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할매
황석영 (지은이)창비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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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최종후보, 황석영 신작 소설"
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 (47쪽)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 2025년 문화예술 분야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황석영의 2025년 최신작. '끝까지 현역으로 글을 쓰다 죽겠다'는 소감을 밝힌 거장은 북방 대륙의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날개짓으로 금강 하구에 뿌리내려 이 땅과 연을 맺은 팽나무 '할매'의 600년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톺아본다.
생명은 제각기 주어진 시간대로 삶을 산다. '지상의 시간으로 빠르게는 두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반쯤' (40쪽) 사는 하루살이의 시간, 한해살이인 풀꽃의 시간, 길어야 수십 년인 인간의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팽나무는 제 자리에서 나이테가 쌓이는 것을 겪는다. 승려 '몽각', 당골네 '고창댁', 순교자 '유분도', 동학농민군 '배경순'의 시간을 지나고 일제 강점기에 군산 비행장 활주로가 닦이고, 해방 후 미군기지가 확장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개가 말라죽는 모든 시간을 팽나무는 견딘다.
군산에 정착한 소설가 황석영은 팽나무를 지키는 문정현 신부의 사업과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수라> 등의 도움으로 이 이야기를 완성했노라 밝힌다.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머문다. 이 새삼스러운 시간성을 인식하면서 세계를 둘러볼 것을 촉구하는 명상적인 소설과 함께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 소설 MD 김효선 (2025.12.09)
카미카제가 군산에서 키워졌다고? ㅣ 아는 만큼 보이는 교양 (황석영 작가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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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문학의 가장 높은 산, 만해문학상·대산문학상·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황석영이 장편소설 『할매』로 돌아왔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전세계를 열광시킨 『철도원 삼대』(창비 2020)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저자는 한국 근현대 노동자의 삶을 묵직한 서사로 꿰뚫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장구한 역사와 인간 너머의 생명으로 이야기의 지평을 한층 넓혔다. 지구적 생명을 감싸안는 황석영 문학의 새로운 경지라 이를 만하다.
이 소설은 한마리 새의 죽음에서 싹터 600년의 세월을 겪어온 팽나무 ‘할매’를 중심축으로 이 땅의 아픈 역사와 민중의 삶을 장대하게 엮어낸다.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이 별개일 수 없으며 모든 존재가 거대한 인연의 그물망 속에서 순환한다는 웅숭깊은 깨달음을 전하며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하고도 아름답게 존재의 근원에 대해 질문한다.
또한 황석영 특유의 힘 있는 필치와 압도적인 서사는 읽는 이를 단숨에 시공을 가로질러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격동의 역사 현장으로 데려다놓는다. 한반도의 비극적 역사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풀벌레의 날갯짓부터 갯벌의 숨소리까지 소설이 포착할 수 있는 세계가 이토록 넓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목차
할매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책속에서
첫문장
새 한마리가 날아왔다.
P. 31 개똥지빠귀의 분해된 몸이 녹아들어 기름진 땅속으로 뿌리가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나갔고, 어린 팽나무 싹은 여름이 되자 묘목이 되어 몇개의 가냘픈 가지와 잎사귀가 돋아나와 바람에 팔랑대고 있었다. 바람과 햇빛과 물안개와 가랑비와 폭풍까지 견디며 버티어낸 어린 팽나무는 다시 겨울이 오자 추위에 죽어버린 듯, 삭풍 속에 꽂혀 있는 메마른 작대기처럼 보였다. 그러므로 이 팽나무는 스스로 죽음 같은 겨울의 정지와 봄마다 찾아오는 새 생명의 활기를 깨닫게 되었다. 접기
P. 77~78 몽각은 그 풀이 하나의 나무 모양을 하고 제 키만큼 자랐을 때, 잎을 따서 높다란 고목 팽나무의 큰 가지 위에 올려주며 중얼거렸다. 할매, 이것이 당신 자식이라오. 내가 키웠어요. 몽각은 이 빈터의 오랜 주인이었던 고목에게 자기도 한식구가 되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P. 81~82 그는 걸어가서 나무 둥치에 등을 대고 가만히 앉아보았다. 나는 없다. 나무도 풀도 물도 바람도 돌도 모두 나와 같다. 지금 여기에 모두 다 그냥 있다. 서로가 무심하고 편안하다. (…) 그는 끝없는 갯벌을 향하여 아주 멀리까지 걸어 나갔다. 아무런 생각 없이 터벅터벅 걸었다. 온몸이 바람처럼 가벼웠다. 무엇인가 많은 것이 빠져나가버렸다. 접기
P. 156 그는 또한 시천주를 사람뿐만 아니라 만물에게로 확장하여 모든 만물이 하늘님을 모시지 않은 존재가 없다고 했다. 어린이도 베 짜는 며느리도 집에 오시는 손님도 모두 하늘님이며, 하늘을 나는 새도, 들판에 피어 있는 한송이 꽃도, 그리고 졸졸 흘러가는 시냇물도 모두 하늘님이었다.
