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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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여성 군의관의 숭고한 일기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1
1
2005년 7월 베트남에서 베트남전쟁 때 사망한 여의사의 일기를 신문에 연재했다가 2007년 출간하자 사회의 반향이 뜨거웠다. 2천 권만 팔려도 성공이라는 베트남 출판계에서 무려 43만 권이나 팔렸으니, 이 신문 연재 열기가 2005년 베트남 10대 뉴스에 선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1968년 4월 8일
열악한 상황에서 맹장을 수술했다. 마취제인 노보카인 몇 대 놓은 것이 전부였다. 어린 부상병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미소로 내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지쳐서 바짝 타들어간 입술에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맹장이 터진 것은 아니지만 뱃속에 염증이 생겨 있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원인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뱃속에 항생제를 투여하고 카데터를 박아 밖으로 내고 다시 꿰맬 수밖에 없었다. 의사로서의 번민과 부상병에 대한 동정심이 소용돌이친다.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너 같은 사람조차도 고치지 못한다면 내 의료 경력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될 거야’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애절하게 끝났다.
『1970년 6월 20일
… 중략 …
쌀은 오늘 저녁 해먹으면 끝이다. 가만히 앉아서 부상병을 굶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든 나간다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 중략 …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나는 다 컸다. 역경 속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지금은 엄마와 부드러운 손길이 몹시 그립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거나 친한 사람의 거친 손길이라도 좋다.
내게 다가와서 외롭고 힘들 때 내 손을 잡아주고 눈앞에 다가오는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사랑과 힘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일기를 쓴 당투이쩜(Đặng Thùy Trâm: 1943 ~ 1970)은 1966년 하노이대 의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여성임에도 포탄이 퍼붓는 남베트남으로 자원해서 내려와 게릴라 부대의 야전병원 외과의사로 근무했다. 마지막 일기를 쓴 이틀 뒤인 1970년 6월 22일 고립된 부상병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산에서 평야지대로 내려가는 길에 미군의 매복에 걸려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꽃다운 나이에 삶이 끝났다.
투이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것은 라디오, 쌀 주머니, 진료기록부, 마취제 노보카인 몇 병, 붕대, 민족해방전선 장교의 사진과 그에게 쓴 시, 그리고 이 일기였다.
2
1970년 22세의 정보장교 프레드 화이트허스트(Fred Whitehurst)는 노획한 문서 가운데 시집이나 편지 같은 군사적인 가치가 없는 문건을 소각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1970년 6월 어느 날, 드럼통 불구덩이에 노획한 문서들을 내던지자 베트남인 통역 히에우(Nguyễn Trung Hiếu)가 말했다.
“프레드 이것은 불태우지 마세요. … 벌써 불이 붙었네요. (Don't burn this one, Fred. It has fire in it already).”
깜짝 놀란 프레드는 이미 불이 붙어 있는 담뱃갑 두께의 일기를 끄집어냈다. 히에우는 일기 속에 담긴 당투이쩜의 뜨거운 애국심과 인간애, 그리고 삶에 대한 열망을 '불(fire)'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히에우의 짧은 한마디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감동적인 기록은 영원히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그날 저녁 히에우는 프레드에게 일기를 읽어 주었다. 이 일기에 감동한 화이트허스트는 군사 규정을 어기고 일기를 보관하기로 결심했다.
6개월 후 히에우는 투이가 1969년 잃어버려 미군이 노획한 두 번째 일기도 찾아내어 프레드에게 주었다.
프레드는 이 일기를 이해한 훗날 ‘나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1972년 프레드는 베트남을 떠날 때 군사 규정을 어기고 투이의 일기장을 미국 집으로 가져가 35년간 간직했다.
프레드는 투이의 가족에게 일기장을 돌려줄 생각은 했으나 가족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른 채 시간이 흘렀다. 프레드는 일기를 출간하면 투이의 가족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프레드는 베트남어를 잘하는 형 로버트(Robert Whitehurst)에게 일기를 보여 주었다. 로버트 역시 베트남 참전용사였고 부인이 베트남인이었다. 로버트도 일기를 해석하면서 투이의 글에 매료되었다
2005년 3월 두 형제는 텍사스 공대(Texas Tech University)에서 개최한 베트남전 세미나에 일기를 가져갔다. 마침 하노이에 여행 갈 베트남 참전용사이며 사진작가인 테드 엥겔만(Ted Englemann)을 만났다. 테드는 하노이 퀘이크 단체에 근무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투이의 가족이 사는 곳을 알아내어 전자 복사본(CD-ROM) 일기를 가져갔다.
투이의 어머니 도안 응옥 쩜(Doãn Ngọc Trâm; 1925〜2014))은 당시 82세임에도 점잖고 정정했으며, 세 여동생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베트남 통일 30주년 기념일인 2005년 4월 30일 일기는 마침내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35년 만에 귀환이었다.
7월 18일 투이의 일기는 “Nhật ký Đặng Thùy Trâm(Dang Thuy Tram’s Diary)”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일기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자 베트남의 모든 사람에게 그야말로 센세이션(sensation)을 불러 일으켰다. 베트남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설적인 장군 보응우옌지압(legendary General Võ Nguyên Giáp)과 그 당시 수상 판반카이(Phan Văn Khải)도 예외는 아니었다.
