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 위안부 문제 해결방식: 사과와 반성 or 돈
1.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은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협상의 타결을 발표했다.
일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불가역적인 협상의 결과'라는 점과 ‘소녀상 이전’을 포함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약속, 정대협 등 민간단체가 계속 이 문제를 가지고 활동을 할 경우 정부에서 막으라는 내용이다. (왜 일본이 그런 것인지는 내 지난 글을 참조하면 되겠다. 댓글 링크 참조)
그 대가로 일본에서는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한다”는 말과 10억엔을 출연해서 재단을 만들고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하겠다'고 협상결과를 발표했다.
2.
“일본이 사과를 했고 10억엔을 지불했으니 다 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그 돈을 받고 끝나기를 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우선 일본에서 지불하는 10억엔에 대한 명목을 보자. 이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이다. 액수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보상금의 지불이란 완벽하게 잘못된 해결 방식이다.
보상이란 '적법한 공권력의 행위에 대한 대가의 지급'을 의미한다. 즉 이 돈을 받게 되면 위안부 문제는 ‘합법적인 일’이 되는 것이고 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아베 및 일본극우와 반일종족주의를 쓴 이영훈 등 한국 극우세력의 주장처럼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창녀’가 되었다는 것에 다름없게 된다.
일본정부의 입장은 “우리의 잘못은 없어. 하지만 너희가 보상을 원하니 돈은 줄께. 대신 앞으로 너희는 우리가 잘못했다는 그 어떤 주장도 하지마”인 것이다.
3.
이 협상내용에서 일본의 사죄와 반성 어쩌구 하는 것은 그냥 표면적 수사일 뿐이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다. 어찌보면 꼼수에 가깝다. 사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사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표시하고 싶다면 ‘보상금’이 아닌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맞다. 배상은 '위법한 공권력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한 대가의 지급'이기 때문이다.
1965년 박정희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3억불은 ‘독립축하금’이라는 명목이었고 그래서 차관의 형태로 들어왔다. 한 마디로 박정희와 박근혜 이 부녀는 완벽하게 일본에게 나라를 팔은 역사적 죄인이라고 생각한다.
4.
배상이든 보상이든 상관없이 “돈만 받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들(혹은 피해자 가족)도 있을 수 있다.
당시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고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가지고 박근혜는 여가부 산하에 ‘화해치유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일본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재단 측 발표에 따르면 생존 피해자 46명 중 29명이 재단과 면담을 갖고 “현금지불방식의 해결에 동의했다”고 했다. 재단측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생존피해자에게 1억원, 사망피해자에게 2천만원씩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5.
그런데 당시 여론은 “진정한 사과도 아닌데 졸속으로 만든 재단을 통해 돈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돈을 원한다면 “국민이 모금해서 돈을 전달해 주자”는 의견도 많았고 그래서 모금운동이 벌어졌고 이를 윤미향의 정의연에서 주도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도 이 모금 방식을 직접 언급하고 동의했었다.
그래서 모든 피해자 할머니들은 실제 돈을 1억원씩 받았다. "피해자에게 모금액이 사용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던 이용수 할머니도 이 당시 1억원을 받았다.
‘더러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분들이나 ‘무관하게 어떤 돈이든 받겠다’는 분들이나 대다수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의외로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6.
화해치유재단에서 지불한 돈의 경우 나중에 문재인 정권 들어 재단을 해산 시키면서 정부예산(예비비)으로 전액을 충당했기에 할머니들에게 지불된 돈은 국민세금과 모금 등 실질적으로 우리 국민들에게서 나온 돈이다. (이 돈은 지금 일본이 받지 않고 있어 붕 뜬 상태이긴 하다)
이는 “사과나 반성이 없는 일본의 더러운 돈을 받지 마세요. 대신 우리가 드릴께요”의 실천인 셈이고 할머니들은 그 돈을 수령함으로서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 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언론에서는 할머니들이 대단히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고 정의연은 흥청망청 쓰는 것처럼 묘사하는데 그렇지 않다. 성금 외에도 국가예산에 의해 할머니들 생활과 건강은 잘 관리되고 있다.
7.
자, 이제는 지금 이용수 할머니 옆에 바짝 붙어 있고 기자회견을 주도했던 최용상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 정의연과 윤미향 관련해서 발생한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인물이다)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라는 단체가 있다. 그 단체는 지금 1965년 박정희가 맺은 ‘한일협정’을 통해 일본에게 ‘독립축하금’으로 받은 무상자금 ‘3억달러를 돌려달라’는 초대형 소송을 한국정부에 제기했다.
