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2

박정미 노론의 나라 에서 사림의 나라로

(2) Facebook
https://www.facebook.com/profile/100005668756462/search/?q=%3C%EB%85%B8%EB%A1%A0%EC%9D%98%20%EB%82%98%EB%9D%BC%3E%EC%97%90%EC%84%9C%20%3C%EC%82%AC%EB%A6%BC%EC%9D%98%20%EB%82%98%EB%9D%BC%3E%EB%A1%9C

박정미
210824

<노론의 나라>에서 <사림의 나라>로

지난주 내내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지켜보며 <유교탈레반>이라는 신조어를 떠올렸다.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의 사고와 행태가 조선조 성리학근본주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

 하나는 총을 들고 하나는 붓을 들었을 뿐 똑같이 지식권력과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교조적인 신조로 사회를 철통같이 통제하려 했다. 특히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여성의 교육 및 사회활동과 자유로운 외출을 규제하는 모습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잿더미를 통과한 120년의 시차를 두고 우리는 유교탈레반의 위협에서 멀어졌지만 그 시차 너머 세계는 카불과 한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 조선시대는 왕조초기의 역동적인 백년을 제외하고는 유교탈레반이 사회를 장악하고 점차 지배와 억압의 강도를 높여갔으며 그리하여 파국을 맞이한 체제였다.

조선시대의 역사적 경험을 회고하면서 지금 이 시대를 바라보는 두가지 엇갈린 시각이 있다.
  • 하나는 이덕일류 <노론의 나라>라는 시각인데, 개혁군주 정조 이후로 득세한 노론세력이 나라를 망쳤으며 지금도 우리사회의 기득권 적폐로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 그 반대편에는 조선을 <사림의 나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여기서는 정조 이전 광해군시기에 조광조 등 사림 5인의 문묘배향으로 사림의 지배체제가 완성되었으며 이들의 성리학적 근본주의가 조선을 퇴행으로 이끌었다고 본다. 선조 때 동인과 서인의 분화 이후의 분당과 당쟁은 사림의 내부권력투쟁에 불과하며 개혁군주 정조와 그 시대 실학자들 또한 사림의 나라의 일원에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한 동안 이덕일류 역사관 아래 있었던 적이 있다. 그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의 역사인식은 우리사회 민족주의적 정치세력과 문화예술계의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어 접하기 쉬었다.
문재인대통령은 2017년 펴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덕일 역사학자가 ‘노론의 나라’라는 책을 썼다. 조선시대 세도정치로 나라를 망친 노론세력이 일본강점기에 친일세력이 되고 , 해방 후에는 반공이라는 탈을 쓰고 독재세력이 되고, 그렇게 한 번도 제대로 된 청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여전히 기득권으로 남아있다는 내용이다.”

86세대 대부격인 이해찬전대표도 지난해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우리역사 지형을 보면 정조대왕이 돌아가신 1800년 이후로 김대중 노무현 10년을 빼면 210년을 전부 수구보수세력이 집권한 역사입니다."

현정부의 수뇌부가 어떠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발언들이다.
 
조선시대 세도정치로 나라를 말아먹다 못해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세력이 노론이라고 하는 것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노론세력은 조선조 후기의 최상위 지배층이었으니까. 기득권세력이 친일파로 연명하다 해방이후 반공을 앞세워 독재에 빌붙었다는 것도 추론에 합리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노론세력이 해방후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사회에 기득권층을 형성하여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음모론에 불과하다. 노론세력이 지금도 이 사회를 움직일 실체적 힘과 세력을 이루고 있다는 논리는 아무런 근거 없는 망상에 가깝다.

