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1

중국을 인터뷰하다 - 이창휘,박민희 2013

알라딘: 중국을 인터뷰하다



중국을 인터뷰하다 -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창휘,박민희 (엮은이)창비2013-08-03

책소개

중국 현 체제에 대한 가장 적합한 보고서이자 현대 중국에 관한 알기 쉬운 입문서. 11인의 인터뷰이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것은 바로 문화대혁명, 톈안먼사건, 개혁개방 등 대사건들 앞에서 자신들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다. ‘톈안먼의 영웅’ 한 둥팡은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어 망명의 길에 올랐고, 친 후이는 계엄반대 성명을 발표해 고초를 겪었다.

원 톄쥔은 자신의 연구실이 해체되는 장면을 목도했고, 문학을 공부하던 쑨 거는 일생의 연구주제를 ‘정치’로 급선회했다. 추이 즈위안은 이 사건들을 계기로 좌파적 상상력을 더욱 벼려 신좌파 이론의 토대를 세우게 되었고, 소설가 장 률은 붓을 꺾고 ‘침묵의 십년’을 거쳐 영화감독으로 변신했으며, 홍콩의 아포 레웅과 조셉 청은 대륙의 민주화를 꿈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11인의 지성이 들여주는 스토리는, 중국인들이 품은 꿈이 단순히 하나의 구호만이 아니며, 그들의 정치·사회 씨스템이 어느새 거대한 변곡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또렷이 보여준다. 엮은이들은 중국의 변화를 “성급한 판단보다 겸손한 호기심으로” 지켜볼 것을 주문한다. 과연 미래 중국이 어떤 모습일지는 함부로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중국 곳곳에서 자신들의 힘으로 민주와 평등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존재는 중국의 미래가 지닌 청사진의 명확한 근거임에 틀림없다.


목차
서문 13억 나비의 꿈
일러두기

제1부 중국은 왜 여기 서 있는가
첸 리췬 지금 여기의 루 쉰
원 톄쥔 '백년간의 급진'을 뒤로하고
장 률 '경계'에서 중국을 그리다

제2부 국가, 시장, 그리고 인민
친 후이 권력에 도전하는 돈 끼호떼
추이 즈위안 21세기에 사회주의를 실험하다
야오 양 '착한' 국가 만들기, 민주주의 만들기
쑨 거 제국 너머의 동아시아를 꿈꾼다

제3부 대륙의 안과 밖, 변화의 목소리
한 둥팡 톈안먼의 철도노동자, 희망을 만들다
쑨 형 노동자의 집을 짓는 거리의 가수
아포 레웅ㆍ조셉 청 홍콩에서 대륙으로 부는 민주의 바람

맺는 말

인명ㆍ용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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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마오의 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된다고 보고, 이를 ‘포스트 마오시대’라고 부릅니다. 저는 개혁개방이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마오체제를 철저히 개혁해내는 것입니다. 마오체제를 철저히 비판해야만 그중 합리적인 부분을 떼어내는 일도 가능해지지요. 그래야 역사적 교훈도 이끌어낼 수 있고요. 1980년대에 우리는 항상 서방을 이상화하면서, 서방의 현대화에 대해 반성하지 않은 채 그것으로 중국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거든요. 지금 우리는 또 마찬가지로 마오쩌둥시대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렇게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45)  접기 - 피치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니는 것엔 반대하지 않지만, 적어도 중년 이상의 아시아인이 우리의 뿌리를 잊는다면 진정한 아시아인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우리는 지금 삼농에서 뽑아낸 ‘잉여의 과실’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 자체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지요. 중국 옛날에 “부끄러움을 알아야 용감해질 수 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가 삼농 덕택에 오늘의 번영을 누리고 있음을 부끄럽게 여기고, 스스로의 경험에 입각한 이론체계를 만드는 데 용감해져야 합니다. (84)  접기 - 피치
많은 사람들이 제게 ‘당신은 자유주의자인가 아니면 사회민주주의자인가’를 묻습니다. 저는 이에 대한 대답을 이미 오래 전에 찾았습니다. 현재 중국이 해야 할 일은 사회민주주의자든 자유민주주의자든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반대하는 것은 사회민주주의자와 자유민주주의자가 모두 반대할 일들입니다. 사회민주주의자가 찬성하고 자유민주주의자가 반대하는 일, 혹은 자유민주주의자가 찬성하고 사회민주주의자가 반대하는 문제들은 현재의 중국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159-160)  접기 - 피치
하지만 당시 저는 훌륭한 농부가 결코 아니었지요. 단련된 농사꾼이 아니었던 거에요. 이후 대학에 진학해 도시로 돌아왔을 때도 제가 훌륭한 농부가 되지 못했다는 열등감은 남아 있었습니다. 현재도 농민형제들이 밭에서 익숙한 몸짓으로 노동하는 것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느낍니다. 저는 우리가 학문을 하는 것과 농민들이 벼를 베는 것이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비록 훌륭한 농부는 되지 못했지만 현재 학문분야에서 노력하는 것으로 그 모자람을 보충하려고 합니다. 이것도 문혁의 경험이 제기 준 수확입니다. (249)  접기 - 피치
이런 방식도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마오 쩌둥의 방식은 아니지요. 마오의 방식은 무리 현실에서 출발해 우리에게 속하는 원리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 원리가 겉보기에 매우 이론화된 서술은 아닐 수 있지만, 반드시 중국의 실제에 적합해야 합니다. 마오쩌둥은 이런 방법으로 장 제스에게 승리했습니다. …… 단순히 직관만으로 좋고 나쁨을, 선과 악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가장 유감인 것은 오늘날까지도 중국 지식계가 지나치게 유럽과 미국의 유행 이론을 쫓아가려 하면서 이 문제를 너무 단순화해 토론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동아시아를 토론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중국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고 우리 스스로 원리를 만드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입니다. (256-257)  접기 - 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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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휘 (엮은이) 
이북 실향민의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노동연구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토오꾜오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로 방콕과 베이징을 거치며 지난 20년간의 대부분을 아시아 노동문제에 천착해왔다. 현재 ILO 제네바 본부에서 선임정책분석관으로 재직 중이며, 아시아인이 되고 싶다는 이루어지기 힘든 꿈을 품고 있다.
최근작 : <중국을 인터뷰하다>