P. 162 동학군은 처음에는 징에 꽹과리에 북을 장하게 짓치면서 고개를 향하여 돌격했다. 따다닥 따다닥 하는 폭죽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탄환이 날아오는데 무슨 벌레 소리 같았다. 사람들이 픽픽 쓰러졌다. 맨 앞에서 화승총 가진 대열이 나아가면서 일제히 총을 놓았지만 거리가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농민군은 앞으로 뛰어나갔고 가을 추수 볏단 넘어가듯 대열이 일제히 쓰러지곤 했다. 접기
P. 208 비가 한줄금이라도 내리면 이제나 저제나 바닷물을 기다리던 갯벌 생물들이 모두 갯벌 위로 올라왔다. 갯벌 위로 올라온 작은 조개들은 몸을 세우고 필사적으로 펄로 들어가려고 애를 쓰지만 이미 말라버린 갯벌은 그 작은 몸마저 받아주지 않았다. 갯벌 생물들은 여기저기서 입을 벌리고 바닷물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장마가 지고 방조제 안의 염도가 낮아지면 모두 입을 벌리고 죽어갈 것이다. 접기
P. 83 몽각은 자기 몸이 곧 무너지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한 차례 통증이 지나간 뒤에 비틀거리며 일어나 팽나무에게로 갔다.
나보다 먼저 있고 나중에 없어질 할매여, 이제 내가 먼저 없어지네.
P. 5 [첫문장] 새 한마라기 날아왔다. - 너른길
P. 78 ˝그냥 자기를 먹이기 위해 일하며 사는 재미가 있었다.˝ - 히히힝
P. -1 새들이 왔다.
작은 새들이다.
열매 먹는 새다. - 우민(愚民)ng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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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황석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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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재학 중 단편소설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단편소설 「탑」이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 『객지』 『가객』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모랫말 아이들』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해질 무렵』 『철도원 삼대』, 자전 『수인』 등이 있다. 1989년 베트남전쟁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다룬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2000년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변혁을 꿈꾸며 투쟁했던 이들의 삶을 다룬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1년 ‘황해도 신천 대학살사건’을 모티프로 한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손님』 『심청, 연꽃의 길』 『오래된 정원』이 프랑스 페미나상 후보에 올랐으며, 『해질 무렵』으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2024년 『철도원 삼대』가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접기
수상 : 2018년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2017년 만해문학상, 2004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2001년 대산문학상, 2000년 이산문학상, 1989년 만해문학상,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최근작 : <할매>,<나와 리영희>,<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30 : 옹고집> … 총 278종 (모두보기)
인터뷰 : 우리 신화와 21세기 현실의 멋진 만남 - 2007.07.18
SNS : //twitter.com/Hsokyong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알의 씨앗이 품은 우주
나이테 안에 깃든 파란만장한 연대기
소설은 새 한마리의 여정으로 문을 연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눈보라를 뚫고 날아온 개똥지빠귀가 금강 하구의 빈터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새의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 뱃속에 품고 있던 팽나무 씨앗 하나는 긴 겨울을 견디고 싹을 틔워 마을의 수호신 ‘할매’가 된다. 소설은 이 팽나무가 한겹씩 나이테를 늘려갈 때마다 그 그늘 아래를 스쳐간 인간군상의 파란만장한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조선 건국 초기, 굶주림에 지쳐 절에 들어왔다 환속하여 갯벌을 일구던 승려 ‘몽각’은 나무 아래서 “나는 없다. 나무도 풀도 물도 바람도 돌도 모두 나와 같다”(81~82면)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나무와 영적으로 교감하며 마을의 길흉화복을 빌었던 당골네 ‘고창댁’,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유분도’, 그리고 ‘사람이 곧 하늘’이라 외치며 우금치 전투에서 산화한 동학농민군 ‘배경순’까지. 황석영은 역사책의 행간에 묻혀 있던 민초들의 삶을 특유의 입담과 생생한 묘사로 복원해내며, 이들이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으되 ‘할매’라는 거대한 생명의 뿌리 아래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서사는 더욱 격정적으로 휘몰아친다. 일제강점기에 수탈을 위해 닦은 군산 비행장 활주로 옆에서 팽나무 ‘할매’는 끔찍한 비극을 목격한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어린 나무가 어린 일본군 특공대 조종사들의 권총 사격의 표적이 되어 온몸이 짓무르고 썩어 들어가 끝내 베어진 것이다. 해방 후에도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미군기지의 확장과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폭력적인 개발로 인해 바닷길은 막혀버린다. 저자는 평생을 갯벌에 기대어 살아온 어민들의 절규와 함께 물을 찾아 기어 나온 수만마리 조개가 말라가는 갯벌의 참혹한 현장을 서늘할 정도로 정밀하게 묘파한다. 그러나 소설은 절망에서 멈추지 않는다. 갯벌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활동가 ‘배동수’와 순교자의 후손이자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유 방지거’ 신부는 파괴된 땅을 지키기 위해 연대한다. 철조망 속에 갇힌 팽나무를 찾아가 끌어안는 신부와,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갯벌 한가운데서 기적처럼 들려오는 뭇 생명들의 거대한 합창 소리는 인간의 탐욕으로도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생명의 끈질긴 생명력을 증언한다.
