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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송두율 칼럼새해 정담 : 정치적 결단에 대하여한반도에 있어서 결단의 순간이란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택하라는 도식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이 체제, 이 분단, 이 긴장은 과연 우리 의지인가’란 질문을 공적으로 제기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민주주의는 위험한 자유다. 한반도의 미래 역시 이 위험 감수에 대한 물음이 새해 정담의 첫자리에 놓여 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풍경은 나라마다, 사람마다 참으로 다채롭다. 서울에서는 제야에 종로 보신각의 종소리가 울리고,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니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를 연주한다. 빈에서는 빈 필하모니의 신년음악회에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맞춰 관객들이 손뼉을 친다. 대서양의 화산섬 마데이라에서는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에서는 자정 종소리에 맞춰 12알의 건포도를 먹으며 새해 행운을 빈다.경향신문ㅣ2026. 01. 06 19:56
송두율 칼럼반중과 친미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은 최근 포르투갈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을 외국인의 대규모 부동산 매입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반외국인 정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체 흐름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결론이었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을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으로 돌리며, 한국에서도 제주도를 사례로 비슷한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명동과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인은 나가라’는 구호가 등장한 반중·혐중 시위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경향신문ㅣ2025. 12. 09 20:06
송두율 칼럼숫자 너머의 세계우리의 하루는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난다. 정해둔 기상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온갖 숫자의 흐름 속에 있지만, 마시는 공기처럼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생활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숫자는 인도에서 기원한 아라비아 숫자다. 0부터 9까지의 십진 기수법은 711년부터 약 8세기 동안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이슬람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은 이 숫자의 활용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켰고,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를 통해 중국에 이어 개화기 초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경향신문ㅣ2025. 11. 11 19:51
송두율 칼럼적대적 두 국가론2023년 12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관한 선언이 발표된 이후 이를 둘러싼 정계·학계·언론계의 많은 논쟁의 핵심을 먼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조국통일이라는 선대의 기조를 과감히 접은 김 위원장의 결단은 체제경쟁의 실패를 인정하고 결속을 다지기 위한 고육지계라고 보는 분석이 있다. 이런 분석으로부터, 흡수통일 이외에 어떤 다른 길이 없으므로 지금보다 더 정교한 대북 통일 공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한반도에 두 국가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적대적이 아니라 평화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러한 두 갈래 주장의 주안점은 다 같이 한반도 내부의 변화에 놓여 있지만, 국제정치적 역학에 나타나고 있는 큰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경향신문ㅣ2025. 10. 14 21:03
송두율 칼럼중국 전승절과 한반도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섰다. 이 사진을 보면서 195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 10주년을 맞아 당시 이 세 나라를 대표했던 지도자 마오쩌둥 주석,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그리고 김일성 주석이 함께 찍은 사진이 생각났다. 이 사진에는 북베트남의 호찌민 주석과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의 모습도 보인다.경향신문ㅣ2025. 09. 09 20:52
송두율 칼럼해방과 분단의 80년일제 패망 1년 전에 도쿄에서 출생했으나, 나 자신을 해방둥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삶 가운데 3분의 2인 60년 가까운 시간을 외국 땅에서 살았다. 이런 내 삶의 역정 때문에 개인적인 체험 공간에 채워진 기억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그것과 많이 다를 것이고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기대 지평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경향신문ㅣ2025. 08. 12 20:46
송두율 칼럼평화의 새 소식을 기다리며올여름 무더위는 유별나다는 소식과 함께 윤석열의 재구속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21년 전 7월 말까지 만 9개월을 내가 보냈던 서울구치소 생활을 다시 생각했다. 장맛비는 매일 내리고 곰팡이가 번진 벽에서 퀴퀴한 냄새가 풍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도 독방 생활을 했지만, 이번 기사에 붙은 감방 구조와 시설물 그림을 보니 선풍기와 세면대가 있는 것이 그때와 달랐다.경향신문ㅣ2025. 07. 15 21:02
송두율 칼럼만화경 속의 극우대선 결과가 나온 지 두 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긴장감에 뒤따른 안도감 때문인지 모른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나라의 총선이나 대선에 관한 보도는 많지만 특별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몇 나라를 빼놓고는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다. 또 이런 보도도 최근 들어 극우 정당의 승리나 약진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점차 흥미를 잃게 된다.경향신문ㅣ2025. 06. 17 21:07
송두율 칼럼대선 후보의 첫 토론회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이 89세로 서거했다는 뉴스가 떴다. 재산이라고는 낡은 폭스바겐 하나밖에 없었고 대통령 재임 기간(2010~2015)에 자신의 월급 1만2500달러의 90%를 비정부조직과 빈민 사업을 위해 희사했다.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역임했던 그의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루과이의 도시게릴라 조직이었던 ‘민족해방운동-투파마로스’의 성원으로서 후에 부부가 된 그들은 1973년 군부 쿠데타 전후로 체포돼 각각 14년과 13년 동안의 감옥 생활 끝에 1985년 석방됐다.경향신문ㅣ2025. 05. 20 20:40
송두율 칼럼악마의 정치지난해 12월3일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령으로 촉발된 내란 사태는 7개월 만인 6월3일 대통령 선거로 일단 종결된다. 그러나 내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라 결코 방심할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함께 들린다. 이미 각 당은 대선 후보 경선에 들어갔고, 이에 따른 선거 분위기도 점차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선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모두가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면서 자신만이 그와 승부를 겨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시작되면 이재명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비난의 도를 넘어 악마화하는 선동과 선전의 양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경향신문ㅣ2025. 04. 22 20:31
송두율 칼럼계몽과 미몽2024년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령으로 시작된 정치적 혼란을 우선 매듭지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일정이 아직까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기각 소식은 불길한 예감까지 더하고 있다. 그러나 유별나게 춥고 길었던 겨울이 끝나간다는 소식은 들린다. 물론 봄의 화신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올 수 있지만 솟아오르는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대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는가.경향신문ㅣ2025. 03. 25 21:07
송두율 칼럼독일 총선으로 본 한국의 정치문화 지형독일에서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으로 구성된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 작년 11월에 무너지고 지난 23일 시행된 연방의회 총선에서 예상대로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기독민주연합(CDU)·기독사회연합(CSU)의 연합에 이어 제2당이 되어 사민당의 자리를 밀어냈다. 극우의 거센 바람이 유럽 정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현실을 거듭 확인해 주었다. 반이민적인 정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경향신문ㅣ2025. 02.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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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칼럼정치와 상징세밑과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곳 포르투갈에서도 한반도에 관한 보도가 심심치 않게 자주 등장한다. 지난해 12월3일 실패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로 말미암은 남한의 정정불안, 제주항공의 대형참사,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에 대한 소식이 주종을 이룬다. 파리를 시작으로 하는 K팝 여성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가 유럽 순회공연의 하나로 리스본에서도 3월 말 무대에 선다는 기사도 있다. 계엄령이 포고된 후 긴장감이 한 달여 지속하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이 체포에 이어 구속되었다는 소식은 한반도 관련 뉴스의 정점을 찍었다.경향신문ㅣ2025. 01. 21 21:04
