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뤼미에르 피플 - 요조 강력 추천! 장강명 문학의 원류가 담긴 첫 연작소설
장강명 (지은이)한겨레출판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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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장편소설 《표백》으로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젊은작가상,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심훈문학대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등을 받으며 놀라운 지성과 상상력을 보여준 장강명의 첫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대학가, 쇼핑몰, 맛집, 유흥과 환락의 거리 등 도시의 현대성과 역사성을 두루 갖춘 신촌의 뤼미에르 빌딩에서 거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작가가 “제가 사랑하는 캐릭터는 한 줌인데, 전부 《뤼미에르 피플》에 있는 거 같네요”라고 밝힐 만큼 장강명 소설의 원류가 담긴 작품이다.
가출 청소년, 청각장애인, 인터넷 여론 조작팀, 반인반서(半人半鼠), 무당 등 정상적인 범주에서 조금씩 비켜난 존재들을 통해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핍진하면서도 환상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누구도 완전히 괴물이 아니고, 누구도 완전히 인간이 아닌 세계”라는 판타지적 설정은 인간과 비인간, 생과 사, 부와 가난, 젠더와 계급 문제 등 첨예한 사회 이슈와 윤리적 쟁점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뤼미에르 피플》은 불행으로 치닫기 쉬운 삶 속에서도 한 줄기 빛(lumiere)을 찾아내려는 이들의 분투를 통해 끝내 상실되지 말아야 할 인간성과 희망 또한 보여준다.
목차
801호 박쥐 인간
802호 모기
803호 명견 패스
804호 마법매미
805호 돈다발로 때려라
806호 삶어녀 죽이기
807호 피 흘리는 고양이 눈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
809호 동시성의 과학
810호 되살아나는 섬
해설_반인반수(半人半獸)의 생태학·정은경
초판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책속에서
박쥐들이 음흉해 보인다고? 낮에 숨어 있고 밤에 움직인다는 이유 때문에? 나는 인간이 훨씬 더 음흉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박쥐 인간으로서의 삶을 마치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오게 된 지금은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하다. _〈801호 박쥐 인간〉
남자는 그때까지 한 번도 죽음이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과 무관한 일로 여겨왔다고 해서 죽음이 그를 비껴갈 리 없고, 변사의 위험은 사람들의
희망이나 기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참이었다. _〈802호 모기〉
태어날 때부터 청각에 장애가 있었던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다고 한다. 어릴 때 말을 듣고 언어에 대한 개념을 키울 기회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수화는 일반 언어만큼 복잡하거나 정교하지 않다. 언어는 사고의 그릇이고, 그들의 사고는 우리와 다른 그릇에 담겨 있다. _〈803호 명견 패스〉
《뤼미에르 피플》에 나오는 단편의 구조는 어떤 두 세계를 계속 대립시키는 것이거든요.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 부자가 사는 세상과 가난한 자가 사는 세상, 몸이 갇힌 사람과 마음이 갇힌 사람, 언어가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 _〈804호 마법매미〉
나를 포함해 우리 네 사람이 돌아가며 돈다발로 당신을 때릴 거야. 그리고 당신을 때리는 데 사용한 돈은 즉시 당신 부인에게 준다. 신체 어느 부위를 때리든 상관없지만,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때리면 안 돼. _〈805호 돈다발로 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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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장강명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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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서울 출생. 2011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짧은소설 『종말까지 다섯 걸음』.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 『산 자들』 등. 장편소설 『표백』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재수사』 등.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작가상〉 등 수상.
