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김준형 (지은이)창비2021-03-29
책소개
대표적인 한‧미관계 전문가로 활동해온 국립외교원 김준형 원장의 역작. 한‧미관계 150년 역사를 촘촘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 대외정책의 핵심 상수이자 견고한 신화로 자리 잡은 한미군사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한다. 특히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최근 상황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사드 배치, 미‧중 전략경쟁,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남‧북‧미 대화 등을 충실하게 논평하고 있어 토론거리가 풍성하다.
저자는 한국의 관성을 일방적인 한‧미관계에서 초래된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진단한다. 한국은 오랜 시간 불균형한 한‧미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쓴 탓에 합리적 판단을 할 힘을 잃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추구할 기회는 물론,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대체로 실패해왔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동맹 중독’을 극복하고 상호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만이 건강한 한‧미관계를 만들어가는 길임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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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양면적이지만, 두개의 얼굴로만 설명할 수 없는 한‧미관계
제1부 만남에서 동맹까지: 개항~1979년
제1장 한국과 미국, 첫 만남과 첫 배신
한・미, 그 첫번째 만남 | 조미수호통상조약의 함의 | 미국의 성장과 해외 진출 | 미국의 배신 | 조선의 미국 사랑과 갱스 오브 뉴욕 | 미국의 오판과 오만
제2장 분단과 한국전쟁의 기원, 그리고 미국
체험의 역사인가? 기록의 역사인가? | 수정주의 해석의 도전 | 군사편의주의설과 정치적 의도설 | 분단의 기원에 대한 내부 책임론 | 한국전쟁의 기원 | 그렇다면 한국전쟁은 누구의 책임인가?
제3장 미국의 전후 아시아전략과 1965년 한일기본조약
미국의 전후처리와 샌프란시스코체제 | 미국의 중재와 한・일 국교 정상화의 시작 | 한일기본조약 체결 | 한일기본조약 체결 과정의 한・미관계 함의
제4장 1965년 또 하나의 사건, 베트남전 파병
파병의 배경 |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의 전말 | 동맹과 전쟁 연루
제5장 닉슨 쇼크와 유신체제
1970년대의 국제 정세 | 닉슨독트린과 데탕트 | 데탕트 정책과 한반도 | 데탕트와 한・미관계 악화
제6장 카터의 인권외교와 주한미군 철수의 이중주
카터 행정부의 출범과 인권외교 |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관계 | 카터의 인권외교와 한・미관계의 부조화 |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역할 | 미국의 이상주의와 한반도 평화
제2부 신화가 된 동맹을 넘어: 1980년~2007년
제7장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미국
5・18민주화운동과 반미정서의 태동 | 미국이 한 일, ‘공모’와 ‘묵인’ 그 사이 | 6・10민주항쟁에 미국은 왜 개입했나? | “전두환 정권 수립, 미국의 한국 공작에서 가장 성공한 일” | 미국은 과연 한국에 무엇인가?
제8장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과 미국
6・29선언과 노태우 정권의 출범 | 북방정책의 등장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 북방정책은 한국의 자율적 외교정책이었나? | 미국의 냉전 전략 변화, 북방정책의 기본 동인 | 한계 속에서 발휘된 한국 외교의 자율성 | 국교 정상화 이벤트와 북한붕괴론 | 대북정책에 남긴 북방정책의 부정적 유산
제9장 1994년 1차 북핵 위기와 한·미관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핵확산금지조약 가입 | 1차 북핵 위기의 전개과정과 전쟁의 공포 |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북핵 위기 발생의 이유 | 북한의 생존전략과 군사적 해결책의 허구성 | 안보딜레마와 리비아모델의 함정 | 전략적 오판을 낳은 북한붕괴론에 대한 맹신
제10장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미국
햇볕정책의 개념과 기원 |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햇볕정책 | 햇볕정책의 핵심 원칙과 내용 | 햇볕정책과 미국: 이솝우화와 스테시코로스우화
제11장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과 미국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과 여론의 분열 | 파병의 불가피성과 비전투병 파병 | ‘자주’라는 명분을 접고 ‘국익’이라는 실용으로 | 희망을 위한 선택: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완화를 향해 | 국익 추구를 위한 자주성과 실용성의 결합 | 대미자주성 제고 노력의 무산: 진보정부 10년의 반작용
제12장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미국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개요 | 노무현 정부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노력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핵심논쟁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미국의 꽃놀이패 | 전시작전통제권과 자주국방
제3부 새로운 도전과 한·미관계의 미래: 2008년~2020년
제13장 이명박 정부와 한미전략동맹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동맹 재조정 | 한미전략동맹의 동맹이론적 이해 | 미국의 신안보패러다임과 한미전략동맹 | 전략동맹과 대북정책 |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태
제14장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
박근혜 정부의 출범: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 | 다자주의 및 중견국 외교 | 이미지와 이념외교 | 안보 포퓰리즘과 외교의 국내 정치화 | 한반도 3중 패러독스와 단선적 외교 | 사드 배치 | 박근혜 정부 4년의 평가와 한・미관계
제15장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사드 배치의 전말 | 사드 배치에 관한 논란 | 사드 배치의 전략적 함의 | 사드 배치와 한・미관계의 함정
