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의 시간 - 강만길 자서전, 제25회 만해문학상 수상작 epub
강만길 (지은이)창비2014-08-21
역사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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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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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일제시기부터 최근까지 한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겪어온 원로 사학자 강만길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삶을 한국 근현대사라는 격류의 가운데에 놓고 개인의 삶과 역사가 어떻게 조우하는지 역사학적으로 재구성한 자서전. 저자는 한평생 한국현대사 전공자로 살아오면서 우리 현대사의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참여하면서 겪고 느낀 일을 겸허하고 솔직하게 돌아본다.
한평생 우리 근현대사를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진보적 지식인의 삶의 기록인 동시에, 한국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역사학자의 자서전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한 문헌적 의미도 지닌다. 이야기체 형식으로 재미있으면서도 논쟁적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역사학은 현실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또한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
또한 책 말미에 실린 부록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규명위 위원장을 역임하며 주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기록한,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저자의 사적인 비망록이다. 2005년 5월부터 2007년 5월까지 2년간 기록되었으며 사적인 일지인 만큼 당시의 상황과 인물에 대한 가감 없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목차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1장 - 일제강점기의 끝자락을 산 이야기
· 1940년에 '심상소학교'에 입학하다
· 국민학생으로 겪은 우리말 수난
· 황민화정책 때문에 당한 '창씨개명'
· 국민학생으로 겪은 '대동아전쟁'
· "너는 조선사람이다. 아느냐?"
2장 - 국민학교 6학년 때 해방을 맞은 이야기
· '느닷없이' 닥친 민족해방이라니
· '코끼리' 선생님에 대한 기억
· '해방공간'의 중학교육
· 몸서리치게 극심했던 좌우대립
· '찬탁' '반탁'은 사생결단 그것이었다
· 왜 한사코 '찬탁'이었고 또 '반탁'이었을까
· '백두산 호랑이'의 포효에 놀라기도 하고
3장 - 중학교 5학년 때 6 · 25전쟁을 당한 이야기
· 일요일에 들은 '남북전쟁' 발발 소식
· 별 수 없이 학도의용군이 되다
· '부산교두보' 시기의 부산에 가다
· 운 좋게도 '우연히' 대학생이 되다
· 자원입대해서 '실제 군인'이 되다
4장 - 대학원 생으로 4 · 19와 5 · 16을 겪은 이야기
· 기어이'올챙이 학자' 가 되다
· 국사편찬위원회에서 4 · 19 '혁명'을 겪다
· 4 · 19는 '혁명'이 아닌 혁명 그것이어야 했다
· 예상 못한 5 · 16 군사쿠테타를 당하다
· 5 · 16 쿠테타와 연관있는 이야기 한 토막
· 한국사학회와 『사학연구』이야기
· 자본주의맹아론 연구의 의미에 대하여
5장 - 박정희 '유신' 독재 아래 산 이야기
· 고려대학교 전인교원이 되다
· '유신' 바람에 학문적 '외도'를 하게 되다
· '창비'와의 인연으로 '분단시대'가 태어나다
· 한국사연구회 창립에 동참한 이야기
· 박사학위논문과 그 주변 이야기
· 남산의 중앙정보부 취조실 구경
· 미국의 패전과 베트남의 통일을 보고
· 박정희정권을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6장 - 박정희살해사건 후 '서울의 봄'을 산 이야기
· 일본 와세다대학에 파견고수로 가다
· '10 · 26 박정희 살해사건' 후의 소용돌이 속에서
· 성북경찰서 유치장에서 한달을 살다
· 군사정권 뒷자리에 또 군사정권이 서다니
7장 - 전두환정권에 의해 해직교수가 된 이야기
· 교단에서 강제로 쫓겨나다
·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기도 하고
· '독립운동의 성지' 서대문형무소에도 가보고
· 30년 군사정권 뒤 민주화가 되긴 했지만
8장 - 복직 후 학문 방향이 바뀐 이야기
· 중세사 전공에서 근현대사 전공으로
· 일제시기 사회주의운동을 민족해방운동의 일환으로
· 좌우익 통일전선운동의 역사를 주목하고
· 역사학의 현재성과 대중성의 확립을 위하여
· '사회주의 조국'이 무너지는 '역사'도 겪고
9장 - 6 · 15 남북공동선언에 동참한 이야기
· 정년퇴임, 그리고 '경실련'과의 인연
· 북녘 학자와의 첫 만남 첫 평양행의 실패
· 남녘 대통령이 무장한 인민군을 사열하다니
· 6월 14일 밤, 평양 만찬장에서의 감격
· 평화통일의 '전도사'가 되고 싶어서……
· 역사는 결코 우리르 배반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10장 -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야기
· 『통일시론』에서『민족21』로
· 일제침략을 규탄한 남북 역사학자 학술회의
· 불발된 을사조약 100주년 기념 사업
· 북녘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과의 인연
· 완전통일 전에도 『우리 민족의 현대사』같은 책이 있었으면
· 평화통일을 이루어가는 21세기 역사의 방향은?
