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식톤 콤플렉스 -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
김덕영 (지은이)길(도서출판)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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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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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 사회학적 및 계보학적 접근을 시도, 국가나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시민사회에서 경제를 직업으로 하고 특정한 종교적 이념을 공유한 사회집단에 의해 담지되었던 전형적인 근대 자본주의와는 색다른 한국 자본주의를 면밀히 분석한 책이다.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체험, 즉 한국의 근대화 과정 전반을 일제강점기인 식민지 시대부터 지난 이명박 정부 때까지를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 한국의 근대화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신교에 의해 시민계층적 자본주의와는 전혀 다른 기형적 자본주의화 과정을 밟아왔음을 밝혀내고 그것을 ‘에리식톤 콤플렉스’(에리식톤Erysichthon은 그리스 신화에 오만하고 불경스러운 부자로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아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상징으로 등장한다)라는 새로운 개념 도입으로 구체화·명료화한다. 이는 곧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에 다름 아니며, 이것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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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 책이 나오기까지 7
논의를 시작하면서 13
1. “이명박은 배고픕니다!”: 문제의 제기 14
2. 누가 그를, 우리를 배고프게 했나: 연구의 대상 18
3. 접근 방법 및 이 책의 범위와 한계 21
제1부 한국 자본주의 정신의 사회학
제1장 자본주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27
1.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이론 29
2. 체계로서의 자본주의와 정신으로서의 자본주의 31
제2장 한국의 자본주의와 그 정신
1. 식민근대와 총독부-지주·상인 동맹자본주의 42
2. 환원근대와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 53
3.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 70
1) 에리식톤 콤플렉스 72
2) 다시 한 번: 누가 그를, 우리를 배고프게 했나 74
제2부 한국 자본주의 정신의 계보학
제3장 국가, 자본주의 정신을 주조하다 97
1. 박정희 정권의 빈곤 담론: 자본주의 정신의 심리학적 토대 97
2.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자본주의 정신의 태동 113
3. 제2경제: 자본주의 정신의 강화 128
4. N만 달러 시대: 자본주의 정신의 항구화 148
제4장 재벌, 자본주의 정신을 구현하다 164
1. 한강의 기적, 현대의 기적 164
2. 박정희와 정주영: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총사령관’과 ‘야전사령관’ 166
3. ‘생각하는 불도저’: 무한한 경제성장에의 욕망 176
제5장 기독교, 자본주의 정신을 성화(聖化)하다 198
1. 한강의 기적, 복음의 기적 199
2. 국가화되고 기업화된 세속적 교회: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전도사 202
3. ‘저 큰 것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무한한 교회성장에의 욕망 215
논의를 마치면서: 진정한 자본주의와 그 정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245
참고문헌 249
찾아보기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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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베버를 빼놓고 자본주의 정신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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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덕영 (지은이)
1958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사회학 마기스터(Magister)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카셀 대학에서 게오르그 짐멜과 막스 베버에 대한 비교연구 논문과 사회학 및 철학에 대한 강의를 바탕으로 ‘하빌리타치온’을 취득했다. 현재 카셀 대학에서 사회학 이론을 가르치면서 저술과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현대의 현상학: 게오르그 짐멜 연구』(나남, 1999), 『주체, 의미, 문화: 문화의 철학과 사회학』(나남, 2001), 『논쟁의 역사를 통해 본 사회학』(한울, 2003), 『짐멜이냐 베버냐』(한울, 2004), 『위장된 학교』(인물과사상사, 2004), 『기술의 역사』(한경사, 2005), 『프로메테우스, 인간의 영혼을 훔치다』(인물과사상사, 2006), 『입시 공화국의 종말』(인물과사상사, 2007),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도서출판 길, 2007),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인물과사상사, 2008),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인물과사상사, 2009), 『정신의 공화국, 하이델베르크』(신인문사, 2010), 『막스 베버: 통합과학적 인식의 패러다임을 찾아서』(도서출판 길, 2012), 『환원근대: 한국 근대화와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도서출판 길, 2014), 『사상의 고향을 찾아서: 독일 지성 기행』(도서출판 길, 2015), 『사회의 사회학』(도서출판 길, 2016), 『국가 이성 비판』(다시봄, 2016), 『루터와 종교개혁』(도서출판 길, 2017), 『에밀 뒤르케임: 사회실재론』(도서출판 길, 2019), 『에리식톤 콤플렉스: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도서출판 길, 2019), Der