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7

한청훤 - 조선에 대해 부정적 인식 - 선 긋는 국가 박정욱 (지은이)

한청훤 - 많은 한국인들이 조선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일부는 혐오하기 까지 하는데 그 혐오의 이유로 보통은... | Facebook




한청훤 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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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인들이 조선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일부는 혐오하기 까지 하는데 그 혐오의 이유로 보통은 망국으로 까지 치달았던 조선 후기의 낙후성, 현재 까지 내려오는 조선에서 유래되었다고 여겨지는 봉건적 이데올로기나 풍습, 관습 등이 꼽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현재 한국사회에 잔존한 전근대적 문화와 사고관을 과거 조선의 고유한 특성으로 돌리거나 조선 시대 탓으로 돌린다. 그런데 페친 이신 박정욱 PD님이 출간하신 ‘선 긋는 국가’에 따르면 오히려 그 반대의 주장도 가능할 것 같다. 즉, 현재의 한국인들은 조선 덕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근대에 진입하였으며 현재 한국이 누리고 있는 눈부신 성취와 놀라운 국가 발전 수준의 상당 부분을 조선으로 대표되는 한국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 긋는 국가’에 따르면 근대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본질은 바로 네이션, 즉 국민 국가를 형성할 민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민족은 절대로 저절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 전근대 시절 대다수의 지역들의 사람들은 종족과 종교, 언어 등의 수 많은 다양한 정체성으로 따라 잘게 쪼개져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 동네의 종족 혹은 종교적 우두머리들에 의해 통제되어 그들 자신도 자기가 속한 작은 종족이나 종교 집단에 소속감과 정체성을 갖추면 살았다. 이런 잘게 쪼개진 집단들 중에 보다 강한 집단이 등장하여 다른 집단들을 흡수하거나 혹은 지배하며 집단과 우두머리 간에도 위계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매우 능력 있는 우두머리가 자기가 통솔하는 집단을 거느리고 주변 다른 집단들을 모두 복속 시킬 때 왕국이나 심지어 제국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근대적 민족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질적인 도약이 필요하다. 바로 그 왕국이나 제국에 속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 어떤 종족적 종교적 정체성의 선을 뛰어 넘는 단일 공동체의 같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거대한 영역을 하나의 왕국이나 제국으로 묶는 것 이상의 도약이 필요하다.
과거 많은 왕국들이나 제국들이 자신들의 신민을 하나의 민족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왜냐하면 그 넓은 땅 모든 곳을 왕이나 황제가 임명한 관료와 그들이 세운 행정 체계를 통해 직접 통치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전근대 시절 왕이 수도 외의 먼 지역 까지 직접적 영향력과 통제력을 끼치기에 물리적 기술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왕들은 각 지방의 토착 지도자들과 타협하였고 그들의 충성을 받는 대가로 현지 각 토착 지도자들이 현지 자치를 허용한다. 이러한 일종의 전근대적 계약관계를 유럽에서는 봉건제라고 불렀다. 결국 유럽에서는 여러 가지 사상적 기술적 진보를 통해 왕이 각 지역 토착 권력자들의 권력을 무너뜨리고 먼 지방 까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며 중앙집권적 국가가 형성되게 된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언어적 장벽이 사라지고 모든 지역민들이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게 되었으며 왕국의 대다수 구성원들 모두가 자신의 통치자로써의 왕의 존재를 실제로 느끼고 국가를 체험하며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의 자각과 소속감을 느끼며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한다. 즉, 근대국가는 중앙정부를 통한 민족의 발명을 통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국가 내 다양한 종족적 종교적 정체성의 선을 모두 지워지는 순간 민족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차 세계 대전 후 거의 대다수의 탈식민지 신생 독립국가들이 독립 이후 경제발전이나정치적 민주화에 있어 순조로운 발전에 실패하고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낙후성에 시달리는 이유는 명료해 진다. 