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고 만난 일본: 원로 국문학자 김윤식의 지적 여정 - 원로 국문학자 김윤식의 지적 여정 epub
김윤식 (지은이) 2018
종이책 페이지수 808쪽,
책소개
원로국문학자 김윤식 교수의 지적 여정기이자, 사유의 자서전.
이 책의 제목은 “내가 읽고 만난 일본”이지만, 이것은 사실 국문학 연구자이자 문예비평가로 50여 년을 살아온 저자가 “살고 읽고 쓴” 기록에 다름아니다.
이 책에서 김윤식은, 그가 평생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한 읽기와 쓰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 과정에 어떤 질곡이 그를 가로막았는지, 그리고 그가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등에 대해 다섯 산맥(일본 불세출의 문예비평가 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와 에토 준(江藤淳), 도쿄대 교수직도 버리고 프랑스 파리에 눌러앉았던 모리 아리마사(森有正), 『국화와 칼』의 루스 베네딕트, 『일제하의 사상통제』의 리처드 미첼)과의 만남을 가지고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문맥 사이에 은근하게, 때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원로학자 김윤식의 지적 열정과 고뇌는 물론 개인적 소회와 감상까지도 엿볼 수 있는 건 이 책만의 특별함이다. 한 사람의 학자이자 비평가가, 평생에 걸쳐 온 생을 건 읽기와 쓰기를 보노라면, 그 방법이나 내용에 동의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그 삶과 지적 열정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김윤식은, 그가 평생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한 읽기와 쓰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 과정에 어떤 질곡이 그를 가로막았는지, 그리고 그가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등에 대해 다섯 산맥(일본 불세출의 문예비평가 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와 에토 준(江藤淳), 도쿄대 교수직도 버리고 프랑스 파리에 눌러앉았던 모리 아리마사(森有正), 『국화와 칼』의 루스 베네딕트, 『일제하의 사상통제』의 리처드 미첼)과의 만남을 가지고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문맥 사이에 은근하게, 때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원로학자 김윤식의 지적 열정과 고뇌는 물론 개인적 소회와 감상까지도 엿볼 수 있는 건 이 책만의 특별함이다. 한 사람의 학자이자 비평가가, 평생에 걸쳐 온 생을 건 읽기와 쓰기를 보노라면, 그 방법이나 내용에 동의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그 삶과 지적 열정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 나를 길 잃게 한 다섯 장의 그림-문수보살 없는 선재동자의 편력담
제 1장|1970년, 도쿄대학, 루카치
1. 국립대의 젊은 조교수
2. 근대와 근대문학
3. 초조함이 불러온 것
4. 1970년, Tokyo, 일기
5. 루카치와의 조우
6. 인류사와 소설사의 나란히 가기
7. Selig sind die Zeiten……
8. 심정이냐 혼이냐
9. 일역자 하라다의 조언
10. 『소설의 이론』을 넘어선 번역
11. 한국근대문학사 속의 루카치
12. 김남천의 「소설의 운명」
13. 또다른 소설의 이론
14. 소설의 장르적 성격과 인류사의 미래
제 2장|고바야시 히데오, 사람은 비평가도 될 수 있는가
1. 미시마 유키오의 자결
2. 문학적 죽음과 정치적 죽음
3. 사카모토 교수의 비판
4. 고바야시 히데오의 견해
5. 사람이 비평가도 될 수 있는 곡절
6. 고바야시의 비평과 루카치의 에세이
7. 내 전공의 사정권 속의 고바야시 히데오
8. 식민지 문사 앞에 군림한 고바야시
9. 강연 「문학과 자기」
10. 고바야시에게 있어 경주는 무엇인가
11. 잡종문화론자 가토 슈이치의 비판
12. 조연현이 바라본 고바야시
13. 마루야마 마사오의 거리 재기
14. 루카치와의 거리 재기
15. 도스토예프스키 평전과 「고린도후서」 5장 13절
16. 고바야시, 루카치, 마루야마 마사오
17. 고바야시의 무덤을 찾아서
제 3장|글만 쓰되 목숨을 건 글만 쓰다 자결한 사내, 에토 준
1. 에토 준과의 어설픈 만남
2. 내가 처음 만난 전후 일본문학
3. 잉여 부분에 대한 치욕감 - 에토 준의 초기 표정
4. 비평, 그 필사적 몸부림
5. 에토 준의 미국체험
6. 일본 심층심리 비판 - 『성숙과 상실』론
7. 서브컬처의 등장과 월평 중단 사태
8. 나카노 시게하루의 시 「비내리는 시나가와 역」론
9. 고바야시와 에토의 대화
10. 사생활과 공생활의 일원론
11. 강아지를 키워야 했던 사연
12. 강아지도 처도 글쓰기만큼의 절대적인 곡절
13. 처의 죽음까지 ‘묘사’한 글쓰기
14. 글을 쓸 수 없을 땐 자결하기뿐
15. 일본의 근대와 나쓰메 소세키
16. 『소세키와 그의 시대』란 어떤 글쓰기인가
17. 시대 읽기, 작품 읽기의 낙차
18. 내가 에토 준에 들린[憑] 곡절
19. 글쓰기의 신이 되고자 한 두 사내 - 다나베 하지메와 에토 준
제 4장|모리 아리마사, 노틀담, 이옥(李玉) 교수
1. 1980년, 다시 일본행
2. 하루미 레메(黎明) 아파트
3. 초조한 내 그림자 밟기
4. 도쿄 사역에서 모리 아리마사의 육성이 들렸다!
