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2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 2020

[전자책]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리마스터판) | 은희경 | 알라딘


[eBook]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리마스터판)
은희경 (지은이)창비2020










책소개
1995년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25주년을 맞으며,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된 우리 시대의 작가 은희경. 서정적 감수성과 냉철한 관찰력을 결합한 유머러스한 필치로 현대인의 삶을 예리하게 묘파한 은희경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가 13년 만에 ‘리마스터판’으로 돌아왔다.

이번 리마스터판은 기존 실린 중단편 6편을 작가가 직접 새롭게 수정하고 작품 순서도 다시 배치함으로써 수록된 모든 작품의 개성과 색깔이 더욱 뚜렷해지고, 조용한 연민과 공감의 시선, 특유의 경쾌한 문체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현대의 고독하고도 분열적인 인물을 다루고, 그 소소한 일상의 국면에서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인 상황에 주목하는 은희경의 섬세한 시선과 서사가 빛을 발하는 소설집이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모든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현실과 환상의 긴장과 착종이다. 서사를 따라 충실하게 읽다보면 소설 속에서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적 현실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예술은 사람들이 사고하는 일정한 패턴을 배반함으로써 긴장을 만들어”(「의심을 찬양함」)내듯이, 하나의 허구(소설) 안에 허구적인 설정이 겹겹으로 등장한다. 바깥의 허구(소설 속의 현실)보다 더 허구적이고 황당한 상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소설 속 삶과 현실은 오롯하게 다른 차원의 삶으로 열리며 진정성을 얻는다. 겹겹의 허구 속에서 한 차원 다른 생의 진실을 만날 수 있다.