박민희 (엮은이)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역사를 공부했다. 1995년 한겨레신문사에 들어가 국제·외교·노동·문화 분야 등을 취재했다. 중국 런민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뒤, 2009년부터 2013년 3월까지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국제뉴스팀에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중국과 이란』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등이 있다.
최근작 : <중국을 인터뷰하다> … 총 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국을 짊어진 거인들의 말, 그 자물쇠 구멍을 통해 중국을 들여다보다

이 책의 제1부 ‘중국은 왜 여기 서 있는가’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30년과 시장개혁 30년을 거쳐온 역사를 담고 있다. 루 쉰 연구로 저명한 첸 리췬(전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의 인생역정을 기록한 첫번째 장은 한마디로 중국현대사를 압축해낸, 한편의 살아있는 역사강의다. 그는 대약진운동에서부터 문화대혁명, 톈안먼사건, 개혁개방 그리고 중국몽(中國夢)의 현재까지를 살아온 중국현대사의 산증인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그 파란만장한 현실과 학문 사이에서 “독립된 비판적 지성”으로 버텨낼 수 있었는가를 담담하게 증언한다.

중국 농촌문제 전문가인 원 톄쥔(런민대 농업농촌발전학원 원장)은 ‘백년간의 급진’이라는 용어로 중국현대사를 명료하게 집약해낸다.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을 기점으로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 자본친화적 급진주의를 채택했고 이는 문화대혁명과 톈안먼사건을 지나면서 더욱 강고해졌다는 요지다. 원 톄쥔은 중국의 고질적인 삼농(농업·농촌·농민)문제가 어떻게 현대 중국의 자본주의가 맞은 위기로 이어지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재구성해준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옌볜 조선족으로 태어난 장 률(영화감독)이 들려주는 중국과 남북한, 민족과 역사, 인간과 영화에 관한 세번째 이야기는 ‘경계의 지식인’으로서 살아온 험난한 여정이 짙은 페이소스와 어우러진다.