5. 파리의 돌멩이에서 출발하기
6. 릴케에서 배운 변모의 의미 - 체험과 경험의 준별
7. ‘부정한 유부녀’에 비친 모리의 인간스러움
8. 아, 저 아득한 노틀담!
9. 이옥 교수와 모리의 딸과의 만남
10. 자기가 연주한 파이프 오르간 속에서 죽어서 귀국한 사내
제 5장|『국화와 칼』 - 앞에 놓였던 것과 뒤에 놓였던 것
1.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와 그 주변 풍경
2. 5월제와 소련영화 고리키의 「어머니」
3. 산시로 연못가에 앉아 『국화와 칼』의 번역을 모의하다
4. 죄의 문화, 수치의 문화론
5. 어째서 ‘고전’인가
6. 일본학계의 반응
7. 문화인류학의 족보
8. 창조적 독법
9. 루스 베네딕트의 그리움[悲]
10. 그리움의 정체,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일
제 6장|미첼의 『일제하의 사상통제』에 마주치다
1. 처녀작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의 빈약성
2. 저항민족주의만이 전부였던 이광수들
3. 도쿄대 법학부의 세미나 교재, 『일제하의 사상통제』
4. 사상전향과 법체계
5. 『한국근대문학사상사』를 써야 했다
6. 전향소설의 일본적 양상
7. 전향소설의 한국적 양상
8. 전향론의 사상사적 변이양상
9. 『자본론』에 대한 예비지식
10. ‘삼위일체론’에 부딪치다
11. 헝가리 사태에도 입다문 루카치를 되돌아보다
제 7장|다시 현해탄을 건너야 했던 사상사적 곡절
1. 비평과 학문의 한복판에서
2. 고립무원에 직면하다
3. 식민지 수탈론의 시선에서 본 근대론
4. 황금시대의 환각 - 「아시스와 갈라테아」
5. 법화경 행자를 찾아서
제 8장|『이광수와 그의 시대』와 『이광수와 나의 시대』 사이에서
1. 아비찾기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2. 일본 언론계의 조선관계 보도방식
3. 「만영감의 죽음」을 들고 귀국하다
4. 「사랑인가」와 「만영감의 죽음」 틈에 낀 이광수
5. 글쓰기의 리듬감각 - 『이광수와 그의 시대』를 마치며
한 아이를 위한 후기-까마귀와 붕어를 속이고 떠난 한 소년 얘기
1. 누나의 어깨 너머로 본 교과서의 그림들
2. 고아의 아비찾기의 길 - 루카치의 별
3. 소년이 마주쳤던 다섯 개의 이정표
4. 아무 데도 가지 않았던 아이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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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나를 길 잃게 한 다섯 장의 그림-문수보살 없는 선재동자의 편력담
제 1장|1970년, 도쿄대학, 루카치
1. 국립대의 젊은 조교수
2. 근대와 근대문학
3. 초조함이 불러온 것
4. 1970년, Tokyo, 일기
5. 루카치와의 조우
6. 인류사와 소설사의 나란히 가기
7. Selig sind die Zeiten……
8. 심정이냐 혼이냐
9. 일역자 하라다의 조언
10. 『소설의 이론』을 넘어선 번역
11. 한국근대문학사 속의 루카치
12. 김남천의 「소설의 운명」
13. 또다른 소설의 이론
14. 소설의 장르적 성격과 인류사의 미래
제 2장|고바야시 히데오, 사람은 비평가도 될 수 있는가
1. 미시마 유키오의 자결
2. 문학적 죽음과 정치적 죽음
3. 사카모토 교수의 비판
4. 고바야시 히데오의 견해
5. 사람이 비평가도 될 수 있는 곡절
6. 고바야시의 비평과 루카치의 에세이
7. 내 전공의 사정권 속의 고바야시 히데오
8. 식민지 문사 앞에 군림한 고바야시
9. 강연 「문학과 자기」
10. 고바야시에게 있어 경주는 무엇인가
11. 잡종문화론자 가토 슈이치의 비판
12. 조연현이 바라본 고바야시
13. 마루야마 마사오의 거리 재기
14. 루카치와의 거리 재기
15. 도스토예프스키 평전과 「고린도후서」 5장 13절
16. 고바야시, 루카치, 마루야마 마사오
17. 고바야시의 무덤을 찾아서
제 3장|글만 쓰되 목숨을 건 글만 쓰다 자결한 사내, 에토 준
1. 에토 준과의 어설픈 만남
2. 내가 처음 만난 전후 일본문학
3. 잉여 부분에 대한 치욕감 - 에토 준의 초기 표정
4. 비평, 그 필사적 몸부림
5. 에토 준의 미국체험
6. 일본 심층심리 비판 - 『성숙과 상실』론
7. 서브컬처의 등장과 월평 중단 사태
8. 나카노 시게하루의 시 「비내리는 시나가와 역」론
9. 고바야시와 에토의 대화
10. 사생활과 공생활의 일원론
11. 강아지를 키워야 했던 사연
12. 강아지도 처도 글쓰기만큼의 절대적인 곡절
13. 처의 죽음까지 ‘묘사’한 글쓰기
14. 글을 쓸 수 없을 땐 자결하기뿐
15. 일본의 근대와 나쓰메 소세키
16. 『소세키와 그의 시대』란 어떤 글쓰기인가
17. 시대 읽기, 작품 읽기의 낙차
18. 내가 에토 준에 들린[憑] 곡절
19. 글쓰기의 신이 되고자 한 두 사내 - 다나베 하지메와 에토 준
