덕, 이순신, 최영 등의 전기를 집필한다. 이와 같은 과거에 대한 평가와 재해석에 이어 신채호는 동시대의 국민들에게 나약함을 떨쳐내고 강한 군사력을 함양할 것을 요청한다.
반면에 이광수가 나아간 길은, 신채호에 비하면 좀더 다층적이다. 신채호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나약한 양반의 모습은, 이광수의 소설에서 식민지 시대의 나약한 지식인 남성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내면이 갈등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결단하지 못하는 남성들과 달리, 이광수가 그려내는 여성들은 고난으로 멍들지만 ‘개화’하여 새로운 국가와 사회를 건설하는 중심에 서기도 한다. 가령 『무정』의 주인공 형식은 자살하려는 자신의 약혼자 영채를 외면하고서 새로운 여성 선형과의 유학을 꿈꾸는 반면,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기생으로 살아가던 영채는 주변 여성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 뒤 자기 삶의 의미를 자각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저자는 이를 그저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사랑’이라는 사적인 삶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삶으로 편입되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즉 이광수의 여성 인물들이 보여주는 선택은, 서구의 근대적 개인주의에 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에 대한 투신으로 드러나기에 집단주의적이다. 또한 이렇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통합됨으로써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삶은 설득력 있는 서사적 힘을 갖게 된다.
한편 해방 이후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필자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박정희와 운동권 학생들, 그리고 전쟁기념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그 목적은 다를지언정 근대화에 관한 원칙에 있어서는 신채호와 박정희가 서로 닮아 있음을 조명한다. 신채호가 조선의 양반 문화를 의식적으로 폄하했듯이, 박정희 역시 새마을운동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농촌에 내재되어 있던 전통 문화를 지양한다. 그러면서 신채호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이순신이 갖춘 용맹성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북한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의이자 박정희에 반하는 민주화 세력에 대항하는 담론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렇다면 군부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대항 담론을 만들어냈던 1980년대의 운동권 학생들은 어떠했을까? 저자는 이들이 이광수의 서사에서 엿보였던 유약한 남성성, 그리고 군부독재의 잘못된 아버지를 넘어서려 했다고 본다. 그러면서 만나게 된 주체사상은 급진성을 품고 있는 듯 보임에도 여전히 혈연 중심적이며 가부장적이다. 혁명가의 이상적 모델이 서구에서는 권위적인 부친을 살해하는 아들이라면, 한국에서는 아버지에게 효성을 다하는 아들이 된 것이다. 당대의 운동권 학생들이 강인하면서도 자애롭게 묘사되는 김일성에게 왜 끌렸는지, 그러면서도 서구로부터의 ‘오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여성들을 이에 저항하는 주체로 만들려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논리이다. 또한 이들의 서사 속에서 남북 분단은 남녀의 이별로 표현되는바, 이는 북한을 남한의 적으로 묘사해온 오랜 냉전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였으나 이광수의 여성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사적인 사랑을 국가의 문제로 환치한 것이기도 했다.
한편 군부독재가 물러간 시대에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집약적으로 엿볼 수 있는 공식 기념물로, 야거는 1994년에 개관한 전쟁기념관을 살펴본다. 전쟁과 애국 전사에 관한 전시에서 그녀는 이 계보의 불안정성을 읽어낸다. 달리 말하면 이 불안정성이 잠재되어 있기에 기념물에서는 더더욱 과거사를 영웅적으로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군대와 국민을 단단히 묶어 설명함으로써 무력의 증대와 국가의 부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는 북한에 대한 남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서사로 이어지는데, 약해 보이는 아우는 북한으로, 그러한 아우를 끌어안은 형은 남한으로 묘사한 <형제의 상> 조각상을 통해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남한이 영광스러운 ‘남성적’ 과거를 정당하게 계승했음을 드러낸다고 평한다. 이때 야거는 질문한다. “군사력에 대한 기념비는 과거 군사정권의 폭력적 통치를 상기시키는 대상으로 읽힐까, 아니면 민주주의를 향한 평화로운 이행과 포용의 상징으로 보일까?” 그녀는 <형제의 상>에서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듯, 화해의 제안조차도 결국 전쟁에 대한 기념을 통해 표현되는 아이러니를 말하고 싶은 듯하다.