송두율 칼럼친위 쿠데타의 운명한국 시각보다 9시간 늦은 포르투갈 12월4일 아침, 내 휴대폰에 ‘급보, 비상계엄령’이라는 문자가 갑자기 보였다. 하도 맹랑한 내용이라서 나는 가짜뉴스겠지 생각하면서 외신을 점검했다. 한데, 놀랍게도 모두 다 서울의 비상계엄령 소식을 머리기사로 올렸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회의사당 안팎의 모습을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물음은 제3세계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라고 평가받는 한국에서 2024년에 이런 사건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였다.경향신문ㅣ2024. 12. 24 21:01
송두율 칼럼검찰 독재를 생각하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에 대한 1심 판결의 결과를 둘러싸고 한국 사회가 흡사 두 동강이 난 것 같은 느낌을 멀리서도 받는다. 정적을 완전히 제거하는 ‘사법살인’이라는 비판부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정치의 하수인이 된 사법부를 질타하고, 정치로부터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사법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판결의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경향신문ㅣ2024. 11. 26 20:52
송두율 칼럼인공지능 시대의 명암큼직한 사건을 다루는 국회의 국정감사에 대한 보도가 모든 언론 매체를 꽉 채운 듯한 요즈음 나는 21년 전에 있었던 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국정감사 중에 국회의원들이 증거자료로서 녹취록이나 파워포인트(PPT)를 연일 보여주었다. 21년 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회의 대정부질의 때 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중요한 증거라고 하면서 디스켓 하나를 복사한 종이 한 장을 흔들며 보여주었다. 디스켓의 양면 사진을 종이에 복사를 해서 증거물이라고 보여주었기에 그는 이 일로 대표적인 ‘컴맹 정치인’으로 불렸다.경향신문ㅣ2024. 10. 29 21:14
송두율 칼럼여행, 기쁨 너머의 의무매년 겪는 일이지만 7, 8월이 되면 우리가 사는 조용한 바닷가 휴양지도 잠시 홍역을 치른다. 피서객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해수욕장은 물론, 호텔을 비롯한 민간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을 꽉 채운다. 한편으로는 조그마한 마을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음과 쓰레기로 주민을 고생시킨다. 쓰레기 분리 배출을 하게 되어 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내던지고 사라져 환경미화원을 온종일 바쁘게 한다.경향신문ㅣ2024. 10. 01 21:01
송두율 칼럼학문과 정치올해 광복절 전후로 한국사회 갈등구조의 심층을 보여준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났다. 일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와 관련해서 한국 정부의 대응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하더니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에 따른 갈등에 이어 광복절 행사는 결국 반쪽으로 끝났다. 학계까지 동원된, 광복절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건국절’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편에서는 국민, 영토와 주권이라는 국가수립의 국제법적 조건을 강조하고, 일본에 대해서 여유와 아량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한다. 다른 편에서는 한 많은 일제강점기를 기억하고 이에 저항했던 위대한 유산을 잊지 말 것을 호소한다.경향신문ㅣ2024. 08. 27 20:33
송두율 칼럼탄핵과 협치거의 모든 한국의 언론에 최근 자주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탄핵이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을 한번 경험한 까닭에 이 단어가 담고 있는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누구나 감지할 수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에 권력 집중이 두드러지고 권위주의적 유산이 남아 있는 브라질에서도 1992년 콜로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지우마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었다. 물론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이를 동반했다. 이런 브라질과 비교해 보아도 더 짧은 기간에 다시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한국 사회가 겪을 혼란의 정도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경향신문ㅣ2024. 07. 30 20:53
송두율 칼럼전쟁과 평화(3)푸틴의 평양 방문,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의 최근 정세를 생각하면서 아침 일찍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모래 위의 화가’로 유명한 비토르 라포스를 만났다. 얼마 전에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했던 그의 작품이 생각났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나의 바람을 담은 화폭 하나를 남길 수 있느냐는 제안에 그는 반색을 하며 응했다. 그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한가운데 놓여 있고, ‘코리아의 평화통일’(Reunificação Pacifica da Coreia)이 적혀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화폭을 완성했다. 평화로 나가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땅에 뒤이어 비슷한 비극이 한반도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경향신문ㅣ2024. 07. 02 20:47
송두율 칼럼사라져가는 미래남북 간 긴장에 대한 간헐적인 보도를 빼놓고는 한국 관련 뉴스가 별로 없는 이곳 포르투갈에 얼마 전 저출생 문제와 관련된 보도가 있었다. 출산력 비교를 위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표인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일생에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과 관련,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한국의 수치가 0.72명인데 포르투갈은 1.35명이라고 보도했다. 포르투갈은 코로나 때문에 낮아진 신생아 출생률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저출생과 노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것이다.경향신문ㅣ2024. 06. 04 20:22
송두율 칼럼격동의 한 시대특별히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을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가능하지만, 대개는 집단으로 수행된다. 이 집단적인 기억은 또 종합적이고 적확한 기록을 지향하는 역사와는 달리 어떤 특정한 사회 집단이 지닌 가치나 서사에 근거해서 진행하는 특성을 지닌다. 개인들이 지난날 있었던 특별한 사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기가 속한 집단의 목적, 행위나 정체성 수립에서 중요한 기억을 보존한다. 개인이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것처럼 집단적 기억도 수시로, 또 기억의 선호도나 경중에 따라 선별적으로 저장하고 불러모을 수 있다.경향신문ㅣ2024. 05. 07 20:15
송두율 칼럼예측과 예언지금까지 총선 결과를 예측했던 많은 여론조사와 정치평론가의 논평과 해석의 시간은 끝났고 이의 결과가 드러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긴장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과연 어떤 예측이 적중을 했는지 또는 어떤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는지를 두고 또 한 차례 논평과 논쟁이 오갈 것이다. 2010년 독일에서 열렸던 세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예언 능력을 지녔다는 ‘파울’이라는 문어가 14번의 경기 가운데 12번의 승패를 맞혀 전문적인 축구 해설자들을 무색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정말 신통한 영물이라고 해서 당시 우승국인 스페인의 북서지방에 있는 소도시 오카르발리뇨는 파울에게 명예시민증까지 수여했다.경향신문ㅣ2024. 04. 09 20:30
송두율 칼럼선거 파노라마한국이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10일, 포르투갈에서 총선이 있었다. 2년 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안토니우 코스타가 이끈 중도 좌파 사회당 내각의 몇몇 장관을 비롯한 일부 고위관리들을 수뢰와 독직 혐의로 작년 말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한 것을 계기로 내각이 총사퇴했다. 이에 따른 조기 총선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해변 마을은 총선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선거 벽보와 현수막으로 뒤덮인 서울 거리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경향신문ㅣ2024. 03. 1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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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칼럼캔슬 문화와 증오 정치미국이 시발점이었던 인종, 언어, 종교와 성차별과 같은 편견과 갈등을 둘러싼 1970년대의 ‘정체성 정치’와 1990년대의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논쟁에 이어서 ‘캔슬 문화’에 대한 논쟁이 최근 유럽에도 상륙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로, 중국에서는 ‘취소 문화’로 번역 소개되는 것 같다. 예매한 비행기 표나 연주회 표를 취소할 때 쓰는 ‘캔슬’이라는 단어가 생활태도나 정치문화로 점차 자리 잡은 상황은 급속히 성장한 사회적 관계망에 기초한 정보사회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경향신문ㅣ2024. 02. 13 20:04
송두율 칼럼정치와 연극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뉴스에 등장하는 많은 정치인의 얼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잘 다듬어지고 선이 아주 뚜렷한 눈썹이다. 처음에는 인터뷰에 등장하기 전에 했던 분장을 깜빡 잊고 지우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들어보니 그것이 아니라, 연예인뿐만 아니라 이제는 정치인도 많이 하는 반영구적인 눈썹문신이라는 것이다. 눈썹문신도 정치라는 무대에 선 배우의 분장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온 세상은 무대야. 인간은 모두 배우야. 모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인간은 평생 많은 배역을 맡게 된다’는 셰익스피어 희곡 <12야(十二夜), 또는 뜻대로 하세요>의 구절이 생각난다.경향신문ㅣ2023. 12. 05 20:25