문명전환기에 마주한 깊고 뜨거운 위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한국문학의 웅장한 나이테
『할매』는 방대한 시간대를 다루지만 각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사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압도적인 흡인력으로 독자를 단숨에 600여년의 시간 속으로 빨아들인다. 소설은 역사의 비극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던 모든 생명의 온기를 끝까지 껴안으며 위로한다. 문명전환기에 선 우리에게 민담적 상상력과 생태적 사유를 통해 새로운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 작품은 “하나의 작은 씨앗이 얼마나 광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웅대한 시적 서사의 세계로 보여준다”(백지연 문학평론가). 한국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며 전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지금, 『할매』는 K문학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줄 기념비적인 역작이라 할 만하다. 한국적인 정서 안에 인류 보편의 생명 사상을 담아낸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세계적인 거장 황석영이 도달한 웅숭깊은 사유의 숲을 거닐게 될 것이다. 또한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 거대한 나무 한그루가 자라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이자 ‘근원’을 되찾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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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 년 된 포구마을 하제에서
‘할매‘ 팽나무가 육백 년을 버틴 역사를
원고지 한 장 한 장에 나이테처럼 새겨
‘할매’를 둘러싼 세월은
인연과 관계의 거듭됨과 되풀이라는 이야기에
내 지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문학이 지닌 기록과 성찰이 주는
울림을 몸으로 느낀 겨울밤
utkinda 2025-12-12 공감 (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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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관계의 이어짐은 좋았으나 사건을 서술하는 방식은 소설이 아니라 저널 같았다. 대하소설감을 압축해 쓴 느낌이기도 하다. 민담 활용과 자연 묘사는 돋보였다. 특히 팽나무 탄생 이야기와 몽각은 기억에 남을 것 같긴 하다만 좋은 소설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카루스 2025-12-11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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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아무르 강가에서 날아온 작은새의 죽음은 육백년된 팽나무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자연이 오케스트라 처럼 펼쳐진다.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엉켜서 오늘에 이른다. 책을 덮으면 울컥하는 울림과 내 마음에도 나무 한 그루가 생긴다.
lombardia02 2025-12-11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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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이기에 가능한 서사
책읽는고양이 2025-12-14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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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페이지 넘도록 이게 자연도감을 읽는 건가 싶으면서 인물이 나오지 않아 읽기 힘들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숨가쁘게 책장을 넘기며 순식간에 완독했습니다. 쉽지 않는 연세에 새로운 도전을 하신 것 같아 매우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범사에감사하라 2025-12-15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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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의 신작 너무 기대됩니다
판판야 2025-12-08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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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장길산>을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이게 읽었는지 황석영작가는 믿고 읽게된다. 얼른 구매해야지
도토리 2025-12-10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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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의 오랜 팬으로서, 그가 감옥 다녀와서 쓴 [오래된 정원] 이후 가장 좋고 뭉클하다. 어쩜 [철도원 삼대] 보단 이 작품을 부커상 후보로 밀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개인적으로 몽각 스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어떤 장면에선 [장길산]이 생각났다. 새만금을 살리자...
우엉이 2025-12-23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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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
우상향 2025-12-10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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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의 삶들은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들이 흘러가는 삶이다, 작가는 이런 삶을 통해 앞으로의 바람직한 삶에 대한 소망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소망은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그 삶의 내용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담담한 암시다.
kkk1129 2025-12-14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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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란 한나절 꿈과 같은 것이라네
아~ 그렇게 세상에 하나의 모습을 입어 태어나 풍파 속에서 사랑하고 꿈을 꾸고, 투쟁하다 다시 형태를 갖기 이전의 본래로 돌아가는 것을, 무한한 양태로 연결의 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을, 한낱 꿈과 같은 찰나의 연(緣)인 것이 것만 뭐 그리 대단한 영화(榮華)를 천세만세 만만세 누릴 것인 양 인간들은 교만을 떨어대고, 잔악과 폭력을 휘둘러대는 것인가. 장구(長久)해 보이기만 하던 육백년의 시간을 견뎌온 팽나무 할매에게 명멸하는 존재들의 덧없는 생의 분투는 얼마나 시린 것이었을까, 모든 만물은 거대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서로 연결된 하나인 것을 알지 못하는 존재들의 미련스러움과 탐욕스러움도 한단지몽(邯鄲之夢)인 것을 말이다.