제16장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과 한・미・일 관계
미국의 군사전략 변환과 미일동맹의 변화 | 한・미・일 삼각동맹에의 유혹 | 미일동맹 일체화와 한미동맹의 딜레마 | 한국의 과제
제17장 문재인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미동맹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 |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프로세스 | 억지와 평화는 공존 가능한가? | 모호한 것 같지만 명확한 전략 |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관한 잠정 결론
제18장 판문점에서 하노이까지: 한국을 의심하는 미국과 남한을 따돌리는 북한 사이에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 판문점에서 싱가포르까지 | 싱가포르에서 하노이까지 | 하노이의 좌절 | 하노이회담, 그 이후 | 볼턴 회고록과 관객 비용 | 평화는 강자의 양보로 가능하다
에필로그 다시 한・미관계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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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한국과 미국의 공식적인 관계는 1882년에 맺어진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시작되었다.
P. 53
미국이 한국의 독립과 관련해 한국의 운명을 대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마치 고종의 순진한 기대처럼 애초부터 무리였다고 할 수 있다. - 김준영
P. 15
70년의 긴 시간동안 한미동맹은 신화가 되었고, 한국은 동맹에 중독되어왔다. 이는 우리가 처한 분단구조와 열악한 대외 환경 아래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현상과 닮아있다. - 고공빈
추천글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한반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책에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150년의 역사를 상세하게 소개하며 한·미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 주제의 중요성에 비해 지금까지 이렇게 잘 정리된 한미관계사가 없었던 것 같아 반갑다. 저자의 탁월한 한·미관계 연구자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문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해설해주어 일반 독자에게도 유익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열망과 희망에 부풀었던 지난 몇년 동안 남과 북이 미국과 소통한 과정을 소개하는 부분은 절정이다.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차분히 읽으며 각자 해답과 희망을 찾아보길 권한다. -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 전 통일부 장관)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한·미관계 저서 중 보기 드문 역작이다. 김준형 원장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부터 2021년 현재까지 3세기에 걸친 한미관계사의 빛과 그림자를 주요 쟁점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 능력과 더불어 분석적 명료함, 경험적 깊이, 정책적 함의가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미국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전략적 자산이지만, 군사동맹의 절대적 신화는 벗어던져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는 한미동맹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 합리적 판단력과 현실감을 가질 때 건전한 한·미관계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상식과 국익이 한·미관계를 보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처방 또한 울림이 크다. 한반도와 한·미관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일독을 권한다. -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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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준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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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외교원장,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미관계와 한반도 국제정치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통일부 자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민간 싱크탱크 한반도평화포럼 외교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폭력: 이것도 폭력이야?』 『전쟁하는 인간』 『내 한 표에 세상이 바뀐다고?』 『국가야, 왜 얼굴이 두 개야?』 『좋은 정치란 어떤 것일까요... 더보기
최근작 :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언어의 배반 (큰글자도서)> … 총 31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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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미동맹은 어떻게 불가침의 성역이 되었나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제시하는 새로운 한‧미관계
대표적인 한‧미관계 전문가로 활동해온 국립외교원 김준형 원장의 역작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가 출간되었다. 한‧미관계 150년 역사를 촘촘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우리 대외정책의 핵심 상수이자 견고한 신화로 자리 잡은 한미군사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한다. 특히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최근 상황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사드 배치, 미‧중 전략경쟁,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남‧북‧미 대화 등을 충실하게 논평하고 있어 토론거리가 풍성하다.