수상 : 2021년 심훈문학대상, 2016년 오늘의작가상, 2015년 문학동네 작가상, 2015년 제주4.3평화문학상, 2015년 SF어워드 장편소설부문, 2014년 수림문학상, 2011년 한겨레문학상
최근작 :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엔딩은 있는가요>,<멋진 실리콘 세계> … 총 111종 (모두보기)
인터뷰 : 소설적 야심을 말하는 작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인터뷰 - 2015.09.03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제가 사랑하는 캐릭터는 한 줌인데,
전부 《뤼미에르 피플》에 있는 거 같네요”
온전히 인간으로도 괴물로도 살아갈 수 없는 세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묘한 이야기들
장편소설 《표백》으로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젊은작가상,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심훈문학대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등을 받으며 놀라운 지성과 상상력을 보여준 장강명의 첫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대학가, 쇼핑몰, 맛집, 유흥과 환락의 거리 등 도시의 현대성과 역사성을 두루 갖춘 신촌의 뤼미에르 빌딩에서 거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작가가 “제가 사랑하는 캐릭터는 한 줌인데, 전부 《뤼미에르 피플》에 있는 거 같네요”라고 밝힐 만큼 장강명 소설의 원류가 담긴 작품이다. 가출 청소년, 청각장애인, 인터넷 여론 조작팀, 반인반서(半人半鼠), 무당 등 정상적인 범주에서 조금씩 비켜난 존재들을 통해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핍진하면서도 환상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누구도 완전히 괴물이 아니고, 누구도 완전히 인간이 아닌 세계”라는 판타지적 설정은 인간과 비인간, 생과 사, 부와 가난, 젠더와 계급 문제 등 첨예한 사회 이슈와 윤리적 쟁점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뤼미에르 피플》은 불행으로 치닫기 쉬운 삶 속에서도 한 줄기 빛(lumiere)을 찾아내려는 이들의 분투를 통해 끝내 상실되지 말아야 할 인간성과 희망 또한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건 께름칙한 일이 될 수 있다. 동물과 인간이 섞인 기괴한 존재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고, 도무지 실제일 리 없는 그들이 지금 시대의 보통 얼굴, 그러니까 당신과 나를 차갑고 정직하게 대변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완전히 괴물이 아니고, 누구도 완전히 인간이 아닌 세계. 이 판타지적 설정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나는 이 책
으로 배운다. _요조(뮤지션, 작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두 세계는 각각의 논리와 규칙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대도시 한복판에 드리운 그림자 같은 존재들, 뤼미에르 피플
〈801호 박쥐 인간〉에서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는 가출 청소년 ‘나’는 스스로를 박쥐 인간이라 여긴다. “언제나 현재를 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며 절망에 빠진 타인의 슬픔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로 남자친구를 잃은 임신부를 만나 범인을 찾는 일에 휘말린다. 성장과 미래를 거부하며 스스로를 공상에 가두었던 소년은 과연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802호 모기〉의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전신마비 상태에 빠진다. 잘나가는 건설업체 임원이자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난 아내와 아이를 둔 그는 예기치 못한 사태를 계기로 인생을 돌아본다.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나날을 고백하며 소진된 인간의 피로와 허무감을 드러낸다.
〈803호 명견 패스〉의 ‘나’는 저신장 여성이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통해 시청에서 근무하던 중 동료이자 청각장애인 재홍을 만나 연애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재홍의 옆집 여자가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셋의 관계는 점점 불가해한 방향으로 치닫고 마는데…….
〈804호 마법매미〉는 죽은 작가가 남긴 작품들의 의도를 추측하고 분석해가는 이야기다. 소설 속 소설이라는 액자식 구조를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이 《뤼미에르 피플》을 메타적으로 톺아보며, 아직 출간되지 않은 소설 《시간의 언덕, 현수동》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자극한다.
〈805호 돈다발로 때려라〉는 두 개의 서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을 지닌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관점을 나란히 병치함으로써 자본주의에 적극적으로 가담할수록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806호 삶어녀 죽이기〉는 돈을 받고 여론을 조작하는 ‘팀-알렙’이 사이버불링에 시달리는 소연경을 돕는 이야기다. 공론장의 판도를 바꾸는 작업과 그 세부를 통해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벌어지는 아귀다툼과 날것에 가까운 인간 본성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관찰한다.
〈807호 피 흘리는 고양이 눈〉은 뤼미에르 빌딩을 둘러싼 길고양이들의 세력권 다툼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고양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문제를 경유해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분란과 소동을 예리하게 묘파한다.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은 쥐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반인반서(半人半鼠)의 이야기다. “주민등록번호도, 호적도, 졸업장도 없”는 존재들이 감내해야 하는 비극을 묘사함으로써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과 계급의식에 비판을 제기한다.
〈809호 동시성의 과학〉은 어린 소년의 관점에서 세상의 불합리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세상만사란 “서로 복잡하게 중첩돼 함께 일어”나고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소한 일이 중대한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예측 불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보여준다.