로버트는 투이의 막내 여동생 당낌쩜(Đặng Kim Trâm)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동안 투이 집안은 로버트와 프레드를 ‘아들’과 ‘오빠’로 불렀다. 두 형제는 8월에 투이 가족을 만나러 하노이를 방문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을 방문한 독일인과 같았다. 우리는 어쨌든 침략자였다. 그러나 베트남 국민은 우리를 포옹했다. 베트남 수상도 우리를 만나 격려해 줬다. 투이 가족들도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
놀랍게도 과거 베트남의 적이었던 두 형제는 공항에서부터 기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환영을 받는 국빈대접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TV 기자가 왜 적군인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묻자 “당신들의 뺨에 흐르는 눈물과 내 뺨의 눈물은 같은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 울자.”고 답했다.
투이의 일기 원본은 텍사스 공과대학 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베트남전쟁 관련 자료 보관소에 있다. 2007년 9월 미국에서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Last Night I Dreamed of Peace)’라는 제목의 영어로 출간되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일기를 통해 "적군"으로만 보았던 베트남 사람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평화에 대한 갈망을 재조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보다 앞서 2006년 5월에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로 출간했다.
***
이 일기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2008년 대구에서 베트남우정회를 출범하고 베트남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마치고 곧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란 자료집을 만들었다.
앞으로 몇 번 연재는 이 자료집을 중심으로 하겠다.
임세미
감사합니다 선생님 꾸벅^^~
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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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ryul Lee
"당신들의 뺨에 흐르는 눈물과 내 가슴에 흐르는 눈물은 같은 것입니다. 같이 울어요..." 모든 압제자들의 귀에도 이 말씀이 닿길 기도합니다.
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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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선생님 글을 읽을 때마나 느끼는데 정보도 최고고 글을 너무 잘 쓰십니다. 8년전에 왜 호찌민인가 읽었을 때부터 존경하고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갑장 드림.
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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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aksung
짧은 글이지만 감동입니다.
얼른 책이 나오면 읽어보겠습니다.
3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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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Choe
너무나 감동적 이야기 입니다. 비엣남 인민들 포용력 이해심 게다가 35년 동안 일기를 간직한 미군의 진정성... 인류에 대해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 귀한 글 고맙게 읽으며 머리를 숙이는 1인입니다.
===
[신간]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이현정 기자
승인 2008.05.29 14:32
건치 송필경 공동대표 저서 출간
"우리는 유대인 안네의 처지에 대해서는 안네의 일기를 읽지 않아도 많이 안다.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나치의 만행에 대한 미국의 승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역사적 필연으로 생각하고 있다.…(중략)…우리는 베트남 처녀 투이의 처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베트남전쟁은 미국이 독립선언문에서 외친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최악의 사건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베트남전쟁의 진실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신간]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이현정 기자
승인 2008.05.29 14:32
건치 송필경 공동대표 저서 출간
"우리는 유대인 안네의 처지에 대해서는 안네의 일기를 읽지 않아도 많이 안다.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나치의 만행에 대한 미국의 승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역사적 필연으로 생각하고 있다.…(중략)…우리는 베트남 처녀 투이의 처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베트남전쟁은 미국이 독립선언문에서 외친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최악의 사건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베트남전쟁의 진실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지난 2005년 베트남에서 베트남전쟁때 사망한 여의사 당 투이 쩜의 일기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가 출판돼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그녀가 미군에 의해 살해된 지 꼭 35년만에 세상에 공개된 그녀의 일기는 2천만권만 팔려도 성공이라는 베트남출판시장에서 43만권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으며, 지난 1월 한국에서도 출판돼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송필경 공동대표는 최근 출판된 투이의 일기를 한국 독자들이 보다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베트남 현대사의 맥을 짚은 저서, 일기와 같은 제목의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를 출간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인의 보편적인 정서였던 '평화·독립·사랑·여성'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베트남의 비극적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이 책은 여전히 미로 속에 놓인 투이의 방으로 독자들을 조심스레 초대한다.
152쪽. 대구베트남우정회 송필경 저. 1만원.
구입문의. 건치신문(02-588-6946)
===
Kindle $18.99
Available instantly
Hardcover $36.70
Paperback $31.20

Dang Thuy TramDang Thuy 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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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미군에 의해 살해된 지 꼭 35년만에 세상에 공개된 그녀의 일기는 2천만권만 팔려도 성공이라는 베트남출판시장에서 43만권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으며, 지난 1월 한국에서도 출판돼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송필경 공동대표는 최근 출판된 투이의 일기를 한국 독자들이 보다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베트남 현대사의 맥을 짚은 저서, 일기와 같은 제목의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를 출간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인의 보편적인 정서였던 '평화·독립·사랑·여성'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베트남의 비극적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이 책은 여전히 미로 속에 놓인 투이의 방으로 독자들을 조심스레 초대한다.
152쪽. 대구베트남우정회 송필경 저. 1만원.
구입문의. 건치신문(02-588-6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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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le $18.99
Available instantly
Hardcover $36.70
Paperback $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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