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5

일본군 ‘위안부’ 피해 허위사실 유포하면 처벌, 국회 첫 관문 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허위사실 유포하면 처벌, 국회 첫 관문 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허위사실 유포하면 처벌, 국회 첫 관문 넘었다
‘위안부’ 피해자법 개정안, 성평등가족위 법안소위 통과
김효실기자수정 2026-02-04 20:49
등록 2026-02-04 

2025년 12월31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주변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시민들이 2025년 영면에 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왼쪽 액자)·이옥선 할머니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두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6명으로 줄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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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법 개정에 본격 착수했다. 90살을 넘긴 고령의 피해생존자들이 반복되는 역사부정과 모욕·혐오표현에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입법 논의로 이어진 결과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4일 연 회의에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 7건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부정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이들을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요청에 관한 청원’ 1건을 함께 심사·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의 핵심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이 겪은 성적 학대 등 피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피해에 대한 허위사실을 신문·방송·전시·집회 등을 통해 유포할 경우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학문·연구·예술·보도 등을 위한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2021년부터 시행 중인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주요 선례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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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모욕을 직접 금지·처벌하는 규정은 적용 대상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대신 여당 의원들은 지자체에서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부정하는 극우 역사부정세력이 2019년께 수요시위와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방해하거나 철거를 압박하는 행위를 시작한 지 7년여가 됐다. 정부에 등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6명이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95.7살이다(2025년 8월 기준). 피해생존자나 유족이 모욕·명예훼손 등에 일일이 법적 대응을 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기에, 국가가 나서서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일본군 성노예제라는 역사를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에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날 국회에서 심사·의결한 국민동의청원은 2024년 11월 시민 5만여명이 힘을 모은 결과다.


‘위안부’ 피해자법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입법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하며 입법 논의도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성평등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할 방침이다.

시민사회도 법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은 3일 입장문을 내고 “극우 역사부정세력들의 행태는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합의해 온 역사적 진실을 송두리째 부정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망동”이라며 “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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