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2

노태우의 죽음, 이 체제의 죽음 : 정치일반 : 정치 : 뉴스 : 한겨레모바일

노태우의 죽음, 이 체제의 죽음 : 정치일반 : 정치 : 뉴스 : 한겨레모바일

노태우의죽음이체제의죽음
노태우시대를보내며
지난30일서울송파구올림픽공원에서열린노태우전대통령의국가장영결식뒤운구행렬이서울추모공원으로
향하고있다사진공동취재단

조형근ㅣ사회학자

1987년12월17일제13대대통령선거일다음날노태우가당선되자고향의어머니에게서전화가왔
다어서도망치라며흐느끼셨다진심이셔서당황했다고작대학2학년생이던나따위가뭐라고어
머니를안심시키느라고생했다아직공포의시대였다그해에만박종철이한열이석규등28명이고
문최루탄직격분신투신의문사민주화운동중의사고로죽었다
몇년이흐른1990년8월의어느날철창너머의아들을면회온어머니가울다가문득말했다우리
차샀다국민차에불과했지만자가용승용차가생겼다는것이다아들은수갑을차고부모는차를
샀다그것이노태우시대였다군부독재와자본주의의곡선이그랜드크로스를하고있었다낡은모
순과새로운모순이뒤얽혔다

직선제개헌을비롯한민주화조치들을결행하겠다는노태우의629선언을보면서왠지앞으로훨
씬어려워질것같다는예감이들었다.캄캄하고추워도함께보고갈북극성이있던시대는그렇게끝
났다.북극성이없는시대아니각자의북극성들로갈라지고다투는시대가시작됐다.우리는아직도
그시대에살고있다.
군사반란과내란에주요책임자로종사한노태우전대통령이죽었다.이승을살다떠난뭇생명중의
한단독자를향해명복을빌어줄수있다.하지만장례는다르다.그것은망자를빌미로산자들이치
르는결속의의례다.그리고우리정부는공화국을파괴한자를공화국의이름으로장사지냈다.이로
써그의죽음과장례는심대한정치적사건이되었다.논쟁해야할이유다.
죽음을계기로그에대한평들이가득하다.대개이런공과저런과가있으니견줘보자는식이다.나는
공과론을펼칠생각이없다.공화국파괴라는원죄와견줄만한공따위는없다.그의시대를생각하는
이유는공과를따지기위함이아니다.그가통치자로서연루되었던사건들을돌아보며지금우리가선
자리를묻고자함이다.

6공화국출범첫해인1988년10월27일서울구로공단의신애전자노동자들이노조탄압에항의하는시위를 벌이다강제해산되고있다<한겨레>자료사진

<뉴욕타임스>의비아냥처럼노태우의당선은어차피대통령이되었을사람을힘들게선거를통해
뽑은일이었다양김의분열은치명적이었다그래도항쟁을거친세상이예전과같을수는없었다우
선정치세력교체의절차로서선거의의미가심대해졌다어떤정치세력도여론에서자유로울수없게
됐다여론조사가본격화됐고언론의힘이갈수록커졌다군부독재를이은보수주의정당과민주화
운동을계승한자유주의정당사이에권력투쟁규칙에대한합의도얼추이루어졌다정치의언어는
늘거칠고과격했지만투쟁끝의타협도제도화됐다형식적절차적민주주의가진전되기시작한것
이다

