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4
'도저히 북한은 못 믿겠어'라는 당신에게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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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국제
'도저히 북한은 못 믿겠어'라는 당신에게[주장] 남북대화는 환영하지만 북한은 불신... 왜? 우리는 북한을 잘 몰랐으니까
18.03.25 19:54l최종 업데이트 18.03.25 19:54l
글: 신은미(eunmishin)
편집: 김지현(diedie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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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의 아침, 아이의 얼굴이 환하다. (2012년 4월 18일 촬영).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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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북한을 처음 여행할 때였다. 나는 미 국무부의 안내대로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주소와 전화번호를 꼼꼼히 챙겨서 갔다. 왜냐하면 비상시 스웨덴 대사관이 북한 내 미국인들의 영사 업무를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북한에 갈 때마다 평양 시내에 나의 국적국인 미국의 대사관이 있어서 편리하게 도움받는 상상을 하곤 했다. 즐거운 몽상이었다. 대사관이 있다는 것은 곧 관계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런 꿈 같은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5월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앞서 4월 말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곧 이어 벌어질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만큼이나 남북정상회담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기류도 존재한다. 지난 1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비핵화·대화의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3.1%가 환영했다. 그러나 북한을 신뢰하느냐라는 질문에는 64.1%가 '잘 믿지 못하겠다'라고 답했다. 이는 여차하면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악마소굴'
▲ 현송월이 공개 처형됐다는 2013년 9월 29일 조선일보 지면 기사와 현송월의 사진을 메인으로 내건 2018년 1월 15일 조선닷컴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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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북한을 믿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북한에 대한 악마화'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반공교육을 통해 '북한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과 같은 그런 곳'으로 배워왔다.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고, 조금만 잘못하면 무자비하게 총살해버리는 나라. 농부가 일하는 평화로운 밭에 험상궂은 인민군이 총대를 메고 감시하는 나라.
여기에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언론이 가세한다. 북한에 대한 뉴스는 진위를 파악할 수도 없으니 마음 놓고 허위기사를 양산해 냈다. '현송월이 총살당했다'는 <조선일보>의 예전 기사는 수많은 사례들 중 하나일 뿐이다. 오죽하면 "북한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신들의 나라"라는 비아냥까지 나올까.
▲ 2012년 5월 9일 평양, 내가 직접 만난 신혼부부 한 쌍. 결혼식을 마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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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후, '북한에서는 향후 3년간 결혼식을 비롯한 모든 연회를 금지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러나 내가 2012년 5월 북한을 여행할 당시 결혼식을 막 끝낸 부부들이 이곳저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짜뉴스였던 것이다.
'반공교육' '가짜뉴스' 등에 '세뇌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듯 무지막지한 나라를 싫어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못살기까지 하니 이런 나라를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약속을 깨는 북한?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이유는, 여러번 파기된 북미 핵협상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과 미국과의 핵협상은 모두 북한이 속임수를 썼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파기됐다'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과연 그랬을까.
북한이 핵활동을 중단하는 댓가로 경수로 원자로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Agreed Framework)'는 어땠나. 이를 뒤집으려는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파기됐다. 이에 대해 합의 당사자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마저도 '북이 1994년 기본합의를 안 지킨 것은 없다'고 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서명한 바로 다음 날 미 재무부가 '마카오은행(BDA) 북한 계좌의 돈세탁' 의혹을 제기하며 동결시켰다. 시작부터 휘청거린 것. 이에 대해 당시 6자회담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은 "그때 미국에는 두 개의 정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정부내 이를 방해하려는 강경파 세력이 있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로 읽힌다(마카오정부 의뢰로 북한의 마카오은행 계좌를 조사한 미국 유명 회계회사 'Ernst & Young'은 북의 계좌에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북미 핵협상의 파기에 대해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사 라이스는 "이는 축구 경기 도중 (미국이 불리해 지자) 골대를 옮긴 것과 같았다(Moving the goal posts in the middle of a football game!)"라는 유명한 '고백'을 훗날 남기기도 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라마다 동대문 호텔에서 열린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특별강연 당시 남북 회담 성사 가능성에 낙관적 태도를 밝히고 있는 모습.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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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의 북미간 합의를 지켜봐 왔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미간 합의 과정을 보면) 오히려 북한은 약속을 잘 지켰는데 미국은 약속을 잘 어겼고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그랬어요. 서부영화에서 백인은 어떤 짓을 해도 항상 착하게 그려지고 인디언은 죽어도 마땅한 거짓말쟁이로 그려지죠. 북한 핵 문제 처리에서 미국은 서부영화의 백인처럼 굴었고, 북한을 서부영화의 인디언처럼 막 대한 것이죠. 반대급부 없이 압박을 통해서 북한 핵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미국의 착각이 오늘날 북한 핵 능력을 고도화시켰어요. 우리 언론도 미국이 약속 깬 부분에 대해선 보도를 안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일반 사람들은 북한이 모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만 알고 있다. 당연히 북한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성공적인 대북 정책을 위해
나 자신도 북한을 여행하기 전까지는 북한을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북한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북한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던 지식이나 이미지는 대부분 허구였다는 것을. 내가 경험한 북한동포들은 내 머릿 속에 각인돼 있던 것과는 달랐다는 것을, 오히려 정반대였다는 것을. 무지막지하리라고 생각했던 북한동포들은 감성이 풍부했고, 겸손했으며, 검소했을 뿐만아니라, 근면했고, 다정했다. 사람들은 모두 다 어느 정도의 교양을 갖추고 있었으며, 매우 도덕적인 사람들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북한이 어떤 나라냐'고 물으면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라고 답한다.