이 책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이 생중계되는 제2부 ‘국가, 시장, 그리고 인민’에서는 중국 학계의 좌·우·중도 등을 대표하는 4인이 각각 제시하는 이론과 그 이론을 숙성시켰던 역사적 조건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중국의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이론가 친 후이(칭화대 교수)와 중국 신좌파 지식인 그룹의 대표이론가이며 당대 좌파지식계의 총아로 등장한 추이 즈위안(칭화대 교수),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 30년사에서 긍정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는 ‘중국모델’ 주창으로 논쟁의 중심에 선 야오 양(베이징대 교수) 등은 서로의 미묘한 쟁점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새로운 논쟁의 장을 펼쳐 보인다.
특히 중국 서부 충칭시에서 보 시라이가 진두지휘하여 벌인 여러 실험에 대한 세 이론가의 상이한 입장은 중국경제가 맞닥뜨린 ‘발등의 불’을 명쾌하게 드러내준다. 충칭의 토지·호적 등 사회제도 개혁은 곧 중국 특유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지향과 일치한다는 주장(추이 즈위안)과 이는 단지 국가경제가 민간경제를 짓누르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야오 양)이 날카롭게 갈리는 가운데, 중국에는 국유화와 사유화의 대립이 아니라 공평과 불평등의 대립만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친 후이) 또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처럼 이론가 각각이 선보이는 현실의 사례들은, 과연 그 에피소드들이 미래의 중국경제에 어떻게 수렴될 것인가에 대한 한편의 궁금증과 다른 한편의 기대를 품게 해준다. 이와 더불어 동아시아 차원의 근대 서구 극복을 주창해온 쑨 거(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끈질긴 탐구를 엿볼 수 있는 2부의 마지막 대담은,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쑨 거 특유의 입론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떻게 진화해가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중국 반체제운동가들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제3부 ‘대륙의 안과 밖, 변화의 목소리’는 우리가 흔히 반인권적· 반노동적이라고 치부하는 중국의 현실이 과연 어떠한지를 판가름하는 데 정확한 실증자료를 전달해준다. 1989년 톈안먼사건 현장의 노동자 지도자로서 격동의 중국현대사를 몸소 증언하며 현재 중국 노동권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둥팡(「중국노동통신」 대표), 베이징 근교 마을에서 ‘노동자의 집’을 세우고 전국적 노동자연대를 꿈꾸는 쑨 헝(노동운동가), 홍콩의 대표적 NGO로서 중국 민주화를 위한 시민사회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아포 레웅(홍콩 NGO 활동가)과 조셉 청(홍콩시립대 교수) 등이 들려주는, 당국의 탄압과 이에 맞선 저항의 서사는 중국의 미래를 주도해가는 시민사회의 근황을 여과없이 드러내준다.

중국 현 체제에 대한 가장 적합한 보고서이자 현대 중국에 관한 알기 쉬운 입문서

이 책의 엮은이들이 인터뷰이들을 만나러 가는 여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원 자바오에서 시 진핑으로 이어지는 지도부 교체와 ‘보시라이사건’으로 삼엄해진 분위기 속에서 어렵사리 대담에 응하기로 한 인물과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대담이 시작되면 인터뷰이들은 외부의 정치적 긴장을 잊은 채 자신의 주장을 과감히 풀어냈다. 대담이 무르익을수록 문화대혁명, 톈안먼사건, 개혁개방 등 중국 역사의 급류가 그들의 인생에 남긴 깊은 흔적이 선명히 드러났다. 11인의 인터뷰이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것은 바로 문화대혁명, 톈안먼사건, 개혁개방 등 대사건들 앞에서 자신들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다. ‘톈안먼의 영웅’ 한 둥팡은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어 망명의 길에 올랐고, 친 후이는 계엄반대 성명을 발표해 고초를 겪었다. 원 톄쥔은 자신의 연구실이 해체되는 장면을 목도했고, 문학을 공부하던 쑨 거는 일생의 연구주제를 ‘정치’로 급선회했다. 추이 즈위안은 이 사건들을 계기로 좌파적 상상력을 더욱 벼려 신좌파 이론의 토대를 세우게 되었고, 소설가 장 률은 붓을 꺾고 ‘침묵의 십년’을 거쳐 영화감독으로 변신했으며, 홍콩의 아포 레웅과 조셉 청은 대륙의 민주화를 꿈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11인의 지성이 들여주는 스토리는, 중국인들이 품은 꿈이 단순히 하나의 구호만이 아니며, 그들의 정치·사회 씨스템이 어느새 거대한 변곡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또렷이 보여준다. 엮은이들은 중국의 변화를 “성급한 판단보다 겸손한 호기심으로” 지켜볼 것을 주문한다. 과연 미래 중국이 어떤 모습일지는 함부로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중국 곳곳에서 자신들의 힘으로 민주와 평등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존재는 중국의 미래가 지닌 청사진의 명확한 근거임에 틀림없다.

[인터뷰이 소개]

첸 리췬 (錢理群) : 전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이다.
원 톄쥔 (溫鐵軍) : 런민대 농업농촌발전학원 원장이다.
장 률 (張律) : 영화감독이다.
친 후이( 秦暉) : 칭화대 역사학과 교수이다.
추이 즈위안 (崔之元) :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이다.
야오 양 (姚洋) :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이다.
쑨 거 (孫歌) :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이다.
한 둥팡 (韓東方) : 「중국노동통신」 대표이다.
쑨 헝 (孫恒) : 노동운동가, 음악가이다.
아포 레웅 (Apo Leung Po Lam 梁寶霖) : 홍콩 NGO 활동가이다.
조셉 청 (Joseph Yu-shek Cheng 鄭宇碩) : 홍콩시립대 정치학과 교수이다.