제 4장|모리 아리마사, 노틀담, 이옥(李玉) 교수
1. 1980년, 다시 일본행
2. 하루미 레메(黎明) 아파트
3. 초조한 내 그림자 밟기
4. 도쿄 사역에서 모리 아리마사의 육성이 들렸다!
5. 파리의 돌멩이에서 출발하기
6. 릴케에서 배운 변모의 의미 - 체험과 경험의 준별
7. ‘부정한 유부녀’에 비친 모리의 인간스러움
8. 아, 저 아득한 노틀담!
9. 이옥 교수와 모리의 딸과의 만남
10. 자기가 연주한 파이프 오르간 속에서 죽어서 귀국한 사내
제 5장|『국화와 칼』 - 앞에 놓였던 것과 뒤에 놓였던 것
1.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와 그 주변 풍경
2. 5월제와 소련영화 고리키의 「어머니」
3. 산시로 연못가에 앉아 『국화와 칼』의 번역을 모의하다
4. 죄의 문화, 수치의 문화론
5. 어째서 ‘고전’인가
6. 일본학계의 반응
7. 문화인류학의 족보
8. 창조적 독법
9. 루스 베네딕트의 그리움[悲]
10. 그리움의 정체,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일
제 6장|미첼의 『일제하의 사상통제』에 마주치다
1. 처녀작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의 빈약성
2. 저항민족주의만이 전부였던 이광수들
3. 도쿄대 법학부의 세미나 교재, 『일제하의 사상통제』
4. 사상전향과 법체계
5. 『한국근대문학사상사』를 써야 했다
6. 전향소설의 일본적 양상
7. 전향소설의 한국적 양상
8. 전향론의 사상사적 변이양상
9. 『자본론』에 대한 예비지식
10. ‘삼위일체론’에 부딪치다
11. 헝가리 사태에도 입다문 루카치를 되돌아보다
제 7장|다시 현해탄을 건너야 했던 사상사적 곡절
1. 비평과 학문의 한복판에서
2. 고립무원에 직면하다
3. 식민지 수탈론의 시선에서 본 근대론
4. 황금시대의 환각 - 「아시스와 갈라테아」
5. 법화경 행자를 찾아서
제 8장|『이광수와 그의 시대』와 『이광수와 나의 시대』 사이에서
1. 아비찾기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2. 일본 언론계의 조선관계 보도방식
3. 「만영감의 죽음」을 들고 귀국하다
4. 「사랑인가」와 「만영감의 죽음」 틈에 낀 이광수
5. 글쓰기의 리듬감각 - 『이광수와 그의 시대』를 마치며
한 아이를 위한 후기-까마귀와 붕어를 속이고 떠난 한 소년 얘기
1. 누나의 어깨 너머로 본 교과서의 그림들
2. 고아의 아비찾기의 길 - 루카치의 별
3. 소년이 마주쳤던 다섯 개의 이정표
4. 아무 데도 가지 않았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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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윤식 (지은이)
신간알림 신청
1936년 경남 진영 출생. 서울대 명예교수. 1962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 1968년 서울대 교양과정부 전임강사, 1975년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임한 이래 문학사, 문학사상사, 작가론, 예술론, 비평, 에세이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연구와 글쓰기를 통해 한국 현대문학사의 기틀을 닦았으며 독보적인 학문적·문학적 성과를 이룩했다. 1973년 현대문학 신인상, 1987년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평론 부문), 1989년 김환태평론문학상, 1991년 팔봉비평문학상, 1994년 요산문학상, 2002년 대산문학...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윤식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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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경남 진영 출생. 서울대 명예교수. 1962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 1968년 서울대 교양과정부 전임강사, 1975년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임한 이래 문학사, 문학사상사, 작가론, 예술론, 비평, 에세이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연구와 글쓰기를 통해 한국 현대문학사의 기틀을 닦았으며 독보적인 학문적·문학적 성과를 이룩했다. 1973년 현대문학 신인상, 1987년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평론 부문), 1989년 김환태평론문학상, 1991년 팔봉비평문학상, 1994년 요산문학상, 2002년 대산문학... 더보기