▲ 평양의 거리.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이해하자.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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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지지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남북 대화 정책이 70% 이상의 지지를 받지만, 동시에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도 60%를 넘는다. 이것은 남북 대화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쉽게 허약해질 수 있는지를 말해주기도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언론이 제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를 중단하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국민들이 북한의 좋은 점은 좋은 대로, 나쁜 점은 나쁜 대로, 다른 점은 다른 대로 인식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이것이 실현될 때, 북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감소할 것이고, 정부의 대북 정책은 국민들의 단단한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이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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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북정상회담, #통일, #북한, #문재인,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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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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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首狂夫(bhjang11)
2018-03-25 23:59:08
신은미 기자의 주장과 논거는 정확하다. 옳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반북 의식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와 10.4공동선언은 더 발전적으로 계승될 것이고,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논의될 것이다.
종전을 선언하면, 유엔사는 해체된다. 그 자리를 남북연합군사위원회가 대체할지도 모른다. 휴전선도 이름이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분단 이후 지난 70여 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냉전적 사고는 눈녹듯이 해체될 것이다. 그동안 반북 의식에 의존해서 종북사냥으로 연명했던 조중동과 자한당도 설자리를 잃고 세는 급격히 약화될 것이다.
한반도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통한 남북 공동 번영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제 한반도에 진정한 봄이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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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
약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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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유리한 기사 하나 나왔다고 북한 옹호하는 무지한 사람들 참 많네
기사내용대로 미국도 말 바꾼적 많지만
북한은 미국보다 더 많이 말 바꾼적 많다
어차피 서로 적이니 협상 불리하게 되면 말 바꾸는건 당연하다
심지어 한미는 동맹국임에도
한미FTA가 미국의 일방적인 적자라고
파토내고 재협상 하는데
적과의 약속을 불리해도 일방적으로 지키라는건 웃기는 얘기지
그리고 밑에 댓글에 꼭 수령은 마지막결제 도장만 찍는거고
전부 밑에서 알아서 다 한다고 지껄이는데
정말 웃겨서 말이 안나오네
하긴 그래서 북한방송에도 출연한 웜비어를
북한에서 김정은만 웜비어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거짓말 한것이겠지
김대중 왈`북한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없고 개발할 생각도 없다`라고
했는데 바로 김정일이 개소리 한걸 듣고 얘기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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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o De Anteojos Rojo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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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사람사는 곳이다`라고만 말해도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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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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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이 뉴스와 반대되는 잣대를 가진 사람들을 정확한 팩트도 없이 일베충으로 몰아가고, 갖은 인신공격을 하며 `넌 잘못되었고 넌 틀렸어.` 라는 논리를 관철하는 당신들. 덕분에 이전 정권들 혐오자인 나에게 이번정권 역시 혐오하는것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해주네요. 결국 보수정권 집권할 때 보수파가 갖가지 욕으로 당신들을 비난하던 그 복수만 남아있는 그 면면들을 보니.. 당신들이 옹호하는 대통령의 민주주의도 참 알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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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位眞人무위진인(ojm7209)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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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를 보자.
더도덜도 말고,현실을,
가감없이 바라보자.
통일은 그리 어려운 난제가,
아닐수도 있다.
결론은 국민이 깨어야 한다.
적어도 미국이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환상에서 벗나아한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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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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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화통일 혼자 하세요. 우린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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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티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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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놓치면 죽음임을 알기에 그 스트레스를 먹는걸로 푸는지.. 140키로는 되어보이는 김정은..
시스템이 아니라 한사람이 모든걸 좌지우지하는 정권을 믿는다해도 그건 한계가 없을 수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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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首狂夫(bhjang11)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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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 사람이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는 건 무식의 소산입니다.
북한은 알다시피 수령제(=민주집중제)입니다.