송두율 칼럼두 나라 이야기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전쟁의 참상에 관한 보도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연일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의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10월27일에 열린 유엔 총회의 휴전 촉구에 ‘지금은 전쟁할 때다’라는 대답으로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응했다. 대부분의 서방 매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아니라 가자지구로부터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서 1400여명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한 테러조직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의 전쟁이라고 보도한다. 이번 전쟁을 무슨 이름으로 부르든지 간에 이미 1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경향신문ㅣ2023. 11. 07 20:18
송두율 칼럼정치인과 나르시시즘최근 정치인과 나르시시즘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지게 많다. 물론 화려한 등장과 불명예스러운 퇴장에 이어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트럼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결단한 ‘러시아의 새로운 차르’ 푸틴을 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브렉시트 모험을 단행했던 영국의 전 총리 보리스 존슨, 이탈리아의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 리비아의 카다피,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튀르키예의 에르도안도 이와 관련해 종종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경향신문ㅣ2023. 10. 10 20:29
송두율 칼럼이념의 시대가 오는가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에 ‘역사의 종언’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데올로기의 죽음과 함께 탈역사의 도래를 주장했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 한국사회에서는 이념 논쟁이 다시 뜨겁다. 게다가 이 논쟁의 화두를 윤석열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제공했기에, 이의 파장 역시 크다.경향신문ㅣ2023. 09. 12 20:15
송두율 칼럼잼버리와 K팝에 대한 단상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폭우와 불볕더위에 이은 태풍, 그리고 준비 불충분으로 파행되고 있다는 뉴스가 이곳에서도 떴다. 포르투갈의 유서 깊은 항구도시 포르투의 남쪽에 있는 부샤키누 수목공원에서 18세에서 25세의 청년 스카우트, 이른바 ‘로버스 스카우트’의 17차 세계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이곳 언론도 관심을 두고 보도했다. 또 리스본에서 열렸던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의 마지막 날 폐회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7년에 열릴 다음 대회의 개최지를 서울이라고 발표해 이래저래 관심도 증폭됐다.경향신문ㅣ2023. 08. 15 20:11
송두율 칼럼가치 공동체의 명암이번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정상회의에 아·태지역의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뉴질랜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대되었다. 이를 두고 두 지역은 이미 하나의 가치 공동체에 속한다는 견해와 이는 나토의 아·태지역으로의 확장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처럼 집단적인 상호방위 체제인 나토와 유럽의 정치와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한 유럽연합(EU)은 내용상으로 거의 같은 가치(평화, 민주주의, 자유, 법치)를 공유하는 공동체다.경향신문ㅣ2023. 07. 19 03:00
송두율 칼럼평행선 위에서한국 언론에 거의 매일 등장하는 트로트가 도대체 무슨 음악 장르에 속하는지 한번 검색해 보았다. 일본에 들를 때면 가끔 보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엔카(演歌) 비슷한 대중가요가 아닌가 하면서 찾아보니 곡목이 조금 특이한 ‘평행선’이 눈에 띄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흥겨운 발라드였다. “나는 나밖에 모르고/ 너는 너밖에 모르고/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길을 걷지 평행선/ 나는 나밖에 몰랐지/ 너는 너밖에 몰랐지”로 시작하는 가사 내용도 간단했다.경향신문ㅣ2023. 06. 21 03:00
송두율 칼럼사죄와 화해2010년부터 시행된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배제된 조선 고급학교가 2013년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긴 법정투쟁을 기록해 일본사회에서 일어나는 재일동포의 차별문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이 있다. 지난 3월22일 국내에서 개봉했고, 4월 말부터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 암스테르담에 이어 다른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순회 상영되고 있다.경향신문ㅣ2023. 05. 24 03:00
송두율 칼럼눈먼 자들과 눈뜬 자들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문학사회학은 작가의 삶과 그의 창작 생활을 지배하는 사회적 배경이나 시대정신에 먼저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같은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다른 문학세계를 형성한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또 작가의 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상황은 비록 다를지라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 제기는 물론, 때로는 시대를 앞지르는 고민을 담아 그려내는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기도 한다.경향신문ㅣ2023. 04. 26 03:00
송두율 칼럼돈과 예술포르투갈의 남쪽 해변마을로 이주하고 나서 자동차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리스본을 둘러보려는 계획이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차질이 생겼다. 바다와 더불어 지내는 조용한 삶에도 때로는 도시가 불러오는, 또 다른 정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 예술의 중심도시 중 하나로 부상한 베를린과는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베리아반도의 한구석에서 그 나름대로 가꾸어 왔던 문화와 예술의 모습을 보고자 우선 택한 곳은 ‘켈루스트 굴벤키안’(1869~1955)의 이름을 지닌 음악당과 박물관이다.경향신문ㅣ2023. 03. 29 03:00
송두율 칼럼철학자와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시점을 전후로 거의 모든 매체가 이 문제를 연일 크게 다룬다. 지금의 전황과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물론, 이번 전쟁에 직접 관여하는 국가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한 분석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언론인, 정치인, 군사문제 전문가, 정치학자와 경제학자, 러시아와 동유럽지역 전문가 등 실로 다양한 인물들이 이 문제를 놓고 매일 갑론을박을 벌인다.경향신문ㅣ2023. 03. 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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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칼럼적(敵)개념의 과잉시대그동안 끈질기게 우크라이나가 요구했던 독일산 전차 ‘레오파르트 2’의 우크라이나 반출을 독일 정부는 지난 1월25일 공식적으로 허락했다. 우크라이나 확전에 독일이 끌려들어 갈 위험을 우려해서 공격용 무기 제공에 신중했던 사민당 출신의 총리 숄츠가 국내외의 압력에 결국 손을 들었다. 미국의 압력도 강했지만, 연정의 파트너인 녹색당과 자민당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숄츠는 독일을 포함한 나토가 ‘참전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독일이 레오파르트 2의 반출을 우여곡절 끝에 허가한 그날로 우크라이나는 지원무기의 희망목록에 신형 전투기 유러파이터, 전투함과 잠수함 등을 올렸다.경향신문ㅣ2023. 02. 01 03:00
송두율 칼럼전쟁과 평화(2)2018년 1월에 썼던 칼럼의 제목도 ‘전쟁과 평화’였다. 우리 눈앞에서 지금 전개되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팎의 위기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게 보여서 지난 5년간에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들을 복기하면서 새해를 맞는다. 2017년 1월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는 그해 9월, 그의 첫 유엔총회의 연설에서 미국과 그의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길밖에 없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은 계획대로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야말로 강 대 강 대결 속에서 한 치를 바라볼 수 없었던 긴박한 정세였다.경향신문ㅣ2023. 01. 04 03:00
송두율 칼럼포르투갈과 한국12월2일,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결정하는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있었다. 실낱같은 기적이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져 포르투갈을 2-1로 이겨, 한국은 12년 만에 16강에 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사람인 것도 유별난 인연이고, 8강에 오르는 문턱에서 만났던 브라질도 포르투갈의 옛 식민지였다. 유럽 대륙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포르투갈과 직선거리로 1만㎞ 이상 떨어진 한반도 사이에도 괴테가 말한 어떤 ‘친화력’이 있는 것 같다.경향신문ㅣ2022. 12. 07 03:00
송두율 칼럼멋진 늙음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속에는 늙은이가 없다. 핼러윈이라는 젊은이의 축제에 늙은이가 낄 리도 없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동지나 정월 대보름처럼 악귀를 쫓는 우리의 전통적인 축제도 있는데 왜 미국에서 들어온 축제에 열광해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느냐는, 비난이나 질책이 섞인 반응조차 보인다. 젊은이에게는 삶은 무한하고 긴 미래지만 늙은이에게는 매우 짧은 과거에 지나지 않기에 새것에 대체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젊음과 이에 둔감한 늙음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지난 시간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세계를 절대화해서 젊은이를 가르치려 드는 근성은 늙은이에게 일반적으로 있다. 그래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도 모두 늙게 마련이지만 누가 과연 현명한지를 묻는다. 작년 4월에 타계한 ‘진짜 어른’ 채현국 선생(효암학원 이사장)이 남긴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것을 잘 봐두어라’는 일갈도 마찬가지다.경향신문ㅣ2022. 11. 09 03:00