〈810호 되살아나는 섬〉에서는 노래를 통해 자연과 사물의 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당주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지닌 초자연적 능력을 통해 인간으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서강대교 아래 위치한 밤섬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은 수준 높은 환상 교향곡이며,
그 안에는 음울한 이 사회의 마법 같은 자화상이 숨어 있다”
현실의 이면을 냉철하게 반영하는 장강명 문학의 출발점
장강명의 첫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은 출간 당시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려는 힘”과 사회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미덕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괴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감 가는 캐릭터, 과감하고 실험적인 구성, 일상과 환상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이야기로 호평받았다. 기자 출신 작가의 치밀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직조된 현실 반영적 소설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위협받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진다. 무엇보다 《뤼미에르 피플》은 작가의 오랜 화두이자 상상 속 공간인 ‘현수동’이 처음 등장한 책이기도 하다. 산문집 《아무튼, 현수동》을 거쳐 현재 작가가 집필 중인 소설 《시간의 언덕, 현수동》까지 이르게 될 서사적 맥락을 《뤼미에르 피플》을 통해 짐작해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이렇듯 자기만의 문학 세계를 공고히 쌓아 올린 작가의 출발점을 면면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장정으로 거듭난 《뤼미에르 피플》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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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의 범주에서 벗어난 존재들의 세상
없는게 없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교차하는 동네. 모든 것들이 있어서 여기 뤼미에르 빌딩의 거주자들 또한 어느하나 겹치는 캐릭터 없이 모든 존재들이 촘촘히 들어앉아있다. 그래서 더욱이 핍진하지만 이것이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의 환상은 아닐지를 가늠하게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살고 있지만 다각화의 시선이 때로는 착각과 오만이 아닐까 생각을 하기도하니 있지만 없을 수도 있고, 없는데 있을거라 생각을 하게되는 존재들이 하필이면 800번대 호수에 기거하는거라 여기며 보게된다.
그렇거 있잖아. '하필이면...' 시리즈 같은 것. 이렇게 모아 놓기도 어려울 조합. 그런데 내가 모를 뿐이지 내 주변에도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의혹과 생각들. 저자는 그 생각에 이야기를 입혀두었다. 어느 하나 짠하지 않은 존재들이 없다. 하필이라는 말에 또 하나의 자극적인 양념인 '어떻게 하다가...' 로 이어지는 우려섞인 걱정의 마음. 그래서인지 전부 짠내가 풍긴다.
801호부터 810호까지. 입주민을 지칭하는 평범한 단어들이 없다. 이 조합에 낀다면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바뀌어 한 자리 꿰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지로 각자의 짠함과 고단함이 묻어있겠지만 유독 이들에게는 퀘퀘한 어둠의 냄새가 유독 짙다.
슬픔을 먹고 사는 박쥐인간. 타인의 슬픔을 관망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을 영위하는 것. 가출 소년에서 흡연 임산부로 이어지고 다시 거울장난하는 장애인으로 옮겨가는 슬픔의 시선. 모든 것이 자신을 기준으로 삼고 약한 존재와 대접받지 못하는 것들로 위안을 삼는 것을 보면서 우리 또한 박쥐인간의 유전자를 품고 있으나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임을 느낀다. 801호부터 강하게 느껴지는 익숙함. 티나지 않는 나의 다면성과 숨기고픈 성질머리들이 하나씩 까발려지게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청에서도 비둘기 밥을 준다는거 그거 진짜야? 여기 책에서만 그러는게 아니고?(허구의 이야기 일 것이라 단정 짓지만 어느샌가 진짜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저자의 사실감 넘치는 문장 덕분에 난 또 홀랑 속는 기분이야) 일단 이야기를 이끄는 존재들은 세상이 만들어 둔 평범함의 기준과 사뭇 다른 특혜 받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청각장애인이며 다른 감각으로 소통을 하는 남자, 왜소증이며 이 남자를 사랑은 하지만 이게 맞는지 계속 의심을 하는 여자.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분류로 인해 채용된 조직에서 이 둘의 만남과 친분마저 시선을 받게 될까 우려하는 여자의 앞선 걱정도 한몫한다. 특히나 공기업이 더욱 그러한 갈래를 반영하여 채용하지만 말이 채용이지 별개의 존재로 선긋기하는 꼴을 심심찮게 봐왔다. 그러니 왜소증 여자 또한 이 시선을 의식 하는 것일테고, 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청각장애인 남자가 의아할 뿐이고, 이 조합을 가십거리인냥 짝짝 씹어댈 멀끔해보이지만 입과 정신이 온전치 못한 인간들의 온상이 명확하게 기록되어있지 않으나 다들 아는 그 꼴이라 예상이 가능했다.