수상 : 2008년 통영시문학상(청마문학상), 1994년 요산김정한문학상, 1993년 편운문학상
최근작 :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3 (큰글자책)>,<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2 (큰글자책)>,<문학을 걷다 (큰글자책)> … 총 20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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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김윤식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
― 다섯 개의 프리즘을 통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쓰기
국문학자이자 비평가로, 희수(喜壽)의 나이에도 주요 문학 월간지와 계간지에 발표되는 소설을 모두 읽고 꾸준히 월평을 쓰며 왕성한 활동 중인 김윤식 교수의 지적 여정기이자, 사유의 자서전이 나왔다. 이 책 『내가 읽고 만난 일본』은, 한국문학사 연구와 현장비평이라는 두 산맥에 모두 우뚝하게 솟은 봉우리라 할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각 1970년과 1980년에 겪은 두 차례의 일본 체류에서, 그리고 그 사이 10년의 시간 속에서 만나고 읽은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김윤식 교수의 일본 체험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한 아이가 학문의 길에 들어서고, 근대와 민족을 만나 때로는 그에 열광하고 때로는 헤매며 생각하고 고민한 사유의 기록이자 내면의 풍경이며, 고바야시 히데오, 에토 준 등 걸출한 일본 문예비평가에 대한 하나의 안내이자 비평이기도 하고, “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한 답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애 전체를 건 공부, 삶 전체를 건 글쓰기를 보여 주는 문학적·지적 에세이이다.
김윤식 교수는 자신이 평생 동안 전력을 다한 읽기와 쓰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 과정에 어떤 질곡이 그를 가로막았는지, 그리고 그가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등에 대해 다섯 산맥(일본 불세출의 문예비평가 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와 에토 준江藤淳, 도쿄대 교수직도 버리고 프랑스 파리에 눌러앉았던 모리 아리마사森有正, 『국화와 칼』의 루스 베네딕트, 『일제하의 사상통제』의 리처드 미첼) 및 맑스주의 문예비평가 루카치와의 만남을 그리며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문맥 사이에 은근하게, 때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원로학자 김윤식의 지적 열정과 고뇌는 물론 개인적 소회와 감상까지도 엿볼 수 있는 건 이 책만의 특별함이다. 한 사람의 학자이자 비평가가 평생에 걸쳐 온 생을 건 읽기와 쓰기를 보노라면, 그 방법이나 내용에 동의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그 삶과 지적 열정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와 ‘이광수와 나의 시대’ 사이에서
이제 막 서른다섯 살의 젊은 조교수가 있었다. 제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자마자 남과 북으로 나라가 반토막 나고, 반공을 국시로 한 남쪽에서 국립대의 교원, 그러니까 공무원 신분인 젊은 교수는 하버드대학 옌칭 신프로그램의 그랜트로 도쿄에 외국인연구원 신분으로 가게 된다. 1970년의 도쿄는, 그에게 “거의 천국처럼 보였다”(본문 31쪽). 붉은 깃발이 난무한 교정, 대학 정문 앞에서 파는 데모용 헬멧과 무기들, 서점에 깔려 있는 공산주의 관련 서적들……. “한국근대문학에 미친 일본문학의 영향”을 목적으로 갔던 첫번째 체일에서 젊은 조교수가 만난 것은 뜻밖에도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었다. 그리고 이광수, 최남선 등과 같은 당시 일본에 유학간 학생들이 읽고 만난 일본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찾아간 그곳에서, 청년 김윤식은 길을 잃고 말았다.