목차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

해설|신형철
작가의 말
추천사
새로 쓴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책속에서


P. 55 나는 그를 한번 노려본 뒤 그대로 뚜벅뚜벅 영정을 향해 다가갔다. 내가 이태리 식당에서 지금까지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세계를 보았듯이 아버지 역시 자신이 알던 것과는 다른 아들을 보았어야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뚱뚱한 아이의 기억을 갖고 떠나버렸다. 비너스를 보며 나는 생각했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멸시한다고.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접기
P. 90 “온몸이 묶인 채 검은 물에 실려서 어딘지 모를 어둠 속으로 떠내려가는 것, 이런 게 사람의 인생이 아닐까.” 이것은 B가 책에서 베낀 구절이다. 그러나 거대한 흐름에 실려 어딘가로 떠내려가지만 B는 한번쯤, 자기를 실은 배에서 벌떡 일어나 작고 하얀 손을 높이 쳐들어서, 마치 춤을 추듯 유쾌하게 흔들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날씨와 생활」) 접기
P. 144 “선배가 생각하는 진화란 게 뭐예요?”
“모두들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진화야. 인간들은 다르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자기와 다른 인간을 배척하게 돼 있어. 하지만 야생에서는 달라야만 서로 존중을 받지. 거기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야. 사는 곳도 다르고 먹이도 다르고 천적도 다르고, 서로 다른 존재들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야.” (「지도 중독」) 접기
P. 233 내 입에서 시가 흘러나올 때마다 내 가슴은 자꾸만 아파온다. 내 눈에서 흘러내린 뜨거운 눈물이 발밑으로 떨어지며 사랑의 종말을 애도한다. 술에 취해 오줌을 누러 나온 친구들의 입김으로 골목 안은 눅눅하다. 티셔츠에 어지럽게 그려져 있던 높은음자리표가 비틀거리며 끊임없이 허공으로 올라간다. (…) 1992년 봄밤, 우리의 귀한지점 리버 쎄느에서 쓴다.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접기
P. 265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객관적 정보가 아니에요. 설명할 수 없는 감각과 느낌이라구요. 인간이 오피스텔 밀집지역의 폐쇄회로 데이터 따위로 파악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골방에 틀어박혀 인터넷으로 세상 모두를 검색할 수 있다고 해도 거기에서 삶에 대한 실감은 결코 얻지 못해요. 나는 내가 만나러 온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의심을 찬양함」) 접기
P. 15 유년 이래 내가 뚱뚱한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이 결코 짧은 건 아니었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인간의 자기애는 아무리 열악한 것이라 해도 주어진 조건에 자신을 적응시킬 수 있으며 그 삶을 합리화하게 마련이다. 삼십여년 동안 내가 비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던만큼 어머니가 수상쩍다는 듯 한참이나 나를 훑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유를 발견해내지는 못한 것 같았다.‘ 접기 - 김해리
P. 71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아무 잘못 없이 타의에 의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B를 억울하게, 그리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 김해리
P. 59 자신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줄 그런 사건들이 언제어떻게 닥쳐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B는 낯선 사람에게 특히 친절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흔히 일어나는사소한 일을 무슨 큰 사건의 전조인 양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 mira
P. 80 『플루타르크 영웅전』 『서유기』는 책장에서 한번 빼본적도 없고요. 『십오 소년 표류기』와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같은 고생스러운 모험이야기를 왜 보는지 모르겠어요.
『신데렐라』『백설공주, 그런 이야기는 정말 유치해요. 그리고 무조건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이야기들, 세상에 그떡볶이를 입에 넣은 남자는 맛있다는 듯 쩝쩝 소리까... 더보기 - mira
P. 81 자기 자신의 문제임에도 B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알 수 없는 흐름에 실려 그저 어디론가 떠내려갈 따름이었다. 만약 B가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면 그것은 물길이 바뀌어 자기가 아닌 남자 쪽으로 나쁜시간이 흐르기를 기도하는 것, 그러니까 남자를 궁지에빠뜨릴 미지의 경계선에 대해 필사적으로 상상하는 ... 더보기 - m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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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은희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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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새의 선물』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 『빛의 과거』,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장미의 이름은 장미』,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또 못 버린 물건들』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21년 오영수문학상, 2014년 황순원문학상, 2007년 동인문학상, 2006년 이산문학상, 2002년 한국일보문학상, 2001년 한국소설문학상, 1998년 이상문학상, 1997년 동서문학상, 1996년 문학동네 소설상,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최근작 : <안녕 다정한 사람 (리커버)>,<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타인에게 말 걸기> … 총 84종 (모두보기)
인터뷰 : 패턴, 고독, 매혹의 세계 <태연한 인생> 은희경 작가 인터뷰 - 2012.07.11
SNS : //twitter.com/silverytale


출판사 제공 책소개
“거기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야
서로 다른 존재들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야”

인간의 고독과 마음의 통증을 끌어안는 섬세한 감각
13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은희경’이라는 강력한 아름다움

*창비에서는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소설 중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1995년 등단하여 올해로 등단 25주년을 맞으며,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된 우리 시대의 작가 은희경. 서정적 감수성과 냉철한 관찰력을 결합한 유머러스한 필치로 현대인의 삶을 예리하게 묘파한 은희경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가 13년 만에 ‘리마스터판’으로 돌아왔다. 이번 리마스터판은 기존 실린 중단편 6편을 작가가 직접 새롭게 수정하고 작품 순서도 다시 배치함으로써 수록된 모든 작품의 개성과 색깔이 더욱 뚜렷해지고, 조용한 연민과 공감의 시선, 특유의 경쾌한 문체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현대의 고독하고도 분열적인 인물을 다루고, 그 소소한 일상의 국면에서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인 상황에 주목하는 은희경의 섬세한 시선과 서사가 빛을 발하는 소설집이다.

