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조선의 아버지들 -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
백승종 (지은이) | 사우 |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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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무엇인가?' 아버지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을 대신해 역사학자 백승종이 조선시대 12명의 아버지를 만나보았다. 오랫동안 미시사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해 면면이 독특한 12명 아버지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500년 전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 아버지들의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조선의 아버지들에게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의 가치가 존재한다. 그들이 애써 추구한 인생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상당 부분 유효하다. 그들은 힘써 현실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려고 했고, 매사에 성실한 태도를 견지했다. 성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을 존중했으며, 비상한 인내심과 자상함으로 끝까지 가족을 보살피고 사랑했다.
책을 펴내며 아버지의 길을 묻는 우리에게 그들이 들려주는 뜻 깊은 답변
01 유배지의 아버지 정약용
“벼슬길에 오른 사람처럼 당당하라”
아내의 낡은 치마폭에 써 보낸 편지/인생의 봄날이 열리는 듯하였으나/하루아침에 폐족의 위기에 직면하여/“저쪽에서 돌을 던지면 옥돌로 보답하라”/“절대 서울을 떠나지 마라”/아들에게 권한 공부법/오랜 세월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 마음/유배라는 형벌은 하늘이 주신 기회/흙수저 아들의 재기
02 한 시대의 아버지 이황
잔소리 대신 편지로 아들을 일깨우다
부부관계의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살림살이와 공부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말 것/종이든 양반이든 귀하지 않은 목숨이 없으니/애써 가르쳐도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부귀영화란 뜬구름 같은 것
03 세상에 저항한 가난한 아버지 박세당
“독서와 글씨 연습으로 근심을 잊어라”
예법보다 자식의 건강이 먼저/아무리 가난해도 탐심에 휘둘릴 수는 없는 일/아들이 마음을 낼 때까지 강요하지 않고 기다렸다가/대학자가 아들에게 가르친 글쓰기 요령/금쪽같은 둘째 아들을 잃고/뜻을 굽히지 않는 학자의 용기
04 불법 이혼남 김숙자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다
이혼, 인생의 굴레가 되다/운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경전의 가르침이 곧 일상생활/하찮은 직책이라도 정성을 다하라/바보 같고, 존경스러운 어른/마침내 사림파의 기틀을 세우다
05 알뜰한 살림꾼 이익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너그러웠던
단정하고 꼿꼿한 풍모에 공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아버지와 형을 잃고/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애쓴 남다른 선비/“절약하지 않으면 방도가 없다”/콩죽 한 그릇으로도 풍족해/세상을 구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꼭 핏줄이 통해야만 아버지일까
06 사화도 꺾지 못한 기개 유계린
위기를 기회로 바꿔준 열 가지 교훈
해남 성내에 숨어 산 사연/개인적 욕심을 차단하려면/거가십훈의 네 가지 요체/늘 마음을 공정하게 하라/아들의 무한한 존경을 받은 아버지/사림파의 찬란한 부활
07 스승이자 친구이자 아버지 김장생
부자간에 서로 공경하고 예를 다하다
《소학》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 산 아버지와 아들/인생의 파도, 시대의 격랑에 맞서/뜻이 높아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처지/이름조차 직접 부르기 어려운 성덕군자/예학은 조선을 살릴 실천 학문/예학의 본질에서 벗어난 예송논쟁/이 무례한 세상에서 예를 생각하니
08 천재 예술가 김정희
위로와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쓰고 또 쓰다
서자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서예의 네 가지 비법/글 읽기를 중지하지 마라/아내에게 투정도 부리고 세심하게 챙기기도 하고/“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이오”
09 거룩한 영웅 이순신
유달리 깊고 큰 사랑
최고의 경영자였던 변방의 장수/탁월한 문장가이자 예리한 지식인/영웅의 사생활/가족들이 그립고 외롭구나/통곡하고 또 통곡했다
10 딸바보 김인후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했던 큰 선비
의리를 위해 벼슬도 마다하고/자식 잃은 슬픔 어이 견디리/시가에 홀로 남을 딸 걱정에/사위 웃음소리에 번뇌와 병이 한꺼번에 물러가네/선비가 조심해야 할 세 가지
11 청백리 이항복
의를 위해 죽음으로 맞서다
재치와 기개가 넘치는 소년/고지식한 장인, 기민한 사위/‘오성과 한음’ 이야기에 담긴 민중의 꿈/노련한 선배 같은 아버지/손자 교육에 열성인 ‘꼰대’ 할아버지/어찌 가족의 안위를 위해 뜻을 굽히랴
12 비극의 주인공 영조
그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휘령전 앞에서 아들을 죽인 이유/누구의 책임인가/아버지의 기대와 실망/아버지 영조의 불안한 심리/맹자가 말하는 좋은 부자관계의 비결/사도제사의 정신병/엽기적인 사건의 원인
참고문헌