박정희가 받아 어디에 썼는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그리고 강제징용피해자들의 배상금으로 받은 돈도 아닌 것을 현재 한국정부에 내 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단체의 정관에는 놀랍게도 운영재원에 대해 ‘전범기업, 한일청구권 소송에서 승소하면 사례비를 받아 운영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돈이 목적이라는 것을 정관에 분명하게 밝혔다.
3억원도 아닌 3억 달러이다. 10% 사례비를 받는다고 하면 360억원인데 이들은 현재 초대형 대박을 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의 이사장이 바로 최용상이다.
8.
지금 무역전쟁, 지소미아, 비자중단 등 한일관계에 결정적 문제가 된 계기는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린 결과가 크다. 2019년 10월 해당 판결 1주년을 맞이해서 많은 단체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는 시위를 했는데 묘한 것이 보인다.
윤미향의 정의연의 주장과 최용상의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의 목소리가 상당히 다르다.
윤미향은 ‘일본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외치는데 최용상은 ‘한일양국정부가 적극 협조해서 해결해 달라’고 한다. 심지어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9.
이용수 할머니는 이 단체의 활동을 통해 최용상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그리고 현재 정의연과 윤미향 비난에 시발점이 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당시 최용상이 붙어 있었다. 지금 이용수 할머니의 입 노릇을 하면서 정의연과 윤미향을 비난하는 사람이 최용상이다.
최용상은 ‘가자평화인권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본인이 비례1번으로 이번 415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레퍼런스 체크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아웃된 사람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 내릴 일이다. 이런 사람이 시민당 비례로 국회에 왔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10.
그 이후로는 최용상은 민주당에 대한 악의도 서슴없이 내 뱉는다. 심지어 “민주당이 아베보다 더 나쁘다”는 주장까지 하는 사람이다.
그 이전에 문희상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했던 ‘1+1+알파' 법안 그 내용은 '한일 기업과 국민 성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먼저 지불하자'는 것인데 최용상이 국회의장을 찾아가 일종의 '로비를 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이 든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면 이용수 할머니는 이 문희상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내용들이 나온다.
문희상의 제안이 당시 국민여론에 의해 거부당하자 최용상은 직접 비례대표로 국회에 가려던 것이고 그것도 실패하자 지금은 민주당과 윤미향 그리고 정의연을 공격하는데 최일선에 서 있는 것이라는 것이 현재의 상황으로 보인다. 그리고 조중동이 그 재료를 가지고 신나게 후방지원을 하고 말이다.
정치적 야심도 크고 돈에 대한 욕심도 큰 사람이 하필 이용수 할머니 옆에 붙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11.
다시 밝히지만 나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피해자인 할머니들 뜻에 따르는 것에 동의한다.
김복동 할머니처럼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록을 남겨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돈을 통해 과거의 고통이 해소’가 된다면 '그 분들의 선택'도 존중한다.
다만 후자의 방식을 선호하는 할머니들과 가족들을 움직여 정의연과 윤미향을 비난하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들이 국가를 대상으로 3억불 소송을 하는 것은 막을 생각도 방법도 없지만 그들이 정의로운 일을 한다는 프레임이나 정치에 기웃거리는 것은 반대할 것이다.
또한 아베와 일본극우와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이들이 정의연을 비난하는 것은 그야말로 가소롭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 말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돕는 이들을 비난하는 격이니 말이다.
물론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가장 존중한다.
+++내용 추가+++
12.
시민단체가 회계부정이 있었는지만 체크하면 된다. 목적이 훌륭해도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잘못이라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어 간단하게 의견을 추가한다.
일개 시민단체의 부정여부가 지금처럼 모든 언론이 나서서 공격할 이슈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회계부정 여부를 가리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면 '정의연에서 외부감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맞다.
법원의 판결은 잘못되는 경우가 있지만 외부기관을 통한 회계감사의 경우 조작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이번처럼 정의연이 감사기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
13.
하지만 정의연을 공격하는 세력은 연일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끊임없이 이 논란을 의도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목적이 '윤미향 사퇴, 정의연 해산'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난 역사 이야기를 꺼내가면서 정의연과 윤미향 글을 쓰는 이유는 '회계부정여부의 확인' 보다 '윤미향 사퇴'를 목적으로 삼는 언론 프레임에 반대하고 거기에 대항하는 나름의 방식이다.
내 모든 주장은 정의연이 외부감사에 의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모두 잘못된 것이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가서 나는 내 주장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도 하고, 윤미향 사퇴를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프레임에 의해 윤미향이 사퇴한다면 '누구 좋으라고??'가 내가 계속해서 이런 글을 써 나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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