【군산시 옥서면 하제 마을 600년 팽나무, 군산시 지정 보호수】
아무르 강변 산자락이 끝나는 낮은 관목 숲으로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날아든다. 소설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된다. 천적의 공격을 피하고, 짝을 찾아 새끼를 낳고,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을 향한 생을 건 비행을 한다. 조선 반도 서해안 하구에 긴 여정에서 바닥난 신체를 보충한다. 겨울이라 바짝 마른 열매를 달고 있는 팽나무는 개똥지빠귀의 고마운 양식이다. 그의 짝 암컷 개똥지빠귀 개암이날개의 고통스런 외침이 들려온다. 황조롱이에 낚아 채여 도움을 요청하는 울음이다. 그는 날아올라 황조롱이로부터 개암이날개가 풀려나도록 만들고 자신은 황조롱이에게 쫓긴다. 집요한 공격과 도주비행, 개똥지빠귀는 날개에 치명적 상처를 입어 동료들이 있는 하구 부근 곰솔이 무성한 숲에 이르지 못할 것임을 안다.
그는 “잡풀이 듬성듬성 자라난 빈터에 떨어진다. 기진맥진한 작은 새의 몸 위에 눈보라가 들씌워졌고 체온이 떨어진 개똥지빠귀는 숨이 끊어졌다. ...죽은 새는 눈 밑에서 썩어갔고, 그의 뱃속 팽나무 열매 몇 개 중 거죽이 사라진 딱딱하게 굳은 씨앗은 부드러운 모래 흙속으로 들어가 습기에 불고 싹이 트고 실 같은 뿌리가 생겼다. 개똥지빠귀의 분해된 몸이 녹아들어 기름진 땅....바람과 햇빛과 물안개와 가랑비와 폭풍까지 견뎌낸 어린 팽나무는 스스로 죽음 같은 겨울의 정지와 봄마다 찾아오는 생명의 활기를 깨달”으며 거목으로 성장한다. (31쪽에서)
인간의 시간으로 조선초엽 어느 시절의 한반도 서해안 한 하구(河口)에서 이렇게 역사의 시침은 흘러, 지배층의 무능과 착취에 내몰린 헐벗고 굶주린 민초들의 생을 건 행로에서 한 노승은 유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다섯 살 아이를 거두어들인다. 긍휼(矜恤), 측은지심이다. 보경사 광덕스님은 아이에게 몽각(夢覺)이라는 불가(佛家)의 계명을 준다. 아이는 불법과 경전에 뜻을 두지 못하고, 노스님은 몽각에게 절의 식량과 채소를 가꿀 밭을 내준다. 몽각은 성실히 절에 자신이 수확한 양식들을 나른다. 수박과 참외를 한 지게 지고 공양간에 건네주던 그 어느 날 불공드리러 온 강릉부사의 여식과 만나게 되고, 몽각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고 애태운다. 그렇게 일심으로 여인을 그리워하며 절을 올리다 법당에서 잠깐의 잠을 이룬다. 아마도 몽각이 꾸는 이 한나절의 일취지몽(一炊之夢)이 소설의 주제를 관통하는 생의 깨달음, 팽나무 할매가 지켜본 삶의 궁극에 대한 견성(見性) 그것일 것이다.
꿈을 통해 깨달음에 이른다는 이름처럼 몽각은 소녀와 이룬 금슬지락과 나라의 폭력에 내몰린 유민의 곤궁함, 그리고 이별이라는 한 생애를 현생처럼 겪는다. 세속의 한평생 덧없는 희로애락을 겪은 몽각은 홀로 수도(修道)의 길에 나선다. 몽각의 견성은 이미 그에게 내재해 있었을 것이다. 그가 여정에서 보게 되는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수백만 백성의 끔찍한 재해와 외딴 섬 팽나무 할매가 있는 하제로 불리는 장소의 절대 고독의 삶과 갯벌에 앉아 그를 연명하게 했던 생물들에게 자신의 몸을 보시하는 장면은 모든 미혹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어떤 숭엄함에 젖게 한다.