저자 : 백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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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청년시절 독일에 유학하여 유럽사, 중국학, 지리학, 인류학 등을 폭넓게 공부해, 튀빙겐대학교 문화학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가르쳤다.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로 시작하여,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임시학과장, 경희대학교 초빙교수, 보훔대학교 한국학과장 대리 등을 지냈다.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 및 독일 막스플랑크역사연구소에서도 초빙교수로 연구와 강의에 전념했다. 건국대학교 사학과,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 및 영등포의 하자센터에서도 좋은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대우교수로 있으면서, 수년째 서울의 서당에서 제자들과 동양고전을 읽고 있다. 시민과 함께 역사를 되새기는 작업이 곧 학문의 ‘실천’이라고 확신한다. 신문 칼럼을 쓰기도 하고, 방송과 공개 강연을 통해 역사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작업에 정성을 쏟는 이유이다.
1990년대부터 미시사(Microhistory) 쓰기에 매달리고 있다. 미시사 연구는 '생태적 전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근대역사학과 성장주의에 대한 비판이 공부와 글쓰기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저서로는 『한국 사회사 연구』, 『동독 도편수 레셀의 북한 추억』, 『그 나라의 역사와 말』,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한국의 예언문화사』,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정감록 미스터리』,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금서, 시대를 읽다』(2012년 한국출판학술상), 『역설, 백승종 역사 에세이』, 『조선의 아버지들』 등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자식을 크게 키우고, 무한한 존경을 받았을까?”
역사학자 백승종이 들려주는 12명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특별한 훈육법
아버지 자리가 사라진 시대,
아버지한테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위기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이 3가지가 필요하다는 오래된 농담은 이 시대 아버지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요즘 아버지들은 자기 집에서 ‘왕따’라며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매달 월급을 가져다주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역할 말고는 자신의 역할과 자리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시대 아버지들이 처한 현실이다.
아버지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화로 인해 사회 구조가 크게 변동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고된 직장생활을 감당하느라 자기 집 하숙생으로 전락하다시피 한 아버지는 차츰 가정에서 소외되었다. 때마침 민주화의 기운이 크게 일어나면서 아버지들이 내심 당연시하던 가장의 권위도 무너졌다. 게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해고와 조기퇴직 바람까지 불자 경제력마저 상실한 아버지의 위기는 한층 심각해졌다. 아버지의 위기는 변화의 산물인 것이다.”(‘책을 펴내며’ 중에서)
엄마가 전담해서 자식을 관리하고 교육하면 시험 성적을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한테서 배워야 할 중요한 문화적 자산을 배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엄마한테 배울 수 있는 것과 아버지한테 배울 수 있는 것은 분명 다르다. 전통적으로 자식은 아버지에게 사회와 관계하는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지혜를 배운다. 이것을 배울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엄청난 손실이다. 아버지 자리가 사라진 시대는 위태롭다. 아이들을 위해서나 아버지를 위해서나.
‘아버지란 무엇인가?’ 아버지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을 대신해 역사학자 백승종이 조선시대 12명의 아버지를 만나보았다. 오랫동안 미시사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해 면면이 독특한 12명 아버지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500년 전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 아버지들의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조선의 아버지들에게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의 가치가 존재한다. 그들이 애써 추구한 인생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상당 부분 유효하다. 그들은 힘써 현실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려고 했고, 매사에 성실한 태도를 견지했다. 성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을 존중했으며, 비상한 인내심과 자상함으로 끝까지 가족을 보살피고 사랑했다.”(‘책을 펴내며’ 중에서)
오늘날 아버지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보편적 가치는 무엇일까. 김숙자, 유계린, 퇴계 이황, 하서 김인후, 충무공 이순신, 명재상 이항복, 사계 김장생, 박세당,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완당 김정희. 이 아버지들이 우리에게 대답해줄 것이다.