이와 같이 한국 근현대사의 국면들을 살펴본 뒤, 에필로그에서는 간략하게 김대중의 남성성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이 분석은 상당히 독특한데, 야거는 과거 한국의 남성성이 무력을 숭상하는 남성성(신채호)이거나 무력한 남성성(이광수) 등이었다면, 김대중의 남성성은 ‘기독교적 용서’에 기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을 용서하기 위해 몇 번이고 일어나는 김대중의 남성성, 이것은 과거 한국이 경유해온 남성성의 계보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차이는 과거 남성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를 참조하고 변용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분석에서 단적으로 엿보이는 것은, 저자가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오직 이행의 개념으로만 이해하려는 역사 이론에 반기를 든다는 점이다. 즉 역사 진보의 신화를 넘어서, 이에 대한 비판적 전통을 되살림으로써 그녀는 더욱 풍요로우면서도 자유롭게 역사를 해석해낸다. “역사가의 과제는 텍스트, 사건, 이미지의 병치로 드러나는 여러 겹의 의미의 층위를 벗겨내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하고 예상치 못하거나 숨어 있는 연결을 (재)포착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실라 미요시 야거는 스스로가 한국어판 서문에 밝혔듯이 과거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까지 연구하는 존재다. 이 독특한 역사학자의 시선을 책을 통해 만나보자.
메두사의 시선
Medusa’s Perspective
아름다운 소녀였으나 저주를 받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괴물이 된 여인, 메두사. 인간을 돌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러나 그 자신도 운명에 갇혀 있던 존재. 그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떠했을까. 이 시리즈는 주류의 관점에서 보이지 않는 다층적 시선으로 동시대를 구성하는 견고한 토대들을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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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민족주의, 젠더, 역사, 근대를 아우르는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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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2-04메뉴
아마도 너무 잘 먹기 때문인지 식당에 가면 사장님이나 직원분들이 나를 기억하고 좋아해주신다. 한 번은 서울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다같이 점심 먹으러 갔는데 식당 사장님이 내게 알은척을 해주셨고, 거기에 사람이 많아 다른 곳에 갔더니 역시나 사장님이 내게 알은척을 해주셔서 남직원1 이 "뭐예요, 이동네 유지에요?" 한 적이 있었다. ㅋㅋㅋ 너무 부끄러웠네. 직원들과 저녁에 삼겹살에 술 한잔 하러 갔을 때는 직원분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어쩜 그렇게 맛있게 먹어요? 같이 앉아서 술먹고 싶네" 하신 적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름 식당에서 먹히는 얼굴인가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식당이든 레스토랑이든 딱히 불쾌한 경험을 거의 한 적이 없다. 그보다는 유쾌한 경험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지난주에도 단골 레스토랑 갔다가 서비스로 칵테일과 안주를 받아서 동행 한 명이 '얘랑 다니면 꼭 뭔가를 얻어 먹게 되더라고. 계속 같이 다녀야 돼' 하기도 했다. 다른 한 친구는 어떤 고깃집을 다녀와서 '너랑 가면 계란말이 크게 해주시는데 다른 사람이랑 가면 작게 해줘'한 적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댁에 짐 정리를 하러 갔었다. 웬만큼 사용이 가능한 건 할머니가 다니시던 교회에서 다 가져갔다. 남은 것들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엄마와 나는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할머니 살아계실 때 이곳 칼국수를 좋아하셨다고 해서 그래 거기로 가보자 했던 거다. 가보니 바지락칼국수만 있는 게 아니라 보쌈 정식도 있는게 아닌가. 엄마는 바지락칼국수를, 나는 칼국수 보쌈정식을 시켜두었다. 그리고 테이블의 항아리에 있던 김치를 꺼내 담아 하나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다. 칼국수집 김치 맛있는 거, 다 알쥬? ㅋ ㅑ - 보리밥은 써비스에 보쌍정식의 미니보쌈 나왔는데, 도저히 가만 있지 못하겠는 부분, 엄마, 낮술 한 잔 하자,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처럼 한 병 주세요! 주문했다. 쨘 -
그리고 이내 칼국수도 나왔다.
아니 너무 좋아 짱 좋아, 엄마 건배하자! 엄마는 대낮에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하셨지만 속으로 좋아하는 거 다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술을 따르고 건배를 하려는데, 얼라리여~ 내 소줏잔에 금이 가 있었다. 쫙 금이 가있었어. 그래서 마시기 전, 나는 직원분께 소줏잔에 금이 가 있노라 말씀드리고 교환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까워했다. 으~ 따르기 전에 봤어야 되는데 따른 뒤에 봐가지고 저 소주는 마시지도 못하고 아까워.. 으... 했는데 직원분이 죄송하다며 새로운 소줏잔을 가져다주셨고, 잠시 후 사장님이 나오시더니
"소주 한 잔 덜 마시게 됐네요."
