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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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 생활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가, 라고 했을 때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나정도면 그래도 원고료, 강의료, 강연료 등의 여러 활동으로 아주 소득이 적다고 할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쿠팡 등의 부업생활이 병행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다. 그런 잡다한 일들을 하다보니 글을 쓸 시간이 적어지고, 글의 퀄리티나 이런 게 안 좋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고 또 빠져 있다. 잠을 하루에 2~3시간으로 줄이면서 활동해봤지만 체력이 안된다. 이제는 병이 나는 나이가 되었다. 이걸 전업으로 삼아 제대로 하려면 자기만의 작업실과 함께 작은 카페 등의 수입원이 따로 존재해야 한다. 그게 아니고서는 전업작가 활동만으로 먹고 산다? 극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어렵다.
이게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은 글값,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한 가치평가가 거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많이 죽었다지만 유럽이나 미국에는 뉴욕리뷰오브북스 같은 서평매체들의 권위가 확실하고, 이들이 끊임없이 발굴해내는 게 있다. 파고 들면 이런저런 문제가 많지만 이 사람들은 어찌됐든 화두를 던지려고 하고 논쟁을 불러일으키려고 하고 좋은 저자와 책을 발굴하려고 계속 노력한다. 당연히 평가가 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돈을 낸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내 페친분들 중에 거기 편집인으로 계신 분들도 계셔서 미안한 말이지만, 수준 이하의 매체이다. 처음에 기대가 있어 몇 개 사서 읽어봤지만 좋은 글이 없다. 그뒤로 안 본다. 안 봐서 최근에는 어떨지 모르겠다만 그 매체를 중심으로 한 어떤 사회적 논쟁장 같은 게 있었나? 없었던 것 같다. 당연한 게 미문이 아닌 것도 아닌 것이지만, 글에 내용이 없다. 화두? 화두가 어디 있나. 교수들의 친목다지기 용도라면 모를까. 저자를 발굴할 안목도 용기도 없다. 고급 독자에 속하는 대학교수들 자체가 글을 읽을 줄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건 일종의 "사상활동"인데 사상이 뭔지도, 사상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사상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사람밖에 없다.
이런 얘기를 하면 꼭 질투나서 그런다는 소리가 나올테니 나를 예시로 들어서 말해보자면, 나를 안 써줘서가 아니라 가령 거기 계신 분들 태반은 아마 '마르크스'라는 말만 들어도 "아, 마르크스는 좀.."이라 할거다. 내가 다 본 게 아니라서 조금 위험한 발언이지만 거기에 마르크스 관련 서적 한 권이라도 포함된 게 있나? 없을거다. 있어도 뭐 공산주의 선언 같은 기초적인 거나 한번 다루면서 아,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읽을 가치가 있다 이따위 개소리나 지껄이고 있겠지. 안 봐도 뻔해. 그딴 소리를 할 거면 나같으면 그냥 할복한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이정도 수준의 글을 올리는 매체다.
단적으로 거기 편집자나 글 기고하고 계신 분들 얼굴 한번 검색해서 보라. 미안한 말이지만 얼굴에 기름기가 흐른다. 이런 작업을 할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으면 유튜브에서 1990년인가 지젝이 인터뷰한 게 있다. 그 영상 속의 지젝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편집자를 해야 된다. 지식인, 글쟁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굶주려 있어야 한다. 그때의 지젝과 최근의 지젝을 비교해보라. 누구 글이 좋은지.. 지금의 지젝은 그저 어린 여자, 자기 제자였던 여자 시중 받으며 살만 뒤룩뒤룩 찐 돼지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지젝 돼지새끼, 아니.. 이게 아니라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배치해서 하나의 사회적 담론장을 형성하려고 해야 되는데 그런 걸 할 사람이 없다. 이해된다. 교수가 다른 교수 상대로 넌 내 부품에 지나지 않아, 하면서 배치하면 싸움 나겠지. 이해한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고 아무 쓸모가 없는거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그런 곳에 글 올리는 분들하고 솔직히 별로 무언가 대화하고 싶지 않다.
배웠다는 사람들조차도, 고급 교양을 향유하는 독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지경인데 글이 어떻게 가치를 지니고, 글이 어떻게 투하된 노동 이상의 지불을 받겠는가. 그게 안된다. 투쟁이 없고 대립이 없는 글쓰기를 하는 사회에서 사상이 출현할 수가 없다. 결국 내 얼굴에 침뱉는 얘기지만, 글을 발굴하고 편집을 하고 이런 건 어떤 글이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거기에 어떤 투쟁의, 대립의 계기가 존재해야 한다. 사상이라는 건 내 삶과 사회적 삶 사이의 갈등, 대립 등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비판, 자기회의 등을 반복하며 우리의 삶의 기반을 음미하고 무너뜨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나온다. 글쟁이 삶이라는 건 비참해야 한다. 타인과 사회와 화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글쓰고 사상을 논하는거다. 그 끝에는 자기 자신, 자신의 사상과도 불화해야 한다. 대가들 사상 봐봐. 막판에 다 자기분열, 아니 심지어 자기붕괴한다. 그런 글을 써야 이게 어렵고 한 마디도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읽어야겠다, 그러고 옷매 가다듬으면서 읽게 되는거다. 이게 안된다 한국은.. 뭐 그러고 사세요, 언젠가는 뒤지고 잊혀질테니까..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라.. 나도 빨리 도망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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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 Joon Kwon
뼈아픈 지적 겸허히 잘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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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김
그토록 공부하시면서 쿠팡까지 하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거기서 일해보니 피로도 심한데다 셔틀타고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까지 하면 도저히 공부할 짬이 안 난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는데,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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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별김 먹고 사는 게 힘들다보니..ㅠㅠ 부끄러우시다니요.. 겸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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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아무튼 지젝 돼지새끼, 아니.. "에서 뿜었습니다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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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최인호 너무 살 쪘어요!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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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사상가란 "저 생퀴, 저 생퀴들의 저따위 소리가 세상을 휘두르고 있다니, 내가 저 꼴은 못 본다 ... 나 말리지 마 ... 자, 들어봐라, 내 사상을 ... 1권, 2권, 3권, 죽이지? ... 아무도 안 알아줌 ... 제대로 들어봐 ... 4권, 5권, ... ... 반응 옴, 간혹 열광적 반응도 ... 6권, 7권 ... 나중에 "막판에 다 자기분열, 아니 심지어 자기붕괴"" ... 제가 본 사상/사상가도 그렇습니다. 저 정도로 치열해야 사상사에 한 줄이라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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