이 책에는 유일하게 ‘불행한’ 아버지 영조 임금이 등장한다. 아버지 영조의 열등감과 심리적 불안이 친자 살해라는 엄청난 비극으로 치 닿게 된 속사정을 알아본다. 실패담은 그 어떤 성공담보다 울림이 크다. 독자는 비극적인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존경받는 아버지들은 자식을 어떻게 키웠을까
우리는 조선의 아버지들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철저한 가부장제 시대이니 권위적이고 일방적이고 엄격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 책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 그 시절 아버지들은 우리의 짐작과 사뭇 다르다. 조선의 아버지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 자상하고 따뜻했다.
아버지 이황은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다.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도 마구 야단치지 않았다. “거듭해서 조용히 타이르고 훈계했다. 본인이 잘못을 깨닫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집안에서는 큰소리 나는 법이 없었고, 화목했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지를 썼다. 같은 말이라도 정성껏 쓴 편지를 대하면 자식 입장에서 잔소리를 들을 때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추사체로 유명한 김정희는 아내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 투정도 부리고 세심하게 챙기기도 했다. 그는 서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남달랐고, 그 아들에게 서예와 난치는 방법을 세세하게 가르쳤다. 영웅 이순신도 자식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하루라도 자식을 곁에 두지 못하면 몹시 힘들어 했다. 박세당은 어머니의 묘소를 지키는 아들들에게 예법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며 ‘예법을 무시하라’고 말했다. 17세기 후반 성리학의 시대에 양반이 그렇게 생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대학자 박세당은 세상에 둘도 없는 따뜻한 아버지였다.
· 말로만 훈계하지 않고 몸소 모범을 보였다
아버지들은 말로만 자식에게 훈계하지 않았다. 아버지 자신이 자식에게 가르친 내용을 몸소 보여주는 삶을 살았다. 천주교 탄압이 거세지면서 정약용 일가는 쑥대밭이 되었다. 가문이 해체될 지경인 데다 유배가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으니, 아버지 정약용의 시름이 깊어만 갔다. 앞길이 막혀 어깨가 축 처진 아들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당부했다. “지금 너희들은 스스로를 천시하고 비루하게 여기지만, 그런 태도야말로 너희 스스로를 비통하게 만드는 꼴이다.” “늘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라. 벼슬길에 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당당하라.”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뜻하지 않은 불운에 대처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런 훈계가 말에 그칠 뿐이라면 소용없는 일. 아버지 정약용은 18년간의 유배 기간 동안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여 500권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폐족의 위기를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성호 이익은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가난한 집안 살림살이를 일으키는 데 신경을 썼다. 한번은 지방 고을의 수령인 아들이 아버지에게 음식물을 보냈다. 그러자 아버지 이익은 돌려보내면서 편지로 이렇게 꾸짖었다. “백성에게 물건을 거두는 것은 열에 여덟아홉이 그릇된 것이다. 이것으로 어버이를 봉양하다니 안 될 말이다. 나는 고향집에 남아서 제철에 내 밭을 경작해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수 있다.” 이익은 아들 덕분에 호사할 생각이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관료의 자세를 배웠고, 아버지를 한없이 존경했다.
· 자식을 존중하고 예를 다했다
아버지들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삶을 살았다. 밖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아내와 자식에게 권위를 부리거나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 이황과 이익은 노비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귀하게 대접했다.