11장 - 6 · 15선언 5주년 기념행사 이야기
· 6 · 15선언 5주년행사가 있기까지의 뒷이야기
· 통일문제에 가시가 있는 글과 없는 글
· 인상적이었던 6 · 15선언 5주년 기념행사
·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오찬자리
· 6 · 15 공동선언 후 통일은 많이 추진되었다
12장 - 상지대학교 총장 시절 이야기
· 상지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하기까지
· 상지대학교 분규의 내력
· 교정 곳곳에 이상한 푯말이 꽂힌 대학
· 국내 '최고'의 '민주대학' 상지대학교
· 우리나라의 대학경영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들
13장 - 그밖에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들 1
· 쿄오또제국대학의 두 조선인 교수 이야기
· 자칭 자유주의자 오기영씨가 월북한 이야기
· '대일본제국'외무대신 박덕무 이야기
· 군사독재의 '독니'에 물린 지식인 이야기 · 하나
· 군사독재의 '독니'에 물린 지식인 이야기 · 둘
· 비전향장기수들과의 인연 이야기
14장 - 그밖에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들 2
· 이상룡 '임정' 국무령의『석주유고』이야기
· 대학교수의 학점 주는 '신성한' 권한에 관한 이야기
· 평생 모은 장서를 북녘에 기증한 이야기
·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 이야기
글쓰기를 마치면서
부록 -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지
강만길 연보
저서목록 및 상훈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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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강만길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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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소년시절에 일제강점 말기와 해방정국을 경험하며 역사공부에 뜻을 두게 되어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원에 다니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다 1967년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1972년 ‘유신’ 후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각종 논설문을 쓰면서 서서히 현실비판적 지식인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광주항쟁 직후 항의집회 성명서 작성과 김대중으로부터의 학생선동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구금되었다가 고려대에서 해직되었다. 1984년 4년 만에 복직하여 강단으로 돌아온 이후 정년퇴임하는 1999년... 더보기
수상 : 2010년 만해문학상
최근작 : <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2 (큰글자도서)>,<분단고통과 통일전망의 역사 (큰글자도서)>,<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1 (큰글자도서)> … 총 139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미국에 하워드 진이 있고, 영국에 에릭 홉스봄이 있다면 우리에겐 강만길이 있음은 어쩌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일제시기부터 최근까지 한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겪어온 원로 사학자 강만길(姜萬吉, 1933년 생)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삶을 한국 근현대사라는 격류의 가운데에 놓고 개인의 삶과 역사가 어떻게 조우하는지 ‘역사학적’으로 재구성한 자서전이다. 한평생 우리 근현대사를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진보적 지식인의 삶의 기록인 동시에, 한국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역사학자의 자서전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한 문헌적 의미도 지닌다. ‘이야기’체 형식으로 재미있으면서도 논쟁적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역사학은 현실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또한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 또한 이 책의 부록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지’는 저자가 노무현정부 시절 2년간 친일진상규명위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과거사 청산’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전개되어온 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생생한 현장보고서다.
기록을 남길 수 없는 시대의 역사학은 불행하다
누가 뭐라 해도, 시간은 흐르고 인간의 역사 또한 흐르고 변화해간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야 옳은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족적을 기록해 과거를 반추하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역사학’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역사학은 사실에 대한 정직한 기록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시대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구대상이 가까운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저자 강만길이 평생 자유롭게 일기(日記)를 쓸 수 없었던 역사가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불행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분단된 민족사회의 다른 한쪽을 적이 아닌 동족으로 생각하는 역사인식의 소유자로서, 그리고 평화주의자로서, 냉혹한 민족분단시대를, 그것도 엄혹했던 군사독재시기를 살지 않을 수 없었던 역사학 전공자”로서 그는 평생 일기를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군사정권 시절 몇번씩이나 서재를 검색당해야 했고,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취조를 당했으며, 해직교수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30년이 넘도록 우리 현대사를 공부하고 겪으면서 쓰기를 바라왔던 ‘내가 겪은 우리 현대사’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 앞에 꺼내놓았다.
자서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서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저자는 한평생 한국현대사 전공자로 살아오면서 우리 현대사의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참여하면서 겪고 느낀 일을 겸허하고 솔직하게 돌아보는 자서전을 쓰는 일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책에는 일제강점 말기부터 최근까지의 모든 시대사적 사건에 대한 역사가로서의 경험과 논평이 총망라되어 있다. 초등학생으로 ‘창씨개명’을 겪은 일부터 8·15해방과 6·25전쟁을 거쳐, 청년기에 4·19‘혁명’과 5·16쿠데타 등을 목도하며 현실비판적 지식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었고, 5·18 광주민중항쟁, 6·10 민주쟁취운동, 민주정권 성립과정을 회고하며 술회한 당시의 복잡한 심경과 역사적 평가가 담겼다. 책의 후반부에 담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평가와 이 시기 약 10년간 통일고문을 맡으며 겪었던 일화들은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저자의 박정희 유신독재에 대한 평가는 새길 만하다. 부패한 이승만정권에 이어 군사쿠데타로 성립된 박정희정권 당시 민주주의는 말할 것 없이 후퇴했으며 경제적 발전을 운운하지만 분배 면에서는 실패해 부의 집중현상을 낳았고, 다시 조명되는 새마을운동의 성공에 대한 평가 역시 당시의 급격한 농민 이촌현상을 고려한다면 냉정하게 재고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박정희정권의 유일한 성과는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 일이지만 그조차 유신체제 수립의 전주곡일 뿐이었고, 생산력 향상에만 초점이 맞춰진 제한된 경제적 평가를 마치 종합적·역사적 평가인 양 호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요지다.
또한 5·18 광주민중항쟁 직후 항의집회 성명서 작성과 김대중으로부터 학생선동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성북경찰서에 잡혀가 시인 황지우가 날마다 모진 고문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던 일화나 그후 4년간 대학에서 해직되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한 후일담 등은 군사독재정권의 서슬 퍼런 ‘독니’가 어떤 것인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상임의장 자격으로 2000년에 6·15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해 남북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목격한 경험이나 그후 2005년 6·15 5주년 기념행사 등에 참여한 일들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취폀식날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일로 평양에 있던 저자는 평양사람들이 노무현정권의 출범에 대해 대단히 호의적이었고 따라서 남북관계의 진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점을 기술하면서, 노무현정부가 현대그룹의 대북송금문제 특검을 받아들이지 말도록 청와대에 건의했던 일이나 5주년 행사를 앞두고 냉각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일본 조총련계 인사와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을 만난 일들에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한 저자의 흔들림 없는 의지가 드러난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역사학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도 잘 그려지고 있다. 한국 역사학계가 일제시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해방후에도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를 연구해내지 못했던 점, 독재와 억압의 현실을 외면하고 실증과 고증에만 얽매어 있던 역사학의 문제점 등을 뼈저리게 깨달은 저자는 자신의 역사학 연구 방향을 전환하기에 이른다. ‘분단시대’란 개념을 최초로 제기하여 민족분단을 우리 역사학에 이끌고 들어왔으며, 일제시기 좌익운동을 민족해방운동사에 최초로 포함시키는 등 한국 역사학계의 일면적 역사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밖에 고려대 사학과 정년퇴임(1999년) 후 상지대 총장을 지내며 느낀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점을 비롯하여 재일조선인, 비전향장기수와의 인연, 일본의 한국사학자나 북한 역사학자들과의 교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 평생 모은 장서를 북녘에 기증한 이야기,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및 역사교과서에 대한 논평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의 얽히고설킨 수많은 일화와 인물평 등이 담겨 있다.