현정부의 주류세력이 자신들의 국정운영의 정당성을 고수하기 위해 얼마나 허약한 논리를 세웠는지 알아채는 데에는 국정운영 행태를 한 두 해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현정권의 주류세력은 세상을 선과 악, 민족민주세력과 친일독재세력으로 이분하여 놓고 자신을 앞자리에 대입시켜 존재의 정당성을 찾고 있다.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친일적폐세력을 조선조 노론세력까지 소급시켜 실체적 근거를 마련해놓고 대립구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
이와는 달리 조선을 <사림의 나라>라고 보면 현정권의 핵심인 586세대의 국가철학과 사고습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틀을 가질 수 있다.
사림 특유의 도덕주의적 성리학근본주의적 세계관, 사고습성, 국가경영철학이 조선을 병들게 했고 아직도 우리사회는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586정권의 이해할 수 없는 국정운영방식은 사림의 사회문화적유전자, 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림의 밈이 격세유전으로 이 시대 586세대에게 발현되었다고나 할까. 또는 북조선의 주체사상에 숨어 잠복기를 거치다가 586세대에게 전해져 드러나게 된 것일까.
<노론의 나라>는 노론세력의 현존을 말하고 <사림의 나라>는 사림의 사회문화적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말한다. 현실적인 극복대상을 하나는 세력에 두고 하나는 밈에 두고 있다. 어느 것이 세상의 실상을 보는 옳은 방법인지는 조금만 이성과 논리를 가동해보면 알 수 있겠다.

최근에 나온 유성운 중앙일보기자의 <사림, 조선의 586>을 보면 사림과 586의 평행이론이 얼마나 현실과 잘 들어맞는 틀거리인지 알 수 있다.

“이들은 건국에 공헌하지도 않았으면서 반대했고, 중앙정치의 외곽에서 끊임없이 사람을 키우면서 사상의 진지를 늘리고, 언어와 문화전쟁에서 승리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해갔다. 마침내 권력을 독점한 뒤엔 치부와 특혜에 골몰하고, 위선과 내로남불을 보이며 국가를 점차 병들게 했다. 실무와 정책적 유능함보다는 족보와 과거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과 기득권을 내세웠다.”-임건순, 추천의글

이 글은 사림을 말하는 것인가, 현정권의 주류세력인 586을 말하는 것인가.
구체적 국정운영과 정책측면에서 보면 두 세력의 놀라운 유사점은 더 확연하게 보인다.

=조선건국의 아버지를 배척하고 반대론자인 정몽주와 길재를 신봉 VS 대한민국의 건국반대세력에 정통성 부여
=도덕적 우월감과 상대의 존재부정(나는 군자당, 너는 소인당 VS 나는 민주화세력, 너는 친일적폐)
=과정과 결과의 불공정초래(과거제폐지(축소), 현량과실시 VS 사시폐지, 로스쿨도입 및 공공의대시도)
=풀뿌리 여론 장악시도(유향소와 서원확대 VS 혁신읍면동사업과 주민자치회 설치 입법시도)
=죽음을 권장하는 문화 (열녀만들기에 골몰 VS 열사만들기에 골몰) (제사 문화 VS 참배 문화)
=생계형 진영논리와 내로남불행태(고려조 권문세족 비판 후 사림의 축재카르텔 VS 각종이권사업의 586줄서기와 민주화유공자예우법 입법시도등)
=계보와 적통을 따지는 것(정몽주로부터의 도통 VS 김대중, 노무현 계보 적통)
=서울장안의 주택은 충분, 문제는 투기세력(영조의 집매매와 전세금지 VS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자원개발에도 적폐딱지(중종 연은분리법의 폐지 VS 현정부 자원공기업 해외자산 매각)
=안빈낙도의 위선(도덕과 권력과 부까지 거머쥔 사림 VS 강남좌파)
=외교노선의 명분론(사림의 반청론 VS 86세대 반일론) 등등.

최근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이숙인박사가 쓴 <또 하나의 조선>에서 가슴아픈 이야기를 하나 발견했다.
정조대 대학자인 다산정약용의 숨겨진 첩실, 홍임母가 실존인물로 밝혀졌다고 한다. 유배 중 병든 다산을 구완하며 딸까지 낳으며 7,8년을 함께 한 여인이었지만 해배된 다산을 따라 어린딸과 함께 마재본가까지 왔다가 쫓겨나 쓸쓸히 강진으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였다.