17세기 조선 사회에 예학의 새바람을 일으킨 아버지 김장생과 그 아들 김집은 부자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공경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최고의 스승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다. 아버지가 아들을 직접 가르치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다. 그래서 맹자는 일찍이 좋은 부자관계를 위해서는 부자간이라도 좋은 일을 행하라고 상대에게 권하지 말라고 말했다. 서로 사이가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내 자식을 직접 가르치기가 어려워 옛 선비들은 자식을 맞바꾸어 친구의 아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장생 부자는 달랐다. “아버지는 권위를 부리거나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온화하고 관대하고 참을성이 많았다. 아들이 질문하면 아버지는 병상에 누워 있다가도 몸을 일으켜 앉은 채 대답했다. 아무리 가까운 부자간이라도 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었다.”(‘부자간에 서로 공경하고 예를 다하다’ 중에서)
· 어떤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조선의 아버지들은 엄청난 시련이 닥쳐와도 무너지지 않았다.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며 삶의 본질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조선은 당쟁과 사화가 끊이지 않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멸문지화를 입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버지들은 어느 날 갑자기 불어 닥친 풍랑에 좌초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냈다.
김숙자는 젊은 시절 ‘불법 이혼’을 했다. 이혼의 굴레는 오랫동안 전도유망한 청년의 발목을 붙잡았다. 알고 보면 ‘사기결혼’을 당한 셈이었는데, 조정은 김숙자를 벼슬에서 내치고 본처와 살라고 명령했다. 김숙자는 재결합을 거부하고 새 아내와 고향에 내려가 학문에 전념했다. 김숙자는 자신의 비운을 받아들이고,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시골집에 칩거하며 모범적으로 성리학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넘어진 자리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말년에 성균관 사예에 임명되었다.
· 시대의 과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아버지들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벼슬자리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심지어 목숨을 내놓는 일도 망설이지 않았다.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올곧은 삶을 보면서 우리는 올바른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진정 아버지답게 산다는 것은 ‘어른’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어른’으로 살다간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는 이 시대 아버지들뿐만 아니라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인생의 좌표 하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노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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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인물들에 대한 아버지 역할에 초점을 맞춘 책이지만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읽어도 무방하다. 조선 시대 열두 명의 ˝거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은 듯하다. 물론 영조는 애매한 점이 없진 않지만, 나머지 인물이 보여준 삶의 태도는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하다.
책수집가 ㅣ 2017-04-05 l 공감(2) ㅣ 댓글(0)
총 : 8편
조선의 아버지들을 만나다. 낮에뜬별 ㅣ 2017-01-18 ㅣ 공감(0) ㅣ 댓글 (0)
오늘날 '아버지'라는 이름은 꽤나 복잡다단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단어는 존경의 대상이자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이기도 하고 심지어 지긋지긋한 단어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아버지가 다르기에 복잡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부자관계만을 살펴보더라도 여전히 복잡한 게 사실이다. 사실 나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어릴 때에는 종종 아버지와 충돌했다. 특히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도 노년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나도 40에 가까워지면서 정면 충돌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이제 시골로 돌아가셔서 농사를 짓고 불을 때는 아버지를 보노라면, 이전과는 다르게 아버지를 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감사하고 짠한 감정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여전히 짜증이 날 때도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다행히(?) 그 짜증이 나의 부족함 때문이기에, 나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께 상처를 드렸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그야말로 '무난한' 관계로 접어들고 있다.