Weg zum sozialen Handeln, Georg Simmel und Max Weber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공역, 새물결, 2005),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공역, 도서출판 길, 2007), 『근대 세계관의 역사』(도서출판 길, 2007), 『예술가들이 주조한 근대와 현대: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로댕』(도서출판 길, 2007),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도서출판 길, 2010), 『돈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3), 『돈이란 무엇인가』(도서출판 길, 2014), 『개인법칙』(도서출판 길, 2014), 『렘브란트』(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에리식톤 콤플렉스>,<에밀 뒤르케임 : 사회실재론>,<루터와 종교개혁> … 총 3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 자본주의와 근대화 과정 속에 드러난 돈과 물질에 대한 무한한 욕망
30여 권이 가까이 되는 저술과 번역 작업을 통해 사회학 이론과 한국 사회의 분석에 주력해온 사회학자 김덕영 교수(독일 카셀 대학)가 ‘한국 자본주의 정신’을 파헤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저자 김덕영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 사회학적 및 계보학적 접근을 시도, 국가나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시민사회에서 경제를 직업으로 하고 특정한 종교적 이념을 공유한 사회집단에 의해 담지되었던 전형적인 근대 자본주의와는 색다른 한국 자본주의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체험, 즉 한국의 근대화 과정 전반을 일제강점기인 식민지 시대부터 지난 이명박 정부 때까지를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 한국의 근대화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신교에 의해 시민계층적 자본주의와는 전혀 다른 기형적 자본주의화 과정을 밟아왔음을 밝혀내고 그것을 ‘에리식톤 콤플렉스’(에리식톤Erysichthon은 그리스 신화에 오만하고 불경스러운 부자富者로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아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상징으로 등장한다)라는 새로운 개념 도입으로 구체화·명료화한다. 이는 곧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에 다름 아니며, 이것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박정희(국가), 정주영(기업), 조용기(개신교)에 의해 형성되고 구조화된 한국적 자본주의 정신
저자는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자 제17대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의 선거 공약(이른바 7·4·7 공약 ― 7퍼센트 경제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과 대선 홍보 영상물인 “이명박은 배고픕니다!”에 드러난 경제성장 중심의 한국 근대화 과정이 역설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짤막하게 소개하면서 그 근원이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 내지 한국 근대화 과정의 기형적 양상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총독부-지주·상인 동맹자본주의로 상징되는 ‘식민근대’ 시기를 거쳐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근대화 과정에 들어선 한국 자본주의는, 저자에 따르면,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신교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구축된 체제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이자 이명박으로 상징되는 ‘에리식톤 콤플렉스’는 곧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에 기반하는 환원적 근대화 과정을 통해 형성·발전하기 시작했다. 국가, 특히 박정희 정권은 가난을 극복하고 잘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개인에게 돈과 물질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자극하여 에리식톤 콤플렉스가 형성되도록 했으며, 재벌, 특히 정주영은 기업적 차원에서 에리식톤 콤플렉스를 구현했다. 그리고 한국의 개신교는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이데올로그이자 전도사로서 환원적 근대화의 지상목표인 경제성장을 신과 신앙의 이름으로 축복하고 신성시해왔다. 그것은 곧 에리식톤 콤플렉스의 성화(聖化)이다. 그리고 스스로 이 환원근대적 이념을 체화하고 내면화함으로써 급속한, 아니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한 교회성장을 이룩해 왔다. 결국 이명박으로 상징되고 종합된 ‘에리식톤 콤플렉스’는 박정희와 정주영 그리고 ‘조용기주의’로 대표되는 개신교가 융합된 인격체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국만의 독특한 자본주의 정신 내지 근대화 과정은 서구의 자본주의와 달리, 자유노동의 합리적인 조직에 기반하는 시민계층적 기업자본주의가 아님은 명약관화하다. 그것은 곧 자유노동의 비합리적인 조직에 기반하는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이자 국가가 민간을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지도받는 자본주의’이다. ‘국가’가 자본주의의 형태적 또는 체계적 측면을 결정적으로 각인했는바, 종국으로는 국가가 개인을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에 필요한 정신적 태도, 즉 자본주의의 아비투스를 갖도록 초래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담지세력이 아닌 대다수의 한국인들도 에리식톤처럼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렬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욕망의 과실은 대부분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담지세력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 욕망은 끝내 충족되지 않은 채로 남아서 끊임없이 그들을 환원근대적 경제활동으로 몰아댄다. 결국 그들도 에리식톤 콤플렉스의 소유자자인 것이다.