남인출신으로 가장 개혁적인 대학자인 다산도 여자문제, 특히 하류계층의 여자문제에서는 여느 동인서인남인북인 노론소론 소북대북 시파벽파못지않는 사림의 태도 그대로를 보여준다. 유교탈레반은 사림의 문제이지, 노론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실체도 없는 세력을 겨냥한 <노론의 나라>가 아니라 아직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회문화적 밈을 염두에 둔 <사림의 나라>라는 내 생각에 근거를 하나 더 제공해준다.
===

32 comments
Paul Shin
어느 일본인 친구가 조선과 달리 일본에서 성리학이 뿌리내리지 못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하더군요.
 · Reply · 1 d
박정미
신평 성리학이 전면적으로 사회를 장악하지 못한 일본은 상업과 무역을 조선처럼 근본적으로 억압하지 않았죠. 16,17세기부터 세계무역체제에 연결되어 자본이 축적되고 이후 조슈아번등 지방 개혁세력이 그래서 나올 수 있었고요. 일본과 조선의 운명이 갈라진 지점입니다.
 · Reply · 13 h · Edited

이병철
잘 읽었어요. 수고했어요..
May be an image of flower, body of water and nature
 · Reply · 1 d
박정미
이병철 고맙습니다. 지리산에서 좋은 날 되시길요.
 · Reply · 13 h · Edited

Ilwon Yoon
아주 심도 깊게 읽었습니다.
 · Reply · 1 d
김재진
문재인이 이해찬이 나쁜 놈들
 · Reply · 1 d

정중규
공감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민족의 유별난 패거리 문화에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홀로 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느 집단에 속해야 생존을 보장 받는 사회, 그것이 공동체문화를 발전시킨 공로도 있지만, 그 대신 극도의 진영문화를 낳기도 했다고 봅니다. 
심지어 20년 전 제가 처음 당원으로 가입한 정당이 민주노동당인데, 거기서도 노심조계, 이석기계 하며 나눠 싸우고 있어 제가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진보정치인이란 자기 자신 자체가 하나의 우주인데, 어떻게 진보정치인이란 사람이 패거리가 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당론이나 계파론으로 결정될지라도 본인이 생각해서 옳지 않다고 여겨지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그런 자가 진보정치인 아닌가." 이런 비판이었는데 아무도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 Reply · 1 d
박정미
정중규 어찌보면 586은 외피만 도시화산업화민주화 되었지 아직 내면은 농경사회전근대의식에 머물러있는 우리의 내면을 권력을 쥐어 자신있게 내보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역사의 강물은 엎치락뒤치락 숨기다드러내다 비판받고개선하며 근대의바다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 Reply · 13 h

Ilwon Yoon
노론=친일=반공, 이분법적 사고로 심플해서 그럴듯하지만, 해방이후 실용=산업전사=한강의 기적은 어느 후손인지?
 · Reply · 1 d
박정미
윤일원 박정희의 공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가난을 지배층의 안빈낙도가 아닌 민중의 처절한배고픔으로 인식했다는 것. 성리학적 상공업천시문화에서 상공업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큰방향을 잡은 것. 그리하여 실용과 과학기술중시 풍조, 잘살아보자는 희망과 의지를 불러일으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박정희의 공입니다.
(제가 노론이 친일로 친일이 반공독재로 이어지는데 추론의 근거가 있다고 한 것은 세력의 결단으로 그렇게 선을 타고 방향전환을 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배층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역사의 양지로 제대로 갈아 탄 기회주의적 처신도 많이 있었을 거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 Reply · 12 h
Ilwon Yoon
박정미 대단하십니다.
 · Reply · 12 h
박정미
윤일원 다 윤박사님한테 배운 것들입니다.ㅎ
 · Reply · 12 h
Ilwon Yoon
박정미 아니예요, 아닙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 Reply · 12 h