어쨌거나 개인차를 고려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아버지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017년의 아버지는 어떤 단어인가? 여전히 '권위'라는 단어는 떼어놓기 힘들 것이다. 다만 그 권위의 맥락이 단어 그대로가 아닌, 부정적인 의미에서 쓰일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오늘날 아버지들의 어깨는 항상 무언가에 짓눌려 있는 것 같고, 그러면서도 가정 안에서조차 존경을 받고 있지 못하는듯 하다. 자식을 따뜻하게 안는 법,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는 법을 배울 수 없었던 많은 아버지들은, 외롭다. 그렇다. 오늘날 아버지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가장 대표적인 감정은 '외로움'일 것이다.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자주 드리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아버지께는 그만큼 연락을 드리진 못한다. 대체 왜?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가부장제의 권위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그 이야기는 다시 또 조선의 부자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교 사회의 엄격한 수직적 부자관계. 그 '전통'이 현대사회의 아버지들을 외롭게 만들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아버지라고 해서 무조건 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인간이었기에, 형식은 조금 다르다하더라도 자식 걱정을 하고, 또 자식의 모범이 되기 위해 나름 몸가짐을 바로 잡았다. 이 책은 조선 시대 12명의 아버지를 살펴본다. 우리의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의 아버지들이 등장한다. 잔소리꾼이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걱정이 많기도 한 조선의 아버지들을 보면서, 아버지란 존재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저자의 내공 덕에 생각보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매우 쉽고 재미있게 조선의 아버지들과 만날 수 있다. 꼭 아버지라는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조선시대 양반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접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조선시대 아버지들을 통해 우리시대 아버지의 자리를 돌아보다 ‘조선의 아버지들‘ 독서광 ㅣ 2017-01-05 ㅣ 공감(1) ㅣ 댓글 (0)
이 책을 읽기 며칠 전에 SBS 신년특집 다큐멘터리를 봤다. '아빠의 전쟁'이라는 이름이 붙은 SBS 스페셜이었다. 그 프로그램 속에 처음 등장한 아버지는 딸과 멀어진 아버지였다. 잦은 야근을 반복하며 저녁이 없는 삶을 살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지만 결과적으로 딸과의 시간은 갖지 못했다. 이로 인해 딸은 아버지에게 상처와 원망이 깊은 상태였다.
아버지는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아버지의 자리를 어떻게 되찾아야 할지, 또 어떻게 딸에게 다가가야 할지 잘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아버지들은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전락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무한경쟁의 시대 속에서 언젠가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저자는 그런 세태를 '아버지들의 위기'라 느낀 듯 하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견고하다. 그러나 명색이 가장인 나의 입지는 불안하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나와 처지가 비슷할 것이다. 왜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궁금한 마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들을 떠올린다. (92쪽, 조선시대의 아버지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찾는다.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을 말이다.
저자는 12명의 아버지들을 '조선의 아버지들' 속에서 소환한다. 당당함을 강조했던 아버지 정약용, 시대의 아버지였던 이황, 가난했지만 세상에 저항할 줄 알았던 아버지 박세당, 불법 이혼으로 명예가 땅에 떨어지지만 자신의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려 부단히 노력한 아버지 김숙자,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웠던 아버지 이익, 사화도 꺽지 못한 기개를 지녔던 아버지 유계린, 스승이자 친구 같은 아버지였던 김장생,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천재 예술가 아버지 김정희, 유달리 깊고 큰 사랑을 보여준 아버지 이순신,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했던 딸 바보 아버지 김인후, 의를 위해 죽음으로 맞선 아버지 이항복,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 영조까지.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면면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돌아보며 아버지의 자리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황은 죽으면서까지도 자손들에게 값비싼 유밀과를 제상에 올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식들이 궁핍한 살림에 비싼 유밀과를 제상에 올리게 되면 생활이 더욱 궁핍해질 것을 죽는 순간까지도 걱정한 것이다.
'자연의 이치는 본래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식은 효성으로 보답하기 마련이다'(77쪽)라고 하는 내용도 인상 깊었다. 보통 효를 강조만 하지,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일에 대한 보답이라고는 생각지 못하니 말이다.
심청전을 읽으며 공양미 삼백석에 딸을 팔아버린 심봉사가 참 나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에 대한 내용도 나왔다.
고소설 <심청전>만 해도 그렇듯, 심 봉사는 욕심을 부리다 결국 딸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그런 아버지의 욕심은 심판의 대상이 아니었다. 유교 사회는 오로지 자식의 행동만 감시했다. '효성을 다하는가?' 이것만 문제 삼았지,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과 무책임 따위는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다. (77쪽, 조선의 아버지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제 식솔들을 끔찍이도 위하고 아꼈다.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해 곤궁한 살림살이더라도 부지런히 학문의 길을 닦았다. 배움에 힘 쓰는 것만이 언젠가 다가올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가문도 일으킬 수 있는 일이라 여겨 곤궁한 가운데도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식들에게도 부지런히 배우고 절약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장으로서의 책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근검하고 절약하며 필요할 때는 직접 누에를 치고 농사를 지어 제 식솔들을 먹여 살렸다.