칠게들이 그의 주검을 덮어버리고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듯, 하제 앞 수라 갯벌에는 철새들이 날아들고 먼 비행과 폭풍우에 지친 도요새의 주검은 생합들의 몸이 된다. 바닷물이 밀려나가자 호미로 갯벌을 긁어 생합을 캐는 아낙들의 분주한 손이 작은 섬 하제의 팽나무 빈터에 사람들이 어느덧 들어와 마을을 이루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제 개똥지빠귀의 주검을 거름삼아 성장했던 팽나무가 삼백 살의 거목이 되었다. 망념(妄念)과 미혹(迷惑)으로 분주한 인간들의 그 악착같은 욕심의 시간들이 한없이 축소된다. 결국 본래의 성품인 우주자연 그 어느 곳의 일원으로 합류할 존재인 것을.
소설의 후반부는 서낭목이 된 팽나무 할매를 중심으로 하제 포구와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찰나처럼 흐른다. 동네 사람들이 섬기는 팽나무 할매를 몸주 삼은 당골네에 시집온 고창댁 자근연이가 낳은 배춘삼과 그녀 남편의 시신을 거두어 주었던 뱃사람 유 사공의 정성스럽고 충실한 여느 보통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사대부들의 가렴주구로 혹독한 궁핍에 내몰린 백성들의 오갈 곳 없는 의지를 기댈 수단이 되었던 천주교와 서학의 탄압 속에 이 민초들의 가계(家系)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신산한 삶이 무한히 내어주는 자연, 갯벌과 드넓은 어장에 기탁하여 다시금 생을 지속해 나간다. 어언 팽나무의 수령이 오백년에 이르렀을 때, 그 잘난 조선의 사대부들과 왕은 외세를 불러 구국(救國)의 길, 온 백성이 형제자매이고 만물이 평등한 세상을 향한 외침을 무차별 학살하며, 나라를 팔아먹기에 이른다. 시천주(侍天主), 누구나 자기 안에 하늘님을 모시고 있다! 동학의 우주만물의 평등과 그 존귀함의 정신은 망령된 집념에 사로잡힌 사대부 기득권자들에 의해 파괴된다.
하지만 그러한 인간들의 야욕의 시간이라고 달리 흐르겠는가. 그것들 또한 썩어 흙과 강과 대기의 한낱 원소로, 그 본래의 성격으로 돌아가고 마는 것을. 하제 위에 있는 중제와 상제에 조선을 식민통치하던 일본은 군용기 활주로를 건설하고, 팽나무 할매는 그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난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흐르고 패망한 일본이 물러난 자리에 미군이 들어서고, 미군 군용기 활주로 확장과 갯벌을 막아 농토를 만든다는 미명 하에 간척지 사업으로 사람들과 온갖 생명의 터전을 탐욕으로 물들인다. 병인년 박해로 한 가계가 무너져 내리고 살아남은 유일한 핏덩이가 살아 그의 후손인 신부가 되어 국가폭력과 생태파괴를 무참히 저지르는 탐욕의 정치에 맞서는 길 위의 신부가 되고, 인적이 사라진 저녁 갯벌에서 들려오는 생명들의 대합창 소리를 들은 춘삼의 후손 배동수의 연대의 목소리가 더해져 숭고한 만물의 대합창이 되어 울려온다,
소설의 목소리는 견성이요, 시천주이고, 만물의 인연이며, 존재의 일원성에 대한 깨우침일 것이다. 이제 섬이었던 팽나무 할매가 있는 하제는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이 저지른 갯벌의 간척화로 인해 섬의 흔적은 사라지고 군산 옥서면 선연리 하계 마을이라는 육지가 되었는가보다. 새와 나무와 갯벌과 인간, 지상의 모든 개체들의 그 짧은 순환의 순간으로 경유하는 생의 찬연(燦然)함과 인연과 궁극의 본성을 생각게 된다.