강상태
저도 그 책을 아내가 읽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부분부분 발췌하여 읽어 주더군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 Reply · 23 h
박정미
강상태 우와! 형수님의 내공이 역시 깊으시군요. 광주운동권출신 중에 이책을 읽고 공감하는 분이 계시다니 뜻밖입니다.
아이고! 광주에 있는 우리오빠들은 꽉막혀서요. ㅎㅎㅎ
 · Reply · 12 h
강상태
박정미 부창부수(婦唱夫隨) 이지요.
 · Reply · 12 h
박정미
강상태 진정한 평등 婦夫관계를 이루셨습니다!
 · Reply · 12 h
강상태
박정미 졌습니다.
 · Reply · 12 h

Taekho Park
전체 게시글에 크게 공감 합니다.
그러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노론 사림 586… See more
 · Reply · 22 h · Edited
박정미
박택호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역사의 단절이 진정한 보수, 품격있는 보수의 형성을 막았다는 말씀에 저도 동감입니다.
다만 그런 지층단괴와 같은 역사의 분절로 인해 유교탈레반이 비교적 짧은시일에 무력화된 것은 여성으로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Reply · 12 h
---
진규천
노론 친일 반공이 이분법적인 사고 라고...미국정치는 민주 공화양당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담당햇지만 조선의 역사에서는 한집권세력이 집권을 하면은 반대당은 철저히 숙청되어 소멸되고 마침내 권력을 온통장악한 집권세력들이 둘로 분화되면서 사로 싸우다가 다시 어느 한쪽이 다른 당파를 모수 제거시키고 그들만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이 우리의 사색당파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사색당파를 떠올리적에 4개의 세력들이 공존하면서 서로 다투는 모습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그런 것은 아니지요.. 하나가 둘로 분화되고...그들이 싸우다가 한쪽이 몰락하면...다시 승자독식의 정치가 이루어지고... 그들이 또 다시 분화되어 싸우다가 또 승자독식이 되고...이어진 정치 그것이 한국정치의 참 모습입니다...여기서 정치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수구기득권이 강화되어 온 모습일겁니다..노론의 정치가... 그래서 친일이 된 겁니다..친일햇던 사람들이 이젠 반공을 부르짓는 겁니다... 여기서 윤일원씨는 해방이후 실용과 산업전사..한강의 기적을 말하시는데... 해방이후 실용과 산업전사와 한강의 기적이 있엇다고 해도...우리의 역사적 줄기는 부정될 수 없는 것이며... 친일햇던 사람들이 어떻게 단죄되지 않고.. 해방을 맞으면서 그들의 기득권을 상실하지 않고...미국의 선택에 호응하여...반공에 편승하면 서 기득권을 강화해왔는지.. 압니다. 그들의 핵심이익은...보통사람들의 이익과 다름니다...이들은 밀실정치에 강합니다.. 이완용과 고종의 행태가 그렇습니다.. 일본에 고종이 이완용이 바랐던 것은 이왕가의 유지...그것 뿐이었습니다...그리고 일본에 협력햇던 이완용등의 기득권보장..작위등등..
 · Reply · 17 h
박정미
진규천 이완용은 노론출신이지만 노론이기에 고종을 움직여 나라를 팔아먹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근대적 성리학적질서에서는 임금에대한 충의논리가 제1의 계율이었습니다. 그는 사림, 유교탈레반의 의식에 충실하여 이왕가를 보호하고자 충심대로 행동했을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Reply · 12 h
진규천
역사란 무엇일까요..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정치를 역사를 반추하며 반면교사내지는 과거역사속에서 하나의 영감같은 것을 얻고자 함일겁니다 이완용의 논리대로면.. 어차피 망할 운명속에서 그나마 고종을 보호햇으니 충신이라고 해야겠네요.. 이완용은 단순한 개인이 아닙니다.. 구한말 핵심정치지도자입니다. 한 때는 독립협회에도 관여할 정도로 개혁을 추구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이미 근재적 정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인식이 잇엇던 사람... 그가 추구한 정치가 무엇이었죠... 우리 역사속에 교훈이 있습니다... 가야와 신라의 통합을 위한 정치뒷거래... 후삼국시절에 경순왕의 고려에 대한 투항...그리고 이완용과 고종입니다.. 왕은 내어주고 신하들의 권리는 보장받는다.. ...지금은 국민주권시대입니다..국민 하나 하나의 주권이 중요한 시절이구요.. 내가 그 옛날 종놈의 시각에서 고종과 이완용을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일원인 시각에서 고종과 그집권세력들이 이민족 이역사에 무엇을 남겼고 보여주었는가를 살펴야할것입니다
 · Reply · 11 h
박정미
진규천 제 논지를 오해하셨군요. 저는 이완용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완용의 악행은 그가 노론이어서가 아니라 사림이었기 때문에 나왔다고 보는 것입니다.
제 관심은 이완용의 선의/악의가 아니라 노론의나라/사림의 나라에 있습니다.
 · Reply · 10 h
⁠---