'부록'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지: 과거사 청산작업의 생생한 현장기록
책 말미에 실린 부록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규명위 위원장을 역임하며 주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기록한,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저자의 사적인 비망록이다. 2005년 5월부터 2007년 5월까지 2년간 기록되었으며 사적인 일지인 만큼 당시의 상황과 인물에 대한 가감 없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스스럼없는 기록임에도 “역사는 곧 과거에 대한 반성”이며, 현재의 사안과 멀어질수록 역사는 대중과 그리고 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역사는 기어이 제가 가야 할 곳으로 가고 만다”는 강만길 역사관의 핵심을 엿볼 수 있으며, 과거사 청산의 어려움과 절박함에 대한 토로가 담겼다.
(저자가 위원장을 사임한 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2대 위원장으로 성대경 위원이 취임했으며, 위원회의 활동은 2009년 11월 30일 종료되었다. 3차례에 걸쳐 1,006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발표했고, 친일반민족 문제에 대한 종합보고서 25권, 사료집 16권, 합계 41권이 간행되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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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 ˝ 구매
ferrone 2019-06-2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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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 쓴 한국 근대사>, <고쳐 쓴 한국 현대사>를 읽었다면 이책을 읽어 구매
블루데이지 2011-03-1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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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곡의 역사를 꿋꿋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와 기록!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구매
솜다리 2010-12-0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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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학자의 자아성찰,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구매
ksigene 2010-09-2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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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읽는 까닭 새창으로 보기
자서전을 꽤 좋아한다. 우선은 진실의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진실일까?’하는 의문은 늘 갖는다. 사건이 이루어진 시공간을 떠난 상태에서 인간은 과연 얼마나 진실할 수 있을까? 자신을 객관화했기에 진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이 곳에 주관으로 똘똘 뭉친 내가 서 있는데 객관화가 쉬울 리 없다. 인간은 자기 연민과 자기 합리화에 능한 존재다. 다음은 내 자신에 대한 계몽을 수행하고자 함이다. 덜 된 인간인 내가, 좀 더 된 인간을 보며 무언가 배우고자 한다. 계몽이 늘 성공하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역사학자 강만길의 자서전이다. 1933년생이니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모두 겪은 분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유소년기에 8.15와 6.25를 체험한다. 역사학도로서 4.19와 5.16을 목도하고, 역사학자로서 5.18과 6.10을 몸소 겪는다. 퇴임 후에는 사학 비리로 말썽이 많았던 상지대 총장을 지내고, 민주정부 10년간 통일고문을 맡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한다.
저자는 '역사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라고 답한다. 일제강점과 전쟁의 잿더미에서 민주와 통일의 시대를 열고자 직접 역사 속에 뛰어든 역사학도의 삶을 따라가보니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란 답이 눈물겹다. 이명박 정부를 두고도 저자는 어떻게든 역사는 앞으로, 앞으로 나가고야 만다고 말한다.
자서전을 남기지 않는 우리 역사학계에서 이만한 기록을 갖게 됨이 소중하다. 저자도 한 인터뷰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가 위험했던 시대를 이유로 들던데, 그러고 보니 역사학자 김성칠 선생의 일기(<역사 앞에서>)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다. 책에서 '역사론'을 쓰는 게 역사학자로서 마지막 바람이라고 하시던데, 그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着語 :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신영복 교수의 스승이기도 한 노촌 이구영 선생의 자서전인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는 현대사를 기록한 자서전으로 꼭 기억해야 한다. 두 자서전은 계몽의 역할을 적어도 내겐 충분히 해냈다.
黎史 姜萬吉(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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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8-11 공감(12)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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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의 시각 새창으로 보기
평생 역사학자로 살아온 사람의 자서전이라면 조금 지루하거나 건조할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여러 면에서 ‘재미’를 가져다 준 책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한 인생’을 살아낸다는 것이 주는 묵직함, 더욱이 그 한 인생의 마감을 앞두고 스스로 돌아본다는 것이 주는 진지함, 아마 모든 자서전에는 이런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의 시간>은 1930년대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국민학교’를 다녔고, 6.25 동란, 4.19, 5.16, 광주항쟁 등 정치적 격변의 시기를 살아온 우리 부모의 세대 이야기이기에 감회가 달랐던 것 같다. 또한 바로 우리 윗세대의 이야기이건만 그 구체적 경험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점도 새삼 깨닫게 된다.
지식인과 지성인을 나누어서 개념화한다면, 만고불변 ‘역사의 길’을 제대로 아는 식자만이 지성인의 범주에 들 것이며, ‘역사의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식자는 한낱 지식인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266~267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 뜻하지 않은 고초를 겪으면서 본인의 학문 방향이 바뀌게 된 경위였다. 당시는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학문의 영역에서 제 갈 길을 가고자 했던 학자들마저 군사독재의 ‘독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였다. 하물며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학자나 지식인들이 겪었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저자가 겪었던 고초는 역사학자로서의 학문적 소신과 견해를 드러낸 것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생각하는 것이 죄가 되었던 시대’에 자유로운 학문적 사유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지성인’과 ‘지식인’의 개념에 대한 저자의 구분 방식에 공감이 갔다. 저자가 말하는 ‘역사의 길’이란 지식인이 가져야할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 역사적으로 조명된 바 없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시각으로 들려준 것도 좋았다. 특히 월북한 학자들이 처했던 상황이나 동기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학자로서, 혹은 직업인으로서, ‘제 갈 길을 가고자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월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저자의 관심이 내게도 전이되었다. ‘좌우의 이분법’ 틀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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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writer 2010-08-15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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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의 트럭, 노학자의 자서전 새창으로 보기
어느 노병(老兵)과 한 대의 트럭
다음은 6.25 전쟁에 관한 신문의 특집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 씨는 올해의 나이로는 78세다. 그에게는 특별한 동생이 있다.
