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전략은 폐기됐다”... 이정훈, 항소심서 국가보안법의 ‘시대착오’ 정조준
기자명 한경준 기자
승인 2026.01.27
[전문] 이정훈 항소심 모두진술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논리’와 싸우는 국가보안법, 이제 박물관으로
.“사상의 자유는 공동체의 생존”... 이정훈 위원이 항소심서 던진 화두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전 연구위원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의 항소심 첫 재판이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이정훈 위원은 모두진술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사법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구했다.
"적화통일 전략은 폐기됐다"... 국가보안법은 유령과 싸우는 악법
이정훈 대표는 국가보안법이 이미 현실에서 사라진 ‘북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이라는 허구의 논리에 기생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북은 2023년 이후 남조선 통일이나 기존 대남전략을 전면 폐기했으며,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공식 규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의 논리와 싸우고 있다"며, 분“단의 평화적 해결을 가로막는 이 악법이 존재하는 한 비상식적인 규정과 인권 유린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이 더 이상 통일을 원치 않는 ‘분리된 타국’으로 존재하는 현실에서, 과거의 정통성 경쟁이나 적화통일론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임을 분명히 했다.
증거 없는 '간첩 몰이'와 사법부의 편파성
이 대표는 1심 판결의 부당성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친 구체적 행위가 전혀 없는 사건"으로 정의했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들이미는 ‘고니시’라는 인물은 본명이나 국적조차 확인되지 않은 추정의 영역에 있으며, 공안 당국은 물증이 없자 엉뚱한 통일 관련 저술물을 이적표현물로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그는 "왜 만났는지, 어떤 통신을 했는지 밝힐 필요도 없이 정황만으로 유죄를 판결하는 것이 국가보안법의 본질"이라며, “국가보안법은 한국 진보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간첩 몰이’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폭로했다.
전시헌법을 평화헌법으로...시대적 과제
이정훈 대표는 이제 국가보안법 폐지를 넘어 ‘평화헌법’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주권을 인정하는 새로운 남북 관계 정립을 위해 헌법 제3조(영토 조항)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필수 요소임을 강조하며 "맑은 공기를 마셔본 사람만이 자신이 숨 쉬는 공기가 탁한지 알 수 있다“라며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북에 대한 무지는 국민을 진실에서 배제하고, 결국 위정자의 위험한 전쟁 정책을 방치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부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는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법원 밖에서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증거 없는 공안 조작 재판을 중단하고 이정훈 위원을 즉각 석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정훈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심 이정훈선생 무죄판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경준 기자<항소심 모두 진술>
1심 판결의 부당성, 편파성에 대해서는 이미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 모두진술에서는 항소이유서의 미진한 부분과 항소심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몇 가지 추가하여 진술합니다.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합니다.
항소심을 시작하며 저는 재판부에 국가보안법의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요청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는 반헌법적, 반통일, 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북한을 반란단체로 판단하게 만드는 비상식적 규정 또한 계속 존재하게 되며, 이로 인해 분단의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연장선인 공안 당국의 관행적 수사조작과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자행되는 진보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인권유린은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1심 판결처럼, 비록 공판의 형식적 절차는 복잡하고 엄밀해졌지만 국가보안법의 반헌법적 논리와 공안기관의 수사조작에 대해 편파적으로 눈을 감는 재판은 언제든 반복되고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제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무엇을 해쳤는지에 대한 구체적 행위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사건입니다. 제가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모의하거나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했습니까? 공소장이 주장하는 적화통일, 즉 사회주의 통일을 주장하거나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모임이나 결사를 조직했습니까? 아니면 헌법에 반하는 시장경제나 사유재산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를 무력으로 타도하자는 주장을 했습니까? 제가 평생, 그리고 지난 십 수년간 한 일은 취약한 한국 민주주의를 확장하면서 진보적 대중단체, 진보 언론 매체, 진보적 통일 연구단체에서 기자, 연구자, 활동가로 일한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주장한 것은 공소장에 기재된 적화통일이나 대한민국 체제전복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자주화, 민주화, 평화통일이었습니다.
공안당국은 4년을 넘게 제 동료들과 주변을 수사해도 공소장 공식에 맞는 행위가 없자, 엉뚱하게도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저의 통일관련 저술물(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87년 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들을 북을 이롭게 할 ‘이적목적’으로 써서 출판했다고 공소장에 끼워 넣어 기소합니다. 그리고 1심 재판부(윤영수판사)는 황당하게도 그것을 유죄로 인정합니다.
결국 이 사건을 추리고 추리면, 남는 것은 제가 서울에서 ‘고니시’란 정체불명의 사람을 만나 연락을 몇 차례 시도했는데, 공안당국의 주장대로라면 그가 북한 공작원이었다는 것이 전부인 사건입니다.
그와 만났던 날, 저의 어떤 행위가 어떻게 대한민국 자유민주질서를 해쳤는지에 대한 아무런 내용이 없습니다. ‘고니시’는 북한 공작원이며 그를 만나고 연락을 시도만해도 국가보안법의 통신회합죄와 편의제공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1심 판결 내용의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고니시’란 사람의 본명, 국적, 생사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고, 관련 수사기록의 합법적 국제공조 또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는 확인된 것이 아니라 추정의 영역에 남아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수사, 기소, 재판의 불합리성과 반헌법성은 바로 이러한 법적모순과 법의 태생적 한계로부터 발생합니다. 모든 수사와 기소 판결의 논리가 피고의 행위 자체가 아니라 단지 그가 북한 주민이나 공작원이라는 사람을 만났는가, 혹은 통신했는가의 여부를 밝히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유무죄는 오로지 그것으로 판단합니다. 왜 만났는지, 어떤 통신을 했는지는 굳이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재판부는 정황증거, 주변증거로 유추하면 그만이지, 그것을 의심할 여지없이 증명할 증거나 이유가 없어도 쉽게 유죄로 판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한국 진보운동을 ‘북한 공작원’ 또는 ‘북한과 유사한 주장’과 연계해 탄압하고 처벌하는 전근대적인 간첩몰이범과 재판의 뿌리가 됩니다.