‘한국근대문학에 미친 일본문학의 영향’이 1970년도 도일 목적이었지만 나는 보기 민망할 만큼 실패했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와 ‘이광수와 나의 시대’ 사이에서
이제 막 서른다섯 살의 젊은 조교수가 있었다. 제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자마자 남과 북으로 나라가 반토막 나고, 반공을 국시로 한 남쪽에서 국립대의 교원, 그러니까 공무원 신분인 젊은 교수는 하버드대학 옌칭 신프로그램의 그랜트로 도쿄에 외국인연구원 신분으로 가게 된다. 1970년의 도쿄는, 그에게 “거의 천국처럼 보였다”(본문 31쪽). 붉은 깃발이 난무한 교정, 대학 정문 앞에서 파는 데모용 헬멧과 무기들, 서점에 깔려 있는 공산주의 관련 서적들……. “한국근대문학에 미친 일본문학의 영향”을 목적으로 갔던 첫번째 체일에서 젊은 조교수가 만난 것은 뜻밖에도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었다. 그리고 이광수, 최남선 등과 같은 당시 일본에 유학간 학생들이 읽고 만난 일본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찾아간 그곳에서, 청년 김윤식은 길을 잃고 말았다.
‘한국근대문학에 미친 일본문학의 영향’이 1970년도 도일 목적이었지만 나는 보기 민망할 만큼 실패했다.
가까스로 이광수의 와세다 고등전문부(1년 반 과정)의 성적표와 『핫킨학보』(白金學報, 메이지학원 보통부 교지)에 실린 데뷔작 「愛か」(사랑인가)를 찾아낸 것, 이를 국내에 번역 소개한 것(「이광수의 데뷔작고」, 『독서신문』 55호, 1971년 12월 5일자)쯤을 들어 감히 성과라 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참담했다. 딴눈을 팔았음에서 이런 결과에 이른 것이다. 나로 하여금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하지 못하게끔 당겨 이끌고 간 장본인은 무엇이었을까.
첫번째가 루카치였고,
두번째가 미시마 유키오였고, 마침내
세번째가 고바야시 히데오와 에토 준이었다.(본문 680쪽)
“한국근대문학”으로 전공을 정한 김윤식이 맞닥뜨린 곳은 먼저 ‘근대’라는 개념이다.
“한국근대문학”으로 전공을 정한 김윤식이 맞닥뜨린 곳은 먼저 ‘근대’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그는 국민국가와 자본제라는 보편성 탐구에 들어갔는데, ‘한국’은 이 시기에 식민지가 되고 말았기에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반제국주의 투쟁과 반자본주의 투쟁이라는 특수적 상황을 맞이했던바 김윤식은 이 역시 탐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보편성과 특수성의 탐구 속에서 그는 인류사의 과제, 즉 ‘인간해방’이라는 테제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김윤식은 이 인류사의 이념을 다루는 것이 문학이라면 그것이 집중적으로 뭉쳐 있는 곳이 문예비평이라 믿었다.
“시도 소설도 그러했으나 ……이념성의 면에서는 간접화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음에 비해 비평은 사정이 크게 달랐다.
직접성으로서의 이념성이 전면에 놓이는 것이 비평이었다.
이 사실의 발견이 내 조급성이랄까 미숙성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친 것은 많은 세월이 지난 후의 일이거니와, 한동안 나는 이념성에 매료되어 문학=이데올로기의 도식에 온몸으로 대응해 나갔다. ‘온몸으로’라고 감히 말했는데, 이것이 내 열정의 근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본문 32~33쪽)
그러나 그러던 중 일본 체류에서 만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일본 문예비평의 창시자로 김윤식에게 끊임없이 “비평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 고바야시 히데오, 글쓰기에 생을 걸고 글을 쓸 수 없자 자결해 버린 비평가 에토 준과의 만남은 그로 하여금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었다. 인류사의 황금시대에 대한 환각, “문학은 어디로 갔느냐?”는 물음, 사상과 문학을 갈라내는 분기점인 ‘전향문제’ 등에 덧붙여 1980년의 광주까지 맞이한 김윤식에게 그의 무기인 비평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같아졌다. 그 속에서 떠오른 한 인물이 바로 붓 한자루 외에는 다른 것을 가질 수 없었던 식민지 조선의 이광수였다.