오늘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명상과 성찰의 시간을 좀체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온갖 인위적 관습에 순응하며 저마다 분주히 자기 욕망에 몰두할 때 타자의 세계는 저만치 물러나 보이지 않게 된다. 그 얼마나 짧은 순간 우리들은 이 형상을 함께하며 살아가는가. 이름없이 서있는 나무들과 풀과 꽃, 곤충들과 새, 강과 갯벌과 바다의 수많은 개체들, 이 모두가 우주의 근원인 하늘님을 지닌 존재인 것을. 꼭 사람을 하늘처럼 여기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이기만 하겠는가. 事萬物如天인 것을. 생태소설이며, 인간과, 동물과, 식물의 모든 목소리로 들려주는 한반도 우리네 터전의 통사(通史)이고, 생명에 대한 찬란한 서정시이자, 만물의 감응과 인연에 대한 견성의 경전이다. 오늘 우리네 지성의 깨우침은 여기에 이르렀다.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귀 기울이면 듣지 못했던 무수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그들과 이 작은 몸뚱이가 하나로 연결된 존재임을. 이 겨울 점점 더욱 땅의 흙내가 내 코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저 개똥지빠귀의 시간에 합류하게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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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식 2025-12-20 공감(2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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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순환, 다시 살피는 우리의 삶
나무와 순환, 다시 살피는 우리의 삶
황석영의 장편 <할매> 리뷰
겨울 철새들이 시베리아의 아무르강 얼음막을 뚫고 남하할 때, 그 먼 길을 따라 한 알의 열매가 작은 새의 몸속에서 여행을 이어온다. 소설 <할매>는 바로 그 작디작은 기원의 흔적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개똥지빠귀가 남긴 씨앗 하나가 모래의 숨을 들이마시며 싹을 틔우고, 그 싹이 세월의 바람을 견디며 팽나무가 된다. 이 나무는 마을보다 먼저 도착하여 사람들의 막막한 삶을 품고 또 떠나보내며, 긴 시간을 몸에 새긴다. 소설은 그 나무의 주름지고 견고한 몸을 매개로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포개어 살아온 흐름사를 웅숭깊게 더듬는다.
■ 자연의 순환 속에서 태어난 ‘할매 나무’
팽나무는 처음부터 거창한 영물이 아니었다. 어린 풀과 다르지 않은 가냘픈 존재였으나, 매 겨울의 시련과 다시 들어찬 봄빛이 층층이 쌓이며 오래된 시간을 지녔다. 그 겨울의 결마다 작은 새 무리의 기척이 배어 있고, 나무의 생을 흔들림 없는 연대기로 바꾸었다. 나무의 역사는 곧 자연의 순환이 만들어낸 암묵의 연대였다.
소설은 나무를 ‘증인’으로 세운다. 세월이 어느 방향으로 구르든, 그 위를 지나가는 생명들이 결국 서로의 흔적이 되고 토양이 되는 사실을 보여준다. 새의 죽음이 나무를 낳고, 인간의 마지막도 다시 새와 갯벌의 입이 된다. 전혀 다른 생들이 서로의 삶을 갈아올려 이어가는 장면들이 거대한 숨의 교환처럼 그려진다.
■ 인간의 삶이 얹히는 자리: 몽각에서 배동수까지
나무 주변에는 언제나 인간의 사연이 겹겹이 깃든다. 굶주린 어미에게서 건네받아 스님에게 길러진 아이 몽각, 자신을 키워준 공양주 보살의 기억을 나무 심기라는 작은 의식 속에 새긴다. 그의 마지막이 갯벌의 생명(칠게)들과 뒤섞여 다시 새들의 먹이가 되는 장면은, 생의 끝이 곧 다른 생의 출발임을 일깨운다.
세월이 내려앉은 뒤, 팽나무 곁에는 마을이 형성되고, 당골네 고창댁과 사공들, 천주교 박해를 겪던 유분도와 그 가족, 동학농민군에게 합류한 배경순의 계보가 한데 모여 살아간다. 이들의 삶은 평범한 역사의 뒷면임과 동시에 세상의 주인공처럼 빛낸다. 억압과 가난, 박해와 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은 늘 자신을 지탱해 줄 믿음, 흙냄새, 음악(풍물패), 마을을 찾아 헤맸다.
현대에 이르러 배동수와 방지거 신부(유산하, 길 위의 신부)가 등장한다. 산업화의 폭풍 아래 갈라지고 밀려난 농민들,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고향을 잃는 어촌 사람들, 갯벌을 떠난 새들. 이 시대의 고통은 더 거칠고 두텁다. 그러나 그 거친 풍경 속에서도 두 인물은 갯벌의 합창을 기억하며, 사라져 가는 생명의 숨을 붙들기 위해 걷고 또 엎드린다(삼보일배). 그들의 몸짓은 오래된 나무가 지켜온 세계를 잇는 마지막 외침처럼 읽힌다.
■ 소설이 보여주는 세계: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지탱하는 방식
전체를 꿰뚫는 핵심은 ‘연결’이다. 자연과 인간은 독립된 두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죽음으로 살아가고 서로의 생명으로 기억되는 관계라는 사실을 소설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갯벌의 미물, 새들의 이동 경로, 절망을 건너온 인간들, 종교와 신명의 힘, 그리고 나무 한 그루의 내력. 이 모든 것은 분리된 조각이 아니라 하나의 긴 숨결을 이룬다. 작가는 그것을 과장 없이, 오래된 흙냄새가 풍기듯 담담하게 풀어낸다.
더 나아가 이 작품은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는 문학적 기념비에 가깝다. 서학과 동학, 박해와 농민 봉기, 산업화와 환경운동 등 복잡한 사건들을 거대 서사가 아니라 ‘한 그루 나무와 그 주변의 삶’이라는 축 위에서 재해석해 낸 점이 돋보인다.