동생은 바로 이 씨의 트럭. 트럭은 이 씨의 인생 절반과 함께 동고동락을 해왔다.
이들의 각별한 운명은 6.25 전쟁 때부터 시작되었다. 17세의 이 씨는 트럭을 몰고다니며
강원도 영월의 광업소에서 일을 하다가, 느닷없이 발생한 6.25 전쟁에
이 씨와 트럭은 함께 징용되었다. 어린 나이 때문에 부대에서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트럭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장교에게 사정한 끝에
학도병 자격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본인은 우리나라 1호 학도병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증명하는 공식 기록이 없다.
그 뒤로 그는 트럭과 함께 전쟁터를 돌아다녔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제대를 원하였으나 당시 부대에는 운전병이 귀한 터라
국방부 수송부에서 5년을 일했다.
그리고 1958년에 다시 그에게 영장이 날아왔다. 6.25 전쟁 학도병에다가
국방부 수송부의 경력까지 댔으나 증명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입대하게 되어
1962년에 제대했다. 이 씨의 군 생활 합계 12년.
그러나 그에게 주어지는 연금은 월 9만원뿐이다.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쳤지만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 것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트럭이라는 소중한 동생을 얻었다.
그리고 이 씨는 지금까지도 트럭을 닦고, 기름칠하고 있다.
언젠가는 트럭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의 역사가 관심을 받는 그 날을 위해서.....
어느 노(老) 학자와 한 권의 자서전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의 <역사가의 시간>을 읽는 와중에
신문 속의 이 씨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우연하게도 이 씨의 연세와 강만길 명예교수의 나이도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고,
이 두 사람은 험난했던 대한민국의 현대사 속에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 씨가 트럭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리려고 하듯이
강 교수도 자신의 자서전을 통하여 자신이 겪었던 역사 속의 경험들을 알려주고 있다.
자서전이라고 해서 역사가 특유의 딱딱한 서술이 없어서
술술 읽혀나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제 강점기 말, 8.15 광복 후의 불안정한 국내, 6.25 전쟁, 4.19 혁명,
5.16 쿠데타, 유신 정권, 전두환 정권, 6.15 남북공동선언까지
우리나라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풀어가며
살아오면서 느꼈던 역사의 감상(感想)을 말하고,
역사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역사책이라고 불러도 어색한 점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책 분량이 많은 만큼 내용 면에도
자신의 생애 위주로 풀어나가는 명사(名師)들의 자서전보다는
더욱 더 깊이가 있으면서도 무언가 엄숙하다.
강 교수가 겪었던 우리나라의 역사는 어두웠기 때문이었던 것일까.
최대한 주관적인 감정들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는 자신의 일생과 역사적 사건들을 담담히 표현하고 있다.
역사 앞의 인간도 변하고 만다
<역사가의 시간>들을 읽어보면 강 교수가
지금까지 만나고 지내왔던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인물들은 역사 앞에서 두 가지 극명한 갈림길에서
선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결정하게 된다.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변절을 해서라도 살아남아 기득권 행사를 한다거나,
이들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받거나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다가
결국 희생당하는 자들이다.
강 교수의 전작인 <역사는 변하고 만다>의 제목처럼
역사 앞에 선 인간들도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새 나라의 첫 이승만 정권의 정치핵심과 행정요원은 전혀 재교육되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세력이 그대로 눌러앉았고..... 김종원 등 일본군대의 지원병 출신이
가당찮게도 백두산 호랑이로 변신해서 ‘포효’하거나, 김창용 등 일본군대의 헌병
하사관 출신이 ‘염라대왕’이 되어 숙군이라는 ‘요술방망이’를 휘두르는 주인이 되고
말았다..... 장준하 등과 같이 일본의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목숨을 걸고 광복진영으로
탈출했던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현실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역사가의 시간> p 93 중에서 -
강 교수의 평을 통해서 내가 느꼈던 것은
역사에 의해서 변한 인물들에 대해서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게 되면
오히려 희생당한 인물들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고,
자손대대로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로 공부하게 된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기록들은 그 때의 사건들을 알 수 있는
하나하나 중요한 사료(史料)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록만으로 역사를 이해한다고해서 우리나라 역사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단지 시험에서 몇 문제 더 맞추기 위해서 역사를 달달 외우듯이
단순히 기록으로 남아있는 역사적 사건 자체에 매달리면
올바른 역사적 인식을 가질 수 없다.
역사 기록들은 대부분 가진 자들(지배층, 기득권자)의 관점이다.
그래서 다분히 주관적이면서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는 가진 자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못 가진 자들. 즉, 억압받던 소수층과
가진 자들에 의해서 말살당한, 역사와 이름이 없는 자들의 입장으로도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역사적 사건들의 변화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변하게 된 인물들의 행적과 내면을 파악하게 됨으로써
과거사에 대해서 올바르고 균형 있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강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알려지고 있는 잘못된 역사가
땅 속 깊숙히 박힌 뿌리처럼 대중들의 인식에 박혀 있다.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 이라는 사설을 발표하여
을사조약의 부당함과 일제의 만행을 폭로했던
언론인 장지연.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되었으며
국가보훈처가 선정하는 ‘이 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구실을 한 <매일신보>에 친일 경향의 시와 사설을 발표했다는
연구가 주장되면서 그의 친일 행적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하는 <친일인명사전>에 그의 이름을 수록하여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장지연의 후손들은 친일사전에 대한 게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국, 다음 해 반민규명위원회에서는 장지연을 친일명단에서 제외하였다.
