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44 m ·
이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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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2 제154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간보고]: 역사적 진실이 다시 정치적 협상 테이블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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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전부터 역사문제와 안보문제를 묶어 위에서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그랜드 바겐,’ ‘포괄적 해결,’ ‘톱다운 방식’을 공언했던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 중심의 원칙을 저버렸던 ‘2015 한일합의’를 복권시키고, 한미일 안보동맹을 빌미로 또 다른 정치적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과거사 해법’부터 가져오라고 윽박지르는 일본 정부에 떠밀려 외교부와 주일대사, 피해자간 형식적 만남이 명분을 만드는 사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가해자 일본 정부와 기업을 대신해 대위변제 해주는 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형식적 과정을 떠맡을 ‘민관협력기구’ 출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출범 전부터 역사문제와 안보문제를 묶어 위에서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그랜드 바겐,’ ‘포괄적 해결,’ ‘톱다운 방식’을 공언했던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 중심의 원칙을 저버렸던 ‘2015 한일합의’를 복권시키고, 한미일 안보동맹을 빌미로 또 다른 정치적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과거사 해법’부터 가져오라고 윽박지르는 일본 정부에 떠밀려 외교부와 주일대사, 피해자간 형식적 만남이 명분을 만드는 사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가해자 일본 정부와 기업을 대신해 대위변제 해주는 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형식적 과정을 떠맡을 ‘민관협력기구’ 출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압력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4월 28일 독일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숄츠 총리에게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 그리고 당일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6월 23일부터 베를린 소녀상 철거 요청을 위해 다른 3명과 함께 독일에 가기로 했다고 공언했다. 지난 1월 발족한 ‘위안부사기청산연대’의 핵심 인물들이며, 수요시위 방해집회를 지속해 온 이들은 ‘위안부는 사기,’ ‘성노예는 없다,’ ‘소녀상 철거’ 등을 주장하며 일본 극우 역사부정론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세등등하게 모금활동을 펼치다 독일 베를린으로 출발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홀로코스트 피해국 시민들이 스스로 ‘네오 나치’로 정체화하고 가해자들과 결탁해 홀로코스트 기념비 철거를 위해 행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참담한 상황을 만든 결정적 계기는 ‘2015 한일합의’였다.
우리 모두가 똑똑히 기억하듯, 2015년 12월 28일, 한일외교부 장관 기자회견에서 기습적으로 발표된 ‘2015 한일합의’는 일본 정부의 애매모호한 유감표명, 법적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10억 엔,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대가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협조, 국제사회에서 비난·비방 자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한국 정부가 약속해 준 정치적 합의였다. 비공개를 전제로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제3국 기림비 문제, ‘성노예’ 용어”에 관한 이면합의까지 담겨있는 굴욕적 합의였다.
이로써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본 정부는 각의결정을 통해 역사교과서 왜곡을 자행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 한일합의로 해결되었다,’ ‘한국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 ‘성노예는 없다,’ ‘소녀상은 철거되어야 한다’는 등 어깃장을 놓으며 뻔뻔스러운 공세를 펼치게 되었다. 지난 한국 정부는 법원의 선제적 판결조차 이행하지 못하며 전전긍긍 수세적 대응에 머물다 세월을 보냈고, ‘2015 한일합의’로 역사에 되돌릴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정권의 후계자는 ‘합의 정신 계승’ 운운하며 물밑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정확한 역사 인식은커녕 선후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일본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만남과 관계개선’을 애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애써 노력하는 태도로 일본정부의 비위를 맞추며 이미 판명 난 오류를 다시 반복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해결은커녕 또 다른 문제만 야기해 온 바로 그 길로 되돌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역사적 진실은 억지로 가린다고 해서 가려지지도, 외교적 협상으로 다른 명분과 맞바꿔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일시적으로 가려진 해는 곧 다시 환하게 우리의 뒤를 비추며 얼굴을 드러낼 것이고, 맞바꿔진 진짜는 다시 우리 앞에 결연히 서 있을 것이다. 내가 아니어도 다음 사람이, 우리 세대가 아니어도 그 다음 세대가 반드시 그리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2015 한일합의부터 시작하겠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합의 전 과정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 협상 중단하고 자주독립 국가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은 당당한 자세로 대일협상에 나서라.
하나. 일본 정부는 식민지 불법강점과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정어린 사죄와 법적 배상을 당장 이행하라.
2022년 6월 22일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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