송두율 칼럼비속어와 욕설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를 둘러싼 논란으로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 비속어나 욕설은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사회에 어디나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어릴 때의 추억이지만 걸핏하면 비속어로 시작하고 비속어로 끝내지 않고서는 말을 시작하지 못하는 욕쟁이가 있었다. 뜻도 모르면서 노트 한 권을 채울 만한 욕설을 주르르 입에도 올렸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라 생활전선에 나섰던 이른바 ‘양공주’라고도 불렸던 여성과 미군에 관한 비속한 내용이 주였다. 일반적으로 일본어에는 비속어와 욕설이 상대적으로 적고 반대로 러시아어는 이 분야에서 아주 풍부하고 창의적이라고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면 우리말도 결코 이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다.경향신문ㅣ2022. 10. 12 03:00
송두율 칼럼정치의 실종여름방학 때 잠시 들린 손자에게 장래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소방관이라고 대답한다. 오늘날 존경받는 직업이 도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많은 나라에서 대개 소방관, 의사와 간호사가 제일 앞에, 정치인이 거의 예외 없이 끝자리에 서 있다. 가뭄과 함께 무섭게 번지는 산불 진화작업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곳 포르투갈은 물론, 한국에서도 소방관이 맨 첫 자리, 정치인은 역시 꼴찌다. 가장 위험한 직종에 종사하는 소방관과, 버나드 쇼의 지적처럼 ‘능변 수다쟁이들의 천국’인 정치판에서 노는 정치인을 대비시켜 정치인을 평가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대개 비슷하다. 그럼에도 선거는 있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너나없이 정치의 열풍 속으로 홀린 듯이 빠져 들어간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승자는 당연히 전리품을 챙기며, 패자는 다음 선거에서 설욕할 것을 다짐한다. 여기까지는 정치가 겪는 기본적인 과정이다.경향신문ㅣ2022. 09. 14 03:00
송두율 칼럼신앙과 정치최근에 있었던 무참한 폭우사태로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강남땅을 밟은 적이 손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수해의 정도를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보도만 보아도 엄청난 피해가 있다는 것을 곧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페친은 이 사태와는 관련이 별로 없어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감사예배, 나라의 번영과 국민통합을 위해 기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지난 기사와 사진을 올렸다. 이번 폭우사태와 윤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보수적 기독교와 함께 부촌인 강남지역을 머릿속에 두고 올렸던 것 같다.경향신문ㅣ2022. 08. 17 03:00
송두율 칼럼고행 2022년 여름지난 두 해 여름에는 보지 못한 풍경을 올해는 보게 되었다. 수영복 차림으로 삼삼오오 떼를 지어 해변으로 몰려가는 피서객의 행렬을 바라본다. 포르투갈에서 이레 동안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발생 숫자를 확인해 보았다. 최근 숫자는 500을 넘나든다. 거의 4000에 육박했던 올해 1월 말의 극히 위험한 상황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도 언제 코로나19 위기가 있었느냐는 듯이 모두 즐거운 모습이다.경향신문ㅣ2022. 07. 20 03:00
송두율 칼럼교육입국과 교육망국미국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스펙 쌓기’를 둘러싼 비리와 부정의혹으로 한국 사회가 무척 시끄럽다. 아예 전문 상담업체가 있고 엄청난 액수의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뉴스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원래 제품에 관한 설명서 정도로 이의 내용을 이해했던 ‘스페시피케이션’의 약자인 스펙이 입시나 취직을 준비하는 과정에 그렇게 널리 사용되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물론 미국에 종종 들를 때면 자녀의 명문대 입학 준비를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일부 한인 사회 안에서 나도는 이 단어를 나도 가끔 들었지만, 반세기 넘게 살았던 독일 사회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용어였다.경향신문ㅣ2022. 06. 22 03:00
송두율 칼럼반지성주의대통령 취임사에 난데없이 등장한 ‘반지성주의’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가 있다. 민주주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이 단어는 도널드 트럼프의 극적인 등장과 퇴장으로 인해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철학이나 사회과학에서 그렇게 자주 논의되는 주제에는 속하지 않았다. 학술강연에서나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취임사에 등장한 것을 두고 비꼬는 소리도 들리고, 이것이 과연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를 두고 해석 또한 분분하다.경향신문ㅣ2022. 05. 25 03:00
송두율 칼럼오만과 편견밤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사건의 보도로 아침 뉴스가 시작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주로 우크라이나의 공식적인 보도나 난민의 증언으로 전쟁의 참상이 시각매체를 통해 전달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선 서방 측에 중무기의 지원을 요청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다급한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런 요청에 적극 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이해’를 둘러싼 논쟁도 심심치 않게 나돈다. ‘러시아 이해’는 단어 그대로 러시아를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푸틴의 러시아’를 옹호하는 태도를 비판한다는 의미이다.경향신문ㅣ2022. 04. 27 03:00
송두율 칼럼올리가르히의 초상러시아 제일의 갑부이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절친한 재정지원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둘러싼 논쟁은 포르투갈에서도 뜨겁다. 유대계로 이스라엘과 영국의 국적도 가지고 있던 그가 포르투갈의 국적을 작년 말에 취득했기 때문이다. 또 그가 포르투갈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던 법적인 근거도 특이하다. 그의 선조가 8세기 초엽 포르투갈에 살았던 유대인이었는데 가톨릭의 박해를 피해 러시아로 이주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베리아 반도에 속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각각 이들의 후손에게도 국적을 회복할 수 있게 한 한시적인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아브라모비치는 포르투갈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경향신문ㅣ2022. 03. 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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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칼럼코로나와 우크라이나세계는 지금 불안과 공포 그리고 무력감에 젖어 있다. 2년 넘게 지구촌의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근 600만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2월24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감행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은 지구촌의 운명이 앞으로 어디로 끌려 갈지 속단할 수 없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우선 인간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시세계와의 힘든 싸움이지만, 그래도 과학의 힘을 빌린 예방과 치료를 통해서 점차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체제의 구축은 인간이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신념이 일찍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크고 작은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끝이지 않고 있으며, 유럽 대륙에서 다시 일어났다.경향신문ㅣ2022. 03. 02 03:00
송두율 칼럼대선을 멀리서 지켜보며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통령선거에 나의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때는 박정희와 윤보선이 출마했던 1963년 10월의 5대 대통령선거였다. 당시 나는 혁명 주체세력으로서 ‘국가재건최고회의’ 최고위원의 한 사람이던 예비역 장성의 처남 가정교사를 했다. 그는 선거전에서 박정희 후보의 남로당 전력을 문제 삼아 총공세를 폈던 윤보선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에게 물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근소한 표차로 결국 박 후보가 승리했다.경향신문ㅣ2022. 01. 26 06:00
송두율 칼럼동병상련의 세계2년 넘게 사는 이곳 포르투갈의 해변휴양지에서 가깝게 지내는 젊은 부부가 있다. 남편은 프랑스, 부인은 이탈리아 출신이다. 런던에서 전도유망한 금융인의 길을 걷다가 스트레스 심한 대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연말에 양가 부모가 사는 프랑스의 낭시와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다녀오겠다고, 우리 내외를 할아버지와 할머니라고 부르는 아들과 함께 우리 집을 다녀갔다.경향신문ㅣ2021. 12. 29 03:00
송두율 칼럼대통령 자질론반세기도 훨씬 넘긴 이야기다. 서독 유학길에 들렀던 도쿄에서 처음 만난 외할머니는 나를 이끌고 절을 찾았다. 먼 외국 땅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할 외손자의 안녕과 성공 그리고 금의환향을 빌기 위해서였다. 주지 스님은 장도의 행운을 빈다면서 떠나는 나에게 ‘오마모리’라고 불리는 부적을 건넸다. 이 부적은 그 후 몇 년간 내 곁에 있었지만 이사하는 도중에 분실되었다. 이것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닌 부적이었다. 학위는 빨리 받았지만, 그 이후 금의환향은 이루지 못했으니 부적의 힘도 그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경향신문ㅣ2021. 12. 01 03:00
송두율 칼럼공론(公論) 또는 공론(空論)선거철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일요일 질문’이 거의 정기적으로 전화선을 타고 종종 내게도 온다. 독일에서는 선거가 항상 일요일에 있기에 ‘이번 일요일에 선거가 있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느냐’라는 한결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가 예견한 결과와 너무 동떨어진 사례가 자주 발생하기에 여론조사를 도대체 믿을 수 있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여전하다.경향신문ㅣ2021. 11. 03 03:00