이 사건을 통해 역사적 사건에만 치중한 고정적 역사 관점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해주고 있다.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사설을 쓴 활동 하나만으로 장지연은 독립운동가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친일 행적이 알려져 역사의 진실과 숨겨진 이면들을 밝혀졌다.
하지만 더욱 더 염려가 되는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젊은 세대를 포함해서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장지연이라고 하면 독립 운동가라고 생각이 깊게 인식되어져 있다.
학생들이 배우는 국사 교과서에는 장지연을 독립 운동가로 기재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친일 행적에 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우리의 두뇌는 생체적으로 변화라는 것에 대해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한 번 머릿속에 자리 잡은 고정된 인식은 바꾸기가 쉽지가 않다.
장지연 친일사전 수록 논란 이후에
장지연이 친일 행적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만약 장지연이 친일 행적을 했다고 말하면 대부분 교육 받았던 사람들은
이 주장에 믿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오용(誤用)당하는 우리 역사
친일사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한 장지연 후손뿐만 아니라
광복 후 강제 몰수당한 친일파 조상의 땅을 법으로 되찾으려는 후손들이 보여주듯이
특정인의 역사를 통해 조상에 의해서 대대로 누려왔던 명예를 지키거나
되찾으려고 하는 것은 조상뿐만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가문에 대해
구차한 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것은 잘못된 역사 인식이며 우리나라 역사를 배워야하는 의미도 없게 된다.
이 책에서도 그런 유사한 내용의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하루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학교 연구실로 찾아와서.....
우리 현대사를 전공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생물학 석사가
왜 국사학 박사를 하려느냐고 물었더니..... 이승만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군대 내 좌익 숙청에 명성을 떨치다가 군인들에 의해 암살된 김창룡이
그의 아버지인데, 암살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우리 현대사를 전공하려 한다는 것이다..... 모든 학문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역사학이란 어느 특정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전공하는 학문이
아니라 하고 타일러 보낸 일이 있었다.
- <역사가의 시간> p 92 중에서 -
지금도 학계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역사가들의 연구뿐만 아니라 독립 운동가의 후손들도
잃어버린 조상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연구 활동을 한다거나
여러 단체들을 통해 자비로 홍보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굳이 남는 시간에 역사학 공부에 쏟아 붓고,
전국 곳곳에 홍보를 펼치면서까지 조상들의 명예 찾는 일에 매달려야하는지
후손들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조상의 명예를 되찾아서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공개하여
올바른 역사 정립에 기여하려는지
아니면 조상 덕으로 자신의 명예를 얻어서 영달(榮達)을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
그 활동의 의도가 올바르며 명확해야 한다.
만약 후자의 의도로 조상 명예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훌륭한 공적이 있으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조상들을 욕보이는 짓이며
오히려 정작 받아야 할 진정한 역사적 평가를 후손들의 욕심으로 인해서
영영 받지 못하게 된다.
젊은 세대들을 위한 역사책
이 씨에 관한 기사 옆에는 변화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전쟁 인식에 관한 기사가 소개되어 있다.
대학생들이 직접 전쟁이 벌어졌던 전쟁터나 전쟁 박물관에 찾아가서
6.25 전쟁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확립하게 된다는 기사 내용이다.
6.25 전쟁에 관심을 가질 것을 트럭 앞에서 힘껏 역설(力說)하고 있는
이 씨의 기사와 대조적이다.
대조적인 기사 배치 구조가 바로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백발이 성성하고 예전의 기력이 사라지고 없는 6.25 세대들은
자신들이 나라를 위해 바쳤던 일들을 자랑스러워하며
후손들에게 나라의 중요성과 애국심을 알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젊음의 힘이 왕성한 정보 통신 세대들은 관심이 없다.
내가 겪었던 일도 아니며 6.25 전쟁은 그냥 아주 오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6.25 전쟁이 몇 년에 일어나는지도 모르며
심지어 남한이 먼저 공격한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북한과 전쟁이 나면 도망가는 것이 장땡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조건 남한이 이긴다고 주장한다.
하필이면 6.25 전쟁 발발 50주년 기념식의 다음날이
우라나라 축구 대표 팀의 8강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경기가 펼쳐지게 되어 6.25 전쟁 발발 50주년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기념이 월드컵에 가려져 무색해졌다.
역사 관련 도서 판매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니 이 책이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나는 이 책이 출간된 시기가 아주 좋았다고 생각된다.
6.25 전쟁 50주년을 맞추어 출간하게 되어
6.25 전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사에 대해 큰 관심을 끌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관심의 열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현대사에 대한, 그 중 6.25 전쟁에 대해 기록되어 있는 원로 역사가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다는 점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그만큼 예전보다 6.25 전쟁을 포함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약간의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을 사고 읽은 사람들 중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단순히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저명한 원로 역사가의 자서전으로만 읽혀지기 보다는
역사가의 생애를 통해 왜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통일이 되지 않고
분단국가로 지내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읽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세대이기에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인용 기사 출처 및 링크
[전쟁 세대, 젊은 세대 6.25를 말하다] 중앙일보 6월 26일자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4270607
[“박정희·장지연 친일명단 빼달라”] 경향신문 2009년 11월 3일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1031804355&code=940100
['친일사전' 속 박정희·장지연·안익태···친일행적 무엇이 담겼나]
노컷뉴스 2009년 11월 9일 입력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309050
[반민족 진상규명위 친일인사, 박정희·장지연·홍난파 '친일' 제외]
한국일보 2009년 11월 27일자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911/h200911272203022195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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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06-28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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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나날과 살아갈 꿈 새창으로 보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96
살아온 나날과 살아갈 꿈
― 역사가의 시간
강만길 글
창비 펴냄, 2010.5.20.
역사는 무엇일까 하고 돌아보면,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하나는 내가 살아온 발자국이랑 내 어버이가 살아온 발자국이랑 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아온 발자국이랑 내 이웃과 동무가 살아온 발자국입니다. 다른 하나는 학교에서 교과서로 가르친 시험지식입니다.