자식에게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친구처럼, 때로는 스승처럼 다가갔다. 그들의 그런 삶은 그 자체로 자식들에게 삶의 모범이 되었다. 백성들도 제 자식처럼 돌보며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그들로부터 존경 받았던 조선 시대의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사자성어가 새삼 마음에 깊이 와 새겨지는 책이었다.
기다려 주는 마음. 보믜소리 ㅣ 2016-12-22 ㅣ 공감(0) ㅣ 댓글 (0)
세상이 각박할수록 자식에 대한 교육열은 더욱 가열된다. 하지만 자식을 교육한다는 게 뚜렷한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래서 더 남들은 어떻게 교육하는지, 효과적인 교육방법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관심에 교육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온다. 그 수많은 책 중에서 <조선의 아버지들>은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배경이 조선이라 엄부의 면모를 보게 될 줄 알았는데 따뜻한 부성애가 가득했다. 무엇보다 입신양명만을 앞세우지 않고 자식의 행복을 위해 벼슬을 경계시키는 모습을 볼 때면 진정한 자식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 성공을 강요’하는 면이 없지 않은 요즘 시대에 꼭 한번은 읽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자유를 전면에 내세운 시대지만 정작 우리의 사고는 자유롭기가 조선만 못한 것 같다.
조선시대에 대해서는 워낙 미디어 등을 통해 다양하게 접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아는 이름들이 등장한다. 정약용을 시작으로 하여 영조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자애로운 아버지를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영조를 등장시킨다. 지금의 우리들을 반성시키라는 뜻인 것 같아 숙연해진다. ‘남보다 많이’, ‘남보다 먼저’를 부르짖으며 내 자식이 앞서가길 바란다. 아이 스스로 즐기는 일이 아니라면 강요할 일이 아닌데도 부모의 욕심을 낸다. 결코 옳은 일이 아님에도. 하지만 <조선의 아버지들>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부모란 말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기다려주는 존재다. 자식이 공부하길 바란다면 당신이 하라. 그렇게 좋으면 먼저 해 보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 따라 하겠지.
요즘은 자녀들의 효심이 예전만 못 하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자녀의 효심만 가벼워진 것일까? 낳기만 한다고 다 부모가 아니다. 그 자식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부모일진데 인면수심의 행동을 일삼는 사례가 뉴스를 통해 자주 등장한다. 자식도 부모도 마땅히 제 역할을 모르겠는 사회라면 부모의 잘못이 크다. 제대로 사랑을 주지 못했고 책임을 다하지 못 했다. 물론 좋은 사례들이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연장자의 솔선수범이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릴 때는 무조건 순종하는 것이 옳다 여겼으나, 커서 어른이 되고 보니 어른이란 권리보다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절감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부모의 역할은 출산 그 이상이라는 생각에 겁이 나고 준비된 부모가 아니라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다.
<조선의 아버지들>을 통해 부모의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다려주는 마음. 무엇 하나 강요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남들을 앞서겠다는 왜곡된 마음보다 자신의 행복과 주변의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자녀로 키우겠다고 다짐해본다.
공부라는 것은 자녀의 앞길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함은 맞지만, 아이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라는 것. 아이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아이가 흥미를 보이기 위한 상황을 만들어 주고 먼저 흥미를 표할 때 지원해 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내가 책을 읽고 배움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자신도 즐겁지 않은 일을 자식에게 시켜서 무엇하나.
‘건강히만 나와다오.’하는 임신 시의 마음을 토대로 교육한다면 성공은 못할지라도 행복한 한 사람은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아버지다움의 조건을 찾아보는 시간 | 오반장 ㅣ 2016-12-20 ㅣ 공감(2) ㅣ 댓글 (0)
역사속의 인물들은 모두 우리들에게는 훌륭한 위인이었겠지만 그들에게도 자식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아버지로 빛날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나라를 위해서 큰 공헌을 하신 분들이기에 아버지로서 자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내용도 매우 많았을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임금을 섬기면서 유교경전을 읽고 나라의 앞날에 대해서 현명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기에 가정에서의 배움도 남다른 점이 많았다. 책에서 소개되는 인물들은 총 12분으로 자식들에 대한 애정과 함께 어떻게 양육을 했는지에 대해서 여러면으로 볼수가 있었다. 조선시대의 근엄하고 무서운 아버지의 느낌으로 바라볼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많은 방법으로 표현을 하면서 오늘날 우리 아버지들이 자녀들과 관계가 소흘하고 멀어저가는 점에 대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과 유사한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지만 실제로 자신이 자녀의 입장에서 이러한 교육을 받고 성장을 한다고 생각을 해본다고 하면 어떠한 아버지의 양육방법이 자신에게 조금 더 잘 맞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수 있을것이다.
