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3

17 Vana Kim: 생명모성으로 본 평양

Vana Kim: 생명모성으로 본 평양

김반아(생명모성의 길 안내자)

나는 지난 6월 3일부터 17일 간 캐나다 시민으로서 북한을 세 번째 방문했다. 이번 방북 목적은 나의 외조부이며 조선민주주의통일전선 초대 의장을 역임한 이종만(1885-1977)의 북한 내 활동과 행적에 대한 글을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남쪽 자료에 의하면, 대동주의자 이종만은 오직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돈을 벌었고 사용한 선구자로 정신과 물질을 조화시킨 삶을 살려고 노력한 계몽 사상가였다.

이종만(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27전 28기로 금광 왕이 된 후 오직 모두 다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꿈꾸며 농민과 근로자들의 복지와 육영사업에 거금을 쾌척하고 헌신하였다. 그는 1949년 평양에서 열린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결성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북으로 갔고, 대동사회 건설과 조국통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염원으로 북에 잔류했다. 그의 대동사상은 사심과 이기심에서 벗어나 차이와 분별을 넘어 모두가 동일한 본질의 존재임을 깨달아 “인류동포 세계일가”의 평화세계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가 꿈꾸었던 조국의 미래는 부강을 목표로 삼기 보다는 오히려 청빈을 귀하게 여기는 도덕국가가 되어 대동정신과 홍익이념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나는 외할아버지와 두 살 때 생이별을 했다. 우리 가족은 1964년 이민을 떠나 브라질을 걸쳐 캐나다로 이민 후, 1974년 토론토의 소식통을 통해 그가 평양에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캐나다경제사절단의 통역 자격으로 1975년 평양을 처음으로 방문하여 27년 만에 외할아버지를 기적적인 상봉을 하게 되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이종만에 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철학공부를 하면서 영성교육, 감성교육, 감성치유의 전문가 코스를 이수했으며, 남북문제를 나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이론적 토대를 닦아갔다.

나는 2007년 83세 된 어머니를 모시고 평양을 처음으로 방문하고 돌아와 다큐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한글제목: “님의 소원” / 영문제목: “Sacred Mission Korea”). 나의 두 번째 방북은 2015년 Women Cross DMZ. 국제여성평화운동가들 30명의 팀과 함께 오천 여명의 평양 여성들과 남북의 평화를 염원하는 걷기 행사를 했다.

세 번째가 되는 이번 방북에서 서울로 돌아 온 후, 나는 평양을 ‘생명모성의 관점’에서 조명하기로 했다. ‘생명을 키우는 마음’으로, 적개심을 버리고 이념을 넘어서 상대를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 까? 가장 크게 받은 나의 인상은 칠십여 년 동안 전시 상태로 이어져 온 독특한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북쪽 시민들이 나의 가슴을 뭉클할 정도로 단순하고 순진해 보였다. 그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나의 뭉클함은 내게는 북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나의 심금을 울린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를 여러분들과 함께 풀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자유롭게 북한을 경험해볼 수 없는 남한 사람들과 함께 널리 그러한 내용을 공유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 것이다.

요즘 평양의 경제 사정은 새 건물 들이 계속 신축되고 있으며,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다. 북한 동포들은 스마트폰을 갖는 것이 꿈이고, 미국 달러가 일반 국내화와 같이 호텔, 택시, 음식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환전 비율은 호텔에서는 미화1불에 조선 돈 100원인데, 백화점에서는 미화1불이 조선 돈 8,0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들은 중앙집권주의 체제의 막강한 추진력과 마스터플랜에 의해 천리마 구호에서 이제는 “만리마”로 속도를 내고 있었다.