분포
    8.8

     
<중국을 인터뷰하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의 인물들을 통해 중국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몇 번의 중국 여행 속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속에 등장하는 11명의 대담자들 중에서 특히 노동자의 집을 짓는 거리의 가수 쑨헝(孫恒)의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  구매
청년 2015-11-09 공감 (1) 댓글 (0)

     
새로운 중국을 만드는 13억의 날갯짓 새창으로 보기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불온한 서재]

새로운 중국을 만드는 13억의 날갯짓

『중국을 인터뷰하다』/ 이창휘,박민희 엮음 / 창비 / 2013년8월 / 20,000원

양솔규 _ 기획실 교육국장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이론은 다음과 같은 비유로 유명하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날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킨다.” 자연과학에서의 하나의 비유가 현실이 되었다.

13억 나비가 날갯짓을 한다. 이 날갯짓에 전 세계 구석구석은 훈풍이 불기도, 서리가 내리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미래, 사회주의의 미래, 인류의 미래, 심지어 지구의 미래까지, 우리는 이 ‘거대한 나비’를 빼놓고는 미래의 구체적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세기의 재판, 보시라이 사건

2012년에 시작된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은 중국 대륙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이다. 충칭시 당서기였던 보시라이(薄熙來)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보시라이는 수사를 지휘하고 있던 공안국장 왕리쥔을 해임하였고, 왕리쥔은 청두 미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 현재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 등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보시라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배우의 성 상납을 받았다느니,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의 관계가 어땠냐느니 하는 것은 호사가들의 관심사일 뿐이다. 검열과 통제가 심한 중국 언론의 보도가 얼마만큼 진실을 담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더군다나 린뱌오 사건(부주석 린뱌오가 71년 9월 몽골 상공에서 비행기 추락사한 사건) 이후 중국에서 가장 큰 정치적 스캔들이 아닌가. 다만 이 재판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바로 ‘중국과 세계의 미래’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보시라이, 충칭모델, 중국은 어디로?

중국 혁명1세대의 자녀들로 이루어진 특권그룹인 ‘태자당’ 출신인 보시라이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 충칭(重庆)시 당서기였다. 그는 2007년 10월, 제17기 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되었다. 또한 2012년 11월 선출 예정이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한 명에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야말로 중국 권력의 핵심이었다. 보시라이가 중요한 이유는 그가 만들어 낸 이른바 ‘충칭모델’이 중국 신좌파들의 노선이었으며, 보시라이는 중국 신좌파들의 정치적 대표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보시라이는 황치판 충칭시장과 함께 국유자산과 시장원리의 창조적인 결합, 혁신적인 토지정책, 도시농촌 통합발전 등 혁신적 정책을 펼쳤고, 농민공들을 위한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과 호구정리 등을 했다. 이러한 ‘충칭모델’은 시장보다는 국가, 성장보다는 분배, 자유주의가 아닌 마오이즘(또는 신좌파)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 아직도 중국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미국의 세계체제론자 아리기는 『베이징의 아담스미스』를 통해 중국이 ‘자본주의화’된 것이 아니라 ‘시장화’가 되었다면서, 이러한 중국의 발전이 서방의 제국주의에 대항할 만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반면 마틴 하트-렌즈버그는 중국의 계급관계 등을 분석하면서 중국이 사실상 자본주의화 되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공식적인 규정인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그 어떤 하나의 속성으로 설명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다. 보시라이의 ‘충칭모델’과 같은 이른바 ‘신좌파의 길’도 있고, 홍콩과 중국의 관계, 마카오와 중국의 관계와 같은 일국양제의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광둥모델’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쨌든 덩샤오핑의 남순강화가 이루어진지도 이미 20년이나 흘렀다. 중국 내부의 변화발전이 거대한 대륙 중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탐구해 봐야 할 시기가 되었다.