북한의 남조선 해방이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국가보안법 공소장이 반세기 이상 금과옥조로 내걸어온 판박이 논리의 핵심근거인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이나 북이 주도하는 ‘민족 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이 현실에서 실재하며 제대로 작동하는가의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이러한 북한의 대남 통일전략이나 남조선 해방전략은 단계적으로 모두 폐기되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의 논리와 싸우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2023년 이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결정으로 남조선 통일이나 기존 대남전략을 전면 폐기하였습니다. 이후 남한을 ‘남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 공식적으로 호칭하고 있으며 또 북한은 한국과의 통일을 원치 않으며, 현재 전쟁상태인 적대국 관계라는 것이 공식 입장입니다.
이것은 저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간과 현실이 이 모든 근본 변화를 확증해 줄 것이라 봅니다.
이러한 남북 관계와 안보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는 마치 윤석열 정권이 비상계엄상황이 전혀 아닌데 비상계엄을 선언하며 계엄을 독재와 영구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할 것입니다.
남한 정부 전복이나 통일을 위한 반국가단체 또는 그러한 것을 노리는 북한은 현실에서 사라졌으며, 한반도 북부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통일을 원치 않는 분리된 타국만 존재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과거의 남북합의와 남북관계는 현실에서 모두 사라졌으며 무용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 또는 조선과의 근본문제는 과거와 같은 정부의 정통성 경쟁이나 또는 통일이나 교류협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직도 한국 전쟁상태가 종료되지 않은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 인정하고, 현 정전상태를 종료하기 위한 노력과 한국-조선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역사적 과제만 남아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 엄밀히 이야기하면 한국-조선 관계는 1945년 해방과 분단 이후 80여년 만에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역사적 환경과 새로운 도전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 행정, 입법부를 망라한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지금까지 80여년간 한반도라는 하나의 영토에서 2개의 대립된 정부, 즉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각기 정통성을 주장하며 남과 북의 주권을 행사하던 사실상 ‘내전상태’에서 남과 북이 결국 타국으로 분리 재정립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재정립 과정에 들어선 한국과 조선이 전쟁상태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적 한국-조선 관계를 정립하는가, 아니면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채 다시 제2의 한국전쟁의 비극에 빠지는가의 문제가 현재 우리에게 놓인 냉정한 현실입니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현재 한국-조선 관계는 이미 한 나라 내부의 통일지향적 특수관계가 아닌 타국관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남과 북 중 한 주체가 공식적으로 통일을 원치 않아 통일 정책을 폐기하면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국가발전 전략과 안보전략은 존재하지도 않는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이나 ‘남조선 해방 전략’과 싸우는 국가보안법에 기초하여 수립되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상호 적대정책과 북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는 낡은 구시대적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전쟁요소와 전쟁상태를 과감히 종료하면서 적대적 관계를 항구적 평화관계로 전환하는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민국 ‘전시헌법’을 ‘평화헌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앞서 저는 재판부에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요청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번번히 기각되는 국가보안법의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다시 신청하는 이유는, 앞으로 전변되는 새로운 정세와 남북관계의 질적 변화에 대한민국 사법부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미 너무도 늦었지만, 보수적 판결을 거듭하는 헌법재판소도 이제는 이 거대한 시대의 변화를 더 이상 외면하며 뒷짐만 지지 말고, 현명한 역사적 판결로 새 시대의 물꼬를 터야 할 때라고 봅니다. 집권 민주당과 입법부인 국회도, 기존의 남북관계 접근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곧 인식할 것이라 봅니다. 따라서 현실을 반영한 ‘헌법 개정’을 가까운 미래에 결단해야 할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 봅니다. 저는 거기에 이재명 정부의 역사적 평가와 전도가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격변하는 대외환경에 맞게, 현재 한국전쟁 이후 전시 분단체제를 반영한 현행헌법을 수정하여 평화헌법으로 개정하는 것은 시대적, 국민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헌법은 한반도에 존재하는 ‘2개의 국가’, 즉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상호 인정하며 평화관계를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조항(제3조)를 한국 주권이 실제 미치는 남한지역으로 개정하여 한국과 조선이 상호 영토, 주권, 주민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 국민이 평화통일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흡수통일로 해석 가능한 헌법 4조는 폐기해야 합니다.
이러한 대외관계와 정치개혁이 앞으로 한국과 조선이 평화관계를 수립하고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재개할 유일한 방도이자 그 전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평화 헌법이 실현되면 국가보안법은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선과 미국의 평화협정도 병행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한국이 미국 꽁무니만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건설하려고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 모두의 안전과 운명을 좌우할 우리시대의 숙제입니다. 일본의 평화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국의 ‘평화헌법’ 개정입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 탄압이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위협합니다.
맑은 공기를 마셔본 사람만이 자신이 지금 숨쉬는 공기가 탁한지 맑은지 알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탁한 공기속에만 있었던 사람들은 자기가 숨쉬는 공기가 탁한 줄도 모릅니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받는 피해자이면서도 정작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민중들의 줄기찬 투쟁으로 독재의 탁한 공기는 상당히 제거되었으나,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북한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양상입니다.
북한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발전상을 말하거나, 국가보안법의 적대논리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이 사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적표현물의 저자로 낙인을 찍어 법정에 세우고 쉽게 처벌받습니다.
이러한 처벌이 반복되면 아무도 다른 관점으로 북한관련 주제를 다루지 않게 되며, 그것이 쌓이면 우리 사회는 누구도 진실의 공기를 마실 수 없게 됩니다. 처음에는 진보적 학자와 지식인들이 중단하지만 나중에는 언론인, 정치인, 학자, 일반인 모두 ‘북맹’이 됩니다. 이러한 탄압의 피해자는 결국 진실을 호흡하고 마실 수 없으며 진실에서 배제된 한국 국민 자신이 됩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며 사치품이 아닙니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만약 다양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가 윤석열 일당의 비상계엄의 불법적 선포를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한반도 전쟁 재발과 같은 국민생명과 국가안위를 위협하는 위기사태를 막을 수 있는 힘을 잃게 됩니다. 결국 위정자의 전쟁정책과 위험성을 방치하거나 용인하며 공동체 전부를 위기에 빠지게 합니다. 따라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확보는 공동체의 생존과 안전의 문제입니다.