하시는 거다.
"네, 따르기 전에 볼 걸, 너무 아까워요."
했더니,
"한 병 서비스로 드릴게요. 두 병 드실 수 있으면 한 병 그냥 드릴테니 말씀하세요!" 하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씐나서 네!! 하고 엄마도 빵터져서 웃으셨지만, 사실 대낮에 소주 두 병을 마실 수 있을 리가... 아무튼 그렇게 한 병만 다 마셨는데, 잘 먹었습니다, 하고 가려는데 사장님이 '다음에 꼭 한 병 얘기 하세요!' 하시는 거다. 이 동네를 또 오게될지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웃으면서 나왔다. 뭐랄까, 소주 한 잔 아쉬운 거, 아까운 거 알아주시는 사장님.. 소중하다. ♡
저 사진 동생들과의 톡방에 보냈더니 '세상에, 둘이서 이걸 다 먹을거야?' 했고, 나는 올킬한 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싹 다 비움- 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는 너무나 고되었다. 여러가지로 고되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냉장고에는 편육이 있었다. 할머니 장례식에서 낸 메뉴였는데 아직 뜯지 않은 새 봉지로 두 덩이나 남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었고, 우리집에 편육 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나는 금요일 점심, 얼른 퇴근을 기다리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냉동실 편육 좀 냉장실에 옮겨줘요." 요청해 두었다. 퇴근하자마자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서 후다닥 씻고 차려낸 나의 간단한 술상. 편육은 오로지 내몫이다. 엄마 편육 싫어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파김치는 내가 만든 거다. 아 너무 장하지 않은가.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나 좀 짱인듯. 내가 만든 파김치로 술안주하는 나여.
나는 보통 내가 만든 거 잘 안먹는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만드는 동안 먹을 의지가 사라져버린달까. 치아바타나 스콘은 내가 만드는 게 사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나 스스로 생각하고 그래서 만들자! 하고 만들어두면, 먹지 않게 된다. 이런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잇을 것 같은데.. 그런데, 파김치는 잘 먹는다!! 이것이 바로 김치의 힘인가? 파김치도 내가 만든게 제일 맛있다.
인스타 추천영상에는 요가 영상과 빵 만드는 영상이 주로 뜬다. 이것은 내가 인스타로 무얼 주로 보는지 알려주는 것. 일전에 피드 타고 들어가서 어떤 남자사람 인스타 구경하다가 좌르륵 거의 벗은 여자들 사진만 있는 걸 보고 오와, 인스타로 이런 걸 올리고 또 보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놀랐는데, 그 뒤로 한동안 내 영상에 자꾸 그렇게 거의 벗은 여자들 사진 올라와서 너무 깜짝 놀랐더랬다. 그때의 내 인스타 계정을 누군가 들어갔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여졌을까? 어휴 아무튼 지금은 빵만드는 영상 겁나 올라오는데, 그러다보면 내가 팔로우를 누르게 되는 경우가 당연히 있다. 이 사람 영상 계속 보고싶다, 하고. 그중에 한 명이 이사람이다.
아 이사람 진짜 너무 좋다.
아마 제과점 운영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맨날 커다란 반죽 치대고 뭔가 맛있는 거 만들어내는데, 이 사람이 만들어낸 디저트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지점이 아니고, 이 사람이 반죽 치대는 장면이 내가 좋아하는 지점이다.
사람마다 어떤 반하게 되는 포인트, '치이는' 포인트가 있을텐데, 이 사람에겐 그게 있다. 이 사람 큰 반죽 치대는 거 볼 때마다 심장이 빨리 뛰어버린다. 너무 두근거려. 개멋짐.
보통 나는 요가하는 남자들, 운동하는 남자들 볼 때마다 치이는데, 하아, 나이들면 치임 포인트가 줄어들어야 되는데, 이렇게 반죽하는 남자에게 또 치이면서 치임 포인트가 늘어나다니, 나도 참.. 나다.. 쩝.. 그런데 이 사람 영상 볼 때마다 너무 좋음. 나를 어쩌면 좋나요 ㅠㅠ저 커다란 반죽 치댈 때마다 전완근 사용하겠지? 그런데 저 커다란 반죽을 단순히 전완근만으로 치대는 건 아닐거야, 두 발은 단단히 땅을 디뎌야 하고 중심을 잡는 코어도 열일할 것이다..라는 것이 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 것이다. 네, 저 사람은 빵을 만들고 제 머릿속에는 전완근, 두다리, 코어가 등장합니다. 하아-
저 남자 만나러 갈까? 이탈리아에 있대..
