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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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논어연찬 작업을 시작하려고 컴퓨터를 여는데, ‘비상계엄’이라는 속보가 뜬다.
시대착오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라서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대통령 취임사를 들으며 이미 이런 결말을 예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를 철지난 수구적 반공에 가두는 것을 들으며 정권의 앞날이 험할 것이라는 것은 예견했지만, 다만 그 진행방식이 보통 사람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다.
빈곤한 철학과 역사 의식이 권력과 결합한 확증편향으로 작용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을 살고 있다.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보수가 큰 타격을 받는 것이 걱정이고, 또 다른 극단(極端)으로 악순환의 역사가 진행될까봐 걱정이다.
이런 정권을 출범시켰던 전후(前後)의 인과(因果)를 되돌아보고,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제7공화국을 탄생시킬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나아가 한민족의 역사가 만나는 거대한 분기점이다.
위대한 나라 위대한 민족의 서사를 창조할 것인가, 잠깐 반짝였지만 쇠퇴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어리석음과 회한의 역사를 남길 것인가?
어떤 체제를 만들던 실질적으로 합리적이며 애국적인 진보와 보수가 ‘대연합정권’을 성공시키느냐의 여부가 그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걱정은 그 주체가 될만한 정치세력이 아직 물밑에 있을 뿐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 동안 한국 정치가 만들어온 함정이었다.
그 함정을 일거에 벗어날 한국 국민의 역동적 집단지성에 기대할 뿐이다.
그 동안 기묘한 형태로 균형을 잡아가던 한국 국민의 집단지성이 이제 질(質)이 다른 정권을 출범시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위대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그 밑천도 만들어 왔고, 그럴 힘도 있고, 방략도 있다.
앞으로 몇 년간이 고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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