기형적인 한국적 자본주의 정신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개인들의 합리적인 행위를 토대로 극복해야
이러한 기형적 한국적 자본주의 정신 내지 근대화 과정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정신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세 가지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모든 것을 ‘경제성장’으로 환원하는 환원근대적 사고를 극복하고 환원근대의 핵심 축인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가 해체되어야 한다. 둘째, 유교에 기반하는 전통적 집단주의 정신을 근대적 개인주의 정신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는 곧 근대의 토대는 전통이 아니라 근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자본주의는 개인주의를 그 윤리적·문화적 토대로 하는 근대의 일부분, 즉 경제적 근대이다. 유교라는 전통을 계승하는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근대에 의해 재해석되고 인정됨으로써 근대에 통합되어야 한다). 끝으로 개신교는 환원근대의 이데올로그 또는 전도사의 역할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그 본연의 임무, 즉 영혼의 구원에 헌신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자본주의의 피안에서 자본주의와 일정한 긴장과 갈등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즉 개신교는 탈주술화되어야 한다(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주술사 노릇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요컨대, 사회가 다양한 영역과 기능으로 분화됨으로써 국가가 국가답고 기업이 기업답고 교회가 교회다워야 비로소 진정한 자본주의와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 정신을 결국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개인들의 합리적인 행위유형과 생활양식으로 표출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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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덕영님의 책은 무조건 구매각, 그저 리스펙트!!!! 구매
유리열쇠 2019-11-04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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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채우지 못해 사람의 심장마저 탐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본질. 구매
사람이 먼저다 2021-01-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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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리식톤 콤플렉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홍보 영상물의 주제는 “이명박은 배고픕니다!”이다. 그는 ‘7·4·7’ 공약 즉, 7퍼센트 경제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약속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의 공약의 핵심은 경제였으며, 그것은 다시금 살려내야 할 아주 절박한 대상이었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는 마지막 문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살리고자 한 경제는 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로 먹지 못해서 생존에 허덕이는 그런 집단적 빈곤상태에 놓여 있단 말인가? 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19년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속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GDP는 1조 7천 달러로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불과 10년전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모두가 허기진 허기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고 단정했다. 그가 생각한 ‘허기’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허기사회에서 살고 있을까?
저자 김덕영 교수는 현대대한민국 사회의 자본주의 정신이 에리식톤 콤플렉스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에리식톤 콤플렉스에서 에리식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인물로 신의 저주를 받아 끊임없는 허기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는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로 인해 자신의 몸까지 다 뜯어먹고 마침내는 이빨만 남는 비극에 처한다. 김덕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정신을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에리식톤 콤플렉스는 가능한 한 많은 화폐가치적 이윤을 추구하는 천민 자본주의와도 성격을 달리한다. 그가 말하길 ‘한국 자본주의 정신은 박정희로 대표되는 국가에 의해 주조되고,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재벌에 의해 구현되고, 조용기로 대표되는 개신교에 의해 성화된 에리식톤 콤플렉스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에리식톤 콤플렉스는 물질적 재화와 돈에 대한 무한한 욕망에 사로잡힌 대한민국 자본주의 정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2.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정신은 서구의 그것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서 서구 자본주의의 정신이 청교도주의, 그 중에서도 칼뱅사상의 영향을 받았음을 말했다. 칼뱅주의의 이중예정론(신도 바꿀 수 없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사람들의 내적 고독감을 확산했고,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을 받은 존재인지 아닌지를 짐작하기 위해 소명으로서의 직업의식에 충실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이윤을 소비나 항락에 쓰지 않고 사업에 재투자함으로써 신의 영광을 드높이고 구원을 확증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확증사상’이다. 여기서 신과 홀로 대면한다는 ‘내적 고독감’이 싹트고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하려다 보니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와 세속적 금욕주의, 그리고 합목적적 사유 방식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신이 체화됨에 따라 서구의 자본주의는 소비를 위한 이윤추구가 아닌 합리적 재투자를 위한 이윤추구의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본주의와 종교적 정신의 결합은 우연의 산물이었으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서 시민에 의해 추동된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일제강점기 시기 자본주의 정신이 외부로 유입되고, 국가 위주의 산업발전이 이뤄지면서 서구의 그것과는 성격이 달라졌다. 