얼마전 정부가 북의 ‘로동신문’을 일반 국민도 볼 수 있게 허용하고 또 북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도 대부분 접속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국가보안법으로 해석하면 이것은 가장 위험한 이적표현물을 온 국민에게 대량 유포하는 것이 됩니다. 이것에 비하면 제가 출판한 저술물들은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미미한 내용입니다.
저는 북한 방송과 주체사상 총서 등을 우리 정부가 전부 개방하고 출판을 허용해도, 한국 국민이 그것을 알아서 해석하고 소화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또 그것을 국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토론과 사색을 통해 판단하고 함께 정리하는 것이 바로 민주공화국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바로 알고 북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제대로 있는 그대로 알리자는 동일한 목적의 행위가, 정부가 하면 통일정책, 안보정책이고 제가 하면 이적행위가 되는 이중잣대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판부의 한국 진보운동과 공안사건에 대한 이해의 한계
판사들이 한국 진보운동과 연관되어 벌어지는 각이한 공안사건과, 그 속에서 전개되는 복잡한 인간관계와 인간 내면의 심리와 분위기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심 판결에서 판사의 선입견에 의해 정황증거나 조작 증거를 모두 사실로 인정하는 판결문을 보며 상당히 놀랐습니다.
실제 있지도 않은 일이었기에 피고인이 부정하는 진술도 마치 자신이 그 상황을 영화처럼 보고 온 양 모두 사실로 인정하는 편파적 오류를 1심 판결은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안사건 관련자 피고들의 특징은 각자 견해와 관점은 달라도 각자 나라와 민족 그리고 공익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각자 입장이 판이하게 달라도 발언을 존중하지만 말보다도 사람들의 태도와 진정성을 보면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1심 판사는 제가 미가참치(2차 회합) 대화에서 고니시를 떠보는 듯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했는데, 그것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판단입니다. 미가참치 전반부 대화 전체가 사실 ‘고니시’란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는 과정의 대화였기 때문입니다.
생면부지의 해외 동포가 통일운동을 돕겠다며 서울에 와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그의 정체를 의심하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심리적 과정일 것입니다. 그것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 만남이 무엇이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가보안법 체제 한국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부류도 다양합니다. 북과 직접 연계되어 통일운동을 하는 동포들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없는 해외에서는 이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또 주로 경제적 이득이나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북과 접촉하는 사람들, 북의 공무원으로 실제 북한의 대외 업무나 공개 또는 비공개 통일 교류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 등 다양합니다. 또 이러한 흐름과 결이 다르게 국정원의 프락치로 움직이는 사람들, 외국계로 주로 미국 CIA나 일본 CIA 계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등 다양합니다.
만약 ‘고니시’란 사람이 북한 대남사업 담당자였다면, 그는 최소한 저와 관련된 지난 사건에 대한 기본정보, 한국 통일운동의 일반적 상태,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매체인 ‘구국전선’의 내용과 실태, 한국 진보운동의 북한 통일정책에 대한 몰이해에서 벌어지는 혼동문제 등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이나 의견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날 이와 관련된 질문들을 그에게 하였으나, 그는 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나 견해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당시 그를 예우하면서 대화한 후 내린 결론은 그는 북한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락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심 판사는 제가 그 날 ‘고니시’라는 사람에게 ‘보고’를 했다고 했는데 술 2병 마시면서 혼자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혼자 이야기하는 보고도 있습니까? 실제 ‘고니시’란 사람도 저의 질문 의도를 속으로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사실 그 날 통신수단에 대한 전달은 관심 밖이었고 실제 그가 우려한 것도 그 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내용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1심 판사가 마치 피고의 입장을 다 이해하면서 공정하게 들어주는 듯 재판을 진행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정작 판결은 과거 군사정권의 국가보안법 판결처럼 내리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에 호소합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지난 반세기 이상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을 위해 한 것은 무엇입니까? 뒤늦은 무죄판결과 반복되는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안착했다고 믿었지만, 설마 하던 쿠데타와 위로부터의 내란이 발생했습니다. 전쟁과 한반도 평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위기를 높이고 평화관계를 저해하는 법적,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할 기회를 놓치고, 그러한 지적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설마 하던 전쟁도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한 것이 우리가 사는 한반도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때입니다. 사법부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의 위헌적 폐해를 막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 공존의 시대를 여는데 기여하는 판결을 다시 한번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1.26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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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준 기자 han99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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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서울 구치소에서 쓰는 칼럼
기자명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
승인 2025.12.31
1. 파쇼적 판결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교훈
2. 한반도 정세를 보는 몇 가지 편향에 대하여
① 기존 통일론에 대한 ‘집념과 집착’ 경향
②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조기 폐기론’의 흐름
③ ‘전쟁 불가피론’의 흐름
3. 정세관보다 더 중요한 근본 문제
4.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

1. 파쇼적 판결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교훈
필자는 지난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한국의 절차적 민주주의,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 최소한의 양심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깨지는 황당한 재판 결과였습니다(윤영수 판사). 마치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검찰 공소장을 그대로 판결문으로 베껴 쓰던 것과 같은 선고였습니다.
‘국가보안법’ 판결이 객관적 증거나 법정 증언보다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좌우되고, 사람의 내면 정신세계와 의도를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처럼 추정해 판단하며, 형량 또한 고무줄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막상 당하고 보니 허탈하고 황당한 심정으로 처음 며칠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제 사건을 요약하면, 책 2권(‘87·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을 저술한 것과, 고니시라는 국외교포를 서울에서 만난 일입니다. 만나서 한 일이라고는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다가 연락이 중단된 것이 전부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으로 제 저술물은 갑자기 ‘이적표현물’로 기소되었고, 제가 만난 사람은 ‘북한 공작원’이라고 공소장에 적혀 있습니다. 저의 무죄 주장과 후속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다른 경로를 통해 계속 알려 나갈 것이며, 이 칼럼에서는 제가 평소 느껴 온 진보 진영의 ‘정세관’과 문제의식 몇 가지를 간략히 서술합니다.