한국에게 미국은 전쟁에서 구원해준 은인이자 공산주의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힘센’ 우방이다. 또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모본이자 그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되는 세계 최강국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간주되는 발언과 행위는 맹렬하게 공격받고 ‘빨갱이’와 ‘친북’으로 낙인찍힌다. 정작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태도 앞에서 주권국이라면 응당 취해야 할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의 관성을 일방적인 한‧미관계에서 초래된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진단한다. 한국은 오랜 시간 불균형한 한‧미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쓴 탓에 합리적 판단을 할 힘을 잃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추구할 기회는 물론,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대체로 실패해왔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동맹 중독’을 극복하고 상호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만이 건강한 한‧미관계를 만들어가는 길임을 역설한다.
한반도, 미국을 만나다
전쟁과 냉전을 거쳐 신화가 된 한미동맹
한‧미의 첫 만남 이후 미국의 존재감은 우리 사회에서 점차 커져왔다. 특히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한미군사동맹이 형성되면서 견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동맹으로서의 협력과 자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기로에 섰을 때 미국이 어느 쪽을 택해왔는지 속속 드러난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로 미국과 수교한 조선은 일본의 공격적인 개입을 미국이 견제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으로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묵인하고 간접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1945년 해방 직후 북위 38도선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분할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급박한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임기응변이라는 미국의 설명과 다르게 동아시아에서의 봉쇄정책의 일부로 신중히 고려된 정황이 이후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과정도 마찬가지다. 식민지배 당사자와의 때 이른 국교 회복과 오늘날까지 불씨를 남긴 청구권 협정은 샌프란시스코조약(1951)과 한미상호방위조약(1953)으로 형성된 한‧미‧일 삼각동맹의 완성을 위해 미국이 한국 정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한국 군사정권은 쿠데타로 집권했다는 정당성의 부재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박정희 정부는 한일기본조약에 동의한 데 이어 베트남전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미국의 주한미군 및 한국군 감축 계획을 되돌리려 했으나 파병의 댓가로 과도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역설적으로 미국과 불편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10‧26사건 이후 집권한 신군부는 쿠데타와 광주에서의 학살 등 폭력사태를 통해 집권한 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에 더욱 의존했다. 미국 레이건 정부가 닉슨 정부의 데탕트를 폐기하고 냉전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신군부의 상황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전두환 정부는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지만, 쿠데타와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미국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한국 내에서 크게 제기되었다.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30년의 군사정권은 자주국방을 추진하는 등 일정하게 자율적인 판단을 시도했으나, 전반적으로 국내 여론의 통제와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미국에 의존함으로써 한국의 자율성을 희생시켰다.
탈냉전으로 개편되는 한‧미관계
진보정부 10년의 평화와 자주 외교 노력
1980년대 후반 한국의 민주화와 탈냉전 과정 이후 한‧미 간 핵심 쟁점은 북한(북핵) 문제였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은 세계경찰 역할을 축소하라는 국내외의 요구에 직면한 미국이 냉전적 적대관계 해소를 한국정부에 요구함으로써 시작되었지만, 국제정치의 변화에 적절히 편승하면서 한국 외교의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일정한 한계 속에서 자율성을 발휘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과 교류하면서도 남북관계 진전에는 경직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북한이 고립되는 상황을 초래했고, 핵 문제에 있어서도 협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의 덫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전쟁 이후 40년 만에 전쟁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1994년의 1차 북핵 위기로 이어졌는데, 체제유지의 최후 수단으로 핵무기를 선택한 북한으로서는 선제적이고 포괄적인 핵 폐기를 전제로 체제 인정과 보상을 말하는 미국과 한국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미국의 영변 폭격 검토라는 일촉즉발의 순간까지도 김영삼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미국 의존의 부작용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붕괴론을 폐기하고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를 위한 주도적이고 공세적인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미국의 대북정책으로부터 최초로 한국의 자율적인 영역을 확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하려던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2000년 6월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로 불리는 북‧미 공동 코뮈니케가 합의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김대중 정부는 비대칭 동맹의 한계를 절감하며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외교를 완충하는 데 남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10년의 진보정부가 추진한 대외정책은 그동안 부재했던 자주성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동시에, 안보 환경을 감안하면서도 국익을 추구하는 데 한‧미관계를 활용하는 자주성-실용성 연결고리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지지세력과 전문가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은 이라크 파병도 이런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누그러뜨리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합의하며, 원하지 않는 동북아지역 분쟁에 연루되는 경우 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여전히 견고한 한미동맹의 신화