 

새로운 중국을 만드는 11인의 궤적

지난 달 발간된 창비의 『중국을 인터뷰하다』는 한겨레신문 기자인 박민희와 ILO 분석관 이창휘가 중국의 대표적인 인물 11인을 인터뷰해 엮은 책이다. 이창휘는 80년대 쟁쟁했던 PD의 대표적인 이론가로서 『현실과과학』의 필진이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11인 중에는 현대 중국을 움직이는 실천가들이 있다. 예컨대 한둥팡(韓東方)은 철도노동자로 일하던 중 우연히 민주화시위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89년 6월4일 톈안먼사건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이후 최초의 독립노조인 베이징노동자자치연합회를 만들었다가 투옥과 추방을 겪기도 했다. 그는 현재 홍콩에서 중국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중국노동통신(China Labour Bulletin)’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영국의 맑스주의 학술지 <NewLeft Review> (2005.7-8월호)는 그의 삶의 궤적과 중국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인터뷰 대상자 중에는 가수 쑨헝(孫恒)도 있다. 음악선생이던 그는 98년 베이징으로 상경해 고된 노동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농민공’들을 위한 ‘노동자의집’을 만들고 ‘신노동자극장’을 만들었으며 노동자박물관과 도서관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번안하기도 했고, 중국 노동가요를 작곡하고 있다. 2011년 스물 세 차례 열린 그의 공연에는 9만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에게 자부심과 정체성을 심어주고, 권리와 연대 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무엇보다 노래를 통해 ‘사투리의 벽을 넘어’ 대륙의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아포 레웅(Apo Leung Po Lam)은 홍콩의 NGO 활동가로 동아시아의 노동자인권단체로 유명한 AMRC의 대표이다. 그는 대륙과는 사뭇 다른 관점과 입장에서 활동을 해왔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 내에서 한때 마오주의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톈안먼 사건 당시에는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의 100만명 시위를 이끌기도 했다.

이 책에는 현대 중국을 이끄는 사상가들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얼마 전 한국에 역작이 연달아 번역 소개된 첸리췬(錢理群)과 같은 대표적인 중국의 사상가도 있고, 충칭모델을 실천적으로 지지하는 중국 신좌파의 대표적인 지식인 추이즈위안(崔之元)의 인터뷰도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개혁개방을 통해 단웨이체제(單位體制)가 해체된 후의 과도기적 시기가 지나고 이제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진단에 있어서는 11명의 입장이 같지는 않다. 예컨대 추이즈위안은 신좌파의 입장에서 충칭모델을 신봉하지만, 첸리췬은 이를 ‘마오시대의 마오주의’라며 그 의미를 폄하하고, ‘광둥모델’에 진정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을 주체로 하는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11명의 중국인들은 거대한 대륙에서 일어난 격동의 시간들을 온몸으로 경험한 이들답게 특유의 ‘낙관주의’를 공히 지니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공통된 태도를 ‘만이불식(慢而不息, 천천히 가되 멈추지 말라!)’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인민과 함께(어떤 의미에서는 마오와 함께) 멈추지 않는 항로를 가는 이들. 이 책의 부제처럼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11명의 인물들은 동시에 새로운 동아시아와 새로운 세계를 이 시간에도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

 

<더 읽을만한 글>

「중국 문화대혁명을 다시 사고한다」/ 백승욱 / 『문화과학』 67, 2011.9

「중국 팍스콘 노동자 연쇄 투신자살과 혼다자동차 파업의 경과 및 주요 쟁점」/ 황경진 /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8(7), 2010.8

「개혁개방 이후 중국 노동정책의 변화」/ 장영석 / 『마르크스주의 연구』 6(3), 20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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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선 2013-09-23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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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공산당을 비판하는 것은 중국을 대하는/외면하는 가장 쉬운 길. 새창으로 보기
피치 2014-08-02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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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1인의 지성으로 읽는 다층적 중국

<중국을 인터뷰하다>는 국제노동기구 전문가 이창휘와 언론인 박민희가 중국 안팎의 대표적 지식인 및 활동가 11인을 인터뷰하여 엮은 대담집이다. 책은 시진핑 체제 출범 직전, 지도부 교체와 보시라이 사건 등으로 삼엄했던 격변기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저자들은 중국을 단일한 권위주의 국가나 단순한 자본주의 시장으로 환원하려는 외부의 시선을 거부하고, 내부에서 작동하는 다채로운 사상적 갈등과 대안적 모색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전체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층위로 요약할 수 있다.

1. 사회주의 30년과 개혁개방 30년의 역사적 평가

지성계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 첸 리췬은 문화대혁명과 톈안먼 사건을 거친 중국 지식인의 고뇌를 증언한다. 그는 국가 권력과 자본의 결탁을 비판하며 지식인이 대중의 삶과 밀착해야 함을 역설한다. 

영화감독 장률은 이념의 틀에 갇히지 않는 개인의 삶과 역사적 상흔을 예술적 시각으로 보여주며 중첩된 중국의 현실을 환기한다.

2. 학계의 사상적 논쟁: 좌와 우, 그리고 중도

중국 모델의 실체를 두고 학자들은 날카롭게 대립한다. 

친후이는 중국의 고속 성장이 복지와 노동권이 결여된 체제에서 비롯된 <인권의 희생양> 결과물이라 강도 높게 비판한다. 