나는 이 중년의 한복 입은 사내[이광수]가 마음에 들었는데 그 손에 들린 무기에서 왔다. 달랑 붓 한 자루뿐이었던 것. 이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붓 한 자루로, 5월 광주와 DMZ 속을 헤매어야 한다는 것. 빚갚기란 이 붓으로만 가능하다는 것. 이 점을 그는 내게 가르쳤다. 다듬어 말해 그것은 ‘민족’에 대한 빚갚음이 아닐 수 없었다. ……
[이광수가] 민족과 개인을 동시에 보는 무기란 붓밖에 없었다. 붓, 그것은 「참회록」에서 윤동주가 읊은 거울에 다름 아니었다. 나는 이 연약한 붓의 행적을 찾아보고 싶었다. 나 역시 붓 한 자루뿐이었던 까닭이다. 스스로 붓 한 자루를 갖고자 한 점에서 나는 그와 크게 달랐다. 다른 것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붓 쪽을 택한 것이었다. 비평이란 무기도 그 속에 있었고, 죄의식도 업보도 그 속에 있었다. 강변 포플러숲에서 자란 소년이 드디어 까마귀와 붕어를 속이고 길을 떠난 이래 40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이었다.
첫번째 현해탄 건너기에서 가진 무기인 비평도 여기에서는 이미 소용없었다. 이상이 두번째 현해탄 건너기의 진짜 이유였다. 무기없는 무기, 붓 한 자루의 행적 따르기가 그것.
그 무거운 이광수전집(10권)을 들고 현해탄을 건넌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미 나는, 고바야시 히데오, 에토 준을 옆으로 밀치고 떠오른 어떤 악마와도 맞설 만한 모종의 조바심에 타오르고 있었다.(본문 703~704쪽)
우리 국문학사에서 독립적인 전기 비평의 전범으로 손꼽히는 『이광수와 그의 시대』(1986)는 이렇게 김윤식이 두 차례의 체일을 통해 헤매고 고민하며 완성해 낸 결과물이다. 한 문학가의 생애를 그 시대의 정신사적 문맥과 함께 통합적으로 구성·해석하는 형식으로, 요컨대 ‘고아의식’이라는, 이광수 개인과 그의 시대를 지배하는 키워드를 가지고 써낸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 김윤식 자신이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글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시대의 관계”였다.
우리 국문학사에서 독립적인 전기 비평의 전범으로 손꼽히는 『이광수와 그의 시대』(1986)는 이렇게 김윤식이 두 차례의 체일을 통해 헤매고 고민하며 완성해 낸 결과물이다. 한 문학가의 생애를 그 시대의 정신사적 문맥과 함께 통합적으로 구성·해석하는 형식으로, 요컨대 ‘고아의식’이라는, 이광수 개인과 그의 시대를 지배하는 키워드를 가지고 써낸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서 김윤식 자신이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글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시대의 관계”였다.
1970년 첫번째 일본 체류로 시작해 『이광수와 그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 속에 현재 자신의 관심사(이중어 글쓰기bilingual writing)를 녹여 내며 끝맺고 있는 이 책 『내가 읽고 만난 일본』에서, 우리는 인류사의 문제에 가슴 설레며 열정적으로 육박해 들어가는 젊은 청년 비평가의 모습부터 쉼없는 책읽기와 사유를 통해 훨씬 넓어지고 깊어진 사유의 원로학자의 모습까지를 오가며, 결국 “글과 나의 관계”, “나와 나의 시대”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김윤식을 만나게 된다.
이 모습은 한 중견 작가가 “김윤식이라는 이름은 동사 ‘쓰다’의 주어처럼 보인다”고 말한 바로 그대로이며, “생을 건 글쓰기”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연구도, 비평도, 글쓰기도, 모두 여기(餘技)이거나 밥벌이가 되도록 만드는 지금 시대에, 이처럼 연구도 글쓰기도 바로 삶 그 자체인 원로학자의 모습은, 경외감과 더불어 문학과 비평은 무엇인지, 나아가 글쓰기란 아니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자문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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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 (5)
고바야시 히데오 등 국내에 덜 알려진 비평가 소개와 일본이라는 사이비 근대를 따라한 조선의 근대 등 내용은 만족. 일류 타령, 감상적 표현, 잦은 오탈자는 눈에 거슬림.
madwife 2012-11-23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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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이 사후에도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한국의 근대문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만들어낸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가 최초의 근대문학 전공 박사라는 사실. 그가 선생 없이 한국 근대문학의 학문 체계를 세운 사람이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많은 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bookworm 2020-11-10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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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마이리뷰] 내가 읽고 만난 일본
최고의 책이다.평범하지 않은 노학자가 평생을 걸어 도달한 곳에 이정표를 세워 주신다.
평범할 뿐인 나 자신은 결과만 보고 “에계 겨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마무리로 갈수록 나 자신은 도달할수도, 시작할 수도 없는 길 임을 직감한다.무궁하고 한발짝조차 떼기 힘든 학문의 길에 경의를 표한다.
그 길에 이런 노학자들의 이정표가 있기에 우리는 더 깊이 떠날수 있으리라.
goldmine93 2020-05-1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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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페이퍼
김윤식-정과리-함돈균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내주가 추석 연휴라서 신간이 나오지 않을 테니 이번 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 두 차례 '이주의 저자'를 고르게 될 듯하다. 일단 눈에 띄는 건 문학평론가 3인이다. 세대순으로 먼저 원로 평론가 김윤식 선생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2>(그린비, 2016).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그린비, 2013)의 속편이다.
