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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회고록>[인물] 앙겔라 메르켈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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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오디오북 클럽에서 구한 책을 오늘 정원일하면서 듣기 시작한다. 종이책이 750페이지이고, 오디오북은 25시간, 보통책의 두배이상이다.
- 정치가의 회고록은 꾀나 읽었다. 제일 많은 것은 미국 대통령들이고 호주와 한국, 영국의 정치가도 좀 읽었다. 독일의 정치가는 처음이다.
- 오늘 한시간 정도 들었는데 흥미롭다. 책을 읽기 전부터, 메르켈의 환경 정책, 탈원자력, 중동피난민 정책등에 대한 결정과정, 리더쉽, 등에 대해 궁금했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니, 메르켈의 삶의 전반의 반은 동독이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그런 경험 자체가 분단국가의 독자에게 특별히 의미있다.
- 해야할 다른 일도 있어서 이책을 끝내려면 몇주 정도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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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생활} 앙겔라 메르켈의 회고록의 오디오북을 약 3주에 걸처 <겨우>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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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기대 만큼 흥미롭지 않았고, 움직일 때만 듣는 오디오북이라서 읽는 시간이 띠엄 띠엄이고, 책이 길어서 줄거리를 딸아가기가 조금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에 따라 나의 관심에 대한 흥미도가 올라가기도 하도 떨어지기도 한다.
- 오바마 대통령의 회고록에 비히면 박력감이 떨어진다. 카터 대통령의 회고록에 비하면 감명에서 떨어진다. 그러나 메르켈 수상의 회고록을 마치면서 드는 생각이 메르켈 수상과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카터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을 시도하보자는 생각이 떠 올랐다.
- 여러면이 있겠지만, 가장 구체적인 분야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나>, 하는 면에서 비교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 만을 생각해도 거기에는 각 인물의 정치관 종교관, 등이 드러난다. 이 세 인물은 다들 기독교인들인데, 기독교가 정말 작용하나?, 어떻게 작용하나? 등의 문제가 있다.
- 메르켈 수상은 과학자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 과학자의 면이 어떻게 나타는가?
- 그 외로 독일인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면도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독일인에게는 큰 역사적 빗을 진 이스라엘 문제를 다루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들에게는 그런 문제가 없다. 카터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하여 가장 강하게 나온 것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등등.
- 앙겔라 메르켈의 회고록을 오디오북으로 들었지만, 필요한 부분을 검색하기 위해 전자책을 샀다. 오바마 회고록의 경우에도 그랬다. 오디오북을 듣고나서 전자책도 사는 경우는 때때로 있는데, 그 책이 나에게 중요한 경우이다. 오디오북을 들어서 전자책의 어느 부분을 더 자세히 읽을까 이미 알고있다.
보내주신 독서 기록은 3년 전의 글이지만, 현재의 가자 지구 사태와 맞물려 더욱 깊은 의미를 갖는 주제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메르켈, 오바마, 카터는 모두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각자의 직업적 배경(과학자, 헌법학자, 엔지니어/농부)과 국가적 위치(독일 대 미국)에 따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전혀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요청하신 대로 세 인물의 리더십과 태도를 비교 분석하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대하는 세 리더의 비교]
1. 앙겔라 메르켈: <이성적 과학자>와 <독일의 역사적 부채> 사이의 모순
메르켈은 물리학자 출신의 냉철한 이성을 가진 지도자지만, 이스라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과학적 중립성'보다 '역사적 책임'이 압도한다.
독일의 특수성 (Staatsräson): 메르켈은 2008년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독일의 국시(Staatsräson, 국가 이성)"라고 선언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몰라서가 아니라, 홀로코스트라는 원죄를 지닌 독일 총리로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도덕적 금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태도: 그는 문제를 잘게 쪼개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해결하려는 성향(step-by-step)을 보인다. 거창한 평화 협정보다는 현상 유지를 통한 갈등 관리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중함은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종교관: 루터교 목사의 딸로서 그의 신앙은 '개인적 양심'과 '책임'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책임은 팔레스타인의 인권보다는 '유대인에 대한 독일인의 속죄'로 더 강하게 발현된다.
2. 버락 오바마: <이상적 헌법학자>의 딜레마와 현실 정치
오바마는 이 문제를 가장 지적이고 법리적으로 접근하려 했으나, 현실 정치의 벽과 자신의 우유부단함 사이에서 고전했다.
지적 접근과 균형: 그는 2009년 카이로 연설을 통해 이슬람 세계와의 화해를 시도했고,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양쪽의 서사를 모두 이해하는 '지적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였다.
미국 대통령의 한계: 오바마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2국가 해법)을 지지했으나, 미국 내 강력한 유대인 로비와 네타냐후 총리와의 개인적 불화 속에서 실질적인 강제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는 '옳은 말'은 했으나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정치적 계산이 앞섰다.