반면 추이즈위안이나 야오양 같은 학자들은 중국적 모델의 제도적 가능성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싱크탱크의 논리를 전개한다. 

농촌 문제 전문가 원톄쥔은 도시 중심의 성장론을 비판하고 농촌의 자생성과 생태 문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3. 기저에서의 저항과 시민사회의 형성

책의 후반부는 거대 담론을 넘어 노동자와 소외계층의 권리를 위해 분투하는 현장 활동가들을 다룬다. 한둥팡, 쑨헝 등은 농민공의 혹독한 노동 현실을 폭로하고 이들이 주체가 되는 노동운동과 문화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홍콩의 아포 레웅과 조셉 청은 아시아 시민사회 연대의 관점에서 중국 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타진한다.

평론: 국가라는 거울을 깨고 만나는 <사람들>의 서사

1. 평면적 중국 담론에 대한 강력한 균열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서구 중심적 시각이나 한국 사회의 도식적인 중국관을 깨뜨린다는 점이다. 흔히 외부에서는 중국을 <G2의 강대국> 혹은 <인권 탄압의 일당 독재국가>라는 양극단의 평면적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저자들이 만난 11인의 목소리는 중국이 결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획일화될 수 없음을 증명한다. 신좌파와 자유주의, 국가주의와 시민사회론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중국 체제가 고정된 완성형이 아니라 끊임없이 갈등하고 진화하는 과정에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2. 아래로부터의 시선이 지닌 현장성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노동자와 농민공의 삶을 중심에 둔 아래로부터의 시선이다. 친후이가 경고한 <야만적 자본주의의 승리>나 한둥팡이 지적한 노동권의 부재는 중국이 이룩한 화려한 경제 성장의 어두운 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거대 담론에 매몰되기 쉬운 중국 연구의 한계를 현장 활동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완하며, 체제의 지속 가능성이 결국 이 기저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명확히 짚어낸다.

3. 시대적 한계와 여전한 유효성

대담이 진행된 시점은 시진핑 체제 초기이기에,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국가 통제 강화와 사회주의 정통성 강조라는 현재의 중국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일말의 낙관론이나 자유로운 논쟁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체제 내적 개혁 가능성을 타진하던 당시의 모색 중 일부는 현재 시점에서 다소 무력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청사진의 적중 여부에 있지 않다.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 뒤에 숨겨진, 민주와 평등을 향해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진짜 중국인들>의 존재를 확인시켰다는 점에 있다. 한국 사회가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할 때, 국가 대 국가의 역학 관계를 넘어 아시아 시민사회의 연대라는 더 넓은 지평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묵직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수작이다.

추천해주신 도서에 대해 더 깊이 나누고 싶은 부분이 있거나, 다른 서적의 요약 및 평론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세진님.</G2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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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인터뷰하다: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요약+평론

박민희·이창휘의 『중국을 인터뷰하다』는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국가, 공산당 체제, 경제성장 모델, 또는 위협적 강대국으로만 보는 시각을 해체하려는 책이다. 이 책은 2013년 창비에서 출간되었고, 중국의 지식인·노동운동가·영화감독·홍콩 민주화 인사 등 11명을 인터뷰한 대담집이다. 목차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는 “중국은 왜 여기 서 있는가”, 제2부는 “국가, 시장, 그리고 인민”, 제3부는 “대륙의 안과 밖, 변화의 목소리”이다. 인터뷰 대상자는 첸 리췬, 원 톄쥔, 장 률, 친 후이, 추이 즈위안, 야오 양, 쑨 거, 한 둥팡, 쑨 헝, 아포 레웅, 조셉 청 등이다.

이 책의 핵심은 “중국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데 있다. 한국 사회에서 중국은 흔히 두 가지 방식으로 소비된다. 하나는 권위주의 국가, 검열 사회, 인권 탄압 국가라는 비판적 이미지다. 다른 하나는 고속성장, 거대시장, 국가주도 발전 모델이라는 실용주의적 이미지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두 이미지만으로는 중국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 안에는 체제 내부의 개혁론자, 시장주의자, 신좌파, 자유주의자, 노동운동가, 농촌문제 연구자, 동아시아 사상가, 홍콩 민주화 운동가가 공존한다. 이들은 모두 중국을 비판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제1부의 중심 인물은 첸 리췬, 원 톄쥔, 장 률이다. 

