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숙 200717
17taSmmp roJunlfssory 20ee2etem0etd ·
과거 간첩조작사건이 발생하면 언급자체가 어려웠다. 사건에 연루된 사람을 옹호하거나 공안당국을 비판하는 순간 빨갱이나 빨갱이 조력자로 몰려 곤욕을 치르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 메카시 열풍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가 빨갱이의 "빨"자만 나와도 몸과 사고가 경직되고 입을 다물게 되는 레드컴플렉스에서 해방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젠 레드컴플렉스가 젠더컴플렉스로 옮겨온 것 같다.
조국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박원순 시장 미투의혹제기와 관련해서도 시민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서 전투중이다. 진보적인 가치를 공유하던 사람들이 고소인과 박원순 중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고 미투 의혹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면 바로 후진적인 성인지감수성이라 비난받는 동시에 2차 가해로 지목되니 문제제기를 하려면 젠더 커밍아웃을 각오해야 한다. 다소 거칠긴 하지만 입을 다물게 하는 방식이 생각을 검열하려 했던 과거 레드컴플렉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매번 똑같은 패턴일까. 위력에 의한 성추행의 경우 특성상 피해자의 의견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은 고소인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변호사인 김재련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특정인만 하는 게 아닌 것 같고 그런 2차 가해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다.” 라며 여가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호통친다.
고소인 (변호인 측과 여가부에서는 ‘피해자’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짧은 법률지식이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고소인이라 칭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도 2차 가해라 하니 ‘2차 가해’라는 낱말에 대해 심포지엄이라고 열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헌법에서 보장받고 있으니 난 판단을 달리할 새로운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나의 생각을 고수할 생각이다)에게 꽃뱀이니 꼬리쳤니 하는 원색적인 혐오에서부터 나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심 하거나 문제제기하는 것까지, 그리고 그것에 침묵하는 것까지 2차 가해라며 국민을 두동강이내고 적으로 몰아부칠 태세다. 무섭다.
진보적인 가치를 공유하던 시민사회는 조국 때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조국의 무고함을 대변하면 불공정과 반칙을 옹호하는 것으로 매도되었었다. 정경심, 조국, 조범동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어떠한가. 수천 건에 달하는 확인되지 않은 가십성보도 대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정정보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을 언론에서는 제대로 보도해주지 않는데다 동량으로 정정보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1차 정보는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한 각자의 인식체계에서 정정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세상은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조국 일가족의 감당하기 어려울만큼의 고통과 억울함은 누가 보상할 수 있나.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다. 혹자들은 살아서 벌을 받지 왜 비겁하게 죽냐고 묻는다. 조국과 그의 가족은 죽지 않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게 치졸하고도 비열한 조리돌림을 당했다. 존경받던 삶 전체를 모욕하며 인격은 살해되었고 부부의 내밀한 대화까지 만천하에 까발리며 가족은 파탄지경이 되었다.
그때 난 솔직히 그들이 무서운 생각을 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다. 범죄가 밝혀지면 죄의 경중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고 도덕적 비난을 받으면 된다. 누구에게도 행위 이외의 것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인격살해 수준으로 난도질할 권리는 없다. 조국이든 박원순이든 박근혜든 다 마찬가지다. 과거 우리가 남영동을 두려워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처벌받기까지의 과정이 아니었던가. 처벌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침소봉대하거나 하지도 않은 일을 창조해 국가를 전복하고자 했다며 악마화하고 인격살인이 밥먹듯 이루어진 곳,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욕조에 쳐박고 공포로 침 질질 흘리는 짐승으로 만들어버린 곳,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남영동이 지금의 언론이 아니던가.
그런데 요 며칠 우리의 언론을 보니 우리 사회가 여성인권과 성인지감수성이 이렇게 높았나 어리둥절해진다. 수구언론들이 여성주의 대변자가 된 것 같고 화해치유재단 이사로서 미래를 위해 양보하고 화해하자며 위안부 할머님들에게 2차 3차 가해를 서슴지 않던 김재련이 2차 가해 운운하는 것이 왜 블랙코미디로 느껴지는 걸까.