스스로의 역사적 발전 경로라는 도약을 통해 민족과 국민 국가를 만든 게 아니라 서양 식민 제국들에 의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여러 지역들이 인위적으로 하나의 정치적 단위로 묶인 체로 근대적 국가의 외양을 갖춘 체 출발했기 때문이다. 수 많은 신생 독립국가들이 언어적으로 종교적으로 지역적으로 심지어 인종적으로 다양한 정체성의 선으로 나누어진 상태에서 각기 다른 정체성의 국민들 간에 이권과 정체성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 반목은 필연적이었고 이러한 내부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국가적 역량이 소모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많은 신생 독립국 중앙정부가 국민들을 나누는 여러가지 정체성의 선을 지우고 하나의 국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사가 한 순간에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수 백 수천 년을 국가와 정부의 존재를 느껴본 적이 없는 살아온 사람들에게 하나의 국가와 정부 그리고 하나의 민족임을 갑자기 받아들이라고 해봤자 그걸 자연스럽게 수긍하고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중세 봉건 시대를 극복하고 중앙 정부와 민족을 만들어낸 유럽 외에 거의 동일한 개념의 민족을 근대 이전에 이미 형성한 지역이 또 있다. 바로 동아시아 지역이다.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전근대 시절 그 어느 지역을 능가하는 최고 수준의 관료제와 가장 세련된 중앙집권 행정 기관을 발명하여 실제로 중국 모든 지역의 사람들에게 황제와 국가를 느끼고 살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반도의 역대 왕조들은 이러한 중국의 선진적 국가 시스템을 가장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모방하였다. 그리고 한반도의 역대 왕조들 중 전근대 수준에서 구현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중앙집권 시스템으로 세팅되고 만들어진 나라가 바로 조선이었다. 조선 모든 지역의 백성들은 누구나 왕이 직접 파견한 관리들을 통해 왕의 존재와 중앙정부의 존재를 매일 매일 체감하며 살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종족적 종교적 지역적 정체성도 조선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한반도에는 서구 근대화와 식민 지배가 밀어닥치기 이전에 이미 역대 왕조가 만들어낸 강력한 중앙정부와 행정 시스템을 통해 민족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한반도가 식민 지배에 벗어나 독립이 되었을 때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대립에 의해 만들어진 분단 외에 한국인들은 언어 때문에 종교 때문에 자기 고향 마을 때문에 서로 분열하거나 대립하거나 싸울 필요가 없었다. 최소한 상대 집단을 나와 완전히 다른 다른 정체성을 가진 완전한 타인으로 여기는 레벨에서는 서로 싸우지는 않았다. 한국인이라는 공동된 정체성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가적 역량을 다른 탈식민지 국가들 처럼 다른 곳에 소모할 필요 없이 국가 발전에 온전히 쏟아 부을 수 있었다. 전후 독립한 신생 국가 중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거의 유일한 사례인 소위 한강의 기적은 조선으로 대표되는 한반도의 전근대 왕조 국가들이 미리 진도를 많이 빼주었던 덕을 톡톡 보았다고 할 수 있다는 게 선 긋는 국가의 요지이다. 여기에 독립 직후 거의 모든 한국인들을 모두 동일한 출발선에 서게 하여 누구나 열심히 노력할 동기 부여를 하게 해준 농지 개혁, 한국 전쟁 등의 역사적 우연적 요인 등이 한강의 기적에 부스터를 달아 주었다고 부연 설명을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으니 이런 의문이 생긴다. 정말 한국이 현재도 겪는 미개하고 열등한 전근대적 관습과 풍습을 모두 조선 탓으로 돌리는 게 과연 공정한 건가? 근대적 국가 형성에 필요한 민족의 형성에 있어 조선은 그 어느 동 시대 전근대 국가들 보다 많이 진도를 나간 상태로 한국인들에게 민족이라는 유산을 물려주었는데? 이 정도면 조선이 남긴 문화재에 대해 너무 야박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 있나 싶다. 종묘 근처 고층 빌딩 재개발 논란을 보며 조선에 대해 이런 저런 논평이 쏟아져 나오 길래 최근에 읽은 책이 생각나서 오랜 만에 장문의 독후감을 쓰게 된 것 같다.(물론 나는 종묘 근처 재건축에 대해 관련 분야에 전문가도 아니고 지식도 별로 없다 보니 찬성도 반대도 아니고 유보적 입장이다.) 상당한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흥미로운 내용이다 보니 금세 다 읽을 정도로 재미 있는 책이었다. 앞으로 박정욱 PD님의 책은 계속 기대할 것 같다.