2. 한반도 정세를 보는 몇 가지 편향에 대하여
감옥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무겁고 현안인 주제를 다루는 것이 적당한지 모르겠으나,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간략히 적어보겠습니다. 한반도 정세를 해석하는 다음 3가지 흐름에 관해 서술해 보고자 합니다.
① 기존 통일론에 대한 ‘집념과 집착’ 경향
먼저 기존 통일론에 대한 집념과 집착의 경향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조선)의 통일 정책 전면 폐기(조선로동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6.15 공동선언 실현과 3자 연대에 기반한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 대부분은 열렬한 통일 투사이시며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분들의 입장을 ‘집념’과 ‘집착’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변화된 현실과 이를 타개하려는 주체 역량에 대한 평가, 그리고 실행 방도가 바뀌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정책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지상 최대 과제인 통일을 폐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를 폐기한 이유는, 지난 시절 해 왔던 방식으로는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평화도 통일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것은 길게는 80년 분단사, 반세기 이상 진행된 통일정책과 통일운동에 대한 총평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일운동과 통일 역량이 강화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한의 현실은 반대입니다. 그리고 그 한계 지점이 현재입니다. 그러면 ‘새롭게 현실을 타개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관성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통일 운동가들의 평생 통일운동 공식이 깨지고 전혀 새로운 정세와 정책들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아직 지난 관성과 이론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변화된 정책과 그에 따른 현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북은 남한을 한국이라는 ‘국가’로 상대한다(교전 중인 적대 국가).
;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 정책 폐기
▲ 한국이 조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조선도 한국과 국가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는다.
; 한국이 대북 적대 정책의 법적 표현인 ‘헌법 제3조’(영토조항)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는 이상, 한국을 적대적 관계에서 전환하지 않는다.
▲ 한국-조선 관계의 현안은 ‘전쟁 방지’와 ‘전쟁 문제’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가 폐기된 환경에서, 현재 한국-조선 관계의 초점은 단 하나, 적대적인 ‘전쟁 관계’만 남게 됩니다. 남측이 원하는 남북 군사 합의의 복원도 과거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북은 특수관계가 아니라, 한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한 정상적 국가 관계 속에서 이를 처리할 것입니다.
북이 민족 이론이나 민족을 부정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타개하는 방식은 장기적인 ‘현실주의 통합노선’으로 바뀌었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노선을 ‘통일’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또한 신년에 열리는 9차 당대회에서 남한과의 통일 과제를 당면 과제에서 제외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②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조기 폐기론’의 흐름
지난번 경주 APEC 행사를 앞두고 조-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다룬 기사가 잇따르더니, 최근에는 내년 4월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예상하는 보도와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또는 더나아가 조미회담 가능성까지 예상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중미회담의 가능성은 있을 수도 있으나 조미회담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예측이라고 봅니다. 이를 기대하면서 한국 통일부와 외교부가 대북정책 타개의 실마리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허망한 기대라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기사와 분석이 자주 나오는 것은 트럼프의 적극적 대북 대화 제스처와 쇼에 분석가들조차 현혹되어 따라가는 경향도 한 이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 조-미 관계의 현주소와 향후 전개될 조-미 중장기 ‘강 대 강’ 대결 추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난 칼럼에서 저는 여러 번 트럼프가 대조선 적대 정책을 전환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오콘의 대립은 미국이라는 제국 지배계급 내부의 변종 분파 간 싸움이지, 그것이 네오콘을 대체하는 대외정책의 질적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군산복합체와 트럼프는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현재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힘’입니다. 힘이 있으면 지배하고 전쟁도 하는 것이며, 힘이 없거나 잃어 가면 전쟁을 피하거나 선별적으로 동맹을 부추겨 전쟁을 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조선)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말이나 쇼가 아니라 실질적 관계 개선을 위한 조처를 취하면 됩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책은 트럼프의 쇼나 말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한 미국 국가안보 전략(NSS)을 보니 미국 패권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는 ‘자기 고백서’ 같았습니다. 여기서 미국은 조-중-러와 전쟁을 할 수 없음을 돌려서 표현한 것입니다. 미국이 속으로 가장 고심하는 ‘조선 핵’ 문제는 아예 언급도 못 하는 지경입니다.
조선 문제를 언급하고 다루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미국은 대안이 없습니다. ‘조선 비핵화’를 넣는 순간 조-미 ‘강 대 강’ 대결을 부추기는 것이 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회동 쇼는 그 제안조차 불가능하게 됩니다.
미국 국가안보 전략(NSS)이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드러낸 대북정책의 기본 내용은 적대적 현상 유지 전략입니다. 트럼프는 과거 2018년 조-미 공동성명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조선은 이를 폐기한 지 오래입니다. 대표적 현상 유지 전략이 ‘전쟁 연습 지속’과 ‘대화 타령’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인정에 기초한 새로운 대북정책 복안을 가지고 있고, 북도 이에 대해 일말의 기대가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현실은 이와 다르다고 봅니다.
③ ‘전쟁 불가피론’의 흐름
인류를 대재앙으로 몰고 갈 전쟁의 불씨를 안고 사는 것이 우리 민족입니다. 동북아의 한반도와 대만은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화선이자 폭발 지점입니다. 더구나 이 전쟁은 상호 적대적 군사동맹(조-중, 조-러, 중-러 ↔ 한미일)으로 연동되어, 대만 전쟁은 자동으로 한반도 전쟁으로 확대되고, 이어서 러시아가 참전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현재 전쟁 가능성이 높은 이 지역의 전쟁을 막는 것은, 개별 국가의 통일과 아시아 문제를 넘어 세계 인류의 사활을 건 문제가 됩니다.
제국주의의 전쟁 본성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세계 3차 대전을 저지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것은 세계 진보 진영의 당면 과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도 ‘정의의 전쟁 론’이 아니라 실질적 ‘전쟁 억제’입니다.