보수정부 9년의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이명박 정부는 진보정권 10년간의 대북 포용정책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위기로 몰아감으로써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발부터 남북관계보다 한미동맹을 우선하고 ‘21세기 전략동맹’이라는 미래 비전을 야심차게 제시했지만, 비대칭 동맹으로서 자율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전략동맹의 실효성은 크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의 아시아전략을 우리가 전면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시 한번 전쟁 위기가 재연된 2010년 3월의 천안함 사건과 11월의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반도의 분단과 대결이라는 구조에서 평화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이며, 군비 확장으로 얻어지는 정전체제의 안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일깨웠다. 이어서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의 외교노선을 수정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진보정권 10년과 이명박 정부 사이의 중도적 입장을 견지하며 대북 강경정책을 완화하고 친미 일변도의 외교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강경한 노선이 드러나면서 한국의 태도도 북한의 ‘진정성’ 있는 선제적 행동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과거로 회귀하였고, 남북관계는 거의 단절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전략동맹과 이를 계승한 박근혜 정부의 ‘포괄적 전략동맹’은 한미동맹을 대북 억지 차원에서 범세계적 전략을 함께 수행하는 파트너 간의 동맹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는 이를 통해 한미동맹이 격상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없이 글로벌 협력만 우선함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군사전략적 필요에 따라 움직일 개연성을 증대시켰다. 이같이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함으로써 중국과 갈등을 겪게 되었고, 졸속적인 위안부 합의, 전작권 반환의 무기한 연기,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의 악수가 이어졌다.
평화가 우리를 이끌었다
남‧북‧미 대화의 물결과 남은 과제
탈냉전의 도래와 9‧11테러 이후 미국은 일극체제에 부합하는 ‘신안보패러다임’으로 변환하려 했으며, 여기에 중국의 부상이 맞물리면서 오늘날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또는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다시 일본의 요구와 수렴하면서 중국 견제를 기치로 미일동맹이 심화되었다. 미국은 중국 봉쇄를 부인하지만, 중국은 스스로 과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동북아 지형은 불안정해졌고, 미‧중의 갈등은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상황이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재현이라고 판단하는데, 일본이 미국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압력이 더욱 강해진 상황이다. 한국은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입장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고, 자칫 강대국들의 권력 재편의 소용돌이에 그대로 함몰될 상황에 처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촛불혁명’을 통해 집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평화 만들기’라고 생각했으며, 핵무기 없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드는 것을 국정 목표로 선언하였다. 2017년 7월의 ‘베를린 구상’에서 자신의 평화 비전의 본질은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고 대화와 교류 확대를 추진하는 등 평화적 수단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며, 한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국방력 강화를 통한 억지력 증대, 협력의 균형외교 추진 노력 등도 병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촉매로 큰 반응을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가 완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자 북핵 위기는 다시금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거친 언설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에서 극적으로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고 대화가 재개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2018년 초부터 2019년 초까지 두번의 북미정상회담과 세번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전무한 화해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큰 호응을 얻었으며, 평화적 수단에 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적대관계 해소라는 원칙이 합의되었다. 