김승호

소개해 주신 내용과 관련한 면도 있는 반면, 봉건과 할거의 단계를 생략 내지 단기화하게 됨으로서, 타 지역 인류가 장기적 봉건과 할거의 구조하에 학습 내지 체화한 사적 자치, 계약 내지 국가사회의 중간구조 형성 등, 주요 근대적 요소들에 대한 학습과 체화가 미비하게 된 바가 지난 역사에 있어선 주요한 질곡(근대화 지체, 그로 인한 식민화)을 배태했고, 오늘에 이르러서도 현실과 관련하여 극복키 어려운 한계(비대화한 중앙에 만사가 수렴되고 공론 또한 그런 구조하에 조성됨으로 인해 야기되는 수많은 누락과 소외)의 근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단 시각도 있는 듯 하네요.
사실 이런 류의 논의는 결국 어느 정도는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지 싶어서, 그랬어서->이렇다 식의 접근보단, 이러한 바의 복합적 요인들, 그 각론을 주밀히 분석해 보는 식의 접근이 맞지 싶습니다. 책이 어떤 형식의 접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10w



Reply




Han Kim

이번 종묘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은 사람들은 왜 조선을 혐오하면서 서울에 사는가 였네요. 한양은 조선이 한국에 남긴 최대의 물리적 흔적인데 서울 안살면 되지않나싶은 본인 집은 한강뷰네 남산뷰네 갖은 난리 부루스 추면서 사대문안의 도시경관과 과밀화는 알바노로 접근하는 이중성도 참 이상합니다. 조선이 근대화에 실패한 나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자학만하는 것도 참. 뜬금 토로를 했는데 하여간 책 추천감사합니다.

Won-Ki Kim

오늘날 남북 분단을 보면서 이러한 논리라면 조선 시대 북한 지방 거주민에 대한 차별대우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홍경래의 난이 일어난 동기도 그렇고...

Jong-Chan Lee

서구 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나 '허구적 개념'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자유주의 성향 먹물들은 이 책의 내용도 부정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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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많은 아시아 식민지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맞이했다. 엇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독립이지만 이들 국가가 걸어온 근대화의 길은 제각기 다르다. 일부 신생 독립국들은 여전히 갈등과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K 문화, 경제 성장 등 여러 면에서 비교적 주목할 만한 역사 경로를 거쳐왔다.

그렇다면 독립 이후 이들 국가의 근대화 과정은 무엇이 어떻게 달랐던 것일까? 무엇 때문에 아직도 많은 아시아 신생 독립국에서는 여전히 내부 갈등과 균열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이와 비교해 대한민국은 어떤 경로와 과정을 통해 지금의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이루었을까?

이 책은 아시아 신생 독립국 네 나라(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근현대사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한국 예외주의’의 근대화 과정을 깊이 있게 추적한다. 이를 통해 국가 내부의 정체성 선 긋기와 선 지우기가 국가 발전에 얼마나 유효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울러 앞으로 경계하고 논의되어야 할 대한민국의 함정은 무엇인지도 함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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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004

Part1. 국가와 선(線)
선 긋는 국가, 분열된 국민 021 • 종족, 민족, 국민 026 • 중앙집권국가와 민족 036 • 누가 ‘우리 국민’인가? 041 • ‘후견주의’라는 부작용 048 • 한국은 무엇이 다른가? 051 • 다종족 싱가포르의 비결 059

Part2. 탈식민지 아시아 국가들의 근현대사

Chapter1. 인도 - 종족, 카스트, 종교라는 선
근대 이전의 인도 071 • 영국 식민지 시기에 형성된 ‘인도 민족’ 083 • 민족 정체성의 분열, 힌두와 무슬림의 갈등 092 • 하나가 되지 못한 독립, 인도-파키스탄 분리 건국 099 • 네루-간디 가문과 정치의 사유화 107 • 카스트 정체성의 재등장 116 • 세속주의와 힌두민족주의의 대립 121 • 나렌드라 모디와 힌두민족주의의 성장 131

Chapter2. 파키스탄 - ‘국민 만들기’라는 대지진과 계속되는 여진
건국 이전의 인도 무슬림 역사 154 • 파키스탄 건국의 풍경 163 • 민주주의에서 군부 권위주의로 177 • 동-서 파키스탄의 갈등과 분열 184 • 부토의 실패, 또다시 등장한 군부 190 • 혼돈의 민간 정부 시대 200 • 무샤라프,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208 • 파키스탄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있는가 219

Chapter3. 인도네시아 - 복잡한 정체성이 낳은 KKN의 그늘
말레이제도의 정치와 문화 233 •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다 239 • 인도네시아 건국과 독립 전쟁 248 • 정체성의 대립과 내부 반란 259 • 선 지우기에 실패한 수카르노 정치 266 • 쿠데타와 대학살 277 • 수하르토와 신질서 정권 283 • 중앙집권이 무너진 뒤에 293 • 살아남은 구체제 297 • 계속되는 부패와 정치 세습 307