수령제 하에서 하나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이 충분히,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최종적인 결론은 오로지 수령의 말로 표현될 뿐이고 여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어요. 충분히 토론하되, 그 토론의 결론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차질없이 시행됩니다. 이것이 수령제 하의 시스템입니다. 개인이 다 결정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시스템이 결정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아래에서는 분야별로 수많은 전문가 그룹이 있어요. 이들은 세계 정세, 남북 관계 등에 대해서 우리보다 더 잘 압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요.
뭘 모르면서 함부로 나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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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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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잡았다 북괴 사이버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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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o De Anteojos Rojo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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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기껏해야 `대북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한 사람이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운운...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반박하면 위의 `100`이라는 놈처럼 `간첩, 빨갱이` 운운하며 국가보안법으로 잡아가지. 이게 파쇼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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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首狂夫(bhjang11)
약 1년 전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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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출신의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
진징이 교수는 지금도 남과 북 양쪽을 자유롭게 오가며 대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학자이다.
진징이 교수의 정세 분석은 나의 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일독을 권합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37582.html
[세계의 창] 북핵 타결의 천시지리인화 / 진징이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전쟁 변두리를 맴돌던 한반도에 신이 내린 마지막 기회의 ‘천시, 지리, 인화’가 찾아온 것 같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37582.html
북핵 타결의 천시지리인화 / 진징이
등록 :2018-03-25 17:44수정 :2018-03-25 19:11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전쟁 변두리를 맴돌던 한반도에 신이 내린 마지막 기회의 ‘천시, 지리, 인화’가 찾아온 것 같다. 그 ‘천시’(天時)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촛불시위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정권이 같은 시대를 풍미하게 된 것이다. 비록 지난 한 해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와 문재인 정부의 가차 없는 제재가 한반도의 ‘불운’을 지속시킬 것 같았지만 결국은 이 천시가 새해 벽두에 상상도 못할 일들을 평창이라는 ‘지리’(地利)에서 펼쳐놓은 것이다.
많은 여론은 북한이 결국 가혹한 제재를 버틸 수 없어 두 손을 들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지난 수십년 “북한이 곧 붕괴한다”던 판단과 맥을 같이한다. 과연 그럴까?
북한은 지난해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급박하게 다그쳤다. 급기야 연말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고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핵·미사일을 ‘반제품’에서 ‘완제품’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상품으로 말하면 최고의 가치가 부여되었다. 북한은 그 ‘완제품’의 ‘억지력’을 강조하지만 사실 북핵은 ‘억지력’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말한 ‘외교력’의 가치가 훨씬 높다. 한반도 특성상 이 ‘외교력’은 북한의 모든 것을 일거에 바꿀 수 있는 ‘마력’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대내적으로 감히 세계 최강의 미국과 싸우는 ‘전설적 영웅’으로 부각되어 그 통치의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받았다. 핵·미사일의 대내 기능이 완수된 것이다. 북한 경제는 국제사회의 가혹한 제재 와중에도 상승세를 탔다. 김정일 시대의 비정상화가 정상화로 많이 돌아왔다. 어찌 보면 우리가 상대하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완연히 다른 북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북한은 김정일 시대의 잣대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북한이 결코 국제사회의 제재에 의해 우왕좌왕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로드맵에 따라 움직여왔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미친 듯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 새해의 대화 공세도 모두 그 로드맵에서 생성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 로드맵은 바로 ‘완제품’으로서의 핵·미사일로 미국과 포괄적인 빅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 경천동지의 변화를 가져올 역사적 업적을 쌓게 될 것이다.
결국 평창에서 손을 잡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로드맵과 김정은 위원장의 로드맵이었다. 남북의 화해는 바로 ‘천시’와 ‘지리’를 초월하는 ‘인화’(人和)다. 평창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김여정 특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 어린 환대였다. 집권 이래 국제사회에서 압박만 받고 대등한 대우를 받아보지 못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그것은 신뢰 그 자체였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로드맵이 예상대로라면 ‘인화’의 다음 프로세스는 으레 북-중 관계 개선이 돼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핵·미사일을 완제품화하기 전까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치 않았다. 그리하여 ‘모란봉악단 회군’ 사건이 있었고,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 총서기의 특사로 방북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냉대’가 있었다.
북-중 관계와 북핵은 연동하여 돌아간다. 이제 북-중 관계는 그동안의 응어리를 일거에 풀며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와 같이 북-중 관계에도 상상 못할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남북 관계, 북-중 관계, 한-중 관계가 ‘지리’의 연동을 이루면, 삼국의 ‘인화’로 북-미 관계에도 긍정적 에너지가 주입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웅비하는 한반도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남북의 천시, 지리, 인화가 만들어낸 지각변동이지만 정작 작금의 남북은 모두 살얼음판에 올라서 있다. 남북 관계는 고비마다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다. 맹자는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고 했다. 결국 신이 내린 한반도의 마지막 기회는 ‘인화’에 달려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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