정전체제를 대체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공동의 약속도 포함됐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불발되고 다시금 비핵화와 안전보장 중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느냐를 놓고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고, 2020년 북한이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갈등이 크게 표출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대화와 협상의 판이 완전히 뒤집힌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화가 다시금 시작되기 위해서는, 리비아모델을 택한 카다피의 결말을 알고 있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제적‧비가역적 비핵화에 집착하지 않고, 미국의 양보조건도 포함하는 협상 테이블을 구성해 북한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서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논리를 시급하게 개발해야 하며, 주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다자주의의 회복 역시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중 초강대국 간의 피 말리는 대치와 갈등 속에서 한국의 균형외교를 회복할 수 있는 단서 역시 남북의 평화공존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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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gommy 2021-03-30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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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나아가 한미관계를 관통하고 파헤치는 몸짓 새창으로 보기
나는 현재 통일과 평화에 관련된 시민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평소 한미동맹에 비판적이며, 동맹보다 남북관계를 더 중요시 하는 편이다.(물론 이 둘을 외따로 구분해 볼 수는 없지만.) 때문인지 나는 반미, 좌파, 종북이라는 말을 주변 지인들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그냥 웃으며 넘겼다. 내가 주장하는 것만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며, 그것을 그들에게 우기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문제들은 얼핏 보았을 때 선과 악의 이중적인 대립구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씩 맞고 조금씩 틀린 부분들이 얽히고 뒤틀려 있는 덩어리에 가깝다. 하지만 이렇듯 고차원적인 함수 문제를, 사람들은 표면만 보고 간편하게 사칙연산으로 답을 내려 하고, 심지어 지금까지 그렇게 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친북 종북 친미 반미 라는 간편한 도식이 등장했을 것이다. 이 책은 간편하게 사람이나 사상을 뭉뚱그려 하나의 범주로 구별하려는 이러한 도식과 관습을 한방에(그 과정은 지난하지만)깨부순다. 복잡한 함수 문제를 우리가 얼마나 바보같이 사칙연산으로 풀려했는지에 대해 그 게으름과 무지를 반성하게 하는 한편,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떠한 전제, 논증, 개념 하에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폭넓은 경험과 시야와 지식을 통해 알려주는 책이다.
책에서는 단지 한국과 미국과의 역사적인 사실만 나열하여 그 표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을 둘러싼 각종 이야기, 인물, 사건, 정책, 등 전체적인 흐름에서 한미관계를 보다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교육, 타성에 젖은 사람들에게는 아마 큰 충격과 부끄러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어쩌다가 한미동맹이 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는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리트머스 용지가 되어버렸는지, 우리가 왜 이러한 타성에서 빠져나와야하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은 앞으로 우리가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에 대해 올곧고 진지하고 깊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나를 종북 친미 좌파라고 했던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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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 2021-04-10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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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미국을 우리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를 새창으로 보기
작년인가 회자되던 ‘한국인은 국난극복이 취미다’라는 말은 농담도 가짜뉴스도 코로나 방역에 한정된 것만도 아닌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게 된 것은 한국인들이 특이하게도 그런 취미를 즐겨서가 아니라 뭐라 형언할 수 없이 지독한 지정학적 위치가 중차대한 요인이다.
대륙을 건너오기도 했을 터이고 대양을 건너오기도 했을 최초의 한반도 정착민들은 초기에는 바로 그 지형 덕분에 수많은 부족들이 명멸하는 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생활문화유적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적당히 구분되어 살 수 있었으나, 이동수단이 발전하고 국가 형태를 이루면서 주변 거대 공룡들로부터 끝없는 침략을 당하게 된다.
1,000번이 넘는 부침 속에서도 독립국가로서 언어, 정치, 문화, 사회 체제를 유지한 것은 한 편으로는 기적에 다름 아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를 이어가며 견뎌낸 경험이 유전자에 명시되었을 처절한 고난을 겪었다는 뜻이다. 불편(?)하게도 과거의 공룡들은 현실의 강대국이라는 이름으로 - 러시아, 중국, 일본 - 주변에 포진해있다.
유기적이고 복잡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어쨌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의 본질이 우호적이지 않은 현실의 반영인 듯, 무척 먼 곳의 이웃과 ‘동맹同盟’ 관계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다. 동맹이라 해서 온전히 평등한 파트너십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고 사실 또한 아니다. 계약 주체들 간의 관계만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는 현실의 약속은 존재한 적이 없다. 이는 다자간 외교의 모습일지라도 체계가 잘 잡힌 프로세스라기보다는 각국의 이익 관계에 따라 정신을 차리기 어렵게 시시각각 급변하는 혼돈의 벽과 더 닮아 있을 것이다.
