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0

윤평중의 知天下 〈1〉 나무 심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 Pyung-joong Yoon | Facebook

윤평중의 知天下 〈1〉 나무 심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 Pyung-joong Yoon | Facebook

윤평중의 知天下 〈1〉 나무 심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2024. 4. 6 (조선일보)
뒷산에 오른다. 아침 바람 쌀쌀해도 봄은 훌쩍 곁에 와 있다. 등산로 입구 큰 바위 위에 뿌리내린 어린 소나무가 맞아준다. 누군가 “아기 소나무야, 잘 자라거라”라는 작은 팻말을 세워 놓았다.
큰 눈이 내린 지난 겨울날, 쌓인 눈을 여린 가지로 이고 있는 아기 소나무를 한참 바라보며 서 있었다. 지나가던 어르신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청한다. 언젠가부터 눈에 띈 어린 소나무와 팻말이 궁금하던 참이었다. 우리 동네 등산로는 이 잘생긴 바위를 휘돌아 전망대를 거쳐 정상으로 이어진다.
어르신은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었다. 사십여 년 봉직하고 퇴임 후 이사 왔다고 한다. 이곳 신도시의 살아있는 증인이었다. 이 퇴직 교장 선생님이 바위 위에 아기 소나무를 심고 팻말까지 설치한 분이었다.
원래 송암(松巖)이란 바위 이름을 솔바위로 바꿔 부르고 정성을 기울여 아기 소나무를 돌보아 온 것이다. 그는 소나무와 바위의 생태(生態)를 한참 설명했다. 솔잎 채취를 위해선지 아기 소나무 가지를 손대는 사람들이 있어 팻말을 설치했다고 한다. 어르신은 동네와 등산로 곳곳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었다.
완강히 버티던 겨울도 드디어 퇴각하고 봄꽃들이 맹렬히 진군해 온다. 전망대 체력단련장 운동과 공원 황톳길 맨발 걷기가 시작됐다. 황토가 아늑하게 발을 감싸 안아준다. 황톳길 구석 지르밟기 공간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만남의 장소다.
황톳길에선 전라도 아주머니와 경상도 할머니를 종종 마주친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이분들이 구수한 사투리로 친구들과 이야기 보따릴 풀어놓기 때문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 덕분에 댁네 사정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사람 내음 가득한 생활의 소리다.
'공적(公的) 글쓰기'를 잠시 멈췄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많이 걷고, 많이 먹으며, 많이 읽고 생각하는 칩거와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불출호, 지천하’(不出戶, 知天下)는 노자 ‘도덕경’에서 인상적인 문장 중 하나다.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안다’는 경지는 불가능한 꿈이겠지만 일단 멋진 목표임이 틀림없다.
지금은 서재에 앉아 인터넷만으로도 세상 돌아가는 사정과 온갖 서물(書物)에 접속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지천하’를 위해선 길을 걸어야 하고 사람들과 만나야 하며 시장에도 가봐야 한다.
이 가운데 빠트릴 수 없는 게 우리 동네를 걷는 것이다. 새벽 산의 고요함, 새소리와 바람 소리도 좋지만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생활의 소리도 산책길의 소중한 도반(道伴·벗)이다. 마음 챙김이나 명상법을 수련하지 않아도 ‘걷기 명상’이 될 수 있다. 하루 만보(萬步) 아닌 느긋한 만보(漫步)로 걸음에 집중하며 심호흡하면서 걷는다. 벤치에 앉아 목을 축이면 정수기 물도 만년설 생수보다 맛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길은 집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큰 것은 작은 것들이 쌓여 이루어진다. 황톳길 맨발 걷기에 이어 찬물로 발을 씻고 천변을 걸으면 청량한 물소리가 동행한다. 설교나 정치 유튜브, 흘러간 옛노래를 듣는 분들도 지나간다. 이들 모두가 우리 동네라는 내 삶의 근원을 구성한다. 정치(政治·正治)의 본질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
솔바위 아기 소나무를 심고 기르는 그 마음이 세상을 만든다.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아기 소나무는 뒷산 산길 오르는 이들을 오래오래 반길 것이다.
(신문 지면은 댓글에 링크해 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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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허우성 and 129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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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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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성
다시 인연을 잇기 시작. 이제는 훨씬 노숙한 스타일로. 축하드립니다.
Author
Pyung-joong Yoon
허우성 감사합니다.
좋은 봄 되시길!
이극래
글속의 정경만 떠올려도 평화롭습니다. 감사합니다.
Author
Pyung-joong Yoon
이극래 감사합니다.
평안하십시오.
유두영
교수님, 오늘 아침 교수님 글을 읽고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고맙습니다.
"정치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평안히 하는데 있다."
한 집에 아이들 넷이 자라고 있어 저마다의 개성으로 늘 시끌벅쩍 좌충우돌 일상이지만
나무를 심는 마음이 있어 평안한 거 였네요.
그 마음으로 투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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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ung-joong Yoon
유두영 감사합니다. 멋진 봄날 보내십시오.
Pony Park
교수님
명품 숲치유 강의입니다
일상에 지치고 상처받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철학자의 숲치유 강의입니다
교수님께서
명품 숲치유사이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숲치유 강좌에 초빙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Author
Pyung-joong Yoon
박영진 감사합니다.
좋은 봄 주말 되시길!
Samuel Chung
읽고나니 평안이 오는 좋은 가르침입니다
Author
Pyung-joong Yoon
Samuel Chung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KyuCheol Park
공유합니다 교수님.
Author
Pyung-joong Yoon
박규철 감사합니다.
주은식
하나의 조짐으로도 기미를 통해 천하의 흐름을 읽어시니까요.
Author
Pyung-joong Yoon
주은식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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