한국의 자본주의 성장은 서구의 시민계층이 자발적으로 이뤄낸 자본주의가 아닌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지도받는 자본주의’였다. 그리고 그 자본주의 성장은 개인의 정신의 성숙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닌 오직 ‘경제가 곧 근대이고, 경제성장이 곧 경제’라는 환원근대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것은 오직 경제 성장만이 근대화이며, 국가-기업이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개인은 도구화되고, 경제 이외의 근대를 반근대주의적 발상으로 간주하고, 문화적 전통주의 즉 유교를 극복하지 않고 그것과 결합하는 것을 의미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정권에 대한 정당성이 결핍된 상태였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줘야 했으며, 그것을 경제적 후진성을 극복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는 빈곤담론을 성장담론으로 극적인 전환을 끌어낸다, 국민들에게 빈곤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부여하고, 빈곤을 민족 국가 수준으로 일반화하여 빈곤 극복은 사회적 통합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음을 말했다. 하지만 이 담론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국가와 민족이었다. 빈곤담론의 주체가 민족이라면 성장담론의 주체는 국가, 그리고 그와 동맹을 맺은 재벌이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발전과 빈곤은 항상 상호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빈곤은 발전의 대립물이라기보다 그것의 부속물에 가까웠다. 당시 대한민국은 충분히 발전했지만, 여전히 후진하다고, 혹은 선진했다고 말 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전자의 경우 국민의 열정을 상실시킬 위험이 있으며, 후자의 경우 국가-재벌 동맹,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정당성이 상실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권은 자본주의 정신을 강화하여 사람들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포섭하는 한편 정당성을 마련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제2경제’이다. 이 개념은 잘 먹고 잘 사는 주체는 개인이 아닌 ‘국가’로 설정하여 국가 전체의 근대화를 실현하지 못하는 근대화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납득시키고자 했다. 대한민국 자본주의 성장에서 중요한 주체는 개인이 아닌 국가였다. 따라서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는 경제성장과 돈에 대한 무한한 욕망이 없으면 진정한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국민들에게 성공적으로 설득시켰고, 그들을 다시금 에리식톤 콤플렉스에 포섭되도록 만들었다. 조국 근대화는 이후 김영삼 정권에서 N만 달러 시대로 지극히 단순화되었다. 근대화를 규정하는 여러 요인들을 해체한 뒤 1인당 국민소득으로 간결하고 선명한 방정식을 마련했으며, 선진국과 꾸준히 비교하여 1만 달러, 3만 달러로 끊임없는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고자 했다. N만 달러는 방정식의 형태로 분명하게 표현된 에릭시톤 콤플렉스이며, 경제성장이 다른 모든 근대화 담론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 재벌의 불면불휴, 그리고 교회의 성화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 한 축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빈곤-발전 변증법’을 마련했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불면불휴(자지 않고, 쉬지 않음)하여 선진국을 목표로 노동에 헌신함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 사회의 풍부한 전통문화에 비해 경제는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근대화를 경제성장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그는 서구의 개인주의를 반영한 문화적 근대화를 전면 거부하며, 오로지 경제적 성장만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근대화할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세계에서 첫째가는 경제 대국 일본도 지금 주 46시간을 근무하는데 이제 겨우 국민소득 5천 달러인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노동시간은 노동법상 주 44시간으로 되어 있다. 게다가 공휴일 수도 일본보다 우리가 더 많다. ... 일본을 이기려면 그들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보다 적게 일해도 되게 법을 만들어 통과시킨 이들의 진의와 목적이 무엇에 있었는지 심히 유감스럽다. ... 자신들의 인기나 표를 염두에 두고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법만 악법이 아니다. 국가에 해를 끼치는 법도 악법인 것이다.”
p192~193
그는 이미 국민소득 5,000달러로 중진국에 진입한 지 오래인 한국이 노동법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을 국가의 무한한 발전을 저해하는 악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빈곤한 상태이다. 그가 불면불휴의 생각하는 불도저로 만든 정신은 물질적 재화로 귀결되는 욕망, 즉 에리식톤 콤플렉스였다.
교회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기에 경제적 주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교회는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의 전도사로서 이 두 세력과 동맹관계를 맺고, 한국 자본주의 정신을 성화(聖化)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원로 목사인 조용기 목사는 기독교 신을 물질적 부의 신으로 환원하여 이 신의 축복은 번영과 부의 축복의 모습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스스로 자본주의화 되고 기업화되면서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신의 축복으로 정당화했다. 또한,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들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그들에게 물질적 축복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회는 적극적으로 환원 근대의 이데올로그가 되고, 환원근대의 전도사가 되기를 자처하면서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했다.
4. 진정한 한국의 자본주의 정신은?
