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가르치기 부끄럽다" 대전·충청 역사전공 교수들 시국선언
장재완입력 2023. 5. 18. 크기 조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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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충북대 등 10개 대학 42명 참여... "윤석열, 한국 자존심 내팽개쳐"
[장재완 기자]
▲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전과 충남, 충북지역 대학의 역사전공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권의 역사인식은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이며 외교는 파행적이고 위험하다"면서 "반민주·반국민·반평화적인 외교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권의 편협한 역사인식과 위험한 굴욕 외교를 규탄하는 대전·충청지역 대학의 역사 전공 교수'들은 지난 17일 자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공주대 4명, 대전대 2명, 목원대 3명, 서원대 3명, 선문대 2명, 충남대 6명, 충북대 12명, 한남대 7명, 한국교원대 2명, 한밭대 1명 등 총 10개 대학 42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역사전공 교수로서 윤석열 정권의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인 과거사 관련 발언이 그동안 자신들이 연구하고 교육해 왔던 내용과 너무나도 달라 경악스럽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일본과의 파행적이고 위험한 외교를 보면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앞날을 위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윤석열 정권 규탄에 뜻을 모으게 됐다"고 시국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윤석열, 한국 자존심 내팽개쳤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미·대일 외교 정책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질서로 말려들어가는 반민주, 반인권, 반국민, 반평화적 외교"라고 주장했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고,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반인권적 조치였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무역보복, 지소미아(GSOMIA) 재개, 독도 영유권 주장, 전쟁범죄 부정 및 축소,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나열한 뒤 "윤석열 정권은 과거에 자행되고 지금 자행될 일본의 범죄를 문책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다면서 한국의 주권과 국민의 자존심을 내팽개쳤다"고 비난했다.
역사전공 교수들은 윤석열 정권이 '왜 반국민적인가'라고 묻고 "대일외교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신냉전 질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일관계 개선에 앞장섰다"면서 "도대체 이를 통해 한국을 위해 무엇을 얻어 왔는가, 얻기는커녕 미국에게 퍼주고 돌아왔다"고 자답했다.
'윤석열 정권의 외교는 왜 반평화적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굴욕적인 외교로 중국 자극,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로 러시아 자극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한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우리는 살상 무기를 전쟁터에 보내고 우리 청년들을 명분 없는 전쟁에 보낼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들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를 직시하고 반민주적, 반인권적 대일 외교를 중단할 것 ▲한국민의 경제적 피해만 극대화하는 반국민적 대미 외교 정책을 중단하고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 것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신냉전 질서에 적극 참여하지 말고 다자외교노선에 입각하여 평화적 외교 정책을 추구할 것 등을 촉구했다.
다음은 '윤석열 정권의 편협한 역사인식과 위험한 굴욕 외교를 규탄하는 대전·충청지역 대학의 역사 전공 교수 시국선언문' 전문과 참여자 명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행적이고 위험한 반민주, 반인권, 반국민, 반평화 외교를 규탄한다.
우리 대전·충청지역 대학의 역사 전공 교수들은 지난 1년간 민주공화국 수반답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수많은 행태를 보면서도 관망만 해왔었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의 과거사 관련 발언들은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이어서, 우리가 역사를 연구하고 교육해 왔던 내용과 너무나도 달랐고 경악스럽기까지 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부터 시작된 미국, 일본과의 파행적이고 위험한 정상 외교를 보면서, 우리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앞날을 위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이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미·대일 외교 정책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질서로 말려들어가는 반민주, 반인권, 반국민, 반평화적 외교이다.
왜 반민주이고 반인권적인가?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배상청구권을 무시한 제3자 변제안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고,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반인권적 조치이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을 한국이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발언은 일본의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피해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폄훼하는 2차 가해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묵살하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덮어주고,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면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일본은 무역을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여 WTO를 위반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WTO 제소를 포기하고, 지소미아(GSOMIA) 재개, 화이트리스트 복원이란 선물을 일본에 안겼다. 일본은 선물에 대한 보답 대신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하고, 전쟁범죄를 축소하거나 인정하지 않은 교과서로 일본 학생들을 교육시키려 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려고 하고,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한국에 수출하려고 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과거에 자행되고 지금 자행될 일본의 범죄를 문책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다면서 한국의 주권과 국민의 자존심을 내팽개쳤다.
왜 반국민적인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대일외교는 결국 미국의 환대를 받기 위한 것이었음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드러났다. 한일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의 지지가 있었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윤대통령의 일본과의 외교를 통한 정치적 용기와 개인적 헌신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신냉전 질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일관계 개선에 윤석열 정권이 앞장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선물을 미국에게 안겨준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을 위해 무엇을 얻어 왔는가? 얻기는커녕 미국에게 퍼주고 돌아왔다.
미국의 경제이익을 배타적으로 관철하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ㆍ반도체법이 한국경제에 입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악영향을 줄이려고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응답만 받아왔다. 또한, 원전 수출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관련 지적재산권을 존중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겠다는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다. 이는 오히려 한국의 원전 수출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만드는 조항임을 몰랐단 말인가? 말과 행위가 일치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가는 현상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조만간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극심할 것임을 알면서도 대통령실이 자화자찬을 한 것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부풀리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워싱턴 선언이 사실상 미국과의 핵 공유와 같은 느낌이라는 대통령실의 발표는 핵 공유가 아니라는 미국 측 해석으로 단박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바이든이 '날리면'이 되고, 주어가 '저는'에서 '일본'이 되는 상황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들통 날 거짓말을 진실인양 발표함으로써 반국민적, 반국익적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는 왜 반평화적인가?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반중국 정서에 기대어 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북핵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일본과 미국의 요청에 부응하는 굴욕적인 외교를 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렛대로 삼고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보다 더 높은 강도로 중국을 자극했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을 위해 미국이 한국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범죄가 벌어졌으니 윤석열 대통령은 소신대로 살상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신냉전질서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한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우리는 살상 무기를 전쟁터에 보내고 우리 청년들을 명분 없는 전쟁에 보낼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동아시아에서 한미일의 동맹은 북중러의 관계를 강화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노태우 정권 이래 한국은 한미동맹에 기초한 다자외교노선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두 차례의 외교는 이제까지의 외교노선을 급격히 변경하여 동아시아에서 대립과 갈등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민주, 반인권, 반국민, 반평화적 외교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윤석열 정권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를 직시하고 반민주적, 반인권적 대일 외교를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은 한국민의 경제적 피해만 극대화하는 반국민적 대미 외교 정책을 중단하고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라.
-윤석열 정권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신냉전 질서에 적극 참여하지 말고 다자외교노선에 입각하여 평화적 외교 정책을 추구하라.
2023년 5월 17일
윤석열 정권의 편협한 역사인식과 위험한 굴욕 외교를 규탄하는
대전·충청지역 대학의 역사 전공 교수 일동
서명자 명단(2023년 5월 17일 현재 총42명)
권민균, 김소영, 문경호, 박범(공주대), 도면회, 장지연(대전대), 도중만, 이정호, 황대현(목원대), 강화정, 김지형, 조준배(서원대), 방기철, 최영주(선문대), 김은정, 박윤덕, 이근호, 이정란, 허종, 허현(충남대), 김승욱, 김한신, 박걸순, 서지민, 성정용, 양시은, 윤진, 이종민, 이성재, 이정빈, 이찬행, 허태용(충북대), 곽건홍, 김윤희, 박종린, 양인호, 이경용, 이진모, 허인욱(한남대), 김한종, 송호정(한국교원대), 김헌주(한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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