■ 다른 작품과의 대응: 황석영 문학의 연속성과 변주
황석영의 문학은 언제나 민중의 삶과 역사의 상처, 땅의 숨결을 중심에 두었다. <장길산>·<손님>·<바리데기> 등에서 드러나는 민중 서사와 신화적 상상력의 전통이 이번 작품에도 이어지되, <할매>는 서사의 결이 다르다. 혁명적 함성이나 즉각적 항쟁의 박동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한 그루 나무가 오랜 계절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시간을 응고시키며 이야기를 펼친다. 사라져 가는 갯벌의 숨결과 나무의 쉰 목소리가 중심을 차지하고, 문장은 흙의 질감과 뿌리의 무게에 더 가까워졌다. 그리하여 작가의 오래된 물음—살아남은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은 이번에는 나무의 체온과 마을의 기억을 통해 더욱 단단하게 되묻는다.
■ 맺음: 한 그루의 나무가 품은 세계
소설 <할매>는 한 마을의 역사나 한 종교 공동체의 비극을 다루지 않는다. 이 작품은 세계의 질서가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며, 또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가를 한 그루의 팽나무로 설명한다. 간척과 개발의 이름으로 깎이고 메워진 갯벌, 그 위에서 갈 곳을 잃은 새들, 사라져가는 마을과 불안한 미래, 그리고 그 와중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킨 나무의 육백 년.
나무는 마지막에 이르러 신부에게 속삭인다. 어디 있었느냐고, 늦었지만 돌아온 이에게 말을 건네듯. 그 목소리는 나무의 것이자, 이 땅의 것이며, 우리가 잊고 지낸 자연과 사람들의 시간이다. 이 소설은 그 시간을 다시 듣게 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목소리를 따라, 저마다의 오래된 ‘뿌리’를 더듬게 된다.
** 소설에서는 다양한 동식물이 등장하며 특히 새와 갯벌의 공생관계를 증명하듯 무수한 생명을 거론한다. 소설의 프롤로그를 장식했던, 팽나무의 시원이었던 개똥지빠귀의 여정은 그 뒤로 자취를 감춘다.
연안-갯벌 생태계 변화는 개똥지빠귀 같은 철새에게 치명적이다. 새만금 방조제를 비롯한 간척 사업은 단지 물의 흐름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갯벌 생태계 전체—그곳에 사는 무척추동물, 조개, 게, 각종 먹이 체계—를 파괴했다. 그렇게 되면, 철새들이 월동지나 중간 기착지로 삼던 연안이 더 이상 먹이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간척 이후 조개와 게가 사라졌고, 그들을 먹던 도요물떼새들의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과연 개똥지빠귀는 이 겨울, 지금 어디에서 지저귀고 있을까.
새 한마라기 날아왔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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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길 2025-12-08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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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스케일감의 만주 웨스턴이 시그니쳐인 황석영 작가가 조선야담과 생태로 재해석한 만담
꽤 좋았다. 만주 웨스턴이라 비유할 수 있는 폭넓은 스케일이
<바리데기> <강남몽> <장길산>이 대표적이다
광활한 스케일감의 만주 웨스턴이 시그니쳐인 황석영 작가가 조선야담과 생태로 재해석한 만담 설화다
생태서사, 구운몽 같은 레퍼런스도 읽히고
자신의 단편 <만각스님> 등의 재해석도 보인다.
미국의 서부웨스턴처럼 황량하고 넓은 땅에서 이루어지는 서사는
우리 영화에서는 <놈놈놈>정도에서 밖에 없는데
그나마 최근 영화 <탈주>가 아주 비슷하게 그 감각을 살려냈다.
국가의 크기와 관련없다. 작은 도시국가 홍콩의 왕가위 감독도 <동사서독>에서 구현할 수 있었던 광활한 스케일감이다.
이런 넓은 상상적 영역을 원고지 위에 구현할 수 있는 한국 작가는 많지 않고 최근 젊은 작가 중에서는 거의 못 봤다.
사태에 대한 해석과 감각보다
용언 위주로 쭉쭉 흘러가는 속도감 있는 진행이 좋다.
옛 조선야담을 생각케하는 이제는 귀해진 전통 스토리텔러의 귀환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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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매일씁니다 2025-12-18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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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역사를 지켜본 조용한 시선
황석영 작가의 신작 '할매'는 그가 부커상 후보에 지명 된후 5년 만에 나온 소설로,
독서감상이라기엔 뜬금 없긴 하지만 읽는 내내 '적어도 문학만큼은 AI에게 대체되기 쉽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던 작품이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인간만이 공유할 수 있는 깊은 '공감'의 영역은 결코 침범할 수 없음을 이 소설이 증명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군산 하제마을 언덕을 600년 동안 지켜온 팽나무, '할매'다.