“은희경의 소설은 차라리 귀띔이고 속삭임이라서
대뜸 반응하기에 앞서 한 번쯤 ‘사람들 사이에 놓여 있는 섬’을 생각하게 한다.”
(제38회 동인문학상 심사평)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모든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현실과 환상의 긴장과 착종이다. 서사를 따라 충실하게 읽다보면 소설 속에서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적 현실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예술은 사람들이 사고하는 일정한 패턴을 배반함으로써 긴장을 만들어”(「의심을 찬양함」)내듯이, 하나의 허구(소설) 안에 허구적인 설정이 겹겹으로 등장한다. 바깥의 허구(소설 속의 현실)보다 더 허구적이고 황당한 상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소설 속 삶과 현실은 오롯하게 다른 차원의 삶으로 열리며 진정성을 얻는다. 겹겹의 허구 속에서 한 차원 다른 생의 진실을 만날 수 있다.
2006년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이기도 했던 표제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는 서른다섯번째 생일날,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는 뚱뚱한 모습만을 보였고, 이제 돌아가실 날이 멀지 않은 아버지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현실에서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부정이 음식에 대한 거부와 연결된다.
「날씨와 생활」에서는 꿈 많은 몽상소녀 B가 출생의 비밀이나 언젠가는 세상을 놀라게 할 자신을 끊임없이 상상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다르고, 오히려 냉혹하기만 하다. 잔뜩 긴장한 B는 할부 책값을 받으러 온 수금원과 어머니의 담담한 모습에 주체할 수 없이 큰 웃음을 터뜨린다. 상상(혹은 환상)과 현실의 팽팽한 긴장이 풀리며 쏟아져나온 그 허탈한 웃음이야말로 은희경 문학의 진정한 페이소스이다. 끝까지 비극인 인생도, 마냥 희극인 인생도 없다는 명확한 이치를 깨달은 어린 소녀는 누구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고독의 발견」에서 거짓말도 못하고 별볼일도 없는 만년고시생 주인공 K는 생일날 찻집에서 몽환적인 노래를 들으면 잠에 빠졌고, 그뒤로 펼쳐지는 일들은 꿈속처럼 묘한 분위기이다. 한 사내가 나타나 W시의 여관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W시에서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자신을 여러개로 쪼갤 수 있다고 말하며 나를 스스럼없이 대한다. 모두 꿈속 상황이고 인물이다. 다시 꿈에서 깬 K는 제 삶을 관통하는 거대한 고독을 발견하고 소리 없이 오열한다.
「의심을 찬양함」에서는 현실의 우연과 필연의 통계학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주인공 유진은 친구 S의 결혼식에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자신이 서점에서 산 책과 똑같은 책을 들고 탄 남자와 동석을 하게 되고, 오피스텔 밀집 지역에서 살던 당시의 일을 떠올린다. 유진은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와, 잘못 배달된 사과상자의 주인이라며 찾아온 오피스텔 옆동 남자를 동일인으로 생각하고 만날 약속을 하지만, 정작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은 그 남자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자신의 형이 고의적으로 유진에게 접근했다며 세상에 운명이나 우연은 애초에 없고 과학과 인과관계의 법칙에 의해서만 지배될 뿐이라고 유진에게 강변한다.

은희경은 13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도 여전히 문장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수사적 긴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리마스터판을 위해 역시 다시 손질한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로 말하자면, 질문과 고민이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인 채로 아름답고 낯설고 (섣부른 전망을 거절한다는 의미에서) 끝내 허망하기까지” 하다고 말하며, “이제 은희경은 하나의 장르가 된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독특한 서사와 인물을 통해 범상치 않은 일상과 현실의 단면을 극적으로 클로즈업함으로써 냉소와 위악 대신, 조용하고 나직한 공감과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여전히 그 무엇보다 힘이 세고, 그래서 아름답다. 이번 리마스터판은 은희경의 독보적인 가치를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확신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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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나는 여전히 고독을 발견하며 의심을 찬양한다