.
.
자, 책탑이나 올리자.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왔더니 고생했다고 선물이 도착했다. 그 책들이 바로 《세레나데》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두 권.
어떤 마음들이 느껴질 때가 있다.
자주 보지 않아도 혹은 아예 보지 않았던 사이에서도 불쑥 내밀어지는 마음 같은 것. 그것이 선물이라는 물질으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받는 순간 아 마음을 써주었구나, 라는게 느껴진달까. 이 책들을 선물 받은 다음날에는, 기분 전환에는 예쁜 악세사리가 좋대, 하며 한 친구가 발찌를 보내주었다. 발찌는 그간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템인데, 이 발찌 하고 싶어서 겨울중에 한 번은 동남아야 가야겠다고,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다른 한 친구가 쿠키셋트를 보내줬다. 고생했으니 달달한 거 먹어, 하면서. 묵묵히 있다가 불쑥, 하는 마음. 그 쿠키셋트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등록되는 순간 솔드아웃 되는 제품.
좋아한다거나 생각한다거나 하는 말들은 수시로 내뱉는 게 아니고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에 마음을 쓰고 잇었다는 걸 알게 되는 때가 더러 있다. 받으면서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도 들고 이번 삶에서 내게 내려진 복들 중에는 이런 관계들에 의한 복도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내가 우울할까봐, 축 쳐져 잇을까봐 신경쓰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럴 때면 자주 내가 첫 책을 내고난 그 며칠 뒤가 떠오르곤 한다.
첫 책을 내고난 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선물을 보내주는데, 나보다 더 내 책의 출간을 축하해주는 것 같아서 어느 날은 너무 눈물이 난거다. 또 축하를 받고 집에 돌아가던 길,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엉엉 울었다. 엄마, 오늘도 축하 선물을 받았어, 내가 뭐라고, 나는 뭐 한 게 없는데 사람들이 잘해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면서 엉엉 소리내서 울어가지고 엄마가, 일단 그치고 집에 와서 울라고 했더랬다.
요즘은 특히 더, 어떤 마음들이 손에 잡힐듯해서 가슴 깊이 품는다.
《눈 먼 암살자1,2》는 계속 사려고 마음 먹었지만 사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읽으면서 언급되어 사게 되었다. 이 책에서 '도코 고지'라는 남자사람이 애트우드를 최고의 작가로 꼽는 거다. 애트우드라면 물론 좋은 작가지만, 남자사람도 최고로 꼽는다니?! 도코 고지 뭔가 괜찮은 평론가인 모양?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 기회에 눈먼 암살자를 읽어보자! 하고 사게 되었다.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지난번 언급했듯이 교양인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선물. 나랑 이메일 주고 받는 그 분께 이 책이 출간됏음을 알려야겠구나, 했다. 내가 추천한 책들을 거의 다 읽고 이제 세 권 정도 남아있다 했는데, 무엇보다 《페이드 포》읽고 큰 인상을 받았다는 게 나는 진짜 자지러지게 좋다.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은 줌파 라히리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샀다. 비록 《로마 이야기》는 팔아버릴 거지만.. 흠흠.
읽게 되면 절대 실망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들이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박경리. 《애가》는 박경리 작품인데, 그래서 걍 줄거리 보지도 않고 닥치고 샀다.
《나의 친구들》은 어쩐지 욕하면서 읽고 욕하는 리뷰를 쓸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지만 샀다. ㅋㅋ
《완벽한 남자 아메뉘엘 마크롱》은 산 나도 의아하고 아마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읭?? 이걸 샀다고?? 할 것 같은 책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사실 샀다고 책탑에 올리기도 넘흐 부끄러워서 뺄까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의 다정한 친구가 말했듯이 나는 솔직한 사람이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 나를 괴롭게 하기도 하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솔직하게 나를 괴롭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러니까 마크롱 관심 1도 없던 어느 날, 어떤 책을 검색해야 하는데 작가 이름 중에 기억나는 게 '에마뉘엘' 밖에 없었던 거야. 그래서 에마뉘엘 넣고 검색했더니 저 책이 딱 뜬겁니다. 읭? 이런 책이 있어? 그런데 저 제목 좀 봐. '완벽한 남자' 라는 겁니다. 네? 그런 남자가 있어요? 일단 프랑스, 백인 남자.. 이면 완벽하다는 수식 붙일 때 좀 더 조심해야 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이라고요? 게다가 저자가 무려 여자사람인 거다. 나는 당연히 남자사람이 썼을 줄 알았지. 무려, 여자사람이, '완벽한 남자 마크롱' 이라고??