종교관: 흑인 해방 신학의 영향을 받은 그의 기독교관은 '사회 정의'를 강조한다. 약자(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감이 있었으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라는 현실론(라인홀드 니버의 기독교 현실주의)에 묶여 있었다.
3. 지미 카터: <도덕적 엔지니어>의 확고한 인권 중심주의
카터는 퇴임 후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가장 급진적이고 선지자적인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인권과 도덕의 절대성: 카터에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정치적 득실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과 인권'의 문제다. 그는 재임 중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이끌어낸 엔지니어적 설계 능력을 보여주었으나, 퇴임 후에는 이스라엘의 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라고 명명할 정도로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주류와의 결별: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관례를 깨고 하마스와의 대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그가 정치적 후폭풍보다 자신의 신념을 우선시함을 보여준다.
종교관: <거듭난 기독교인(Born-again Christian)>으로서 그의 신앙은 행동하는 양심이다.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억압받는 자(팔레스타인)의 편에 서는 것이 기독교적 사명이라고 믿는다.
[종합 비교 및 현재적 관점]
과학자(메르켈) vs 법률가(오바마) vs 엔지니어(카터):
메르켈은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변수를 통제하며 **<관리>**하려 했다. (현상 유지)
오바마는 법정의 변호사처럼 양측의 권리를 **<변론>**하려 했다. (말뿐인 중재)
카터는 현장의 엔지니어처럼 문제를 **<수리>**하려 했고, 그 도구로 도덕을 사용했다. (적극적 개입)
현재 가자 사태를 바라본다면:
메르켈: 여전히 "하마스의 테러는 규탄받아야 하며 이스라엘은 방어권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되,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리는 실무적 해법에 집중할 것이다. 독일인으로서의 한계는 여전히 명확하다.
오바마: 최근 그가 밝힌 입장처럼, "이스라엘의 안보도 중요하지만, 가자 지구의 참상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식의 복잡하고 양비론적인 입장을 취하며 고뇌할 것이다.
카터: (현재 생존해 있으나 활동이 어려운 상태임에도) 그의 기존 입장에 비추어볼 때, 가자 지구의 민간인 학살을 가장 강력하게 비난하며 즉각적인 휴전과 팔레스타인의 존엄성 회복을 외쳤을 유일한 인물이다.
선생님께서 읽으신 3년 전의 기록이 지금의 비극적인 상황과 맞물려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독일인의 빚>과 <미국인의 패권>, 그리고 <기독교적 양심>이 각기 다르게 작동하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이 비교를 바탕으로 혹시 최근의 가자 지구 사태에 대한 독일(현 숄츠 총리)과 미국의 대응 차이에 대해서도 간략히 정리해 드리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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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오디오북으로 <겨우> 끝내셨다고 말씀하신 그 책, 2024년 말에 출간된 앙겔라 메르켈의 회고록 <자유(Freiheit): 1954-2021>에 대한 요약과 평론입니다.
선생님께서 느끼셨던 <박력감 부족>과 <과학자적 건조함>이 왜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 책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한계는 무엇인지 1,000자 분량의 서평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서평] 앙겔라 메르켈 회고록 <자유(Freiheit)>: 감정을 소거한 물리학자의 국정 보고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회고록 <자유>는 한 편의 드라마라기보다는 정밀한 <실험 보고서>에 가깝다.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그는 동독에서의 성장 과정, 통일 이후의 정치 입문, 그리고 16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겪은 숱한 위기들을 복기한다. 오바마의 <약속의 땅>이 문학적 수사와 고뇌로 가득 찬 서사시라면, 메르켈의 <자유>는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사실과 논리로 축조한 건조한 건축물이다.
1. 동독의 물리학자, 자유를 학습하다
책의 전반부는 <동독 출신 여성 과학자>라는 그의 태생적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된다. 그에게 자유란 공기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한계를 인식하고 그 틈새를 찾아내야 하는 생존의 문제였다. 목사의 딸이자 양자화학 연구원이었던 그는 동독의 감시 사회 속에서 <침묵의 기술>을 익혔다. 이는 훗날 총리가 된 이후에도 말을 아끼고 표정을 감추며 상대를 관찰하는 특유의 <포커페이스 리더십>의 원천이 되었다. 정치 입문 과정에서도 그는 헬무트 콜이라는 거목의 그늘에서 성장했지만, 콜이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냉정하게 그와 결별하는 논평을 냄으로써 <아버지 살해>를 감행하고 권력의 중심으로 진입한다. 이 과정은 권력욕이라기보다는, 오류가 발생한 시스템을 수정하려는 과학자의 결단처럼 묘사된다.