전쟁 억제력의 압도적 힘으로 전쟁 의지와 기도(企圖)를 선제적으로 제압·차단하는 정책이 우선이며, 현재 중국과 조선의 통일 과제가 아무리 중요한 과제라고 하더라도 이 원칙을 앞세우는 것이 조-중 국제 공조의 기본 방향이라고 판단합니다. 중국 공산당도 미국과 대만이 먼저 도발하지 않는 이상, 전쟁에 의한 통일을 선제적으로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저는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 주도권을 잃었다고 봅니다. 과거처럼 전쟁을 미국 마음대로 개시하고 승리로 이끌 힘을 미국이 잃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북(조선) 하나를 상대하는 한반도 전쟁만으로도 미국은 현재 감당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저는 미국이 조-중-러 전략동맹에 대해 승산이 없는 선제 전쟁 전략을 폐기하고, 대결적 ‘현상 유지(관리) 전략’으로 후퇴했다고 봅니다.
이 대결적 ‘현상 유지 전략’도 미국 혼자는 감당할 수 없어, 한국과 일본을 ‘동맹 현대화’란 명분으로 재구조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미 동맹 현대화의 본질은
▲ 승산이 없고 미국 본토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 전쟁 전략’을 ‘적대적 현상 유지’ 전략으로 전환해 유지한다(전쟁 가능성은 남아있음).
▲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국군의 역할을 ‘대북 전쟁’ 수단에서 대중국 동북아 전선 역량으로 전환한다.
▲ 한국 자주국방 요구와 명분을 활용하여 한국군의 전략 자산을 한국 비용 부담으로 늘리되, 작전 지휘권과 전쟁 계획과 권한은 그대로, 또는 변형된 형태로도 미국이 행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조선)은 ‘통일 전쟁’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배제하는 선언을 합니다. 앞으로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이는 침략전쟁에 대한 전면적인 반격전일 뿐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무자비한 전략·전술핵을 총동원한 전례 없는 전쟁 양상이 되리라 봅니다.
또 이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전쟁의 한국전쟁화’입니다. 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빠지겠다는 태도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이 쳐 놓은 ‘한국 자주국방, 한국전쟁의 한국화’ 함정에 빠지고 있습니다.
3. 정세관보다 더 중요한 근본 문제
격변하는 정세와 새로운 정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모두 한국 진보의 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나온 주장들입니다. 따라서 과도한 혹평이나 비난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 가면서 민중에 봉사했으면 합니다.
정세 분석이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니며, 한 사람의 주장이 전부 옳을 수도 없습니다. 민중께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제공하여, 세상의 주인인 민중이 정세를 개척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진보에서 ‘정세와 정치노선’보다 더 중요하고 부족한 문제가 ‘사상 노선’, ‘사상 사업’의 문제라고 봅니다. 정세관은 사상사업의 중요한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한국 진보가 사상 노선, 사상 사업, 정치 사업, 사상전에 대한 개념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그것이 결국 진보정당, 전선, 대중단체의 선전·교육 체계와 대중 사업 방식이 부실해진 근본 이유라고 봅니다. 한 번 무너진 사상사업 체계를 세우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며, 수십 년이 걸리는 사업입니다.
사람은 ‘사상적 존재’입니다. 사상은 진보적 지식이 아니며, 삶을 개척하고 세상의 주인인 사람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입니다. 대중 사업의 관점과 태도 역시 사상으로부터 나옵니다.
정세가 어디로 흘러가든, 시간이 십 년, 이십 년이 걸리든, 이것이 한국 진보가 해결해야 할 근본 문제 중 하나입니다.
4.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
감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되어 있고, 옥에서 칼럼 같은 글을 계속 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며 재판을 잘 준비하는 것, ‘국가보안법’ 폐지와 피해 사례를 해외까지 널리 알리는 것, 감옥을 인권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것 정도입니다.
감옥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감옥의 인권 무시는 여전합니다. 무죄추정은 법전에나 있는 말이고, 현실적 정서는 유죄 추정·죄인·수용자 처우입니다. 양심수는 감옥에서도 인권을 주장하고 지키는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수들과 함께 감옥 관련 법령들을 연구하고 교정 당국의 위법 사항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계속 요구할 생각입니다. 또 이와 관련된 헌법소원 청원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 항소 이유서는 영어로 번역하여 국제 인권 단체와 UN 인권 기구에 보낼 예정입니다. 또 검찰이 기소한 ‘87·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를 영어와 외국어로 번역하여 ‘국가보안법’이 없는 외국에서 출판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 책들을 해외 학술단체와 인권 단체에 보내 한국의 ‘국가보안법’ 폐해 실태를 알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법정구속 되자마자 서울구치소를 바로 찾아와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고, ‘국가보안법’ 폐지 · ‘이정훈 무죄 석방’ 현수막을 걸어 주시고, 또 부당한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조직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정훈 대책위,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 행동, 양심수 후원회, 통일시대 연구원, 자주연합, 향린교회 등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고난은 있어도 우리가 갈 길을 막을 힘은 세상에 없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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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항소심, “공안 도구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기자명 한경준 기자
승인 2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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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서울 구치소에서 쓰는 칼럼
기자명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
승인 2025.12.31
1. 파쇼적 판결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교훈
2. 한반도 정세를 보는 몇 가지 편향에 대하여
① 기존 통일론에 대한 ‘집념과 집착’ 경향
②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조기 폐기론’의 흐름
③ ‘전쟁 불가피론’의 흐름
3. 정세관보다 더 중요한 근본 문제
4.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

1. 파쇼적 판결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교훈
필자는 지난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한국의 절차적 민주주의,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 최소한의 양심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깨지는 황당한 재판 결과였습니다(윤영수 판사). 마치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검찰 공소장을 그대로 판결문으로 베껴 쓰던 것과 같은 선고였습니다.
‘국가보안법’ 판결이 객관적 증거나 법정 증언보다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좌우되고, 사람의 내면 정신세계와 의도를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처럼 추정해 판단하며, 형량 또한 고무줄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막상 당하고 보니 허탈하고 황당한 심정으로 처음 며칠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제 사건을 요약하면, 책 2권(‘87·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을 저술한 것과, 고니시라는 국외교포를 서울에서 만난 일입니다. 만나서 한 일이라고는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다가 연락이 중단된 것이 전부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으로 제 저술물은 갑자기 ‘이적표현물’로 기소되었고, 제가 만난 사람은 ‘북한 공작원’이라고 공소장에 적혀 있습니다. 저의 무죄 주장과 후속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다른 경로를 통해 계속 알려 나갈 것이며, 이 칼럼에서는 제가 평소 느껴 온 진보 진영의 ‘정세관’과 문제의식 몇 가지를 간략히 서술합니다.