805호는 신박한 내용 전달 구조였다. 두 단으로 나뉜 이야기. 학창시절 암기할 때 쓰던 2단 기록인데 그걸 책에서 보니 생소한데 또 뤼미에르 피플들의 이야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문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순환 구도의 이야기. 빚 - 매품 - 돈으로 때리는 게임 - 사고사 무언가 허술한데 그게 또 다들 그렇게 살듯 완벽함 없는 생의 허점 같아 이 순환 구도가 결국 돈과 돈에 휘둘리는 사람으로 이어짐을 볼 수 있다.
비단 여기 뤼미에르 피플들에게만 적용 될까? 이 이야기가 10년도 더 된 원작이 있는 개정판인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또한 10년 후에나 똑같은 화두가 될 듯한 소재. 자신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키우고, 병이 들었다고 외관상 보기 싫다고 버리고를 반복하는 인간과 버려지는 존재가 마주하는 세상. 온전히 생과 사를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키우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마티에게 이입하기보다 마티를 버린 주인에게 화가 나고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 또한 현실과 동일한 결과 처럼 보여 짜증을 유발한다 .(내용이 싫은게 아니라 너무 현실성 짙어서 그러함) 버려지는 것들이 맨땅에 헤딩하듯 겪어내는 세상은 동물이 아니라 자립청소년이 어둠의 세계에 발을 딛거나 옳지 못한 방향으로 남을 해하고 기득권을 취하는 것과 같은 씁쓸한 결말을 염두해두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보호자에게 버려진 존재는 온전한 세상에 도킹 못 하는 요소를 모두 습득하여 삶을 이어가는 마티가 마냥 고양이로만 보이지 않는다는게 씁쓸한 이유가 된다.
밤섬이 어떤 곳이었더라? 노래로 섬을 재건하는 무당이라 봐야하나 종교인이라 봐야하나? 인간이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 앞서 나온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미래따위 없고 현실이 버겁고 하루하루 허덕이는 이야기들이었다. 읽는 과정에서 지치고 암울해진이 우려되었는지 8층 존재들 중 '그나마' 희망의 싹을 틔울 마지막을 남겨 둔 듯 했다. 틀림없는 사실은 빛은 다시 돌아오고 희망이 있다면 절망은 저물기 마련이라는 느낌에서 마지막을 '되살아 나는 섬'으로 미리 못박아둔게 아닐까를 생각하게했다.
연민의 감정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 본 다는 것에서 오는 모멸감의 감정 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은 시작은 연민이고 결말은 안타까움으로 마무리하도록 설계되어있다. 뤼미에르 8층의 기운이 유달리 스산하고 기묘한게 아니라 그냥 이 도시 전체가 그러한데 8층의 입주민들이 조금 더 도드라질 뿐이고, 저자의 눈에 띄였을 뿐이겠지.
우리도 가끔 지인들과 이야기 할 때 희안하게 불행 배틀하며 자신의 고단한 생의 역사를 읊을 때가 있다. 결국 그거였다. 그러한 고단함 속에서도 '나는 지금 이렇게 잘 살아오고 있지 않냐?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대단해! 그러니 나 좀 기특하게 여겨줘!' 라는 의중이 숨겨져있다.
그러니 이들에게도 각자의 숨구멍을 찾고 있는 중일테니 마냥 짠하게만 보지 말고, 잘 하고 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나중엔 괜찮아 질 거라며 허망한 희망의 말이라도 더 얹어주고 싶어진다.
📖하니포터 11기로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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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곰님 2025-10-11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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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재밌겠네,하는 생각을 의심의 여지없이 떠올리게 되는 소설집이다. 널리 알려진 작가의 이름도 그렇지만 동물과 인간이 섞인 기괴한 존재들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소개도 흥미롭다. 예전에 읽었던 만화 중에 이런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 있는데 그 시리즈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기대됐다. '뤼미에르 피플'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만화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강돌고래(10)와 코스타리카 황금두꺼비(12) 같은 것들 사이에 은근슬쩍 박쥐 인간을 끼워넣는다. 그럼 책을 읽다말고 검색창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찾아보게 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살펴가며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동안 실소가 나온다. 당연히 박쥐 인간은 찾아보지 않았지만, 찾아봤자 배트맨이나 드라큘라 같은 것만 나오지 않을까, 이 자연스러운 침투력에 애꿎은 강돌고래와 코스타리카 황금두꺼비만 의심을 사는 것이 공교롭고 재밌다.
