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없다’
[기고] 윤태룡 건국대 부교수
입력 2021.12.07
아마도 “진보는 없다”라는 이 글의 제목을 처음 보신 독자분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다소 엉뚱한 혹은 도발적인 문구는 대한민국 내의 정치지형에 대한 오랜 세월동안의 오해와 오인(misperception), 혹은 "허위의식"을 단도직입적으로 정확하게 지칭하는 용어임을 독자들께서 이 원고를 읽어내려 가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필자의 희망사항이지만 말이다.
실제로 독자들께서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 무슨 생각들을 했을 지가 사뭇 궁금하다. 우리의 정치, 외교, 통일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기 전에 우리의 ‘정치지형’ 자체와 관련하여 먼저 명확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흔히 지식인, 일반인, 대학생들을 모두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극심하여 두 세력들 간의 갈등과 다툼이 비이성적으로 치열하고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정치가 늘 불안하다는 진단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가 흔히 말하고 있고, 또 일반대중 다수의 인식 또한 그렇듯이, 실제로 글자 그대로처럼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한 것인가? 필자도 오랫동안 대부분의 지식인, 여론형성 주도자, 소위 자칭/타칭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는 분들이 흔히 한국(남한)에 관하여 특징짓는 틀로 사용하는 “보수-진보(혁신)”의 프레임을 최근까지도 팩트(사실)에 기반한 유용한 ‘개념 틀(conceptual framework)’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필자는 이 프레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즉, 프레임 (즉, 우리 인식의 틀) 자체에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엉뚱한 소리냐고 의아해하실 독자분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필자 자신도 성인이 되어서 지금까지도 거의 대부분의 시기를 독자들 대부분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정치지형을 이해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너무 지연되었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성장배경과 직업의 페친 여러분들과 지난 4~5년 치열한 정치적 논쟁을 거듭해오면서, 어느 순간에 나 자신이 (그리고, 감히 발설하건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한민족 전체가) 우리의 정치지형에 대해서 그 프레임 자체를 잘못 인식해 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앞으로 대한민국 내의 정치지형과 남북한의 관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현재의 남한 내 갈등은 물론, 남과 북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제3의 프레임”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감히 한 번도 엄두를 내보지 못했던 결정, 즉, 필자자신의 저서를 써야겠다는 과욕을 부리기에 이르렀다. 이 글은 현재 그 책의 집필에 관한 구체적인 구상을 하면서도, 너무 오랫동안 현재의 잘못된 국민, 시민, 정치인들의 인식을 방치하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한다는 의도에서 쓴다.
본 <통일뉴스>에 필자가 처음 쓰는 이 원고를 시작으로, 과연 우리 사회, 정치 전반과 남북관계에 이르기까지 실로 의미 있는 변화의 작은 바람이나마 일으켜,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증폭되어 궁극적으로 필자가 원하는 큰 바람이 남한과 북조선에까지, 그리고 남북의 통일에까지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계기를 필자 자신이 마련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사회과학적 현상에서는 사람들 자신의 생각 (즉, 정신적 프레임) 자체가 현실을 규정하는 매우 강력한 힘을 갖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현상도 광범위하게 실제로 작동함을 감안하여, 필자는 일단 용기를 내어 이와 관련된 현상이 우리의 정치지형에 어떤 영향을 실제로 미치고 있는지를 감히 책으로 써보기로 결심한 상태에서 이 첫 원고를 쓰게 된 것이다.
필자의 이런 생각이 반드시 우리 사회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근거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생각의 열쇠’를 여태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관점으로 돌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실험 또는 시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실험을 통하여, 만일 우리의 국내 정치문제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틀’에 의해, 좀 더 바람직한 분석이 시도되어 그 유용성이 기존의 “잘못된 틀”보다 더 큰 것으로 판명이 난다면, 이는 남북관계 전반에 걸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설사 필자의 과욕일 수는 있으나, 이런 ‘실험정신’조차 발휘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75년 동안의 허비된 세월은 우리의 미래지평을 여는 계단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통일된 미래를 막는 족쇄요 감옥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의 정치지형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그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마디로 우리 분단된 한반도에서는 지난 76년 동안 남북의 적대적인 상태가 지속되면서, 그 악영향으로 남한의 정치지형 전반이 비정상적으로 우향우 되어있는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남한의 정치지형을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진보-보수”의 갈등이 전혀 아니다. 이런 잘못된 프레임 자체가 우리의 현실인식을 왜곡시키고 있다. 실제로는 “진보-보수”의 갈등이 아닌, “보수-극우”의 갈등이 맞다.
이런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는 한, 우리 민족문제의 해결책도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이고, ‘국민의힘’은 극우인 것이다. 이는 1961년 박정희의 5.16 쿠데타에 의해 우리의 “혁신계 세력(진보세력에 해당)”들이 전멸한 이후, 지속되어온 분단구조에 의해 그대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끝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외부 기고문을 집필하면서 필자가 페북 등을 통해 공개적 실시간 집필을 하면서 코멘트를 구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기이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75년이라는 분단세월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향한 한 치의 진전도 이루지 못한 분단세월을 한시라도 빨리 종식시키지 못한다면, 비이성적인 남과 북의 반통일적 "철부지" 집권자들에 의해 우리의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그 속의 '백의민족'이 한 순간에 '버섯구름'과 함께 증발해 버릴 수도 있다는 끔찍한 현실을 매일매일 마주대하는 것이 너무도 괴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좋은 생각이 있다면, 집필과정에서부터 널리 소통하고 싶은 필자의 바람 때문이다.
나의 고뇌에 찬 이 집필 노력이, 특히 아직은 "기득권의 노예가 되어있지 않은" 이 땅의 젊은 청년들, 대학생들을 각성시켜 기존의 썩은 정치세력들을 과감히 청산하고 대체하는 선구자적 정치세력을 형성하게 되길 갈망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솔직히 학생들에 실망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취직 걱정과 '커리어빌딩'에만 신경을 쓰지, 이 분단된 조국의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타파하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거대담론'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뇌리를 스친다. 1977년생인 그는 올해 나이가 43세이다. 우리의 청년들이여 깨어나라!
우리의 정치는 젊은 피가 필요하다. 구태의연한 기존의 정치세력들의 기득권을 깨고 여러분들이 정치의 주역, 통일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없는 이 참담한 정치현실을 타파할 주역은 오직 젊은이들뿐이다!
일어나라 민족이여, 깨어나라 민족이여, 그대들이 주역이다, 청년들이여!
윤태룡 교수 약력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 학력 및 학위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
Columbia University 정치학 박사(국제정치)
□ 경력
2018년4월1일~현재: 국무총리 산하 국가정책연구 허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제7기 기획평가위원회 위원
2017년9월1일~2018년 6월: 민주평통자문위원[여론수렴분과위원장] (인천광역시 연수구협의회)
2013.9.1~현재: 코리아정책연구원 자문위원.
2012.1.1~현재: 한국평화연구학회 국제섭외이사
2006년 8월~현재: 한국정치학회 정회원
2006년 8월~현재: 한국 국제정치학회 정회원
2006년 8월~현재: 현대일본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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