얼마 전 은희경 작가의 <빛의 과거>를 읽었다. 부끄럽게도 은희경 작가의 책을 읽은 건 그 책이 처음이었는데, 밤잠을 잊을 만큼 재미있었다. 그래서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전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은희경 작가가 2007년에 발표한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리마스터판이 출간되었기에 읽어봤다. 2007년이면 내가 대학교 3학년이었을 때이고, 그때도 책을 읽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진지하게 읽지는 않았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애독서였던(ㅎㅎ)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13년이나 늦게 만났지만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만나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그만큼 이 책에 담긴 작가의 시선이나 태도가 세련되고 앞서있기 때문이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표제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이다. 중학생이 될 예정인 '나'는 아버지와 단둘이 고급 이태리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식사를 하는 내내 '나'는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의 등 뒤에 있는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을 본다. 그림의 제목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인지도 모른 채 그림을 보았던 '나'는 왠지 모르게 서글픈 기분을 느낀다. 이후 '나'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강박적인 애착을 보이는데, 당시에는 이러한 애착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비너스의 모습과 자신의 뚱뚱한 몸의 대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다이어트로 살을 많이 뺀 후에도 '나'는 여전히 지독한 결핍과 열등감을 느낀다. 애초에 '나'가 가진 결핍과 열등감의 근원은 비너스의 아름다운 몸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축복받지 못한 출생에서 비롯된 아버지의 무관심인 까닭이다.




이어지는 <날씨와 생활>도 흥미롭다. '소녀 B'는 곧잘 몽상에 빠진다. 가족들은 '소녀 B'에게 무관심하고 전학 간 학교에는 친구 한 명 없으니, 몽상만이 '소녀 B'의 유일한 휴식이자 구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 B'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학교로 찾아온 남자의 정체는 '소녀 B'의 어머니가 얼마 전에 구입한 소년소녀 세계명작 전집의 대금을 받으러 온 수금원이다. 남자의 정체를 알기 전에는 자신에게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일이 벌어진 줄 알고 설레기도 했지만, 정체를 알고 난 후에는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울 뿐이다. 몽상이 근사하고 아름다울수록 현실이 더 비참하고 암울하게 느껴지는데, 그러한 몽상을 하지 않고서는 비참하고 암울한 현실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믿고 읽는)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 또한 훌륭하다. 작가 후기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소설 한편을 쓰고 나면 이로써 또 한 번 한국문학을 빛내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할 텐데(?) 다만 가까스로 한 가지의 고독을 이겨냈다는 느낌이 든다." (295쪽). 리마스터판을 내면서 새로 쓴 작가의 말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여전히 고독을 발견하며 의심을 찬양한다. 그것이 소설이라는, 여전한 나의 날씨이다." 고독을 '이겨내고' '발견하며' 쓰는 작가라서, 13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새것처럼 빛을 발하는 작품을 쓸 수 있는 걸까. 너무 멋있고, 앞으로 계속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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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20-05-26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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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4~5 권 정도 읽었는데, 여성의 삶을 소재로 하는 페미니스트적인 요소가 있는 ‘빛의 과거’ 같은 작품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데, 최근에 읽은 ‘태연한 인생’이나 이번에 읽은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그와는 달리 남성작가의 작품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태연한 인생’의 기본 주제는 여성의 인생이었지만 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남성의 삶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토리와 유사하여 남성작가가 쓴 소설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이야기들은 여성들은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을 유형의 남성상이나 이공계에서 접할 수 있는 개념을 이용하여 소설로 만든 (‘의심을 찬양함’같은 작품) 작품들이 등장하여 무척 흥미로왔다.


특히 ‘의심을 찬양함’에서 다른 소재는 최근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확률이나 불확실성을 소재로 하여 있어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 개념이 어렵거나 흥미가 없다면 이런 소설은 너무 실험적이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껴도 작가의 의도는 어렵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한 은희경 작가의 작품이 ‘중국식 룰렛’이었고 이 작품이 출간되고 작가가 출연한 팟캐스트 등에서 작가는 어떤 상황을 상상하면 등장인물의 대화가 저절로 시물레이션된다는 말을 한 것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나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작가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험을 많이 시도하였고, 이러한 흔적이 최근 접한 작품들 속에 남아 있다고 느꼈다. 즉, 다른 작가들보다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라고 느꼈고, 해설이나 작가의 말 등을 찾아 일으면서 작가를 좀 더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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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2025-03-24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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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이 쓸쓸함으로 회류한다