박태순
잘 읽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지방 나들이로 29일 책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박 선생님 글이면 충분할 듯.. ㅋㅋ
 · Reply · 10 h
박정미
박태순 이번 책은 박소장님께는 한입꺼리도 안될 겁니다. 그래도 발제는 하셔야죠.ㅎㅎㅎ
 · Reply · 10 h
---
정명희
현재와 미래가 더 소중합니다. 저는 평생 정당가입을 안 했습니다. 딱히 정치도 모르고 나와 맞는 곳도 찾지 못해서입니다. 5만원에 팔 수는 없었지요.
그래도 우리의 국민이 소용돌이에도 정신 가다듬고 흐린 물도 정화시켜 더 좋은 내일을 열것이라 믿습니다.
 · Reply · 10 h
박정미
정명희 동감합니다. 바로 그 입장에서 사림의나라론을 옹호합니다.
 · Reply · 10 h
정명희
박정미 네. 사림은 다시 말하면 항시 새로운 물결이 되겠지요.
 · Reply · 8 h
---
진규천
노론과 현대사라...해방전후사의 역사인식은 잘못일까 이렇게 되묻는다면.. 잘못일까 하는 생각중입니다. 미군정의 정책적친일세력두둔...미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승만의 제국세력에 편승... 미국의 입장으로선 친일세력을 처내기보단.. 그들의 극동정책상 한미일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하고.. 그들의 장기집권을 위한 마스트플랜이 일본이 남기고간 적산재산을 친일세력에게 불하해서 그들이 대한민국의 경제권을 장악하도록 도와주고 일본을 통해서 지원하도록 막후에서 조종하고 일을 꾸민 경과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정 아닐까요.. 결국 친일이 반공으로 이데올르기를 갈아 탄 것도...미국의 극동정책에 부합하기 때문... 민족적 관점에서 현대사를 다시 써야 한다면..여태까지 우리의 역사는 많이 달라질겁니다
 · Reply · 6 h
===

극복 대상은 ‘노론의 나라’ 아닌 ‘유교 탈레반’
2021.08.240 제3의 
https://road3.kr/?p=48029&cat=118
¶ 박정미

-“노론이 망국 초래, 현 기득권으로 잔존” vs “성리학 근본주의로 조선 퇴행” 역사인식 충돌
-조선 성리학 근본주의자들과 현 정권 수뇌부의 국정 운영과 정책들, 섬뜩하리만치 유사해
-실체 없는 ‘노론의 나라’ 아닌 ‘사림의 나라’의 사회문화적 유전자가 우리 사회의 극복 대상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실체도 없는 세력을 겨냥한 ‘노론의 나라’가 아니라 아직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회문화적 밈을 염두에 둔 ‘사림의 나라’라는 내 생각에 근거를 하나 더 제공해 준다.