Chapter4. 말레이시아 - 위로부터의 타협에 의한 보수적 근대화
영국 진출 이전의 말레이반도 326 • 조호르 술탄국과 영국령 말라야 329 • 중국계와 인도계 이주민의 성장 333 • 말레이 정체성의 성장 339 • 일본의 말라야 점령 344 • 영국의 재점령과 말라야연합 350 • 말라야연방과 UMNO 355 • 싱가포르와 보르네오 367 • 말레이시아의 탄생 371 • 5·13 사태와 신경제 정책 378 • 마하티르와 안와르의 대립 388 • 미완의 개혁, 선은 약해지고 있는가 395

Part3. 한국 예외주의

Chapter1. 오래된 신세계 - 천 년 중앙집권국가의 전통
천 년이 넘는 중앙집권국가의 경험 413 • 한반도의 전근대 민족국가 : 신라에서 조선까지 417 • 민족국가의 단절, 일제강점기 434

Chapter2. 두 방향의 제약 - 미국과 북한
분단과 공백 451 • 이식된 민주주의 459 • 대미 의존의 심화 464 • 왜 한국은 ‘서구적 근대화’를 지지했는가 469 • 두 방향의 제약 476

Chapter3. 균질한 근대화 - 같은 출발선에 선 한국인들
전통적 지배 세력이 무너졌는가? 497 • 남한의 농지개혁과 균질화 500 • 평등주의, 그리고 세습 정치 512 • 균질한 근대화, 그 이후 517 • 외국의 토지 개혁 520

Chapter4. 한국 예외주의의 함정 - 21세기 우울한 자화상
수저계급론의 시대, ‘균질적 근대화’는 끝났는가 536 • ‘민족’ 정체성의 후퇴, 지역주의 538 • SNS, 유튜브, 그리고 정치적 부족주의 548

주석 554

접기
책속에서
아시아의 탈식민지 국가들은 내부의 다층적 정체성의 선을 지우고 국민이라는 정체성으로 통합하는 데 애를 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을 그음으로써 각종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선이 그어진 국가 내부에서 후견주의가 성장한다. 탈식민지 아시아 국가들의 현대사는 선을 지우려는 힘과 선을 그으려는 힘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응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한국은 이들과 전혀 다른 경로로 현대사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유산과 근현대사의 우연이 겹쳐서 선 지우기에 성공한 것이 현대사에서 한국이 민주화에 성공한 비결이며 빠른 경제 성장의 비결이기도 하다.

- <Part1. 국가와 선(線)> 중에서  접기
독립 이전의 영국령 인도제국은 행정상 총독 정부 직할령과 500개가 넘는 토후국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 토후국들 중 상당수는 인도공화국 정부의 압박과 회유에 따라 인도공화국에 합류했다. 인도공화국 중앙정부가 이들을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하려고 할 경우 상당한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이 저항을 누르고 중앙집중적이고 일방적인 권위주의 정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스탈린 체제하의 소련과 같이 극단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독재 정부가 수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가기에 인도는 인구가 너무 많고, 구성원의 정체성이 너무 다양했다. 한마디로 독재 정치가 들어서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복잡했다.
- <Part2. 탈식민지 아시아 국가들의 근현대사 | Chapter1. 인도> 중에서  접기
지아 울 하크 정권은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로 막을 내렸고, 1988년 파키스탄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복원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치는 부토 가문과 샤리프 가문의 라이벌 경쟁으로 추락했다. 1999년 합참의장 무샤라프가 쿠데타를 일으켜 또다시 군부 정권이 수립되고 민주주의가 중단되었다. 파키스탄 국민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강력한 시위를 벌였고 결국 2008년 총선이 치러지면서 다시 민간 정치로 복귀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정치는 또다시 소수의 정치 가문들이 주도하게 되었고, 파키스탄의 뿌리 깊은 후견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외형상 정치권에서 물러난 군부가 강력한 경제적 이권을 장악한 상태로 파키스탄에서 거대한 기득권 세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어 이 역시 민주주의 발전의 장애물로 평가된다.