중학교에 들어설 무렵 비로소 ‘역사’라는 이름을 지식으로 맞이합니다.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도 ‘역사’나 ‘국사’나 ‘사회’라는 이름으로 여러 지식을 맞이했지만, 중학교에 들어서니, 하나라도 이름과 숫자를 잘못 외면 죽죽 그으면서 틀렸다는 말을 듣습니다. 학교에서 알려주는 역사는 오직 ‘시험을 치르면서 머릿속에 외워야 하는 통계와 숫자’입니다.
흔히 말하기를, 학교에서 역사를 제대로 안 가르치니 젊은이가 역사를 모른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교과서로 역사를 다루려 하기 때문에 젊은이가 역사를 도무지 모르는 머리나 마음이 된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교과서는 ‘정치집권자 이름과 발자국’을 그러모은 시험문제일 뿐입니다. 대학입시에 따라 엮은 어설픈 ‘시사상식’입니다.
대통령 이름이 역사일까요? 이것도 역사라면 역사일 테지만, 삶하고는 아주 동떨어진 역사입니다. 임진왜란이 터진 햇수가 역사일까요? 일제강점기가 언제인가 하는 숫자가 역사일까요? 매국노와 독립운동 같은 이름이 역사일까요? 새마을운동이 역사일까요? 자유무역협정이 역사일까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역사일까요?
.. 조선청년들이 처음에는 지원병으로, 다음에는 징병으로 일본군대에 입대하게 되면, 그 집에는 며칠 전부터 높은 깃발이 세워지고 축하잔치가 벌어졌다. 학교에서는 조선사람도 일본천황의 군인이 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가르쳤다 … 초등학교 6학년생은 일본어 상용에 열중하면서 침략전쟁을 위한 노력동원에 끌려 다녔는가 하면 미군의 ‘대규모 폭격설’에 시달리기만 했다 …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35년간 일본 제국주의의 혹독한 강제지배를 받고 해방된 이 땅에서 침략자 편에 섰던 군인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역사를 겪어야 했으니, 그러고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사회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42, 50, 58쪽)
사람들이 역사를 모르는 까닭은 사람들 스스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가를 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까닭은 사람들 스스로 지구별 뿌리와 숨결을 도무지 안 쳐다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역사를 거스르는 짓을 저지르는 까닭은 사람들 스스로 삶과 사랑과 꿈을 모두 잊거나 잃었기 때문입니다.
아기로 태어나서 어린이로 자라 푸름이를 지나 젊은이가 되는 동안, 오늘날 한국에서 사람들은 어떤 나날을 누릴까요? 이동안 사람답게 살까요, 아니면 대학입시에 시달리는 시험노예가 될까요? 어릴 적에 제대로 신나게 마음껏 노는 어린이는 몇이나 되는가요?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책을 읽는 어린이보다 수학 문제집이나 영어 교재를 숙제처럼 풀어야 하는 어린이가 훨씬 많은 한국에서 삶이 있기는 있을까요? 대학생이 되면 삶이나 사랑이나 꿈이 있을까요? 연봉 1억쯤 받는 일자리를 얻으면 비로소 삶이나 사랑이나 꿈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삶다운 삶이 없는 채 지냈는데, 이렇게 쳇바퀴로 구른 줄조차 느끼지 못하는 오늘날 한국사람입니다. 그러니, 시험지식으로 역사 과목 점수를 잘 받았어도 역사를 알 턱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지구별이 어떻게 태어났고, 해와 별과 달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시험지식이 아닌 삶과 넋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 6·25전쟁을 침략전쟁으로 보면 전후 상당기간 그랬던 것처럼 남침이냐 북침이냐가 문제의 초점이 되고, 그 뒤에는 침략한 쪽에 대한 원한과 적개심과 복수심이 항상 따르게 마련이다 … 6·25전쟁을 계속 침략전쟁이라 강조하면서 침략자를 가려내어 그에 대한 원한과 적개심을 불태우는 것이 평화통일을 이루고 동아시아 및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길이 되겠는가 … 속없는 사람들이 흔히 “남자는 군대에 가 봐야 된다” 같은 말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방의무는 신성하다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은 인간사회가 미개해서 전쟁이 문제해결의 최고수단이던 시대나 약육강식의 제국주의가 활개치던 시대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 (114, 115, 133쪽)
강만길 님이 쓴 《역사가의 시간》(창비,2010)을 읽습니다. 강만길 님은 이녁이 살아온 나날을 더듬으면서 《역사가의 시간》을 씁니다.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나 시험문제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녁이 몸으로 부대끼면서 누린 이야기를 씁니다.
역사란 이야기입니다. 살아서 숨쉬는 역사란 이야기입니다. 지식으로 알려주거나 논문으로 쓸 때에 역사가 아니라, 서로 도란도란 주고받을 이야기일 때에 역사입니다.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 하고 묻는 일은 부질없습니다. 바다나 하늘은 어느 정치집단이 거머쥐는 물건이 아닙니다. 독도를 일본땅이라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한국땅이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살뜰히 아끼거나 돌보면서 가꾸려는 손길이 없다면, ‘내 땅’이라고 외치는 뜻이 없습니다.
4대강사업 따위를 하면서 냇물을 모두 망가뜨리는데, ‘내 땅’이란 무엇일까요. 4대강사업이 아니었어도 새만금이나 시화호를 밀어붙였는데, ‘내 땅’이란 있을까요. 골프장에서 농약을 엄청나게 뿌리고 땅속에서 샘물을 어마어마하게 뽑아내어 이 나라를 망가뜨리는 줄 뻔히 안다면서, 막상 골프장을 줄이거나 없애려는 몸짓은 없는데, 참말 ‘내 땅’이란 무엇인지 아리송합니다. 평화를 바란다면서 새로운 전쟁무기를 자꾸 만들면서 새로운 군부대를 더 늘리려 하는 짓을 보면, 한국사람은 ‘한국땅’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고 할밖에 없습니다. 역사도 모르고 삶도 모르니 모두 바보짓을 하면서 쳇바퀴를 돕니다.