작가는 인간의 찰나 같은 시간을 넘어 거대한 '대지의 시간'을 팽나무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나무는 천주교 박해부터 동학 농민운동, 6.25 전쟁을 지나 오늘날 새만금 간척 사업까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파괴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지만, 새가 죽어 나무가 되고 땅에 묻힌 사람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섭리를 통해 작가는 우리 인간 역시 거대한 자연의 일부임을, 자연을 파괴하는 건 결국 우리 스스로를 해치는 것임을 서늘하게 일깨운다.
평생 걸출한 입담으로 '황구라'라고 불렸던 이야기꾼 황석영 작가가 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쓴 이 소설에서 선택한 화법은 역설적이게도 '침묵'이다.
인간의 역사가 변명과 합리화로 점철된 언어의 기록이라면, 자연의 시간은 생명이 나고 지는 조용하지만 더없이 웅장한 '소리'로 존재한다.
소설 속 팽나무는 항변하지 않고 그저 존재함으로써 인간의 소음과 파괴의 흔적들을 덮어준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인 팽나무 할매는 단 한번도 자신의 소리를 내지않고 그저 묵묵히 존재하며 모든 시간을 지켜본다.
그런데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활자는 사라지고 나무의 우직한 숨소리만 이명처럼 남는다.
이 소설은 눈으로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 귀를 대고 들어야 할 지구의 깊은 울림이다.
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개발 논리에 매몰된 우리에게 작가와 할매는 묻고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서 무엇을 보고 있느냐고.
우리를 살게하고 말없이 지켜주는 이 소중한 땅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창비 독서클럽 #서평단 #도서 협찬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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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 2025-12-14 공감(6)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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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을 살아낸 나무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웠던 이야기
저자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지라.... 리뷰를 쓰려다 '바라데기'의 작가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저자의 '할매'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작한다. 보통의 소설들이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한다면, 이 작품은 출발부터가 사람 이전의 세계이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새 한 마리가 남하해서, 어느 겨울 죽으면서 떨어뜨린 씨앗.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바람과 비와 흙과 벌레들의 도움으로 뿌리를 내리고, 그렇게 천천히 자라서 600년 거목이 되는 것! 이걸 소설의 기원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저자는 아예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몇몇 장면을 길게 끌고 간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내가 책을 잘 못 알고 있었던 건가 의아하기도 했고, 익숙치 않는 전개에 잠시 정신이 표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런 시도 자체가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 사고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 등장하기 전에도 세계는 움직였고, 생명은 생겼다가 사라졌고, 시간이 쌓여 있었다는 것을 풀어나간 것이지. 저자의 노련함이 보이는 부분인 것 같았다. 생명의 시간 자체를 문학적 재료로 삼아 풀어나가는 것이, 예술가의 풀어내림 같았달까?
이야기는 하제마을로 이어진다. 팽나무, 즉 '할매'는 조선 초기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수백 년 동안 이 땅을 지나간 모든 인간사를 다 보고 듣는다. 농민들의 싸움, 동학의 피비린내, 일본 식민지배, 전쟁과 현대화, 간척사업, 미군기지 논란... 이 모든 것이 나무의 시선에서 펼쳐지는데, 이 부분이 새롭게 느껴졌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인간 인물을 중심으로 시대를 따라가는데, 나무의 시선으로 보니 모든 인간은 그저 한때 지나가는 존재일 뿐인 것이, 그러면서도 그 한때의 삶이 눈부시게 의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좋았던 건, 이 소설이 자연 예찬이나 생태 감상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 감각과 사회 분석,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나무가 본 인간들의 욕망, 사랑, 폭력, 생존의 몸부림은 너무나 생생하다. 이것이 생태주의 소설이 아닌 사회적 소설임을 나타내는 지점이리라.
인간이 아닌 존재의 시선을 빌려 기술되다보니 문장 자체도 시간의 호흡이 길고 느긋한 측면이 있는데, 그 느긋함이 장중한 나이테 켜켜이 쌓인 느낌이 든다. 때로 어떤 문장들은 바람이 스쳐가듯 가볍게 흘러가기도 한다. 이 리듬을 따라가는 것도 묘한 재미가 있어 낭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대의 폭풍을 견딘 나무를 바라보며 인간이란 존재가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저자에게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는 책이기도 했다.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과거로부터 이어져 미래로 향하는 현재에서 지금의 인간 세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지,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결정된다는 메시지가 스며져 있는 것 같았다.
#창비가제본리뷰 #광고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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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조아^0^ 2025-12-11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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