첸 리췬은 루쉰 연구자로서 중국 현대사의 폭력과 희망을 동시에 증언한다. 그는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톈안먼사건, 개혁개방, 시진핑 시대의 “중국몽”까지 통과한 인물이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그의 대담은 “중국현대사를 압축해낸, 한편의 살아있는 역사강의”에 가깝다. 첸 리췬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인의 독립성이다. 그는 국가와 권력에 봉사하는 지식인이 아니라, 약자와 민중의 편에서 시대를 증언하는 지식인의 윤리를 강조한다.

원 톄쥔은 농업·농촌·농민, 즉 삼농 문제의 전문가다. 그는 중국 현대사를 “백년간의 급진”으로 본다. 중국은 서구를 따라잡으려는 압박 속에서 계속 급진적 근대화를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농촌과 농민은 거대한 비용을 떠안았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성공 뒤에는 농촌의 희생이 있었다. 원 톄쥔의 관점은 중국을 단순한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의 구도로 보지 않는다. 그는 중국의 문제를 근대화 자체의 폭력, 개발주의의 비용, 농촌 공동체의 해체라는 더 긴 시간축 속에서 본다.

장 률은 조선족 출신 영화감독이다. 그는 중국, 한반도, 민족, 국경, 이주, 기억의 문제를 몸으로 겪은 인물이다. 장 률의 대담은 중국을 한족 중심 국가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중국 안에는 소수민족, 접경지대, 조선족, 디아스포라, 말해지지 않는 역사들이 있다. 장 률의 존재는 이 책 전체에서 중요한 균열을 만든다. 중국은 대륙국가이지만 동시에 경계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2부는 이 책의 가장 사상적이고 논쟁적인 부분이다. 친 후이, 추이 즈위안, 야오 양, 쑨 거가 등장한다. 

친 후이는 중국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소개된다. 그는 이른바 “중국모델”의 성공담을 의심한다. 중국의 고속성장은 노동권 억압, 낮은 임금, 환경파괴, 정치적 통제 위에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서평은 그가 중국모델의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열악한 인권의 비교우위”라고 본다고 정리한다. 이는 매우 날카로운 지적이다. 중국의 값싼 상품은 단지 효율성의 산물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침묵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추이 즈위안은 신좌파적 상상력을 대표한다. 그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완전히 허구로 보지 않는다. 특히 충칭모델에서 국가소유 자산, 복지정책,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가능성을 보려 한다. 반면 야오 양은 국가개입을 줄이고 민간부문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그는 “제도로서의 사회주의”보다 “도덕으로서의 사회주의”를 말한다. 즉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공동부유의 윤리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국가통제 경제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책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중국 내부의 논쟁은 단순히 “공산당 찬성 대 반대”가 아니다.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국가가 시장을 통제해야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가, 아니면 국가권력이야말로 불평등과 부패의 핵심 원인인가. 마오 시대의 평등주의 유산에서 배울 것이 있는가, 아니면 마오 체제는 철저히 청산되어야 하는가. 창비 계간지의 촌평도 이 책의 핵심 쟁점으로 마오의 유산 평가와 평등 실현 방식을 꼽는다. 첸 리췬과 친 후이는 마오체제와 문혁에 대한 비판적 청산을 강조하는 반면, 추이 즈위안과 쑨 거는 마오의 유산 안에서 대중참여나 서구근대 극복의 실마리를 찾는다.

쑨 거의 대담은 중국 문제를 동아시아 문제로 확장한다. 그는 중국이 서구 근대의 모델을 그대로 복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 관점은 한국 독자에게 특히 중요하다. 한국도 일본 제국주의, 냉전, 미국 중심 질서, 개발독재, 민주화, 신자유주의를 거쳐왔다. 따라서 중국의 고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의 역사적 조건과 사회적 규모, 농촌 문제, 제국주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쑨 거의 문제의식은 “중국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보다 “동아시아는 어떤 근대를 상상할 수 있는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나아간다.

제3부는 노동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는다. 한 둥팡은 1989년 톈안먼사건 당시 노동자 지도자였고, 이후 중국 노동권 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쑨 헝은 베이징 근교 피춘에서 “노동자의 집”을 만들고, 노동자 문화운동을 펼친 음악가이자 활동가다. 

경향신문은 피춘의 신노동자극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선율을 바꾼 노동자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고 소개한다. 쑨 헝은 “독자적인 문화가 없다면 노동자들은 한줌의 모래”라고 말한다. 이 말은 강하다. 노동자는 임금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언어, 자기 노래, 자기 무대, 자기 공동체를 가져야 비로소 정치적 주체가 된다.