한미관계는 내용을 다 알아도 볼 때마다 어처구니없는 불평등한 사기계약,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공식적인 관계가 시작되었다. 막장처럼 비유하자면 불리한 조건들만 가득한 사기결혼을 했는데 배우자가 배신까지 한 관계랄까. 시작은 그러했다. 힘세면 다 그럴 수 있는 야만과 혼돈의 시절이다. 여기서 퀴즈! 배신은 단 한번이었을까요? 둘 사이에 폭력이나 위협 등 강제성의 흔적은 없었을까요?
아마도 1/10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의 가치들 중 하나는 근현대만이 아니라 미국이 “강화도 공격!”이라고 외친 순간부터 대한민국 공화국의 정권별 관계 변화까지, 다양한 관점들은 물론이고 깊이 있는 역사적 이해와 분석을 통해, 미국이라는 존재가 한반도에 끼친 영향을 큰 판에서 볼 수 있게 들려주는 점이다.
동네에서 제일 힘이 센 친구라서 든든하기도 하지만 그 친구 모르게는 맘대로 화장실도 다녀오지 못하는 불편함이 공존하는, 우방이자 가스라이팅 가해자인 듯, 그 이상의 다양한 모습을 지닌, 한반도 지정학 못지않게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상대이다. 즉 끊임없이 살벌한 외교 게임을 벌여야 하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반도를 꼭 집어서 눈도 한번 안 떼고 일일이 지시를 내릴 만큼 큰 관심을 일관되게 차별적으로 보여줬다는 말은 아니다. 오래 전 영국에서 친구들과 산책하다 웃긴 엽서들을 구경했는데, 문구 중 하나가 미국인의 세계 이해법이라는 것이었다. We,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st of the world.
웃겼지만 웃기기만 한 것은 또 아니라 마침 학교에 초청 받아 오신 미국인 교수 두 분께 물어보았다. 물론, 스몰토크처럼, 가볍게, 재미난 답변을 기대한다는 표정으로. 그런데, 두 분이 슬프고 난처하고 등등의 복잡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자신들은 정말 그렇게 학교교육을 받았다고 하셨다. 그야말로 예상 못한 충격! 서늘한 파장이 피부 위로 지나갔다.
이 책에서 정리된 내용을 읽다 보면 미국이 전 세계를 내려다보며 자국에 유리한 입장을 키워나간 일련의 과정이 보인다. 그 시행들에게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거나 동맹으로서의 신의를 지킨다거나 하는 절대 굽히지 않는다, 사수한다는 원칙은 없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한다는 대원칙, 제1원칙만이 눈에 띈다. 그걸 비난하려는 건 아니고 할 수 있지만 주변국들을 살피고 세계 평화를 위해 진정한 수호자로서의 역할이었다면 아름다울 수 있었겠다, 그런 순진무지한 생각을 해본다.
복잡하고 앙금이 없는 것도 아닌 여전히 불편하기도 한 관계이지만 한미관계는 굳건히 유지될 것이다. 군사동맹은 미국과 수출입동맹은 중국과의 비중이 더 높은 대한민국으로서는 분쟁이 없어도 늘 분쟁지역인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한 여전한 줄타기를 이어가야한다. 더 이상 누구도 누구의 편을 무조건 적으로 들기 어려운 시대이며, 미국은 역사적으로 누구보다 더 단호하고 냉정하게 자신들의 실익을 위한 결정만을 반복해왔다. 설혹 그것이 타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군사쿠데타를 지원하는 일일지라도, 설혹 그것이 무관한 수많은 양민의 목숨을 대가로 요구할지라도.