안느 풀다 (Anne Fulda)
1963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파리정치대학 졸업 후 1991년부터 프랑스 주요 일간지 〈피가로〉 정치부 기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편집위원이다. 프랑스 정치에서 우파 전문가로, 1997년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책 《Un president tres entoure아주 가까운 대통령》을 썼다. 그밖에 펴낸 책으로 《Francois Baroin, le faux discret프랑수아 바루앵, 신중한 거짓》(2012), 《Portraits de femmes여인의 초상》(2016) 등이 있다. 2005~2006년에 니콜라 사르코지와 연인 관계를 맺기도 했다.
파리정치대학, 정치부 기자.. 음.. 읽어볼 만하겠군. 우파.. 전문가? 흠.. 그러다 마지막 '니콜라 사르코지와 연인 관계'.. 음.... 이 책, 읽어도 좋을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부제 볼래요? <프랑스 대통령이 된 어린 왕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여러분, 나 이 책 사서 즐찾 뺄거에염????????????? (그렁그렁)
이 책은 아마도 자목련 님의 투비 글을 보고 산 것 같은데... 아마 그랫을 것이다.
중고 나오기 기다렸다 사야지, 했다가 너무 급박하게 사고 싶어져서 그만 ㅋㅋㅋ 이 급박함 어쩌면 좋아?
앞으로 책은 4의 배수로 사야겠다. 그게 보기가 좋다.
이만 총총.
그리고, 오늘 맛잇게 먹은 점심 추가 .. 좋은 식사였다고 한다..
이제 진짜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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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12-01메뉴
어제 김포의 꿈틀책방에서 하는 <나혜석의 고백> 온라인 북토크를 들었다. 진행자는 희진샘.
얼마전 잠자냥님이 희진샘 수업 관련해서 글 올려주실 때 너무 부러워하다가 이 북토크를 한다는 걸 어디서 보고 혹해서 신청했다. 김포 꿈틀책방은 지인 덕분에 알고 있었지만, 가본 적은 없고 인스타그램 팔로우는 어제 했는데... 어디서 보고 신청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평일 저녁이지만 온라인이라 해볼만 했고, 일주일 중 좀 바쁜 날이라 약간 고민을 했는데 신청글에 깨알같이 포함되어 있었던 '선생님도 카메라를 켜주실 예정이다' 라는 말이 나의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나혜석의 글은 전에도 몇 번 읽어보았고 한국여성문학 읽으면서도 좀 읽었지만, 다시 읽어도 참 구구절절 맞말이고 그 시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참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그런데 그 시절도 아니고 요즘 사람들이 왜 비난하고 문제 삼는지 알 수가 없다.
열심히 필기하며 들었고...
샘은 먼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나혜석이 해석/소비되는 방식에 대해 검토하고, 나혜석에게 결혼과 모성이란 어떤 의미였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다. 나혜석은 시대를 앞서갔다, 비참하게 죽었다, '신' 여성이라는 이미지로 연출되는데, 나혜석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여성은 (근대적) 인간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말년이 불행했던 것이라며 당시 결혼하지 않았던 신여성과의 비교를 통해 나혜석의 삶에 결혼과 모성이 큰 영향을 주었음을 언급하셨다. '신여성' 이란 말은 있지만 '신남성' 이라는 말은 없는 것처럼 신식 교육을 받았어도 여성과 남성의 삶에는 계급적 차이가 있었고, 그래서 서로의 관심사가 다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에이드리언 리치가 1980년대 제도로서의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나혜석은 이미 백년 전 그것을 <모母 된 감상기>에서 이야기했고, 개인의 경험을 이론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며, 한국 여성들은 탈식민주의가 필요하다고도 하셨다. 나혜석이 그렇게 깨어있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능력과 교육의 영향도 있지만 식민지 조선의 상황 (근대화, 서구화 등) 도 한몫 했을 거라고 하셨고. 그리고 관련하여 읽을 책으로 아시스 난디의 <친밀한 적>을 추천하셨다. <오리엔탈리즘>보다 얇다면서...