.. 식민지화의 주된 원인이야 물론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있지만, 조선왕조 지배층의 아둔함과 무능·부패에도 책임이 있었다 … 당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패한 곳의 하나가 바로 군대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부패의 온상이던 군부의 쿠테타로 세워진 정부가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 운운하는 데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는데 … 민주주의가, 역사가 하룻밤 사이 총칼에 의해 감금당하는데도 역사학계는 아무 말도 못했다 … 유신으로 박정희 정권의 영구집권계획이 진행되어 가는데도, 박 정권이 스페인의 프랑꼬 정권처럼 되어 가는데도, 경제성장이란 미몽에 빠져 국민 일반은 물론 지식인들까지도 대부분은 그것에 순종해 가고 있었다 .. (151, 161, 189. 191쪽)
교과서에 적어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역사가 아닙니다. 오늘날 학교교육은 대학입시로 몰아넣는 끔찍한 지옥이기 때문에, 교과서를 잘 엮는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란 없습니다. 더군다나, 교과서에 담을 수 있는 역사 지식은 아주 조그맣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은 교과서에 몇 줄로 담지 못합니다. 우리가 걸어갈 발걸음은 교과서에 몇 쪽으로 싣지 못합니다.
내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아온 나날만 해도 책 몇 권은커녕 수십 권으로 써도 모자랍니다. 내 이웃과 동무가 살아온 나날만 해도 책 수백 권에 이르도록 쓸 만합니다. 그런데 역사 교과서 한 권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고작 역사 교과서 한 권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못 바꾸는 역사책입니다. 아무것도 못 짚는 역사책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은 책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책을 덮고 눈을 떠서 둘레를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숲이 흘러온 역사를 책이나 도감으로 알려줄 수 없습니다. 책이나 도감은 나무 한 그루가 어떻게 씨앗에서 깨어나 수천 해를 살아내는지 적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사람들은 수천 해를 살아내지 않거나 못하니까, 나무 한 그루 이야기조차 ‘기껏 쉰 해 남짓’ 살피면서 ‘다른 책을 넘기’면서 몇 줄 끄적일 뿐입니다.
고구려나 백제나 신라나 가야나 부여 적 이야기를 ‘몇 권 남은 역사책’을 훑으면서 살핀다 한들 얼마나 제대로 밝히거나 알 수 있을까요? 임금님이 먹던 밥이나 임금님이 흝은 말 몇 마디는 알는지 몰라도, 지난날 이 땅을 일구거나 가꾸면서 삶을 지은 사람들 이야기는 한 줄조차 없는 그런 역사책이 무슨 역사를 밝히거나 알릴까요?
하다못해, 궁궐을 어떻게 짓는가 하는 역사조차 책으로 없고 책으로 밝힐 수 없습니다. 궁궐에 어떤 나무를 썼고, 어떤 나무를 어떻게 베고 손질하고 다루어서 기둥을 세우고 도리를 엮는지 어떤 책으로도 못 밝혔고 안 밝힙니다. 궁궐 기둥으로 삼을 만한 나무는 몇 백 해를 자란 나무인지 누가 알까요. 궁궐 기둥을 받치는 돌은 어디에서 어떻게 얻은 돌인지 누가 알까요.
.. 베트남파병이나 이라크파병이 국익을 위해서라 하면, 지난날 제국주의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파병이나 침략도 그들 국민들에게는 국익을 위해서라 말한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 행방을 모른다는데도 매일 불러내어 고문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야말로 사람 패는 일을 즐기는 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서슬이 퍼렇던, 그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문을 가하고 목숨까지 빼앗던 치안국 ‘대공분실’이 ‘인권보호센터’로 되고, 학살의 현장이 희생자의 기념관이 되고 마는 그 ‘이치’를 모르면 결코 역사를 안다 할 수 없을 것이다 .. (218, 254, 279쪽)
조각조각 따지는 시사상식이나 정보는 역사가 아닙니다. 신문이나 방송을 타고 흐르는 사건이나 사고 소식은 역사가 아닙니다. 신문이나 방송도 쌓이고 쌓이면 역사가 된다고 하지만, 이러한 ‘역사’는 사람이 살아온 발자국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발자국을 엿본 눈길’ 가운데 몇 가지일 뿐입니다.
《역사가의 시간》이라는 책에도 나오는데, 강만길 님은 ‘아주 가볍게 고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강만길 님이 받은 고문은 아주 가볍습니다. 그나마 강만길 님은 이렇게 이녁 책에 몇 줄 적기라도 했지만, 군사독재정권이 춤추던 때에 끔찍하게 고문을 받다가 죽은 숱한 사람들 이야기는 아무 책에도 안 적혔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죽은 윤동주 시인 같은 사람이 어떤 고문을 받았는지 어떤 책에 적혔을까요? 일제강점기에 부역을 했던 사람들이 남몰래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얼마나 역사로 적혔을까요?
역사를 모르면 잘못된 일이 되풀이된다고들 말합니다. 틀리지 않는 말입니다. 다만, ‘역사를 모르’면 잘못이 되풀이된다기보다 ‘삶을 모르’면 잘못을 되풀이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삶을 지어 아름답게 사랑하는 꿈을 가꾸지 않을 적에 잘못을 자꾸 되풀이합니다. 정치권력을 거머쥔 이들이 시키는 짓을 고스란히 따르니, 잘못을 자꾸 되풀이합니다. 인문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다고 해서 잘못된 역사를 멈추지 않습니다. 인문 지식은 하나도 없어도 스스로 삶을 지을 줄 알 때에 잘못된 역사를 끊습니다. 책 한 권 안 읽었어도 스스로 삶을 가꾸면서 꿈을 보듬을 적에 잘못된 역사를 멈추게 합니다.