남에 와서 북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생각난 것 중 하나는 평양에서는 내가 친남 하거나 또는 종남 한다고 문제 삼거나 딴지거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와 비교해 남에서 평양 강연을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어떤 말을 하면 북을 찬양하는 고무 죄에 걸린다는 것인데, 나로서는 그거 구분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나는 외국에서 50년 이상을 살았고, 또 감성치유를 통해 습득한 것 중 하나가 “감동되는 것을 보면 감탄하라!”고 배웠고, 그런 행위를 의도적으로 키워 온 것이 삼십여 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북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받는 가슴의 깊은 울림 때문에 나는 남북의 문제를 내 개인의 일같이 느끼게 되었고, 다스릴 통(統)자의 통일이 아니라 통할 통(通)자의 “마음의 통일(通一)”로 접근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통일은 가슴으로’라는 구호가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게 되었고, “생명모성으로 본 평양” 이야기는 이번의 방북 여행으로 시작되었으나 결국 생명모성으로 보는 한반도의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통일 얘기를 하면 너무 퍼주는 것에 대한 반발이나, “통일은 대박”이라는 흥분, 그리고 통일비용이 너무 클 것이라는 걱정 내지는 반대 등 경제적인 면을 주로 생각하지만, 평양에 살고 있는 나의 외삼촌과 여덟 명의 식구들을 만나고 온 필자는 한반도 전체가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하나의 땅이라는 아주 가까운 관계성 안에서 보일 뿐이다. 그것을 학술적인 용어로 말하면, 나는 한반도를 생명모성이라는 영성의식으로 본다는 것이다.