원래도 장바구니에 담겨있었지만, <오리엔탈리즘>보다 얇다고 하시니 혹하고..
(하지만 <오리엔탈리즘>은 갖고 있고 <친밀한 적>은 없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의 조건>처럼 얇은데 어려운 건 아닐까...
어제 인상깊었던 것은 나혜석의 이야기보다는 선생님이 어떤 것을 보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는데 선생님 책을 그동안 읽어왔고 매거진도 들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부분이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과거의 인물이나 작품을 볼 때의 태도다. 시대의 한계를 언급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를 현재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사실 좀 반칙 아니냐면서, 시대의 한계이다 아쉽다 이렇게 생각하고 끝내지 말고 '맥락에서 보자' 라고 하셨다. 과거의 작품에 대해 시대적 조건을 생각하면서도 비난하고 싶었던 적이 많아서.. (아닌 척 하려 애썼지만) 반성했다.
한국의 여성주의에 대한 책이 없어 아쉽다는 얘기를 하셨고, 그래서 나혜석의 책도 선정하신 것 같은데 (아마 책방에서 선정한 게 아니고 선생님이 하신 것 같다) 이번에 선생님 책이 새로 나왔으니 꼭 사서 읽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선생님은 좀 쑥스러워하시더니 새로 나온 책이 알라딘 사회과학 부문에서 3위를 찍었는데, 방금 확인해보니 몇 권이 팔렸는지 아냐고 하시며 국내 여성학 부문은 여전히 협소하고 규모가 작다고 말씀하셨다. 서재에서 희진샘 책 사는 사람들에 둘러싸여있는 상황이 물론 이 사회의 중간값에 가깝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권수가 많지 않아서, 여성학도 사회과학도 정말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구나 하고 좀 슬퍼졌다. 특히 선생님 책 구매자의 연령/성별 집단을 비교했을 때 특정 연령대의 여성보다 오히려 30대 남성의 구매율이 높을 때도 있고 변동이 있다고 하셔서 (그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거나, 대응을 고민한다기보단 인문학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우리 은바오님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다시 한 번 느꼈다.
한국의 상황 얘기가 나오니 전에 매거진 듣고 궁금해했던 걸 질문하고 싶어져서,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용기를 내어 질문했다. '백래시'는 한국의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신 게 무슨 뜻이냐고. 샘은 좋은 질문이라고 하시며 (학자들이 좋은 질문이라고 할 때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여튼), 한국에서는 애초에 백래시라는 게 일어날만큼 여성의 권익이 개선된 적도 없지만 정권이나 언론 등에서 조직적, 대대적으로 '백래시'의 움직임을 일으킨 것도 없다고 하셨다. 그저 남성들이 '당황' 하고 있고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 뭐 이 정도이고, 이준석도 사실 반여성주의자는 아닐 거라고. 사실 여성주의에 큰 관심이 없는 거라고 생각하신다고.
위에 책 판매부수도 그렇고 오히려 더 서글퍼지기도 하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선생님께 질문하고 또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참 기쁘고 행복했다. 용기내길 잘했지..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관련해서 누군가 적어둔 걸 본 것 같은데, 여성들은 선각자가 있었어도 그들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려하지 않아서 (주류, 남성들의 세계를 탐구하느라 바빠서 그런 거겠지) 다시 그 선각자의 궤적을 되풀이한다는 말이 있었다. 나혜석도 혼자만 생각하지 않고 글을 써서 기고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 아닌가.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고민과 생각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글을 써서 알려야겠다. 물론 그전에 공부도 열심히 해야하고.
북토크 내용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적어도... 되는 거겠지? 그래도 다 적진 않았다.
어제 알게 되었는데 선생님이 어딘가에서 추천하셨던 <애국의 계보학> 북토크가 (물론 진행자는 선생님) 곧 모처에서 있을 거라고 한다. 이것은 온라인 아니고 현장 북토크인듯. 여기에 적자니 너무 홍보하는 것 같고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길..
이라고 썼는데, 뭐 홍보하면 어떤가. 거리의화가님이 올리셨던 글이 있어서 링크를 가져왔다. 관심있는 분은 이 글로 가서 보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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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알라딘: 애국의 계보학 실라 미요시 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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