김덕영 교수는 진정한 한국의 자본주의 정신을 위해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모든 것을 경제성장으로 환원하는 환원 근대적 사고를 극복하고, 핵심축인 국가-재벌 동맹자본주의를 해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교에 기반한 전통적 집단주의 정신을 근대적 개인주의 정신으로 대체함으로써 경제적 근대주의와 문화적 근대주의를 결합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개신교는 환원 근대의 이데올로그 또는 전도사의 역할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종교의 본연의 임무인 영혼의 구원에 헌신하는 것이다. 즉 개신교는 탈주술화해야 한다. 그는 국가가 국가답고, 기업이 기업답고, 교회가 교회다워짐으로써,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됨에 따라 합리적인 자본주의 정신이 표출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샐러리맨의 신화였다가 백 억원 대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명박 대통령과, 60억 원대 자산가에 최고 권위의 대학교수였지만 사모펀드를 돌리고, 자식의 장학금을 놓치지 않으려 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부정채용 의혹으로 논란이 된 김성태 전 의원, 상속세 문제로 소송을 걹 있는 한진가의 2세들 등 대한민국의 민낯에는 한 푼의 돈도 잃고자 하지 않는 권력자들의 에리식톤 콤플렉스가 담겨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기에 여전히 관대하다. 영국의 경제 일간지는 재벌 총수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법원은 재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 경영을 계속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것 같다. ... 그러나 재벌들이 제대로 행동하고,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사법체계를 갖추는 게 국가 이익에 더 부합하지 않겠느냐.”
너무도 당연하기 짝이없는 원론적인 해결책이지만 그것조차 해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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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BOY 2020-02-23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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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고전 번역으로 이름이 높은 김덕영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 정신‘을 해부한 책을 내놓았다. <에리식톤 콤플렉스>(길). 이론사회학자의 드문 시도이기에 흥미를 끈다. 저자는 근대사회에 대한 이론적 해명작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환원근대>와 <루터와 종교개혁> 같은 전작이 사전 정지작업이라면 <에리식톤 콤플렉스>는 이론의 적용을 통한 실제 분석에 해당한다.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체험, 즉 한국의 근대화 과정 전반을 일제강점기인 식민지 시대부터 지난 이명박 정부 때까지를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 한국의 근대화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신교에 의해 시민계층적 자본주의와는 전혀 다른 기형적 자본주의화 과정을 밟아왔음을 밝혀내고 그것을 ‘에리식톤 콤플렉스’(에리식톤Erysichthon은 그리스 신화에 오만하고 불경스러운 부자로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아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상징으로 등장한다)라는 새로운 개념 도입으로 구체화·명료화한다. 이는 곧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에 다름 아니며, 이것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자연스럽게도 저자에게 모델이 됐을 책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대입해보자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 자리에 들어간 것이 한국의 경우에는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것. 하지만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이 한국적 특수성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자본주의를 추동하는 보편적 욕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제목이나 개념도(‘에리직톤‘이 통용 표기 아닌가?) 이론을 전공한 학자의 제안으로서는 어색하다. 아무래도 비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제 ‘한국 자본주의 정신‘를 살리는쪽이 낫지 않았을까. 읽기 전 소감이 그렇다는 것이고 저자의 분석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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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9-11-08 공감 (36) 댓글 (0)
어제는 과음을 했다. 덕분에 마음속 말을 나눠서 했다. 샤워를 하다가 면도를 했고 덕분에 다리 살갗 한쪽이 떨어져나갈뻔. 술에 잔뜩 취해서 면도를 하면 큰일 납니다. 하고 깨달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게 말은 쉬운데 그걸 인생에 적용해서 살아가려면 참 쉽지 않은 거 같다. 기다리던 책이 나왔고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술에 취한 김에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사랑해요 하고 말했는데 젠장 오늘 아침에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난감하기 그지없다. 어젯밤 사랑한다고 누구누구에게 말했는지 떠올렸고 보고싶다는 카톡을 몇 개 보냈고 보고싶다는 같은 말을 몇 번 들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어른이 되어서 마음대로 웃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야. 어떻게 해서 쌍둥이 같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그것도 생각해보았다. 나와 전혀 다른 생김새에 나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고 나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왔는데 그렇게 너와 나는 쌍둥이 같아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은.
패러다임을 바꾸면 사는 게 얼마나 좋은지 그걸 알 까닭이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을 바꾸어도 괜찮을 만한 여지가 주어지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한 인간의 온전한 생에서. 루이제 린저 언니 떠올랐다. 수녀님의 새 책도 나왔고 선생님의 새 책도 나왔다.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읽을 일이다. 낙타처럼 어슬렁거리며 신촌앞을 걷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잠꼬대를 거하게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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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2019-11-07 공감 (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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