송두율 칼럼땅과 바다 이야기며칠 전 남북연극교류위원회가 주관하는 ‘동에서 서로 남북을 걷다’라는 행사에 맞추어 나의 영상강연이 있었다.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남북종단은 불가능하기에 한반도의 허리를 동서로만 횡단할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현실을 다시 보았다. 마치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호랑이가 온종일 철책을 따라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경향신문ㅣ2021. 10. 06 03:00
송두율 칼럼아프가니스탄 바로 보기지난 8월15일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입성하였다. 미국 대사관 직원의 긴급한 탈출을 돕기 위해 대사관 건물 위에 떠있는 미군 헬리콥터의 사진은 1975년 4월30일 미군 헬리콥터가 베트콩에 의해서 함락된 사이공에서 미 대사관 직원과 조력자를 급하게 실어나르는 장면을 곧 연상시켰다. 20년에 걸친 미국의 베트남전쟁에 이어 20년을 끌었던 아프가니스탄전쟁이 일단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경향신문ㅣ2021. 09. 01 03:00
송두율 칼럼배신의 풍경대선을 앞둔 정국 때문인지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의 과거 행적과 오늘의 행동거지를 둘러싼 설전이나 비방이 거칠어지는 것 같다. 집권당의 후보를 두고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가담했다는 비난이나, 야권의 후보를 두고 불과 얼마 전까지 현 정부의 고위관직을 지낸 경력을 문제로 삼아 심심치 않게 배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한마디로 신의를 쉽게 저버리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는 윤리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경향신문ㅣ2021. 08. 04 03:00
송두율 칼럼세대 문제에 대한 단상최근에 ‘이대남’이니 ‘이대녀’라는 신조어가 자주 등장한다. ‘386’이나 ‘586’으로 지칭되는 세대 문제와 관련된 조어가 등장한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새로 등장한 이 조어가 남녀를 구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과거와 다르다.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연관 속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세대교체’처럼 세대는 우선 사회적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생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 문제의 핵심으로 일찍부터 등장한 계급이나 계층 문제보다 세대 문제는 성(젠더) 문제와 함께 비교적 뒤늦게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되었다.경향신문ㅣ2021. 07. 07 03:00
송두율 칼럼언론과 검찰반세기도 훨씬 넘은 이야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든 시절이었다. 인문계 학부를 졸업하고 취직할 수 있는 직종 가운데 신문기자는 그래서 단연 인기가 높았다. 당시에 ‘언론고시’라는 말은 없었으나 주요 일간지 기자 채용시험은 경쟁률이 높았다. ‘고등고시’ 또는 ‘사법시험’이라고 불렸던 법조계의 등용문을 통과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아주 어려운 시절이었다.경향신문ㅣ2021. 06. 09 03:00
송두율 칼럼코로나 지옥문 앞에서지난 4월21일 1차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일원화된 유럽연합의 코로나 백신 공급체계라지만 인구 1000만의 작은 나라 포르투갈까지 백신 공급이 제대로 될지 우려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의 속도는 지금 독일이나 프랑스와 비슷하다. 올해 초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코로나 위기가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였으나 얼마 전부터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여행은 여전히 통제가 심하지만 일상생활은 거의 정상화되었다. 반년 가까운 국가비상사태에 따른 엄격한 통제 덕분이다.경향신문ㅣ2021. 05. 12 03:00
송두율 칼럼4월에 떠올리는 상념코로나19 사태가 급속하게 악화된 2020년 말 포르투갈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단어가 무엇인지를 두고 설문조사가 있었다. ‘코비드19’나 ‘팬데믹’이 아니라 ‘사우다지(Saudade)’였다. 전문적인 번역가도 다른 외국어로 옮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사우다지 - 포르투갈 사람만이 이 감정을 알 수 있다. 오로지 그들만이 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단어를 지녔기 때문이다”라고 포르투갈의 민족시인 페르난두 피수아(Fernando Pessoa, 1888~1935)도 이를 강조했다.경향신문ㅣ2021. 04.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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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칼럼자유주의의 위기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독일 남서부에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회의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다. 녹색당 32.6%, 기민당 24.1%, 사민당 11.0%, 자유민주당 10.5%, 그리고 극우 정당인 대안당 9.7%였다. 독일 자유주의의 종가(宗家)답게 이 지역에서 자유민주당은 선전했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의회 진출의 하한선인 5%를 겨우 턱걸이하는 상황이다. 한때는 사민당이나 기민당과 함께 중앙정부를 구성했던 당이다.경향신문ㅣ2021. 03. 17 03:00
송두율 칼럼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30여년 전의 일이다. 1988년 12월, ‘내재적’ 북한연구 방법을 제기한 ‘북한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나의 짧은 글은 많은 논쟁을 낳았다. 이를 계기로 해서 북한연구에 활력도 생겼지만 일부에서는 단순히 북한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소련이 해체되었고 중국에서도 톈안먼 사태가 발생, 지구적 범위에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완전 승리를 구가하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담론이 풍미하는 분위기 속에서 내재적 연구 방법은 대상이 바로 북한이었기에 예외적인 주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회주의 대국이 해체되거나, 아니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작고 낙후한 북한이 결코 더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었다. 단지 그 시기가 언제 올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경향신문ㅣ2021. 02. 17 03:00
송두율 칼럼트럼프의 유산지난 1월6일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건물 안팎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태를 두고 거의 매일 엄청난 양의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의 대부분은 사태의 발단은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가 이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그의 지지자를 선동한 데 있다고 본다. 13일 하원에서 통과된 그의 탄핵 사유도 내란 선동이었다. 이번 사태를 전하는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두 장면을 동시에 떠올렸다. 하나는 1981년 2월23일 새 총리를 선출하는 스페인의 국회의사당에 일단의 무장 경찰이 난입했던 장면이다. 1976년에 사망한 독재자 프랑코의 추종세력인 이들에 대한 군 통수권자인 후안 칼로스 1세의 단호한 거부로 사태는 수습되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장경찰이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자리에 앉아 여유 있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공산당 당수 산티아고 카릴리오의 모습이었다. 일생을 파시스트와 싸웠던 그이기에 그들의 위협 앞에서도 담담했다.경향신문ㅣ2021. 01. 20 03:00
송두율 칼럼코로나 거울‘잃어버린 1년’이라는 말이 나도는 이 한 해의 끝자락에 우리는 와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올해 봄에 있었던 1차 록다운에 이어 성탄절과 연말을 코앞에 두고 유럽 곳곳에서 2차 록다운이 시작되고 있다. 내가 반세기 넘게 살았던 독일은 물론, 1년 전에 이주해서 사는 포르투갈도 그렇다. 한국의 사정은 이보다 낫다고 하지만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오랫동안 과도한 소비문화와 결합한 축제지만 기독교 문화권에서 성탄절이 지니는 특수한 의미를 생각할 때 록다운의 충격은 역시 작지 않다. 가톨릭의 전통이 강한 포르투갈에서 성탄절은 가족과 친지가 만나는 일 년 중 가장 귀하게 여기는 축제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놓칠세라 노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코로나 무료검진을 받기 위해서 보건소 앞에 줄을 선다.경향신문ㅣ2020. 12. 22 03:00
송두율 칼럼11월 단상11월의 설악산 단풍을 담은 사진을 받아보았다. 독일에선 볼 수 없는 자연이 빚어낸 화려한 색조다. 독일의 11월은 비, 바람 그리고 어두움이 가득 찬 시간의 시작이다. 뛰어난 토목기사이자 시인인 하인리히 자이델은 시 ‘11월’에서 “이런 달을 정말 칭찬해야 한다/ 아무도 이처럼 날뛰지 않는다/ 아무도 이처럼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 게다가 햇살도 없이/ 아무도 이처럼 구름 속에서 시끄럽게 굴지 않는다/ 아무도 이처럼 폭풍으로 으스스하게 만들지 않는다/ 모든 것을 얼마나 축축하게 만드는지/ 그렇다, 정말 굉장하다”라고 독일의 11월 날씨를 저주했다. 작년 여름 포르투갈의 따뜻한 해변마을로 이주하기 전까지 아침 운동 때 나는 거의 매일 이 시인이 누워있는 공동묘지 옆을 지났다.경향신문ㅣ2020. 11. 24 03:00
송두율 칼럼‘좋은 사람’은 어디에많은 전문가가 이미 예견했던 것처럼 유럽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다시 코로나19 위기로 치닫고 있다. 백신이나 확실한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은 올해 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동안 방역수칙의 준수나 방역행정의 개선 등으로 위기에 대처한 경험은 있으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위기의 장기화에 따른 누적된 피로감은 종종 사회적 불만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코로나 위기 관리는 흡사 정치의 모든 것처럼 되었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인다.경향신문ㅣ2020. 10. 27 03:00
송두율 칼럼음모론의 시대지금 유럽은 코로나19와의 힘겨운 전쟁 중에 이에 못지않은, 또 다른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바로 음모론과의 싸움이다. 유럽연합은 웹사이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가짜 정보와의 싸움이라는 페이지를 설정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사실과 거짓을 어떻게 구별하며 온라인 매체에 떠다니는 각종 음모설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경향신문ㅣ2020. 09. 29 03:00