지난주 내내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지켜보며 ‘유교 탈레반’이라는 신조어를 떠올렸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탈레반의 사고와 행태가 조선조 성리학 근본주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 하나는 총을 들고 하나는 붓을 들었을 뿐, 똑같이 지식 권력과 정치 권력을 장악하고 교조적인 신조로 사회를 철통같이 통제하려 했다. 특히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여성의 교육 및 사회활동과 자유로운 외출을 규제하는 모습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잿더미를 통과하는 120년 시차를 두고 우리는 유교 탈레반의 위험에서 멀어졌지만 그 시차 너머 세계는 카불과 한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 조선시대는 왕조 초기의 역동적인 백 년을 제외하고는 유교 탈레반이 사회를 장악하고 점차 지배와 억압의 강도를 높여 갔으며 그리하여 파국을 맞이한 체제였다.

조선시대의 역사적 경험을 회고하면서 지금 이 시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엇갈린 시각이 있다.

하나는 이덕일류 ‘노론의 나라’라는 시각인데, 개혁군주 정조 이후로 득세한 노론 세력이 나라를 망쳤으며, 지금도 우리 사회의 기득권 적폐로 남아 있다는 주장이다.

그 반대편에는 조선을 ‘사림의 나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여기서는 정조 이전 광해군 시기에 조광조 등 사림 5인의 문묘 배향으로 사림의 지배체제가 완성되었으며, 이들의 성리학적 근본주의가 조선을 퇴행으로 이끌었다고 본다. 선조 때 동인과 서인의 분화 이후의 분당과 당쟁은 사림의 내부 권력 투쟁에 불과하며 개혁군주 정조와 그 시대 실학자들 또한 사림의 나라를 이루는 일원에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한 동안 이덕일류 역사관 아래 있었던 적이 있다. 그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의 역사인식은 우리 사회 민족주의적 정치 세력과 문화예술계의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어 접하기 쉬었다.

도덕주의적 성리학 근본주의를 국정 운영의 기반으로 삼았던 조선의 유교 탈레반은 현 정권 주류 586과 섬뜩하리만치 유사한 사회문화적 유전자를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펴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덕일 역사학자가 <노론의 나라>라는 책을 썼다. 조선시대 세도 정치로 나라를 망친 노론 세력이 일본 강점기에 친일 세력이 되고 , 해방 후에는 반공이라는 탈을 쓰고 독재 세력이 되고, 그렇게 한 번도 제대로 된 청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여전히 기득권으로 남아 있다는 내용이다.”

86세대 대부격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우리 역사 지형을 보면 정조대왕이 돌아가신 1800년 이후로 김대중 노무현 10년을 빼면 210년을 전부 수구 보수 세력이 집권한 역사입니다.”

현 정부의 수뇌부가 어떤 역사인식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발언들이다.

조선시대 세도정치로 나라를 말아먹다 못해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세력이 노론이라고 하는 것은 나름 근거가 있다.
노론 세력은 조선조 후기의 최상위 지배층이었으니까. 기득권 세력이 친일파로 연명하다 해방 이후 반공을 앞세워 독재에 빌붙었다는 것도 추론에 합리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노론 세력이 해방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에 기득권층을 형성하여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음모론에 불과하다. 노론 세력이 정조 이후 지배 체제를 형성하고 지금도 이 사회를 움직일 실체적 힘과 세력을 이루고 있다는 논리는 아무런 근거 없는 망상에 가깝다.

현 정부의 주류 세력이 자신들의 국정 운영의 정당성을 고수하기 위해 얼마나 허약한 논리를 세웠는지 알아채는 데는 국정 운영 행태를 한두 해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현 정권의 주류 세력은 세상을 선과 악, 민족 민주 세력과 친일 독재 세력으로 이분하여 놓고 자신을 앞자리에 대입시켜 존재의 정당성을 찾고 있다.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친일 적폐 세력을 조선조 노론 세력까지 소급시켜 실체적 근거를 마련해놓고 대립 구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이와 달리,
조선을 ‘사림의 나라’로 보면 현 정권의 핵심인 586세대의 국가 철학과 사고 습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틀을 얻을 수 있다. 사림 특유의 도덕주의적 성리학 근본주의적 세계관, 사고 습성, 국가 경영 철학 등이 조선을 병들게 했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586 정권의 이해할 수 없는 국정 운영 방식은 사림의 사회문화적 유전자, 밈(meme)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림의 밈이 격세유전으로 이 시대 586세대에게 발현되었다고나 할까.