"지난 1권에서 주로 동시대에 활동한 문인들의 라이벌 의식을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일제 강점기에서 시작하여 6·25전쟁을 거쳐 1980년대까지 다소 폭이 넓은 시기를 다룬다. 또한 지난 1권과 마찬가지로 문인들 간의 라이벌 의식은 물론, 한 작품 속 등장인물 간의 라이벌 의식과 한 작가 내부의 장르상의 라이벌 의식까지 다뤄 한국 근대문학사의 풍부하고 생생한 장면을 면밀히 포착한다."
발문을 쓴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은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까지 포함해서 '한국문학사의 라이벌론 3부작'이라 칭하고 있다. 하지만 목차만 봐서는, 그리고 저자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3부작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현장을 저자만큼 생생하게 묘사해줄 수 있는 평론가도 드문 만큼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3>도 기대해본다.
goldmine93 2020-05-1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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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정과리-함돈균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내주가 추석 연휴라서 신간이 나오지 않을 테니 이번 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 두 차례 '이주의 저자'를 고르게 될 듯하다. 일단 눈에 띄는 건 문학평론가 3인이다. 세대순으로 먼저 원로 평론가 김윤식 선생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2>(그린비, 2016).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그린비, 2013)의 속편이다.
"지난 1권에서 주로 동시대에 활동한 문인들의 라이벌 의식을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일제 강점기에서 시작하여 6·25전쟁을 거쳐 1980년대까지 다소 폭이 넓은 시기를 다룬다. 또한 지난 1권과 마찬가지로 문인들 간의 라이벌 의식은 물론, 한 작품 속 등장인물 간의 라이벌 의식과 한 작가 내부의 장르상의 라이벌 의식까지 다뤄 한국 근대문학사의 풍부하고 생생한 장면을 면밀히 포착한다."
발문을 쓴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은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까지 포함해서 '한국문학사의 라이벌론 3부작'이라 칭하고 있다. 하지만 목차만 봐서는, 그리고 저자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3부작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현장을 저자만큼 생생하게 묘사해줄 수 있는 평론가도 드문 만큼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3>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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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1209162110495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안되니, 유서 비슷한 게 아니겠소”
한윤정 기자2012.09.16 경향신문
원로 국문학자 김윤식 교수 자전적 에세이 ‘내가 읽고 만난 일본’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76)의 신간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은 ‘원로 국문학자 김윤식의 지적 여정’이란 부제를 단 에세이다. 외형으로는 1970년과 1980년 두 차례 도쿄대에 외국인 연구원 자격으로 머물렀던 경험과 성과를 기록한 일본 체류기이자 그의 역작 <이광수와 그의 시대>(1986)를 쓰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러나 800쪽에 이르는 이 책은 현장비평과 문학연구에서 일가를 이룬 그의 사상과 삶을 망라한 자서전으로 읽힌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유서 비슷한 게 아니겠소.”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신간 <내가 읽고 만난 일본>은 김 교수의 삶과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지적 여정’이자 ‘사유의 자서전’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는 자신의 학문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사상가들과의 만남을 회고한다. 게오르그 루카치, 고바야시 히데오, 에토 준, 모리 아리마사, 루스 베네딕트, 리처드 미첼이 그들이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미첼의 <일제하의 사상통제>는 김 교수가 직접 번역한 책이기도 하다.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은 김 교수의 문학관을 형성했다. 그는 1970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도쿄대 앞 서점에서 독일어 원서를 발견하고, 가슴 설레며 밤새워 읽던 순간을 떠올린다.“루카치는 부르주아의 서사양식인 소설이 근대 자본주의를 설명한다고 생각했소. 소설은 단순한 문학 장르가 아니라 세계를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도구인 셈이지요.”
문학으로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를 수행하려던 일제시대 카프는 이렇게 해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확대한 저작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1973)의 주제가 된다. 문예비평의 원조인 고바야시 히데오와의 만남은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를 경유한다. 1970년 미시마는 일본 재무장을 요구하며 자위대 총감실에서 할복자살해 큰 충격을 던졌고, 당시 일본 체류 중이던 김 교수는 국내 문예지에 그의 죽음에 대한 글을 썼다.
“아, 에토 준, 글쓰기에 미친 사람. 유일한 가족이던 자기 마누라가 죽는 과정까지 글로 쓰고,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되자 자살한 사람.”