홍콩의 아포 레웅과 조셉 청은 대륙 중국과 홍콩 시민사회의 접점을 보여준다. 이 책이 나온 2013년은 아직 홍콩의 우산운동과 2019년 대규모 시위 이전이다. 그래서 지금 읽으면 더 아프다. 당시에는 홍콩이 대륙 민주화의 창이나 교량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2020년대 이후 홍콩의 정치적 공간은 크게 축소되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2010년대 초 중국 시민사회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기록한 역사적 문서로도 읽힌다.

평론적으로 보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중국을 추상적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 당, 시장, 성장률, 군사력 같은 거대 지표가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로 중국을 보여준다. 중국을 이해하려면 시진핑, 공산당, GDP만 볼 것이 아니라, 지식인과 노동자, 농민, 영화감독, 홍콩 활동가의 언어를 들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작업을 한다.

둘째 장점은 균형이다. 이 책은 친중적 선전서도 아니고 반중적 고발서도 아니다. 중국 체제의 억압과 불평등을 분명히 보면서도, 중국 내부에서 다른 미래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사유와 실천을 존중한다. 창작과비평의 촌평도 이 책이 외부자의 거리감 덕분에 중국 주요 사상가와 실천가를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미덕을 갖는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첫째, 인터뷰 인물들이 주로 지식인과 활동가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쑨 헝과 한 둥팡이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지만, 보통 농민공 여성, 지방 소도시 청년, 사영기업 노동자, 소수민족 주민, 관료 내부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둘째, 2013년이라는 시점의 한계가 있다. 시진핑 체제의 장기화, 홍콩 국가보안법, 미중 갈등 격화, 디지털 감시국가의 발전, 신장·티베트 문제, 코로나19 이후 사회통제 문제는 이 책 이후 훨씬 더 심각해졌다. 따라서 오늘 읽을 때는 “현재 중국의 최종 보고서”가 아니라 “시진핑 시대 초입의 중국 지성계와 시민사회의 진단”으로 읽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여전히 가치가 크다. 한국 사회에는 중국을 두려워하거나 멸시하거나 이용하려는 태도는 많지만, 중국 내부의 복수적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으려는 태도는 부족하다. 이 책은 그 빈칸을 메운다. 중국은 단순한 독재국가도, 단순한 성장국가도, 단순한 패권국가도 아니다. 그 안에는 불평등에 분노하는 자유주의자, 국가의 재분배 가능성을 믿는 신좌파, 농촌 공동체를 고민하는 연구자, 노동자 문화를 만드는 활동가, 경계의 삶을 영화로 그리는 조선족 감독, 동아시아의 다른 근대를 상상하는 사상가가 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중국을 인터뷰하다』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체제”가 아니라 “논쟁하는 사람들”로 다시 보게 하는 책이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국공산당만 보아서는 안 된다. 중국을 비판하되, 중국 안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언어를 들어야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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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탐] 국제노동기구(ILO) 이창휘 중국 대표를 만난다
 생각과미래 ・ 2023. 10. 14.

[청미탐: 청소년의 미래를 탐색하다]
11월 13일(일) 오후 7시 온라인 간담회 개최
'생각과 미래', '상하이저널' 공동 주최



이창휘 국제노동기구(ILO) 중국 대표


‘생각과 미래’와 ‘상하이저널’이 함께 <청소년의 미래를 탐색하다(청미탐)>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인생 선배들, 미래를 열어가는 리더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질문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기획했다.

<청미탐> 첫 번째 주인공은 이창휘 UN 국제노동기구(ILO) 중국 대표로 오는 13일(일) 오후 7시 줌으로 만날 수 있다. ILO는 국제연합 UN 산하기구인 ILO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노동기본권, 고용, 사회보장, 사회협력 분야 등을 다루는 전문기구이다.

이창휘 대표는 실향민의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노동연구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로 방콕과 베이징을 거치며 지난 20년간의 대부분을 아시아 노동문제에 천착해왔다. ILO 제네바 본부에서 선임정책분석관, 태국,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에 머물며 동아시아 정부와 노동, 경영자 단체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노동정책을 위해 일해왔다. 지난해 7월부터 ILO 중국 및 몽골 사무소 대표로 일하고 있다.

<청미탐> 간담회를 진행하는 ‘생각과 미래’ 김건영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상하이 봉쇄,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격리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해였다. 자기를 발견하고 확장할 수 있는 활동이나 여행도 쉽지 않았던 시간 보낸 우리 청소년들이 인생 선배들, 미래를 열어가는 리더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상하이저널과 함께 ‘청미탐’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기회를 통해 글로벌 감각을 가지고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거나 글로벌 이슈를 다루어 나갈 미래 인재들이 상하이에서 많이 길러지길 란다고”고 강조하며, “이창휘 대표는 ILO 파견단이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활동 공간이었던 청계피복노조를 방문할 때 안내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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