- <Part2. 탈식민지 아시아 국가들의 근현대사 | Chapter2. 파키스탄> 중에서  접기
인도네시아는 건국을 주도한 세력이 힘과 무력을 통해 내부의 선을 지우려고 시도했으며 그 결과 외형적으로 국민국가의 모습을 갖추었다. 하지만 영토 내에 거주하는 이들을 실제 인도네시아 국민으로 통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통합의 중심은 군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군은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일정한 자율성을 가진 세력으로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한동안 정치에 깊이 관여했으나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지면서 정치로부터 물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정·관계에서 군 출신 인사들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도 군의 기득권을 건드리기보다는 군 고위 인사들과 타협했다. 인도네시아의 군 지역 사령부는 초기부터 자신들에게 필요한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해당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했다. 정부의 군 예산 지원 비중이 꾸준히 늘었음에도 이 관행은 현재까지도 남아 있으며, 이는 지역의 유력 인사와 군 지역 사령부의 고위층 간에 패트론-클라이언트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다시 중앙 정·관계로 진출한 군 출신 인사들과 연결되어 거대한 후견주의 정치를 만들었다.

- <Part2. 탈식민지 아시아 국가들의 근현대사 | Chapter3. 인도네시아> 중에서  접기
일본의 식민 지배는 마치 당구 채로 때린 당구공이 연쇄적으로 다른 공을 맞히듯 이후 한국 현대사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식민 지배는 한반도를 분단의 운명으로 밀어 넣었고, 남한이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동시에 끊임없이 북한이라는 적대 세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도했다. 분단은 한국전쟁으로 이어졌고, 한국의 대미 의존도는 심화되었다. 이는 다시 남한의 민주화에 영향을 미쳤다. 만일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한반도의 분단 상황은 남한이 북한과 대립하며 갈등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미국과 북한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한국 정치를 제약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제약은 민주주의 경로를 결정하는 주요인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중앙집권적 국가를 유지해 온 덕분에 한반도에서 종족적 선을 지우고 민족이 형성되었다면,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온 두 방향의 제약은 대한민국에서 이념적 선을 약화시켰다.
- <Part3. 한국 예외주의 | Chapter2. 두 방향의 제약> 중에서  접기
추천글
이 책은 오늘날 전 세계를 분열시키고 있는 ‘정체성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있는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팔레스타인 갈등까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근저에는 ‘선 긋기’라는 정체성 정치가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복잡한 국제정치학 이론을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한국,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근현대사를 치밀하게 비교 분석하며, 어떤 국가가 선을 지우는 데 성공했고 어떤 국가가 실패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글로벌 복합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필독서다. - 구기연 
우리보다 땅도 넓고 자원도 많은데 힘들고 어렵게 사는 나라들은 어쩌다가 그렇게 됐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독특한 관점으로 설명한 책이다. 그들이 어렵게 사는 이유는 국가 내부에 수많은 나쁜 선(線)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런 선(線)들은 대한민국에도 하나둘씩 그어지고 있다는 걸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논증한다. 그들이 가난한 이유가 국민성이나 교육 수준 또는 날씨 탓이라고 믿어왔다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자주 갸웃거리고 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선진국들은 왜 잘사는지를 해설한 책은 모래알처럼 많지만, 못사는 나라들이 왜 못사는지를 분석한 책은 귀하다. 얼른 사서 읽자. 

- 이진우 (‘삼프로TV’‘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2025년 9월 13일자 '책꽂이'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5년 9월 11일자 '책과 삶'


저자 및 역자소개
박정욱 (지은이) 
MBC 라디오 PD. <손석희의 시선집중><김종배의 시선집중><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정치인싸> 등을 연출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특별히 이 나라 저 나라를 비교하는 비교정치학을 전공했다. 정체성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중동은 왜 싸우는가?》가 있다.
최근작 : <선 긋는 국가>,<중동은 왜 싸우는가?> … 총 2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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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국가는 무엇 때문에 갈등하고 분열하는가?
정체성의 선(線)으로 살펴본
아시아 신생 독립국들의 서로 다른 길

많은 아시아 식민지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맞이했다. 엇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독립이지만 이들 국가가 걸어온 근대화의 길은 제각기 다르다. 일부 신생 독립국들은 여전히 갈등과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K 문화, 경제 성장 등 여러 면에서 비교적 주목할 만한 역사 경로를 거쳐왔다.
그렇다면 독립 이후 이들 국가의 근대화 과정은 무엇이 어떻게 달랐던 것일까? 무엇 때문에 아직도 많은 아시아 신생 독립국에서는 여전히 내부 갈등과 균열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이와 비교해 대한민국은 어떤 경로와 과정을 통해 지금의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이루었을까?
이 책은 아시아 신생 독립국 네 나라(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근현대사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한국 예외주의’의 근대화 과정을 깊이 있게 추적한다. 이를 통해 국가 내부의 정체성 선 긋기와 선 지우기가 국가 발전에 얼마나 유효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울러 앞으로 경계하고 논의되어야 할 대한민국의 함정은 무엇인지도 함께 살펴본다.