2. 한반도 정세를 보는 몇 가지 편향에 대하여
감옥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무겁고 현안인 주제를 다루는 것이 적당한지 모르겠으나,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간략히 적어보겠습니다. 한반도 정세를 해석하는 다음 3가지 흐름에 관해 서술해 보고자 합니다.
① 기존 통일론에 대한 ‘집념과 집착’ 경향
먼저 기존 통일론에 대한 집념과 집착의 경향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조선)의 통일 정책 전면 폐기(조선로동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6.15 공동선언 실현과 3자 연대에 기반한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 대부분은 열렬한 통일 투사이시며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분들의 입장을 ‘집념’과 ‘집착’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변화된 현실과 이를 타개하려는 주체 역량에 대한 평가, 그리고 실행 방도가 바뀌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정책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지상 최대 과제인 통일을 폐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를 폐기한 이유는, 지난 시절 해 왔던 방식으로는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평화도 통일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것은 길게는 80년 분단사, 반세기 이상 진행된 통일정책과 통일운동에 대한 총평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일운동과 통일 역량이 강화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한의 현실은 반대입니다. 그리고 그 한계 지점이 현재입니다. 그러면 ‘새롭게 현실을 타개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관성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통일 운동가들의 평생 통일운동 공식이 깨지고 전혀 새로운 정세와 정책들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아직 지난 관성과 이론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변화된 정책과 그에 따른 현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북은 남한을 한국이라는 ‘국가’로 상대한다(교전 중인 적대 국가).
;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 정책 폐기
▲ 한국이 조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조선도 한국과 국가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는다.
; 한국이 대북 적대 정책의 법적 표현인 ‘헌법 제3조’(영토조항)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는 이상, 한국을 적대적 관계에서 전환하지 않는다.
▲ 한국-조선 관계의 현안은 ‘전쟁 방지’와 ‘전쟁 문제’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가 폐기된 환경에서, 현재 한국-조선 관계의 초점은 단 하나, 적대적인 ‘전쟁 관계’만 남게 됩니다. 남측이 원하는 남북 군사 합의의 복원도 과거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북은 특수관계가 아니라, 한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한 정상적 국가 관계 속에서 이를 처리할 것입니다.
북이 민족 이론이나 민족을 부정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타개하는 방식은 장기적인 ‘현실주의 통합노선’으로 바뀌었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노선을 ‘통일’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또한 신년에 열리는 9차 당대회에서 남한과의 통일 과제를 당면 과제에서 제외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②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조기 폐기론’의 흐름
지난번 경주 APEC 행사를 앞두고 조-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다룬 기사가 잇따르더니, 최근에는 내년 4월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예상하는 보도와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또는 더나아가 조미회담 가능성까지 예상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중미회담의 가능성은 있을 수도 있으나 조미회담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예측이라고 봅니다. 이를 기대하면서 한국 통일부와 외교부가 대북정책 타개의 실마리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허망한 기대라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기사와 분석이 자주 나오는 것은 트럼프의 적극적 대북 대화 제스처와 쇼에 분석가들조차 현혹되어 따라가는 경향도 한 이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 조-미 관계의 현주소와 향후 전개될 조-미 중장기 ‘강 대 강’ 대결 추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난 칼럼에서 저는 여러 번 트럼프가 대조선 적대 정책을 전환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오콘의 대립은 미국이라는 제국 지배계급 내부의 변종 분파 간 싸움이지, 그것이 네오콘을 대체하는 대외정책의 질적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군산복합체와 트럼프는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현재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힘’입니다. 힘이 있으면 지배하고 전쟁도 하는 것이며, 힘이 없거나 잃어 가면 전쟁을 피하거나 선별적으로 동맹을 부추겨 전쟁을 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조선)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말이나 쇼가 아니라 실질적 관계 개선을 위한 조처를 취하면 됩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책은 트럼프의 쇼나 말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한 미국 국가안보 전략(NSS)을 보니 미국 패권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는 ‘자기 고백서’ 같았습니다. 여기서 미국은 조-중-러와 전쟁을 할 수 없음을 돌려서 표현한 것입니다. 미국이 속으로 가장 고심하는 ‘조선 핵’ 문제는 아예 언급도 못 하는 지경입니다.
조선 문제를 언급하고 다루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미국은 대안이 없습니다. ‘조선 비핵화’를 넣는 순간 조-미 ‘강 대 강’ 대결을 부추기는 것이 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회동 쇼는 그 제안조차 불가능하게 됩니다.
미국 국가안보 전략(NSS)이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드러낸 대북정책의 기본 내용은 적대적 현상 유지 전략입니다. 트럼프는 과거 2018년 조-미 공동성명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조선은 이를 폐기한 지 오래입니다. 대표적 현상 유지 전략이 ‘전쟁 연습 지속’과 ‘대화 타령’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인정에 기초한 새로운 대북정책 복안을 가지고 있고, 북도 이에 대해 일말의 기대가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현실은 이와 다르다고 봅니다.
③ ‘전쟁 불가피론’의 흐름
인류를 대재앙으로 몰고 갈 전쟁의 불씨를 안고 사는 것이 우리 민족입니다. 동북아의 한반도와 대만은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화선이자 폭발 지점입니다. 더구나 이 전쟁은 상호 적대적 군사동맹(조-중, 조-러, 중-러 ↔ 한미일)으로 연동되어, 대만 전쟁은 자동으로 한반도 전쟁으로 확대되고, 이어서 러시아가 참전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현재 전쟁 가능성이 높은 이 지역의 전쟁을 막는 것은, 개별 국가의 통일과 아시아 문제를 넘어 세계 인류의 사활을 건 문제가 됩니다.
제국주의의 전쟁 본성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세계 3차 대전을 저지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것은 세계 진보 진영의 당면 과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도 ‘정의의 전쟁 론’이 아니라 실질적 ‘전쟁 억제’입니다.