송두율 칼럼믿음과 앎유럽에서는 지금 코로나19 확산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나름대로 위기관리를 잘해왔던 독일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여름 휴가철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이 긴장을 풀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 데 원인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에서 지금까지 모범적인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한국의 최근 상황에 관한 보도나 논평도 눈에 띈다. 특히 ‘신천지교회’나 ‘사랑제일교회’와 같은 일부 개신교가 원인이 된 코로나19 확산에 관심을 보인다. 집단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일 대면예배를 꼭 보아야 한다는 한국교회 안팎의 복잡한 사정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진단하고 있다.경향신문ㅣ2020. 09. 01 03:00
송두율 칼럼수치심의 역설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크고 작은 수치심을 경험한다.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하는 집단의 잘못 때문에 발생하는 불행한 정서다. 이는 그러나 죄책감과는 다르다. 수치심은 행위자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밖으로 나오기 힘든 데 반하여 죄책감은 용서를 비는 것처럼 행위자의 밖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심리상담에서는 수치심이 있는 곳에 죄책감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행위자가 적극적으로 자기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경향신문ㅣ2020. 08. 04 03:00
송두율 칼럼정치와 언어‘막말 정치인’을 다음 국회에서는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선거는 이미 끝났지만 국회는 아직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거대여당을 만들어준 ‘민의’를 내세우며, 야당은 ‘의회독재’라는 논거로 대치상황을 각각 정당화한다. 남북 간에도 그 어느 때보다 비난과 증오를 담은 거친 언어가 오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6·15’ 20주년을 맞아 내보낸 담화문을 “본말은 간데없고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과 오그랑수(속임수)를 범벅해놓은 화려한 미사여구”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한 북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문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경향신문ㅣ2020. 07. 07 03:00
송두율 칼럼비관과 낙관 사이에서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한 나날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백인 경찰관들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은 미국 전역의 격렬한 시위로 이어졌다. 열악한 생활조건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 비율이 백인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은 흑인들의 불만은 1968년 4월 인권운동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로 인해 폭발했던 인종분규 이래 가장 큰 분출구를 찾았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얼마 전 베를린 지하철에서 한국 유학생 부부가 당한 사례처럼 코로나19 위기와 인종주의가 섞여 내는 파열음은 이제 유럽 여러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경향신문ㅣ2020. 06. 09 03:00
송두율 칼럼닫힌 공간, 열린 공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더불어 우리의 일상생활에 그동안 자리 잡은 ‘거리 두기’ ‘록다운’ ‘셧다운’과 같은 단어를 들을 때면 나는 가끔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어릴 적에 들었던 나병 환자를 수용했던 소록도를 둘러싼 괴기한 이야기나 대학 시절 친구들과 시간 가는지 모르고 어울리다가 야간통금에 발이 묶인 경험도 떠올리게 된다. 작년에 이주해서 사는 이곳 알가르브에서 마주치는 상대방이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는지 몰라 잠시 불안하게 되고 매일 아침 산책하는 해변도 통금에 걸렸기 때문에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경향신문ㅣ2020. 05. 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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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칼럼시스템 리셋코로나19 사태가 지구촌의 구석구석에서 맹위를 떨친 지도 100일이 지났건만 이 재앙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도 어떤 방역체제가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이 없다. 낙관과 희망에 기대어 비정상적인 일상생활을 꾸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도 한국의 방역체계에 대해 외국의 평가가 아주 좋다는 기쁜 소식이 들린다.경향신문ㅣ2020. 04. 13 21:04
송두율 칼럼코로나19 시대의 삶지금까지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비교적 안전했던 이곳 포르투갈의 알가르브 지방에 며칠 전 첫 확진자가 발생, 수도 리스본으로 이송되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거의 휴양산업에 의존하는 이 지역의 경제가 심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니 어찌할 수 없고 그래도 이탈리아보다는 상황이 아직 양호하다는 안도감 속에서 이곳 주민들은 스스로를 위로한다.경향신문ㅣ2020. 03. 16 20:54
송두율 칼럼포퓰리즘 파노라마최근 한 주 정부의 구성을 둘러싼, 예상치 못한 투표결과로 독일이 시끄럽다. 옛 동독지역에 속한 튀링겐주의 주지사를 선출하는 투표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과 보수당인 ‘기민당’의 지원으로 소수당인 ‘자민당’ 후보가 제1당인 ‘좌익당’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극우정당이 이제 정치의 결정권을 쥘 수 있게 되었다는 충격은 1932년 선거에서 나치가 정권을 합법적으로 장악했던 악몽까지 떠올리게 하였다. 안팎의 강한 압력으로 당선자는 결국 자진해서 사퇴했고, 메르켈 총리의 후임자로서 차기 수상후보로 지목된 크람프카렌바워도 기민당의 당대표 직을 사임하였다.경향신문ㅣ2020. 02. 17 20:42
송두율 칼럼가짜뉴스의 시대“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말이 말을 낳는다”는 속담이 있다. 교통수단과 정보매체가 제한되었던 때에도 어떤 특정한 정보나 뉴스가 빨리 전달되고 확산하는 모습을 잘 묘사했다. 특히 격변과 혼란의 시기에 백성들은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비밀리에 주고받았다. 집권자들은 이를 유언비어(流言蜚語)를 퍼트리는 행위라며 추적하고 탄압했지만 정상적인 언로(言路)가 막힌 상황에서 정보나 소문은 빠르게 여러 샛길을 만들며 제 갈 길을 찾기 마련이었다.경향신문ㅣ2020. 01. 20 21:11
송두율 칼럼시간에 대한 단상한 해를 또 어김없이 보내게 된다. 지중해변은 춥지 않아 연말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가톨릭 신자가 인구의 95%를 차지하는 포르투갈의 세밑 분위기는 그러나 이런 날씨와는 별 상관이 없다. 미국에서 비롯된 추수감사절의 다음날, 이른바 ‘검은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대대적인 할인상품의 공세로 많은 고객이 붐비는 상가의 모습은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때가 되면 모두 알게 모르게 시간이라는 괴물에 쫓기게 된다.경향신문ㅣ2019. 12. 23 20:57
송두율 칼럼비난만으로 끝날 일인가30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발표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이라는 짧은 글은 이 역사적 사건을 마치 예견한 것처럼 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지구적 차원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기에 역사는 드디어 그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주장했다. 이 견해에 대한 나의 비판은 이미 있었지만 지금 세계는 냉전시기보다 더 복잡해졌고 그 해법도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했던 그마저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고 현재 너무나 다양하게 혼재하는 ‘정체성’과 이의 인정을 둘러싼 갈등을 그 요인으로 보고 있다.경향신문ㅣ2019. 11. 25 20:53
송두율 칼럼자연미를 넘어서포르투갈의 지중해 바닷가로 이주한 지도 어언 두 달이 된다. 매일 아침 바닷가의 모래밭을 걷는 것으로 나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매일 마주치던 청년이 보이지 않는다. 요가 수행자의 차림을 한 그는 아침 바닷물이 빠져 나가는 썰물 때 반려견을 데리고 나타난다. 그는 바닷가의 모래밭에 많은 연꽃잎이 연결된 원형의 큰 만다라를 그리고 그 중앙에 돌탑을 세우고 어느새 사라진다. 아침에 공들여 만든 모든 것이 저녁때는 밀물에 휩쓸려 사라지지만 그다음 날 아침에도 역시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모래밭은 하루에도 무수히 변화하는 화폭인데도 그 위에 불가의 상징인 만다라를 남기는 작업을 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자연과 예술, 그리고 오늘날 첨예하게 제기되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경향신문ㅣ2019. 10. 28 20:46
송두율 칼럼법, 정치 그리고 도덕요즘 검찰개혁을 둘러싼 심한 갈등이 한국 사회의 모든 것처럼 보일 정도다. 16년 전 이맘때 서초동 검찰청사의 한 취조실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끝내 구속 기소되었다. 검찰과 언론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크게 판을 키운 끝에 37년 만에 서울 땅을 밟을 수 있었던 나를 ‘해방 이후 최대 간첩’으로 만들었다. 그때의 상황을 뒤돌아보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경향신문ㅣ2019. 10. 07 20:51
송두율 칼럼다시 경계선을 넘으면서반세기를 넘긴 독일 생활을 뒤로하고 9월1일 포르투갈의 알가베로 이주해왔다. 베를린으로부터 무려 3000㎞나 떨어진 유럽 대륙의 끝자락이자,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이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후 때문이다. 1년 중 평균 300일 이상 햇볕이 내리쬐는 이곳을 그래서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북유럽 사람들이 많고 최근에는 러시아 사람도 꽤 늘었다. 과거 포르투갈령 인도의 고아나 중국의 마카오가 지닌 역사적 배경으로 이주해온 인도와 중국 사람을 제외한 그 밖의 아시아인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교포나 관광객으로 온 우리 동포를 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경향신문ㅣ2019. 09. 16 20:59