'[동시성의 과학, 싱크](300)'는 있지만 '무영검 파천황(302)' 게임은 없었다. 그러다 책 안에서 만난 불확실해하는 모든 것을 검색해보는 것처럼 누군가는 '레드망고(321)'를 검색해볼지도 모른다 떠올리니 섭섭해져서 이 요상한 확인 작업을 그만두었다. 기왕 개정판으로 다시 나오는 김에 요아정이나 요거트월드로 돌아왔어도 모른척 했을텐데, 하지만 그것은 분명 존재했었다고 환상이 된 현실 중 하나였다고 입맛을 다시며 추억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딨어 싶다가도 이런 일도 있겠지 싶은 이야기도 있다.
" 여자아이는 이제 왜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지 이해했다.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다음 단계, 다음 목표가 필요하다. 어디든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 큰 틀에서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들의 사랑에는 다음 단계라는 것이 없었다. 77"
환상적이고 묘한 이야기들 사이에 빡과 쩜, 나이트클럽 웨이터와 룸살롱 아가씨의 이야기를 읽다 그럴수도 있구나,하고 세상의 한 면을 이해하게 되는 상황을 만난다. 이게 다 귓가를 울리는 모기소리 덕분이라니.
가장 읽기 괴로웠던 것은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이었다. 사실 비급 감성이 담긴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쥐여서일까, 일단 혐오감이 드는데 내용 자체도 엽기적이라 읽는동안 불유쾌함이 컸다. 하지만 이 단편들이 영상화된다면 아마 808호의 이야기를 보고 싶을 것 같은 자극적인 면이 있다. 처음 '뤼미에르 피플'을 봤을때 기대했던 스타일의 내용과 가장 비슷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최근에 봤던 책의 내용 중 기억 남는 것을 꼽는다면 이 내용을 소개할 것 같다.
내용이 독특한 단편이 있다면 형식마저 독특한 단편도 있다. 이야기 안에 이야기가 있었던 802호도 재밌었고, 잡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804호도 독특했지만, 805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반으로 나뉜 두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처음에는 오기로 한쪽씩 통으로 읽었다가 한 이야기를 쭉 이어서 읽어야겠다 싶어져 결국은 한 편을 세번 읽어야 했는데 이런 시도를 하도록 만드는 점도 매력으로 느껴졌다.
책에는 뤼미에르라고 되어 있지만 신촌에 있는 르메이에르 빌딩이 연상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광화문의 르메이에르를 떠올린다. 다 다른곳이지만 이 생각들이 '뤼미에르 피플'을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오가도록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뤼미에르 피플'은 그 자체가 재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좋지만 읽는 사람에게 '어쩌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면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심어준다는 점이 좋다.
개정판으로 다시 돌아온 장강명의 세계, 독특한 환상 소설의 세계로 비가 잦은 가을의 휴일을 시작해봐도 좋겠다.
덧붙여 그믐의 김새섬 대표에 대한 기도를 함께 남긴다.
*펫숍 오브 호러즈 / 아키노 마츠리 작 /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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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 2025-10-1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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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인간의 경계에서 찾은 희망
책장을 열자마자 특유의 기시감이 몰려왔다. 그렇지, 장강명은 원래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기괴하고 불편하며 어쩐지 꺼림칙한데 그래서 더 눈을 떼기 힘든 10편의 이야기들이 이어서 펼쳐진다. 책은 뤼미에르라고 이름하는 신촌의 한 빌딩 뤼미에르 빌딩 801호에서 810호까지에 거주하는 사람 혹은 동물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존재들에 관한 연작소설이다. 가출 청소년, 청각장애인, 무당, 여론조작팀 같은 주변부 인물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고양이나 쥐, 반인반서 같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존재들도 등장한다. 맞다. 처음엔 꽤 당혹스럽다.
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를 책을 읽다 보면 어쩌면 이 괴상한 이야기가 실제로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한 단면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완전한 인간, 완전한 괴물도 없는 세계. 서울의 한복판에서 마치 실존하는 듯한 판타지적 설정은 왜곡된 거울처럼 우리의 얼굴을 비춘다. 고개를 돌리고 싶으면서도 정직하게 투영된 모습 앞에서 도망칠 수 없다. 이 책이 께름칙한 이유는 단순히 괴기소설 같은 설정이 그 괴물들의 얼굴이 지금의 우리와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직접 "제가 사랑하는 캐릭터는 한 줌인데 전부 <뤼미에르 피플>에 있다" 고 말하는데 기자 출신인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게 소설이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치밀하게 취재하여 실제로 그들을 만나 관계한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치밀하고 촘촘하다.