  • ‘노론의 나라’는 노론 세력의 현존을 말하고,
  • ‘사림의 나라’는 사림의 사회 문화적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말한다

현실적인 극복 대상을 하나는 세력에 두고 하나는 밈에 두고 있다. 
어느 것이 세상의 실상을 보는 옳은 방법인지는 조금만 이성과 논리를 가동해 보면 알 수 있겠다.

최근에 나온 유성운 중앙일보 기자의 <사림, 조선의 586>을 보면 사림과 586의 평행이론이 얼마나 작금의 현실에 잘 들어맞는 틀거리인지 알 수 있다.

“이들은 건국에 공헌하지도 않았으면서 반대했고, 중앙 정치의 외곽에서 끊임없이 사람을 키우면서 사상의 진지를 늘리고, 언어와 문화 전쟁에서 승리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해 갔다. 마침내 권력을 독점한 뒤엔 치부와 특혜에 골몰하고, 위선과 내로남불을 보이며 국가를 점차 병들게 했다. 실무와 정책적 유능함보다는 족보와 과거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과 기득권을 내세웠다.”(임건순, 추천의 글)

이 글은 사림을 말하는 것인가, 현 정권의 주류 세력인 586을 말하는 것인가. 
구체적 국정 운영과 정책 측면에서 보면 두 세력의 놀라운 유사점은 더욱 확연하게 보인다.

•조선 건국의 아버지를 배척하고 반대론자인 정몽주와 길재 신봉 vs 대한민국 건국 반대 세력에 정통성 부여

•도덕적 우월감과 상대의 존재 부정(나는 군자당, 너는 소인당 vs 나는 민주화 세력, 너는 친일 적폐 세력)

•과정과 결과의 불공정 초래(과거제 폐지 축소, 현량과 실시 vs 사시 폐지, 로스쿨 도입 및 공공 의대 시도)

•풀뿌리 여론 장악 시도(유향소와 서원 확대 vs 혁신 읍면동 사업과 주민 자치회 설치 입법 시도)

•죽음을 권장하는 문화(열녀 만들기 골몰 vs 열사 만들기 골몰) (제사 문화 vs 참배 문화)

•생계형 진영 논리와 내로남불 행태(고려조 권문 세족 비판 후 사림의 축재 카르텔 vs 각종 이권 사업의 586 줄서기와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 입법 시도 등)

•계보와 적통을 따지는 것(정몽주로부터의 도통 vs 김대중, 노무현 계보 적통)

•서울 장안의 주택은 충분, 문제는 투기 세력(영조의 집 매매와 전세 금지 vs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자원 개발에도 적폐 딱지(중종 연은 분리법의 폐지 vs 현 정부 자원 공기업 해외 자산 매각)

•안빈낙도의 위선(도덕과 권력과 부까지 거머쥔 사림 vs 강남 좌파)

•외교 노선의 명분론(사림의 반청론 vs 86세대 반일론) 등등

최근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이숙인 박사가 쓴 <또 하나의 조선>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나 발견했다. 정조대의 대학자 다산 정약용의 숨겨진 첩실, 홍임 모(母)가 실존 인물로 밝혀졌다고 한다. 유배 중 병든 다산을 구완하며 딸까지 낳고 7,8년을 함께했던 여인이었지만, 해배된 다산을 따라 어린 딸과 함께 마재 본가까지 왔다가 쫓겨나 쓸쓸히 강진으로 되돌아 갔다는 이야기였다.

남인 출신으로 가장 개혁적인 대학자였던 다산도 여자 문제, 특히 하류 계층의 여자 문제에서는 여느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 소북 대북 시파 벽파 못지 않는 사림의 태도 그대로를 보여준다. 유교 탈레반은 사림의 문제이지, 노론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실체도 없는 세력을 겨냥한 ‘노론의 나라’가 아니라 아직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회문화적 밈을 염두에 둔 ‘사림의 나라’라는 내 생각에 근거를 하나 더 제공해 준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