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의 교육과 세상] '수월성 교육'은 보수·진보 모두 추구할 가치다
입력2022.04.06
학력 저하는 '학교가 안 가르치기 때문'
정답보다 '내 생각' 표현하는 창의력 시대
모두에게 수월성 길러줄 교육감 공약 기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에서 좌우 진영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보수 진영은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지만, 진보 진영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경쟁 완화, 시험 축소,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폐지 등을 통한 평등 교육을 강조하고 수월성 교육을 비판한다.교육에서 수월성은 엑설런스(excellence)를 번역한 말이다. 진보교육계는 이 단어에 이상하리만큼 부정적이다. 수년 전 한 신문 인터뷰에서 “우리 교육이 시대적 변화에 대비하는 새로운 종류의 수월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판으로 먼저 기사가 나오자마자 진보교육계의 한 지인이 ‘수월성’이라는 단어는 ‘자유’라는 단어처럼 이미 보수 진영의 용어로 오염돼 있기 때문에 이 단어를 쓰면 진영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쇄된 지면 판에는 수월성이라는 단어가 ‘4차산업혁명 대비 역량’으로 끝내 수정돼 나갔다.
교육에서의 수월성은 진영과 상관없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어떤 종류의 수월성인지는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우선 ‘선발 효과’ 아니라 ‘학교 효과’에 의한 수월성을 추구해야 한다. 진보 진영은 자사고·특목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때문에 일반고가 황폐해졌다며 선발권을 갖는 자사고·특목고의 폐지를 주장한다. 보수 진영은 수월성 교육을 위해 사전 선발이 불가피하다며 자사고·특목고의 선발권을 지키려 한다. 양측 모두 교육 성과의 결정적 요인을 ‘선발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선발 효과가 전혀 없어도 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뚜렷하게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국·영·수 학원이 전혀 없던 1980년대에 지방의 평준화된 도시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다. 소위 뺑뺑이로 고등학교가 배정됐기에 사회·경제 수준 구성이 학교마다 비슷했다. 과외를 금지하던 시절이라 사교육은 거의 없었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슷해 선발 효과도 전무했다. 그런데도 매년 다른 학교에 비해 입시 실적이 몇 배나 우수한 학교들이 있었다. 이처럼 같은 조건임에도 수월성을 구현해 내는 것이 ‘학교 효과’다. 치열하고 열정적인 교사와 학교가 있는가 하면, 느슨하게 방치하는 교사와 학교도 있다. 교육계가 다퉈야 할 것은 선발권이 아니라 ‘어떻게 학교 효과를 모든 학교에서 만들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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