모든 단편들이 다 이토록 쓸쓸한 느낌을 남기다니. 내 선입견이 간직한 은희경 작가의 작품답다고 해야 할까……. 덕분에 볕도, 빛도, 바람도 좋은 날이었는데 내내 암막으로 가려 둔 실내에 머무는 기분이다.



비너스를 보며 나는 생각했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멸시한다고.

야생동물한테 먹이를 주면 안 돼.

스스로 먹이를 찾지 않고 점점 남의 것을 뺏으려 하거든.

아니면 구걸을 하거나. 훈련된 곰을 야생에 풀어놔봐.

적응을 못하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 등산객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놈이 반드시 나오지.

인간이든 곰이든 마찬가지야.

친구가 되려고 하면 안 돼.

타인으로 대하는 게 서로 살아남는 길이야.



아아, 인생은 얼마나 많은 암호로 가득 차 있으며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것일까.



청소년기에 비가역적인 충격을 가한 사건들 중 하나가 암흑 우주 속에 떠 있는 지구 사진을 본 일이었다. 그러니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란 단편 제목은 그 시절 어느 오후에 느껴졌던 공기 속을 떠도는 향기마저도 남김없이 떠올리게 하는, 압도하는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다가왔는데, 이 단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쓸쓸하다.



그래도 난 말이야.

앉은 채로 끝나버리고 싶지는 않았어.

한번쯤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봐야 하는 거 아냐?

아직 그 정도 시간은 남아 있겠지?



​덕분에 예전 일기장을 들춰보듯, 흑백텔레비전의 장면을 복기하듯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 인류 최초로 지구 상공의 우주궤도를 돌고 귀환한 시간은 108분이다. 유리 가가린은 1961년 4월 우주발사기지와의 교신에서 “지평선이 보인다. 하늘은 검고 지구 둘레에 아름다운 푸른색 섬광이 비친다”고 전했다. 암흑으로 가득한 우주에서 지구는 푸르다고 처음 알려온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의 항성, star는 태양 하나 뿐이지만, 하나의 은하계는 약 1,000억 개의 항성으로 이뤄져 있고, 우주에는 은하계가 약 1,000억 개가 있다고 한다. 약 137억 년 전에 하나의 점이 엄청난 폭발을 하며 탄생한 우주는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 약 130억 광년 떨어진 은하가 관측되고 있으니 - 관측이란 빛이 인간의 시신경에 도착해서 정보를 얻는 일 -, 이 빛은 약 137억 년 전에 떠난 빛(1광년 9조4,608㎞×137억)이고, 지금 우주의 길이와 넓이는 훨씬 더 커졌고, 더 커질 것이다. 우리의 단 하나의 운명은 서로 멀어지며 식어가다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6월 15일, 크리스토퍼 콘셀리스 영국 노팅엄대학교 천체물리학과 교수가 “우리 은하계에 모두 36개의 외계 문명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일이다.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는 진저리쳐지는 절대 고독이 아니라고, 다른 문명이 36가지나 더 있을 수 있다고. 나는 기사 제목을 보고 새로운 문명 게임이 출시된 소식을 본 것 마냥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이란 주제곡이 흘러나올 때처럼 가슴이 마구 떨렸다. 외롭지 않다는 기분이 번지기 전에 복통처럼 두려움이 번졌다.



천문대를 방문한 지도 백만 년 전인 듯하고, 내 낡은 천체망원경은 언제나 달 표면만을 비춰주고 있으니, 차라리 세종대왕이 모델인 지폐를 꺼내 뒷면을 바라본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지폐 바탕 그림과 문양은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 나는 바탕을 이루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의 이름을 아직 못 외우고 있으며, 익숙한 오늘날의 광학망원경 옆의 혼천의 또한 설명을 들어도 그 원리를 배우지 못했다.