왜 그들은 하나의 국가가 될 수 없는가?
단 한 번도 하나의 국가를 이루었던 적 없는 다양한 종족이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국가가 된다면? 단일 민족 국가를 당연시 여겨온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아시아 신생 독립국들이 이 같은 다종족 국가를 이루고 있다. 식민 종주국이 임의대로 그어놓은 선에 의해 종족과 종교가 서로 얽히고설킨 가운데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국민이 되기를 강요받았고, 이는 국가 균열을 일으키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의 선을 만들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정체성의 선(線)’이다. 아시아의 많은 신생 독립국들은 이 정체성의 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종족, 종교, 문화, 이념 등으로 나뉜 다양한 정체성의 선이 국가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매우 소모적이고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통합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결국 힘을 앞세운 군부 정권의 성장을 도왔고, 특정 지역과 커뮤니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후견주의라는 패악을 낳았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근대화 과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아시아 신생 독립국들의 근대화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아시아 국가, 그중에서도 공산화되지 않은 국가를 기준으로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그 대상이다. 대한민국과 출발 배경이 달랐던 이들 국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현대사를 지나고 있다. 이 책은 그 과정과 배경을 ‘정체성의 선’이라는 흥미로운 관점과 시선으로 짚어본다.

탈식민지 아시아 국가들의 선 긋기와 선 지우기
갈등과 혼란이 끊이지 않은 아시아 신생 독립국들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들 사이에 그어진 선을 지우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국가 내부의 선을 긋고 지우는 일은 매우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정치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역사라는 운동장 위의 선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선으로 나뉜 국민들 사이에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차별과 대립이 발생한다.
인도는 카스트 정치가 강화된 모습을 보이며 힌두민족주의와 무슬림의 대립 구도가 나라 전체를 갈라놓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발루치스탄과 파슈툰의 분리 독립에 대응해 이를 억누르기 위한 군부 세력이 정치와 경제에 깊숙이 관여한다. 인도네시아는 1만 8천 개에 달하는 섬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다종족 국가로, 수하르토 체제 이후 지방 자치가 강화되면서 중앙집권의 힘이 약해지고 파편화된 법질서로 민주주의의 동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이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에 대한 여러 특혜로 인해 정치적 불만이 쌓이고 말레이계의 기득권과 말레이시아인이라는 하나의 국민으로서의 평등을 내세우는 개혁 세력의 대립이 갈등 구조를 이루고 있다.
선 지우기에 실패한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후견주의와 정치 세습이 국가 발전의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겉으로는 민주주의 제도를 표방하지만 실제 민주주의의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이다.

한국 예외주의와 함정
대한민국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시아의 다른 신생 독립국들과는 확연히 다른 근대사의 궤적을 갖고 있다. 뚜렷한 기원이 없는 다른 아시아 신생 독립국과 달리, 우리는 일찌감치 천 년이 넘는 중앙집권국가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빨리 전근대 민족국가를 이루었다는 잉글랜드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이 책은 신라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중앙집권 시스템이 어떻게 정착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살펴본다. 정체성의 선이 여럿 나뉘어진 앞선 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중앙집권체계 아래 하나의 민족이라는 개념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한때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지만 한민족 고유의 민족주의 정신은 일본의 억압과 동화정책에 맞서 강렬한 독립운동의 근간이 되었다. 단일 민족, 단일 언어를 갖고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소모적인 절차와 과정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북한이라는 두 제약은 아이러니하게도 근대화와 민주주의의 정착을 앞당겼고, 토지개혁으로 인한 균질한 근대화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되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가 앞으로도 무조건 장밋빛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저자는 근대화나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진 지금, SNS의 발달로 등장한 가짜뉴스, 배제와 혐오로 나타나는 정치적 부족주의라는 선(線)은 언제든 우리 사회를 균열시킬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경고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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