자신과 동시대인인 에토 준에 대해서는 논리에 앞서 깊은 감정을 토로한다. 일본 근대를 ‘잉여(서양과의 차이)에 대한 치욕감’으로, 전후 일본을 ‘상실의 시대’로 명명했던 비평가 에토는 <소세키와 그의 시대>를 집필했고,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근대 일본문학의 기원을 탐구하는 한편 일본 소설이 ‘서브컬처’로 전락하기 전까지 20년간 소설 월평을 썼던 에토의 글쓰기는 미수를 바라보는 나이에 여전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소설 월평을 쓰는 김 교수의 삶과 닮았다.
모리 아리마사는 1980년 두 번째 일본 체류 당시 만난 인물이다. 이미 4년 전 유명을 달리했던 그는 데카르트 연구자로 일본에서의 지위와 가정을 모두 버리고 파리로 가서 프랑스 여인과의 재혼, 이혼을 반복하며 야인으로 삶을 마쳤다. 김 교수는 모리의 에세이가 구사하는 수사학에 매혹되는 한편, 파리에 살면서 고구려사를 연구한 이옥 교수(초대 법무부 장관 이인의 아들)를 알게 되고 그를 통해 파리에서 자살한 모리의 딸을 만나기도 한다.
이들에게서 김 교수는
- 일본이란 대타자 앞에서
- 조선의 민족의식을 형성하고 지키는 한편
- 부정해야 했던
이광수로 건너가는 다리를 찾는다.
처음부터 김 교수의 끌림은 이광수를 향했다.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국학’을 설립하라는 사명이 주어진 1960년대의 젊은 연구자로서 그는 1970년 첫 도일 당시 일제강점기 유학생의 근대체험을 공부하고자 했다. 그 결과는 이광수의 발견이었다. 그리고 다시 일본을 향한 1980년 그의 가방에는 10권짜리 이광수 전집이 들어 있었다.
“식민지 조선의 3대 천재가 벽초 홍명희,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인데 홍명희는 대지주에다 유명한 친일가문이었고 최남선의 집안 역시 황실보다 돈이 많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에 비해 가난한 40대 파락호가 삼취인 무당 딸에게 얻은 아들인 이광수는 11살에 고아가 됐단 말이오. 가진 것이라곤 달랑 붓 한 자루뿐이었던 그의 삶은 아비를 찾는 고아에서 스스로 아비가 되는 과정이었어요.”
1981년부터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하기 시작한 <이광수와 그의 시대>는 5년에 걸쳐 원고지 4600장으로 마감된다. 그가 첫 도일기에 발견한 이광수의 유학생 시절 일본어 작품 ‘사랑인가’부터 근대소설의 효시인 <무정>, 그리고 1930년대 후반에 쓴 ‘만영감의 죽음’을 비롯한 단편의 세계가 통일되면서 사상에서 문학으로 침잠한 인간 이광수의 면모가 드러난다.
처음부터 김 교수의 끌림은 이광수를 향했다.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국학’을 설립하라는 사명이 주어진 1960년대의 젊은 연구자로서 그는 1970년 첫 도일 당시 일제강점기 유학생의 근대체험을 공부하고자 했다. 그 결과는 이광수의 발견이었다. 그리고 다시 일본을 향한 1980년 그의 가방에는 10권짜리 이광수 전집이 들어 있었다.
“식민지 조선의 3대 천재가 벽초 홍명희,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인데 홍명희는 대지주에다 유명한 친일가문이었고 최남선의 집안 역시 황실보다 돈이 많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에 비해 가난한 40대 파락호가 삼취인 무당 딸에게 얻은 아들인 이광수는 11살에 고아가 됐단 말이오. 가진 것이라곤 달랑 붓 한 자루뿐이었던 그의 삶은 아비를 찾는 고아에서 스스로 아비가 되는 과정이었어요.”
1981년부터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하기 시작한 <이광수와 그의 시대>는 5년에 걸쳐 원고지 4600장으로 마감된다. 그가 첫 도일기에 발견한 이광수의 유학생 시절 일본어 작품 ‘사랑인가’부터 근대소설의 효시인 <무정>, 그리고 1930년대 후반에 쓴 ‘만영감의 죽음’을 비롯한 단편의 세계가 통일되면서 사상에서 문학으로 침잠한 인간 이광수의 면모가 드러난다.
결국 미시마 유키오가 그랬듯이 한 작가에게 글쓰기란 세계와의 관계 맺기이고 글과 인간, 시대는 삼위일체를 이룬다.
이렇게 흘러간 책은 자신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고향인 경남 진영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까마귀와 붕어, 메뚜기, 솔개를 속이고 등에 몇 권의 책을 짊어지고 길을 떠난” 뒤 “머리에 서리가 얹힌 채 다리 절름거리며 그 의의를 찾아 헤매는” 현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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