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sik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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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관의 BDS]
(BDS: 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 -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길라드 코헨 주일 이스라엘 대사는 올해 일본내 몇몇 호텔들과 씨름하느라 바쁘다.
시작은 올 4월, 교토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머무는 한 여관 주인이 이스라엘 투숙객에게 전범 및 인도주의 범죄와 무관하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한 게 발단이었다. 이스라엘 투숙객 일부는 별 말 없이 사인했다. 그러나 예비군 출신 한명은 서명을 하면서도 불쾌했노라 말했다. 아마 그가 주일 이스라엘 대사관에 알린 것 같다.
주일 이스라엘 대사관은 자국민에 대한 차별행위 및 심각한 정신적고통을 유발한 혐의로 여관 주인을 형사고발했다. 이에 대한 주인의 항변이 알려졌다. 자신은 이스라엘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관광객에게도 똑같이 요구한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분쟁지역 국적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됨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물론 시리아나 팔레스타인 관광객이 그 여관에 묵지는 않은듯)
좀 유난스러운건 아닌가 싶어 살펴보니 이유가 눈길을 끈다. 특정 국가를 차별하거나 혐오해서가 아니라, 가자나 우크라이나에서 국제사회가 판단하는 전쟁범죄를 범한 사람의 숙박을 받아들이면, 자기 여관을 찾는 투숙객들도 위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명분이었다. 다소 부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여관 주인 아세 기시의 입장은 확고했다. 지난 5월 아사히 신문보도로 알려진 사건이다.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부킹닷컴을 비롯 일부 여행예약 사이트에서 갑자기 이 여관 예약 버튼이 사라졌다고 했다. 일종의 BDS로 판단한 미국 또는 유럽의 사이트 관리사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6월에는 교토의 다른 호텔이 이스라엘 투숙객을 거부하고 나섰다. 역시 명분은 투숙객 안전조치였다. 전쟁범죄자와 국제법위반자들을 받을 경우 호텔이 위험해진다는 논리는 같았다. 교토 시청은 여관에 계고장을 발부했고, 일본 외무성도 나서 특정 국적자를 대상으로 투숙을 거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흐름이 하나 둘 이어지다가 며칠전 큰 뉴스가 또 나왔다. 지난 10월 나가노 현 한 스키리조트 호텔이 단체 투숙을 문의하던 이스라엘 여행사 예약을 통으로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요미우리 신문 12월 17일자 이스라엘 대사 인터뷰와 함께 보도되면서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호텔의 거부 이유는 교토처럼 투숙객 안전이 아니었다. 아예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행태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항의 했고 나가노 현청 당국에서도 조사후 호텔에 구두 경고를 내렸다. 이번에도 외무성이 나서서 차별금지 및 일본 호텔법 위반임을 밝혔다.
이런 일들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가짜 뉴스까지 나왔다. 지난주에는 일본 정부가 이스라엘 관광객들의 호텔 투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허위 사실들이 SNS에서 바이럴을 탔다. 일본, 이스라엘 양국 정부 당국이 이를 공식 부인하는 해프닝까지 이어졌다.
일본 사람들이 해외 특정 이슈에 대해 이렇게 반응하는게 처음에는 희한하다 싶었다. 그러나 24개국을 대상으로 한 올 7월 Pew Research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팔 문제에 대해서는 꽤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이 중 79%의 일본 국민이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왔다. 13%만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지지 비율은 가자 사태 이전에 비해 확연히 낮아진 수치다. 특히 가자에서의 참상에 대한 일본내 시민사회의 반응은 뜨겁다.
일부 호텔에서만 벌어진 단회적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80% 가까운 일본인들이 이스라엘을 반대한다면 어쩌면 침묵하는 일본의 대중들의 내심이 퍼져있는 것은 아닐까? 그 분위기가 교토의 윈드 빌라 게스트하우스와 호텔 매트리얼, 그리고 나가노 현 스키리조트 호텔 사장들에도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전 평화의 DNA가 아직은 강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반이스라엘 여론은 일본 정계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올초 고노 다로는 아베 전총리의 친이스라엘 입장과 달리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8월에는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 시장이 연례 피폭 평화행사에 이스라엘 대사 초청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일본 무역회사 이토추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스라엘 방산기업 엘빗과의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이시바 전 총리 내각때도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대해 시기의 문제임을 밝히기도 했다. (matter of 'when, not if')
이스라엘과 일본은 미국을 매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베 때가 절정이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과 궤를 달리할 때가 많았다. 2012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국가' (비록 옵서버 지위지만)로 인정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일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한 것은 의미가 컸다. (그 때 한국은 기권. 당연히 미국과 함께할 줄 알았던 일본이 찬성 표를 던진 것 보고 깜짝 놀람)
일본의 반전평화 시민사회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미국에게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외교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의 외교는 생각외로 자율적인 영역이 넓게 퍼져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동에서 그렇다. 일본의 이란외교, 아랍외교는 생각보다 전략적이고 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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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ac S. Park
제가 한동안 일본회사에서 일을 해봐서, 일본의 가지지구에 대한 인식이 남다름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인정 하는 지역적 표시가 같이 일하던 유태계 동료가 이문제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더군요. 팔레스타인의 땅을 전혀 인정을 안하더군요. 이에대해 뭐라했더니, 독도문제를 꺼내들면서 반격을? 헐~ 제가 몸담던 회사가 전범기업이긴 했어도 회사 지도에는 독도와 다케시마 두개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만.. 뭐 물론 sea of japan 은 어쩔수 없었구요. 뭐 팔레스타인땅을 인정하는건 마치 독도가 일본땅이라 하는것과 같은거라 하던데… 뭐 기가막혀서… 그친구들 논리에 따르면, 지금 현 중국영토의 절반괘 러시아의 땅의 상당수가 옛고조선의 땅으로 대한민국 땅이란 소린데… 뭐… 잘해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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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J Kim
별 '일'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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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
일본의 민간사회가 이런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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