전쟁 억제력의 압도적 힘으로 전쟁 의지와 기도(企圖)를 선제적으로 제압·차단하는 정책이 우선이며, 현재 중국과 조선의 통일 과제가 아무리 중요한 과제라고 하더라도 이 원칙을 앞세우는 것이 조-중 국제 공조의 기본 방향이라고 판단합니다. 중국 공산당도 미국과 대만이 먼저 도발하지 않는 이상, 전쟁에 의한 통일을 선제적으로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저는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 주도권을 잃었다고 봅니다. 과거처럼 전쟁을 미국 마음대로 개시하고 승리로 이끌 힘을 미국이 잃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북(조선) 하나를 상대하는 한반도 전쟁만으로도 미국은 현재 감당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저는 미국이 조-중-러 전략동맹에 대해 승산이 없는 선제 전쟁 전략을 폐기하고, 대결적 ‘현상 유지(관리) 전략’으로 후퇴했다고 봅니다.
이 대결적 ‘현상 유지 전략’도 미국 혼자는 감당할 수 없어, 한국과 일본을 ‘동맹 현대화’란 명분으로 재구조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미 동맹 현대화의 본질은
▲ 승산이 없고 미국 본토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 전쟁 전략’을 ‘적대적 현상 유지’ 전략으로 전환해 유지한다(전쟁 가능성은 남아있음).
▲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국군의 역할을 ‘대북 전쟁’ 수단에서 대중국 동북아 전선 역량으로 전환한다.
▲ 한국 자주국방 요구와 명분을 활용하여 한국군의 전략 자산을 한국 비용 부담으로 늘리되, 작전 지휘권과 전쟁 계획과 권한은 그대로, 또는 변형된 형태로도 미국이 행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조선)은 ‘통일 전쟁’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배제하는 선언을 합니다. 앞으로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이는 침략전쟁에 대한 전면적인 반격전일 뿐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무자비한 전략·전술핵을 총동원한 전례 없는 전쟁 양상이 되리라 봅니다.
또 이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전쟁의 한국전쟁화’입니다. 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빠지겠다는 태도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이 쳐 놓은 ‘한국 자주국방, 한국전쟁의 한국화’ 함정에 빠지고 있습니다.
3. 정세관보다 더 중요한 근본 문제
격변하는 정세와 새로운 정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모두 한국 진보의 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나온 주장들입니다. 따라서 과도한 혹평이나 비난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 가면서 민중에 봉사했으면 합니다.
정세 분석이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니며, 한 사람의 주장이 전부 옳을 수도 없습니다. 민중께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제공하여, 세상의 주인인 민중이 정세를 개척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진보에서 ‘정세와 정치노선’보다 더 중요하고 부족한 문제가 ‘사상 노선’, ‘사상 사업’의 문제라고 봅니다. 정세관은 사상사업의 중요한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한국 진보가 사상 노선, 사상 사업, 정치 사업, 사상전에 대한 개념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그것이 결국 진보정당, 전선, 대중단체의 선전·교육 체계와 대중 사업 방식이 부실해진 근본 이유라고 봅니다. 한 번 무너진 사상사업 체계를 세우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며, 수십 년이 걸리는 사업입니다.
사람은 ‘사상적 존재’입니다. 사상은 진보적 지식이 아니며, 삶을 개척하고 세상의 주인인 사람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입니다. 대중 사업의 관점과 태도 역시 사상으로부터 나옵니다.
정세가 어디로 흘러가든, 시간이 십 년, 이십 년이 걸리든, 이것이 한국 진보가 해결해야 할 근본 문제 중 하나입니다.
4.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
감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되어 있고, 옥에서 칼럼 같은 글을 계속 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며 재판을 잘 준비하는 것, ‘국가보안법’ 폐지와 피해 사례를 해외까지 널리 알리는 것, 감옥을 인권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것 정도입니다.
감옥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감옥의 인권 무시는 여전합니다. 무죄추정은 법전에나 있는 말이고, 현실적 정서는 유죄 추정·죄인·수용자 처우입니다. 양심수는 감옥에서도 인권을 주장하고 지키는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수들과 함께 감옥 관련 법령들을 연구하고 교정 당국의 위법 사항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계속 요구할 생각입니다. 또 이와 관련된 헌법소원 청원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 항소 이유서는 영어로 번역하여 국제 인권 단체와 UN 인권 기구에 보낼 예정입니다. 또 검찰이 기소한 ‘87·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를 영어와 외국어로 번역하여 ‘국가보안법’이 없는 외국에서 출판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 책들을 해외 학술단체와 인권 단체에 보내 한국의 ‘국가보안법’ 폐해 실태를 알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법정구속 되자마자 서울구치소를 바로 찾아와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고, ‘국가보안법’ 폐지 · ‘이정훈 무죄 석방’ 현수막을 걸어 주시고, 또 부당한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조직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정훈 대책위,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 행동, 양심수 후원회, 통일시대 연구원, 자주연합, 향린교회 등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고난은 있어도 우리가 갈 길을 막을 힘은 세상에 없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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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항소심, “공안 도구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기자명 한경준 기자
승인 2026.01.26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정훈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심 이정훈선생 무죄판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경준 기자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을 앞두고 시민사회와 국가보안법 피해자 단체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모여 무죄 판결과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1심 판결을 “증거 없는 공안 조작 재판”으로 규정하며,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와 사실에 기초한 판단을 요구했다.
1월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곡빌딩 동관 옆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통일시대연구원 관계자와 이정훈 선생의 배우자,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단체, 양심수 후원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을 개별 형사사건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공안 통치의 수단으로 작동해 온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 놓았다.