노태우의임기가시작된1988년은3저호황의정점이었다재임5년간경제는해마다85%씩고속성
장했다1988년에도입된최저임금은연평균17%씩증가해서역대최고인상률이었다재임마지막
해인1992년의갤럽조사에서763%가중산층이라고응답한것도역대최고수치였다1989년에는
전국민의료보험이실시됐고해외여행이자유화됐다1980년대말부터는아파트가격폭등으로어엿
한자산계층이형성됐다1980년대중반에우리는제3세계인이었다1990년대가되자제3세계감수
성은촌스러워졌다민주화의진전노동자와서민의투쟁경제성장이맞물린결과였다
노태우정부는여소야대의소수정부였다제1야당인김대중의평화민주당을국정의파트너로삼았
다제2야당인통일민주당의김영삼은공약대로중간평가를받으라며정권을압박했다김대중은혼
란을이유로반대했고결국중간평가는무산됐다집권세력은온건노선을걷던김대중에게합당을
제안했지만그가받아들일수있는제안이아니었다결국1990년1월민주정의당과통일민주당신
민주공화당이3당합당을결행했고보수대연합이구축됐다이로써1987년이후의유동적정치지형
이굳어졌다지금도여파가지속되고있는지역주의기반의보수우위구도기울어진운동장의출현
이다
집권세력의애초구상은평민당까지포함한4당합당이었다고알려져있다초거대보수정당과미미
한혁신정당의구도를꾀하려했다왜그랬을까약간의형식적민주주의만으로도억눌렸던사람들
이터져나오초고보있자었도다부학담생없운동이과영노어동회운화동할민…중운동이타올랐다학생운동은운동권의경계를넘

어한세대를규정짓는문화적토양이됐다6월항쟁의넥타이부대가멈춘곳에서는노동자대투쟁이
시작됐다1989년에는전교조와전국빈민연합이1990년에는전노협이탄생했다부문별시민운동
도부상했다바야흐로대중운동의시대몫없는자들이제몫을요구하고나서고있었다
1990년5월16일노태우퇴진등5월투쟁선포식이열린광주조선대에경찰이진입해학생을때리고있다<한겨
레>자료사진
1990년상반기이래의공안정국은흔히노태우정권의재야에대한공격이라고기억되곤한다실은
그이상이었다광범위한기층민중운동을타격대상으로겨냥했다변두리주택가에서검문을하고
시위대에겨누라며총기까지지급했던이유다수많은노동조합과민중운동단체가파괴됐다구사대
와철거깡패의살인적폭력이노골화됐다
1989년8월5일서울신월동의택시기사최성조33가구사대의쇠파이프에맞아숨졌다경찰은범인
의자진출두를기다린다며모르쇠였다신혼의부인을남기고죽은날은그의생일이었다같은날서
울시흥동의운수회사에서직장폐쇄공고를붙이던전무가다치자신속출동한경찰이노조원47명을
연행하고2명을구속했다10월29일인천지역공장의노조원이재호24가귀가중둔기에사망했다
군출신에민정당부위원장이던사장에게맞서던중이었다경찰은혈흔묻은피해자의점퍼를세탁하
는등상식밖대처로일관하다사건을종결했다1990년5월16일경기성남시은행동의날품팔이노

동자이원기42가숨졌다.부인과4남매의보금자리인무허가판잣집이철거당하게되자나무에목을
맸다.얼마전막내아들의그네를달아준나무였다.12월6일부산의신발공장노동자권미경22이살
인적인노동조건과폭언에항의하며회사옥상에서투신해숨졌다.왼팔에유서를새겨놓았다.“인간
답게살고싶었다.더이상우리를억압하지마라.내이름은공순이가아니라미경이다.추리고또추
린사례들이다.
노태우의시대를거치며억대아파트에살면서마이카를타고해외여행을가는중산층이본격적으로
형성됐다.이들이선진국으로가는동안어떤이들은제3세계에남았다.구조화된양극화의시작이
다.정권이몇번바뀌고오갔지만이격차사회의틀은바뀌지않았다.오늘날이들은800만명을넘긴
비정규직노동자220만명쯤의특수고용직수많은영세자영업자와무급가내종사자의얼굴로우리
사이에있다.두거대정당의과점구조도여전하다.노태우의죽음앞에우리가성찰해야할것이있다
면이런것이다.그의시대에시작된형식적민주화는이렇듯심대한불평등체제로귀결됐다.그가죽
었다.이체제도죽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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