아버지가 먼저 솔선수범과 함께 모범을 보이면 자녀도 이러한 올바른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은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의 방법은 달랐지만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이러한 역할의 롤모델에 대해서 충실히 하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먼저 표현을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실패하는 아버지의 상을 담은 영조의 케이스를 통해서 좋은 사례와 함께 반대의 케이스에 대해서도 공감을 하고 생각을 해보게 하는 대목을 제공해주고 있다.
[마이리뷰] 조선의 아버지들 knulp ㅣ 2016-12-07 ㅣ 공감(18) ㅣ 댓글 (0)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개인적 욕심만 넘치는 나에게 당연한 의무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조선의 아버지들은 좀 다를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그들은 어떻게 자녀들을 양육했을지 궁금증이 컸다.
이 책에는 12명의 아버지가 나온다. 거칠게 말해 11명은 나름 자녀 교육에 성공적(?)이었고 단 한 명만 실패한 사람으로 나온다. 성공적이라는 말은 상대적일 수 있겠으나 대체로 자녀들과 교감하고 그들에게 정상적인 애정을 쏟은 아버지들이다. 그리하여 자녀들이 시대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도록 이끈 모델들이다(정약용, 이황, 박세당, 김숙자, 이익, 유계린, 김장생, 김정희, 이순신, 김인후, 이항복). 나머지 한 명은 그 유명한 영조다. 자신의 의지로 자식을 뒤주에 넣어 죽인 인물.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앞의 11명은 대체로 자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지 않고 살갑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조는 그 관심이 지나치다 못해 병적이다. 이러한 영조의 불안한 심리가 사도세자에게 이어져 그는 정신병적인 행동까지 한다. 좋은 아빠의 모범들을 읽은 뒤라 영조의 행동은 공감은 커녕 비난받기 쉬워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좋은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 그러면 좋은 아버지란 무얼까? 책을 읽으며 혼자 한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자녀에게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아버지다. 억지로 시키거나 채근되지 않는다.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부드럽게 하되 기다리는 미덕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이미 자신이 인격적으로 갖추어진 인물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둘째,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좋은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편지를 자주 보냈다. 말로는 힘든 내용을 그 속에 담아 전했다. 물론 전통시대의 성격상 원격지의 자녀와 교류가 원활치 않아서 편지를 자주 했겠으나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편지는 자녀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다산 정약용의 경우 그 편지를 엮어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셋째, 좋은 아버지는 자녀의 모범이었다. 위에 밝힌대로 11명의 아버지들은 인격적,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실천적 지식인들이었다. 결코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들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아버지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도 자녀들에게 말은 하지만 자신이 모델이 되지 못하고 강요자만 되고 있기 때문 아닌가. 혹은 자녀들과의 교류의 끈이 끊어졌거나.
마지막으로 좋은 아버지들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엄격하지만 남에게는 너그러웠던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 중에는 비주류의 남인들과 초기 사림들이 대부분이다. 타협하면 좋은 위치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지만 그들은 지조를 지키고 불의를 멀리했다. 이러한 행동을 자녀들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책은 읽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이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 역시도 그렇다. 전형적이고 틀에 박힌 아버지상이 아니라 11명의 따르면 좋은 아버지 모델과 1명의 따르면 나쁠 아버지 모델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어떤 아버지일지.
오늘도 나는 딸을 눈물 흘리게 했다. 좋은 책을 읽은만큼 최대한 목소릴 낮추고 자기 스스로 잘못을 알고 뉘우치도록 다독였다. 엄마에게 큰 잘못을 한 딸은 야단치는 아빠를 멀리하고 다시 엄마와 손 잡았다. 나는 바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좋은 아빠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인격수양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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