송두율 칼럼서가를 정리하면서독일 생활 반세기를 넘기면서 그동안 모았던 많은 책들을 얼마 전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책은 구입한 동기가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지만 어떤 책은 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전공인 철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은 물론, 문학작품이나 예술 관련 서적들도 모두 저자가 살았던, 아니면 살고 있는 시대의 고민과 희망을 담고 있다. 어떤 책들은 이미 고전이 되어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지만 어떤 책들은 당시에는 많이 읽혔으나 지금은 아예 잊혀졌다.경향신문ㅣ2019. 08. 12 20:42
송두율 칼럼글로벌 문화산업의 명암7년 전 동남아 여행 중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유적을 찾기 위해 씨엠립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색안경을 낀 어떤 청년이 음악에 맞추어 처음 보는 이상한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 ‘강남 스타일’이라는 자막도 떴는데 말로만 듣던 ‘말춤’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그때 처음 보았다. 캄보디아에 이어 미얀마를 찾았다. 수도였던 양곤에서 만난 한 젊은 여성이 우리말을 제법 잘 구사해서 어떻게 배웠는지를 물었다. 주로 한국 TV 연속극을 통해서 배웠다고 그녀는 대답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생소한 한국 드라마의 제목을 줄줄이 댔다.경향신문ㅣ2019. 07. 15 20:56
송두율 칼럼한인 디아스포라의 미래얼마전 독일에서 오랫동안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길을 함께 걸었던 한 선배의 영결식이 있었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 20대에 유학길을 떠났던 한 청년이 말년에 잔인한 병마와 싸우다가 이국땅에서 80세에 숨을 거두었다. 한 줌의 재로 변한 그와 영원히 작별하면서 외국땅에서 살면서도 두고 온 산하의 운명을 참으로 많이 걱정하고 번영과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많은 얼굴들을 떠올렸다. 유럽의 윤이상과 이응노, 일본의 배동호, 김재화, 곽동의 그리고 미주의 임창영, 김성낙, 최홍희 등 국내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진 인사들도 있지만 얼마나 많은 이름 없는 애국지사들이 그동안 이국땅에서 눈을 감았던가.경향신문ㅣ2019. 06. 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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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칼럼기억문화와 예술내가 지금 사는 거리는 좀 유별난 역사를 담고 있다. 탐스러운 수국(水菊)꽃의 이름을 딴 거리지만 독일 현대사의 암울했던 기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히틀러를 제거하고 새로운 독일을 건설하려고 비밀리에 움직였던 ‘크라이스아우(Kreisau)’ 서클의 주요 인물들이 이 거리를 중심으로 해서 근처에 살았다. 이 비밀조직에 가입했던 프러시아 귀족의 후손이나 시민계급 출신의 다양한 인물들은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백작이 1944년 7월20일 시도한 히틀러 암살이 실패로 끝나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톰 크루즈가 슈타우펜베르크 백작의 역을 맡았던 영화 <발키리>가 있었지만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같은 시기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페터 요크 폰 바르텐부르크 백작이 살았던 집의 벽에는 지금 그를 기리는 동판이 붙어 있다. 역시 이 거리에 살았던 개신교 목사 오이겐 게르스텐마이어는 나치수용소에서 살아남아 후에 서독의 하원의장을 지냈다. 그의 이름을 딴 조그만 광장도 이 거리에 있다.경향신문ㅣ2019. 05. 20 20:40
송두율 칼럼부동산 소고동베를린의 중심을 길게 지르는 카를 마르크스 거리가 있다. 전쟁으로 페허가 된 시가지가 복구되면서 시원스럽게 트인 거리의 양쪽에는 스탈린시대의 사회주의적 고전주의 건축양식을 따른 주상복합형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나도 이 거리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노동자의 궁전’이라고 불렸던, 중후한 감을 주는 이 아파트들은 동독 사회주의의 대표적인 건축물의 하나였다.경향신문ㅣ2019. 04. 22 20:43
송두율 칼럼역사에 대한 불감증과 과민증3·1절 100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기념사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그래서 나도 전문을 읽어 보았다. 전체로 보아 흠 잡을 곳이 별로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었던가. 해방 후 ‘반민특위’를 통해 우리 안의 일제잔재를 청산하려는 노력이 ‘빨갱이’의 분열책동으로 부당하게 몰려 탄압받았다는 사실을 두고 시비는 시작되었다. 반민특위가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켰다는 논리는 현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치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역사인식마저 팽개쳤기 때문에 ‘토착왜구’라는 거친 비난의 소리도 듣게 되었다.경향신문ㅣ2019. 03. 25 20:47
송두율 칼럼나눔과 비움얼마 전 뮌헨에서 독일 여성 두 명이 한 대형매점이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에 버린 식품을 수거하다 고발당해 약식재판을 받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려 했으나 절도죄에 걸려 33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먹어도 건강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식품이었다. 독일에서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이 한 해 동안 무려 1100만t에 달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법개정을 서둘러 그러한 식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도 분분해졌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3년 전부터 대형매점이 멀쩡한 식품을 폐기처분하다 적발되면 건당 375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경향신문ㅣ2019. 02. 25 20:42
송두율 칼럼반북 강박장애모두가 궁금하게 여겼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을 확인하려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먼저 눈에 들어온 독일 매체들의 기사 제목은 하나같이 북한이 다시 미국을 협박한다는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그래서 곧 미국에서 나온 기사와 논평을 찾아보니 이와는 조금 달랐고, 일부 언론은 신년사에 나온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반도와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사실의 보도 내용도 이같이 서로 다르다.경향신문ㅣ2019. 01. 21 20:47
송두율 칼럼만델라를 기억하며예수의 탄생과 재림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시작되면 첫 번째 촛불이 밝혀진다. 이때가 되면 내가 사는 조용한 거리에도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발하는 화려한 불빛이 흐른다. 기독교도는 아니지만 나도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는 자신을 불현듯 발견하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을 마음의 준비도 한다. 우리는 보통 시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향해서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시간 속에 숨어 있는 많은 비밀을 괴테와 더불어 ‘질풍과 노도’의 시대를 이끌었던 프리드리히 실러는 정곡을 찔러 간결하게 묘사했다. 제법 긴 그의 시 ‘공자의 격언’의 첫 구절은 “시간의 걸음은 삼중(三重)이다: 미래는 어물거리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쏜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조용하게 서 있다”로 시작한다. 물론 시간에 대한 이런 문학적인 해석은 물리학이나 철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시간의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여러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시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하도록 만드는 구절이다.경향신문ㅣ2018. 12. 24 20:53
송두율 칼럼갑질에 대하여한국 사회가 꾸준히 생산하는 신조어의 정확한 뜻과 이의 배경을 간혹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대한항공의 조모 전 부사장이 일으킨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에 이어 최근에는 인터넷 관련 사업으로 성공한 양모 회장의 엽기적인 행동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에는 모두 ‘갑질’이라는 신조어가 붙었다. 갑을관계는 내가 서울의 출판사와 계약할 때 출판사와 저자를 각각 갑과 을로 약칭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갑질이라는 단어가 십간(十干)의 첫 자 ‘갑’에 도적질처럼 어떤 행동이 지속될 때 부정적이거나 저속한 뜻을 담은 접미어 ‘질’을 합성한 단어라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 그래서 이 단어를 가령 영어나 독일어로 옮기면 가장 가까운 단어가 무엇인지도 한번 생각해 보았다.경향신문ㅣ2018. 11. 26 21:01
송두율 칼럼사회모델 이야기“너는 장래에 어느 나라에서 살고 싶냐”는 질문을 초등학생 시절 친구 사이에서 종종 주고받았다. 휴전 직후라서 어쩌다 얻어걸린 미군의 ‘레이션 박스’에 들어 있던 껌과 초콜릿의 맛과 향기는 지금도 기억난다. 그때 우리 사이에서는 미국이 장래에 살고 싶은 나라 중 단연 첫째로 꼽혔다. 세계지리에 대한 상식이 좀 늘면서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스위스에 대한 동경심도 생겨났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난 1980년대 중반, 나는 가족과 함께 휴가차 스위스를 찾았다. 마침 제자였던 독일인 여학생이 스위스인 남성과 결혼해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외국인에 대해서 아주 배타적인 분위기 때문에 먼저 사투리인 ‘스위스식’ 독일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고충에 대해서도 들었다. 스위스의 금융시장은 옛날부터 순전히 장물취득장이며 러시아 마피아의 돈과 제3세계의 피 묻은 돈이 들어 있다는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자기 나라 스위스를 향한 신랄한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 어린 시절 동경했던 그 스위스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경향신문ㅣ2018. 10. 29 20:56