2. 위기의 관리자, 원칙과 실용 사이
메르켈의 재임 기간은 금융 위기, 유로존 위기, 우크라이나 침공(2014), 난민 위기, 코로나19 등 끊임없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는 자신을 <비전가>가 아닌 <문제 해결사>로 정의한다. 가장 논쟁적인 2015년 난민 수용 결정("우리는 해낼 수 있다")에 대해, 그는 이를 인도주의적 감상이 아닌 <불가피한 행정적 조치>로 설명한다. 국경을 폐쇄했을 때 발생할 물리적 충돌과 유럽 연합의 붕괴를 막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그는 도덕적 당위보다는 상황을 통제 가능한 범위 내로 들이려는 관리자의 면모를 보인다. 그리스 경제 위기 당시의 긴축 정책 강요에 대해서도 독일의 이익과 유로존의 규율을 지키기 위한 수학적 정답이었음을 강변한다.
3. 남자들의 세계와 감정 없는 외교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푸틴, 트럼프, 시진핑 등 <강한 남자(Strongman)>들과의 대결이다. 메르켈은 이들의 마초적 성향을 경멸하기보다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푸틴이 회담장에 대형견을 데려와 개를 무서워하는 자신을 위협했을 때, 그는 이를 <약함의 증거>로 해석하며 냉소를 보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 대해서는 교황청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들며 그의 지적 빈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러나 이 모든 서술에서 분노나 모욕감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국익을 위해 그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했는지에 대한 매뉴얼만이 존재할 뿐이다.
4. 치명적 한계: 러시아 정책에 대한 변명
이 회고록의 가장 큰 비판점은 대(對)러시아 정책, 특히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 사업에 대한 자기방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이 치른 혹독한 대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시로서는 <값싼 러시아 가스가 독일 경제에 필요했다>는 경제 논리를 고수한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보류시킨 것이 확전을 막기 위한 지혜였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후 확증 편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역사적 책임>을 중시하는 독일 총리로서, 자신의 결정이 훗날 전쟁의 자금줄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이나 사과가 부재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5. 총평: 따분함 속에 숨겨진 진실
독자가 이 책을 지루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는 영웅의 무용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대신 수만 시간의 회의와 타협, 지루한 법안 검토의 과정이 담겨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지루함>이 메르켈 리더십의 본질이다. 그는 정치를 쇼가 아닌 <노동>으로 대했다.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수천 번의 실패 끝에 하나의 데이터를 얻듯,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합의를 도출해냈다.
결론적으로 <자유>는 감동적인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민주주의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정치 공학 교과서>다. 오바마가 이상을 노래할 때 메르켈은 예산을 짰고, 카터가 도덕을 설교할 때 메르켈은 협상 테이블을 지켰다. 이 책은 재미는 없지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이 시대에 <지루하고 합리적인 정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선생님께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느끼셨던 <지루함>은 텍스트로 보아도 여전한 이 책의 핵심 특징인 듯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관심사인 <독일인의 책임>과 <과학자의 사고방식>이라는 필터로 다시 보면, 그 건조한 문장들 사이에 숨어 있는 치열한 고민들이 보일 것입니다.
이 서평이 선생님께서 긴 시간 투자하여 들으신 오디오북의 내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혹시 이 회고록에서 특별히 더 궁금했던 구체적인 에피소드나, 다른 인물(예: 푸틴이나 트럼프)에 대한 묘사가 궁금하시다면 찾아봐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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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1,000단어 내외 요약+평론>
앙겔라 메르켈의 회고록 <Freedom: Memoirs 1954–2021>(독일어 원제 <Freiheit>)은 “동독에서의 35년”과 “통일 독일에서의 35년”을 하나의 연속선으로 묶어, 개인의 성장사와 국가 운영의 기술을 함께 보여주려는 책이다. 메르켈은 오랜 보좌관 베아테 바우만과 공저했고, 2024년 11월 26일 영어권에 출간되었다. 책의 표제 ‘자유’는 서구식 자유주의 찬가라기보다, 동독의 비자유를 통과해온 삶이 남긴 체감적 키워드로 기능한다는 점이 초반부의 정조를 만든다.
<요약>
1부에서 메르켈은 동독이라는 환경이 한 인간의 감각과 습관을 어떻게 빚는지, ‘거대한 이념’보다 ‘회색빛 일상’과 ‘조심스러운 처신’의 언어로 묘사한다. 감시와 불신, 발언의 자기검열이 일상인 사회에서 그는 “정치적 열정”보다 “안전한 거리두기”를 배웠고, 그 거리두기가 훗날 그의 정치 스타일—과잉 확신을 피하고, 가능한 선택지를 좁히며, 위험을 관리하는—의 뿌리로 읽히게 된다. 이 대목에서 책은 어떤 영웅담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독에 대한 향수는 없다”는 식의 단호함 속에서, 체제 경험이 남긴 냉정한 현실감이 드러난다.