오늘도 일본 스가 총리와 대중국전을 선포하는 당만 바뀐 미국대통령의 모습과 발언을 잠시 듣고 보았다. 트럼프가 아이언맨처럼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영웅이 되고자 했다면 바이든은 ‘동맹’을 이유로 중국전에 임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난극복을 취미처럼 해치웠지만 외교전에 돌입하는 일은 갈수록 복잡하고 힘겨워질 것이 뻔하다. 부디 우리도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다 영민하게 다 쓸 수 있기를, 이번엔 이용당하지 말고 생존과 번영을 위한 외교전에서 대한민국이 미국을 우리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위에서 건방지게 1/10이라 했지만 1/100쯤 되는 일독이다. 이 책이야말로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읽고 배워야할 충실한 텍스트이다. 아쉬운 것들이 줄지 않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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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sis 2021-04-17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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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맹은 없다. 새창으로 보기
"한미동맹이 한국에 필요한 자산인 것처럼, 미국에도 자산이라는 점을 우리가 인식한다면 일방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거나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P.504
미국에서 삶의 반 이상을 거주하고 조국인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나에게 있어 두 나라의 동맹은 나의 뿌리와 자아를 형성하고 있을 만큼 중요하다. 다른 시대에 두나라에 거주하며 겪은 미국과 한국은 정말 달랐지만, 한편으로 두 나라가 <동맹>이라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나라 간의 관계에 따라 이방인으로써 어떻게 비치는지가 달려있는 중대한 사안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두 나라의 얄팍하다면 얄팍할 수 있는 관계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란.
김준형의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을 읽으면서 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가 <동맹>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부여를 안 하는 것이 평화를 위한 길이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 역시도 미국이 우리나라의 동맹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의 안보가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으로서, 어쩌면 세계 <강대국>이라고 하는 나라와의 동맹은 더없이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기에. 동맹은 어디까지나 동맹일 뿐, 서로에게 필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동등한 단계에서 바라보면 되는 것이지, 상대가 나보다 더 힘이 세다고 해서 기죽을 것 없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내내 <동맹>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정말 동등한 위치에서의 동맹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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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yeiseul 2021-04-0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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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에서 미국의 역할 다시 보기 새창으로 보기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김준형 지음, 창비, 2021
우리나라 교육에서 아이러니한 것이 세 가지 있다. 학교를 졸업 후 대다수는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학교에서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대다수는 세입자로 살아가지만 학교에서는 세입자의 권리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한민족의 역사는 6년 이상 가르치지만,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역사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한국의 현대사나 대한민국의 역사는 분단의 역사와 같다. 한국 현대사를 1919년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시기부터 보더라도 1백년의 현대사 중 70여 년을 분단된 상태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의 역사이니 분단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역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학교는 분단의 역사는 물론 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한미관계와 한반도 국제정치 분야 전문가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펴낸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은 부제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가 말해주듯 ‘영원한 동맹’이라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한미관계의 신화, 특히 군사동맹의 신화와 맹목의 친미주의에서 벗어나’고자 집필했다고 한다.
조미수호통상조약, 8.15해방, 한국전쟁, 4.19혁명, 5.16 쿠데타, 12.12군사반란, 5.18 광주민주항쟁, 6.10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많은 장면에서 쉽게 납득되지 않는 장면들에 미국이라는 조각을 끼워 넣으니 퍼즐의 윤곽이 선명히 드러난다. 정확히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다. 한미일 삼각 체계를 통한 동북아 패권 유지라는 미국의 전략은 대한제국말이나 한국 전쟁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고, 한미일 삼각 체계를 위해서는 독재와 반민주도 용인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위안부합의’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은 공식적으로는 내내 부인하다가 갑작스레 발표해 깜짝 깜짝 놀라게 했는데, 그 배후에도 한미일 삼각 체계 구축을 위한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다.
가쓰라-테프트밀약이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만든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의 매우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첫 조약 체결 후 23년 만에 한국이 미국에 배신을 당하게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를 확인하듯이 미국은 조선에 대한 일본의 강제병합이 확정되자 두번 다시 뒤돌아보지도 않고 서구 열강 중에서 가장 먼저 한국과의 인연을 끊어버렸다. 미국은 또한 1905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강제적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었을 때 가장 먼저 공사관을 폐쇄한 나라였다.(44쪽)
미국은 전범국가인 독일과 일본을 친미정권으로 부활시킨 다음, 이들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미국 패권의 세력권으로 재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집단동맹 체제나 아시아에서의 샌프란시스코동맹 체제 역시 미국이 먼저 구축했고, 소련은 나토에 대응하여 바르샤바조약기구를 그리고 한미일 삼각 체제에 대응하여 북중러의 북방 삼각 체제를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58쪽)
미국은 냉전질서의 구축자였고, 반공지상주의에 지배되어 있었다. 친미와 반공만 내세우면 독재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지지하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중남미 니카라과의 악명 높은 독재자 소모사에 대해 “(그가) 개자식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개자식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까지 1백년 동안 마치 미국 외교정책의 사운드트랙처럼 이를 반복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102쪽)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은 한국과 미국이 처음 마주해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에서부터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과 한미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물론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도 다루고 있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메타인지를 가능케 한다.