송두율 칼럼‘9월 평양선언’에 부쳐내 책장에는 흰색과 검은색의 부석(浮石)이 놓여있다. 부석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뿜어낸 용암이 식어 돌처럼 굳어졌지만 물 위에서도 뜰 정도로 가볍다. 흰 부석은 백두산 정상에서 1980년대 말에 내가 직접 주워 온 것이다. 한라산의 검은 부석은 2004년 여름 서울구치소에서 나와서 40여년 만에 찾은 고향 제주도에서 한 친지로부터 기념품으로 받은 것이다. 백두산의 천지를 찾은 남북 정상이 맞잡은 손을 높이 든 사진을 보면서 두 화산석이 담고 있는 내 삶의 흔적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조종(祖宗)의 산인 백두산에서 시작된 땅에서 대대로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을 태평양의 거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한라산, 이 두 성산(聖山)의 이름만 들어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뿌리를 생각하게 된다.경향신문ㅣ2018. 10. 01 20:59
송두율 칼럼인문정신의 위기언제부터인지 한국사회에서도 ‘인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소식이 넘쳐난다. 인문학의 위기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인문학 강좌, 인문기행, 인문콘서트, 인문 콘텐츠 등 인문이란 단어와 연관된 행사에 관한 소식이 제법 많다. 대학에서는 기존 인문학과가 아예 퇴출되거나 통폐합되는데, 대학 밖에서는 오히려 인문학과 관련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지어 열리고 있다. 내용도 동서고금의 고전강독에서부터 미술관, 박물관, 사적지 탐방, 나아가 디지털 시대의 여러 문화장르 간의 새로운 접목 시도까지 상당히 다양하다.경향신문ㅣ2018. 08. 27 20:50
송두율 칼럼처음처럼트럼프의 등장으로 지구촌의 정치풍경이 상당히 어수선해졌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를 만나 웃으면서 악수하지만 그를 상대하는 정상들의 속내는 결코 편치 않다. 전후 세계질서 수립에 일익을 담당했던 동맹국 독일의 메르켈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이 또 화제다.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트럼프는 독일과 러시아가 함께 추진하는 지하가스 연결사업을 두고 독일이 러시아에 완전 종속된다고 내놓고 비판했다. 그런 비판을 했던 트럼프 자신은 나토 정상회의가 끝나는 길로 헬싱키에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이 정상회담을 세계 미래를 위해서 양국의 현안 전반에 걸쳐 격의없이 토론한, 아주 건설적인 대화라고 평했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세계 평화를 위한 중요한 성과라고 두 정상이 덕담을 나누자 독일의 전 사민당 당수와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가브리엘은 ‘독재자 김정은’은 감싸면서도 오랜 동맹국 독일의 총리 메켈은 내쳤다고 트럼프를 여과없이 비판했다. 그 역시 외무장관 시절에는 푸틴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았다.경향신문ㅣ2018. 07. 30 20:50
송두율 칼럼난민의 시대제주도에 온 500여명의 예멘 출신 난민 문제로 한국 사회의 여론이 분분하다. 난민 문제가 지금 국내정치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독일에서 볼 때 그런 정도의 뉴스는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도 이를 계기로 지구촌의 난민 문제를 진지하게 함께 생각하고 문제 해결에 동참할 때도 되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제주도와 대비될 수 있는 북아프리카 해안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탈리아의 람페두사섬을 먼저 떠올렸다. 면적이 20㎢에 불과하고 45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조그만 섬에 튀니지의 정정불안과 리비아의 내전으로 2011년에는 7000여명의 난민이 몰려들었고, 2013년 10월에는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의 난민 545명을 실은 배가 연안 근처에서 침몰, 390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 섬의 여성시장이었던 주세피나 마리아 니콜리니는 유럽연합의 난민정책을 위한 정상회담에 참석, ‘우리 섬의 공동묘지가 얼마나 더 커져야만 하는가’라는 연설 속에서 “나는 유럽의 이주정책이 그들의 죽음을 빌미로 이주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지녔음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 그러나 조각배에 의지한 여행이 그들이 지닌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었기에 나는 그들의 죽음은 유럽의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유럽연합의 난민정책을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3년 7월8일 이 섬을 직접 찾아 난민을 위로하고 희생된 영령들을 위한 조화를 지중해에 던졌다. 유럽연합의 난민정책에 즉시 대응하는 난민의 이동루트가 그간에 바뀌면서 현재는 100여명의 난민만이 이 섬을 조용하게 지키고 있다.경향신문ㅣ2018. 07. 0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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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율 칼럼꿈의 해석꿈은 우리 삶의 동반자다. 동시에 꿈은 ‘꿈에 보인다’라는 말처럼 시각적인 의미와 관련되어있다. 꿈을 뜻하는 한자 몽(夢)의 어원도 ‘눈이 어둡다’거나 ‘앞이 안보인다’는 것을 형상화했다. 뿐만 아니라 ‘꿈을 꾼다’는 단어가 프랑스어(songer)와 스페인어(sonar)와 같은 라틴계언어에서는 물론 독일어(traumen)와 영어(dream)도 모두 시각적 의미를 띤 어원과 연관되어 있다. 꿈은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잠과 함께 찾아와 어둠을 뚫고 나타나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미래상’(vision)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경향신문ㅣ2018. 06. 04 21:22
송두율 칼럼정치와 진정성‘판문점선언’이 발표되자 제1야당은 이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위장평화쇼”라고 비난하며, 국회에서 비준할 수 없다면서 어깃장을 놓는다. 이른바 보수계의 지도인사라는 사람들도 덩달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선언 발표 직후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88.4%가 이번 선언이 ‘잘됐다’고 평가했고, ‘잘못되었다’는 평가는 7.7%에 불과했다. 또 보수 지지층 81.6%도 판문점선언을 긍정 평가했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의 진정성에는 ‘신뢰한다’ 64.5%, ‘신뢰 못한다’ 29.8%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선언에 보여준 국민의 높은 신뢰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경향신문ㅣ2018. 05. 07 21:27
송두율 칼럼화쟁의 상징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환점으로 해서 급격하게 움직이는 한반도와 주변국의 모습을 나름대로 분석하는 해외언론의 기사나 평론을 읽다보면 적지 않은 변화를 느끼게 된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름 앞에 상투적으로 붙었던 ‘독재자’ 대신에 ‘실권자’나 ‘최고권력자’라는 호칭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한 예다. 김 위원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세계정치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독일의 대표적인 보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조차도 ‘노련한 전략가’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냈다. 이러한 변화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진 한반도를 평창을 매개로 해서 남북 정상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 기인한다.경향신문ㅣ2018. 04. 09 20:58
송두율 칼럼어떤 이별사랑하는 가족이나 가깝게 지냈던 친지와 영원히 이별하는 장례식은 한 번 열리는 것이 정상인데 상황에 따라서는 안장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한다. 주로 타지에서 숨을 거둔 망자의 유해를 수습해 고향으로 이장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2월23일에 베를린 가토 묘지에서 윤이상 선생의 이장식이 있었다. 날씨는 추웠지만 때마침 따뜻하게 비낀 햇살은 고인의 고향 길을 평안하게 인도하는 것 같았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가족과 친지 20여명 정도가 모여 간소한 불교의식으로 거행된 23년 전 장례식 때는 날씨가 꽤나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웠다. 평화와 평정을 찾은 현자(賢者)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선생의 플루트 독주곡 ‘살로모’가 조용히 흐르는 가운데 우리는 윤 선생과 이별했다.경향신문ㅣ2018. 03. 12 21:48
송두율 칼럼평창을 생각하며오래전 뉴욕 한인타운 플러싱을 지인과 함께 걷던 나는 재미있는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매일잔치집’이라는 식당간판이었다. 외국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동포들이 친지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잔치가 매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일 년 내내 휴일을 보내고 있다면 스포츠도 일하는 것만큼이나 지루하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에 등장하는 짧은 대사도 떠올렸다. 매일 잔치를 벌인다면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 자리를 함께하는 사람조차도 오래지 않아 피곤하게 된다. 축제가 커질수록 악마는 더 독해진다는 독일 속담도 잔치나 축제가 남길 일상 속의 허탈감을 경고한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만은 갈등과 증오를 넘어 화해와 평화를 우리 땅에 불러오는 즐거운 축제로서 앞으로도 그의 생명력을 계속 보여주어야 한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경향신문ㅣ2018. 02. 12 20:34
송두율 칼럼전쟁과 평화인류의 역사는 크고 작은 위험과 재앙으로 점철된 기록자체라고 볼 수 있다. 평안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려는 본래적인 욕망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늘 시달려 왔는데 그중에도 전쟁은 인간 스스로가 초래한 가장 참혹한 재난이었다. 이 시각에도 이러한 재난은 시리아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 끝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외국언론에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다루는 기사나 논평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런 까닭에 평소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진 동료나 친지들도 한반도에 정말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나에게 묻는다. 어떻든 걱정스러운 상황이기에 나는 국내와 해외언론의 동향을 더 열심히 챙겨 보게 된다. 한반도의 전쟁위기에 대해 국내와 해외의 일반적 평가나 반응이 서로 조금 엇갈리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위기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경향신문ㅣ2018. 01. 1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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