이정훈 선생은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 제8조 회합·통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검찰은 4년이 넘는 재판 과정에서 단 하나의 명확한 물증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듯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한충목 통일시대연구원 원장은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전 부원장에 대한 공안 재판은 즉각 중단돼야 하고, 즉각 석방돼야 한다”며 “통일 활동가를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가는 국가보안법의 문법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을 유지한 채 평화와 화해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정훈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심 이정훈선생 무죄판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경준 기자
배우자 구선옥 씨는 이번 사건을 “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구체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검찰이 북한 공작원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실체가 끝내 증명되지 않았다”며 “사망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사망 확인서조차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주고받았다는 지령문 역시 파일 하나 제시되지 않았다”며 “압수된 컴퓨터와 저장장치 어디에서도 지령문으로 볼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녹취록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구 씨는 “이정훈이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녹취록에 ‘이번 태양절에는 제가 북을 못 갔어요’라는 문장을 끼워 넣었다”며 “이정훈은 북한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과잉 수사가 아니라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국가보안법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박해전 석권호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고문·조작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국가범죄의 도구”라며 “이 법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심수후원회 김혜순 이사장은 “같은 행위가 어떤 경우에는 정책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이 된다”며 “권력의 판단에 따라 범죄가 되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주권당 배서영 조직위원장도 “누구를 만나고 어떤 글을 썼는지가 왜 범죄가 되느냐”며 “국가보안법은 올해 안에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정훈 사건은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국가보안법의 폭주와 사법 정의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논리를 되풀이하지 말고 증거와 사실에 기초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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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법정구속…국가보안법 위반 징역 5년,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기자명 정대일 현장기자
승인 2025.11.12

1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25호 법정에서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이 대표를 법정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이 조작하고 검찰이 기소한 공소장의 내용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며 판결문을 작성, 낭독하였다. 가히 통법부의 귀환이다.
판결문은 우선, 국가보안법에 대해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을 거론하며 북을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였다.
이후, 판결문은 그간 1심 법정에서 변호인들과 피고인이 검찰과 다툰 내용들을 모두 탄핵하면서 공소장에 적시된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인용하였다.
판결문은 심지어 검찰 측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소위 ‘북한 공작원’의 존재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과정에서 증인이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인정해버리는 등 공판중심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판결문은 피고인이 받았다는 소위 ‘북한의 지령문’에 대해서도 ‘내용 불상’이지만, 정황상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과 함께, 피고인이 저술하여 시중에서 판매 중인 도서 ‘87, 6월 세대를 위한 주체사상 에세이’와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에 대해서는 주체사상을 찬양 고무하고, 북한 사회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이적표현물’이라는 비상식적인 판단 또한 담고 있었다.
총체적으로,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은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복사하여 붙이기를 한 것으로, 87년 이전의 사법부, 즉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는 ‘통법부’의 전철을 정확히 답습한 것이다.
1심 판사는 피고인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 법정구속을 선고한 이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정훈 대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사법부는 각성하라!’고 일갈했다.
재판정에서 법정구속된 이정훈 대표는 서울구치소로 입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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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반도평론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을 앞두고 시민사회와 국가보안법 피해자 단체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모여 무죄 판결과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1심 판결을 “증거 없는 공안 조작 재판”으로 규정하며,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와 사실에 기초한 판단을 요구했다.
1월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곡빌딩 동관 옆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통일시대연구원 관계자와 이정훈 선생의 배우자,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단체, 양심수 후원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을 개별 형사사건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공안 통치의 수단으로 작동해 온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 놓았다.
이정훈 선생은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 제8조 회합·통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검찰은 4년이 넘는 재판 과정에서 단 하나의 명확한 물증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듯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한충목 통일시대연구원 원장은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전 부원장에 대한 공안 재판은 즉각 중단돼야 하고, 즉각 석방돼야 한다”며 “통일 활동가를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가는 국가보안법의 문법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을 유지한 채 평화와 화해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정훈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심 이정훈선생 무죄판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경준 기자배우자 구선옥 씨는 이번 사건을 “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구체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검찰이 북한 공작원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실체가 끝내 증명되지 않았다”며 “사망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사망 확인서조차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주고받았다는 지령문 역시 파일 하나 제시되지 않았다”며 “압수된 컴퓨터와 저장장치 어디에서도 지령문으로 볼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녹취록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구 씨는 “이정훈이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녹취록에 ‘이번 태양절에는 제가 북을 못 갔어요’라는 문장을 끼워 넣었다”며 “이정훈은 북한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과잉 수사가 아니라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국가보안법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박해전 석권호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고문·조작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국가범죄의 도구”라며 “이 법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심수후원회 김혜순 이사장은 “같은 행위가 어떤 경우에는 정책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이 된다”며 “권력의 판단에 따라 범죄가 되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주권당 배서영 조직위원장도 “누구를 만나고 어떤 글을 썼는지가 왜 범죄가 되느냐”며 “국가보안법은 올해 안에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정훈 사건은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국가보안법의 폭주와 사법 정의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논리를 되풀이하지 말고 증거와 사실에 기초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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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법정구속…국가보안법 위반 징역 5년,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기자명 정대일 현장기자
승인 2025.11.12

1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25호 법정에서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이 대표를 법정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이 조작하고 검찰이 기소한 공소장의 내용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며 판결문을 작성, 낭독하였다. 가히 통법부의 귀환이다.
판결문은 우선, 국가보안법에 대해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을 거론하며 북을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였다.
이후, 판결문은 그간 1심 법정에서 변호인들과 피고인이 검찰과 다툰 내용들을 모두 탄핵하면서 공소장에 적시된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인용하였다.
판결문은 심지어 검찰 측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소위 ‘북한 공작원’의 존재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과정에서 증인이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인정해버리는 등 공판중심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판결문은 피고인이 받았다는 소위 ‘북한의 지령문’에 대해서도 ‘내용 불상’이지만, 정황상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과 함께, 피고인이 저술하여 시중에서 판매 중인 도서 ‘87, 6월 세대를 위한 주체사상 에세이’와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에 대해서는 주체사상을 찬양 고무하고, 북한 사회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이적표현물’이라는 비상식적인 판단 또한 담고 있었다.
총체적으로,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은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복사하여 붙이기를 한 것으로, 87년 이전의 사법부, 즉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는 ‘통법부’의 전철을 정확히 답습한 것이다.
1심 판사는 피고인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 법정구속을 선고한 이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정훈 대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사법부는 각성하라!’고 일갈했다.
재판정에서 법정구속된 이정훈 대표는 서울구치소로 입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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