〈801호 박쥐 인간〉은 현재만을 살며 미래를 거부하는 소년의 이야기다. 그는 교통사고로 남자친구를 잃은 임신부를 만나고, 그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공상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묻는다. 〈802호 모기〉에서는 성공만을 좇아 달려온 건설업체 임원이 어느 날 갑자기 전신마비가 되어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803호 명견 패스〉에서는 저신장 여성과 청각장애인 재홍의 관계가 복잡한 삼각 구도로 흘러가며 인간관계의 불가해함을 보여주며 〈807호 피 흘리는 고양이 눈〉은 길고양이들의 세력 다툼을 통해 어느새 계급사회로 둔갑한 인간 사회의 갈등을 비춘다.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은 주민등록번호도 호적도 없는 반인반서의 삶을 통해 사회적 배제와 계급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분명히 소설인데 이런 이야기들은 왠지 익숙하다. 어쩌면 이 불편함은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정직한 질문일지 모른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되기 쉽지 않지만 우리 괴물이 되지는 말자고'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난 이들을 보며 우리는 혐오와 연민 사이를 오가지만 결국 그들이 우리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판타지적 장치 속에서 우리는 부와 가난, 젠더와 계급, 차별과 혐오 같은 현실의 첨예한 문제들을 목격하게 된다. 이 처연한 캐릭터들의 몰골이 이 괴상한 이야기를 꾸역꾸역 읽어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뤼미에르의 주민들의 이야기는 불행과 상실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그들은 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 빛(lumière)을 찾으려 분투한다.
그리고 그 빛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 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끝내 붙잡아야 할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말한다.
자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니 당신은 무얼 할 거지? 이 책은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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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고아빠 2025-10-03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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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장강명
먼저, 이 책을 좋게 읽었기에. 그리고 종교도 있고 그 정도의 여유는 있기에. 김새섬 그믐대표가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주십사 빈다.
801호부터 810호까지, 이렇게 모아두기도 힘들 정도로 독특한 인물들의 향연이다.
801호 슬픔이 필요해서 세브란스 장례식장 근처를 맴돌던 박쥐인간과 만난 슬픈 임산부
802호에 사는 게 힘든 여자아이 쩜이 만들어 낸 이야기 속 거지같은 상황에 빠진 남자와 모기
803호 키도 크고 꽤 잘생긴, 그리고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청각장애인 재홍과 138cm 엄지공주(와 802호 쩜)
804호 죽은 동생의 연인이 쓴 작품 「뤼미에르 피플」의 출간허락요청과 이현수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동시에 받는 나연
805호 아내와 어린자식 앞에서 돈다발로 맞으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재벌2세들과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느라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남자
806호 삶이 어렵지 않은 여자, 소연경과 인터넷 여론 조작기관팀 알렙의 멤버들
807호 결막염으로 인해 버려져 길냥이 세계에 뛰어든 마티
808호 쥐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반인반서(쥐)들의 인간세상 생존기
809호 아직 인정받지 못하는 천재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복잡한 패턴을 한 눈에 인식하는 능력이 미래에는 필요할 것이라 믿으며 훈련하는 상호
810호 차기 밤섬 당주가 될 운명인 현수.
「뤼미에르 피플」은 한마디로 기이하고도 절묘한 인간 군상의 실험실이다. 801호부터 810호까지 열 개의 방 안에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이 산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있지만 그 결핍은 이 소설의 세계를 굴러가게 하는 동력처럼 작용한다.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기이한 인물들의 연작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층위를 실험적으로 분할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읽는 내내 이건 현실인가, 환상인가를 자꾸 되묻게 된다. 그러나 장강명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이미 충분히 비현실적인 존재임을 증명한다.
「뤼미에르 피플」 의 매력은 각 호실이 완전히 독립된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이어진다는 데 있다. 슬픔, 욕망, 생존, 서사, 비인간성. 이 모든 키워드들이 서로 다른 인물들을 매개로 교차한다.
그렇기에 「뤼미에르 피플」은 실험적이고도 인간적인 세계다.
저자는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그것을 기묘한 상상의 틀 안에서 다시 비틀어낸다.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과 인간을 향한 연민, 건조한 유머가 교차한다.
