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 새 시대를 연다] “동북아 긴장 완화·한반도 통일 위해 다국적 틀 꼭 필요”
입력 : 2015-01-13 21:20:49 수정 : 2015-01-13 21: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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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日 세이카쿠인 대학 학장
―동북아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동북아에 대해 말하면, 미국은 실제 이곳에서 큰 힘을 갖고 있고 국익에서도 이 지역의 이해관계가 사활적인 의미를 갖고 있어 포함해 봐야 한다. 아울러 극동 러시아도 넣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동북아에는 6개국, 즉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가 있게 된다. 세계적으로 이 정도의 대국이 밀집한 곳은 이곳밖에 없다. 이 지역의 귀추가 지구적 규모에서 21세기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안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소련이 사라졌지만, 소련을 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미국과 지정학적인 대립을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동쪽에서 활로를 찾아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는 100년 전 상황과 다르다. 지금은 중국이 미국과 겨룰 정도의 경제대국이 됐고, 일본도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며, 한국도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과 중·러 관계가 동북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러 관계가 중요하다는 건데.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미·러 관계는 매우 악화됐고, 그럴수록 중·러의 접근이 진행될 것이다. 냉전 시대에는 중·소논쟁 등 대립이 계속됐고, 자연히 동북아에서 지금과 같은 흡인력이 작동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GDP는 일본의 2배 가까이 됐고, 러시아도 한반도와 관련해 북한에 대해 중립적인 방향으로 이동 중이고, 남한도 세트로 생각하는 듯하다. 즉 향후 천연가스나 에너지 등을 생각하면 한국을 북한보다 중요한 경제적인 파트너로 인식하면서도 북한이 갖는 전략적인 가치도 알고 있다. 한국도 냉전 때에는 소련과 좋지 않았지만, 지금 러시아와 나쁠 요소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간 접근이 깊어지면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되며 동북아엔 어떤 변화를 야기하겠는가.”
―최근 역내에 내셔널리즘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한국, 북한 등 역내에서 내셔널리즘의 ‘전압’(voltage)이 높아져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여기에 영토문제가 더해지면 큰 사건이 일어나기 쉽다. 미디어의 책임도 있다. ‘슈퍼 내셔널’, 국가를 넘어선 다국적인 틀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내셔널리즘을 조금씩 줄여가는 방식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동북아 공동체를 주장해왔는데.
“동북아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남북한이 만에 하나 충돌하면 이 지역은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북한을 봉쇄하거나 교체하려 하지 말고 북한의 존속을 보장하는 대신 북핵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북핵 6자회담을 통하지 않으면, 북핵문제 해결과 북한 안전보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동북아 공동체의 토대는 바로 6자회담으로부터 가능할 것이다. ”
―구체적인 동북아 공동체상을 설명해달라.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말하면 유럽연합(EU)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EU는 법을 만들어 회원을 엄격히 정하고 이사회를 만들어 운영하지만, 동북아 공동체는 이런 EU 이미지를 부정해야 한다. 먼저 낮은 차원의 집단 안보체가 형성돼 역내에서 전쟁과 영토침략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지역 특유의 다국적인 안전 네트워크를 만든 뒤 그 위에 역내 무역과 교역, 인적 교류를 더 활발하게 하면 동북아 공동체가 된다. 무역과 교역 활성화 등을 위해 과도적으로 달러만이 아니라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한국 원화를 복수 바스켓 통화로 하거나 새로운 통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한국은 지금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이런 바탕에서 대일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매우 어려운 다원적인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여기에서 선택을 잘못하면 19세기 말 또는 20세기 초 같은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동북아 6개국 중 크기나 국력에서 가장 작은 것은 우리 한반도다. 다만 남북은 분단됐지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중심에 있기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구체적으론 한국은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풀어가면서 북한과는 이산가족과 식량지원 문제, 개성개발 등을, 남북한 및 미·중 4개국 간에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논의를 동시에 해야 한다. 서독은 통일 전 ‘독일 통일은 유럽의 통일’이라는 슬로건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그게 결국 통일을 가능하게 했다. 남북이 솔선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4개국을 포함한 다국 간 틀을 만드는 것에 의해 통일도 될 수 있다.”
―남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현재 한국의 최대 문제는 경제적 또는 나라의 존재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재벌주도형 개발경제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돌파구는 38선 이북에 있는 2000만명의 동포와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이다. 북한도 2013년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중국과 관계가 악화됐고, 이에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고 싶어하지만 핵 및 미사일문제 등으로 간단치 않다. 북한도 남한과 관계를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활로가 없다. 그것이 올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연두 회견으로 나왔다고 본다. 남북 모두 한계를 돌파하려면 적극적인 대북 어프로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취한 대화정책을 취하는 게 기본적으로 맞다. 다만 복잡한 조건 속에서 너무 북한만의 변화를 압박하면 남북 관계는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동북아에서 프리 핸드(free hand)를 가질 때는 남북 긴장이 완화될 때였다.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국의 선택이 좁아지고, 소위 한·미·일 삼각관계 속에 갇혀버린다. 한국은 미·중 관계 속에서 남북 관계를 중시하면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범위에서 통일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다만 남북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내부가 분열돼 있는 점은 큰 문제다. 한국 내에 ‘보이지 않는 38선’이 있고, 그것을 해소하지 않으면 남북화해도 어려울 것이다.”
―대북정책 일관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나.
“독일은 우리와 달리 내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독일은 대연정을 통해 가능한 한 대동독 및 대소련 정책 등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 않도록 했다. 그것을 해낸 것이 10년 이상 외상을 역임한 한스 디트리히 겐셔이다. 겐셔는 1995년에서 나고야에서 만났을 때 ‘동독은 존재하는 실체인데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는 것은 문학의 세계’라며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고 교섭하는 게 외교 아니겠느냐’고 말한 게 기억난다.”
―동북아 공동체론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1979년 서독에 있을 때 ‘독일은 1000년이 돼도 통일되지 않을 것이고 서독은 서독으로 있을 수 있다’며 ‘그래도 좋다’고 말하는 독일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10년 만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다. 놀랍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통일하고 싶다고 해온 남북은 왜 되지 않는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이전에 주변국을 빼고 남북만 노력하면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그렇지 않았다. 독일은 주변 나라와 다국적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통일을 실현했다. 남북 관계를 포함해 4자협의, 6자회담 등 지역적 평화틀을 만드는 것이 통일로 가는 최대의 지름길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사이타마=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1950년 구마모토시 출생(재일한국인 2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정치학과(1974) 및 동대학원 정치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1979) ▲국제기독교대학과 도쿄대 대학원 정보학환 교수 등 역임 ▲현재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제6대 학장(한국의 총장, 2014년 4월∼)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1998),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2001), ‘내셔널리즘’(2004), ‘세계화의 원근법’(2004), ‘고민하는 힘’(2009), 소설 ‘마음’(2013)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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