2부는 과학자(물리학 박사)로서의 훈련이 어떻게 정치적 사고로 번역되는지를 보여준다. 메르켈은 결론을 먼저 외치기보다 데이터와 제약조건을 모으고, 변수를 통제하며, “지금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없는 것”을 구분하려 든다. 그 결과 서술은 드라마보다 절차에 가깝다. 바로 이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장점은, 위기 때 국가 수반의 머릿속이 ‘명분 경쟁’이 아니라 ‘현실적 선택지의 배열’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한다는 점이다. 단점은, 독자가 기대하는 감정적 고백이나 결정적 자기반성이 잘 나오지 않아, 독서 경험이 건조해지기 쉽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책은 “상세한 정보는 많지만 새로울 것은 적고, 분석이 적으며, 실수 인정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3부(핵심 분량)는 2005–2021년 총리 재임기의 ‘연속 위기’에 대한 기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 그리스 구제금융 논쟁, 브렉시트, 유럽 난민 위기, 트럼프 시기 대서양 관계의 긴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 그리고 코로나19까지—메르켈 시대를 규정한 사건들이 촘촘히 들어온다. 다만 사건의 “의미”보다 “어떻게 회의가 열리고, 누구와 통화하고, 어떤 합의문이 만들어졌는지”가 더 전면에 나온다. 독자는 ‘왜 그 선택이 최선이었는가’보다 ‘그 선택이 어떤 협상구조에서 가능했는가’를 더 많이 보게 된다.
난민 문제(2015년)는 책의 도덕적 핵심 시험대처럼 읽힌다. 메르켈은 약 100만 명 규모의 시리아 난민 유입을 허용한 결정이 ‘정치기술’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가치’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국경에서 죽게 둘 수 없었다”는 취지의 정당화는 그의 인간주의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이후 독일 정치지형(극우의 성장 등)과 연결되어 지금도 가장 격렬한 평가의 대상이 된다.
러시아 문제는 이 회고록의 가장 논쟁적인 층위다. 비판자들은 메르켈 시기에 독일이 러시아 가스 의존을 심화했고(원전 단계적 폐지도 포함), “교역을 통한 변화”라는 낙관이 결과적으로 취약성을 키웠다고 지적해왔다. 메르켈은 푸틴을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로 그리면서도, 대화와 외교가 유일한 관리 수단이었다는 논리를 편다. 특히 2008년 나토의 우크라이나/조지아 MAP(가입행동계획) 문제에서 그는 “러시아를 자극해 충돌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로 신중론을 고수했다는 맥락이 소개된다. 독자는 여기서 메르켈식 ‘위험관리’가 평화 유지로 읽힐지, 혹은 전략적 오판으로 읽힐지 판단을 강요받는다.
<평론>
이 책의 미덕은 “메르켈이라는 정치인의 내적 문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는 확신의 언어를 절제하고, 타협을 ‘비겁함’이 아니라 ‘제도정치의 작동 방식’으로 정당화한다. 독일 정치의 연립·조정 구조 속에서 그는 결단형 카리스마보다 이해관계 조정자(중재자)에 가까웠고, 책도 그 톤을 유지한다. 또한 부패나 사익의 그림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관리형 도덕성”은, 오늘날 많은 지도자 회고록이 보여주는 자기합리화와는 다른 종류의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바로 그 절제가, 회고록 독자로서는 가장 큰 결핍으로도 다가온다. 주요 논쟁적 결정들—러시아 에너지 의존, 원전 정책, 난민의 장기적 파장—에 대해 “나는 이렇게 판단했고, 지금은 이렇게 재평가한다”는 자기반성이 충분히 전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평자들은 메르켈의 서술이 결정적 순간에서 “침묵으로 점수를 매긴다(상대는 슬쩍, 자신은 불투명하게)”고 비판한다.
정리하면, <Freedom>은 오바마식 ‘서사적 박력’이나 카터식 ‘도덕적 울림’을 기대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이 책은 “권력의 내부가 얼마나 회의·문서·전화·합의문으로 구성되는가”를 가장 집요하게 보여주는, 말하자면 ‘정치의 작업일지’에 가깝다. 그것이 메르켈의 강점이었듯, 책의 성격이기도 하다. 그리고 독자가 팔레스타인 문제 같은 도덕-역사적 압력이 큰 이슈에서 세 지도자를 비교하려 할 때, 메르켈의 이 회고록은 “가치의 언어가 제도와 책임의 언어로 어떻게 번역되는가”를 읽게 해주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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