머릿속에 인문 지식을 담으면 무엇을 할까요? 이녁이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입시지옥 쳇바퀴를 밟도록 몰아넣기만 하는걸요. 머릿속에 진보나 개혁이나 평등이나 평화 같은 지식을 잔뜩 넣으면 무엇을 할까요? 막상 이녁이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은 뒤에 입시학원에 넣고 ‘서울에 있는 일류대학 졸업장’을 따도록 부추길 뿐인걸요.
.. 역사의 진행은 모든 부분이 고루 나아갈 때 비로소 그 옳은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결코 산업화의 주력이 따로 있고 민주화의 주역이 따로 있고 평화통일의 주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대학총장 한 임기를 겪으면서 절실히 느낀 점은 모든 대학은 총장의 업무추진비를 비롯해서 재정 일체를 세목까지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 뒤돌아보면 일제강점기 민족사회 전체가 제국주의 일본의 강제지배 아래 있을 때도 우리 역사학은 그같은 민족사적 현실에 관심을 갖고 그런 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이나 대응책 같은 것을 연구대상으로 삼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 김영삼 정부 때는 말할 것 없고 김대중 정부 때까지도 행정부에는 민주세력이 많이 진출했다 해도 국회는 군사독재정권과 유착되었던 반민주세력이 그대로 점령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과거청산특별법 같은 것이 제안될 수도 통과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 (364, 444, 503, 512쪽)
섣부른 지식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습니다. 섣부른 지식은 오히려 엉터리 정치권력한테 힘을 보태어 줍니다. 인문 지식만 쌓는 일은 되레 바보스러운 정치권력이 더 힘을 내도록 부추깁니다.
정치권력이 꾀하는 바보짓에 휘둘리지 않도록 쳇바퀴질을 멈출 때에 역사를 알아챕니다. 역사를 알아채는 사람은 이녁 아이를 의무교육 수렁에 집어던지지 않습니다. 역사를 깨달은 사람은 아이와 함께 삶을 새롭게 배워서 스스로 짓는 길을 걷습니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왜 자꾸 멍청한 짓을 하는지 꿰뚫어보아야 합니다.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머리통만 무거울 뿐, 몸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기 때문입니다. 역사 지식을 많이 머릿속에 집어넣는다고 하더라도, 인문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더라도, 집회에 자주 나가서 주먹을 불끈 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짓는 삶이 없으면 모든 일은 정치권력자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입니다.
옛날부터 ‘나라를 버틴 힘’은 군대나 임금님이나 학자가 아닙니다. 책이나 글을 하나도 모르는 채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짓고 아이를 돌보면서 이야기와 말과 사랑을 물려준 수수한 어버이입니다. 수수한 어버이가 수수한 삶을 가꾸면서 수수한 사랑으로 모든 이야기를 짓고, 이 땅을 알뜰살뜰 일구었습니다.
숲이 없으면 지구별은 무너집니다. 도시를 키우고 공장을 세워 경제발전 따위를 아무리 들먹거려도 숲이 없으면 지구별은 죽음입니다. 석유를 아무리 많이 뽑아낸들 석유를 먹지 못합니다. 석유로 돈을 버는 나라마다 사막에 숲을 가꾸려고 엄청나게 돈을 써대는 까닭을 읽지 못하면서, 이 조그마한 한국땅에 고속도로와 온갖 공장과 발전소와 아파트 따위만 자꾸 짓는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한국 역사는 늘 뒷걸음을 칠밖에 없습니다.
아파트를 장만할 돈이 있으면 시골에 땅을 장만해서 숲집을 가꾸어야지요. 스스로 삶을 지어야지요. 정치권력자와 경제권력자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멍청한 역사는 또 되풀이합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베푸는 정책을 기다리지 말고, 어떤 정부지원 없이 즐겁게 삶을 지어서 일구는 길로 걸어야 바보스러운 역사를 끊습니다. 군사독재정권이 시골을 무너뜨리고 도시를 키우는 까닭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군사독재정권이 끝난 뒤에도 다른 정치권력이 똑같이 도시를 키우고 시골을 짓누르는 까닭을 올바로 읽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도시에만 몰려들어 돈만 벌면서 ‘삶짓기’를 안 하면, 정치권력자와 경제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는 줄 똑똑히 읽어야 합니다. 4347.12.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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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2-28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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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자의 자서전. 새창으로 보기
자서전이라는 형식의 책을 통독한 것은 '역사가의 시간'이 처음인 것 같다(물론 150여쪽이 남은 부록인 친일반민족 진상 규명일지는 아직읽지 않았다). 그 탓은 자서전은 쓰는 본인의 자랑과 변명으로 점철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이였는데, 그러한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의 자서전이나 평전은 특별히 관심없어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의 김대중 자서전이 화제가 되면서 나도 약간 구입을 망설이던 끝에 구입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약간 자서전에 대한 마음이 풀린 것 같다. 그러다가 역사학자의 자서전이라는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읽기 시작한 것인데,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
일제말에 태어나서 살았던 이야기나, 여러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실제로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교과서에서도 현대사 여러 굴곡진 일들에 대해서 배우지만, 그 안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해방공간에서 있었던 반탁과 친탁운동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생각도 그렇고, 좌우익의 대립이 얼마나 치열하고 위험한 것이기도 했는지를 보여주었다. 2000년 대의 6.15 공동성명에 그 근처에 있었던 저자의 이야기도 그랬고, 평화통일 문제에 대해서 자서전 내내 이야기 한 것도 인상에 남는다. 해방 이후의 역사학을 분단시대의 역사학이라고 하고 정권의 평가 기준을 얼마나 평화통일과 민주주의의 기여도에 따라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평화통일 문제에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책 덕에 <창씨개명>이라는 책도 읽게 되었고, 일제 강제동원이라던가, 강제이주등의 문제에도 좀 더 관심을 가게 되었고, 몇권의 책도 구입하게 되는 계기도 되게 했다.
그리고 몇권의 자서전도 구입했는데. 크로포트킨 자서전과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자서전이다. 마르케스의 자서전을 읽어 볼까 싶은데, 잘 모르겠다. 제멋대로라.
재미있었고 여러가지 책을 읽을 기회를 준 좋은 책이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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