북방정책이 전개된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는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 상황에 빠진 2020년 초반 역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무력도발만 일삼는 비이성적인 집단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제임스 릴리 대사를 이어 북방정책의 시기인 1989년부터 주한 대사직을 수행했던 도널드 그레그는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에서 한국과 미국을 모두 사랑한다면서도, 남북 대결의 비극 뒤에는 늘 미국의 책임이 있다는 과감한 고백을 했다.(206쪽)
동맹 국가 사이에서 상대방의 문제에 연루되는 ‘연루 딜레마’와 상대로부터 배제되는 ‘방기 딜레마’가 작용하는데,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연루보다는 방기에 대한 우려가 유난히 커 ‘맹목적인 대미 의존’이 한미동맹을 신화로 만들었다는 진단은 한미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하게 해준다.
동맹이 전형적인 딜레마인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문제가 개입한다.(…) “동맹의 안보딜레마”(…) 방기의 두려움이란 다극체제에서 동맹국은 끊임없이 동맹 상대국에 의해 버려지는 두려움에 처하는 것(…) 연루의 두려움이란 자국에 공유되지 않는 동맹 상대국의 이익을 위한 분쟁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 들어가는 것(…) 방기의 비용이 일련의 안보에 관한 손실이라면, 연루의 비용은 자율성 손실의 강력한 형태이다.(330~331쪽)
동맹의 형성부터 지금까지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에서 한국은 동맹국에 대한 연루보다 유난히 동맹의 방기에 대한 우려가 컸고, 이것이 맹목적인 대미 의존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에서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거의 없다는 점(…) 미일동맹이라는 대체제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다.(331쪽)
판문점 정상회담, 정전 이후 처음으로 북미 정상이 만나는 등 해빙 무드가 무르익어 ‘정전’을 넘어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을 기대하게 했다. 북미 간 신뢰를 쌓지 못해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가 안타깝다. 다만 남북, 한미, 북미, 동북아 국가 사이의 신뢰가 쌓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 생각한다. 신화화된 한미 관계는 이들 관계에 결코 신뢰가 쌓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한반도 평화협정, 남북 관계, 동북아 관계,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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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스토리™ 2021-04-13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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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이란 이름의 기울어진 운동장 새창으로 보기
나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을 잘 모른다. '한국'의 현재, 한국과 미국의 동맹, 한국이 분단 국가라는 사실 등등. 이 모든 것이 일상처럼 익숙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그랬던 만큼, '미국'이란 나라의 존재도 익숙했다. 태어날 때부터 집에서 지하철로 십 분 거리에 미군 기지가 있었고, 6월 25일이 되면 사람들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백인 장군의 공을 되새긴다.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을 읽고 나서 두 나라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그만큼 낯설어졌다. 수많은 프레임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고, 그 영향 아래 있는 우린 현재와 과거를 투명하게 보기 힘들다. 국제사회에서 불가분 관계가 되어 버린 두 나라의 역사. 이 책은 그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도로 비추며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한국전쟁으로부터 70년이 지났고 두 나라는 현재도 안보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반자처럼 보이지만, 두 나라가 걸어온 발자취를 추적해보면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미동맹'이란 신화의 뒷이야기는 그렇게 유쾌하진 못하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표면에 드러난 명분일 뿐이고, 보이지 않는 뒷면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것이 국제 질서의 논리임에도 우린 그 사실을 쉽게 간과해버리고 만다.
좋은 역사책은 독자의 현재를 낯설게 만들어준다. 이 책을 읽는 한국인이라면 그런 경험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국제 관계가 얼마나 기형적인지 알게 될수록 우리가 누리고 있는 차선의 평화가 위태롭게 느껴진다. 신화는 깨져도 새로 자라난다. 익숙한 신화 속에 갇혀 불쾌한 현실을 보길 꺼린다면, 또다시 나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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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armfhd1218 2021-04-1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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