미투를 제기하는 피해자 대부분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원한다고 한다. 미투의 목적이 상대방의 사회적 파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이 고소인 여성과 연대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당사자인 고소인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성인지감수성에 경종을 울려 성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함이 아닌가. 그렇다면 최소한 기자회견에서 명백한 성범죄라고 보기에 애매한 몇몇 건을 찌라시처럼 흘리며 망자가 된 피고소인을 악마화하고 고소인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마저 등돌리게 만들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의견을 달리 하거나 조심스럽게 문제제기하는 사람들과 판단중지를 선택하며 지켜보고 있는 다수의 대중을 2차 가해라며 무조건 박원순을 애도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고소인을 옹호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성인지감수성이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인가. 당신들의 그런 태도는 합당한 것인가. 그의 이름 석자를 빼고는 한국의 시민사회를 논하기 어려울 만큼이었기에 아직도 애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시민들과 자신의 성인지감수성을 돌아보려고 노력해온 선량한 남성 일반을 적으로 몰아 건강한 시민사회를 분열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이건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들이 그토록 혐오하던 한남들이 하던 극단주의를 답습하는 것이며 당신들의 분노에서 파시즘이나 메카시즘의 광기마저 느껴진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첫째, 박원순 시장이 실종이 보도된지 두시간도 채 안되어 월간조선과 청년의사 등에서 박원순 시장의 사망을 보도했다. 와룡공원 어드메라고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장소도 특정하였고 서울대 병원에 운구가 도착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왜 이런 일이 그냥 넘어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실종보도와 거의 동시에 미투고소, 사망이라는 마치 계획되어 있었던 것같은 언론의 보도가 시민들로 하여금 미투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시발점이 되었다. 따라서 시민들의 입에만 재갈을 물릴 게 아니라 기사를 쓴 1차 언론과 확인도 않고 받아쓴 2차 언론을 수사해야 한다. 이젠 사망도 거짓으로 보도하는 인간말종같은 망나니짓을 하는 언론을 더이상은 두고 볼수가 없는데 어디에서도 이것을 문제삼지 않는다. 참 신기하다.
둘째, 고소인의 요구가 진정어린 사과였다면 피고소인의 장례절차를 끝내기도 전에 무리하게 기자회견을 강행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막장드라마 보여주듯 예고편을 날리며 진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속옷, 입술, 침실, 기쁨조 같은 선정적이고 야릇한 상상을 하게 하는 일방적인 주장이 확인되지 않은채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투가 정쟁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결정적인 성추행 증거를 하루빨리 제시하여 고소인 여성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게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려면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이 성희롱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고도 위력을 행사하였는지 조사해야 할것이니 상호 주고받은 문자에 고소인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다.
고소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부관참시를 해서라도 분노를 투사하는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여성으로서 고소인이 하루빨리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피해자 우선원칙을 중시하고 있으니 진혜원 검사의 말처럼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 판단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미투에 대해, 미투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해 여성단체가 어떤 메뉴얼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론을 타블로이드화 하게 만드는 기자회견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소인 편에 서지 않을 거라면 무조건 입 닥치라 하고, 피고소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아파하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동의하는 시민들, 너무 고통스러워 잠시 침묵하는 모두를 악마화하는 건 여성단체가 그동안 약자의 편에 서서 가시밭길을 걸어오며 보여준 모습과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다. 온갖 비난과 모욕 속에서도 여성운동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여성주의 가치는 사람을 살리는 데 있다.
우리는 이미 소중한 사회적 자산을 잃고 이유야 무엇이든 저마다의 이유로 아파하고 있다. 그것이 고소인에 대한 적대행위가 아닐진대 그렇게 몰아가서야 되겠는가. 그동안 여성인권을 위해 최전선에서 일해온 여성의 전화와 성폭력상담소는 김재련의 일련의 발언에 동의하는지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미투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게 목적인데 어떤 이유로 서울시 특별조사단을 거부하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1차 진상조사를 마치면 경찰조사로 넘기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성단체는 남녀 모두가 성차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미투 메뉴얼을 가동하고 2차가해를 유도하는 김재련을 견제해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후 여성단체의 정체성과 정당성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피해는 어디선가 위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성추행을 당할지도 모르는 진짜 피해자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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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comments
손성만
잘 읽었습니다 선배님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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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손성만 내가 아는 손성만은 한사람 뿐인데 정말이구나? 정말 오랫만이다. 포카라에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네.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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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만
강미숙 이렇게 만나게 되서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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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만
No photo description avai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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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손성만 페와호수는 잘 계시는가?
포카라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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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만
강미숙
No photo description avai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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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만
언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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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손성만 글쎄 엊그제 같은데 세어보니 한 4,5년 된 것 같네. 페와호수에서 배 띄워놓고 한나절 있고 싶었는데 그걸 못하고 왔네그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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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만
강미숙 그때면 제가 포카라 온지 1년정도 된 때인데
우리 게하가 폐와호수 바로 앞이라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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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손성만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그렇잖아도 호숫가 바에서 한잔하는데 친절한 한인민박이 있다는 얘긴 들었어. 어딜가나 한인민박은 피해다니는지라...
그집이 자네가 맞다면 만날수도 있었겠네ㅋㅋ
그곳도 코로나로 여행자들이 많이 줄었겠네. 이또한 지나가겠지.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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