소설을 읽다가 몇 문장을 적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또 다시 갈피도 두서도 없는 글이 되었다. 6개의 단편 모두가 완독 후 쓸쓸함으로 회류하는 탓이라고 해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



* 해당 논문은 < #천체물리학저널 (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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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sis 2020-07-04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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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개정판을 내기 위해 원고를 고치면서 그 두가지의 나와 맞닥뜨려야 했다. 2007년 이 책의 작가와 2020년 이 책의 독자. 우리는 둘 다 변했고, 또 변하지 않은 것 같다. - 새로 쓴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을 보면서 독자로서 2007년에 이 책을 만난 나와 2020년에 만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그대로라고 생각하지만 분명 달라진 것이 있다. 그래서일까. 같은 책을 보면서 처음 만났을 때와 다시 만났을 때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공감은 경험에 바탕을 둔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많은 경험을 가졌기에 같은 내용을 보더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달라진다. 변화가 두려운 것인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상황에 때라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나는 독자뿐만 아니라 다시 만나는 독자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생각의 시간을 주는 책이다.


표제작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포함하여 여섯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현대인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건강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모습까지 생각하여 많은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집중한다. 다이어트의 목적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언뜻 보면 다이어트를 강박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성인이 될 때까지 늘 뚱뚱한 몸으로 살아간 화자가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보내는 일상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좋은 변화를 위해 애쓰는 일임에도 주변 사람들과의 원활한 관계 유지가 어려워진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들이 먹는 음식들은 화자의 다이어트에는 적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식사를 하고 그 과정을 혼자서 맞서고 있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다수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어떤 사람들이다. - p.18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조차 축복받지 못한 출생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그의 모습은 냉소적이다. 오랜 시간 비만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변화가 생긴다. 그가 이야기처럼 집단적 가치에 의해 떠밀려 가는 것이 싫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묻혀 가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다른 일들도 내가 정말 원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아버지 앞에서 그가 먹던 국밥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은 가까이하지 않았던 그가 무너진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일까.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삶의 정답은 주지 않는다. 읽으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길을 찾아가게 한다. 이번에 만난 여섯 편의 이야기들도 읽는 동안뿐만 아니라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제의 어려움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 과정의 시간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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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꼬마 2020-05-28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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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틀

✅ 올바른 길이란 없다.인간은 그저 찾아 다녀야 할 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발표하는 #은희경작가 의 책이다.

그녀는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이 책을 만난 것은 나의 기억상 2007년 13년 전 인것 같다. 이번에 리마스터판이 나와서 다시 읽어본 책이다.

“거기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야

사는 것도 다르고 천적도 다르고 서로 다른 존재들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야.”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는 뚱뚱한 모습만을 보였고, 이제 돌아가실 날이 멀지 않은 아버지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현실에서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부정이 음식에 대한 거부와 연결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로 말하자면, 질문과 고민이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인 채로 아름답고 낯설고 (섣부른 전망을 거절한다는 의미에서) 끝내 허망하기까지”(거대한 고독, 인간의 지도) 하다고 풀이한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길 잃은 자들이다. 우리들은 어쩌면 틀에 박힌 모습만 보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끊임없는 질문에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삶에 유연하게 정해진 좌표를 벗어나서 살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인생에 정확한 정답은 없을 테니까.

📚 책속으로 :

세상사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어쩌면 틀을 갖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삶의 매뉴얼 말이다.

아무리 복잡한 일도 틀에 집어넣으면 단순해져 버린다.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른 사람은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 자신의 속에서 미지와 신비를 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두려움도 없지만 설렘 또한 없다. 행복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또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제38회동인문학상수상작 #아름다움이나를멸시한다 #책읽는어린왕자 #창비 #은희경소설 #추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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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jice 2020-05-2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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