파란 만장한 역사 속에서 지금은 봉쇄되고 폐쇄적인 체제 속에서 자기들의 국토를 초토화 시킨 미국에 굴하지 않고 자주국방을 이뤄 가겠다는 북녘 동포들을 만나서 털어놓고 대화를 하면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남녘 동포들이 북한이 남침을 하여 6.25때 받은 상처가 너무도 커서 통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는 말을 그들에게 하면, “우리는 남침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전에는 ‘남침’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없습니다. 우리는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 통일전쟁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어린애 같은 표정을 하며 말하는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나는 대기권에서 벗어나 현실감을 잃고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코끼리의 다른 부위를 만지는 장님들의 체험담은 진실이지만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북과 남 사이에는 이렇게도 생생하게 벌려진 야수의 목구멍이 있다. 이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닌, 해외동포인 내가 이 둘 사이를 잇는 가교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 방법을 찾기 위해 나는 영세중립 평화통일을 주장한 대동주의자였던 외조부의 뒤를 이어 이 일을 ‘영적 사업’으로 생각하고, 나의 몸과 마음, 좌뇌 우뇌, 지성과 감성을 다하기로 했다. 내가 그것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큰 힘의 안내에 따라 나는 그것을 영적사업(spiritual work)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남에 와서 북에 대해 균형을 가지고 강연을 할 때면 사람들의 가슴이 열리는 것을 본다. ‘평양에 가보고 싶지 않은 사람’ 손들어보라고 물으면 다들 피식 웃는다. 모두들 평양에 가보고 싶다는 표정으로 가슴이 설레는 것을 본다. 맑은 정신이 방안에 돌기 시작한다. 교동도 강연 때는 정보부 요원 세 명이 내 강의를 듣고 강의 장에 진열된 최근 예담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 [나는 왜 엄마에게 화가 날까]를 들쳐보더니 “이건 전부 모성에 관한 이야기 군”이라고 말하고 갔다고 한다. 나의 “생명모성으로 본 평양” 강연은 모성 치유와 깊이 관련된 것이다. 치유된 모성은 생명모성으로 남북을 품고 키우려고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내가 평양에 가있는 동안 남북의 6.15 공동행사가 평양에서 이뤄지기로 한 것이 무산되었다. 그 소식을 노동신문에서 읽은 평양시민들이 얼마나 가슴 아파하는 가를 보면서 놀랐다. 그들은 정말로 남북의 물꼬가 트이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에 생생하게 엿볼 수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은 이제 기아 상태에서 벗어났고 자립경제를 이뤄가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평양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의 대단한 정신력과 단결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들으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만약 그들이 지금 허덕이고 있다면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한이 붕괴 되는 것이 남한에게 바람직한 일일까? 가정을 해보자. 혹시라도 북한이 붕괴된다면 남한에게 어떤 여파가 일어날까? 한국 사람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기질적으로 보아, 물질생활의 안정과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고 개인의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녘사람들은 북녘사람들의 초인적인 정신무장이 해체되어 공중 폭파되었을 때 그 어마어마하게 강한 기운을 흡수해서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지난 70여 년 간 3대 세습, 일당독재, 핵무장이라는 형태로 거칠게 그들의 남성성을 키워왔고 그 결과로 온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인권 문제, 정치범 수용소 문제, 부정부패 뇌물의 문제는 그러한 상위구조를 유지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위구조이고, 그러한 속에서 그들은 자국의 국방을 지키고 나름대로 질서를 영위해 가고 있다. 결국, 북녘은 자체 힘으로 국가를 유지하고 민주주의 사회를 키워 나가야 한다. 남녘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자국의 살림을 잘 꾸려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북에는 정신병원이 없고 자살이 없다고 한다. 그곳 사회는 당을 중심으로 다단계 식으로 모두가 중앙과 연결되어있고 그 안에서 맡은 일을 일사분란하게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혼자 고립될 겨를이 없다고 설명하면 말이 되는 것 같다. 남한 같이 사회가 불안정한 자유진영의 사람들은 이쪽 사회의 성격상 개인이 고립 속에 빠질 수 있고 그 속에서 헤매다가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일어난다. 남녘 사람들은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도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를 버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남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보수들의 패배정신이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 보수들은 지금도 북은 적화 통일을 꿈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두려워서 미국의 바지자락을 잡고 있다고 하는데... 쇠퇴해 가고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머지않아 손들고 주한 미군을 철수하고 한반도에서 나가게 되면 보수들은 아마도 짐을 싸 미국으로 이민을 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민 옷 보따리 싸기 전에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다. 원래 보수였다가 북의 실정을 잘 알게 되면서 관점을 바꾸고 해결책은 협상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전)통일연구원 원장의 이야기다. 그분의 의식 전환의 과정은 간단히 말해서 이러하다. 막상 통일연구원장을 하면서 북한의 상황을 자세하게 알게 되자 보수들이 주장하는 식의 것들은 진정한 대북정책이 될 수 없다. 북한을 유도하여 붕괴를 시켜 내부 반란이 일어나게 된다면 막상 원치 않는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남한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 분은 한반도의 영세중립이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지금은 중립화 통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전국에 “생명모성으로 본 평양” 강연을 다니면서 알게 된 것 하나를 독자에게 알려드리고자 한다, 전쟁의 가능성을 뉴스에서 매일 접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반도 정세 속에서 안전한 한반도를 보장하는 길은 “영세중립”에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을 자주 만난다. 북은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한 이 마당에 우리는 무엇보다 이 땅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면서 한반도가 영구적으로 평화롭고 분단의 갈등과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길은 ‘영세중립연방코리아’라는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한국 같은 나라가 영세중립국이 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국민들은 영세중립국이 무엇이고, 어떤 이익을 줄 것이며,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를 알고 그것을 간절히 원한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주관적 조건). 영세중립국의 좋은 예는 스위스이다. 주변 국가들로부터 수없이 침략을 받아 온 스위스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무장하여 히틀러의 패권확장을 위한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였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나라가 되어 지금은 세계의 부자들이 돈을 스위스 은행에 보관하는 나라가 되었다.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끊임없는 군사적 위협 때문에 북한은 핵무장을 하게 되었고, 차츰 쇠퇴해 가고 있는 패권주의 미국은 지금까지 남쪽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할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여) 한반도가 중국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놓고 나가야 하므로 남한을 중립화 시켜놓고 나가야 한다는 견해가 들리고 있다.

김일성은 중립화와 비핵화를 유훈으로 남겼다고 한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남북이 연방제를 하되 외교정책은 비동맹 중립으로 하자는 북의 정치 노선을 확실히 밝힌바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장기정권의 특성은 ‘일관성‘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김정은도 남북의 비동맹 중립연방제를 따를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 세계의 역사는 이렇게 하여 한반도로 하여금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영세중립연방코리아’로 도약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영세중립연방코리아’가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도덕적으로 강국이 되어 핵으로 무장한 주변의 강대국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한반도 분단이 축복으로 탈바꿈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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