장강명은 이 책에서 인간을 단순히 ‘살아 있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쉽게 비인간이 되고, 또 얼마나 끈질기게 인간으로 남으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박쥐인간, 반쥐 인간, 길냥이 마티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감정과 욕망은 가장 인간적이다. 반대로 인간인 인물들은 종종 가장 괴물 같은 선택을 한다.
결국 이 작품은 ‘무너지는 시대의 인간들’을 위한 일종의 실험 보고서다. 장강명은 사회 구조 속에서 기묘하게 변형된 감정들을 해부하듯 펼쳐놓고, 그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감정의 형태를 찾아낸다.
읽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 한쪽이 낯설게 쿡 찔린다. 우리역시 뤼미에르 피플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소설집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거대한 관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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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난뿔 2025-10-1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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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강명의 《뤼미에르 피플》을 소개하는 이 글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경계'에 대한 것이었다. 뤼미에르 빌딩 8층에 거주하는 10세대의 인물들은 모두 사회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존재들이다. 그들은 정상과 비정상,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박쥐 인간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가출 청소년, 반은 인간이고 반은 쥐인 반인반서들, 청각장애인과 왜소증 연인 등은 모두 주류 사회가 정의한 '정상성'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다. 이들의 존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의 기준들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배타적인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들을 불쌍한 존재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만의 논리와 생존 방식을 가진 독립적인 개체로 묘사한다. 박쥐 인간이 "인간이 훨씬 더 음흉한 존재"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과연 누구의 관점에서 설정된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신촌이라는 공간의 선택도 흥미롭다. 대학가이자 번화가인 신촌은 청춘과 활력의 상징이지만, 작가는 그 화려한 표면 아래 숨겨진 어두운 이면을 포착한다. 뤼미에르 빌딩의 주민들은 모두 이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의 존재는 현대 도시가 만들어내는 소외와 배제의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805호의 서술 방식이다. 채무자와 재벌 2세의 이야기를 좌우로 나누어 동시에 서술하는 방식은 기교적인 실험만은 아닌 것 같다. 같은 사회 안에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맞는 사람과 때리는 사람,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의 아이러니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807호의 이야기에서 길고양이 업무를 둘러싼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부분은 현실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을 보여준다. 푸른환경과와 보건위생과 사이의 업무 떠넘기기, 과장의 해외 연수로 인한 공석, 동창 관계를 이용한 업무 이관 등은 우리 사회 관료제의 비합리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런 디테일들이 작품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작가는 거대한 사회 문제를 추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접근한다. 이는 기자 출신이라는 작가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취재를 통해 축적된 현실에 대한 이해가 작품의 사실감을 높여준다.
808호의 반인반서 이야기는 이 작품이 가진 환상적 요소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현실적이다. 생김새 때문에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어 절도나 원조교제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현실의 소외계층이 처한 상황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환상적 설정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반인반서라는 존재는 사회의 경계선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은유이다. 그들이 "주민등록번호도, 호적도, 졸업장도 없는" 존재라는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제도적 승인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존재론적 불안을 형상화한 것이다.
810호의 섬 이야기는 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섬이 꾸는 꿈에 대한 묘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시다. "섬은 궁극의 악기가 되고자 했다"는 구절에서 시작되는 일련의 서술은 자연과 예술,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아름다움이 인간적인 특성이라고 오해한다"를 통해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섬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섬이 자신을 악기로 만들어 영원히 노래하고 싶어 한다는 설정은 예술의 본질적 욕망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야기의 연결은 희미하다. 각 호수의 주민들은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서로 거의 만나지 않는다. 이는 현대 도시인들의 익명성과 고립을 반영한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인들의 삶의 양상을 작품의 구조 자체가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느슨한 연결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특징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에 갇혀 살아가면서도, 보이지 않는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뤼미에르 빌딩이라는 공간적 틀은 이런 현대인의 존재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뤼미에르'는 프랑스어로 '빛'을 의미한다.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빛은 무엇을 의미할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의지가 바로 그 빛일 것이다. 각 인물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박쥐 인간은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전신마비 환자는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이들의 변화는 극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진실하다. 작가는 거창한 구원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작은 변화와 깨달음을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뤼미에르 빌딩의 '빛'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산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의 의지,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빛이 아닐까. 장강명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어떤 의미에서는 뤼미에르 피플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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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gi386 2025-09-28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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